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67화 (67/349)

제67화

67화. 파라켈수스의 플라스크 (1)

[도후, 깨어나다!]

[7년 만에 귀환한 여제! 요동치는 대한민국!]

[전설의 귀환, 환호하는 1세대 플레이어들!]

[도후의 소식에 해외도 들썩! 각 해외 반응]

[아직 언급할 단계가 아니야, 성삼 그룹 자중]

[호재? 악재? 도후의 귀환에 침묵하는 협회]

[아레나 질병, 이제 정복이 되나? 전문가들의 견……]

우르르 쏟아지는 기사들.

TV를 너머 인터넷, 그리고 현실까지.

깨어난 도후의 소식에 대한민국은 들끓었고.

해외 역시 과거의 강호인 1세대 랭커의 등장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런 관심 속에서.

“협회장님, 청와대에서 이번 도후의 귀환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어 달라고 공문이 왔습니다만.”

정작 가장 뜨거워야 할 각성자 협회.

그것도 최상층에 위치한 협회장실은 북극의 한파처럼 차가웠다.

“어떻게 할까요?”

각진 인상의 중년인.

최창욱의 물음에도.

협회장 김무열은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모니터의 화면만을 바라봤다.

그렇게 5분쯤 지났을까?

“최창욱, 어찌 생각하나.”

차가운 얼음상처럼.

한 자세로 모니터를 응시하던 김무열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굳이 청와대의 요청에 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애당초 성삼 측에서도 침묵을…….”

“내가 그깟 각성도 못 한 버러지들을 신경 쓸 것 같나?”

벨 듯한 눈빛.

오랜 시간 보필해 온 만큼, 김무열의 짜증에 최창욱은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도후의 회복 건이라면 저 역시도 믿기지 않습니다.”

제대로 짚은 것일까?

“으음.”

날이 서 있던 김무열의 눈빛이 한결 사그라들었다.

“이번 데뷔전에서 성과를 못 거둔 성삼 길드 쪽의 언론 플레이일 확률은?”

“그렇게 보기엔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거짓인 게 들통날 경우, 후폭풍은 천하의 성삼도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지 않습니까?”

“확실히. 미치지 않고서야 이딴 쇼를 벌일 리 없지.”

그렇다는 건.

“이영희의 회복이 사실이란 말인데…….”

김무열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이유는 하나였다.

‘어떻게?’

대체 어떻게 아레나 질병을 회복한 것일까?

현재까지 아레나 질병의 치료 방법은 없지 않나.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아니, 아예 없지는 않군.’

김무열의 일그러졌던 미간이 슬쩍 풀렸다.

“최근 암시장에 마력경화증 치료제가 풀렸었지. 그쪽과 연관 가능성은?”

“알아보고는 있습니다만, 암시장 쪽에서도 중요한 거래자로 생각하는지 뇌물도 통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 말은 암시장의 주인이 직접 관리한다는 말인가?”

“예. 아시다시피 대가만 치른다면 고객의 정보까지 파는 놈들이지만, 제 주인의 명령엔 철저히 복종하지 않습니까?”

최창욱의 말에 김무열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돈이면 사람의 목숨도 쉽게 파는 쓰레기들 주제에.

웃기게도 주인에 대한 충성도는 어마어마했다.

‘아니면 공포 때문인가?’

뭐, 어느 쪽이건.

암시장의 주인이 직접 나섰다면, 치료제 판매자의 신상은 꿈도 꾸지 못했다.

“성삼 쪽은?”

“대놓고 정보를 차단하는 상황이라, 이쪽에서 알아낼 방법이 전무합니다.”

이쪽도 안 된다.

저쪽도 안 된다.

가장 싫어하는 말의 등장에 김무열의 눈썹이 삐뚤게 올라갔다.

“내가 말했을 텐데. 추잡하긴 해도, 그 늙은이는 아직 우리와 같은 배를 타고 있다고.”

“안 그래도 이순철 회장과 접촉했었습니다. 단지…….”

“단지?”

“이순철 회장께서도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하시더군요.”

“뭐라?”

처음으로 깨지는 김무열의 포커페이스.

그도 그럴 것이.

“뱃속에 능구렁이만 수십 마리를 키우는 늙은이인데, 혹여나 연기의 가능성은?”

다른 누구도 아닌 성삼 그룹의 주인이다.

대한민국에서 수십 년을 최고의 기업으로 군림했고.

갤럭시 아레나 등장에도 발 빠른 대처로 대한민국 최고 기업의 타이틀을 놓치지 않았지.

그런 이순철 회장이 모르는 일이라니?

물론 짐작 가는 부분이 없지는 않았다.

‘이유정, 그 계집이 독단으로 벌인 일인가?’

도후 이영희.

외유내강의 전형인 그 여인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은 이유정은 20대 초반이라는 나이와 달리.

뛰어나고 영악한 계집이었다.

마치 자신의 조카 놈들처럼 말이다.

“확신할 순 없지만, 제 눈에는 진심으로 보였습니다. 굉장히 당황한 눈치시더군요.”

“그 늙은이가 당황이라…….”

그럼 확실하겠군.

그렇게 읊조린 김무열은 다시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도후는 깨어나선 안 되는 이. 어지간하면, 그대로 죽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한데 깨어났다.

이는 자신에게도.

그리고 이순철 회장에게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도후가 있던 곳이 성삼 병원이었지.”

“예.”

“……사람을 보낼 수 있겠나?”

어디에 소속된 사람인지는 말하지 않았는데도.

“불가능합니다.”

최창욱은 곧바로 답을 내놓았다.

그에 김무열의 인상이 찌푸려진다.

“오늘 내가 싫어하는 말을 많이 듣는군.”

“죄송합니다. 우리 쪽 경호 인원은 모두 거절하고, 성삼 길드의 정예들이 교대로 번을 서는 상황이라…… 거기에다 기자들이 24시간 진을 치고 있습니다.”

기자들이란 말에 김무열은 혀를 찼다.

“쯧. 어린것이 제법 수를 쓰는군. 언론이라면 몸서리를 치던 주제에.”

보는 눈이 이렇게 몰리면 확실히 ‘암살’은 힘들다.

그렇게 판단을 내린 김무열은 턱을 괴었다.

‘무리하게 암살을 시도하다, 자칫 발목이라도 잡히면 돌이킬 수 없다.’

애당초 1세대의 영웅인 도후에게 암살 시도가 있었다는 것만 밝혀져도.

협회와 성삼은 여론에서 살아남지 못하리라.

‘역시 거슬려. 아마 그 늙은이도 같은 생각이겠지.’

어쩔 수 없었다.

도후 이영희.

그녀의 존재는 협회장인 자신과 성삼의 주인인 이순철을 충분히 위협할 만하니까.

“이순철 회장은 당황만 하던가?”

“몹시 불안해하는 눈치셨습니다.”

“그렇겠지. 지은 죄가 있으니.”

그리고 자신 역시도.

혹여나 이영희가 그때의 일을 파고들게 되면 문제가 생길 터.

‘분명 파고들려 하겠지. 완고한 계집이니까.’

쓸데없을 정도로 말이다.

‘뭐, 그래서 그 꼴이 된 거지만.’

입꼬리를 비튼 김무열이 말했다.

“얼마 전에 대륙성에서 왔던 연락, 답은 보냈나?”

“아직 보류 중입니다.”

“답을 보내라. 밀입국을 시켜 주겠노라고.”

“협회장님, 지난 신림의 테러 사건으로 국내의 경계가 상당한 상황입니다. 저희의 힘만으론…….”

“성삼의 늙은이에게 손을 뻗어라.”

협회와 성삼.

두 세력이 손을 잡으면 제아무리 올라간 경계라도 틈은 충분히 만들 수 있을 터.

하나 최창욱은 의문을 표했다.

“이순철 회장께요? 굳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도와주겠습니까?”

“내 따로 언질을 해 두겠다. 어차피 한 번 한 짓, 두 번은 더 쉬울 테니.”

“알겠습니다. 그럼 지시하신 대로 처리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최창욱.

그가 몸을 돌려 문을 나서려던 그때.

“아. 그러고 보니 최근에 김시문, 그놈이 랭크팰리스에 입주했다지?”

“예. 김시혁과 이유정이 손을 쓴 듯합니다.”

“하긴, 거긴 두 연놈의 소유나 마찬가지니.”

잠시 이영희의 뉴스로 얼룩진 모니터를 바라보던 김무열이 말했다.

“놈에게 눈을 붙여 틈을 살펴라. 놈이 랭크팰리스에 있는 한, 아무리 대륙성이라도 암살은 무리일 테니.”

“알겠습니다.”

최창욱이 협회장실을 나서자, 김무열은 마우스를 움직였다.

도후 이영희로 도배되어 있던 화면이 일시에 한 미청년의 사진으로 도배된다.

그럴 수밖에.

도후가 깨어나기 전엔.

대한민국을 시끄럽게 만들던 건, 골드 랭크 데뷔전의 우승자였으니까.

김무열은 그런 우승자를 지그시 노려보았다.

“이상하단 말이지…….”

묘하게 불쾌하고 뭔가 뒤처지는 듯한 이 느낌.

잘난 형님에게서만 느꼈던.

‘그 엿같은 느낌이 왜 김시문, 네놈에게서 느껴지는 것일까?’

그렇게 해가 뜰 때까지.

김무열은 모니터 속의 조카를 노려보았다.

* * *

문을 열자 자동으로 켜지는 불빛들.

그 아래로 펼쳐지는 화려하고도 세련된 내부 속에서.

“후아!”

시문은 외투를 벗곤 소파로 몸을 던졌다.

“엄청 피곤하네.”

진심이었다.

이모님의 치료법은 시문이 지닌 용력 관련 능력들을 상승시켜 주었지만.

그 대가로 정신력이 갈려 나가지 않았나.

고된 육체노동이 없어도 정신적으로 무척이나 피곤한 상태였다.

-그래도 다들 엄청 좋아하던걸? 오빠도 좋아했잖아.

“그렇긴 하지.”

현자의 돌의 말에 시문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어찌 기쁘지 않겠나?

자신과 시혁이를 어머니처럼 돌봐 주던 분을 제 손으로 회복시켜 드렸으니 말이다.

거기에다.

“이모님이 돌아오셨으니, 이제 유정이도 좀 편해지겠지.”

도후 이영희.

그녀가 지닌 명성도 그렇지만.

이순철 회장이라는 거인에게 대항이 가능한 몇 없는 인물 아니던가.

‘안호진 과장이었나? 지난번에 날 찾아왔던 그자만 봐도 알 수 있지.’

이순철 회장이 성삼 길드에 얼마나 간섭하고 있는지 말이다.

아마 이모님이 복귀하면 그런 일은 싹 사라지리라.

-역시, 목적이 치료만은 아니었구만?

“녀석,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다. 이모님의 회복이 일 순위이긴 했어.”

-겸사겸사 이유정도 돕고, 성삼 쪽에 견제도 날리고 말이지?

“솔직히 말하자면 하나 더 있긴 해.”

-뭔데?

“협회.”

시문은 고개를 슥 돌려 통짜 유리창을 바라봤다.

꽤 멀긴 하지만.

현 각성자의 위엄을 그대로 보여 주는 고층의 빌딩, 한국 각성자 협회의 건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때 동생들은 어려서 잘 모르지만 난 알거든. 숙부에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가 이모님인 거.”

비록 사생아라 집안의 일을 그리 깊게 알지는 못하나.

할아버지 대부터 김씨 일가가 성삼의 일가족과 친한 관계였다는 건 알고 있다.

필시 숙부 역시 어릴 때부터 이모님과 아는 사이였을 가능성이 높지.

그러니 그 칼날 같은 숙부에게 그토록 언성을 높일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정말 쥐 잡듯이 털어 대셨지.’

어릴 때지만 생생하게 기억한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이모님을 처음 뵈었던 그날.

이모님은 뭐가 그리 화가 나셨는지.

숙부 김무열을 상대로 언성을 높여가며 화를 내셨다.

‘아버지도 쉽게 말리지 못하셨을 정도니까.’

당시 1세대들의 전성기였던 터라.

두 사람이 내뿜는 기파가 보통이 아니어서 더더욱 기억에 남았다.

“이모님이 돌아오셨으니, 유정이도 숨통이 트일 거야.”

-응. 겸사겸사 그 망할 숙부도 견제하고 말이지?

“……꼭 그렇게 사족을 달아야겠냐, 욘석아.”

꿀밤을 먹이듯.

가슴께를 툭 치는 시문.

그러나 현자의 돌은 실실거리며 웃을 뿐이었다.

-히히! 근데 오빠, 그게 될까? 이모님이라는 분, 스탯을 많이 잃었잖아.

그 말에 시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회로역행을 치료하고, 마력결손증 치료제까지 먹여 이모님의 병세를 완치시키긴 했으나.

저하된 스탯이 되돌아온 것은 아니었으니까.

“나도 당황스럽긴 했어. 설마 상태창이 거의 초기화되어 버리셨을 줄이야.”

2레벨.

거기에다 스탯은 각성 당시보다 더 낮게.

과거 1세대 랭커를 구가하던 스펙은 거의 다 사라진 상태였다.

“어쩔 수 없는 거겠지. 그토록 오래 아레나 질병을 앓으셨으니.”

-그렇긴 해. 어찌 보면 그동안 쌓아 둔 스펙으로 자신의 생명을 연장시킨 거니까.

현자의 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시문은 확신에 찬 어조로 답했다.

“그래도 이모님이라면 딛고 일어나실 거야. 아마 다시 아레나를 시작하시겠지. 제2의 인생을 사실 거라면서.”

-하긴, 성대도 제대로 안 움직이는데 감사를 표하려고 애를 쓰더만. 의지가 있는 인간으로 보이긴 하더라.

“하하! 한 성격 하시긴 해.”

그렇게 한동안 나누던 이야기는 자연스레 아레나 질병 치료제의 대량 생산으로 이어졌고.

“그나저나, 나한테 파라켈수스의 플라스크를 받으라는 이유가 뭐였어?”

파라켈수스의 플라스크에 도달했다.

시문은 인벤토리에서 파라켈수스의 플라스크를 꺼냈다.

[파라켈수스의 플라스크]

등급 : (구) 신화

소멸해 버린 연금술의 신 파라켈수스의 창조물.

사용할 수는 있지만, 창조자가 사라져 사용법은 알 수 없다.

‘구(舊) 신화?’

생소한 등급에 고개가 갸웃했지만,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하긴, 이젠 사라진 신의 물건이니까.’

이전에 연성했던 크로노스의 모래와 달리.

이건 아예 갤럭시 아레나에서 소지하고 있던 물건이었으니까.

정작 이해가 안 가는 건.

“근데 이거 어떻게 쓰는 거야?”

아이템의 사용법이었다.

정보에 나와 있는 설명대로.

사용법은 감이 잡히지 않았으니까.

-사용법은 내가 아니까 걱정 마.

“그래?”

-응. 얼른 저기 올려 봐. 내가 보여 줄게!

현자의 돌의 재촉에 시문은 앞쪽 테이블 위에 플라스크를 올려놓았다.

신기하게도.

‘이거 고정도 되네?’

수정구처럼 둥근 플라스크는 책상 위를 구르지 않고, 멀쩡히 제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럼 오빠, 연성력 좀만 쓸게.

“알았…… 읏!”

진동 모드의 휴대폰인 양 곧바로 진동하는 현자의 돌.

갑작스러운 진동에 놀란 시문은 제 가슴을 부여잡았지만.

“무슨!”

이어지는 광경에 시문의 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스으으으.

가슴에 올린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오는 맑고 붉은 기운.

아니, 기류라고 불러야 할까?

붉은 그것은 파라켈수스의 플라스크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었다.

이어.

‘현자의 돌이…… 2개?’

가슴 정중앙에 위치한 현자의 돌처럼.

플라스크 내부에서 현자의 돌의 존재감이 느껴지던 그때.

[성좌 제우스와 천마, 오딘이 감탄을 표합니다.]

[성좌 검은 염소가 당신이 이룬 업적에 군침을 흘립니다.]

[성좌 검은 염소가 업적 포인트 1,000점을 후원합니다.]

성좌들의 반응과 후원이 눈앞으로 떠올랐다.

그럴 수밖에.

왜냐하면.

[잊힌 연금술의 지식, 호문쿨루스(Homunculus)를 재현하였습니다.]

[칭호 ‘연금술의 선구자’의 옵션이 성장합니다.]

[칭호 ‘연금술의 선구자’에 새로운 옵션이 추가됩니다.]

[업적 ‘플라스크 속 작은 인간’을 달성하셨습니다.]

[업적 포인트 2,000점을 획득합니다.]

시문으로서도 경악할 수밖에 없는 내용의 업적이었으니까.

“호, 호문쿨루스라고?”

그런 시문의 경악이 제대로 이루어질 틈도 없이.

붉은 기류로 가득 찼던 플라스크 내부에서.

-후후.

스륵.

음산한 웃음소리와 함께 큼직한 눈알 하나가 눈을 떴다.

-드디어 여기까지 도달했구나!

그것은 시문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이렇게 보니 더욱 마음에 들게 생겼군. 고생했다. 이만…….

어느새 죽 그어진 입을 쩌억 벌렸다.

-잠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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