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123화 (123/349)

제123화

123화. 플래티넘 국가대표 (1)

5월.

따뜻한 계절이자, 봄의 기운이 가장 왕성한 시기.

하나.

-아니, X발! 이게 말이 됨?

-본선 진출은 씹ㅋㅋㅋ 그냥 예선따리행 ㅋㅋㅋ

대한민국은 여느 때처럼 한가로운 5월을 누리지 못했다.

-진짜 미친 거 아님? 경기력 뭐임?

-너무 레전드라 할 말이 없음 ㅋㅋㅋㅋ.

-팀웍은 눈곱만큼도 안 보이던데? 검성한테 대놓고 선 긋는 거 ㄹㅇ 토악질 나오더라.

-검성이니 뭐니 다 개거품이었네.

-미친 소리 처하고 있네. 경기 내내 합격진에 디버프에 원거리 공격까지 다 빨아 줬잖아!

-ㅇㅈ. 그 이상 검성보고 뭘 더 어쩌라는 거임? 저건 어느 나라 랭커가 와도 어찌 못해.

-진심 검성이 문제가 아닌데.

-국대 참가 길드들 알바 풀었나 보네 ㅋㅋㅋㅋㅋ

국가대항전 선발전으로 쉬지 않고 타오르는 아레나 커뮤니티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야, 예선전 봤냐?”

“말도 마! X나 어처구니가 없어서. 같은 전략에 몇 번을 당하는 거야?”

“김시혁 진짜 불쌍하더라. 온갖 똥꼬쇼를 다 해도 매번 본대가 쓸려서.”

“딱 봐도 길드들이 김시혁 따시키는 거잖아. 제일 센 전력을 툭 던져 놓고 지들끼리만 하더만!”

“아니, 아무리 사적인 감정이 있어도 장소는 가려야지. 왜 국가대항전에서 그딴 짓거리야?”

“국제 망신 아주 시원~하다!”

국내 어디를 가나 국가대항전에 패배한 대표팀에 관한 이야기들뿐이었고.

[본선 진출권이라는 철밥통! 드디어 깨지다?]

[불투명해진 본선 진출, 사실상 탈락?]

[점차 조명되는 특별전의 중요성! 송해설, 특별전에서 시드권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국가 성장 버프, 드디어 그 유지가 끊어지나?]

[이지매국은 우리가 아니라 한국이다, 현재 일본은 싱글벙글!]

[국가대항전의 역대급 추태! 한국의 내부 분열이 심할 줄 몰랐다? 해외 반응!]

지상파, 공중파 할 것 없이 온갖 뉴스와 포털사이트엔 예선전 패배에 대한 뉴스들이 들끓었다.

그리고.

“예, 알고 있습니다.”

“그 부분은 제 관할이 아닙니다. 플래티넘 국대들은 이미…….”

“저희 플래티넘 국대들의 전력도 부족하지…….”

“그건 전적으로 협회의 소관입니다.”

잇달아 연락을 받는 남자.

날카로운 인상에 걸맞은 목소리로 두 시간이 넘게 통화를 이어온 남자는.

“빌어먹을!”

기어이 마지막 통화를 끊고선 폰을 집어 던졌다.

빠각.

둔탁한 소리와 함께 애처롭겐 분해되는 폰.

하나 그것엔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쾅!

남자는 책상까지 내려치고 나서야 제 몸을 다스릴 수 있었다.

“X신 같은 놈들! 작년과 다르다고 그토록 언질을 줘도 지다니! 그것도 하위권인 태국에게!”

날카롭게 쏟아지는 노성.

그에.

저벅.

그의 곁에 있던 2미터의 거구.

최창욱은 책상에서 떨어진 [한국 각성자 협회장 김무열]이라는 명패를 주워, 묵묵히 책상 위로 되돌려 놓았다.

김무열은 신경질적으로 아레나산 담배를 꺼내 물었다.

“최창욱, 상황은?”

칙, 하고 불이 붙는 담배.

최창욱은 김무열이 그것을 두어 번 들이켤 때까지 기다렸다가 입을 열었다.

“좋지 않습니다. 예선전만 놓고 본다면 탈락은 확정이고, 당장 버프 연장권도 없는 터라 국가 버프는 대항전이 종료되는 즉시 제거될 겁니다.”

“하…….”

헛웃음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 허연 연기.

분노로 눈알을 한 바퀴 돌린 김무열은 거칠게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단 한 번도 끊이질 않았던 국가 버프가 이 김무열의 임기에서 끊어진다?”

갤럭시 아레나가 등장한 이후.

국가대항전의 본선 진출을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던 대한민국이다.

당연히 본선 진출국만 얻을 수 있는 국가 버프 역시 끊어진 적이 없었다.

한데 그 기록이 깨어진다?

그것도 1세대의 랭커이자 현 대한민국의 협회장인 자신의 대에서?

김무열의 눈매가 한결 날카로워졌다.

“다이아를 달았으면 공사 정도는 구분할 줄 알아야지, 어떻게 국제 대회에서 이딴 짓을!”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여론이 무척이나 좋지 않습니다.”

최창욱은 김무열의 눈치를 한번 보고는 말을 이었다.

“국제적으로 망신은 둘째 치고, 유수 길드라는 것들이 이렇게 대놓고 랭커를 따돌릴 수 있냐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흥! 보나 마나 예선전 참가 랭커를 제 놈들의 랭커로 집어넣지 못해서겠지.”

국가대항전의 예선전.

미국이나 중국 같은 본선 확정 진출인 시드권을 지닌 나라가 아니고서야.

모두가 예선전을 치러야 했고.

나름의 공평성을 위해 예선전 한정 참가 랭커는 1인으로 제안되어 있었다.

“그렇게 불만이었으면 제 놈들이 국대 선발전에서 1위를 했으면 되었을 것을.”

보편적으로 예선전 참여 랭커는 국대 선발전에서 1등으로 결정된다.

선발에서 1등을 했다는 건, 참가자들 중 가장 강력한 플레이어라는 뜻이니까.

“하지만.”

후욱.

스트레스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 담배 연기.

그것을 가만히 보던 김무열은 말했다.

“단순히 그 이유 하나로 저 X랄을 하진 않았겠지. 이미 김시혁이 국대선발전에 참가한 시점부터 1등은 정해진 거나 다름없었으니.”

“그럼 무엇 때문에…… 아.”

짐작 가는 바가 있는 것일까.

최창욱은 말을 끝맺지도 않고 저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성장 버프 길드 때문이군요.”

“그래.”

김무열 역시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제 놈들에겐 성장 버프 길드에 티오를 주지 않았다고 시위하는 거겠지. 국내 길드를 차별한다는 멍청한 언플이나 펼치면서 말이야.”

“하지만 신화 길드에서 1명 보내지 않았습니까? 성삼에서도 이유정이 도후에게 마스터 자리를 넘기고 가입했다 들었습니다만.”

“그러니 멍청하다는 거다. 그리고 놈들에게 팩트가 중요하던가?”

김무열은 담뱃재를 툭툭 털며 웃었다.

“특히나 1세대부터 유지되어 온 오랜 길드들은 더욱 그렇지. 그저 선점 효과로 버텨 온 거면서, 제 놈들의 능력이 없다는 생각은 결코 하지 않아.”

“하긴…….”

최창욱은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시간이 흐르면 시대는 변한다.

그리고 인간의 욕망과 향상심은 어지간해선 지금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고.

자연스레 이전 것들은 도태되어 갔다.

이는 인류의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괜히 1세대 플레이어들이 은퇴를 하는 것이 아니죠.”

날고 긴다는 플레이어들 역시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처음 갤럭시 아레나가 등장했던 시기.

흔히 야만의 시대라 불렸던 당시엔 제대로 된 아이템이나 공략법, 기술이나 마법도 정립되지 않은 시기였다.

아레나와 관련된 모든 것을, 소위 ‘맞아 가며 배워야’ 했었고.

그렇게 적립되고 시간이 흐른 지금.

야만의 시대를 살았던 1세대 플레이어들은 이제 그리 많지 않았다.

잔여 스탯 투자부터 출시되는 영약, 다양한 육성 시스템까지.

그간 적립되고 발전되어 온 아레나 정보 속에서 데뷔한 신생 플레이어들에게 밀리는 것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예외는 있기 마련.

시대의 흐름을 부정하고, 썩어 가도 버티는 이들이 있었고.

“결국 과거의 망령들이 발목을 붙잡는군요.”

현 사태를 일으킨 주범.

나름 이름을 날리는 길드의 대부분은 이런 1세대 망령들이 지도층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김무열은 충신의 말을 곱씹었다.

“과거의 망령이라…… 납득은 가지만 불쾌한 표현이군. 애당초 놈들에게 능력이 있었다면 도태되지도 않았을 일이거늘.”

당장 협회장인 그만 봐도 어지간한 현 세대 다이아들은 덤비지도 못한다.

이는 그의 충신인 골렘 최창욱도 마찬가지였고.

신화 길드의 철혈을 비롯해, 아직 활동 중인 1세대 플레이어들도 그랬다.

“같은 시대를 살았다 하여 모두가 그 머저리들과 같진 않다, 최창욱. 선을 명확히 긋도록.”

“그렇지요. 죄송합니다.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깊게 고개를 숙이는 최창욱.

그가 다시 고개를 들 때쯤.

“그래서, 이쪽을 향한 말은 없던가?”

김무열이 넌지시 물었다.

“있습니다. 협회는 대체 무얼 했냐는 말이 주류더군요.”

“그래, 없을 리 없겠지.”

본디 국대 선발전은 전적으로 각성자 협회에서 담당한다.

당연히 선수들 간의 불화나 팀워크에 대한 책임에서 협회 역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후…… 해결 방안은?”

김무열은 이미 답을 알고 있지만 정말 듣기 싫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며 물었고.

“이미 본팀은 탈락 확정인지라…… 특별전에서 시드권을 확보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최창욱은 제 주군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답을 내뱉었다.

“현 대표진으로 특별전의 승산은?”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대대적으로 플래티넘 이하의 플레이어들이 약세인 터라…….”

최창욱의 말이 흐려진다.

실제로 한국은 최상위 플레이어인 다이아 랭크 이상을 제외하곤.

일반적인 플레이어의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브실골은 말할 것도 없고, 플래티넘 역시 수문장이라 불리는 만년 플래티넘들 말고는 마찬가지였다.

괜히 소수 정예의 나라, 랭커 배출국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데이터로만 따지면 시드권 확보의 가망성이 없었습니다만…….”

지금까지는.

그리고 없‘었’다.

이 두 문구만으로 김무열은 직감했다.

“빌어먹을 머저리들. 이번 일만 끝나면 모조리 조져 버리겠어!”

가장 우려했고.

또 가장 하기 싫었던 방법 말곤 달리 선택권이 없다는 것을.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는 현재 대한민국 각성자의 협회장인 것을.

“놈에게 연락해라.”

관자놀이를 꾹꾹 누른 김무열은 최창욱을 향해 손을 내밀었고.

“나다.”

-호오?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는데요? 숙부께서 친히 연락을 다 하시고.

폰 너머에선 얄밉다 못해, 이를 악물게 만드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 *

끼릭.

덜그럭.

금속을 비롯한 각종 작업 소리가 들려온다.

하나.

“그러니까.”

이 바쁜 연구실의 중심부에서 통화를 하고 있는 남자.

“저보고 특별전에 참가를 해 달라 이거죠?”

시문에겐 그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렇다.

폰 너머의 차가운 목소리만 빼고.

-네놈에게도 나쁜 제안은 아닐 거다. 명예 따위야 관심도 없겠지만, 특별전의 보상은 나름 메리트가 있으니까.

듣기만 해도 베일 것 같던 그 날카로운 목소리가 무척이나 부드럽게 들린다.

흡사 날이 없는 검과 같은 느낌이랄까.

그 놀라운 변화에 시문은 씨익 웃으며 답했다.

“안타깝게도 저한텐 그다지 메리트가 없는데요.”

-뭐?

예상치도 못한 답이었는지.

김무열의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시문은 다시 한번 답을 들려주었다.

“말 그대롭니다. 특별전의 보상은 제게 별 메리트가 없어서요.”

사실이었다.

숙부인 김무열을 골탕 먹이고 싶어서가 아니다.

‘특별전의 보상이라고 해 봐야 SS급 장비 정도잖아.’

현실적으로 SS급 장비면 다이아들도 군침을 줄줄 흘릴 아이템이긴 했으나.

신화급 무구를 연성하는 시문에겐 아무런 메리트도 없었다.

차라리.

‘그럴 시간에 검은 제련소 특수 아레나를 진행하는 게 훨씬 나아.’

히든 퀘스트인 만큼 보상도 확실하고 말이다.

시문의 말이 진심임을 느낀 것일까.

-……원하는 게 뭐냐.

김무열은 한결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원하는 거라…… 딱히 숙부에게 원하는 건 없는데요?”

어깨를 으쓱하는 시문.

이미 DS를 섭취한 시점부터 숙부 김무열은 사안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뭐, 숙부야 당시의 녹취록만이 자신의 약점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말이다.

-쓸데없는 줄다리기는 집어치워라. 돈이 필요하지 않나? 지금 네 시기엔 한창 돈이 들어갈 때인데.

더군다나 마법계이지 않나?

그렇게 말해 오는 김무열에 시문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지금 자신에게 돈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저 날카로운 숙부조차 알지 못할 테지.

그것이 기분 나빴던 것일까?

-뭐가 우습지?

김무열의 목소리에 서서히 날이 곤두섰으나 그뿐.

“그냥 웃긴 일이 있어서요. 그리고 돈은 진짜 필요 없습니다, 숙부.”

시문은 신경도 쓰지 않고 답했다.

-쯧, 네놈과 길게 이야기 나누고 싶지 않다. 깔끔하게 원하는 금액을 말하도록.

“진심입니다. 저 진짜 필요한 거 없어요.”

-너!

점점 언성이 높아지는 김무열.

그러나 어쩌겠는가?

물질적인 것은 진실로 시문에게 큰 필요가 없는 것을.

‘데뷔전처럼 특별 랜덤 박스를 준다면 또 모르지만.’

그럼 파라켈수스의 시리즈를 또 받아 볼 테니 말이다.

대화가 평행선을 달리자.

-……네놈이 정녕! 나더러 네놈의 발이라도 핥으라는 것이냐!

결국 김무열은 이성을 잃었다.

그때.

-바, 발을 핥아?

시문의 귓가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냉철하고 고고한 사내가…… 자기보다 어리고 죽도록 싫어하는 조카의 발을 억지로 핥는다? 몸과 마음이 모두 치욕에 물들어 버리는 미중년이라니…… 어맛! 상상만 해도 짜릿행!!

“…….”

따악!

무표정하게 가슴 정중앙에 딱밤을 날려 버리는 시문.

-아악! 존잘 중지로 가 버렷!

동시에 멀지 않은 곳에서 작업 중이던 플라스크 속 현자의 돌이 부르르 몸을 떤다.

그 참담한 광경에 시문은 떨리는 손을 힘겹게 눈두덩에 올렸다.

‘대체 어떤 놈이 공허의 속삭임이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고 한 거야?’

정작 진짜 미치게 만드는 속삭임은 따로 있는데.

진짜 악귀를 만나 보지 못한 자가 만들어 낸 말이 분명했다.

시문은 아득해지는 정신 줄을 간신히 부여잡고 말을 이었다.

“보상은 됐고, 다음에 따로 맡길 일이 있으니 그때 이야기하죠.”

-헛소리! 네놈의 부탁을 한번 들어줬다 하여, 내가 네 부하로 보이느냐?

“숙부, 저 지금 숙부랑 말씨름할 시간 없어요.”

이 역시 진심이었다.

공허보다 더 무시무시한 녀석이 이 이상의 망상을 즐기게 놔둘 순 없었으니까.

“녹취록, 잊지 않으셨죠?”

-……그건 대륙성의 비밀 연구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을 텐데!

“그렇게 따지면 제 요구는 무척이나 정당하지 않습니까? 숙부의 부탁인 특별전의 참가 대가로 일 하나 맡기겠다는데.”

-…….

아무 말이 없는 김무열.

그 역시도 알고 있는 것이다.

그저 시문에게 빚을 두고 싶지 않을 뿐.

시문이 내민 제안은 분명 정상적이라는 것을 말이다.

-혹여나 말도 안 되는 요구라면.

“그런 일은 없습니다. 설령 제가 그런 일을 요구하더라도 숙부는 거절하지 못하고요.”

-건방짐이 아주! 후…… 알겠다. 네 조건대로 하지. 하지만 특별전에서 패배하는 경우엔 각오하도록.

“하나도 안 무섭습니다, 숙부. 끊어요.”

뚝 통화를 끊는 시문.

-헤으으응…….

그는 고통인지 쾌락인지 모를 감각에 부르르 떠는 현자의 돌 너머.

“빠…… 아빠…….”

‘우리 시연이. 나한텐 너뿐이구나.’

연구실 한쪽 침대에서 코, 자고 있는 시연이로 멘탈을 케어하곤 연구실을 나섰다.

‘유정이의 말을 듣고 어떻게 움직일까 했는데, 잘됐어.’

최창욱과 이야기를 끝낸 이후, 이유정과 만났던 시문.

그녀는 의문이었던 철원의 아레나 시설에 대한 해답을 내주었다.

‘오라버니, 사실 철원에 아레나 관련 시설이 하나 있긴 해요.’

처음 그녀에게 그 사실을 들었을 땐 무척이나 놀랐지만.

후에 이어지는 말에 납득했다.

‘저희 성삼 바이오쪽의 시설이 하나 있거든요.’

성삼 바이오.

도후 이영희가 만들었던 아레나 관련 의료물품을 생산하는 곳.

‘비서장님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진, 미등록 시설인지 전혀 몰랐어요. 할아버지께 듣기론 단순 재료 관련 시설이라고만 들어서…….’

물론 시문은 이유정에게 감사를 제외한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성삼쯤 되는 기업이면 비밀리에 있을 법한 시설이었고.

그룹의 치부임을 알면서도 자신에게 알려 주는 동생의 용기를 짓밟고 싶진 않았으니까.

결정적으로.

“이순철 회장이라…….”

철원에 비밀리에 지어진 성삼 바이오 시설은 다름 아닌 현 성삼의 주인.

이순철 회장의 감독 아래 만들어진 시설이라고 했으니까.

‘설마하니 종리추와 선을 대고 있을 줄이야. 뭐, 그리 놀랍지는 않지만.’

애당초 예전부터 숙부 김무열과 가깝던 인물이다.

더군다나 그의 사업 전략들을 살펴보면, 종리추와 접점이 없다는 게 더 이상할 터였다.

‘일단 철원 쪽은 차차 알아보는 걸로 하고.’

어느새 연구실에서 거실까지 걸어 나온 시문은.

“…….”

화창한 대낮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술병 더미를 바라봤다.

하나같이 일반인은 한 잔에 골로 가 버릴 정도로 독한 아레나산 술이 즐비했고.

그 술병들 너머론.

“개자식들…….”

술에 잔뜩 취한 청량한 미남과.

“야, 인마, 개자식이 뭐냐? X발 새끼라든지, 개X같은 새끼들이라든지, 욕 좋은 거 많잖아! 시원시원하게 골라 박아! 이 누나가 허락한다!”

“그래그래! 우리 말숙이가 욕 잘하네. 야, 김시혁. 시원하게 해!”

함께 잔을 기울이는 두 미녀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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