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97화 (97/349)

제97화

97화. 길드 버프 (3)

‘예상보다 더 쉽게 풀리는군.’

랭커팰리스의 훈련장.

저번에 고말숙과 한판 붙었던 그곳으로 이동하던 시문은 앞서 걸어 나가는 두 남자를 바라봤다.

‘강화위가 이렇게 쉽게 걸려들 줄은 생각도 못 했어.’

그중 작고 뚱뚱한 남자.

강화위를 바라본 시문의 입꼬리는 절로 올라갔다.

‘설마 그 자리에서 대놓고 시혁이를 도발할 줄이야.’

길드 성장 버프.

이것을 쥐고 있는 시점부터 이미 칼자루는 ‘대외적 길드 마스터’인 김시혁에게 있었다.

한데 다른 유망주들도 모여 있는 공식 선상의 자리에서.

대놓고 동생 녀석을 자극하다니.

‘은원이니 뭐니 하며 협박까지 하는 걸 보면 참…… 대륙성은 이때부터 변함이 없었구나.’

자신들이 무언가를 요구할 수 없는 입장이란 걸 정말로 몰랐던 걸까?

전생부터 느꼈던 거지만, 대륙성의 안하무인은 정말이지 기가 찼다.

하지만.

‘서위룡은 또 다르단 말이지.’

지금의 대륙성이 마냥 안하무인이라 단정할 수도 없었다.

훤칠한 키의 남자.

서위룡은 기본적인 말투도 그렇지만.

자신들이 어떤 입장인지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니 시혁이가 가입자 티오를 줄여 버린다고 분노했을 때, 곧장 일어나 사과부터 한 것이겠지.

무력의 고하를 떠나 사리 분별이 밝은 사람이다.

한데.

‘그런데도 서위룡은 대륙성을 대표하는 랭커가 되지 못했지.’

자연스레 이어지는 전생의 기억에 시문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전생의 그 사건이 사실이었군.’

아메리칸드림과 세계 최강의 양대 산맥이라는 대륙성은 딱 한 번.

그 위엄이 흔들린 사건이 있었다.

바로.

‘대륙성의 숙청 사건. 뭐, 자기들은 혁명이라고 부르지만.’

내부의 반란 분자를 정리하고.

하나 된 인민으로 새로 도약하겠다는 대륙성이 자체적으로 혁명을 일으킨 사건.

사실 말이 혁명이지.

창왕 종리추의 파벌만 남기기 위한 숙청이나 다름없었다.

‘꽤 충격적인 사건이었지.’

정규 아레나가 시작된 후.

정계와의 결탁을 넘어, 중국 정부를 아예 집어삼킨 대륙성이 합법적으로 저지른 살인 사태.

이 비인도적인 사건은 당시 간신히 중국을 빠져나갔던 소수의 생존자들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지만.

이미 국가를 집어삼킨 대륙성의 영향력에 흐지부지 덮여 버렸다.

워낙 빠르게 묻힌 사건이라, 일각에선 대륙성을 모함하기 위한 선동이라는 말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당시 마력불능 회복을 위해 온갖 정보를 다 챙기던 시문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대륙성에서 내부 길드원들을 합법적으로 척살했다고.

그리고.

‘그 생존자들을 이끌던 우두머리의 이름이 서위룡이었지.’

당시 생존자들을 이끌던 우두머리가 서위룡이라는 뉴스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또한 그들과 숙청당한 파벌이 모두 전대 길드 마스터의 세력.

즉, 온건파였다는 것도 말이다.

고로.

‘여기서 강화위를 뭉개 버리면 종리추에게도 타격이 크게 가겠지.’

애당초 대륙성에게 가입 인원을 둘이나 배정한 것부터가 이런 목적 때문이었다.

이 당시 대륙성은 한창 현 길드 마스터와 종리추가 파벌 경쟁을 펼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종리추가 길드 마스터가 되는 건 피할 수 없는 미래겠지.’

대륙성 내 종리추의 영향력은 이미 자신에게 시도된 암살 시도만으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다이아급 길드원을 타국에 암살자로 보낼 정도면 사실상 차기 길드 마스터로 확정된 상황일 터.

하나 아직 종리추는 길드 마스터의 자리에 오르지 않은 상태다.

이때 자신의 파벌인 강화위가 막심한 손해를, 그의 반대 세력이 서위룡이 이익을 챙긴다면?

심지어 이 길드 성장 버프로 무럭무럭 자란다면?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견제가 되겠지.’

세계 최강 길드의 옥좌가 코앞이다.

이런 중요한 시국에 반대파가 힘을 얻는 것은 결코 달갑지 않을 터.

그럼 자연스레 종리추가 이쪽으로 수작을 부릴 여유도 사라질 테고.

‘결과적으로 종리추의 성장 속도도 느려질 테지.’

그럼 종리추와 암약하고 있을 용족의 영향력마저도 줄어들 것이다.

‘원래 거대한 세력은 외부에서 가하는 공격보다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공격이 더 치명적이니까.’

이는 강력한 야수를 상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들에게 맞서기 위해선 그들과 맞먹는 힘이 필요하지만.

병이나 독으로 내부부터 무너뜨리면 같은 힘을 지니지 않고도 쓰러뜨릴 수 있으니까.

‘이게 바로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라고 해야겠지.’

정규 아레나를 1레벨로서 살아온 자의 짬이랄까?

계획대로 흘러가는 상황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대련장 옆의 대기 장소.

그곳엔 최신형부터 미출시 대련 슈트와 고글 등 아레나 장비들이 즐비했고.

“검성, 정말 조건을 바꿔 주실 순 없으신지요?”

그것들을 만지작거리던 서위룡은 조심히 물었다.

“이전 제안으로만 되돌려 주신다면 이 서위룡,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무엇이든지…….”

“안 됩니다.”

김시혁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한 자리는 서위룡 플레이어의 것. 그리고 강화위 플레이어의 자리는 저희 쪽 길드원을 꺾으면 드리겠습니다.”

“검성…….”

“할 수 없다면 원래대로 서위룡 플레이어만 가입하시면 됩니다. 이견은 받지 않아요.”

“……알겠습니다.”

미약하게 침음을 흘린 서위룡은 불안한 눈으로 검성이 정한 대련인.

김시문을 바라봤다.

‘김시문 플레이어라…… 과연 강 형이 저분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까?’

서위룡의 훤칠한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직업의 상성만 놓고 본다면야 격투계인 강 형이 마법계를 압도해야 정상이지만…….’

마법계가 분명 귀족 직업이긴 하나.

통상적으로 격투계와의 일대일에선 많이 불리했다.

메모라이즈니 뭐니 따져도, 결국 유효타를 먹이기 위해선 캐스팅이 필수적인데.

빠른 속도와 자유로운 연계가 강점인 격투계를 상대론 캐스팅의 여유조차 없으니까.

하지만.

‘김시문 플레이어, 저분은 캐스팅이 일절 없지.’

핑거 스냅.

단순히 손가락을 튕기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화력을 뽑아내는 마법계 플레이어가 김시문이니까.

사실 서위룡은 시문이 어떤 플레이어인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대륙성의 후기지수(後起之秀)로서 각국의 주요 유망주들을 늘 모니터링하고 있었으니까.

당연히.

‘저분의 방송은 정말이지……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었지.’

시문의 방송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서위룡의 시점에서.

‘현재 가장 강력한 유망주는 우리나 미국이 아닌 김시문 플레이어다.’

대륙성의 수많은 후기지수들.

또 최강국이라는 위명에 걸맞게 아메리칸드림에 득실거리는 앤드류와 같은 유망주들.

하나같이 플래티넘 데뷔전을 기대하게 만드는 신성들이었지만.

이들 모두를 모니터링한 서위룡은 알고 있었다.

현재 가장 강한 유망주는 다름 아닌 한국의 김시문이라는 걸.

아마 그처럼 유망주들을 세세히 살피는 이들이라면 모두 알 테지.

“하아.”

서위룡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연룡, 역시 그자의 안목은 틀리는 법이 없군.’

한국을 담당하는 물밑 스카우터지만.

한땐 세계를 누비던 유명한 스카우터였던 후연룡.

그가 쓴 김시문에 대한 보고서 역시 본 적이 있는 서위룡이었다.

후연룡은 과거 검성 김시혁이 유망주였을 때를 언급하며, 몇 번이고 김시문의 회유를 강력 권고했었으나.

‘어째서인지 상부에선 별다른 뜻을 보이지 않았지.’

대륙성의 상부는 그런 후연룡의 권고를 추후를 두고 보겠다며 무시해 버렸다.

아쉬움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저런 인재야말로 대륙성에 꼭 필요한 존재인데.

더불어.

‘강 형에겐 죄송하지만, 이대론 패배할 확률이 너무 높아.’

짙은 패배감도 밀려들었다.

강화위 역시 대륙성에선 이름 있는 유망주이나, 직업 상성 말고는 김시문에게 비빌 부분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미 검성의 심기를 거스른 시점에서 전부 끝나 버린 것을.

그런 서위룡의 곁으로.

“서위룡, 그딴 표정은 지을 필요 없다.”

“강 형.”

어느새 대련용 슈트를 장착한 강화위가 다가왔다.

“안 봐도 뻔하구나. 불순한 네놈은 내가 저 소국 놈에게 패배하리라 생각하겠지.”

“……죄송하지만 강 형, 솔직히 강 형의 승리에 확신이 가지 않습니다. 저자는 강합니다.”

“흥! 놈이 한국에서 제법 날렸다는 것은 알고 있다만 그뿐이다.”

코웃음을 흘린 강화위는 두툼한 손을 꼼지락거렸다.

우두둑.

강렬한 뼈 소리.

그와 함께.

“내겐 창왕께서 내리신 비책이 있으니, 네놈은 그저 지켜보기만 하도록.”

강화위의 눈동자에 일순 검붉은빛이 일렁였다.

그에.

“강 형?”

놀란 서위룡이 강화위를 불렀으나 그뿐.

“뭐냐?”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살집에 파묻힌 강화위의 시선에 고개를 저었다.

“준비가 끝났으면 오시죠.”

뒤편에서 들려오는 청량한 목소리.

김시혁의 부름에 강화위는 거친 걸음으로 대련장에 올랐고.

‘잘못 봤나? 방금 강 형의 눈이…….’

서위룡은 그런 강화위의 뒷모습을 불안한 눈으로 배웅했다.

* * *

삑.

-방어 시설이 작동합니다.

익숙한 기계음과 함께 대련장 주변으로 여러 겹의 방어막이 겹쳐지고.

바닥으로 보호 마력이 담긴 파장이 퍼져 나간다.

흡사 해변가의 잔잔한 파도처럼.

발목을 스치는 대련장의 보호 파장을 느끼며.

‘어떻게 끝내야 할까.’

시문은 굳은 얼굴로 서 있는 강화위를 무심히 응시했다.

‘역시 단숨에 끝내는 게 여러모로 좋겠지?’

애당초 이 판을 벌린 이유가 종리추 쪽 유망주를 실각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던가.

검성의 심기를 거슬러 가입 티오를 잃을 위기에 처하고.

그걸 무마하려고 부랴부랴 움직이다 무참히 패배까지 한다?

‘내가 아는 종리추라면 절대 가만있을 위인이 아니야.’

창왕 종리추는 결코 실수에 관대한 인물이 아니다.

물론 유망주는 길드의 입장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인재.

그간의 투자가 아까워, 어떻게든 강화위를 안고 가려 할 수도 있었다.

‘만약 강화위를 안고 가 준다면 나야 더 좋지.’

대륙성의 길드 마스터란 중요한 자리를 앞둔 상황이다.

길드에 큰 오명과 피해를 끼쳤는데.

제 파벌이라고 감싸려 들다간 종리추마저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그럼 자연스레 반대 세력이 힘을 얻고, 종리추의 성장에도 제약이 걸리겠지.’

이러나저러나 시문에겐 이득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게 감히 암살 시도를 왜 했어. 얌전히 있었으면 나도 이렇게 빨리 견제를 시작하진 않았을 텐데.’

열을 올릴 종리추의 모습이 상상되자, 피식 웃음을 흘리는 시문.

그 모습을 오해한 것일까.

“감히……!”

강화위가 대번에 얼굴을 붉히며 시문을 노려봤다.

이어.

“고작 소국 내에서나 날리던 놈이 이 강화위를 비웃어?!”

타앗.

비대한 몸집과 달리 상당한 속도로 쏘아지는 강화위의 신형.

이는 랭커팰리스 로비에서 리코에게 달려들었던 속도보다 배는 빠른 속도였다.

이어.

“버르장머리를 뜯어고쳐 주마!”

정면으로 날아드는 두툼한 손바닥.

그를 본 시문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최심장이라…… 오랜만에 보네.’

후에 대륙성의 랭커가 되는 강화위.

그의 주력기인 최심장은 1세대 대륙성의 랭커가 고안해 낸 장법으로.

상대의 내장부터 파열시키는 침투경의 묘리를 담은 기술이었다.

하나.

‘파훼법만 알면 대처가 그리 어려운 기술은 아니지. 특히나 나처럼 기운 보유량이 높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시문은 아무런 자세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보란 듯이 어깨를 펴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에.

“이런!”

“야! 너 뭐 해!”

대련을 지켜보던 박진욱과 고말숙을 포함한 일행들의 얼굴에 근심이 깃들었다.

아무리 보호 장비를 입고 있다곤 해도.

유망주의 기술을 그대로 받아 내는 건 상당히 위험한 행위였으니까.

“유정아.”

“응.”

김시혁의 눈짓에 이유정이 짧게 답했다.

그녀의 손엔 백색의 은은한 성력이 어려 있었다.

하나 그녀의 신성 마법이 쓰이는 일은 없었다.

타앙.

시문의 가슴 부근.

심장의 위치에 정확히 파고드는 강화위의 손바닥.

대련임에도 명백한 살의가 드러나는 한 수였으나, 그것을 논하기 이전에.

“무슨!”

최심장을 정통으로 직격당했는데도.

시문은 산들바람을 맞이하는 바위처럼 꼼짝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이, 이게 어찌……!”

충격이 상당한지.

손은 회수하지도 못한 채 얼이 빠져 버린 강화위.

“이제 제 차례죠?”

시문은 그런 강화위를 보며 싱긋 웃고는.

따악.

손가락을 튕김과 동시에.

똑같이 무방비한 강화위의 가슴에 손바닥을 박아 넣었다.

파아앙!

아까 강화위가 펼쳤던 최심장과는 차원이 다른 파공음이 들려온다.

동시에.

펄럭.

옷자락이 펄럭이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정확히는 옷자락이 아닌, 비대한 강화위의 살집이었지만 어쨌거나.

바람에 날린 옷가지처럼 허공을 난 강화위는.

쿠웅!

묵직한 소리를 일으키며 바닥에 처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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