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124화 (124/349)

제124화

124화. 플래티넘 국가대표 (2)

“형, 미안…….”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이는 김시혁.

그에 시문은 작게 한숨을 내쉬곤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엔 조용히 술자리를 치우고 있는 이유정과 고말숙이 보였다.

“아무리 위로해 준다지만, 대낮에 120병은 좀 심하지 않아?”

“야, 120병이 아니라 127병이라니……까.”

시문의 부라림에 목소리가 작아지는 고말숙.

그녀는 슬그머니 시선을 돌리며 술병을 봉투에 담았다.

이미 한차례 시문의 잔소리를 겪은 탓이었다.

“그나저나 형, 진짜야?”

그런 시문의 시선을 다소 노곤해진 목소리가 잡아챈다.

“뭐가.”

시문은 고개를 돌려 동생 녀석을 바라봤다.

“아까 말한, 형이 특별전에 참가한다는 거.”

“그래, 참가하기로 했다.”

“진짜?”

아직 취기가 다 가시지 않았지만.

“왜? 형한테는 이득 될 만한 게 없지 않아?”

김시혁은 멀쩡한 눈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형 성격상 인기를 원하는 건 아닐 테고. 그렇다고 보상도 형한테는 큰 의미가 없잖아?”

랭커답게.

특별전에 대한 시문의 입장을 빠르게 파악하는 김시혁.

시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지. 근데 연락이 왔거든. 꼭 좀 참가해 달라는 연락이.”

“연락?”

또다시 고개를 갸웃하는 김시혁.

이내 짐작 가는 것이 있는지.

“설마…… 아니지?”

녀석의 두 눈이 희미하게 떨렸다.

그에 시문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

“맞아.”

“세상에!”

이젠 입까지 떡 벌어지는 김시혁.

그는 아직도 믿기지 않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정말로 숙부가 형한테 부탁했다고? 특별전에 참가해 달라고?”

“그렇다니까.”

“허…… 미쳤네.”

이마를 턱 하니 짚으며 헛웃음을 흘리는 김시혁.

녀석만 놀란 게 아닌지.

“오, 오라버니, 그게 정말이에요?”

조용히 병을 치우던 이유정 역시 휘둥그레진 눈으로 물어 왔다.

그럴 수밖에.

협회장인 김무열이 어떤 성격인지.

그리고 그와 시문이 어떤 관계인지 잘 알았으니까.

술이 완전히 깨 버린 것인지.

“근데 왜 참가하겠다고 한 거야? 안 하려면 안 할 수 있잖아.”

김시혁은 완전히 온전해진 눈으로 자세를 고쳐 앉으며 물었다.

“그렇긴 한데. 뭐…… 약간의 거래가 있었어.”

“거래?”

거래라는 단어에 한쪽 눈썹이 올라가는 김시혁.

이상할 것도 없었다.

그는 이미 형인 김시문이 숙부 김무열을 상대로 ‘거래’하는 것을 목도한 적이 있지 않은가?

그런 동생 녀석의 추측에 확신을 더하듯.

“그래. 어차피 다음 아레나를 들어가기 전에 시험할 것도 있고 해서, 이리저리 조건 좀 맞췄어.”

그 조건이라는 게 얼마나 비합리적일지 잠시 고민해 본 김시혁은.

“조건이 뭐든 간에 숙부가 속 좀 썩이겠네. 이미 먼저 연락한 시점부터 이가 갈렸을 텐데.”

너털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시혁아, 누가 보면 내가 아주 악당인 줄 알겠다.”

“영 아니라곤 못하지.”

“뭐 인마?”

“헤헤!”

장난스럽게 웃어넘기려는 김시혁.

그런 동생 놈을 흘기던 시문 역시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나저나 형, 참가는 어떻게 하려고? 참가자들은 이미 다 정해졌잖아.”

국가대표 선발은 1월 중순에서 2월 사이에 진행된다.

당시는 시문이 회귀하고 아레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던 시기였기에.

국대와는 최소한의 접점도 없는 상황.

한데 어찌 참가를 한단 말인가?

시문은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거기까진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는데. 아마 옵션 추가권을 쓰겠지.”

“아아, 그럼 예비인원 추가 옵션을 사용하겠네?”

“그렇겠지.”

“음. 그럼 상대의 추가 옵션은 완전 쌩으로 맞아야 하는데…… 형 괜찮겠어?”

많은 것이 함축된 물음.

“형은 나 같은 고통은 안 겪길 바라는데.”

동생의 진심 어린 걱정에 시문은 빙긋 웃었다.

“시혁아.”

“응.”

“형은 이미 캐리에 익숙하단다.”

많은 것이 함축된 대답.

그에.

“역시 형, 우린 같은 핏줄이 맞긴 맞나 봐.”

김시혁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 * *

다음 날.

[국가 버프가 사라진다?! 대두되는 특별전의 중요성]

[‘이번 특별전은 전과 다를 것’ 특별전의 승리를 확신하는 협회, 극비로 구원 투수를 내보낸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예비인원의 정체, 사실 모두가 알고 있다?]

[난색을 표하는 플래티넘 대표들 ‘섣부른 옵션 추가권 사용은 오히려 독이다!’]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우려, 예비인원 추가 옵션의 위험성]

각종 포털사이트의 뉴스들은 또다시 달아올랐고.

조회 수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유야 간단했다.

지난 3일간 떠들어 대던 국가대항전 예선 탈락.

그것을 무마할 수 있는 방안을 협회에서 제시한 것이다.

-극비의 구원투숰ㅋㅋㅋㅋ.

-Xㅋㅋㅋ 정. 말. 누군지 모르겠는걸?

-5252! 우리 형! 믿고 있었다고!

-22 드디어 특별전 전패 행진에서 벗어나나?

-ㄴㄴ 별의 세대 때 김시혁이랑 이유정을 필두로 한 번 이긴 적 있음.

-그래 봐야 꼴랑 1승이잖음. 지금은 국가 버프 유지까지 달린 마당임.

-드디어 다이아 미만 잡국가라는 오명을 벗겠구나!

-오명은 아니지. 솔직히 지금 플래티넘 국대들 몇 년 동안 계속 플래…….

-그만! 더는 언급해선 안 돼!

아레나 커뮤니티를 넘어.

대한민국의 모든 커뮤니티들의 관심이 역시 집중되었다.

당연했다.

사실상 예선 탈락이 확정인 상황.

그것을 구원해 줄 투수가 등장했으니까.

물론.

“지X들을 한다!”

이런 구원 투수가 달갑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짧은 스포츠머리의 남성은 거칠게 뉴스를 보던 폰을 집어 던졌다.

“옵션 추가권이라니! 누구 마음대로!”

옵션 추가권.

국가대항전 특별전과 같이 각종 대회성 아레나에서 쓰이는 아이템.

물론 강제는 아니었고 자주 쓰이지도 않았다.

이유야 간단했다.

“먼저 옵션 추가하면 카운터 처먹는 것도 모르나!”

카운터를 먹으면 안 쓰느니만도 못하게 되니까.

어느 한쪽이 옵션 추가권을 사용하게 되면, 상대편 역시 옵션 추가권이 공짜로 주어졌다.

당연히 먼저 사용한 쪽의 옵션 추가를 보고 카운터를 칠 수 있었고.

그럼 옵션 추가권은 안 쓰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게 된다.

해서 정해진 전략이 아니면 옵션 추가권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아이템인데.

“고작 사람 하나 넣자고 예비인원 추가 옵션을? 지랄도 정도껏 해야지!”

안타깝게도.

선발전을 치르지 않은 시문이 출전하려면 한국팀은 옵션 추가권을 먼저 사용해야 했다.

그것도 옵션 중 가장 쓸모가 없다는 예비인원 추가 옵션을 말이다.

“맞아요. 리스크는 우리더러 다 짊어지라는 거잖아요!”

여성 하나가 볼멘 목소리로 옹호를 시작하자.

“김시문이 아무리 잘났다고 해도 결국 1인이잖아.”

“이게 일반 아레나도 아니고, 선발전이 끝나자마자 합동 훈련까지 하는 단체전인데!”

“내 말이! 갑자기 1명 끼워 봐야 준비한 전략만 망가진다고!”

주변에 있던 이들 역시 불만을 표출했다.

물론.

“그, 그래도 마법계면 포지션은 자유롭잖아.”

“데뷔전 보니까 엄청나던데…… 솔직히 갓 플래라도 여기 오면 상위권일 거 같은데…….”

“방송 보니까 어떤 위기든 다 대처하더라. 상대의 추가 옵션도 잘 대처할지도 몰라.”

시문의 합류를 반기는 이들도 더러 있긴 했다.

아무리 인원 추가 말곤 아무 효능도 없는 추가 옵션이라 해도.

그간 시문이 보여 주었던 활약은 그것을 뭉개 버릴 정도로 압도적이었으니까.

하나.

“너희 지금 몇 달을 함께 훈련한 우리 두고 그 새끼 편드냐?”

“방송은 나도 봤고 대단한 거 인정하는데, 국가대항전은 달라. 일반적인 아레나가 아니라고!”

“이렇게 가면 이기든 지든 우리만 욕먹어. 이기면 김시문 덕, 지면 우리 탓이라니까?!”

분개한 플레이어들보다 수가 적었기에.

결국 큰 목소리를 내지는 못했다.

시문의 합류를 반기던 플레이어들은 자연스레 한쪽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들이 모여든 중심.

“다들 그만.”

다소 작은 키의 중년인이 높진 않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40이 넘은 나이 때문일까?

삽시간에 가라앉는 원성.

“이미 결정 난 일이다. 옵션 추가권이면 협회장급 선에서 결재가 난 상황. 우리가 왈가왈부한다 하여 달라지는 건 없다. 불만보단 앞으로의…….”

그는 무덤덤하게 말을 이었고.

“하이고! 또 우리 상민 아저씨 훈계 타임 납셨네~.”

빈정거림이 가득한 목소리가 그의 말을 잘랐다.

맨 처음 시문의 기사와 반응을 접하고 폰을 집어 던진 남성이었다.

“저기요, 이상민 씨.”

짧은 스포츠머리를 슥 쓸어 넘긴 그는 건들거리며 작은 키의 중년인에게 다가갔다.

“사태 파악이 안 돼요? 이거 이대로 가면 이기든 지든 우리가 다 독박 쓴다고. 어?”

“정하준, 어차피 우린 약팀이다. 어떤 식으로든 욕은 먹을 수밖에 없어.”

“기가 차서. 누구 마음대로 약팀이라는 거야?”

이상민의 대꾸에 열받은 것인지.

스포츠머리의 남자, 정하준의 눈꼬리가 사나워졌다.

“난 생각이 다른데? 어차피 상대 국가는 랜덤 선정이잖아. 잘만 만나면 날먹도 가능하다고.”

“너도 특별전 5년 차라 알지 않나? 국가대항전은 날먹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우리 실력으론 하위권 국가들도 힘들다.”

“우리 같은 소리 하네. 이봐 아저씨, 같이 엮지 마. 난 고작 5년 뛰었지만, 아저씨는 10년 뛰었잖아.”

사나워진 정하준의 눈매엔 비소가 섞여들었다.

“1세대로 아레나만 12년 차 아니던가? 그런 주제에 아직도 플래면서, 지금 누구한테 입을 털어?”

“그건 정하준, 너도 마찬가지잖나? 너도 6년 차에 5년 내내 플래티넘일 텐데.”

“하! 이 아재가 진짜.”

쾅!

갑작스레 폭음이 터진다.

벽이 움푹 파일 정도로 강렬한 주먹이 얼굴 옆을 스쳤음에도.

이상민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그게 열받는 것인지.

“1세대 폐기물 주제에 자꾸 누구한테 비벼? 아재, 진짜 미쳤어?”

희미한 살기까지 내비치며 언성을 높이는 정하준.

그러나 이곳의 플레이어들 중 누구도 그를 제지하지 못했다.

당연했다.

“나 선발전에서 1등 했어. 아재는 몇 등 했지?”

“……3등이다.”

“그래, 그랬지. 3등. 아레나 12년 뛰고 국대 선발전만 10년을 했는데 꼴랑 3등이라고. 이게 뭘 뜻하는지 모르겠어?”

“…….”

이상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능력도 없는 퇴물이 자꾸 국대로 비벼 대니까, 우리가 약팀 소리를 듣는 거라고. 엉?”

“정하준, 난 매 선발전에 참가해, 선발전을 치르고 정당하게 국대로 뽑혔다.”

이상민의 기세가 한결 낮아지자, 정하준의 사납던 기세도 서서히 누그러졌다.

물론.

“참 나, 그게 진짜 아재 실력 같아? 나이가 벼슬이라고, 애들 멘탈 케어 차원에서 협회가 아재 국대 신청을 자꾸 받아 주는 거잖아.”

그의 눈과 입가는 한결 비릿해졌다.

“뭐, 그렇게 보니까 아재가 이렇게 협회를 빨아 대는 것도 이해는 가네. 이게 그 중년의 사회생활인가?”

“풉!”

둘만의 대화에 또 다른 웃음소리가 끼어든다.

단발의 여성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녀의 웃음에 태클을 걸지는 못했다.

당연했다.

“저봐, 우리 2등이신 효연이도 비웃잖아.”

“비웃은 거 아냐. 그냥 좀…… 불쌍해서.”

선발전의 2등으로 뽑힌 최효연.

정하준 다음가는 실력자인 그녀에게 누가 입을 댈 수 있겠는가?

“하준 오빠? 그쯤 해 둬. 그래도 상민 삼촌이 나름 저력은 있잖아.”

“그럼 아레나 짬밥을 12년이나 처먹었는데, 그것도 없으려고?”

“그러다 삼촌 울겠다. 경기가 바로 내일인데 중년의 감성 건들면 쓰나. 명색이 3등이신데.”

킥! 하고 비웃음으로 마무리하는 최효연.

그러자 그녀를 비롯해.

“하긴, 10년이나 국대 선발전에 참가했는데 여기서 3등이라니.”

“그러니 만년 플래티넘이잖아? 우리 중 가장 오래된 애가 7년 차 아니었나?”

“아아, 정말 무섭다~ 10년 넘게 플래라니. 난 저렇게 안 늙어야지~.”

정하준을 옹호하던 다수의 플레이어들 역시 진득한 비웃음을 흘렸다.

이상민을 비롯한 그의 주변 플레이어들이 급속히 위축된다.

이쯤이면 되었다고 생각한 것일까.

정하준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어쨌거나 아재가 협회 말을 고분고분 듣는 것까진 안 막을 테니, 방해나 하지 마셔.”

“……뭘 어쩌려는 거냐.”

“어쩌긴, 보이콧해야지.”

“뭐?”

이상민의 두 눈에 충격이 깃든다.

“당장 내일이 특별전인데 지금 보이콧을 하겠다고?”

“누가 아재 아니랄까 봐. 지금이니까 하는 거야.”

우려가 가득한 이상민의 목소리에 정하준은 코웃음을 쳤다.

“여기 대다수가 특별전에 다년간 참가한 애들이야. 탁상공론이나 하는 협회보다 우리가 특별전을 더 잘 안다고.”

“맞아. 김시문이 잘난 건 아는데, 특별전은 다르지. 삼촌도 알잖아? 특별전은 혼자 하는 아레나가 아니라는 거.”

최효연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보탰다.

틀린 말도 아니었다.

각국의 플래티넘들이 선발전이 끝나고 곧장 합동 훈련에 들어가지 않던가?

그렇게 단체와 단체가 맞붙는 것이다.

개인이 아무리 특출 나다 해도, 어찌할 수 있는 아레나가 아니었다.

“근데 예비인원 추가? 안 그래도 힘든 경기를 솔플러 하나 받자고 옵션 추가권을 쓰는 건 미친 짓이지. 난 여론의 똥받이 될 생각은 전혀 없다?”

최효연의 말이 끝나자마자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대표팀들.

더는 막을 수 없다는 걸 체감한 이상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알겠다. 알아서 해라.”

“이봐, 아재. 그래 놓고 몰래 감독한테 찔러도 의미 없다? 알지? 내 뒤에 누가 있는지.”

꼬리 내린 이상민을 보며 이죽거리는 정하준.

그때.

“듣자 듣자 하니 진짜 어지럽네? 이러니 약팀 소리를 듣지.”

“누, 누구야!”

뚜렷한 미성이 갑작스레 난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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