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5화
105화. 편대사령관 베르파크 (1)
갑작스레 들려온 미성.
“이 목소린!”
“시문 님!!”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챈 플레이어들은 밝아진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진득한 독액으로 뒤덮인 일대.
플레이어들을 단숨에 녹여 낸 그 독지대를.
“쯧, 이건 또 뭐야?”
따악.
인상을 찌푸리며 터덜터덜 헤쳐나오는 시문.
물론 그가 튕긴 손가락이 어떤 작용을 했음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시문은 반가움을 한껏 표하는 플레이어들에겐 관심도 주지 않은 채.
“참 많기도 많네.”
왜애애앵!
요란한 소리로 휘감은 수백의 베스파들을 바라봤다.
‘베스파의 독은 큰 문제가 안 되는데…….’
현 옵시디언 태블릿의 완성도 45%를 전부 소화해 낸 시문.
덕분에 방금 연성한 [베스파의 신체조직]은 베스파의 독에서도 완벽한 면역력을 선사했다.
물론 저 독지대는 그럼에도 인상을 찡그릴 정도로 지독한 독기를 자랑했지만 말이다.
‘아마 저 히든 보스의 독기겠지.’
시문의 시선이 날아드는 수백의 베스파 무리 너머를 향했다.
콰과강!
쉴 새 없이 폭음이 터져 나오는 공중.
[크하핫! 나약하구나! 프린츠, 네놈 따위가 왕자의 위치에 있으니 너희 엔츠가 몰락하는 것이다!]
[닥쳐라! 베르파크!]
편대사령관 베르파크와 접전을 펼치고 있는 세 엔츠.
하나 시문의 눈에는 보였다.
‘엔츠가 밀리고 있어.’
3 대 1이라는 상황이 무색하게.
편대사령관 베르파크가 명백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을.
이유야 여러 전투적인 요인들이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하나.
‘탈태조차 안 했는데 저렇게 여유로울 줄이야.’
일반적인 베스파들보다 몇 배는 거대한 크기의 베르파크.
그 거대한 덩치만으로도 상당히 위협적이었으나.
반대로 탈태조차 하지 않은 모습이기도 했다.
시문은 슬쩍 고개를 저었다
‘저래서야 오래 버티진 못하겠어.’
애당초 인섹터 중 베스파는 전투력이 높은 종이었으니까.
어쨌거나.
‘보여 준 호의도 있고, 이대로 외면할 순 없지.’
어차피 호문쿨루스와 천마신공 등.
앞으로 소비해야 할 업적 포인트 때문에라도 시문은 히든 보스를 잡아야 한다.
생각을 정리한 시문이 손을 들었다.
‘현자의 돌?’
-웅! 준비하고 있었어~.
현자의 돌의 호응에 곧장 튕겨지는 손가락.
이어.
화아아.
시문의 손에 기다란 검신이 잡히며, 후끈하다 못해 뜨거운 열기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치르르!”
“치륵!”
그에 시문에게 거의 도달했던 베스파들이 일제히 몸을 비틀며 방향을 틀었다.
벌레답게 뜨거운 열기에 기겁을 하는 것이다.
하나.
뜨거운 열기는 이제 시작이었다.
철컥.
기다랗고 검붉은 검을 두 손으로 고쳐 잡는 시문.
그게 뭘 의미하는지 아는 것인지.
“저, 저 검은!”
“떨어져! 다들 멀리 떨어지라고!”
화색을 짓던 플레이어들은 다시 사색으로 변해 재빨리 거리를 물렀다.
“타올라라.”
그런 플레이어들의 등 뒤로 차분한 미성이 따라붙었고.
“레바테인.”
화르르르르르!!
어마어마한 열기가 그 뒤를 따랐다.
* * *
치르르르!
키이익!
베스파 특유의 날카로운 비명.
그와 함께 바짝 익은 사체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타닥.
레바테인이 베어 나간 궤적.
그곳에 남은 잔열이 장작을 태우듯 죽어 버린 베스파들의 사체를 태웠다.
단 일격.
고작 검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
인섹티아의 한 일대가 불지옥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캬! 딜 봐라! ㅋㅋ 지리겠다!
-대미지 버그 아님?
-저 검은 진짜 볼 때마다 레전드네. ㄷㄷ…….
-그 뇌창이랑 동급 같은데, 인섹터라 대미지가 더 크게 박힌 듯?
레바테인의 위력에 잠시 정지되었다가 우르르 올라가는 채팅창.
그와 함께.
[업적 ‘시청자 500,000명 돌파하기’를 달성하셨습니다.]
[업적 포인트 5,000점을 획득합니다.]
일련의 시스템창이 시문의 눈앞으로 떠올랐다.
‘에? 50만이라고?’
잠시 잘못 본 것인가 눈을 깜빡인 시문.
그는 얼른 시스템창을 치우고 시청자 수를 확인했다.
[511,761명 시청 중]
‘진짜잖아?’
불과 얼마 전까지 최대 20만대였던 거 같은데.
갑자기 그 두 배가 넘는 50만이라니?
‘승급전 어그로가 이렇게 컸나?’
레바테인으로 전장을 잠시 소강상태를 만든 시문은 오랜만에 채팅창을 힐끔했고.
-오 마이 가쉬! 이건 무슨 마법이죠?
-골드 데뷔전 우승자답습니다…… 랄까요?
-김 상, 제법이네. 이 정도면 유우토 군과 비빌지도? WWWW.
-소국에 어찌 또 이런 인재가…….
-이목구비가 훤칠한 게 꼭 우리 대륙인과 비슷합니다. 아마 그의 조상이 우리와 같지 않을지?
그 이유를 곧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외국인들이 많이 유입되었나 보군.’
이전에 골드 승급전부터 그랬지만.
원래부터 시문의 방송은 외국인이 없는 방송이 아니었다.
하나 이렇게 많은 외국인들이 단번에 유입된 경우는 없었는데.
-캬! 외국인들 개많네. 우리 형, 이제 글로벌로 나가는 거야?
-플래티넘 승급전이잖아. 사실상 이 형 플래나 다름없는데 이상할 것도 없지.
-X나 웃긴 게 다 번역돼서 나오는데도 어느 나란지 대충 보임 ㅋㅋ.
-ㄹㅇ. 번륜안 열린 기분임 ㅋㅋ.
-중간중간에 오만한 새끼들 보면 마냥 좋지만은 않는 듯.
-22. 번역 기능 닫을까 싶다.
채팅을 슥 보던 시문은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저번 길드 가입 사건 때문인가.’
유독 많아 보이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의 시청자들.
이는 당시 시문과 강화위와의 대결을 보던 사람들의 국적과 비슷했다.
‘아메리칸드림과 대륙성, 마사무네 쪽과 관련 있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겠군.’
해당 길드의 사람도 있을 것이고.
해당 길드에서 나온 자신의 이야기를 건너건너 듣고 찾아온 이들도 있겠지.
어느 쪽이건.
‘나야 좋지.’
당장 업적 포인트가 들어갈 곳이 많다.
시청자가 많을수록 방송은 번창하기 마련이니.
앞으로 시청자 관련 업적은 지속적으로 업적 포인트를 제공하겠지.
그런 시문의 정신을.
[땅벌레들답게 질기긴 참으로 질기구나!]
굵고 날카로운 이명이 일깨웠다.
동족들이 쓸려나간 것을 본 것일까?
[어서 알을 내놓아라!]
여유롭게 엔츠들을 농락하던 아까와 달리.
베르파크는 격렬하게 세 엔츠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에 레바테인을 고쳐 쥐고 지원을 가려던 시문이 걸음을 멈췄다.
이유는 간단했다.
‘저걸 어떻게 쫓냐…….’
왜애애애앵!
앞선 베스파들의 날갯소리와는 차원이 다른 데시벨.
어마어마한 속도로 하늘을 주파하는 베르파크 때문이었다.
‘과연 최상위종 인섹터. 엄청 빠르네.’
지상이라면 시문 역시 인체 연성으로 따라잡아 볼 법하지만.
[그깟 날개를 달았다 하여! 땅벌레 따위가 이 몸을 상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나!]
제 마음대로 ‘공중’을 주파하는 베르파크는 무리였다.
시문의 미간이 슬쩍 모였다.
‘아스트라페를 여러 개 던지는 것도 방법이지만, 저만한 속도면 다 피하겠지.’
물론 꼭 아스트라페를 직격시킬 필요는 없었다.
아스트라페에서 흘러나오는 잔류만으로도 타격은 가능할 테니까.
문제는.
‘너무 비효율적이야.’
저만한 인섹터를 잔류만으로 쓰러뜨리려면.
수십 자루, 어쩌면 백이 넘는 아스트라페가 필요할 테지.
그렇다면.
‘나도 공중전이 가능해지는 게 가장 효율적인데…….’
시문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래, 나도 날자. 대신 날개는 안 돼.’
전생에 비행 특성 보유자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다.
날개나 바람, 염동력 등.
어떤 방식으로든 지속이고 자유롭게 날 수만 있다면 비행 능력자로 분류된다.
하나 날개의 경우.
다른 비행 능력들과 좀 달랐다.
‘신체의 새로운 부분이 생기는 거라, 어느 정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했었지.’
당장 전투에 돌입해야 하는데.
새로운 신체인 날개를 달기엔 리스크가 너무 컸다.
‘뭐, 인체 연성으로 비행 종족의 신체조직을 이용해도 될 거 같긴 한데.’
결국 날개로 피격 면적이 커지니, 전투할 땐 좀 불편하겠지.
생각을 정리한 시문은 현자의 돌을 불렀다.
‘현자의 돌?’
-웅웅~ 기다리고 있었쥐~.
기다렸다는 듯.
[요구치에 맞는 연성을 이루기에는 연성력이 부족합니다.]
[현자의 돌이 부족한 등가교환을 성립시키기 위해, 업적 포인트 300점을 요구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눈앞에 떠오르는 익숙한 시스템창.
‘300점이라. 역시 상위 서열의 성좌가 아니라 그런지 싸네.’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와 같은 가격에 슬쩍 웃은 시문은 곧장 ‘예’를 택했고.
우웅.
시문의 손가락으론 등가로 치환된 연성력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튕기자.
따악.
황금색의 신발이 시문의 발 앞으로 떨어졌다.
그것은 살아 있는 것처럼.
스륵.
형태를 불리며 시문의 발을 휘감곤 다시 본래의 형태를 이루었다.
그러곤.
팔락.
신발에 달린 황금색 날개가 움직이자, 시문의 몸이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지상을 살아가는 인간에겐 익숙지 않은 기분일 텐데.
‘역시 탈라리아. 착용감 죽이네.’
성좌의 무구이기 때문일까?
허공임에도 땅에 서 있는 것 같은 안정감을 느껴졌다.
동시에.
[성좌 헤르메스가 기다렸다는 듯 눈을 반짝입니다.]
날개 달린 신발 탈라리아의 원주인이 시문을 찾아왔다.
* * *
-어어어?!
-이런 미친!
-아니, 하늘도 난다고?
-오! 안 돼! 난 고소공포증이 있다!
-김 상, 보기 좀 어지럽습니다만…….
레바테인의 위엄에서 또 다른 경악으로 이어지는 채팅창.
당연했다.
휘이이이!
절로 들려오는 힘찬 바람 소리.
동시에 뱅글뱅글 도는 화면은 어지간한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어지러운 앵글을 자랑했으니까.
-이젠 하늘까지 ㅋㅋㅋ 진짜. 어이가 없다.
-미스터 김에게 비행 관련 특성도 있었습니까?
-그것보단 손가락 튕긴 거에 비밀이 있는 거 같습니다만?
-고작 핑거 스냅에? 너무 성의 없는 의견이다.
그에 다수의 시청자들이 의문을 표했으나.
-유입들 난리 났네 ㅋㅋㅋ. 얘들아, 궁금하면 니들만 손해야.
-외국인들도 전부 어리둥절행 ㅋㅋㅋㅋ! 하긴, 우리 김치들도 저러고 있는데 어련하겠냐.
-시문 님이 하는 건 전부 그냥 그려려니~ 하면 됩니다.
-ㅇㅈ. 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지.
-여기 원래 그런 방이에요~.
그간 봐 왔던 고정 시청자들의 해탈이 의문을 사장시켰다.
그러거나 말거나.
휘이익.
땅 위를 달리듯.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시문은 레바테인을 고쳐 쥐고.
[이만 죽어라, 프린…….]
왕자 엔츠의 목에 독침을 쑤셔 박으려는 베르파크에게 검격을 날렸다.
화르르.
[치르르르르륵!!]
반달 모양의 시뻘건 불길과 함께 터져 나오는 비명.
거대한 체구와 비명은 비례하는 것인지.
베르파크는 주변이 일렁일 정도로 강렬한 비명을 토했다.
‘목청 한번 크네. 그나저나 최상위종은 최상위종이구나. 그걸 반응하다니.’
시문은 아쉬운 표정으로 레바테인의 불길에 휩싸인 베르파크를 바라봤다.
[뜨겁다! 뜨거워!!]
본래 놈의 등 전체를 가로지르는 검격이었는데.
본능적으로 몸을 뒤튼 베르파크는 왼팔을 내주며 치명상을 피한 것이다.
물론 치명상을 완전히 피했다곤 볼 수 없었다.
화르륵.
놈의 왼팔에 붙어 버린 레바테인의 불길.
그것은 놈의 기다란 팔을 타고 점차 몸통 쪽으로 올라가고 있었으니까.
‘공격이야 또 맞히면 되니까.’
시문이 다시 한번 검격을 날리려던 순간.
[빌어먹을!!]
콰직.
욕설을 내뱉은 베르파크가 날카로운 턱주가리로 제 왼팔을 절단해 버렸다.
이어.
우드득.
베르파크의 거대한 전신이 뒤틀린다.
그에 시문이 뭐라 반응할 틈도 없이.
[감히…… 육지의 미물 주제에 이 몸의 본신을 꺼내게 만들다니…….]
화아아아!
강렬한 기세가 시문을 덮쳐 왔다.
기세뿐만이 아니었다.
[살점 하나 남기지 않고 모조리 찢어발기리라!]
어느새 4미터의 인간형으로 변한 베르파크.
순식간에 탈태를 끝낸 베르파크는 살기 어린 시선을 보내왔다.
[우선…….]
부우우웅!
눈앞에 있던 베르파크의 모습이 고막을 뒤흔드는 소리와 함께 사라진다.
그러곤.
[커헉!]
시문의 뒤편에서 터져 나오는 신음.
그 신음의 주인을 알아차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프린츠, 네놈부터 이 신성한 하늘에서 추방하마.]
왕자 엔츠를 관통한 베르파크의 팔.
그에.
[왕자님!!]
[베르파크! 네놈이 감히!]
두 호위 엔츠가 격분했으나 그뿐.
[꺼져라, 버러지들.]
솨아아아.
[커, 컥!]
[쿨럭!]
베르파크의 입에서 분사된 암청색의 독기에 그대로 추락해 버렸다.
[자…… 이제 저 땅벌레들을 신성한 하늘에서 추방했으니.]
추락하는 엔츠들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미물, 네놈의 차례구나.]
서서히 시문을 돌아보는 베르파크.
[이 몸의 팔 한 짝이 얼마나 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네놈의 뼛속에 친히 새겨 주겠다.]
그의 뒤로 펼쳐진 4장의 날개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정확히는 엄청난 속도로 펄럭이고 있다고 봐야겠지.
동시에.
부우우웅!
고막을 뒤흔드는 폭음과 함께 날아드는 베르파크.
하나 앞서 한번 그의 속도를 확인했던 시문은.
우드득.
용체화를 활성화하며 빠르게 몸을 비틀어 베르파크의 공격로를 벗어났다.
[크핫! 제법 한 수는 있나 보군. 그래, 그 정도는 되어야 이 몸의 체면이 살지!]
그에 광소를 터뜨린 베르파크가 연이어 매서운 소리와 함께 날아든다.
‘빠르다!’
용체화를 썼음에도.
레바테인을 휘두를 짬은 나지도 않았다.
무리도 아니었다.
부우우웅!
음속에 가까운 베르파크의 돌진은 그저 피해 내는 것만으로도 벅찼으니까.
애당초 용체화가 없었다면 몸에 구멍이 숭숭 뚫렸으리라.
샤아악!
간발의 차로 앞머리를 스치는 베르파크의 손톱을 피하며, 시문은 입술을 슬쩍 깨물었다.
‘탈태를 예상해서 용체화를 아껴 둔 건데, 속도를 따라잡기에 벅차다니…….’
심지어 상대는 아직 독도 쓰지 않은 상태.
용체화를 쓰고도 밀릴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과연 나타나기만 하면 어지간한 플레이어는 다 죽여 버린다는 히든 보스다운 위용이었다.
‘이대론 안 돼.’
샤악!
어깨로 파고드는 베르파크의 날카로운 손톱.
그것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낸 시문은 급히 연성력을 끌어올렸다.
‘일단 탈라리아에 업적 포인트를 때려 박아서 속도부터 따라잡자.’
어차피 레바테인이 있는 이상, 공격력은 부족하지 않다.
거기에 오딘의 눈까지 활성화하면, 상황은 금방 이쪽으로 넘어오리라.
‘현자의 돌!’
-응! 바로 준비할게!
시문이 업적 포인트로 탈라리아를 강화하려던 그때.
[성좌 제우스가 헤르메스의 모자를 향해 턱을 까딱입니다.]
일련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어.
[성좌 헤르메스가 모른 척, 고개를 슬쩍 돌립니다.]
[성좌 제우스가 ‘보는 눈도 많은데, 감히 아비에게 개기느냐?’ 눈이 사나워집니다.]
제우스와 헤르메스가 간에 이유 모를 상황이 펼쳐졌다.
다행히도.
[성좌 헤르메스가 입맛을 다시며, 제 모자를 쓰다듬고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상황은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성좌 헤르메스가 자신의 모자인 ‘페타소스’의 편린을 후원합니다.]
[등가교환 없이 1회 ‘페타소스’의 연성이 가능해집니다.]
주르륵 떠오르는 메시지.
따악.
시문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손가락을 튕겼고.
팔락.
신발 탈라리아와 비슷한 황금색의 날개 한 쌍이 시문의 머리에 자리했다.
그러자 머리와 발목.
두 곳에 자리한 황금색의 날개는 공명하듯, 금빛을 발했고.
부…… 우…… 웅…….
어느새 코앞까지 짓쳐들고 있는 베르파크가 슬로우 모션처럼 느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