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102화 (102/349)

제102화

102화. 플래티넘 승급전 (2)

[지역은 차원 인섹티아의 ‘땅굴 격전지’입니다.]

[‘인섹티아’는 잔혹한 곤충 여왕들의 차원입니다. 제한 시간까지 살아남아 승급될 자격을 증명하십시오.]

[제한 시간 29:59]

허공에 떠오른 시스템창.

그것을 본 플레이어들은 저마다 한숨을 내포한 말들을 내뱉었다.

“미친……!”

“타 차원이라고? 승급전인데?”

“그리 이상할 것도 없지. 플래티넘에선 빈번한 일이잖아.”

본디 플래티넘 구간부터는 다양한 이종족들이 등장한다.

당연히 브실골과 다르게, 아레나의 무대 역시 타 차원에서 이루어질 때도 빈번했다.

이는 플레이어가 아닌 이들도 익히 알고 있는 상식.

문제는.

“그걸 누가 몰라서 그래? 단순히 타 차원 때문에 하는 소리가 아니잖아!”

승급전의 무대였다.

“맞아. 다른 곳도 아닌 인섹티아라고!”

“여긴 다이아들도 질색하는 곳이잖아!”

차원 인섹티아.

시스템의 설명처럼 곤충 여왕들이 지배하는 차원으로, 거주 종족인 인섹터들은 모두 곤충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문제는 그 크기가 꽤 거대하다는 것.

하나 플레이어들이 고작 곤충 외형에 이렇게 난색을 표할 이유는 없었다.

이들이 이렇게 난색을 표하는 것은 다름 아닌.

“뭐 하나만 건드려도 떼거리로 달려들 거라고!”

“맞아. 나 갤튜브에서 봤어! 정찰병한테 한번 걸리니까 단박에 수백 마리가 몰려오는 거!”

인섹터들의 특징 때문이었다.

“다이아들도 온갖 광역 공격을 난사해서 겨우 뿌리치는 놈들인데…… 골드인 우리가 뭘 어쩌냐고!”

“애당초 다이아들도 무조건 숨어서 다니잖아!”

지구에서도 자주 보이는 군집 형태의 곤충.

이러한 군집, 무리의식을 대부분의 인섹터들이 지니고 있는 것이다.

“빌어먹을! 하필이면 승급전인데 인섹티아라니!”

“협력 조건이 붙기는 했는데…… 과연 골드끼리 될지…….”

다들 골드 랭크의 최상위 플레이어들일 텐데.

인섹티아의 악명 때문인지, 좀처럼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저 새끼, 이게 다 저 새끼 때문이야!”

백호 문양을 지닌 짧은 머리의 남성이 한 곳을 가리키며 언성을 높였다.

그의 손끝은 마침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는 수려한 미남자를 향했다.

“저 사람은…….”

“김시문 아냐?”

“김시문? 골드 데뷔전의 우승자?”

“아니, 벌써 플래티넘에 도전할 수준이라고?”

그를 알아본 몇몇 플레이어들이 탄성을 터뜨린다.

하나.

“다들 아나 봐? 그럼 이야기가 더 쉽지!”

짧은 머리의 남성은 탄성 대신 노성을 표출했고.

“저 새끼 방송하는 거 본 사람은 알 거다. 저 새끼가 했던 아레나는 죄다 난도 조절을 받았다는 거!”

이어지는 그의 말에 시문을 바라보는 플레이어들의 시선은 날카로워졌다.

“그러고 보니…… 저 사람이 치른 아레나는 죄다 난리였잖아?”

“맞아. 내가 저 사람 방송을 거의 다 챙겨 보는데, 저 사람만 있으면 난도가 올라갔어!”

“진짜야? 그럼 인섹티아 걸린 것도 저 사람 때문이네?”

순식간에 뒤숭숭해지는 분위기.

실제로 시문의 방송을 본 이들이 적지 않았기에.

짧은 머리 남성의 의견엔 더더욱 힘이 실렸다.

그리고.

“반갑습니다. 전…….”

다가온 시문이 인사도 건네기 전에.

“닥치고 저리 꺼져! 민폐충 새끼야!”

대번에 욕이 날아들었다.

* * *

“에?”

제대로 인사를 건네 보기도 전에 욕부터 먹어 버린 시문.

‘이 상황은 또 뭐지?’

그에 시문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판단할 틈도 없이.

“너 때문이잖아! 전부 다 너 때문이라고!”

짧은 머리의 남자가 연신 삿대질을 하며 언성을 높였다.

“야야, 창민아. 진정해! 저 사람 X나 강하다고!”

동료로 보이는 여성이 다급히 남성을 말린다.

그러나.

“강하면 다냐? 이번 아레나 협력 조건인 거 몰라?!”

“맞아. 지가 골드 데뷔전 우승자면 다야?”

“왜 하필이면 내 승급전 때 매칭을 돌린 거야?”

“MMR이라도 낮추고 오든가. 하…… 민폐 오지네, 진짜.”

매칭된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은 날이 선 눈초리로 시문을 노려볼 뿐이었다.

일종의 여론이 형성되어 버린 것이다.

‘아아, 그렇게 된 건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깨달은 시문은 헛웃음을 흘렸다.

‘승급전 맵으로 차원 인섹티아가 걸린 게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거구나.’

저들의 말마따나.

히든 보스부터 난도 증가 등.

지금껏 시문이 겪어 온 아레나들을 보면 나름 납득이 가는 상황이기도 했다.

아마 저들도 그런 자신의 방송을 보고 확신을 하는 것일 테지.

하지만.

“저기 죄송하지만, 아니 죄송할 것도 없지.”

저들이 억울한 건 억울한 것이고.

잘못된 것은 확실하게 바로잡아 줘야 했다.

“일단 저 때문에 인섹티아가 매칭되었다는 말은 바로잡아야겠습니다.”

“바로잡고 자시고가 어디 있어? 내가 당신 방송 한두 번 본 줄 알아?”

“맞아요! 매번 랭크 수준이랑 맞지도 않는 아레나를 치렀잖아요!”

곧장 터져 나오는 반박.

가장 먼저 입을 뗀 창민이라는 남자가 따로 입을 열지 않았음에도.

시문을 노려보는 플레이어들의 시선은 무척이나 흉흉했다.

시문은 한층 가라앉은 얼굴로 플레이어들을 응시했다.

“제 방송을 보셨다면 잘 아실 텐데요? 막상 난도가 증가한 아레나는 그렇게 많이 없다는 걸.”

시문의 말대로.

높은 MMR 때문에 매칭이나 난도가 더러 올라간 경우가 존재했으나.

모든 아레나가 매번 그렇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특수 아레나나 특정 조건으로 히든 보스가 소환된 적도 있는데, 왜 그건 쏙 빼놓는 겁니까?”

“그, 그건!”

“그렇기는 한데…….”

차분히 반박하는 시문에 주춤거리는 플레이어들.

-맞아. 이 형 방송이 워낙 어메이징해서 그렇지, 실제로 난도 증가는 별로 없었음.

-ㄹㅇ. 기본적으로 특수 아레나가 일반 아레나보다 훨씬 더 어려운 거 모르나?

-골드 승급전이랑 데뷔전도 마찬가지임. 걍 문제 삼을 만한 일이 아닌데.

그에 시문의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 역시 불이 붙었다.

그간 시문의 방송을 봐 온 시청자들이 가장 잘 아는 것이다.

애당초 어려운 아레나를 진행했을 뿐.

매번 아레나의 난도가 증가된 적은 없었다는 걸 말이다.

거기에다.

-심지어 문제가 있어도 시문 님이 다 캐리했잖아요?

-22. 당장 중독된 보급로만 해도, 혼자 똥꼬쑈 해 가면서 20인 전원 생존시켰잖아.

-오히려 같이 매칭된 애들이 버스 타고 증가한 보상까지 날로 처먹었지.

-ㅅㅂ! 난 김시문이랑 매칭 한번 되는 게 소원인데.

-나도임 ㅋㅋ.

아레나에서의 난도 증가는 곧 보상의 증가다.

그간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아레나를 쓸어버렸던 시문은 되레 제발 같이 매칭되었으면 하는 플레이어 중 하나였다.

물론 아군이라는 전제하에.

“심지어 저기 시스템도 확실하게 말했습니다.”

차가운 얼굴로 허공을 가리키는 시문.

그곳엔 반투명해진 시스템 메시지창이 떠 있었다.

바로 방금 시작을 알렸던 그 메시지들이었다.

“다시 읽어 보십쇼. 대체 저기 어디에 저 때문에 난도가 조정되었다는 말이 있죠?”

“그러고 보니…….”

“지, 진짜 없잖아?”

당황으로 물드는 플레이어들.

“지금껏 제가 난도를 조정받았던 아레나는 모두 시스템이 직접 언급을 했습니다. 한데 저기엔 없잖습니까?”

시문의 말대로.

맵과 설명, 시간을 나타낸 3개의 메시지.

그중 어떤 메시지에서도 난도나 특별 조정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시문은 합죽이 된 플레이어들을 향해 쐐기를 박아 버렸다.

“설마 시스템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은 안 하리라 믿습니다.”

크고 무성한 풀과 꽃 때문인지.

맵 ‘땅굴 격전지’는 꽤 후덥지근한 열기를 자랑했음에도.

“…….”

“…….”

플레이어들 사이엔 싸늘한 침묵만이 자리했다.

물론 침묵은 플레이어들에 한해서이지.

-진짜 확 성장해서 유망주 라인 벗어나니까 별의별 X신들을 다 만나네.

-ㄹㅇ ㅋㅋㅋ. 이 새끼들은 시스템 메시지를 안 보나?

-팩트 체크보다 선동부터 당하는 능지인 거지.

-이걸 난독한다는 게 말이 안 돼.

-그런데 사실이 되어 버렸죠?

-국평오 수준 ㅋㅋㅋ.

-너희는 플래 갈 자격이 없다.

-ㅇㅈ. 플래 갈 지능이 아니다. 전부 탈락해라.

시문의 채팅창은 더없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걸 넘어.

-더 어이없는 게 저 창민이라는 애, 중견 길드 출신인데 저럼 ㅋㅋ.

-맞네? 저 엠블렘은 백호 길드 거잖아?

-ㅅㅂ ㅋㅋㅋ. 백호 길드 요즘 침체기 아닌가? 국내 길드 랭킹도 떨어지드만.

-저런 애들이 길드원으로 있는데 랭킹이 안 떨어지겠냐곸ㅋㅋ.

-백호 길드 애면 방송 켰겠지? 넌 뒤졌다.

-나도 간다, 얘들아. 게이트 열어라!

가장 처음 언성을 높여 선동했던 창민이라는 플레이어의 방송까지 찾아가는 시청자들.

실제로 방송을 켜 놓고 있던 탓일까.

“아, 아니 이게!”

짧은 머리의 남자, 창민은 당황스러운 얼굴로 연신 허공을 터치했다.

시문은 그런 창민을 힐끔하곤 말했다.

“더 할 말이 있다면 지금 하십쇼. 확실히 답해 드릴 테니.”

“…….”

“…….”

아까 그 뜨거웠던 언성들은 다 어디 갔는지.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당연했다.

“아니! 제가 저분 방송을 볼 때마다 그러니까! 난 당연히 저분 때문인 줄 알았죠! 아, 안 됩니다! 제발 길드에는…….”

버둥거리며, 연신 해명의 탈을 쓴 변명을 늘어놓는 창민.

거기에다 승급전 내용만을 담고 있는 시스템창까지.

이미 뭐가 사실이고 거짓인지는 머리가 달린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었으니까.

“하아…….”

침묵하는 플레이어들에 깊은 한숨을 내쉬는 시문.

‘이래서야 협력 조건은 어림도 없겠군.’

아레나를 시작하기도 전에 빚어진 마찰.

비록 팩트로 진실을 바로잡긴 했으나, 이미 흐트러진 분위기를 다시 잡기란 불가능했다.

시문 역시 그럴 마음도 없었고 말이다.

시문은 앞머리를 거칠게 쓸어 올리며 말했다.

“풀 건 다 풀어도 서로…… 그냥 제가 불편하니, 전 따로 움직이겠습니다.”

어차피 시스템의 설명에도 협력 조건만 있을 뿐.

‘협력 조건을 지킨다 해서 따로 보상이 걸린 것도 아니니까.’

지난 아레나인 중독된 보급로와 달리.

참가자 모두가 협력하거나 생존한다 하여 추가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협력 조건이 걸려 있다 해도 결국 승급전.

참가자가 다음 랭크로 승급할 자격이 있는지 시험하는 아레나니까.

그걸 다른 참가자들 역시 깨달은 것일까?

“자, 잠시만요!”

“시문 님, 저희 말 좀 들어 보세요!”

그들은 황급히 몸을 돌리는 시문을 붙잡았다.

무지성적인 선동에 당한 부끄러움도 있겠지만.

‘여기 플레이어들 중에 김시문만큼 강한 사람은 없어.’

‘버스도 아니고 제트기급인데, 저런 X신한테 휘둘려서 놓칠 순 없어!’

‘이대로 보내면 내 승급전은 끝이다!’

김시문이란 버스를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뭔가 오해가! 아니, 저희가 백번 잘못했습니다!”

“시문 님이 왜 나갑니까? 저 창민인가 뭔가 하는 놈이 나가야죠!”

“마, 맞아요! 저 사람이 다짜고짜 시문 님을 탓했어요!”

승급전에 참여할 정도면 골드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할 텐데.

다들 언제 그랬냐는 듯.

태세를 바꿔 창민을 욕하며 시문에게 매달렸다.

당연했다.

‘플래티넘 승급이 어디 애 장난도 아니고.’

‘일단 승급만 하면 어지간한 길드의 간부는 그냥 꿰찬다!’

‘어차피 내 실력으론 절대 플래 못 가. 이런 버스라도 잡아야 해!’

플래티넘.

본격적인 상위권 플레이어로 분류되는 랭크.

그런 플래티넘을 향한 골드의 집착은 일종의 광기에 가까웠으니까.

심지어 이들 대부분 시문의 방송을 본 적이 있는 이들 아닌가?

시문의 실력을 아는 그들로선 무릎을 꿇어서라도 붙잡아야 했다.

그때.

“음?”

떠나던 시문이 고개를 갸웃하며 걸음을 멈춘다.

그에 시문을 붙잡던 참가자들의 얼굴이 환해졌지만 잠시일 뿐이었다.

콰르르르르륵!

갑작스런 지진과 함께 무너져 내리는 바닥.

따악.

미리 전조를 느낀 시문은 진즉 손가락을 튕기며 허공으로 도약했고.

“뭐, 뭐야!”

“꺄아아악!”

이를 전혀 몰랐던 참가자들은 비명과 함께 자욱한 흙먼지 속으로 파묻혔다.

‘이건…….’

거대한 잎사귀에 안착한 시문은 미간을 찌푸리며 흙먼지가 자욱한 일대를 훑었다.

내려앉은 바닥 외곽으로.

사각사각.

무언가가 갈려 나가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온다.

소리의 정체를 확인한 시문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렸다.

그럴 수밖에.

‘괜히 협력 조건을 걸어 둔 게 아니로군.’

일대를 내려앉게 한 범인은 바로.

-미친!

-이거 실화임?

-시작부터 X랄났넼ㅋㅋㅋ.

내려앉은 일대를 가볍게 둘러쌀 정도로 길고 단단한 외피의 벌레.

“키에에엑!”

메탈웜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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