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8화
118화. 천족과 마족 (3)
크르르르!
캬아악!
짐승의 울음소리.
살의와 흉포함에 절인 울음소리가 쉬지 않고 잿빛의 세상을 채운다.
당연했다.
지금 한 미남자의 뒤로 열린 차원의 균열.
일명 마계로 향하는 통로에선 수십에 달하는 마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으니까.
“마, 마수들이!”
“저 사특한!”
“저 인간이다! 저 인간이 자신의 동족을 제물로 바쳤다!”
다가오던 천족들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진다.
안 그래도 태생부터 마족과는 상극인 천족이다.
마계의 생물인 마수들 역시 천족들에겐 더없는 증오의 대상이었고.
그것을 떼거리로 한 인간이 불러내지 않았는가?
천족들은 특유의 기운인 성력을 더없이 찬란하게 뿜어내며.
“타락자를 처단하라!”
“반드시 벌하겠다!”
시문을 향해 쇄도했다.
하나.
“비열한 천족 놈들이 어딜!”
“위선의 악취가 진동을 하는구나!”
시문의 곁으론 이미 수십의 마족들이 결집해 있었고.
“싸워라! 고귀하신 분을 위해 저 위선자들의 피를 바쳐라!”
4미터에 달하는 근육질의 거구.
상급 마족 마르테가 시문의 앞을 가로막았다.
물론 살기등등한 기세와 달리.
-제물 소환까지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상급 마족이 도왔다잖아. 그것보다, 천족이 더 문제 아냐?
-ㄹㅇ. 제물 의식을 천족들 앞에서 대놓고 한 시점에서 끝장나긴 했지.
-마족 숫자가 딸리는데, 이 형 싸움 ㄱㄴ함?
마족들의 숫자 자체는 눈에 보일 정도로 천족들보다 적었다.
당연했다.
-자기 손으로 다 때려잡았는데 뭐 어쩜 ㅋㅋ
-지 업보죠? 데뷔전 조져 버렸죠?
-나대다가 이제 죽을 일만 남았지 ㅋㅋ 암!
본디 천족과 마족의 전투가 혼돈계의 테마인 만큼.
천족과 마족은 반드시 ‘동일한 숫자와 급’으로 소환되기 마련이지만.
시문이 레메게톤을 연성해 마안을 얻은 후.
마족들의 수를 시문이 줄여 버리지 않았는가?
물론.
-ㅂㅅ들인가. 그래서 제물 의식 했잖아!
-ㅇㅇ. 소환한 마수들이 거의 100마린데.
-놔두셈. 열등감 덩어리 새끼들. 어떻게든 물어뜯을 생각밖에 안 해서 그럼.
-222. 혼자서 이만한 성적 거두는데 까고 있냐.
-염소 누님, 에프킬라 한번 시원하게 분사해 주십쇼!
애당초 이것을 염두에 두고.
파우스트를 비롯한 유럽 플레이어들을 제물로 바쳐 마수를 소환한 시문이었다.
‘원래라면 마족을 소환해서 내가 죽인 만큼 채우는 게 베스트긴 하지만.’
다이아급에게도 통하는 자신의 공격력은 차치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죽여 버린 마족의 수만큼 다시 소환하는 게 최고의 선택지긴 했다.
하지만.
‘아무리 레메게톤이 있다 해도, 마족 소환은 불가능하단 말이지.’
시문의 본질은 흑마법사가 아닌 연금술사.
마족 소환은 레메게톤이 있어도 해낼 수 없었다.
물론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처럼 상급 마족을 이용하면 되기는 해.’
방금의 마수 소환처럼.
상급 마족 마르테가 대신 소환 의식을 치르고.
시문이 그 대가만 충당해 준다면 마족 역시 소환이 가능했다.
다만 그럴 경우.
‘귀한 업적 포인트를 마기에 털어야 하지만.’
업적 포인트를 마기 연성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해서 살아남은 유럽 플레이어들을 제물로 삼아, 대가가 큰 마족 대신 대가가 적은 마수를 소환한 것이다.
‘마족보다야 좀 딸리긴 해도, 마수 역시 숫자가 쌓이면 무시 못 하지.’
기본적으로 마족보다 격이 떨어지는 것이 마수이긴 해도.
일종의 가성비랄까.
비어 버린 몇몇 마족의 자리 채우기용으론 딱이었다.
더불어.
‘부족한 딜은 내가 채우면 되니까.’
이쪽은 순수 마족, 마수만으로 전투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따악.
즉시 튕겨지는 시문의 손가락.
그에.
스릉.
후끈한 열기와 함께 검붉은 검이 시문의 손아귀에 쥐어졌다.
“타올라라.”
레바테인을 쥔 시문은 즉시 그것을 시동했고.
시동된 레바테인을 전방을 향해 힘껏 휘두르며.
“레바테인.”
화라라라락!
전투의 서막을 알렸다.
* * *
어둑한 잿빛 하늘.
생기 하나 없는 그곳을 시뻘건 불길이 한껏 달아올려 버리니.
과연 이만한 절경이 또 있을까?
호전적인 마족으로선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광경이었고.
“꺄아악!”
“뜨, 뜨거워!”
그들과 반대인 천족으로선 더없이 지옥 같은 광경이었다.
“보호막을 펼쳐라! 열기부터 차단해!”
천족의 선두에 서 있던 은발의 남성이 다급히 소리친다.
그러자 은발의 남성을 필두로 은은한 빛의 막이 천족들을 휘감았다.
안타깝게도.
“부, 불길이 안 꺼져!”
“살려 주십쇼! 데르엘 님!”
가장 선두를 달리다, 화염을 맞이한 천족 넷은 비명만 질렀다.
레바테인의 지독한 화염이 그들에게 보호막을 펼칠 여유도 주지 않는 것이다.
하나 데르엘이라 불린 은발의 천족은 입술만 질끈 깨물 뿐.
4명의 천족이 화염에 집어삼켜지는 걸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어쩔 수 없었다.
‘내 힘으론 저 화염을 꺼뜨릴 수 없어.’
흡사 지옥에서 직접 공수해 온 불꽃처럼.
저 시뻘건 불길은 상급 천족인 데르엘로서도 꺼뜨릴 수 없을 만큼 지독했다.
점차 움직임이 사그라드는 4명의 천족.
그들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데르엘의 눈이 분노로 얼룩진다.
‘대체 저 검이 무엇이길래!’
데르엘은 분노를 담은 시선 그대로 이 사태의 주범.
화륵.
타오르는 검을 든 인간을 노려봤다.
“감히! 미천한 종족 따위가 빛의 자손을!”
데르엘의 손을 따라 생성되는 은색의 빛.
그것은 순식간에 기다란 검의 형태를 띠었다.
“그 혼마저 벌해 주마!”
노성과 함께 앞으로 쏘아지는 데르엘.
하나.
“웬일로 그 추악한 본색을 즉각 드러내는구나!”
바위가 말하는 듯한 굵직한 목소리가 데르엘의 발목을 붙잡는다.
시문을 향해 쏘아지던 데르엘은 즉시 아래로 방향을 꺾었다.
까아앙!
강렬한 이명.
빛으로 조형된 검과 시커먼 주먹이 맞붙었다곤 믿기 힘든 소리가 귀청을 두드렸다.
데르엘은 제 반신만 한 주먹을 통째로 베어 버리려는 듯.
그그극.
은빛의 검에 더욱 힘을 주며 아래로 그어 내렸다.
“마르테! 이 더러운 마계의 종자가!”
데르엘의 노성에 힘입어 더욱 환히 발하는 은빛 검.
하지만 상급 천족인 데르엘과 마찬가지로 마르테 역시 상급 마족이었기에.
“크핫! 데르엘, 어지간히도 독이 올랐나 보구나. 하긴…….”
그 역시 주먹에 마기를 더하며, 비릿한 미소로 데르엘을 긁어 댈 뿐이었다.
“제 동족이 죽어 가는 걸 보고만 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 쯧, 나 같으면 치욕에 혀를 물었을 것이다.”
“마르테! 네놈이 정녕!”
제대로 긁은 것일까.
데르엘의 은색 눈동자에 성력이 은은하게 서리기 시작했다.
전신의 성력을 극도로 끌어올린 것이다.
그에 마르테 역시 살벌한 눈매에서 시커먼 마기를 흘리려던 순간.
“헛!”
마르테는 재빨리 몸을 비틀며, 은빛 검과 힘을 겨루던 주먹을 물렸다.
“멍청한 노…….”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데르엘이 더욱 검을 쑤셔 넣으려던 찰나.
“이, 이런!”
성스러운 은빛 눈동자에 당혹감이 서린다.
오른편에서 범상치 않은 열기가 느껴진 것이다.
데르엘 즉시 내려치던 은빛 검을 오른편으로 휘둘렀다.
서걱.
무언가가 베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하나 그가 베어 낸 것은 상급 천족인 그로서도 어쩔 수 없었던 그것.
화르르.
레바테인의 화염이었고.
“제기랄!”
도리어 반으로 베어 낸 탓에.
레바테인의 화염을 양쪽에서 맞이하게 된 데르엘은 전신을 긁어 대는 고열에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그 지독한 화염이 사방에서 그를 집어삼키려던 순간.
허공을 박찬 그는 왼쪽 팔에 한껏 은빛 성력을 두른 채.
파앙.
한쪽의 화염을 뚫고 나갔다.
치이이.
강대한 천족 육신.
그것도 상급 천족의 육신과 그의 성력이 레바테인의 화염과 대척을 이룬다.
하지만 그것은 불과 몇 초의 짧은 시간일 뿐.
화르르.
“끄아아악!”
결국 그의 왼쪽 팔을 집어삼킨 지독한 화염에 데르엘은 비명을 내질렀다.
“크하핫! 독하디독한 네놈이 그토록 비명을 지르다니. 참으로 귀한 광경이구나!”
그리도 즐거운 것인지.
쩌렁쩌렁하게 대소를 터뜨리는 마르테.
이내.
서걱.
자신의 왼팔을 스스로 절단해 버리는 데르엘.
레바테인의 화염, 혹은 절단으로 인한 고통 때문일까?
아니면 고작 인간 따위에 제 팔을 잘라 낸 이 상황 때문일까?
“감히…… 감히!”
데르엘의 새하얀 얼굴은 뻘건 분노로 물들기 시작했고.
그의 등으론 천사들에게만 허락된다는 상징.
날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물론 진짜가 아닌, 성력으로 이루어진 날개이긴 했지만.
그런 데르엘의 변화에 무심한 시선을 던지던 시문은.
“마르테.”
“예, 고귀하신 분이시여.”
마찬가지로 마기의 날개를 형성 중인 마르테를 향해 날아갔다.
시문의 발목엔 황금색의 날개 한 쌍이 자리했고.
“우와! 옴~청 큰 아찌다!”
품에는 사랑스러운 여아가 안겨 있었다.
“이 정도면 천족들은 알아서 처리가 가능하겠지?”
“물론입니다!”
시문의 무심한 물음에 마르테는 격렬히 그 두꺼운 목을 끄덕였다.
“저 빌어먹을 데르엘 놈은 어차피 제게 상대도 안 되는 놈입니다. 한데 친히 팔 한 짝까지 날려 주시니, 지고 싶어도 못 지지요.”
허연 이를 드러내며 웃는 마르테.
고개를 끄덕인 시문은 입자가 되어 사라지는 레바테인의 잔재를 뒤로하고 몸을 돌렸다.
“그럼 천족은 알아서 처리하고, 남은 인간들도 처리해. 난 아래에서 찾아야 할 게 좀 있거든.”
“아래? 헙! 서, 설마 그분의!”
찾아야 한다는 것이 뭔지 알고 있는 것일까.
“물론입니다! 부디 그분의 유산을 거두시길!”
마르테는 눈을 부릅뜨며, 각진 자세로 고개를 숙였다.
“아! 혹시 최진수라는 사람이 살아 있다면, 가장 마지막에 처리하도록.”
“명심하겠습니다.”
충직한 마르테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준 시문이 저 아래, 차원의 소용돌이로 향하자.
“간악한 타락자야! 어딜 도망가느냐!”
성을 토하며 데르엘이 날아들었으나 그뿐.
까앙.
“큭!”
“네놈의 상대는 나다, 데르엘. 오늘에야말로 그 비리비리한 육신을 박살 내 주마.”
곧장 들이닥치는 마르테의 주먹에 비틀거리며 물러나는 데르엘.
심지어 팔 하나까지 잃어버린 터라.
그로선 이를 갈면서도 멀어지는 시문을 노려보는 수밖에 없었다.
* * *
쿠르르르.
거대한 굉음이 쉬지 않고 흘러나오는 차원의 소용돌이.
그 일대의 작은 잿빛 대지에 안착한 시문은 손가락을 튕겨.
드드득.
이글루와 같은 둥근 벙커를 만들었다.
그러곤 품에 안았던 아이.
“시연아.”
“웅!”
시연이를 조심히 그 앞에 내려 주었다.
“아빠는 잠시 볼일 좀 보고 와야 하니까, 여기에 얌전히 있어야 한다?”
“아빠, 오디 가?”
그에 뒤편의 차원의 소용돌이를 힐끔하는 시문.
쿠르르릉!
워낙 굉음이 끊이질 않는 터라, 이미 시연이도 알고 있겠지만.
“꼭 가 봐야 하는 곳이 있어. 중요한 일이거든.”
굳이 아이에게 거론하고 싶지 않은 환경인지라.
시문은 대충 둘러대었다.
“중요한 일…….”
“그래. 그래도 던전은 아닌 모양이니 금방 나올 거야. 그때까지 착하게 기다려야 한다?”
시문이 부드럽게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웅! 시여니 착해! 요기서 아빠 기다려!”
조막만 한 두 손을 꼭 쥐고 고개를 끄덕이는 시연.
시문은 그런 시연을 한번 꼭 안아 주고는.
“그럼 다녀올게.”
“웅!”
몸을 돌려 곧장 아래로 몸을 돌렸다.
그래서 보질 못했다.
사랑스럽기만 했던 아이의 눈가가 점차 서늘해지는 것을.
쿠르르릉.
커다란 굉음이 시문을 집어삼킨다.
시간이 멈추어 버린 듯.
한동안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던 아이는 몸을 돌렸다.
아이의 얼굴은 여전히 미소가 가득했다.
단지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숨바꼭질은 이제 끝이야.”
아이의 것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잔혹한 미소라는 것.
신기한 것은.
대여섯 살의 외형인데도 잔혹한 미소가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끝이라니까? 히이~ 안 나올 거야?”
그런 시연의 고개가 슬쩍 기운다.
이내.
스륵.
투명한 장막이라도 걷히듯.
허공에서 두 남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헤에. 되게 기분 나쁜 꼬맹이네. 내 은신을 다 알아차리고.”
얇은 눈매에 유들거리는 미소를 걸친 여성이 손가락으로 수리검을 빙빙 돌린다.
“어린애가 여길 올 리는 없고. 저 남자한테 애가 있다는 보고도 들은 적이 없으니, 소환수인 거겠지?”
“아마도.”
여성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남자.
아레나임에도 단정한 교복을 입은 그는 아이에겐 시선도 주지 않고.
시문이 사라진 방향만을 바라봤다.
“정말이지, 망할 유우토. 강자에 미친 널 따라다니다 이런 횡재를 하는 경우도 있구나.”
“그게 무슨 말이야, 리코.”
“말 그대로지.”
흥, 하고 코웃음을 친 리코의 얇은 눈가가 욕망으로 번들거렸다.
“그토록 강한 남자가 혼돈계의 차원의 소용돌이, 저곳에 중요한 볼일이 있다는 게 무슨 뜻이겠어?”
비싼 아이템.
혹은 그에 준하는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
아레나를 조금이라도 뛰어 본 플레이어라면 모를 수 없는 말이었다.
“근데…….”
즐거움이 가득하던 리코의 말끝이 흐려진다.
“유우토 너, 정말 김시문을 이길 수 있는 거지?”
“모르지, 그건.”
“야!”
불확실한 유우토의 답에 대번에 언성이 높아지는 리코.
“내가 뭐 때문에 킬까지 포기하고 추적을 도와줬는데! 이길지도 모르면서 여기까지 쫓아온 거야?”
“말은 똑바로 해, 리코. 난 네게 도와 달란 적 없어.”
“이 망할 꼬맹이가 진짜!”
빙빙 돌리던 수리검을 꽉 쥐는 리코.
그러나 그뿐.
“후, 그래. 네가 이기든 지든, 나야 히든 피스만 챙기면 되니까. 아니면 이곳의 위치를 다른 놈에게 팔아도 되고.”
우린 방송도 안 켰잖아.
이거 완전히 독점 정보라고.
어깨를 으쓱한 리코는 걸음을 옮겼다.
정확히는.
“아아, 그러고 보니 꼬맹이가 하나 더 있었지?”
옮기려고 했다.
잔혹한 미소로 자신을 바라보는 기분 나쁜 아이만 아니었더라면 말이다.
“어머~ 어린애가 벌써부터 그렇게 웃으면 안 되는데?”
“안 돼? 왜?”
“싹이 보이잖니, 못된 애라는 싹이. 그건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단다?”
“좋아하지 않아……?”
잠시 고개를 갸웃하는 시연.
이내.
“안 돼. 시여니는 아빠가 좋아. 아빠도 시여니 좋아해야 해.”
저 혼자 고개를 끄덕이는 시연이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그려진다.
그것은 아까 시문을 배웅했을 때와 같이, 무척이나 순수하고 맑은 미소였다.
그 모습이 기분 나빴던 것일까.
“근데 어쩌니. 우린 네 본색을 봐 버렸는데?”
리코는 코웃음을 흘리며 빈정거렸고.
“웅, 그건 괜찮아!”
그것이.
서걱.
“죽여 버리면 되니까.”
리코의 마지막이 되었다.
데구루루.
리코의 머리가 붉은 선을 그리며 굴러온다.
“…….”
유우토는 제 발치에 닿아 멈춘 리코의 머리를 멍하니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