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84화 (84/349)

제84화

84화. 연금술의 친구 (1)

시문과 시청자.

주변 환경을 본 이들이 하나같이 놀란 이유는 간단했다.

-오우 쉣!

-골드가…… 검문소?

-개조졌는데. 여기 플래티넘부터 나오는 맵이잖아.

-ㄹㅇ 1등은 이제 못할 듯.

한 길로 이루어진 일자형 지형.

물론 맵에 따라 조금의 변화가 생겨나지만.

일종의 다리 형태의 맵은 일명 검문소라 불리며, 플래티넘 이상에서만 등장하는 맵이었다.

-이분 골드 아니었음? 방송 안 켜고 혼자 아레나 돌려서 올렸나?

-그럴 리가요. 시문 님 정도면 플래티넘도 데뷔전 치르실 텐데.

-ㅇㅇ. 아까 스탯 어쩌고 하면서 상향 조정되었다고 했잖음. 그거 때문인 듯?

-대체 스탯이 얼마나 높길래 플래티넘 맵이 나오는 거임? 이해가 안 가네.

-ㄴㄴ. 난 오히려 이해가 감. 이분 실력만 봐도 오버 파워였음.

-ㅇㅈ. 개op수준이었지.

이번 아레나가 검문소임을 안 시청자들의 열기는 어마어마하게 뜨거워졌다.

하나.

‘검문소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이미 아레나 초반부인 배치고사 시절.

검문소 맵인 [잠식된 고블린의 교두보]를 겪어 본 시문은 흥분 대신 차분한 눈으로 아까의 메시지를 살폈다.

[현 랭크대에 맞지 않는 스탯 보유로 매칭이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현 랭크대에 맞지 않는 스탯이라?’

시문은 자연스레 상태창을 펼쳤다.

그러곤.

‘아. 이거 때문이구나.’

단번에 상향 조정이 된 이유를 알아냈다.

연성력 : 100 (+4)

-마기 : 52

-용력 : 52

잔여 스탯 : 10

‘연성력이 100이 넘은 거였어.’

본래 75였던 연성력.

‘세계수를 타락시켰던 니드호그의 용력을 흡수하고 무려 25나 증가했었지.’

그로 인해 연성력이 100이 되어 버리면서.

‘아예 플래티넘으로 인식돼 버린 거구나.’

본디 플래티넘으로 들어가는 가장 큰 조건이 바로 주력 스탯이 100이 넘을 때였다.

대부분의 골드들이 100레벨 중후반대에 플래티넘으로 승급하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만일 그때까지 기를 형상화하는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면.

‘상태창이 억지로 기의 형상화를 가능케 해 줬지.’

일명 ‘보정’이라 부르는 현상이 일어난다.

물론 스스로의 깨달음으로 기의 형상화를 터득한 플래티넘과.

보정으로 기의 형상화를 터득한 플래티넘은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플래티넘부턴 단순 아레나 판의 수로만 랭크를 올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고.

소위 말하는 찐플래와 짭플래를 나누는 경계이기도 했다.

깨달음을 더 얻어 다이아 랭크로 올라갈 놈이냐, 그러지 못할 놈이냐를 나누는 구간.

‘일명 예티구간으로 불리는 통곡의 랭크대이기도 하지.’

사람은 결국 될 놈과 안 될 놈으로 나뉘기 마련.

단순히 판 수나 노력만으로 올라갈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면.

역으로 다른 이들이 올라가지 못하게 막는 트롤 행위를 하기도 하고.

오랜 정체기로 일명 수문장이 되어 갓 플래티넘이 된 플레이어들을 학살하기도 한다.

철저한 강자존에다가.

온갖 인간상들이 판을 치는 구간인 것이다.

[이번 아레나의 종목은 ‘디펜스’이고, 참가 인원은 20명입니다.]

[조건 ‘협력’이 추가됩니다.]

[참가자 전원이 팀이 맺어집니다.]

[인원이 모두 보이면 아레나가 시작됩니다.]

다행히도.

“응? 아니! 내가 왜 여길 와? 나 골든데?”

“뭐야, 검문소잖아!”

“X발! 이놈의 아레나가 드디어 미쳤나!”

“맵만 비슷하지 검문소가 아닐 수도 있잖아요.”

“뭐래, 종목이 떡하니 디펜스라고 쓰여 있는데. 다리 형태에 오펜스나 디펜스면 검문소 확정인 거 모르세요?”

함께 매칭된 플레이어들은 플래티넘이 아닌 모양이었다.

매칭된 플레이어들을 살피던 시문은 몇몇 얼굴들이 낯익다는 걸 깨달았다.

‘맵은 플래티넘인데 참가자들은 전원 골드로군.’

그들 역시 시문을 알아본 것일까.

“다, 당신은!”

“김시문?”

“뭐? 김시문이라고?”

“골드 데뷔전의 우승자?”

시문을 본 플레이어들은 화들짝 놀라며 서로 입을 놀렸다.

‘그렇군. 그렇게 된 건가.’

매칭된 플레이어들을 살핀 시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나 보네. 골드 최상위권으로만 매칭을 해 준 걸 보니.’

매칭된 플레이어들은 대부분이 골드 데뷔전에 참가했던 이들이었다.

매칭된 플레이어들도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일까?

“다 아는 얼굴이네.”

“그러게. 니 새끼랑은 적으로 만나길 기도했는데.”

“X랄, 저번에 개발려 놓고 무슨. 협력 조건으로 만난 게 다행인 줄 알아.”

“오랜만이네요.”

“그러게. 반갑다, 야.”

매칭된 플레이어들 역시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며 적응하기 시작했다.

그들 중 제법 큰 체구의 남성.

“김시문.”

30대 중반의 다부진 남성이 시문을 향해 다가왔다.

“오랜만이군.”

그를 알아본 시문 역시 알은체를 했다.

“오랜만이네요, 최진수 씨.”

최진수.

SS급 특성인 야수화의 보유자이자, 신화 길드의 최대 유망주.

각성 전엔 UFC 프로 출신으로 후에는 하이랭커까지 되는 전도유망한 플레이어.

그동안 서로 경쟁하는 아레나들로 만났건만.

“더 강해졌군.”

시문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제법 호감으로 차 있었다.

“그래 보입니까?”

“보이는 게 아니다. 느끼는 거지.”

그는 목표를 품평하는 야수와 같은 눈으로 시문을 훑었다.

“겉으로는 여전히 기생오라비 같지만, 나는 느낄 수 있다. 지금의 넌 데뷔전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강해졌다는 걸.”

그는 근육과 흉터로 가득한 팔을 내보이며 말했다.

굵직한 팔엔 솜털 같은 것들이 곤두서 있었다.

그런 팔을 본 시문은 최진수의 추리를 대번에 납득했다.

‘특성 야수화 때문이구나.’

SS급 특성 야수화.

SS급답게 굳이 야수화를 하지 않더라도.

전반적인 육체 능력이 야수의 그것처럼 발달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아마 저 곤두선 털처럼.

야수의 본능이 알려 주고 있는 것이겠지.

눈앞의 존재는 자신을 한참 뛰어넘는 포식자라고 말이다.

딱히 실력을 숨길 이유도 없었기에.

“아니라곤 못 하겠네요. 최근에 실전도 좀 겪기도 했고.”

“실전이라. 역시 그렇게 강한 데는 남다른 수련법이 있었나 보군.”

전 UFC 선수 출신이라 그런 걸까.

실전이라는 말에 유난히 눈을 반짝이는 최진수.

시문은 굳이 그의 오해를 바로잡아 주지 않았다.

“그럼 그 길드에 들어가면 나도 너처럼 실전을 겪는 건가?”

“에? 길드요?”

길드 이야기는 한 적도 없는데?

시문이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자, 최진수는 다 안다는 듯 말했다.

“숨길 것 없다. 얼마 전, 길드 마스터가 날 불러 알려 줬거든.”

“길드 마스터라면…… 철혈의 고창진?”

“그렇다.”

철혈의 고창진.

숙부 김무열과 같은 1세대의 랭커이자, 한국 3대 길드 중 하나인 신화 길드의 창설자이자.

날렵한 눈매의 미중년으로 나이를 막론하고, 많은 여성들의 인기를 차지하는 인물.

무력은 물론 세력에 필요한 기타 수완 역시 뛰어난 플레이어였다.

“길마가 제안을 하더군. 내게 잠시 다른 길드로 가있을 생각이 없냐고 말이지.”

최진수는 한쪽 입꼬리를 비죽 끌어 올렸다.

“처음엔 길드 퇴출이라고 생각했다. 이상할 것도 없지. 그만한 지원을 받고도 데뷔전에서 우승하지 못했으니.”

“그렇군요…….”

시문이 괜스레 멋쩍어하자, 최진수는 고개를 저었다.

“네가 이상해할 건 없다. 넌 충분히 자격이 있는 강자다. 오히려 네 실력에 비해 그 자리가 부족해 보일 지경이야.”

외형만큼이나 직설적인 성격인 걸까.

최진수의 가감 없는 칭찬과 인정에 시문은 슬쩍 볼을 긁었다.

“어쨌건 날 부른 이유는 간단하더군. 잠시 가 있으라는 길드의 성장 버프 때문이었다. 그 철혈의 길마가 눈이 돌 정도로 엄청난 성장 버프 말이다.”

“아.”

그 말에 시문은 작게 탄성을 내뱉었고.

-성장 버프라고?

-길드 버프들은 다 거기서 거기 아냐?

-철혈의 고창진이 눈이 돌 정도면 효과가 미쳤나 본데?

-이 형 이렇게 강했던 게 그거 때문이었나. 역시, 이유가 있었어.

-개궁금하네. 대체 효과가 어느 정도길래.

채팅창은 성장 버프란 말에 들끓기 시작했다.

그간 시문의 압도적인 능력을 봐 왔으니 당연한 의문이었다.

시청자들뿐만이 아니었다.

-성장 버프? 그런 정보는 전혀 못 들었는데?

-유망주를 타 길드에 보낼 정도면 버프 효과가 상당한가 봅니다.

-길드 마스터가 직접 이야기를 꺼낸 거라면 아마 거대 길드들에게만 정보가 도는 모양입니다.

-그럼 성삼 길드에도 제안이 갔겠군요.

-혹시 저 길드에 대한 정보가 있다면 연락 주십쇼. 사례는 확실히 하겠습니다.

시문의 방송을 눈여겨보던 길드의 스카우터들.

그들의 커뮤니티에서도 이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을 전혀 모르는 두 사람은.

“버프의 내용을 보고 저도 그 길드에 소속되어 있을 거라 생각한 거군요?”

“그렇다.”

지금까지와 같이 평범하게 이야기를 이어 나갈 따름이었다.

“그런 어마어마한 성장 버프라면 너의 말도 안 되는 성장세도 납득이 가니까.”

최진수의 추리에 시문은 속으로 감탄했다.

‘박진욱에게 길드의 빈 인원수를 최대의 가격에 채우라곤 했지만…….’

딱 거기까지.

시문이 해당 길드의 마스터라는 건 말하지 않았을 터.

그런데도 최진수는 그간 겪었던 시문의 무력만으로 여기까지 알아낸 것이다.

‘역시 야수왕. 힘만 센 게 아니야.’

밤사냥꾼 박진욱처럼.

크고 거친 외형과 달리, 최진수는 상당히 뛰어난 머리를 지니고 있었다.

‘하긴, 무력만으론 하이랭커가 되진 못하지.’

플레이어에겐 무력이 곧 전부일 거라는 인식과 다르게.

무력만을 무식하게 들이밀어선 랭커 수준까지 진입하기는 어려웠다.

아레나 공략에 필요한 머리와 판단력 역시 중요했으니까.

물론 예외가 있긴 있었다.

‘고말숙이라든가, 말숙이라든가, 천마라든가.’

미래의 천마인 우리 고말숙께서는.

‘조금 단순하다’는 단점을 지니고도.

눈앞의 야수왕조차 한 수 접어 줄 정도로 압도적인 무력으로 하이랭커까지 올라가시긴 했다.

‘말숙이의 유일한 적수가 4대 하이랭커뿐이었지, 아마?’

한국의 검성과 중국의 창왕, 그리고 유럽과 미국의 1등.

말숙이가 4대 하이랭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건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개인적인 복수로 사실상 무국적자나 다름없는 삶을 살았고.

오로지 제 복수를 위해 움직인 덕에 온갖 세력과 마찰을 일으켰다.

결국 5대 하이랭커가 아닌, 세계 3대 미친년 중 하나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었지.

어쨌거나.

“같은 길드원이 된다니 반갑네요.”

미래의 하이랭커와 친분을 터놓는 것이 나쁠 건 없었기에.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는 하겠지만, 아마 서로 마주칠 일은 없을걸요?”

시문은 숨김없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어차피 성장 버프의 원인이 나인 건 모르잖아?’

더불어 길드 마스터가 자신인 것도 모르겠지.

당장 길드원만 따져도 김시혁과 이유정, 박진욱이 있는데.

어느 미친놈이 골드인 자신을 길드 마스터라고 생각하겠는가?

“아직 길드 가입은 하지 않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너를 뛰어넘으려고 먹고 자는 시간을 빼곤, 아레나에만 몰두하고 있으니까.”

씨익 웃으며 시문의 손을 마주 잡는 최진수.

‘운동선수 출신이라 그런가. 승부욕이 엄청나네.’

살짝 감탄한 시문은 응원으로 답했다.

“목표가 저라고 하시니, 저도 따라잡히지 않게 열심히 해야겠네요.”

“큭. 마음에 드는군.”

가볍게 악수를 끝낸 최진수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몸을 돌렸다.

“협력 조건으로 만난 게 아쉽지만, 이번 아레나도 기대하지.”

“저야말로.”

최진수가 멀어지자, 그의 주변으로 하얀빛과 함께 마지막 인원이 매칭되었고.

[참가 인원이 모두 매칭되었습니다.]

[아레나를 시작합니다.]

메시지창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목표 지역은 ‘중독된 보급로’입니다.]

[제한 시간 내에 어떤 식으로든 목표 지역을 방어하십시오.]

[최대한 많은 인원이 생존할수록, 클리어 보상도 커집니다.]

[제한 시간 29:59]

열대 기후의 습지처럼.

“읏.”

“망할!”

뜨듯하고 습한 공기가 훅 시문과 플레이어들을 덮쳐 왔다.

하나 플레이어들이 욕지거리를 내뱉은 건, 덥고 습한 환경 때문이 아니었다.

“중독된 보급로라니, 미친 거 아냐?”

“검문소 맵 중에서도 더럽게 어려운 맵이잖아!”

“플래티넘에서도 상위부터 매칭되는 맵을 왜 우리가 해야 하는 건데? 아레나 측은 아무 말도 없는 거야?”

바로 중독된 보급로가 지닌 높은 악명 때문이었다.

“엿됐다. 나 해독제 하나도 안 챙겼는데!”

“마찬가지야. 그리고 해독제 한두 개론 어림도 없다고.”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다시피 독이라는 테마가 가장 크게 작용하는 맵.

주변 곳곳에 피어난 화려한 꽃이나 버섯들은 모조리 독을 품고 있었고.

당연히 등장하는 몬스터들 역시 저마다의 독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도 골드에선 최상위에 위치한 플레이어들이라고.

“보조계가 몇 명이나 되죠? 해독 가능한 사람 있나요?”

“저 여기 방송으로 몇 번 본 적 있어요. 곧 시작 NPC가 올 테니 그 전에 진형부터 잡죠.”

“이봐! 지인끼리 뭉치는 건 상관없는데, 탱커들은 어지간하면 앞으로 좀 나오지?”

플레이어들은 빠르게 정보를 교환하며 저마다 자리를 잡아갔다.

반면.

“중독된 보급로라…….”

이 사태의 주범인 시문은 차분한 눈으로 앞으로 쭉 뻗은 다리를 바라봤다.

‘마침 연성력도 100이 넘었겠다, 슬슬 써 볼까 했는데 잘됐네.’

안 그래도 숙부의 든든한 충신인 골렘 최창욱과.

저번 대륙성의 암살 시도를 겪으며 ‘이것’의 연성 필요성을 느꼈는데.

‘연성력이 100을 넘었으니, 전생보다 성능은 훨씬 더 뛰어나겠지?’

시문은 잔여 스탯 10을 모조리 연성력에 투자하며.

“네놈들은 누구냐?”

어느새 나타난 시작 NPC인 정체불명의 후드인(人)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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