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98화 (98/349)

제98화

98화. 길드 버프 (4)

“…….”

“…….”

침묵이 감도는 대련장.

랭커, 유망주 할 것 없이 모두가 놀란 얼굴이었지만.

‘좀 셌나?’

정작 논란의 당사자인 시문은 태연하게 눈을 깜빡일 뿐이었다.

이내.

‘아니, 적당했군.’

시문은 만족스러운 눈으로 바닥에 처박힌 강화위를 바라봤다.

실제로.

“커, 커허억!”

짓눌린 벌레처럼 부들거리지만.

강화위는 힘겨운 신음을 흘리며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S급 특성 육갑(肉甲). 그걸 뚫으려면 이만한 힘은 실어야지.’

S급 특성 육갑(肉甲).

강화위를 대륙성의 유망주로 만들어 준, 살이 찌면 찔수록 단단해지는 독특한 특성이었다.

‘덕분에 랭커가 되어서도 육갑을 떤다는 놀림을 받았었지.’

성격 더럽기로 유명한 강화위.

그는 외형과 특성의 이름 때문에 랭커가 되어서도 많은 놀림을 받았고.

‘우리는 육갑충이라고 씹어 댔었지.’

특히나 망명을 간 한국인들을 과하게 핍박한 탓에.

한국인들 사이에선 육갑충이라고 별명이 업그레이드되는 불상사를 누렸다.

물론 이로 인해 한국인을 향한 핍박은 더 거세졌지만.

어쩌겠는가?

‘다 자기 업보인걸.’

강화위 스스로가 쌓은 업보인 것을.

“크으흑…….”

다리를 후들거리며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강화위.

타인이 보아도 어마어마한 타격으로 보였지만.

정작 그가 받은 충격은 육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부분이 더욱 컸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떻게 내 최심장을 무력화한 거지?’

시문의 가슴에 최심장을 직격시켰을 때, 강화위는 분명하게 느꼈다.

‘내 오러를 완전히 무력화했어.’

시문의 내장을 파열시키기 위해 파고든 자신의 오러가 허무하게 흩어지는 것을.

동시에.

‘그것도 모자라 내 최심장을 역으로 펼쳐 냈다.’

결코 착각이 아니다.

자신의 가슴에 파고들던 시문의 손.

그곳엔 최심장의 근간이 되는 침투경의 묘리가 그대로 스며 있었으니까.

심지어 몸으로 이렇게 직접 체감하지 않았는가?

그 의문을 그대로.

“네놈, 어떻게 최심장을 사용한 것이냐!”

강화위는 정체 모를 누런 액체와 함께 토해 냈다.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는 광경이었지만.

“글쎄요. 그냥 하니까 되던데?”

시문은 그저 어깨를 으쓱할 따름이었다.

“이놈! 끝까지 날 농락하는구나!”

강화위는 대번에 성을 토했으나, 시문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당연했다.

‘전생엔 이미 널리 알려진 기술이 최심장이니까.’

최심장.

랭커 강화위의 주력 기술이긴 하나.

그 역시도 대륙성의 1세대 랭커가 개발한 기술을 연마한 것에 불과했다.

단단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육갑과 상대의 내부에 충격을 가하는 최심장은 그야말로 날로 먹는 조합이었으니까.

하나 1세대에 고안된 기술인 만큼.

당연히 최심장의 다양한 파훼법도 등장했고.

누군가는 역으로 최심장의 원리까지 파헤쳐, 격투계 플레이어들에게 공공재로 뿌려 버리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익혔던 무공.

‘천마신공까지 있는데 따라 하지 못하는 게 이상하지.’

천마신공은 시문도 익히고 있으니, 최심장을 펼치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애당초 상위 서열 성좌의 무공인 천마신공은 다른 하위 무공을 손쉽게 이해시키는 효능이 있었으니까.

‘말숙이는 이걸 만류귀종 같은 거라고 했었지?’

시문은 대련장 바깥쪽.

어안이 벙벙한 얼굴의 고말숙을 힐끔했다.

대륙성이 고안해 낸 최심장의 원리를 세계에 퍼뜨린, 대륙성의 입장에서 희대의 악녀이자 미친년.

전생의 천마였던 그녀는 무공을 사용하는 모든 전투계들의 악몽이었고.

동시에 스승이기도 했다.

그녀로 인해 많은 거대 길드의 기술들이 공공재로 뿌려졌으니 말이다.

‘전생의 도움이 지금까지도 영향을 끼치는구나. 고맙다, 말숙아.’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는 시문.

그와 눈을 맞춘 고말숙은 볼을 슬쩍 붉히며,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이놈이 끝까지 날!”

그 모습을 본 강화위의 눈매가 사나워진다.

자신을 또 무시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디까지 비웃을 수 있나 보자꾸나!”

살집에 파묻힌 눈매가 더욱 치켜 올라간다.

동시에 검붉은 색감이 그의 동공 위를 스쳤고.

“그 빌어먹을 낯짝부터 뭉개 주마!”

거친 노성과 함께 폭발적으로 쏘아지는 강화위의 신형.

비대한 살집 때문인지, 아니면 아까보다 훨씬 빨라진 속도 때문인지.

파앙!

전에 없던 파공음까지 자아낸 강화위는 순식간에 시문의 코앞으로 쏘아졌다.

“무, 무슨 돼지가 저렇게 빨라!”

옆에서 들려오는 고말숙의 고함.

그와 함께.

“뒈져랏!”

강화위의 양손이 억수같이 쏟아졌다.

파바바박!

두꺼운 팔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

심지어 하나하나가 침투경의 묘리를 품은 최심장이었기에.

스치기만 해도 심각한 내상까지 이어질 수 있는 공세였다.

하지만.

키잉.

활성화된 오딘의 눈.

찬란한 황금의 눈동자는 억수 같은 공세를 그저 느린 배속의 영상으로 만들어 버렸고.

시문은 느려진 최심장의 세례를 여유롭게 거닐었다.

다만.

‘잠깐.’

방금 강화위의 빨라진 돌진 때도 그랬지만.

활성화된 오딘의 눈에 강화위를 담으니 확실히 보였다.

‘이 기운은 용력이잖아?’

강화위의 전신을 폭발적으로 내달리는 용력이 말이다.

‘이 정도면 용력이 아니라 용혈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는데.’

빨라진 혈류 속도를 연상시키듯.

검붉은 용력은 쉬지 않고 강화위의 두툼한 전신을 내달리고 있었다.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숙부처럼 능력이 향상되는 무언가를 받은 모양이군.’

이전에 숙부 김무열에게서도 같은 현상을 경험했으니까.

“쥐새끼처럼 도망만 다니는구나!”

쏟아지는 최심장의 세례 사이로 흘러드는 강화위의 비웃음.

하나 그것을 깔끔히 무시한 시문은 대련장 밖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서위룡을 힐끔했다.

강화위와 달리.

그에게선 용력의 티끌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럼 대륙성의 모든 길드원이 용력을 지닌 건 아닌 건가?’

한데 숙부 김무열과 강화위는 용력을 지니고 있지.

이들의 연관성을 떠올려 보면 답은 하나.

‘그렇군. 종리추와 연이 있는 이들만 용력을 얻은 거야.’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시문은 손가락을 말았다.

‘용력을 지닌 이상, 사안으로 손쉽게 처리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강화위를 죽일 수는 없는 상황.

한데 사안으로 처리했다간, 괜히 놈들에게 경각심만 심어 줄 뿐이겠지.

나아가 용족의 귀에도 들어갈 터.

‘그건 안 되지.’

사안을 본 용족은 반드시 죽이라는 나가 공주 아샤즈의 조언도 그렇고.

자신의 조커 카드를 적에게 알려 줄 생각은 없었다.

물론.

‘이런 놈에게 굳이 사안을 쓸 필요도 없고.’

따악.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파공음 속에서 경쾌한 소리가 들려온다.

그에 반응하듯 곧장 바닥이 뒤흔들리며.

드드드득!

바닥이 주먹과 가시의 형상을 이루더니 우후죽순으로 치솟았다.

“쳇!”

그러나 괜히 유망주가 된 것이 아닌지.

혀를 차며 몸을 물리는 강화위.

“음흉한 소국 놈답게 수작질은!”

그는 솟아나는 주먹과 가시들을 딛고 역으로 나아갔다.

“얌전히 죽거라!”

이게 대련임을 망각한 것일까.

강화위는 서슴없이 죽음을 입에 담으며, 두툼한 손바닥을 휘둘렀다.

그의 입가엔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비록 DS까진 얻지 못했으나, 용혈단만으로도 난 동 수준 최강이다!’

능력 향상제 용혈단.

비록 특성 향상제인 DS에겐 한 수 접어 줘야 했지만.

‘여기서 저놈을 잡으면 창왕께서 DS도 내려 주실지도 몰라.’

용혈단을 복용한 후로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는 강화위였다.

여기서 DS까지 얻으면 대체 얼마나 강해질까?

살에 파묻힌 강화위의 눈동자에 탐욕이 어린다.

‘전력으로 끝장내 주마!’

화아아.

전신에 퍼져 있는 용혈단의 기운을 끌어모아, 손바닥으로 집중시키는 강화위.

그 때문에 움직임 자체는 느려지겠지만.

이미 목표를 포착하고 가속도까지 붙인 시점에서 더 이상의 속도는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스윽.

주먹을 쥔 채, 무심히 강화위를 응시하는 시문.

“크핫! 도망치는 것은 이제 포기한 것이냐? 참으로 사내다운 판단이구나!”

그에 환호를 내지른 강화위는 신나게 일장을 내질렀고.

“그 빌어먹을 낯짝도 진정한 사내답게 만들어…….”

강화위의 손바닥과 시문이 내지르는 주먹이 맞닿는 순간.

천마신공(天魔神功).

격(擊) 패황쇄(覇皇碎).

쩌어엉.

귀청을 때리는 소음이 터져 나왔다.

이어.

물이 가득 찬 물 풍선처럼.

맞닿은 손바닥에서부터 강화위의 전신이 순차적으로 출렁였고.

우드득.

섬뜩한 파골음과 함께.

콰지지직!

강화위의 몸을 위태롭게 감싸던 보호 슈트가 터져 버렸다.

* * *

비명도 남기지 못하고 눈을 뒤집으며 허공을 나는 강화위.

보호 슈트마저 파편이 되어 비산하는 그 충격적인 광경에 모두가 얼어붙었으나.

“선배!”

“그, 그래!”

최상위 플레이어답게.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김시혁과 박진욱은 곧장 대련장으로 튀어 나갔다.

슈아아아.

박진욱의 발아래서 시커먼 그림자들이 쏟아진다.

“잡았다!”

그림자들은 푹신한 매트릭스처럼.

육중한 강화위의 몸을 부드럽게 받아 냈다.

이어.

“모두 움직이지 마십쇼!”

김시혁의 손짓에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검들이 일제히 허공으로 치솟았다.

채재재챙!

철과 철이 맞붙는 요란한 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온다.

당연했다.

보호 슈트를 박살 내고 골절까지 만들 정도의 충격이다.

그 충격을 머금은 파편의 위력은 살인적일 수밖에.

사태가 정리되자.

“강 형!”

정신을 차린 서위룡이 다급히 강화위를 향해 달려갔다.

“어, 얼른 치료를 해야!”

타국이어서일까?

어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서위룡의 어깨를 고운 손이 붙잡았다.

“서위룡 씨, 진정하세요.”

“서, 성녀님!”

철벽의 성녀 이유정이었다.

“부탁드립니다! 부디 강 형을!”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니, 물러나 계세요.”

괴력으로 유명하긴 하지만.

성녀라는 별칭답게 회복 마법도 수준급인 이유정.

우우웅.

그녀는 다이아급 보조계들이 무색할 만한 신성 마법으로 강화위를 치료했다.

“전신 골절에다가 내상도 제법 크네요. 조치는 해 두겠지만, 당장 중국으로 귀국하는 건 무리겠어요.”

그녀는 능숙하게 강화위의 상태를 체크해 나갔다.

“며칠간은 한국 쪽 병원에 입원시키세요. 만일에 대비해 각성자 전용 검진도 받아 보시고.”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연신 포권을 하며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는 서위룡.

그의 뒤로 맑고 뚜렷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정아, 강화위 플레이어는 어때? 괜찮아?”

어느새 보호 슈트를 벗은 시문이 다가온 것이다.

“괜찮아요. 전신 골절이긴 해도 내장을 찌르지도 않았고…….”

옷을 털고 일어난 이유정은 뻗어 있는 강화위를 힐끔하며 말했다.

“나름 힘 조절도 하셨잖아요?”

“눈치챘냐?”

“저도 랭커라고요.”

“하하! 그러고 보니 그렇네.”

피식 웃음을 흘리는 시문.

그에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서위룡의 입이 절로 벌어졌다.

‘이게…… 힘 조절을 한 거라고?’

S급 특성인 육갑.

그 방어력은 대륙성의 많은 후기지수들을 너머, 세계적으로도 널리 증명된 상태다.

‘당장 나만 해도 강 형의 육갑을 쉽게 뚫어 낼 수 없는데…….’

그런 강화위의 육갑을 한 방에 뚫어 버린 시문.

아니.

뚫어 버리다 못해 보호 슈트를 박살 내고.

전신 골절에 내상까지 만들어 낸 공격이 힘 조절을 한 것이라니?

심지어.

‘김시문 플레이어는 마법계가 아니던가?’

시문이 근접전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건 익히 아는 사실이었지만.

‘그 말도 안 되는 공격력의 뇌창이나 화염검은 나오지도 않았거늘…….’

정작 진짜 공격 수단은 사용하지조차 않았다.

한데 이런 결과라니?

“하…….”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김시문, 이분은 정말이지…….’

천외천이라 하던가?

하늘 뒤에 더 큰 하늘을 몸소 경험한 기분.

심지어 그 두 하늘이 다 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서위룡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서위룡 플레이어.”

그런 서위룡의 상념을 맑고 뚜렷한 목소리가 일깨운다.

서위룡은 힘겹게 고개를 돌려, 자신을 부른 시문을 바라봤다.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을까요? 잠시 나눴으면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 * *

대련장의 또 다른 관전석.

“헤에. 이거 어마어마한 걸 봐 버렸네?”

그곳엔 다리를 꼰 채 턱을 괸, 검은 가죽옷의 여성이 반짝이는 눈으로 대련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저 돌덩이 같은 멧돼지를 한 방에 작살 낼 줄이야. 후후, 꼴이 아주 보기 좋네.”

그녀는 들것에 실려 나가는 강화위를 보며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어때? 유우토, 너도 놀랍지 않아? 너 예전에 저 살덩이에 검이 막혔다고 엄청…….”

리코의 말이 멎는다.

싱글거리며 뒤를 돌아본 그녀는 확 가라앉은 얼굴로 말했다.

“유우토, 안 돼.”

짧고 단호한 어조.

그러나.

뚜벅.

시문에게 시선이 고정된 단정한 남학생.

유우토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리코는 얼른 그의 앞을 가로막았으나.

허리춤의 검자루를 쥔 유우토는 무미건조하게 읊조렸다.

“비켜.”

“비키긴 뭘 비켜! 너 미쳤니?”

평소의 유들유들하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그녀는 몹시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저 단단한 멧돼지가 한 방에 터져 나간 걸 보고도 호승심이 솟아? 심지어 김시문은 마법도 안 썼다고!”

“알아.”

“그걸 아는 애가 지금 이따위로 행동해? 그리고 네가 간다고 해서, 김시문이랑 붙을 수 있을 거 같아?”

앙칼진 리코의 외침.

그러나 그녀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저건 애당초 조건을 건 대련이었어. 단순한 호승심인 네 도전은 받아 주지도 않을 거라고!”

“알아.”

무심한 얼굴로 일관되게 답하는 유우토.

하나 차분히 가라앉은 얼굴과 달리, 그의 눈동자는 흥분한 야수와 같았다.

“이 망할 꼬맹이가! 무슨 매크로도 아니고 자꾸 알긴 뭘 알아!”

“도전에 어울리는 조건을 걸면 돼.”

“도전에 어울리는 조건?”

유우토의 말에 잠시 눈을 깜빡이는 리코.

이어.

“야!! 너 설마?!”

무언가 짐작 가는 게 있는 것일까?

“안 돼, 길드 가입 티오는 절대 안 돼!”

리코는 소리를 빼액 지르며 암기를 한가득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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