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96화 (96/349)

제96화

96화. 길드 버프 (2)

관심을 받는 걸 즐기는 타입일까?

집중되는 이목에 강화위의 두툼한 턱과 입꼬리는 더욱 올라갔다.

“아시다시피 이 길드 버프를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 않소?”

“그래서요?”

“한데 이곳의 인원수를 보시오.”

갓 창설한 길드의 최대 인원수 제한은 20명.

여기서 시문을 포함한 일행 4인을 제외하면 15자리가 남는데.

“딱 봐도 사전에 이야기된 가입자들보다 훨씬 많지 않소?”

강화위의 말대로 이곳에 모인 숫자는 근 50여 명이 넘어갔다.

길드 가입 제안을 돌렸던 밤사냥꾼 박진욱이 인원 체크를 잘못할 리는 없을 터.

그럼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까놓고 말해서, 다들 한 자리라도 더 꿰차라고 길드에서 보낸 이들 아니겠소?”

강화위의 말에 서로를 힐끔거리는 유망주들.

사실인 것이다.

‘길마님이 어떻게든 한 자리라도 더 얻으라고 하셨지.’

‘소속 길드원의 경험치 30% 증가에 스탯 성장률 70% 증가는 말이 안 되니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입해야 해. 그래야 내 유망주 자리가 유지된다.’

‘저놈만 이런 성장 버프를 받게 둘 순 없지.’

사정이야 각자 다르겠지만.

결국 저 말도 안 되는 성장 버프를 받기 위해 검성의 길드에 가입하려는 것은 자명한 사실.

‘정부의 지원 덕에 길드 제안권을 구할 수 있었지.’

‘일단 이 길드에 가입만 하면 지속적으로 나라에서 지원금이 들어온다.’

밤사냥꾼의 제안을 받지 못한 길드들은 가입 제안서를 구하기 위해 정부의 힘까지 빌리기도 했었다.

그만큼이나 성장 버프를 받기 위한 길드 가입 경쟁은 치열했다.

그렇기 때문일까?

별다른 말이 오가지 않았는데도 응접실의 공기가 점차 뜨거워졌다.

김시혁은 무미건조한 얼굴로 물었다.

“강화위 플레이어,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간단하오. 길드의 인원수를 풀어 주시오. 그대라면 그 정도의 업적 포인트는 있지 않소?”

따로 호응이 있지는 않았으나.

한결 뜨거워진 유망주들의 시선이 일제히 김시혁에게 꽂혔다.

그들 중 흥분한 이들도 있는 것인지.

스으으.

은은한 기세마저 섞여 오고 있었다.

그것을 본 강화위의 입가가 스륵 올라갔다.

‘분위기가 이렇게까지 온 이상, 제아무리 검성이라도 어쩔 수 없을 테지.’

창왕 종리추의 라이벌로 불리는 검성 김시혁.

당연히 대륙성에선 김시혁에 관한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진 상태였다.

조사에 따르면 김시혁은 아레나 외의 일들은 극도로 귀찮아하는 경향이 있었다.

본래 앉았어야 할 한국의 협회장 자리를 욕심조차 내지 않고 있으며.

밤사냥꾼이 검성을 대신해 온갖 일처리를 해 주는 것 또한 유명한 소문 아니던가?

‘그런 놈이 이깟 유망주들과 기 싸움을 할 리 없지.’

아마 귀찮다고 ‘그러죠, 뭐.’ 하며 길드 정원을 늘릴 것이다.

이 유망주들 뒤에는 거대 세력들도 득실거렸으니까.

그래.

분명 그랬어야 했는데.

“하. 어이가 없네.”

헛웃음을 흘리는 김시혁.

청량한 외모 덕분인지 그 모습에 몇몇 여성 유망주들은 얼굴을 붉혔으나 그뿐.

“듣자 듣자 하니까 진짜…….”

화아아아악!

차가운 목소리 뒤로 이어지는 어마어마한 기세에.

“크흡!”

“헉!”

“으윽…….”

응접실에 있던 이들은 일제히 몸을 움츠리며, 헛숨을 들이켰다.

* * *

“강화위 플레이어. 내가 만만해 보입니까?”

무미건조한 김시혁의 눈.

하나 그 속엔 명백한 노기가 섞여 있었고.

“…….”

“…….”

랭커 검성의 분노를 정면으로 맞이한 유망주들은 한순간에 꼬리를 내린 개들이 되어 버렸다.

그 광경을 뒤에서 지켜보던 시문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녀석. 아무리 미리 언질을 줬다지만, 아주 참지를 않는구만.’

청량한 외모에 맞게 부드럽고 상냥한 성격을 지닌 플레이어.

그것이 검성 김시혁을 향한 세간의 평가였지만.

시문은 잘 알고 있었다.

저 얌전해 보이는 동생 녀석이 사실은 굉장한 다혈질이라는 걸.

단지 앞으로 나서는 걸 싫어하는 성격과 맞물려, 대한민국이 멸망하기 전까지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한때 창귀라 불렸던 종리추와 비교해도 동생 놈의 성격은 전혀 밀리지 않았다.

시문의 시선이 잔뜩 위축된 유망주들을 향한다.

‘시혁이가 저렇게 화를 내도, 유망주들이 이대로 물러나진 않겠지.’

랭커의 기세는 분명 위협적이다.

막말로 동생이 검 한 번만 휘둘러도 저들은 반항조차 못하고 쓸려나갈 것이다.

하나 이대로 물러나진 않을 것이다.

아니, 물러날 수 없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지.

세계수로 인한 성장 버프는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김시혁은 한층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왜 귀한 업적 포인트까지 써 가며 당신들의 편의를 봐줘야 하는 겁니까?”

그와 함께 여전히 응접실을 짓누르는 김시혁의 기세.

전신을 조여 오는 기세를 애써 밀어낸 강화위는 말했다.

“우, 우리가 대가를 치르지 않는 것도 아니고, 계약 기간 한 달당 한화로 수백억을 받지 않소!”

“그래서요?”

“그런 입장에서 이 정도 요구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오만!”

“싫으면 가입하지 않으면 됩니다. 전 강요한 적도 없고, 돈을 더 주고서라도 들어오겠다는 사람들도 많아요.”

틀린 말이 아니었다.

세상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고.

플레이어의 성장과 관련된 것들은 대부분 그러했으니까.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강화위는 입술을 슬쩍 깨물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소. 하지만 그대의 말엔 어폐가 있소이다.”

“어폐?”

“처음 밤사냥꾼에게서 가입 제안이 들어왔을 때, 우리 대륙성에선 분명 길드의 남은 자리를 모두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소.”

“그건 아메리칸드림을 포함한 다른 길드들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그렇겠지. 하지만 우리처럼 거금을 제시한 길드는 감히 없을 거라 확답드릴 수 있소만?”

자금에 대한 자신감 때문일까.

기세에 짓눌려 있던 강화위의 얼굴이 조금이나마 펴졌다.

“1인당 한화로 천 억. 랭커 가입까지 허용할 시 두 배, 그 이상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했잖소?”

“뭐, 뭐라고?”

“천 억?”

곳곳에서 유망주들의 경악이 터져 나온다.

그럴 수밖에.

“계약 기간은 매달 갱신일 텐데…… 잠깐. 그럼 10명만 잡아도 1조가 넘잖아?!”

“미친! 그걸 매달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랭커 가입까지 허용해 주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잖아.”

“과연 대륙성인가…….”

10인 기준으로 매달 1조에 달하는 금액.

그것을 조건만 맞춰 주면 두 배, 그 이상도 지급할 용의가 있다니?

이는 거대 길드들을 등에 업은 유망주들조차 놀랄만한 금액이었다.

그때.

“잠깐.”

가장 앞쪽에 앉아 있던 한 금발의 미남자가 손을 들었다.

“강화위 씨, 어떻게 그쪽보다 거금의 조건을 제시한 길드가 없을 거라 확신하는 거죠?”

“감히 어떤 놈이!”

갑작스러운 반박에 눈에 불을 켜고 홱 고개를 돌린 강화위.

하나 그는 말을 끝까지 이을 순 없었다.

이유야 간단했다.

“우리 아메리칸드림에선 1인당 최소 금액만 2천억을 불렀습니다만?”

반박한 금발의 미남이 미국의 유명 유망주인 앤드류 번스여서만이 아니었다.

“협상에 따라 그 이상의 금액도 지급할 용의가 있고, 랭커 가입 허용 시 1인당 3천억까지도 지급이 가능하다고 했는데요?”

아메리칸드림.

대륙성과 함께 현 지구의 쌍두마차를 달리는 최고 길드의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그가 제안한 금액은 가히 상상조차 어려울 수준이었다.

“미, 미친!!”

“1인당 3천억?! 그것도 매달?”

“내가 지금 뭘 듣고 있는 거지……?”

앞서 강화위가 발언했을 때보다 더 큰 충격에 빠진 유망주들.

그 상황을 보던 시문은 조용히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조폭을 연상시키는 남자.

박진욱 역시 시문을 돌아보던 참이었다.

‘저거 진짭니까?’

짧은 입 모양.

그러나 어렵지 않게 해석한 박진욱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하.”

시문은 이마를 짚었다.

대륙성과 아메리칸드림이 제시한 저 말도 안 되는 액수 때문이 아니었다.

‘그만한 제안을 받고도 그냥 내가 말한 대로만 실행했던 거야?’

플레이어판 금수저인 거대 길드의 유망주들조차 경악을 금치 못하는 금액인데.

그걸 보고도 자신이 시킨 대로만 일을 진행하다니?

‘심지어 언급조차 하지 않았어.’

한 번쯤 말이라도 해 볼 법하지 않은가?

저 두 길드에서 매달 1조가 넘는 성장 버프 대여비를 지급할 용의가 있다고 말이다.

한데 일을 맡긴 박진욱도, 대리 길마로 임명했던 김시혁도.

어쩌면 알고 있을지도 모를 이유정마저도.

누구도 이런 조건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시문이 요구한 그대로만 묵묵히 일을 진행했을 뿐.

그 사실에.

‘이건 좀…… 가슴이 촉촉해지는데.’

시문은 가슴이 찡해졌다.

아무리 세 사람 다 돈이 궁하지 않은 처지라 해도.

저만한 액수면 흔들릴 법도 할 텐데 말이다.

그렇게 촉촉해진 시문의 귓가로.

“거짓말!”

강화위의 격앙된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앤드류는 헛웃음을 흘렸다.

“거짓말? 아메리칸드림의 유망주인 제가 이런 자리에서 거짓말을 한다는 겁니까?”

“너희 미국은 늘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살지 않나! 제 이익을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하는 놈들이!”

“세상에, 누가 할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군요.”

“뭐라?!”

점차 뜨거워지는 두 유망주.

그런 두 유망주의 어깨를.

“그만. 이 이상의 소란으로 이어지면 두 사람 다 퇴출입니다.”

김시혁의 차가운 음성이 짓눌렀다.

그에 앤드류는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고.

“검성! 정말 이럴 것이오?”

강화위는 얼굴을 붉히며 노성을 토했다.

“한국과 가까운 곳이 어디인지 잘 생각하셔야 할 거요! 우리 대륙성은 은원을 결코 잊지 않으니!”

“이게 은원이 될 일인지 전혀 모르겠고, 저의 뜻은 변함없습니다.”

“그, 그럼 그만한 성장 버프를 홀로 독점하겠다는 것이오?”

“말의 어폐는 본인이 가지고 있군요. 강화위 플레이어, 이게 어떻게 독점이죠?”

김시혁의 무미건조한 눈이 서서히 날카로워졌다.

“주변 참석자들을 보면 알 텐데요? 전 최대한 여러 세력과 나누려고 노력 중입니다만.”

“그, 그건…….”

“오히려 독점은 제게 했던 대륙성의 제안이겠죠. 아까 본인 스스로 독점 제안을 시인했잖습니까. 아닙니까?”

“…….”

입이 꽉 다물리는 강화위.

“그렇게 말하니 저도 묻죠.”

그에 김시혁은 턱을 괴며 물었다.

“만약 이 성장 버프를 대륙성이 얻었다면, 저처럼 여러 세력에 길드 가입 제안을 했을까요?”

“흥, 퍽이나. 오히려 제 길드원들에게마저 돈을 받고 팔겠지.”

대번에 튀어나오는 앤드류의 답.

그리고 주변의 유망주들 역시 강화위의 눈치를 볼뿐.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대륙성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말이다.

김시혁은 차분히 말을 이었다.

“애당초 다른 나라에까지 이런 제안을 건네는 제가 이상한 겁니다. 안 그래도 이번 일로 한국 내에서 말이 나오고 있어요. 국력을 유출한다면서 언론이 떠든다고요.”

사실이었다.

성삼과 신화 길드야 이유정과 최진수 등 자신들의 인물을 가입시키니 별말이 없지만.

그들을 제외한 타 길드들은 불편함을 표했고.

그중 몇몇은 언론 플레이를 펼치기도 했다.

단지 검성이라는 타이틀과 매달 들어가는 수백억대의 대여비 덕에 큰 명분을 얻지 못했을 뿐.

“거기에다 대륙성은 나름 우대해 주지 않았나요?”

김시혁은 대륙성 옆쪽에 앉아 있는 남녀를 바라봤다.

“그래도 같은 동아시아라고, 일본의 마사무네 길드를 포함해 두 길드 모두에게 두 자리씩 드렸죠. 아닙니까?”

“……맞소이다.”

“근데 은원이라고요? 지금 은원을 따져야 할 쪽이 어느 쪽입니까? 강화위 플레이어.”

“…….”

김시혁의 냉담에 아무런 답도 못 하는 강화위.

이어.

“저로선 그냥 넘어가기 힘든 무례니, 대륙성에 제안한 조건은 바꾸겠습니다. 제안했던 두 자리를 한 자리로 줄이죠.”

결정타가 틀어박혔다.

“이, 이보시오, 검성! 지금 그게 무슨……!”

대경실색을 하는 강화위.

“좋군요. 그럼 그 빈 자리, 저희 아메리칸드림에서 사겠습니다.”

“저도 찬성~ 저희 마사무네에 주신다면 원하는 조건이 무엇이든 맞춰 드릴게요~.”

“저희 루텐 길드도 검성께서 원하시는…….”

그 틈을 타 앤드류, 리코를 포함한 여러 유망주들이 앞다투어 조건을 내걸었다.

그 모습에 강화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

‘아, 안 돼!’

자신이 검성을 상대로 이러한 일을 펼친 이유가 무엇이던가?

될 수 있으면 길드 가입 티오를 더 받아 오라는 부길마의 명 때문이 아니던가?

‘여기서 우리 대륙성의 가입자 수가 줄어 버리게 되면…….’

하지만 ‘될 수 있으면’이지, 필수적인 것은 아니었기에.

‘난 끝이다.’

역으로 가입자 수를 줄여서 가게 되면 그의 미래는 뻔했다.

꿀꺽.

강화위의 목울대가 절로 꿀렁인다.

다행히도.

“심기를 불편하게 해 드렸다면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검성님.”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던 훤칠한 미남, 서위룡이 다급히 진화에 나섰다.

“워낙 큰 사안인지라 강 형께서 잠시 말실수를 하신 것이지, 결코 검성님을 음해하려 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강 형?”

눈으로 압박을 보내오는 서위룡.

평소 같았으면 건방진 태도에 성을 내었을 강화위였지만.

“무, 물론! 서 아우의 말이 맞소! 검성, 내 결코 그런 의도가 아니었소!”

그럴 생각이 들 여유도 없던 강화위는 서둘러 서위룡이 건넨 동아줄을 붙잡았다.

“그건 제 알 바가…….”

김시혁이 구차한 강화위의 구걸을 쳐 내려던 찰나.

[김시문 – 시혁아, 잠시만.]

그의 앞으로 한줄기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시문의 귓속말이었다.

[김시문 – 여기까지는 잘해 줬는데, 마지막만 살짝 수정하자. 대륙성에게…….]

주르륵 올라오는 시문의 귓속말을 못 본 척 슥 읽은 김시혁은.

“후. 좋습니다.”

무척이나 내키지 않는 얼굴로 말했다.

“대륙성의 가입자 수를 다시 두 자리로 돌려드리죠. 하지만 제 기분이 풀리진 않으니 조건을 걸겠습니다.”

“무, 무엇이든 하겠소! 말씀만 해 주시오!”

오만했던 아까와 달리, 대번에 꼬리를 흔들며 답하는 강화위.

그에 김시혁은 눈앞에 떠오른 형의 메시지를 그대로 읽어 주었다.

“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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