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116화 (116/349)

제116화

116화. 천족과 마족 (1)

[쏟아집니다! 마족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진다고요!]

[아아! 일대에 있던 참가자들이 순식간에 쓸려 나갑니다!]

[당연한 결과죠. 하급 마족이라도 기본적으로 다이아에 해당하는 종족이 마족이니까요!]

TWC의 마이클과 조나단의 열띤 중계가 쉬지 않고 이어진다.

어쩔 수 없었다.

본디 플래티넘 랭크 데뷔전은 500여 개의 다각도 카메라에서 그때그때 클로즈업이 되지만.

지금은 클로즈업하는 화면의 절반 가까이가.

“키하하! 약해!”

“죄다 나약해 빠졌군! 미개한 것들.”

“사지를 찢어 주마! 크하핫!”

마족이 펼치는 학살 현장이었으니까.

심지어.

“으아아! 도망가! 도망가라고!”

“맞설 생각은 하지 마라! 생존부터 도모해!”

“마, 마족이 벌써 왜!”

이들이 한 나라에서 날고 긴다는 유망주들임을 고려해 보자면.

데뷔전을 중계 중인 마이클과 조나단의 목소리는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마족을 맞이한 참가자들과 이를 시청 중인 시청자들의 의문을 풀어 주듯.

[역시 마족이 빨리 등장해서일까요? 참가자들이 전혀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연하죠, 마이클. 본래 플래티넘 데뷔전의 보편적인 공략법이 소속된 지역의 플레이어들과의 빠른 합류, 그리고 천족과 마족의 등장 전에 최대한 킬을 따내는 거잖아요.]

해설 조나단은 침을 튀겨 가며 해설을 이어 나갔다.

[그런데 아레나 시작 약 20분 만에 마족들이 쏟아져 나오니 대응을 못 할 수밖에요.]

[그렇군요. 그런데 조나단, 문제는 마족만이 아니잖아요?]

마이클의 질문과 함께 또다시 바뀌는 화면.

그곳엔 아까의 화면과 정반대의 분위기.

“추잡한 종족이군.”

“너희의 더러운 욕망이, 저 더러운 것들을 이곳으로 이끌었구나.”

“속죄하라, 그 목숨으로.”

그러나 똑같은 학살극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족의 등장으로 함께 등장한 천족들.

그들이 일대의 참가자들을 학살하고 있는 것이다.

화면을 본 조나단은 탄식을 토했다.

[아아! 천족들마저 맵의 끝 지점에서 소환되었네요. 본래라면 맵 중앙에서 소환되는 게 원칙인데 말이죠.]

[이 모든 게 마족을 일찍 소환해 버린 파우스트의 잘못이겠죠. 많은 나라가 원망하겠는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마냥 파우스트를 욕할 수도 없죠. 그와 그의 소속인 유럽의 입장에선 이만큼 좋은 상황도 없잖아요?]

조나단의 말대로.

흑마법사의 제물 의식으로 소환된 마족들은 유일하게 파우스트의 소속.

유럽의 플레이어들만 제외한 학살극을 펼치고 있었다.

또한 그에 대응해 소환된 천족들이 알아서 타국 소속의 플레이어들을 처리해 버리니.

파우스트와 유럽 플레이어들은 누워서 떡이나 집어 먹는 상황인 것이다.

실제로.

“크흐흐! 역시 마족이야! 악마가 최고라고!!”

이 혼란스러운 데뷔전에 서 있는 파우스트는 두 팔을 활짝 벌리며 환호했다.

“절망과 고통이 가득한 비명! 아아…… 너무 듣기 좋아!”

창백한 피부에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은 눈이 번들거린다.

더불어 황홀경에 젖어 저 혼자 지껄여 대기까지 하는 파우스트는 가히 미친놈이란 소리가 아깝지 않았고.

“이봐, 파우스트. 아무리 그래도 이건 심하잖아!”

그와 팀을 이루고 있던 플레이어 하나는 실제로 미친놈을 대하듯.

파우스트를 쏘아보았다.

“엉? 뭐가 불만인데?”

자신의 감상을 방해받아서일까.

순식간에 흥분이 확 가라앉은 파우스트가 잔뜩 골이 난 눈으로 돌아봤다.

그에 흠칫한 플레이어는 입술을 질끈 깨물곤 소리쳤다.

“그걸 몰라서 물어?! 저걸 보라고!”

플레이어는 거칠게 옆의 봉우리를 가리킨다.

그곳엔 아직도 넘실거리는 마기와 잿빛으로 변한 플레이어의 시체들이 가득했다.

신기한 것은.

13킬로 제물 의식을 한 것치곤.

시체가 그 이상으로 많다는 거였다.

그리고.

“이게 같은 팀한테 할 짓이냐고!”

유럽 플레이어가 따지는 것도 바로 그 부분이었다.

“같은 팀을 죽여서 제물로 바치다니! 아무리 미쳤어도 곱게 미쳐야지!”

목에 핏대를 세우다 못해 꽥꽥대는 플레이어.

하나 파우스트는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적거릴 뿐이었다.

“그럼 어쩌라는 거냐? 마족을 소환하기엔 제물이 부족하다는데.”

“그건 다른 놈들을 찾아서 채우면 됐잖아! 어차피 우린 14명이나 합류한 상황인데 뭐가 문제라고!”

틀린 말은 아니었다.

데뷔전이 시작된 지 10분도 되지 않아 같은 소속의 인원이 14명이나 모였다.

한두 명을 제외하면 사실상 유럽 플레이어 모두가 합류한 것이다.

이는 지난 플래티넘 데뷔전들을 통틀어도 전대미문의 상황이었다.

사실상 갤럭시 아레나가.

‘자, 너희는 시작부터 팀을 이루도록 하거라.’

하고 만들어 준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한데.

이 미친 파우스트는.

‘제물 숫자가 부족한데…… 도와줄 거지?’라는 일방적인 물음과 동시에.

같은 소속의 팀원들을 무려 7명이나 죽여 버렸다.

대놓고 팀킬을 해 버린 것이다.

그런 주제에 파우스트는 귀찮음이 한껏 담긴 목소리로 당당히 말했다.

“어쩔 수 없잖아. 제물 숫자를 20명으로 맞춰야 소환된다는데.”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하냐! 7명이면 우리 전력의 절반이야. 14명 중 절반이라고!”

뒷목을 잡아가며 성을 토하는 플레이어.

그리고 그건 그만의 불만이 아니었는지.

“그래, 너무하잖아!”

“선을 넘었어, 파우스트. 저들 중 누구도 죽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맞아. 이렇게 죽어 버리면 나중에 순위에도 들지 못하잖아.”

살아남은 플레이어들 모두 따가운 눈초리와 비난을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대륙이나 지역의 소속끼리 티밍이 암묵적으로 허용된다곤 하나.

결국 플래티넘 랭크 데뷔전의 기본 골자는 ‘서바이벌’이다.

마지막엔 최후의 1인을 가려 등수를 세워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소속 국가들끼리 이룬 티밍은 마지막에 가서야 깨진다.

‘무언가를 줄 테니 네 등수는 내게 양보해라’라든가.

‘저번에 내가 몰아 줬으니, 이번 등수는 내가 챙기겠다’라든지.

‘깔끔하게 우리끼리 실력을 겨뤄 보자’라든지.

여러 방식으로 해당 소속 국가들 간의 합의하에 마지막 전투가 벌어진다.

이게 플래티넘 랭크 데뷔전의 마지막 광경인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으나.

대륙성을 필두로 몇몇 나라들의 길드들이 이러한 방식을 시작한 후.

자연스레 플래티넘 랭크 데뷔전의 암묵적인 룰이 되어 버렸다.

고로.

“죽은 애들 보상은 어쩔 거냐? 이 미친놈아!”

“우리 독일이 이러진 않았는데, 네놈 때문에 이미지 다 망쳤어.”

“파우스트, 넌 국가 차원에서도 제재가 들어갈 거다.”

멋대로 소속 플레이어를 죽여 버린 파우스트의 행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

유럽 플레이어들은 무기마저 고쳐 쥐곤 파우스트를 노려봤다.

여차해선 팀킬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

그걸 눈치챈 것일까.

“크…… 크흐흐! 그래, 그렇지!”

파우스트는 창백히 마른 손으로 제 얼굴을 가리며 꺽꺽 웃었다.

그도 잠시.

“우린 결국 서로의 순위를 정해야 하지. 맞아, 결국 1등은 하나니까.”

득도한 순례자인 양 저 혼자 고개를 끄덕이는 파우스트.

동시에.

콰직.

“꺄아악!”

“리, 리하르트!”

섬뜩한 파육음과 함께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파우스트에게 앞장서서 언성을 높이던 플레이어.

리하르트라 불린 플레이어의 가슴을 굵직한 무언가가 꿰뚫은 것이다.

이내 그것은 헐어 버린 장갑을 벗어 버리듯.

털썩.

가슴이 꿰뚫린 리하르트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

파우스트와 함께 독일의 대표로 참가했던 그를 단 일격에 처리한 존재.

“쯧. 흑마법사, 내가 이깟 일까지 해야겠나?”

나른한 목소리마저 음산한 그 존재는 짜증스럽게 팔을 툭툭 털었다.

어지간한 나무의 몸통만 한 한쪽 팔에서 리하르트의 핏물이 후드득 떨어진다.

그 충격적인 광경에 언성을 높이던 5인의 플레이어는 모두 얼어붙었다.

오로지.

“키힛! 꼴좋다!”

같은 국가의 플레이어인 파우스트만이 비릿한 웃음을 흘릴 뿐.

이내 파우스트는 어느 유럽의 귀족처럼.

“죄송합니다, 마르테 님. 본의 아니게 귀찮게 해 드렸군요.”

오우거도 간단히 찢어 버릴 듯한 거구의 마족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에 마르테라 불린 마족은 무심히 고개를 까딱였다.

황소처럼 자란 그의 두 뿔이 바위 같은 턱을 따라 흔들거렸다.

“흑마법사, 네놈의 부탁으로 살려 두는 것이나 여기까지다. 이 이상의 자비는 허락하지 않아.”

“물론이죠. 당신의 자비에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어느 간신배처럼 고개를 숙여 대는 파우스트.

그러는 와중에도 그는 얼어붙은 유럽 플레이어들을 힐끔거렸다.

봤지?

라는 눈빛으로.

“…….”

“…….”

침묵에 빠지는 유럽의 플레이어들.

항명하면 어떤 최후를 맞이하는지 친히 봤을뿐더러.

저 마르테라는 상급 마족의 입에서 대놓고 나오지 않았나?

‘네놈의 부탁으로 살려 두는 것’이라고 말이다.

상급 마족이 대놓고 파우스트를 거론한 시점에서, 사실 이야기는 끝났다고 봐야 했다.

심지어 이렇게 살아서 이득도 보고 있으니.

유럽 플레이어들은 그저 변덕스런 파우스트의 눈치만 볼 수밖에 없었다.

“킥! 진작 이렇게 고분고분했으면 서로 좋았잖아~.”

그 모습이 마음에 든 걸까.

“그렇게 얌전히 있으라고. 그래야 네놈들의 순위가 조금이라도 올라가지 않겠냐?”

파우스트는 유럽 플레이어들에게 진한 비소를 날려 주곤 시선을 돌렸다.

“마르테 님? 일대도 정리된 것 같으니, 슬슬 저 역겨운 천족 놈들과의 전투를…….”

말끝이 흐려지는 파우스트.

그도 그럴 것이 상급 마족 마르테.

그 강대한 존재가 한 곳을 말없이 응시하고 있었다.

꽤나 심각한 얼굴로.

자연스레 파우스트의 시선 역시 그곳을 향했고.

“이럴 수가…….”

다크서클이 내려앉은 음침한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연했다.

‘마, 마족들이…….’

다이아급 종족.

그 고고하고 호전적인 마족들이.

‘무릎을 꿇고 있잖아?!’

한 남자를 향해 일제히 무릎을 꿇고 있었으니까.

* * *

마족.

마계의 대표 종족으로, 지구상에선 흔히 악마로 대변되는 이들.

하지만 마족과 악마는 엄연한 차이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마족이 하급부터 최상급까지.

그 모든 단계를 겪고 넘어서야지만 도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악마다.

당연히 악마가 된 이들만이 마계의 서열을 논할 수 있었고.

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악마 중에서도 단 72악마만이 마계의 왕좌를.

즉, 마왕으로 군림할 수 있었다.

당연히 악마들의 지식과 권능이 수록된 신물 앞에선.

“으으……!”

“어, 어떻게 인간에게서 그분의!”

일개 마족들은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마족들의 위로.

천마신공(天魔神功).

파(波) 섬멸포(殲滅砲).

묵색의 광선이 쉴 새 없이 쏘아졌다.

광선에 스친 마족들은 하나같이 신체의 일부가 소멸되었고.

머리나 심장에 직격당한 마족들은 중급, 하급 할 것 없이 모조리 소멸되었다.

그저 일방적인 학살극.

비명조차 허락되지 않는 이 괴상한 학살극 속에서.

‘아, 귀찮다.’

뚜렷한 외모의 미남자.

시문은 귀찮음이 가득한 얼굴로 잇달아 섬멸포를 쏘았다.

‘진짜 더럽게 안 죽네.’

총 연성력 150과 75라는 마기 스탯 덕에 연속적인 섬멸포가 부담되지는 않았으나.

마족들은 다이아급 종족답게 막강한 맷집을 자랑했다.

실제로 머리나 심장을 노리지 않는 이상, 죽지 않고 계속 재생 중이지 않는가?

그 때문에 이리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마족을 저격하는 시문이었다.

‘레메게톤이 아니었으면 엄청 고생했겠지.’

시문은 열심히 이명을 토하는 제 왼쪽 눈을 깜빡였다.

황금색이던 왼쪽 눈은 어느새 시커먼 기운이 뒤섞여 있었다.

오딘의 눈에 흡수된 레메게톤, 즉 ‘마안’의 영향이었다.

피잉.

시문은 기계적으로 섬멸포를 쏘며 마안을.

정확히는 마안이 되어 버린 레메게톤의 정보창을 열었다.

[레메게톤]

등급 – 모조품 (40%)

소멸해 버린 성좌 솔로몬의 창조물.

악마학에 대한 지식과 권능이 담겨 있지만 어째서인지 제힘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한다.

레메게톤.

전생에서 딱 한 번 이벤트 아레나에서 등장한 신화급 무구.

시문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파우스트가 이걸로 71위의 마왕 단탈리온을 소환해서 인섹터를 상대로 하드캐리를 했었지.’

파우스트를 마왕이란 별칭으로 불리게 해 줬던 사건.

동시에 마족이 얼마나 강력한 종족인지를 제대로 알려 준 사건이었다.

마왕이 72명이나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그중 하나가 랭커급의 인섹터들 수십을 그대로 도륙 내 버렸으니까.

물론 나중에 72명의 마왕 모두가 마계의 성좌임을 알려지고.

그럼 성좌가 나섰으니 당연한 결과 아니냐며 흐지부지되긴 했으나.

마족과 신화급 무구의 위력이 재조명된 사건임은 분명했다.

시문은 고개를 슬쩍 저으며 정보창을 접었다.

‘물론 내가 연성한 레메게톤은 그거랑 완전 다르지만.’

일단 등급이 신화가 아닌 모조품일뿐더러.

‘전생의 파우스트가 분명 원본이 5개라고 했었지?’

1회성 레메게톤을 접한 이후.

5개의 원본을 모두 찾아야 한다고 광인처럼 떠들어 댔던 파우스트를 떠올려 보면.

레메게톤은 5개로 나뉜 특별한 신화급 아이템일 가능성이 높았다.

고로 5개의 원본은커녕, 신화 등급도 받지 못한 레메게톤.

극도의 열화 버전이 바로 오딘의 눈에 마안으로 깃든 레메게톤인 것이다.

물론 그 열화 버전만으로도.

“히…… 히익!”

“자비를! 제발 자비를!!”

중급, 하급 마족들은 꼼짝도 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 모습을 본 시문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마치 사안 같네.’

다이아급 용족인 나가마저 마비시켰던 사안.

비록 작동 원리는 달라도.

키이잉.

이렇게 지속적으로 마기를 부여하면 상대를 꼼짝도 못 하게 만드는 효과 자체는 비슷했다.

‘하긴, 이게 어떤 마기인데.’

어깨를 으쓱한 시문이 다시 손을 드는 순간.

쐐애액!

강렬한 파공음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들었다.

흡사 운석이 내리꽂히는 모습이랄까?

그러나 시문은 따로 걸음을 옮기거나 하진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저 낙하하는 운석의 목표는 자신이 아니었으니까.

쿠우우우웅!

시문은 멀지 않은 곳에서 대지를 뒤흔들고.

일대를 자욱한 흙먼지로 뒤덮은 원인을 바라봤다.

“버러지 같은 것들…….”

거구.

딱 이 한 단어만큼이나 저 존재를 완벽히 표현할 단어가 있을까?

오우거 따윈 가볍게 접어 버릴 듯한 거구의 존재가 흙먼지를 가르고 나타난다.

투구처럼 우뚝 솟은 두 뿔은 그의 현재 감정을 표현이라도 하듯.

화르르.

시뻘건 불길로 타오르고 있었다.

“고작 인간 하나 따위에게 무릎을 꿇다니. 같은 종족이라는 사실이 수치스럽구나.”

씹어 먹을 듯 으르렁거리는 거구.

“네놈들의 무능은 본토에서 묻겠다.”

그는 굵직한 팔을 가볍게 저었고.

콰직!

마족들의 머리통은 일시에 터져 나갔다.

그는 머리를 잃고 쓰러지는 동족들에겐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인간, 네놈은 뭐냐.”

자신을 무심하게 응시하는 인간을 노려봤다.

정확히는 그의 시커먼 왼쪽 눈이라고 해야겠지.

마르테는 저 하찮은 인간에게서 멀리서부터 느낀 괴리감에 대해 물었다.

“네놈은 대체 무엇이길래, 태초의 마기를 지니고 있는 것이냐?”

그리고 그 하찮은 인간은.

“꿇어.”

단 한 마디의 답으로.

쿠웅.

상급 마족 마르테의 무릎을 바닥에 처박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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