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2화
122화. 얻은 것들 (3)
[플래티넘 데뷔전의 우승자 김시문, 세계가 주목하다]
[별의 세대 이후 최고의 유망주]
[아메리칸드림, 대륙성 등 세계 거대 길드들의 러브콜……]
폰 화면을 가득 채우는 뉴스들.
2미터에 달하는 강직한 사내는 슬쩍 미간을 찌푸리며 화면을 바꿨고.
[국가대항전! 드디어 그 서막을 알리다!]
[검성 김시혁을 포함한 국내 유명 플레이어 다수 참여]
[확신하는 대중들, ‘우리나라의 본선 진출은 여전히 국밥’]
[검성 김시혁 충격 발언! ‘올해부턴 본선 진출도 어려울 수 있어’ 아레나 커뮤니티 논란!!]
[국아의 송재경 해설, 검성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 특별전에서 시드권 확보해야]
[재차 주목되는 특별전의 중요성, 하지만 한국의 플래티넘 국대는 아시아 최약체?!]
또다시 우수수 올라가는 뉴스들에 석상처럼 미동도 없던 얼굴을 찌푸렸다.
‘쯧. 죄다 김시문이 아니면 국가대항전에 대한 뉴스들뿐이군.’
위치가 위치인지라 아레나 관련 뉴스는 꼼꼼히 체크하는 편이지만.
지난 3일간 매번 같은 기삿거리를 맞이하면 아무리 골렘이라 불리는 사내.
최창욱이라도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물며 그것이 곧 만나야 하는 인물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하아…… 갑갑하군.”
최창욱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던 넥타이를 조금 느슨하게 풀어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뭐 하나를 박살 낼 것 같았으니까.
그런 속내가 훤히 보인 것인지.
“많이 갑갑하신가 봐요? 이상하다, 이제 봄이라 그런지 날씨는 딱 좋던데.”
응접실의 문이 열리며 뚜렷한 이목구비의 미남자가 들어왔다.
그에 최창욱의 얼굴은 한층 더 굳어진다.
“오셨습니까, 시문 님.”
김시문.
고작 한두 달 사이에 국내를 비롯해 해외, 그리고 협회장 김무열까지 뒤흔든 존재.
딱딱한 어조로 반갑지 않은 낯을 숨김없이 내비치는 최창욱임에도.
“시문 님이라? 살다 보니 비서장님께 존칭도 받아 보네요.”
시문의 입가가 빙긋 올라갈 뿐이었다.
“언제는 이름조차 불러 주지 않더니. 이거 정말 영광이네요.”
어찌 보면 비아냥으로 들릴 수도 있는 말.
“…….”
그런 시문의 태도에도 최창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골렘처럼 묵직하게 침묵만을 지킬 뿐.
퍽이나 그다운 모습에 시문은 어깨를 으쓱했다.
“뭐, 듣기 좋아서 한 소리예요.”
괜한 도발에 당해 주지 않겠다는 명확한 태도였기에.
시문은 추가적인 도발 없이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이어.
달칵.
응접실의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반사적으로 그곳을 본 최창욱의 눈매가 슬쩍 굳었다.
“오라버니, 간단하게 차라도 내올게요.”
자연스럽게 다가와 묻는 청아한 미녀.
이유정의 물음에 시문은 손사래를 쳤다.
“유정이 네가 뭐 하러. 내가 하면 돼.”
“아니요.”
일어나려는 시문.
섬섬옥수가 그의 어깨를 부드럽게 누른다.
이유정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협회에서 손님이 오셨는데, 이 정도 대접은 해야죠.”
누가 봐도 친절하고 상냥한 미소.
그를 바라보던 최창욱의 포커페이스는 처음으로 깨졌다.
“참 귀한 대접이군요. 설마 당신께서 주시는 차를 다 마시게 될 줄은 진정 몰랐습니다.”
다소 놀라움이 섞인 얼굴.
하나 그 눈빛과 말투엔 묘한 가시가 도사리고 있었고.
“후후, 그렇죠?”
그걸 놓치지 않은 이유정은 되레 더 진한 미소를 담아 답했다.
“무려 ‘그 협회장’의 비서장이시잖아요? 제대로 대접해 드려야 저도 마음이 놓여서요.”
마음이 놓인다라…….
최창욱은 이유정의 말을 작게 곱씹었다.
앞서 미세하게 힘을 준 ‘그 협회장’이란 단어 역시도.
그것이.
‘오랜만이군. 이렇게 대놓고 목숨을 위협당하는 건.’
이유정이 보내는 협박임을 모를 리 없는 최창욱은 절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는 연이어 ‘내가 할 테니 유정이 넌 그냥 앉아 있으라’며 사양하는 시문을 향했다.
친동생 같은 존재라서 그럴까?
자신이 모시는 사내.
김무열에게도 인정받는 시문이 이런 협박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것도 우스웠고.
“유정아, 여기 기계나 티백도 없단 말이야. 전부 네가 직접 끓어야 하는…….”
“괜찮아요, 오라버니. 저 다도 배웠잖아요. 앉아 계세요.”
분명 섬섬옥수가 떠오르는 손이건만.
그런 손 하나에 어깨를 잡혀, 꼼짝도 못 하는 모습도 우스웠다.
단 3달 만에 대한민국과 세계를 달군 유망주가 가녀린 손 하나 뿌리치지 못하다니?
하지만.
‘역시 철벽의 성녀. 괴력은 여전한가 보군.’
저 가녀린 손아귀를 경험한 적이 있는 최창욱은 슬쩍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럼 차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요. 오라버니는요?”
“어…… 그, 그럼 난…… 커피! 그래! 커피로 부탁해!”
얼른 한쪽에 마련된 다기를 훑고 답하는 시문.
“네. 얼른 준비해 드릴게요.”
“아, 아니야! 최대한 천천히 해도…….”
시문은 곧바로 다기로 향하는 이유정에 잠시 머뭇거리더니.
곧 한숨을 푹 쉬곤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최창욱을 바라봤다.
“그래, 바쁘신 비서장께서 이렇게 찾아오신 이유가 뭘까요.”
“협회장님과 하신 약속 때문에 찾아왔습니다.”
“그렇군요.”
협회장과의 약속.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아는 시문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숙부가 종리추의 연구 관련 정보를 얻었나 보군.’
지난 대륙성의 암살 건에서 얻었던 녹취록.
그걸 빌미로 협회장인 숙부 김무열에게 민간인을 괴물로 변이시키는 대륙성의 실험에 관한 조사를 요구했었다.
“그게…….”
말을 이으려던 최창욱이 주춤한다.
최창욱의 시선이 자신의 어깨 너머, 한창 다기를 만지고 있는 이유정을 향하는 것을 보고.
“아아, 괜찮아요. 그냥 보고하세요.”
시문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최창욱의 눈매가 눈에 띄게 굳었다.
“두 분의 관계는 잘 알고 있지만,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전 괜찮죠.”
그쪽은 문제일지 몰라도.
실제로 말하지 않았으나, 그렇게 들려오는 뒷말에 입을 다무는 최창욱.
이내.
“후. 좋습니다.”
깊은 한숨을 내쉰 그는 더 이상의 줄다리기는 하지 않겠다는 듯.
“최근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종리추 측의 아레나 시설이 국내에 있다고 합니다.”
평소의 단단했던 가면은 벗어던지고, 한결 누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국내에요?”
“예.”
“정보의 출처는요?”
“저희 측이 아닌 대륙성의 정보입니다.”
“대륙성?”
협회장 김무열과 같은 반응을 보이는 시문.
“설마 온건파 쪽 정보인가요?”
그를 보며 가만 고개를 끄덕이던 최창욱은 말을 이었다.
“예. 협회장님께선 오래전부터 대륙성의 길드 마스터 측과도 나름 선을 대고 계셨으니까요.”
대륙성의 두 파벌인 온건파와 급진파.
최근 급진파의 수장인 종리추와 가까이 지낸 것일 뿐.
과거엔 온건파의 수장인 대륙성의 길마와도 나름 친분이 있던 김무열이었다.
당연했다.
애당초 숙부 김무열은 한국의 협회장.
외교적인 측면만 봐도 파벌 나눌 것 없이 두루두루 친분을 트고 있어야 했으니까.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시문은 고개를 끄덕였다.
“숙부답네요.”
적이지만 이런 분야에선 역시 철저하다.
시문의 눈빛이 조금 깊어졌다.
‘난 아직 서위룡에게서 들은 정보가 없는데 말이지.’
그 이유를 유추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마 지금의 서위룡으로선 알 수 없는 정보겠지.’
서위룡과 온건파를 밀어 주겠다는 약속은 했지만, 불과 며칠 전이다.
서위룡이 시문이라는 거대 스폰의 연결 고리라는 것을 온건파에 인식시키려면.
위안화가 된 지원금이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등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터.
그전까지는 아무래도 과거부터 온건파의 지도자들과 선을 대어 온 협회장이 정보를 더 잘 물어 올 수밖에 없었다.
‘뭐, 아쉬울 건 없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내게 정보가 들어오게 되니까.’
어차피 숙부 김무열에게도 종리추의 실험 관련 정보를 요구해 둔 상황 아니던가?
그러니 이렇게 숙부의 심복인 최창욱이 정보를 물어 왔지.
생각을 정리한 시문은 물었다.
“그래서, 위치가 어디라던가요?”
“강원도 철원이라고 합니다.”
“철원?”
말이 끝나자마자.
달그락.
뒤편의 다기 소리가 한결 크게 들려온다.
시문은 조금 불안한 눈으로 뒤편을 힐끔하곤 물었다.
“강원도 철원엔 어떤 아레나 관련 시설도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맞습니다. 혹시나 몰라 저희 쪽에서도 따로 찾아봤지만, 역시 등록된 시설은 없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강원도 철원 전체를 뒤져 봐야 한다는 건데.
시문은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미등록 시설이라면 당연히 꼭꼭 숨겨 뒀을 텐데. 그걸 다 뒤지는 건 미친 짓이야.’
한국이 땅덩어리가 큰 나라는 아니라지만.
한 지역을 전부 뒤지기란 쉽지 않았다.
하물며 작정하고 은폐를 했다면야.
‘어? 그러고 보니.’
생각에 빠진 시문의 눈이 슬쩍 커졌다.
‘강원도 철원은 전생에서도 유독 아웃브레이크가 없지 않았나?’
정규 아레나가 시작된 이후의 대한민국.
무수한 아레나의 실패로 수많은 아웃브레이크가 일어나, 모든 아웃브레이크를 다 기억하진 못했지만.
강원도 철원은 유독 아웃브레이크가 없기로 유명했었다.
덕분에 서울, 인천과 더불어 멸망 전까지 생존자들이 주로 지냈던 지역이기도 했다.
‘그럼 뭔가가 있기는 하다는 건데…….’
딱히 감이 잡히는 것은 없었다.
전생에서도 철원은 가 본 기억이 없었으니까.
‘이럴 땐 개인보다 세력이 조사하기 나은데 말이지.’
고로 눈앞의 최창욱에게 협회 차원에서 알아보라고 말 못 할 것도 없으나.
‘협회에서 움직인다고 마냥 알아내리란 보장이 없어.’
조사 자체야 성심성의껏 할 것이다.
좋든 싫든.
숙부 김무열은 자신의 요구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으니까.
정 거부하면, 가서 사안으로 명령을 내려 버리면 그뿐이고 말이다.
하지만 협회가 조사에 착수한다고 시설의 위치를 알아내리란 보장은 없었다.
오히려 협회 측의 움직임을 포착해, 시설을 파괴하고 달아나 버릴 가능성도 적지 않지.
‘그렇다고 그냥 둘 수는 없고, 이걸 어쩐다?’
시문의 고민이 한결 깊어지던 그때.
“차 가져왔어요.”
청아한 목소리와 함께 이유정이 다가왔다.
“비서장님은 차, 오라버닌 커피. 맞죠?”
“감사합니다.”
차와 커피를 내려놓는 이유정.
그에 잠시 흔들리는 눈으로 커피를 내려다보던 시문은 애써 입꼬리를 끌어 올려 이유정을 바라봤다.
“……고, 고마워.”
“별말씀을요. 아! 그리고.”
싱긋 웃던 이유정이 한쪽 눈썹을 까딱이며 눈짓했다.
“오라버니와 이야기할 게 있어서요. 이야기가 끝나면 잠시 시간 좀 내주세요.”
“응?”
잠시 의문을 표하던 시문은.
‘저건 어릴 때 쓰던 비밀 신혼데…… 잠깐. 설마?’
그것이 최창욱과 나눴던 대화와 관련이 있음을 깨닫곤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끝나면 바로 찾아갈게.”
“예. 그럼 볼일이 있어서 전 먼저 가 볼게요.”
시문과 최창욱에게 가볍게 눈짓하고 자리를 떠나는 이유정.
응접실을 나선 그녀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자.
“시문 님, 어쩌시겠습니까.”
최창욱은 목적어 없이 조용히 물어 왔다.
하나 최창욱이 묻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아는 시문은.
“음, 글쎄요…….”
잠시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더니 답했다.
“일단 제가 따로 말씀드리기 전까진 두고 보도록 하죠. 섣불리 움직이면 오히려 놓칠 수 있으니.”
대한민국 협회장의 비서장을 제 부하처럼 대하는 시문.
“알겠습니다. 그럼 따로 언질을 주실 때까지 조사는 보류하겠습니다.”
하지만 최창욱은 아무런 내색도 없이 고개를 끄덕일 따름이었다.
이어 찻잔에 굵직한 손가락을 거는 최창욱.
“잠시!”
그에 시문이 황급히 손을 들었으나 거기까지.
호로록.
최창욱은 의아한 눈으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들이켠 상태였고.
“……!?!”
혀를 강타하는 대미지를 느끼고 나서야, 갑작스런 시문의 행동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푸, 푸확!”
그 대가는 잔혹했다.
“커허헉! 헉!”
인간 골렘, 혹은 공성병기.
1세대 플레이어 중에서도 아직도 현역으로 날리는 최창욱이 고작 차 한 잔에 간헐적인 신음을 토한다.
한 번이라도 그와 함께 아레나를 뛰어 본 이들이라면 경악을 금치 못할 광경.
“괘, 괜찮아요?!”
시문은 제대로 몸도 가누지 못하는 최창욱을 향해 황급히 다가갔다.
최창욱이 숙부의 심복임을 따져 보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정 못 버티겠으면 억지로 토해 내세요!”
“괜찮…… 습니다.”
‘이유정의 차’라는 공통점은 대립 관계마저 쉽게 허물었다.
시문은 테이블을 팔로 연성해서 한편에 있는 물통을 건네주었고.
그것을 벌컥벌컥 들이켠 최창욱은 한동안 숨을 고르고 나서야 본래의 페이스를 되찾았다.
“바, 방금 그건…….”
말까지 더듬는 최창욱.
골렘 같던 그의 얼굴은 고통과 경악, 그리고 조금의 경외로 무너져 있었다.
“시문 님, 혹시 독극물을 이용해 절 암살하시려는.”
“아뇨! 절대 암살 시도가 아닙니다!”
말까지 끊어 가며 한사코 부정하는 시문.
“만약 하려 했으면 제가 직접 하지, 결코 동생의 손을 빌리진 않아요.”
“그야…… 그렇습니다만.”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었기에 최창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불신이 가득했고, 시문은 무척이나 진중한 얼굴로 말했다.
“저건 그냥 차입니다. 아마 엘븐티나 그에 준하는 등급의 아레나산 차일 겁니다.”
“그 말씀은, 그냥 찻잎만으로 ‘저걸’ 만들었다는 겁니까?”
“예, 안타깝게도 유정이는 차를 정말 못…….”
말끝을 흐리는 시문.
차마 동생을 헐뜯을 수 없었던 그는.
“그냥 순수 실력으로 우려낸 거예요.”
최대한 순화해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렇군요…… 순수 실력이라…….”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던 최창욱의 눈이 테이블을 향한다.
그곳엔 약간의 김이 올라오는 커피가 보였다.
“……그러고 보니 시문 님께선 한 모금도 안 드셨군요.”
“예? 아!”
질책과 야속함이 가득한 최창욱의 눈빛.
그에 시문은 슬쩍 시선을 돌렸다.
“그나마 커피가 나은 편이긴 한데, 저것도…….”
굳이 권하지는 않는다.
라고 생략된 뒷말을 귀신같이 알아들은 최창욱은.
‘이유정이 손수 제작한 건 무조건 피해야겠군.’
라는 경고를 뼛속 깊이 새겼다.
* * *
-아아! 무너집니다! 뒤쪽 라인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어요!
-큰일입니다! 힐러진이 전멸했어요!
-검성! 검성은 어디 있나요?!
-경기 내내 합격진과 집중포화를 맞았죠! 애당초 가장 강력한 전력인 검성을 저런 식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채널 ‘국가대표 아레나’.
통칭 국아는 메인 MC 최강엽과 해설 송재경의 한탄으로 도배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이 중계하고 있는 것은 국가대항전의 예선전.
든든한 최상위 플레이어들로 본선 진출은 늘 확정이었던 한국의 대표팀이.
-아…… 이렇게 끝납니다!
-태국팀이 준비해 온 전략이 아주 유효했어요. 매 경기마다 같은 전략에 유린당했습니다!
예선전 탈락 위기에 직면했으니까.
경기에서 나온 대표팀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좋지 않았다.
정확히는 한 사람의 분위기가 대표팀 전체를 짓누르고 있다고 봐야겠지.
“저…… 기, 김시혁 선수? 잠깐 인터뷰가 가능하실…….”
랭커의 기세.
그것도 분노가 가득한 기세를 뚫고, 기자 하나가 힘겹게 다가간다.
평소의 청량한 미소는 어디로 갔는지.
한껏 굳은 김시혁은 그런 기자를 힐끔했다.
“말했잖아요, 본선 진출 어려울 수도 있다고.”
이어 대표팀 전원을 한번 노려봐 주곤 그대로 몸을 돌렸고.
채널 국아로 이 모든 생중계를 보던 대한민국은 발칵 뒤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