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82화 (82/349)

제82화

82화. 역공 (1)

협회장 김무열.

전성기엔 철목왕으로 불리던 김무열의 냉철한 얼굴이 충격으로 물든다.

그럴 수밖에.

“네가 어떻게 여기에…….”

뚜렷한 이목구비에 훤칠한 미남.

조카 김시문은 분명 이 자리에.

아니.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이 세상에 없어야 할 존재였으니까.

그에.

‘설마 대륙성이 실패한 건가?’

믿지 못할 가능성이 김무열의 머릿속을 스쳤다.

‘다이아 전투계인 공걸륜에 플래티넘 마법계인 싱, 다수의 골드에다…….’

대륙성이 비밀리에 준비 중인 ‘그것’까지.

조합부터 인원 등, 뭘 어떻게 따져도 골드인 조카가 살아남을 수 없음이 분명한데!

‘침착하자. 아직 확실한 건 없다.’

김무열은 놀란 속을 다스리며, 작게 고개를 저었다.

‘놈들에게 급한 사정이 생겨 물러났을 가능성도 적지 않아.’

애당초 비밀리에 진행해 온 실험이 불완전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실험체로 인한 돌발 상황으로, 펼쳤던 결계를 물리고 암살을 포기했을 수도 있다.’

그래.

아마 그럴 것이다.

“숙부, 무슨 귀신이라도 본 얼굴이시네요.”

그런 자신의 속을 꿰뚫고 있는 것일까?

빌어먹을 조카 놈은 묘한 눈빛으로 싱글거렸다.

그러곤.

“하긴. 다이아와 플래티넘으로 이루어진 암살팀을 상대로 골드가 살아 돌아오다니.”

보란 듯이 면전에다 말뚝을 박아 버렸다.

“제가 생각해도 귀신이 곡할 노릇이긴 해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꾸드드드득!

목재 책상을 포함한 협회장실의 모든 나무들이 꼬챙이의 형태로 쏘아졌다.

‘죽인다.’

이렇게 된 이상, 앞뒤 잴 것도 없다.

협회장실에서 시체 하나를 치우더라도, 당장 저 망할 조카를 죽여야 했다.

놈이 입을 열면 모든 것이 끝이니까.

하지만.

움찔.

“무, 무슨!”

시간이 멈춰 버린 듯.

조카 놈을 향해 날아들던 나무 꼬챙이들이 제자리에 멈춰 버린 것이다.

저놈도 놀란 것일까?

그것을 조금 놀란 눈으로 쳐다보던 조카는.

“호오? 이건 몰랐네.”

영문 모를 소리를 지껄이며.

“확실히 우리 숙부님께서 걱정이 되긴 하나 봅니다. 이리 대놓고 살수를 다 펼치시고.”

비웃음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았다.

* * *

쾅.

“형!”

문을 박살 내고 난입하는 김시혁.

하나 그의 움직임은 오래가지 못했다.

단순히 슬쩍 손을 들어 제지하는 시문의 손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상황은 설마…… 숙부의 능력이 멈춘 거야?’

당장 전신을 갈기갈기 찢어 버릴 듯.

살벌한 기세로 모여든 나무 꼬챙이들이 일제히 허공에 고정되어 있었으니까.

그리고.

“네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철목왕으로 불리는 사내.

숙부 김무열의 경악이라는 진귀한 광경을 따져 봤을 때.

“대답해라!”

이 상황을 주도한 것이 숙부가 아닌, 형 김시문이라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김시혁은 조용히 나무 꼬챙이에 둘러싸인 시문의 뒤편에 자리하곤.

한 남자를 지그시 바라봤다.

그러자.

“…….”

옆에 있던 김무열의 심복.

골렘 최창욱의 얼굴이 대번에 불편해졌다.

그는 솥뚜껑만 한 주먹을 꿈틀거리며, 시문에게 다가가려던 걸음을 조용히 뒤로 물렀다.

“놈! 당장 대답해라!”

“숙부? 일단 진정부터 하세요. 따지고 보면 화낼 사람은 저잖아요?”

“네가 감히!”

놀린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철목왕 김무열의 얼굴이 붉어지는 진귀한 광경이 연이어 펼쳐졌지만.

시문은 그저 생글생글 웃을 따름이었다.

단순히 숙부 김무열의 감정을 자극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세계수 특성에 이런 효능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현자의 돌에 추가된 세계수 특성.

그 새로운 능력의 발견에 절로 웃음이 흘러나오는 거였다.

-히힛! 오빠, 나 잘했지? 딱 봐도 살인멸구를 노릴 거 같아서 진즉부터 준비하고 있었거든.

‘오냐, 잘했다.’

시문은 신이 난 현자의 돌에게 아낌없이 칭찬을 해 주었다.

-저 아저씨도 참 운이 나빠. 하필이면 나무를 다루는 능력을 지녀서는~.

‘나무 말고 다른 식물도 다룰 수 있어. 저래 보여도 SS급 특성이니까.’

-그래? 아아! 알겠다. SS급 특성, 식물의 지배자구나?

‘그래.’

SS급 특성 식물의 지배자.

다양한 식물을 다루게 해 주는 식물의 지배자는 이름만 봐선 농사에나 어울릴 법했지만.

대한민국의 1세대 랭커이자.

지금의 철목왕을 있게 만든 강력하고 다재다능한 특성이었다.

하나.

-그럼 더 답이 없겠네.

현자의 돌은 코웃음만 칠 따름이었다.

-무슨 식물을 써도 오빠한텐 소용이 없으니까.

‘그래? 어떤 식물이라도 전부 다?’

-응. 마계 식물과 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어림도 없지. 원래 미남은 꽃으로도 때리면 안 되는 거라고.

‘녀석.’

녀석의 실없는 농담에 너털대며 웃는 시문.

‘이거 아주 호재네.’

현자의 돌의 말대로.

어떤 식물도 자신에게 해가 될 수 없다면.

‘숙부에 한해선 난 최악의 상성이겠어.’

거기에다.

‘이 비릿한 냄새.’

나무 향 사이로 느껴지는 비릿한 향.

‘분명해.’

이 냄새의 원인까지 생각하니, 자신은 정말 김무열이라는 인간의 상극이나 마찬가지였다.

스륵 올라가는 시문의 입꼬리가 비웃음으로 느껴졌던 것일까?

“네놈이 정녕!”

한층 더 사나워진 김무열은 곧장 시문의 멱살을 쥐었다.

팔에 담긴 힘으로 보아, 그가 뭘 노리는지는 훤히 보였지만.

시문은 얌전히 분노한 숙부의 팔에 몸을 맡겼다.

랭커는 랭커인 것일까?

마법계임에도 한 손으로 시문을 번쩍 들어 올린 김무열은.

“어디 몸이 벌집이 되고도 웃어 보거라!”

곧장 멈춰 버린 나무 꼬챙이들 쪽으로 시문을 집어 던졌다.

하나.

꾸득.

쇠도 베어 버릴 것같이 날카로웠던 나무 꼬챙이들의 끝이 일제히 말리기 시작하더니.

“어이쿠! 편해라.”

평평한 원판의 형태가 되어, 던져진 시문을 부드럽게 받아 냈다.

“이!”

그에 김무열의 열이 한층 더 끓어오름은 물론.

“이, 이럴 수가!”

“세상에…….”

상황을 지켜보던 최창욱과 김시혁 역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무열 형님의 특성을 저렇게 무기력하게!’

‘저 숙부를 꼼짝도 못 하게 만들다니…….’

철목왕 김무열의 진면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이다.

온갖 식물을 제멋대로 비틀고 변화시켜 다루는 김무열은 지형만 잘 만난다면.

다수의 랭커들도 상대할 수 있는 강자란 말이다.

한데.

“숙부. 얼굴을 보니 좀 쉬셔야 할 거 같은데, 숙부 것도 하나 만들어 드려요?”

고작 골드.

물론 데뷔전에서 우승했다곤 하나.

결국 갓 골드에 입성한 시문에게 이렇게 주도권을 빼앗기다니?

특히나.

‘무열 형님의 특성을 제 마음대로 컨트롤하다니…….’

‘설마 숙부의 특성 지배력을 완전히 빼앗은 건가?’

자기 특성의 지배력을 완전히 상실해 버린 듯한 김무열의 모습은 무척이나 충격적이었다.

이렇게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좀처럼 믿기지 않는 상황.

이는 누가 와도 같은 반응이리라.

그 잔혹하고 차갑기로 유명한 철목왕이.

“아, 편안~하다.”

빠드득.

한낱 골드의 건방에 그저 이만 빠득 가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목에 핏대까지 솟던 김무열이 눈두덩이 위로 손을 턱 올린다.

이대론 질질 끌려다니며 농락만 당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후…….”

잠시간의 심호흡.

이내 붉어진 얼굴을 가라앉힌 김무열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쯤하지. 본론이 무엇이냐.”

“이제야 좀 대화할 자세가 되셨네요, 숙부.”

퍽이나 시건방진 태도였지만.

김무열은 본래의 차가운 얼굴을 고수할 뿐이었다.

‘더 이상 네놈의 농간에 휘둘리지 않겠다.’

그런 의지를 시문도 느낀 것일까?

“쯧. 재미없네.”

혀를 찬 시문은 간의 침대처럼 만들어진 목재 원반에서 내려왔다.

“숙부께서 보내신 암살자들과 싸우면서 제가 아주 재밌는 걸 봤거든요.”

“말은 똑바로 하지. 내가 언제 암살자를 보냈단 말이냐?”

단호하게 선을 긋는 김무열.

그에.

“역시, 이렇게 나오시겠다?”

시문의 한쪽 눈썹이 슬쩍 올라갔다.

“숙부답지 않은 방식이네요. 평소처럼 쿨하게 가면 될 텐데.”

“헛소리 마라.”

김무열은 한 줌의 흐트러짐도 없이.

“내가 없는 소리에 장단 맞춰 줄 만큼 어리석어 보이나?”

오히려 조금은 노한 얼굴로 시문의 말을 받아쳤다.

누가 봐도 무고한 피해자와 같은 모습.

“하긴, 이 정도 철면피는 되어야 이런 일도 벌일 수 있는 거겠죠. 대단하십니다, 숙부. 이거 진심이에요.”

그에 진심으로 탄복한 시문은 저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이어.

“혹여나 이런 일이 생길까 봐, 제가 또 준비해 온 게 있죠.”

손에 잡혀 나오는 폰.

시문은 폰의 화면을 몇 번 두드렸고.

“재밌는 소릴 하는군.”

“갑자기 나타나 민간인을 괴인으로 만든 암살자가, 이젠 총서기 자리까지 주겠다?”

“……믿기지 않겠지. 맞아, 그게 정상이지! 그, 그럼 어쩌지?”

일련의 목소리가 폰에서 흘러나왔다.

“……하겠어?!”

“그럼 날 암살하려는 것부터 민간인들을 괴물로 만든 실험까지, 모두 사실이란 말이지?”

“그렇다니까!”

폰 속의 대화가 진행될수록.

김무열을 포함한 최창욱과 김시혁의 얼굴 역시 굳어 갔고.

“밀입국?”

“그래. 아! 맞아. 증인도 있어!”

마침내.

“김무열! 김무열한테 물어봐!”

“김무열? 설마 한국 각성자 협회장 말하는 건가?”

“그래! 이번 임무에서 갑자기 발을 빼긴 했어도, 우릴 밀입국시켜 준 건 그자니…….”

폰 속의 대화가 끝에 달하는 순간.

“놈!”

꾸드득.

협회장의 나무들이 다시 한번 시문을 향해 날아들었다.

시문은 피식 웃으며 보란 듯이 두 팔을 벌렸다.

우뚝.

또다시 멈춰 버리는 나무들.

“어지간히도 놀라셨나 보네요. 숙부답지 않게 같은 실수를 두 번이나 하시고.”

“이, 이건 모함이다!”

시뻘게진 얼굴로.

또한 파르르 떨리는 눈동자로 버럭 소리치는 김무열.

“어디의 누군지도 모를 놈이 하는 말 따위를 증거라고 들이대는 것이냐!”

“숙부, 더 추하게는 가지 마시죠. 이거, 언론에 풀리면 골치 아프실 텐데요?”

“개소리 마라! 난 대한민국의 협회장이다! 고작 골드 나부랭이의 모함 따위를 누가 믿는단 말이냐?!”

“뭐, 맞는 말이긴 하네요.”

시문은 극도로 언성이 높아지는 김무열의 말에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 고작 골드. 1세대를 풍미하셨던 랭커이자, 현 대한민국 각성자 협회장인 숙부에 비할 바는 아니죠.”

시문이 이 녹취록을 풀어 봐야 작은 논란이나 스캔들 정도에서 그칠 것이다.

심하면 아예 묻혀 버릴 가능성도 높았다.

협회장이라는 작자가 언론에 연줄 하나 없진 않을 테니까.

“하지만.”

시문의 입가가 비죽 올라갔다.

“숙부와 같은 랭커가 이 녹취본을 푼다면 어떻게 될까요?”

“뭣?”

“네 생각은 어떠냐? 시혁아.”

곧장 시문의 뒤로 쏠리는 시선.

그에 잠시 눈을 끔뻑이던 김시혁은 제 형과 마찬가지로.

“아마 믿지 않을까? 내 입으로 말하기 뭐하지만…… 이제 플레이어로서 인지도 자체는 숙부보다 내가 더 높으니까.”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퍽이나 건방진 모습.

하나.

“…….”

김무열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사실이었으니까.

당장 역대급이라 칭해지는 재능으로 랭커의 자리에 오른 김시혁.

그마저도 아직 성장세라는 여러 최상위 플레이어들의 의견으로 그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와중이다.

그에 비해 김무열은 어떤가?

아무리 대단한 업적이 있다 한들.

결국 1세대를 풍미‘했던’ 플레이어 아니던가.

빠드득.

악다물린 김무열의 입에서 섬뜩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핏발 선 눈으로 두 조카를 노려보고는.

“후. 좋다.”

가벼운 심호흡과 함께 감정을 다스리곤 물었다.

“녹취록을 이리 가져온 이유야 뻔하지. 김시문, 내게 원하는 게 무엇이냐?”

천하의 철목왕이 한발 물린다.

그에 최창욱과 김시혁의 눈이 슬쩍 커졌으나 그뿐.

두 사람은 저 철목왕에게서 주도권을 빼앗은 시문의 뒤통수만을 바라봤다.

“숙부께서 그간 이어 오던 대륙성과의 연, 오늘부로 끊으십쇼.”

“……제정신이냐?”

김무열은 미간을 찌푸렸다.

“암살의 표적이 된 것은 분명 불편하겠지. 하지만 그건 네놈의 사적인 일. 협회장인 내가 대륙성 같은 거대 세력과 선을 그을 순 없는 노릇이다.”

“압니다.”

“그걸 아는 놈이 그딴 소릴 한단 말이냐.”

김무열은 서늘한 시선으로 시문을 노려봤다.

“애당초 너의 암살 계획을 세운 건 내가 아닌 대륙성이다. 난 길만 열어 주었지.”

“당연히 그렇겠죠.”

시문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숙부가 직접 암살을 계획했다면 뒤에 있는 저분을 비롯해 더 많은 병력을 투입했겠죠. 만일에 대비해, 결계 밖에 예비 병력도 깔아 두셨을 테고.”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아끼지 않는 게 숙부의 스타일이잖아요?

그렇게 빙긋거린 시문은 재차 말을 이었다.

“하지만 숙부, 그렇다고 숙부의 죄가 사라지진 않습니다. 타국의 무장 세력이 밀입국하는 데 일조하셨잖아요?”

“그건…….”

“그리고 길게 볼 때 대륙성은 이 나라에도, 숙부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전생의 지구에선 한국이 멸망해 중국으로 망명을 가서도.

한국 플레이어 중 가장 처참히 망가지는 것이 바로 숙부 김무열이었다.

놈들에게 무슨 약점이 잡혔는지는 몰라도.

‘아주 철저한 대륙성의 개가 되어 온갖 짓을 다 했었지.’

김무열 스스로도 결코 하지 않았을 일들까지 말이다.

그래.

마치 하루아침에 ‘딴사람’이 되어 버린 것처럼.

‘숙부가 그렇게 이용되어선 안 돼.’

분명 원수 같은 관계지만.

숙부 김무열은 전 협회장이었던 아버지보다 정치적으론 훨씬 뛰어난 인물이다.

비록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면모가 있긴 하나.

이는 결국 객관적으로 보면 협회장 같은 위치에선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러니.

‘숙부를 이대로 실각시키는 것보단, 그 능력을 철저히 이용해야 해.’

그러기 위한 첫 번째 발판으로.

대륙성과 숙부의 동맹 관계를 먼저 끊어 놓아야 했다.

설령 후에 협회장 자리에서 실각된다 해도.

대륙성에서 홀라당 데려갈 수 없도록 말이다.

“어른인 척해도 애는 애로구나.”

김무열이 미간이 확 찌푸려졌다.

“네놈은 이 나라가 어떤 위치인지 모르느냐? 놈들은 세계의 2강을 자처하는 세력이다. 이쪽에서 먼저 끊어 낼…….”

“협회의 입장에서 대륙성과 모든 관계를 끊으라는 것이 아닙니다.”

시문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전 숙부가 ‘개인적’으로 이어 오던 관계를 말하는 겁니다. 다른 관계는 유지하셔야죠. 그래야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테니.”

“너!”

“숙부. 이전에 대륙성에게서 능력 향상과 관련된 약이나 아이템 같은 걸 받은 적이 있으시죠?”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이냐.”

김무열의 목소리가 한층 위협적으로 변한다.

그러나 시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뻔하지.’

예전 자취방 테러 사건으로 만났을 땐, 그저 희미한 비린내만 느껴졌지만.

이렇게 사안을 얻고 다시 만나니 확신이 섰다.

‘그 변이한 민간인들이 지니고 있었던 용력. 숙부도 그걸 지니고 있는 거야.’

그간 숙부 김무열에게서 맡아 왔던 용력의 비릿한 잔향.

거기에다 지금까지 알아낸 용족과 대륙성과의 관계를 떠올려 보면 이 정도 유추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시문은 싱긋 웃으며.

“제가 답해 줄 의무는 없죠.”

“김시문!”

“그리고.”

일갈하는 김무열의 말을 가볍게 잘라 냈다.

이어.

“대륙성에 민간인을 괴물로 변이시키는 실험이 있더군요. 그에 대한 조사도 해 주세요. 이건 따로 사람이든 보고서든 보내 주시고.”

“내 말은 아예 듣지도 않는구나. 감히 내게 얌전히 노예 짓이나 해라, 이거냐?”

“노예라니요. 혈육 간에 돕는 것이죠. 전 숙부가 협회장으로 오래 계셨으면 하거든요.”

“너!”

눈을 부릅뜨는 김무열.

그에 싱긋 웃고 몸을 돌린 시문은.

“그럼 시간이 늦었으니 먼저 가 보겠습니다. 부디 현명한 처사를 바랍니다, 숙부.”

손을 설렁설렁 흔들며 협회장실을 나섰다.

이어.

콰아아앙!

협회장실에서 강렬한 폭음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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