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108화 (108/349)

제108화

108화. 제작 골렘 (2)

비단처럼 흘러내리는 흑발.

동양인하면 떠오르는 길게 올라가는 눈매와 아래에 있는 점까지.

“후후. 주변에 미인이 많아서 그러나? 그런 표정은 예상 못 했는데 말이죠~.”

사람 홀리는 여우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외모의 여성.

여성의 눈매가 한결 간드러지자.

“아…… 어…….”

밤사냥꾼 박진욱의 얼굴이 멍해진다.

그도 잠시.

“어, 어느 틈에!”

얼굴을 슬쩍 붉힌 그는 부끄러움과 당황이 뒤섞인 얼굴로 황급히 문 쪽으로 다가갔다.

“제가 분명 응접실로 안내해 드리지 않았습니까!”

“안내야 해 주셨죠. 근데 거기 있으라곤 안 하셨잖아요?”

싱긋.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치는 여성.

“…….”

그에 황당했던 것일까.

박진욱은 입을 슬쩍 벌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아. 괜찮습니다, 진욱 씨.”

시문은 작게 한숨을 쉬곤 멈춰 버린 박진욱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러곤 슬쩍 미간을 찌푸리며, 싱글거리는 미모의 여성을 바라봤다.

“바쁜 분이 여기까진 어쩐 일입니까?”

“어머. 남자한테 그런 눈빛은 처음 받는데요.”

“거짓말은 그만하시고.”

“칼답까지. 저 상처받아요?”

“하…….”

이 여자, 강적이다.

헛웃음을 흘린 시문은 거칠게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린, 저 방금 아레나를 끝내서 피곤하거든요?”

“안 그래도 오는 길에 시문 님의 방송을 봤어요. 소문대로 대단하시던데요? 덕분에 오는 길이 지루하지 않았답니다. 그나저나…….”

전생엔 구미호 린.

지금은 암시장의 주인으로 불리는 그녀의 눈가가 더욱 간드러졌다.

“다시 한번 말해 주시겠어요?”

“저 방금 아레나를 끝내서 피곤하다고요.”

“아니, 그거 말고~.”

“그게 아니면 뭐가…… 아.”

린이 말하는 게 무엇인지 눈치챈 것일까.

‘설마 이름 불러 달라는 거야? 이유도 없이?’

시문은 아까보다 더 깊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이 여자는 정말 상대할 때마다 피곤하네.’

암시장의 주인.

작은 말 하나로도 수많은 정보를 유추해 내는 여자다.

안 그래도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신경 쓰이는 와중에, 이름 하나로 저런 장난까지 걸어 오다니.

‘설마 내가 자신의 본명을 알고 있다는 걸 눈치챈 건가?’

아니면 단순히 떠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녀는 전생부터 이런 쪽으론 도가 튼 인물이니까.

‘저 여자의 페이스에 휘말리면 안 돼.’

그렇게 마음을 다잡은 시문이 멘탈을 재무장했다.

“흐응~ 여기가 시문 님의 연구실이군요.”

“어, 언제 거기까지! 이보십쇼! 막 들어가면 안 됩니다!”

다이아 암살계인 박진욱의 감각을 완전히 속이고.

어느새 연구실로 불쑥 난입한 린.

“여기가 치료제를 만드는 곳이군요.”

그녀는 호기심을 가득 담은 눈으로 연구실 내부를 살폈다.

본디 연금술사를 비롯한 생산계들의 작업실에 이렇게 막 들어오는 것은 다소 실례되는 행위였으나.

“호오, 미스릴 골렘만으로 작업을? 사람은 전혀 쓰지 않는군요. 하긴, 인간은 믿을 게 못 되죠. 역시 시문 님, 저랑 통한다니까요.”

린은 제 방인 것인 양 자연스럽게 연구실을 구경했다.

그에.

“저…… 시문 님? 저대로 둬도 되는 겁니까?”

플레이어 작업실의 불문율을 아는 박진욱이 조심스레 물어 왔지만.

“괜찮아요.”

시문은 가볍게 고개를 으쓱할 따름이었다.

“본다고 따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나름 거장이라 불리는 생산계들은 저마다 독자적인 작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었고.

시문은 마법계로 구분되는 연금술사이기에, 그 차이가 더욱 심했다.

거기에다.

‘치료제 작업 다수는 미래의 기술로 제작되니까.’

아레나 질병 치료제.

본디 정식 아레나가 시작되고, 본격적으로 그 재료로 제작이 이루어지는 만큼.

현재 시문이 제작하고 있는 아레나 질병 치료제의 대다수는 공정부터 정제, 완성까지.

모두 미래의 생산 기술로 제작되고 있다.

같은 생산계나 연금술사라도 감히 알아차리지 못할 진대.

아무리 린이라도 알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결정적으로.

-아, 저 여우 같은 년. 더럽게 훑어보네.

불량한 목소리의 주인공.

-지가 보면 알아? 연금술은 쥐뿔도 모르는 게 왜 저렇게 눈을 밝혀?

현자의 돌이 없으면 전체적인 치료제 생산 자체가 불가능했다.

[파라켈수스의 플라스크]로 호문쿨루스가 된 현자의 돌.

녀석이 없으면 이 방대한 치료제 생산 체계 자체를 유지할 수 없으니까.

시문의 예상대로.

“아~ 어렵네요.”

호기심 어린 날카로운 눈으로 연구실을 살피던 린은 항복 의사를 표했다.

“유명한 연금술사들의 연구실은 나름 들락거린 편인데, 시문 님의 연구실은 도통 모르겠어요.”

그녀는 늘 지니던 눈웃음을.

그러나 다소 진지함이 섞인 눈으로 시문을 바라봤다.

“뭐랄까…… 마치 미래의 지식을 본 느낌이랄까요?”

그 말에 속으로 움찔하는 시문.

그러나 겉보기엔 더없이 무심한 모습이었고.

“호호! 저답지 않은 소리를 했네요. 정말 현실성 없는 말인데.”

린 역시 스스로도 가당치 않다는 듯.

슬쩍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이내.

“이게 다 우리 귀하신 고객님 때문이라고요?”

그녀는 얄미우면서도 매력적인 미소로 다가왔다.

“이렇게 대단한 연구실을 두고 계시니, 제가 정신을 못 차리잖아요~.”

“예. 그렇군요.”

무미건조하게 답하는 시문.

그 모습에 불만을 표할 법도 하건만.

“호호. 제가 좀 유난스러웠죠?”

린은 늘 그렇듯.

일관된 미소를 흘릴 뿐이었다.

물론.

“좀이 아니라 굉장히입니다.”

“하…….”

시문의 카운터를 맞자마자 무너졌지만 말이다.

린은 쌜쭉한 눈으로 시문을 흘겼다.

“암시장의 주인이 몸소 배송해 왔는데, 이러시기예요?”

“저 아직 배송 못 받은 거 아시죠?”

물러섬 없이 대처하는 시문.

그에 입술까지 샐쭉 내민 린은.

“정말이지, 절 이리 대하는 남자는 시문 님이 처음이에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구라는 그만치세요.”

“어쩜, 눈치도 좋다니까.”

시문의 철벽에 피식 웃으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묵직한 포대 두 자루를 꺼내는 린.

보기만 해도 꽤 무게가 나가 보이는데.

“요구하신 양보다 조금 더 넣었어요. 확인해 보세요.”

쿵.

그녀는 한 손으로 무심히 두 자루를 놓았다.

무미건조했던 시문의 눈이 처음으로 반짝였다.

“어떻게 구했습니까? 양이 줄었으면 줄었지, 늘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운이 좋았어요. 얼마 전에 미국과 유럽 쪽에서 물량이 나왔더라고요.”

제 인맥을 총동원해서 간신히 구했다니까요~!

하며 어지럽다는 듯.

이마에 손을 척 올리는 린.

“그러니 한 번만 불러 줘요. 리인~~ 고마워! 하고.”

그런 린의 너스레를 깔끔히 무시한 시문은 자루를 열었다.

“호오.”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맑은 광택.

시문은 각 광물들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아다만티움 광석]

등급 : SS

마계의 광석.

강력한 저항력과 유연성을 지니고 있다.

[오리하르콘 광석]

등급 : SS

천계의 광석.

강력한 강도와 호환성을 지니고 있다.

미스릴과 달리 SS등급의 두 광물.

광물이라는 스펙만 놓고 보면 큰 차이가 없었지만.

천계와 마계라는 난해한 획득 루트와 두 광물의 특징은 충분히 SS등급을 받을 만했다.

거기에다.

‘내가 정제만 잘하면 SSS까지 등급이 올라가지.’

이게 아다만티움과 오리하르콘이 미스릴과 가지는 차이점이었다.

달그락.

좀 더 자루를 뒤지며 광물 하나하나를 살핀 시문은.

“좋네요.”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 * *

쾅!

아레나산 목재로 만들어진 고급 테이블이 산산조각 난다.

“방금 뭐라고 했지요?”

씹어 먹을 듯.

말을 내뱉은 후덕한 중년인은 나무 파편이 우수수 떨어지는 주먹을 털었다.

그에 부복하고 있던 남성은 몸을 움찔했으나 그뿐.

“오, 온건파가 다시 길드 마스터를 중심으로 결집하였다고…….”

저 주먹이 자신에게 향하지 않게 곧장 답했다.

“길드 마스터?”

되물음과 함께 올라가는 후덕한 중년인의 눈매.

“예? 아!”

그것을 캐치한 남성은 황급히 말을 바꿨다.

“저, 전대 길드 마스터! 전대 길드 마스터를 말한 것입니다!”

“그래, 그래야지요.”

후덕한 중년인의 치켜 올라간 눈매가 슬쩍 내려간다.

그러나 사나워진 눈빛이 아예 풀린 것은 아니었다.

“부길마인 이 종완지는 그대로이나, 길드 마스터의 자리는 이미 양도되었잖아요?”

“마, 맞습니다! 부길마님!”

세계 2강이라 불리는 길드 중 하나.

대륙성의 부길드 마스터 종완지는 그 묵직한 손으로 후덕한 턱을 괴었다.

“그나저나, 흩어졌던 온건파가 다시 결집한다라…….”

예상가는 바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마 우리 서위룡 소형제의 활약 때문이겠지요?”

서위룡.

대륙성의 유망주인 후기지수들 중에서도 특출 난 실력을 자랑하는 자.

하나 아쉽게도.

그는 전대 길드 마스터와 뜻을 함께하는 자였고.

“무척이나 거슬리는군요.”

창왕을 지지하는 종완지의 입장에선 눈에 가시 같은 존재였다.

“그…… 실제로 서위룡이 무언가를 한 것은 아닙니다만…….”

부복하고 있던 남성이 조심스레 운을 뗀다.

“그렇지요.”

그에 고개를 끄덕인 종완지는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서위룡 소형제가 뛰어나긴 해도, 흩어진 온건파들의 마음을 돌릴 정도는 아니죠.”

“…….”

부복한 남성은 차마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남성도 알고 있는 것이다.

사실 남성뿐만 아니라, 대륙성의 모든 길드원들이 알고 있지.

“아아, 굳이 말조심할 필요도 없습니다. 강화위, 그 무능한 쓰레기가 만든 상황을 어쩌겠습니까?”

현 대륙성의 구도가 이렇게 급변한 이유를 말이다.

“그 탓에 한 달에 23억 위안이라는 어마어마한 손실을 입게 되었지요.”

23억 위안.

한화로 약 4,300억 원.

아무리 세계 2강 길드라 불리는 대륙성이라 해도.

한 달마다 4,300억이라는 지출은 상당한 출혈이었다.

심지어 이 사달을 만든 멍청한 골드급 후기지수에게 그 지출을 한다?

헛웃음을 흘린 종완지는 고개를 저었다.

“뭐, 상관없지요. 그 자리를 대신할 후기지수는 많고, 이미 책임을 물어 처분했으니.”

별일 아니라는 듯.

가볍게 손을 저으며 말하는 종완지에 부복하던 남성은 슬쩍 몸을 떨었다.

그런 남성은 안중에도 없는지.

‘하나 이 모든 건…….’

종완지는 살에 파묻혔음에도 날카로운 눈으로 뻥 뚫린 창문을 노려봤다.

‘검성 김시혁, 그자의 술수겠지요.’

20대의 젊은 나이임에도.

감히 대륙성 최강의 플레이어라 추앙받는 창왕 종리추와 맞먹는 플레이어.

‘저만한 성장 버프를 그동안 독식하고 있었다니, 젊은 놈이 참으로 음흉해요.’

저런 성장 버프라면 검성의 믿기 힘든 상승세도 납득이 되었다.

라는 것까지가.

바로 어제까지의 추측이었는데.

“오늘 아침에 했던 보고, 분명 사실이겠지요?”

“물론입니다, 부길마님. 마사무네의 유망주 리코가 서위룡과 김시문이 꽤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는 걸 보았다더군요.”

“으음. 그렇단 말이지요?”

강화위 그 머저리가 일을 저지르던 당시.

그 대련을 지켜봤던 이들은 한국과 중국, 일본과 미국 딱 4개국의 플레이어들.

고로 일본의 길드인 마사무네의 정보가 잘못될 리 없었다.

물론 평소 마사무네와의 사이를 따져 보면 놈들의 말을 믿는 것도 웃겼으나.

‘김시문이라…….’

김시문이라는 이름이 자꾸 종완지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당연했다.

‘데스페라도와 우리 측의 암살에서도 살아남은 자.’

심지어 당시의 김시문이 골드였음을 돌이켜 본다면.

두 차례의 암살에서 살아남았다는 건 정말 말이 안 되는 일이었고.

그렇기에 마사무네의 정보는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설마 김시문이 앙심을 품고 서위룡과 손을 잡은 걸까요?’

지나친 비약이긴 했다.

일단 대륙성이 암살의 배후임을 알았다 해도.

일개 골드가 무슨 수로 서위룡을 돕는단 말인가?

김시문이 한 것이라곤 그저 멍청한 강화위를 두들겨 팬 것뿐.

실질적으로 잠잠했던 온건파들이 집결된 것은, 검성이 서위룡을 중개책으로 지정해서…….

“잠깐.”

살에 파묻혔던 종완지의 눈이 번쩍 뜨인다.

‘그러고 보니 김시문이라는 이름, 어디서 들어 본 적이 있는데 말이지요?’

어디더라? 분명 어디서…….

살집 사이에서 드러난 종완지의 눈동자가 되록되록 구른다.

이내.

“그렇군요! 10여 년 전 그때!”

“부길마님?”

부복한 사내가 고개를 갸웃했으나, 종완지는 저만의 생각에 빠져들었다.

세상은 모르지만.

10년 전 한국에서 일어났던 그 사건은 대륙성 역시 손을 보탰었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손을 벌렸던 인물이 바로.

‘김무열.’

철목왕이라 불리는 1세대 랭커.

종완지는 부복해 있는 남성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요즘 우리 한국의 협회장께선 잠잠하시죠?”

“그것이…… 저번 암살 시도 이후로 연락이 좀 소원해졌습니다. 아무래도 저희 쪽에 신용을 좀 잃으신 느낌입니다.”

“아아, 그럴 만도 하지요. 철목왕은 퍽이나 예민하신 사내이니. 그렇다면 그쪽은 어렵겠고…….”

고개를 까딱인 종완지가 슬쩍 손짓하자.

스륵.

허공으로 그의 인벤토리가 드러났다.

“내일 서위룡 소형제가 한국에 가지요?”

“예. 검성의 지목대로 다음 달 대여비 협상인으로 출국합니다.”

“그럼 이걸 소형제에게 건네주세요. 한국 측에 사과의 의미로 전해 달라고 말이지요.”

종완지는 인벤토리에서 꺼낸 검붉은 액체가 담긴 유리병을 내밀었다.

“D, DS를 말입니까?!”

그에 남성의 눈이 부릅떠졌으나, 종완지는 후덕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는 되어야 우리 검성께서도 노여움을 풀지 않겠어요?”

“아,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전달하겠습니다.”

DS를 받은 남성이 방을 나선다.

침묵이 내려앉은 방.

한동안 눈을 감고 침묵을 음미하던 종완지는 깊은 숨을 내쉬며 눈을 떴다.

‘만일 이 선물이 검성이 아닌 김시문에게 간다면…….’

이 모든 의문과 추측이 확실시되겠지.

동시에.

“검성에게 채우지 못한 목줄을 그에겐 채울 수 있겠지요.”

종완지는 입꼬리를 빙긋 끌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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