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83화 (83/349)

제83화

83화. 역공 (2)

늦은 시간.

어둑한 밤임에도 시내는 환한 빛으로 반짝였고.

“형. 정말 숙부가 형 말대로 움직일까?”

유명 브랜드사의 한정 스포츠카 속.

운전대를 잡고 있는 김시혁은 다소 불안한 얼굴로 옆자리를 힐끔했다.

그에.

“움직일 거야. 반드시.”

옆자리에서 턱을 괴고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던 시문이 답했다.

“어떻게 확신하는데? 행여 숙부가 다른 마음을 품기라도 하다간…….”

“시혁아.”

시문은 창에 비친 동생의 불안한 얼굴을 바라봤다.

“이번 일은 타국의 무장 세력을 허가도 없이 들여보낸 일이야. 그것도 같은 국민을 해하기 위해서.”

갤럭시 아레나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숙부 김무열이 저지른 짓은 국가적으로 용납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이건 제아무리 숙부라 해도 결코 무마하지 못할 일이야.”

그간 정계와 법계에 쌓아 왔을 숙부의 대단한 인맥들도 커버 쳐 주지 못하겠지.

그만큼이나 큰 사안이었다.

자국민을 해하려는 타국의 무장병력을 밀입국시킨 것은 말이다.

“그리고 난 숙부를 잘 알아.”

같은 사생아 출신이어서가 아니다.

아니, 어쩌면 그런 출생 때문일지도 모르지.

어쨌거나 중요한 건.

“숙부는 결코 협회장 자리를 포기하지 못해. 그러니 싫어도 내 뜻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어.”

“난 형이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는지 모르겠어. 막말로 숙부가 다 던져 버리고 형을 노리면 어쩌게?”

“그러니까 그게 불가능한 사람이라니까, 숙부는.”

정확히는 협회장 자리를 절대 놓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해야겠지.

‘혈육부터 자신까지, 모든 걸 포기하고 거머쥔 자리니까.’

전생에서도 그러했다.

대륙성 놈들의 꼭두각시로 움직이며 시혁이를 그렇게나 방해했었던 김무열.

그로 인해 배신자니 대륙의 개니 하며 매국노 취급을 당할 때에도.

“내가 협회장이다! 저놈이 아닌 나 김무열이가 대한민국의 협회장이란 말이다!”

왜인지 그는 늘 자신이 협회장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흡사 광인을 연상시켰고.

실제로도 많은 플레이어들이 철목왕이 미쳤다고 혀를 내둘렀었지.

그만큼 협회장에 대한 김무열의 집착은 어마어마했다.

그러니.

“숙부는 절대 협회장 자리를 포기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형, 만약이라는 게 있잖아.”

하나 어지간히도 불안한 것일까.

숙부에 대한 걱정을 좀처럼 놓지 못하는 동생에 시문은 작게 웃어 주었다.

“그렇지. 인간이 관여되어 있는 한 100%는 없으니까. 근데, 그러면 오히려 좋아.”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야. 숙부가 대륙성과의 관계를 끊지 못한다? 되레 더 깊어진다? 그럼 내겐 더 호재라고.”

칼자루를 쥔 사람은 이쪽이다.

숙부가 정녕 대륙성과의 손을 놓지 못한다면.

녹취록으로 협회장 자리에서 끌어내리면 그뿐이다.

거기에다.

‘숙부는 용력을 지니고 있지.’

무슨 방법으로 용력을 획득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용력이라는 힘을 보유하는 이상, 사안을 지닌 자신에게 결코 맞설 수 없었다.

‘숙부의 용력이 나보다 높은 서열일 리는 없으니까.’

무려 옛 용신의 격이다.

세계수를 타락시켰던 용제의 용력마저 함락한 자신의 사안을 어찌 숙부가 막겠는가?

거기까지 생각이 다다르자.

‘어쩌면 전생의 숙부가 답지 않게 대륙성의 꼭두각시로 움직였던 것도…….’

숙부가 지닌 용력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대륙성을 파다 보면 차차 알게 되겠지.’

그 역할은 우리의 철목왕 김무열께서 열심히 해 주실 테니까.

결국.

‘숙부가 어느 쪽으로 움직이든 결국 내 승리로 끝난다.’

숙부 김무열과의 전쟁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형? 형.”

“아, 미안. 불렀냐?”

동생의 부름에 상념에서 빠져나온 시문.

“솔직히 난 형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김시혁은 그런 시문을 힐끔하며 말했다.

“형이 이만큼 확신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건 알아. 그러니 믿을게.”

“너무 맹신하는 거 아니냐? 나도 사람이야. 틀릴 수도 있다고.”

“그렇긴 한데, 내가 지금까지 봐 온 형은 틀린 판단을 한 적이 없었거든. 그래서 형이 그렇다 하면 그냥 믿으려고.”

일방적인 신뢰를 보내오는 김시혁.

그 고마운 모습에 따뜻해지는 마음을 숨긴 채.

“그냥 네 머리를 쓰는 게 귀찮은 건 아니고?”

시문은 씨익 웃으며 장난스럽게 답했다.

같은 핏줄이긴 한 걸까?

“헤. 들켰네?”

김시혁 역시 장난스럽게 웃으며 받았다.

“인마, 내가 어릴 때부터 늘 말했지? 넌 머리도 좋으면서 생각하는 걸 너무 싫어해.”

“어쩔 수 없잖아. 귀찮은걸.”

“게으른 거다, 그건. 대체 그 성격으로 어떻게 랭커가 된 거냐?”

“음. 무지성으로 다 잡다 보니 되던데?”

“……그런 재수 없는 말을 왜 인터뷰에선 안 하냐?”

“에이, 그러면 이미지가 날아가잖아. 나도 먹고살아야지.”

“미친놈.”

결국 먼저 웃음을 터뜨리는 시문.

그렇게 두 형제는.

“아! 늘 있던 두 방해꾼이 없으니까 너무 좋다. 이런 단란함을 원했어.”

“그 두 방해꾼이 너보다 더 도움되는 건 알고 있지?”

“……내가 선배나 유정이보다 더 세거든.”

“세면 뭐 하냐. 나한텐 도움이 1도 안 되는데.”

“혀, 형!”

“꼬우면 숙부 밀어내고 협회장 되든가. 그 정도 위치면 형한테 확실히 도움된다.”

“쳇. 더럽고 치사해서 내가 협회장 하고 만다.”

“진짜지? 너 말 물리면 죽는다.”

“그…… 1년만 아레나 더 뛰고 할게.”

몇 년 만에 실없는 농담을 나누며 밤길을 달렸다.

* * *

동이 튼다.

밝은 햇살이 서서히 어둑한 방 안을 비추었고.

고급 원목 테이블에 팔을 걸친 채, 턱을 괴고 있는 중년인의 눈매를 매만졌다.

“…….”

밤을 새운 것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미동 없는 중년인의 눈빛은 무척이나 예리했다.

그런 중년인의 곁에 있는 거구의 각진 남자 역시 부동의 자세를 유지했다.

이내.

띠리리.

각진 거구의 남자.

골렘 최창욱의 품속에서 심플한 알림음이 흘러나왔다.

몇 시간 만에 부동자세를 깬 그는 품속에서 울리는 폰을 확인하곤 입을 열었다.

“협회장님, 오늘은 일찍이 국회 쪽과 미팅이 있습니다만.”

“…….”

“취소할까요?”

최창욱의 물음에도 부동의 자세를 유지하는 김무열.

얼마 가지 않아.

“어떻게 생각하나.”

석상 같던 그의 입이 열렸다.

“어떤 부분을 말입니까?”

“전부 다.”

대륙성과 자신의 관계, 그리고 특성을 무력화한 것과 밀입국을 입증하는 녹취록까지.

현재의 김무열의 상황은 그간 겪어 왔던 위기 중 단연코 세 손가락에 꼽히는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말해 봐라, 최창욱. 내가 어떻게 대처를 해야겠나?”

김무열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하나.

“……죄송합니다.”

천하의 철목왕 김무열도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평생 그의 수족으로 살아온 최창욱이 무슨 판단을 할 수 있겠는가?

그저 늘 그렇듯.

“저로선 어떤 답을 내려야 할지 감조차 오지 않습니다.”

조금의 거짓도 없이 우직하게 현실만을 말할 뿐.

“하긴, 답이 없는데 답을 찾으려는 것부터가 아귀가 맞지 않지. 내가 실언을 했군.”

김무열은 지끈거리는 미간을 만지작거리며 실소를 흘렸다.

이내.

“대륙성 측에 연락을 넣어라. 작전이 실패했다고.”

“예.”

“그리고 실패의 원인은 그쪽 놈들의 실험체 때문이었다고 하도록.”

“그 말씀은…….”

최창욱의 말끝이 흐려진다.

김무열은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방법도 없다면 조카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대륙성과의 연은 여기까지다.”

어느새 담배 한 대를 꺼낸 그는 무심히 담뱃불을 붙였다.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최창욱은 물었다.

“아깝지 않으십니까? 그간 놈들과의 관계를 위해 많은 공을 들이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돈이든 시간이든, 꽤 많은 공을 들이긴 했지.”

“한데 왜…….”

“간단하다.”

후욱.

자욱한 담배 연기를 뿜는 김무열.

“그 노력 끝에 오는 것이 고작 독이라면, 투자가 얼마나 되든 끊어야겠지.”

“대륙성이 독이 될 거라는 김시문의 말을 믿으시는 겁니까?”

“놈을 믿는 게 아니다.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을 믿는 것이지.”

SS급 특성 식물의 지배자.

드루이드나 엘프, 정령형 몬스터들에게 제법 애를 먹은 적은 있어도.

이렇게 무참히 무너져 본 적은 지난 플레이어의 경력상 단 한 번도 없었거늘.

조카 김시문의 앞에선 아예 맥도 못 췄다.

‘특성 스스로가 공격이라는 의지 자체를 꺾어 버리는 느낌이었지.’

뭐랄까.

마치 제 부모에게 칼을 겨누는 느낌이랄까?

특성 스스로가 거부감을 느끼고, 자신의 뜻에 불복종하는 느낌이었다.

“하.”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가족에게 칼을 겨누는 것도 서슴지 않았거늘.’

그런 자신이 사생아인 조카 따위에게 가로막힐 줄이야.

거기에다.

“김시문 그놈이 그 영약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게 걸린다.”

“대륙성에서 만든 DS 말씀이시군요.”

“그래”

특성 향상제 드래곤 세럼(Dragon Serum).

통칭 DS는 대륙성이 비밀리라는 말을 넘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영향력을 행사해 극비로 진행 중인 실험이었다.

정확히는 창왕 종리추만의 극비 실험이라고 해야겠지.

“나 정도 되는 신뢰 관계를 형성한 자들이 아니고서야, DS에 대해선 누구도 알지 못할 텐데…….”

중국 내 대륙성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사실상 국가적인 차원에서 차단하는 정보다.

그것을 일개 골드 플레이어인 시문이 어찌 안단 말인가?

곁에 있던 최창욱이 조심스레 운을 뗐다.

“놈들이 암살에 실험체를 써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비각성자 전용은 아직 임상 단계라고 들었습니다만.”

“그것과 내가 DS를 복용했다는 사실은 아무런 연관도 없다. 애당초 실험체는 전부 비각성자 아닌가?”

“그랬지요. 죄송합니다.”

담배를 한 모금 더 머금은 김무열은 깊게 내뱉으며 말했다.

“놈의 말투로 보건대 단순한 넘겨짚기도 아니었어. 놈은 확실히 종리추의 연구를 알고 있다.”

그 말에 최창욱의 단단한 눈매가 슬쩍 커진다.

“그 말씀은 설마…….”

“그래. 어쩌면 놈들에게 받았던 DS 때문에, 내 특성이 저 망할 놈에게 무효화된 것일지도 모르지.”

아니.

아마 그럴 것이다.

지금까지 자신의 특성은 그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으니까.

최창욱이 당황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하, 하지만 협회장님. 종리추는 분명 DS에 어떤 부작용도 없는…….”

“멍청하긴. 자넨 그 말을 믿나?”

김무열의 날카로운 눈썹이 삐쭉 올라갔다.

“세상에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다. 흔한 감기약조차 그러한데, DS 또한 마찬가지겠지.”

“그래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DS를 복용한 지는 꽤 되셨잖습니까? 특성도 한 단계 상승하셨고요.”

“그렇지.”

세간에 알려진 철목왕 김무열의 특성인 식물의 지배자.

사실 식물의 지배자는 DS를 복용한 이후.

SS급을 넘어 SSS급으로 진화한 상태였다.

“그러니 더욱 짜증이 나는 것이다.”

지금의 자신은 예전보다 강해진 상태인데.

어찌 한낱 골드 따위에게 쪽도 쓰지 못하는지 말이다.

“후. 어찌 되었건 일은 이미 벌어졌다. 그렇다면 앞으로만을 신경 써야겠지.”

김무열은 깊은 숨을 내쉬며 이마를 쓸어 올렸다.

최창욱은 서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제가…… 처리할까요? 빌런이 될 각오로 목숨까지 내려놓는다면 김시혁도 막지는 못할 겁니다.”

플레이어로서의 모든 걸 내려놓고.

죽자 살자 달려든다면 검성이 곁에 있어도 골드 하나쯤은 죽일 수 있다.

그렇게 자신하는 충신에 김무열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당분간은 건방진 조카의 명령에 맞춰 움직인다.”

조카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나 역시도 DS의 부작용을 알아내야겠으니, 마냥 밑지는 장사는 아니야.”

어느새 꺼져 버린 담배.

그것을 재떨이에 짓누른 김무열은 서늘한 눈빛으로 곱씹었다.

‘김시문, 당장은 네놈에게 숙여 주마. DS의 부작용을 알아내기 전까진.’

이미 제 목에 차인 족쇄는 알아차리지 못한 채.

* * *

다음 날.

“어디 보자…….”

아침부터 폰을 만지며 연구실로 바삐 움직이는 시문.

“일단 진욱 씨한테 길드의 남은 자리 판매도 부탁을 해 뒀고…….”

원래라면 길드로 뭔가를 할 생각이 없었지만.

이번 암살 사건을 겪으며 생각이 달라졌다.

‘숙부는 확실히 목줄을 채웠어도, 대륙성은 아니니까.’

이번이 두 번째 시도다.

물론 별 무리 없이 암살 시도를 무효화하긴 했으나.

언제까지고 이렇게 암살을 맞이해 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던가?

예방 조치는 취해야 했다.

물론 작은 복수도.

그러기 위해선.

‘현재 성장 길드를 이용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지.’

슬쩍 입꼬리를 끌어 올린 시문은.

“읏차! 현자의 돌, 이러면 오늘 작업은 다 끝이지?”

-응. 나머지는 내가 처리하면 돼. 수고했어~.

자동화된 치료제 시설과 숙성해 둔 영약들까지 정리하곤 방으로 돌아왔다.

‘암살자들 전부를 힘으로 찍어 누르긴 했지만, 아직 요령이 부족해.’

강력한 공격력으로 찍어 누르긴 했어도, 막상 효율적이진 못했달까?

시문은 골드가 다이아를 이겼다는 사실에 안주하지 않고.

공걸륜과의 전투를 갈무리하며, 아레나 고글을 집어 들었다.

‘결국 많이 해 봐야 느는 법이지.’

목숨이 오가는 실전 경험도 무척이나 중요했지만.

결국 플레이어로서의 성장은 아레나만 한 것이 없었으니까.

[갤럭시 아레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고글을 쓴 시문의 앞으로 익숙하게 떠오르는 문구.

그와 함께.

-어? 왔다!

-알람설정 개꿀~.

-5252. 기다렸다고!

-시문 님, 방송 접으신 줄 알았어요.

방송 규모가 제법 커졌기 때문일까.

아직 아레나를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많이들 오셨네.’

[21,497명 시청 중]

시청자 수는 벌써 2만을 넘어가고 있었다.

이어.

[현 랭크대에 맞지 않는 스탯 보유로 매칭이 상향 조정 되었습니다.]

[조정에 따라 클리어 경험치와 보상이 40% 증가합니다.]

‘응? 맞지 않는 스탯?’

일련의 메시지와 함께 대기실이 변화했고.

“여기는……!”

-헐!

-미친! 이 형 골드 아님?

-요즘 골드는 여기도 매칭됨?

-걸려도 여길 걸리네 ㅋㅋ. 연속 1위 달리던 거 이제 깨질 듯.

드러난 맵에 시문은 물론 시청자들 모두 경악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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