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88화 (88/349)

제88화

88화. 스쿠아마 원 (2)

촤르륵!

쇠사슬이 달린 철퇴처럼.

굵직한 혓바닥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든다.

시문은 완성도가 50%를 넘은 [블랙팬서의 신체조직]으로 드라헬의 혓바닥을 귀신같이 피해 냈다.

“쥐새끼 같은 놈!”

하나 괜히 상급 용족의 우두머리가 아닌 것일까?

드라헬의 혓바닥은 앞선 드라그들과 달리.

콰가가각.

빗나갔음에 굴하지 않고, 탱탱볼처럼 미친 듯이 날뛰며 시문의 종적을 쫓았다.

“쯧.”

혀를 찬 시문은 귀찮은 얼굴로 속도를 올렸다.

본래라면 저런 혓바닥 따윈 걷어차 버리고 역공을 노려야 했지만.

치이이.

상급 용족 드라그의 특징 중 하나인 독.

시문의 압도적인 무력에 여태 발산되지 못했던 그것이 드라헬의 혀에 한껏 묻어 있었기에.

혓바닥을 쳐 내고 역공을 가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시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러면 업적 포인트를 또 써야 하는데…….’

여태 모은 업적 포인트가 2만 점가량 있긴 했으나.

저번 공걸륜과의 전투로 아스트라페 세 자루를 사용했던 것도 그렇고.

‘업손실은 최대한 줄이고 싶은데 말이지.’

세계수의 성장 버프부터 옵시디언 태블릿, 그리고 천마신공까지.

앞으로 업적 포인트가 들어갈 일이 산더미인 시문의 입장에선 제법 아쉬운 선택지였다.

그런 시문이 위기에 몰린 것으로 보인 걸까?

“크하핫! 쫄래쫄래 피해 봐야 내 혓바닥 안이다!”

광소를 터뜨린 드라헬은 계속해서 혓바닥을 휘둘렀다.

그 이면엔.

“온다!”

“드라그다! 드발리도 있어!”

“일단 원거리 공격부터 퍼부어!”

뚫려 버린 거대 골렘의 사체 뒤로.

정체되어 있던 보급대의 역공도 계산되어 있을 터.

그나마 다행이라면 대형 몬스터.

구우우…….

거대 독 두꺼비들은 참전하지 않았다는 거였다.

“드라그는 내가 막겠다! 어서 데이나부터 치료해라!”

용맹하게 본대의 최전방에 선 남자.

최진수는 날아드는 드라그의 혓바닥을 쳐 내며 고함을 지른다.

그에 시문의 두 눈이 살짝 반짝였다.

‘역시 야수왕. 저 정도면 본대는 든든하네.’

미래의 하이랭커가 될 인물답게.

골드라면 기겁할 상황임에도 최진수는 용맹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시문은 살짝 아쉬운 눈으로 힐러들에게 둘러싸인 데이나를 힐끔했다.

‘데이나만 살아 있었으면 이런 신경은 쓸 필요도 없을 텐데.’

설마 그 강력한 데이나가 저렇게 당할 줄은 몰랐다.

촤르륵!

시문은 부지런히 날아드는 혓바닥을 피하면서 난장판인 주변을 훑었다.

‘그러고 보니 일반적인 중독된 보급로랑 상황도 많이 달라.’

상급 용족인 드라그의 등장까지는 납득이 간다.

본디 중독된 보급로는 플래티넘에서도 악명이 높은 검문소 맵이고.

상급 용족 드라그는 플래티넘 상위권에서부터 등장하는 놈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언제까지 도망만 칠 셈이냐! 쥐새끼야!”

촤르륵.

다크엘프 데이나마저 쓰러뜨린 저 드라헬이라는 드라그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실제로.

-와! 혀 X나 빠르네 ㅋㅋㅋ. 맞으면 엉망진창 각일 듯?

-ㄹㅇ 혓바닥 미쳤음. 저거 민첩 위주의 전투계 아니면 회피는 꿈도 못 꾸겠는데?

-그 어려운 걸 골드 마법계인 김시문이 해냅니다.

-혓바닥에 발린 독액도 예사롭지가 않음. 일반 드라그보다 독성이 더 센 듯.

-내가 중독된 보급로 매칭됐을 땐, 저런 드라그는 본 적이 없는데?

-22 나도 여기 몇 번 뛰어 봤는데 없었음.

플래티넘으로 보이는 시청자들 역시 드라헬의 등장에 의문을 품고 있었다.

시문은 점점 거세지는 혓바닥 세례에 혀를 찼다.

“쯧. 어쩔 수 없네.”

업적 포인트야 다시 모으면 되니까.

그렇게 읊조린 시문은 곧장 손가락을 튕겼다.

쿠르릉.

한줄기의 벼락이 시문의 곁으로 내리꽂힌다.

“케굴!”

떨어지는 벼락에 혀를 관통당한 드라헬.

“내 혀! 훅! 훅!”

그는 황급히 혀를 부여잡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부분을 훅훅 풀었다.

괜한 엄살은 아니었는지.

쥬륵.

뻥 뚫린 혀는 빠르게 아물어 갔다.

가히 상급 용족 중에서도 맷집으로 유명한 드라그다운 재생력이었다.

혀가 모두 재생되자.

“네놈! 감히 이 몸의 혀를…….”

분노한 드라헬이 호통을 치려 했지만, 그뿐.

짜작.

“힉!”

쏜살같이 날아드는 벼락에 황급히 회피했다.

저 벼락의 위력은 앞선 부하들이 몸소 알려 주었으니까.

이어.

파지직!

짜작.

시문이 휘두르는 아스트라페에선 벼락 줄기가 쉬지 않고 쏟아졌다.

피하기만 하던 아까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인 것이다.

“빌어먹을! 이만한 뇌전을 어떻게 계속…… 잠깐. 설마!”

뚱뚱한 몸으로 잘도 회피를 이어 가던 드라헬의 두 눈이 부릅떠진다.

“아, 아스트라페?!”

뇌전을 쉴 새 없이 쏟아 내는 저 무기의 정체를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건.

“그럴 리가 없다! 그 오만한 제우스가 인간 따위에게 제 무구를 허락할 리가 없어!”

부정이었다.

드라헬의 큼직한 눈알은 다급히 아스트라페를 훑었다.

‘그러고 보니 모양도 이상하잖아? 내가 아는 아스트라페는 저것보다 훨씬 더 길고 화려했는데?’

거기에다.

‘만약 저게 진짜 아스트라페였다면…….’

종의 한계를 깨달음으로 부숴 버린 각성 용족 ‘드라고닉’.

그들만이 입단할 수 있는 비밀 결사대 스쿠아마 원의 일원인 드라헬은 아주 오래전.

용제들이 펼친 신화적인 전장에서 제우스의 아스트라페를 직접 목도한 적이 있었다.

기억 속 그 위력이라면.

‘지금쯤 나 따위는 한 줌의 재로 사라졌어야 했어.’

드라고닉인 드라헬조차 일격에 타 죽어야 했다.

한데 저 아스트라페는 어떤가.

파지직.

“케…… 엑?”

이렇게 직격타를 당하더라도.

‘뭐야. 별로 아프지도 않잖아?’

그리 큰 타격이 없었다.

이는 드라그라는 태생적으로 맷집이 뛰어난 종의 장점도 있겠지만.

‘저게 아스트라페가 아니거나, 모종의 이유로 한참 열화된 것이 분명해.’

물론 다른 이유가 더 컸다.

우웅.

드라헬은 두툼한 목에 간신히 감겨 있는 목걸이를 힐끔했다.

‘아포피스 님이 주신 아티팩트. 그러고 보니 이게 있었지.’

제3용제 아포피스.

자신이 모시는 용제께서 친히 내려 주신 이 목걸이는 뇌속성에 관련해 상당한 면역력을 가지게 해 주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설마 용제께선 저놈이 뇌기를 다룬다는 걸 진작부터 아시고?’

왜 그 현명하신 3용제께서 수많은 속성 관련 아티팩트를 두고.

굳이 뇌속성 관련 아티팩트를 자신에게 주었겠는가?

“크, 크하하핫!”

눈알을 뒤룩뒤룩 굴리던 드라헬이 갑작스레 광소를 터뜨린다.

그에 또다시 아스트라페를 휘두르려던 시문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군! 그렇게 된 거였어!”

큼직한 얼굴이 반을 가를 만큼, 드라헬의 양쪽 입꼬리가 비죽 올라갔다.

“그분께서는 처음부터 다 아셨던 것이다. 이 모든 일을 다 알고 계셨던 게야!”

이 모든 것이 용제의 손바닥 안이었다고 생각한 것일까?

“과연 위대하시도다! 이 몸의 승리를 이전부터 점치고 계셨던 것이었어! 그렇다면…….”

드라헬은 이미 승리를 거머쥔 것처럼.

“내가 이리 도망 다닐 필요가 없지.”

지속해 오던 회피를 멈추고, 곧장 시문을 향해 걸어갔다.

“갑자기 무슨 개소리야?”

걸어오는 표적.

그 어이없는 행태에 헛웃음을 흘린 시문은 곧장 아스트라페를 휘둘렀다.

하나.

파츠측.

“크핫! 간지럽구나! 간지러워!”

놀랍게도.

드라헬은 아까처럼 아스트라페의 뇌전에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보란 듯이.

“더! 더 해 보거라!”

양팔을 활짝 벌린 채, 비대한 몸을 더욱 흔들어 댔다.

그에 시문의 미간이 슬쩍 찌푸려졌다.

‘뭐야. 이번에도 효과가 없잖아?’

앞서 공걸륜과의 전투로 공격 무효화에 대해선 어느 정도 익숙한 시문이었다.

애당초 마법계라면 한 번쯤은 겪어 보는 것이 마법 무효화니까.

하나 공걸륜 때와 달리.

“왜 그러느냐? 그 잘난 정전기를 더 쏘지 않고? 응?”

드라헬은 연달아 두 번이나 아스트라페의 뇌전에서 완전 면역을 선보였다.

시문은 백 스텝을 밟으며 몇 번 더 아스트라페를 휘둘러 보았지만.

파츠측.

“크하하핫! 간지럽구나! 간지러워!”

돌아오는 건 드라헬의 비소뿐이었다.

그에.

[성좌 제우스가 눈매를 꿈틀거립니다.]

[성좌 검은 염소가 ‘ㅋㅋㅋㅋㅋ! X! 정전기랰ㅋㅋㅋ’ 폭소를 터트립니다.]

[성좌 제우스가 조금 붉어진 얼굴로 당신을 후원합니다.]

[업적 포인트 2,000점을 획득합니다.]

제우스의 갑작스러운 후원이 날아들었다.

아마도.

‘업적 포인트를 과소모해서 더 강력한 아스트라페를 사용하라는 거겠지.’

이런 건 그냥 미션으로 줘도 되었을 텐데.

‘어지간히도 불쾌한가 보군.’

바로 후원을 박을 정도로 심기가 불편하다는 거겠지.

제우스가 원하는 바를 들어주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다만.

‘2천 점을 다 태우기엔 너무 아까운데.’

너무 비효율적인 행위라는 게 문제였다.

‘다 안 쓰고 드라헬을 처리할 방법이 없나?’

조금이라도 업적 포인트를 아끼고픈 시문.

잠시 그 고민에 빠져 공격을 멈추자.

“흐흐. 이제야 한계를 깨달았나 보구나? 거기서 얌전히 기다려라.”

그것을 겁을 집어먹었다 생각했는지.

드라헬은 두툼한 손가락을 이리저리 꺾으며, 먹잇감을 눈앞에 둔 포식자처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하나 그런 움직임과 다르게, 혹여나 시문이 달아날세라.

“햐아아악!”

입을 한껏 벌려 사방으로 짙은 독무를 뿜어냈다.

짓궂게도.

“흐흐! 내 독 안에 든 쥐가 무슨 기분인지 친히 알려 주마!”

시문의 주변은 독무로 뒤덮지 않았다.

“어디부터 뜯어 줄까? 팔? 다리? 아니지.”

도망도 치지 못한 채.

“네놈은 위대하신 용제께서 이리 신경을 쓰신 놈이니, 손가락 관절부터 하나하나 꺾어 주겠다.”

산 채로 고문할 생각인 거였다.

물론 이런 드라헬의 정성 어린 위협과 달리.

“맞아. 그렇게 하면 되겠네.”

시문의 속사정은 전혀 달랐다.

‘마무리만 아스트라페로 하면 되잖아?’

어차피 제우스가 바라는 건.

자신의 무구를 업신여긴 건방진 용족 놈을 자신의 무구로 처벌하는 것.

그렇다면.

‘다른 무구로 저 아티팩트를 박살 내고, 아스트라페로 끝내면 돼.’

마침 이 상황에.

그리고 드라그의 약점에 딱 어울리는 무구가 있지 않은가?

‘현자의 돌.’

-웅웅. 연성이라면 늘 환영이야~.

명랑한 목소리.

[요구치에 맞는 연성을 이루기에는 연성력이 부족합니다.]

[현자의 돌이 부족한 등가교환을 성립시키기 위해, 업적 포인트 500점을 요구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그와 함께 익숙하게 떠오르는 메시지에 시문은 당연히 예를 택했고.

우웅.

업적 포인트가 변환된 등가가 시문의 손가락으로 모여들었다.

그것이 정점에 달했을 때.

따악.

시문의 손가락이 튕겨졌다.

후끈한.

아니.

화아아악!

살인적인 열기가 시문의 주변으로 뻗어 나갔다.

“케, 케굴?!”

갑작스레 들이닥치는 열기에 드라헬이 황급히 몸을 물린다.

후덥지근한 열대의 습지를 좋아하면서도.

정작 불엔 기겁하는 드라그다운 반응이었다.

그렇게 놀랐던 마음은 분노가 되어.

“갑자기 이 무슨 열기란 말이냐!”

호통으로 이어졌다.

하나 그뿐.

“저, 저건?!”

드라헬의 분노는 길게 가지 못했다.

당연했다.

치아아아!

삽시간에 녹아 버리는 자욱한 독무.

드라고닉의 독무를 손쉽게 불살라 버린 것은 다름 아닌.

“레, 레바테인?!!”

무스펠하임의 지배자이자 상위 서열의 성좌.

수르트의 무구였으니까.

“이건 말도 안 돼!!”

드라헬은 곧장 경악을 토했다.

그도 그럴 것이.

“레바테인이라니! 레바테인이라니!!”

스쿠아마 원의 일원으로서, 3용제를 따라 많은 성좌를 겪어 본 드라헬.

그런 그가 아는 한.

“성좌 수르트는 분명 죽었을 텐데!”

성좌 수르트는 죽음을 맞이한 성좌였으니까.

물론 드라헬의 말은 사실이었다.

‘역시, 죽은 성좌라 그런지 어떤 관심도 보내오지 않네.’

검붉은 검을 쥔 채, 허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문.

그간 자신의 무구가 연성되면 즉각적으로 관심을 보내오는 성좌들과 달리.

성좌 수르트는 어떠한 메시지도 보내오지 않았다.

이는 이미 소멸한 성좌인 크로노스의 모래를 연성했을 때와 같은 현상.

고로 수르트가 죽은 성좌라는 건 확실했다.

단지.

[성좌 오딘이 당신이 연성한 레바테인에 미간을 찌푸립니다.]

[성좌 검은 염소가 ‘X신아, 인상 펴. 우리 아가가 쓰면 오히려 좋지. 너희가 살 가능성이 더 높아질지도 모르잖아?’ 피식 웃습니다.]

[성좌 오딘이 다소 못마땅한 얼굴로 ‘그건…… 그럴지도 모르겠네.’ 고개를 끄덕입니다.]

성좌 오딘만이 정체 모를 반응을 보내올 뿐이었다.

제법 궁금하기도 했으나.

“말도 안 된다! 이건 말도 안 된다고!”

지금은 먼저 처리해야 할 것이 있었다.

시문은 주변에 아지랑이를 피울 정도로 뜨거운.

그러나 자신에겐 한없이 따스한 온기를 전해 오는 검을 쥐고.

“자, 자, 잠깐만!”

황급히 고개를 젓는 드라헬을 향해 검을 들었다.

이어.

“타올라라.”

그 시동어를 머금고.

“레바테인.”

검을 휘두르는 순간.

검붉은 검신이 타오르며.

화르르르르르!!

천지도 함께 불타올랐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