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64화 (64/349)

제64화

64화. 치료제 (2)

“나 진짜 깜짝 놀랐다니까! 설마 혼자서 데뷔전을 참가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저도 마찬가지예요, 오라버니. 차기 랭커로 거론되는 유망주가 셋이나 있었잖아요.”

“전 그것보다 시문 씨가 사용하신 마법들이 궁금합니다. 아니, 연금술이라고 해야 하나요? 대체 뭘 만드신 겁니까?”

문을 열어 주자마자.

그리고 소파에 앉아 차를 내올 때까지 쉬지 않고 쏟아지는 질문들.

흡사 기자 회견을 방불케 하는 국내 최상위 플레이어 3명의 질문 세례에, 시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적당히 답해 주었다.

의외로.

‘특성이나 스탯 같은 건 자세히 안 물어보네.’

물론 궁금하다는 마음이 얼굴에 가득 드러났으나, 셋 다 최상위 플레이어라 그런 걸까?

조금이라도 능력과 관련된 이야기는 깊이 들어가지 않았다.

‘말해 줘도 크게 상관없긴 한데…….’

어릴 때부터 돌봐 온 두 동생은 물론이요.

밤사냥꾼 박진욱 역시 전생의 경험으로 얼마나 충성도 높은 의리파인지 알고 있지 않나?

‘굳이 묻지도 않는데 말해 줄 이유는 없지.’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 어떤 식으로든 정보는 새기 마련.

시문은 세 사람의 호의를 달게 받으며 데뷔전의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그러자 어느새 식어 버린 차를 홀짝이며 박진욱이 본론을 꺼냈다.

“시문 씨, 일전에 제가 드린 메시지는 받으셨겠죠?”

“물론이죠.”

시문은 이유정을 흘낏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놀라지 마십시오. 판매금은 무려 55억입니다.”

“에에?!”

“케, 케헥!”

깜짝 놀라는 김시혁과 이유정.

심지어 이유정은 랭커임에도 사레가 들리는 기적을 보여 주었다.

그럴 만했다.

갤럭시 아레나 등장 이전.

세상에서 가장 비싼 치료제인 척수성 근위축증(SMA)의 치료제가 1회 접종에 대략 220만 달러.

한화로 약 28억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가격을 지니고 있다.

한데 마력경화증 치료제가 그 두 배가 넘는 55억이라니?

“그것도 개당 가격입니다. 그때 저에게 주신 물량이 총 10병이었죠.”

약 55억의 물건이 10병.

물론 대략적인 가격이니 사소한 변동이 있겠으나.

총 판매금이 최소 550억이 넘어간다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와…… 대충 예상은 했다만, 미치긴 했네.’

전생에서의 마력경화증 치료제의 가격을 고려해 보면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수준.

‘이래서야 돌로 금을 만들어 내는 격이잖아?’

-고롬고롬. 어떻게 보면 우리 오빠는 경제적으로도 진짜 연금술사라고. 아웅! 장해!

‘현자의 돌, 넌 어째…… 아니다.’

현자의 돌의 칭찬에 헛웃음을 흘리는 시문.

그는 슬쩍 고개를 저으며 박진욱을 바라봤다.

“시문 씨, 장담하는데 제한하신 상한가만 없었다면, 개당 100억도 충분히 넘었을 겁니다.”

“그렇겠죠.”

“그렇겠죠가 아닙니다! 그것 때문에 암시장 쪽에서 아주 거품을 물더군요. 질병 후유증이라도 남았냐고 말이죠.”

어지간히도 시달렸는지 넌더리를 내는 박진욱.

당연했다.

개당 최소 100억.

총 10병이니 천억이 넘는 돈을 판매자 스스로 상한가를 걸어 절반으로 확 깎아 버렸다.

암시장의 입장에선 정말 미친놈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시문은 묘한 어조로 물었다.

“근데 저랑 이야기 나눈 대로 하셨네요?”

한때 다이아 랭크의 네임드.

마력경화증으로 은퇴한 후엔 뒤 세계의 흥신소까지.

돈이라곤 아쉬울 게 없을 박진욱이라 해도, 천억은 결코 쉽게 볼 금액이 아니었을 텐데.

그 은근한 어조에 박진욱은 실없는 웃음으로 답했다.

“솔직히 좀 아깝긴 했습니다. 말이 천억이지, 그 이상은 무조건 벌었을 테니까요. 부르는 게 값 아닙니까.”

다이아 플레이어인 박진욱도 걸린 병이다.

그와 비슷한 상황의 플레이어라면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입찰하려 들 테니 당연한 이야기였다.

“이건 시문 씨가 직접 보셨어야 합니다. 온갖 유명 인사들부터 정부들까지, 경매 때의 열기는 가히 상상을 초월했거든요.”

“그런데도 진욱 씨는 저와의 조건을 지키셨고요.”

“우리 VVIP님과의 거래 아닙니까? 뭐…….”

말끝을 슬쩍 흐린 박진욱.

그는 어울리지 않게 멋쩍은 표정으로 볼을 슬쩍 긁었다.

“제가 아레나 질병을 앓고 나니까. 치료제를 그저 돈으로만 볼 수가 없기도 했고요.”

예전이라면 모를까.

이미 마력경화증으로 최고의 위치에서 은퇴라는 추락을 경험해 본 박진욱이다.

그 절박함을 아는 그로선, 차마 치료제로 돈을 불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경매가 끝나고 나니 보이더군요. 시문 씨가, 아니 시문 님께서 왜 상한가를 정해 두셨는지 말이죠.”

아예 존칭으로 바꾸어 버리는 박진욱.

그는 조폭처럼 험한 얼굴과 어울리지 않게, 감명 깊은 눈빛으로 시문을 바라봤다.

“돈보다 사람을 보신 거더군요. 아마 시문 님 역시 아레나 질병을 앓아 봤기 때문이겠죠.”

시문은 소리 없는 미소로 답해 주었다.

‘아레나 질병에 걸려 겪는 비참함은…… 직접 겪어 보지 않으면 모르니까.’

차라리 태생적으로 타고났다면 나았을 수도 있다.

능력을 잃고 퇴화해 간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모를 테니까.

하지만 아레나 질병은 반드시 각성한 이들에게만 생기는 병.

본래 멀쩡하던 것을 잃어 가는 그 절망과 상실감은 이루어 말할 수 없었다.

‘그걸 아는 입장에서, 치료제로 장난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더불어.

‘다가올 정규 아레나에 대비도 좀 하고 말이지.’

멀쩡한 플레이어가 많아야, 다가올 정규 아레나에서도 플레이어의 수가 어느 정도 유지될 거고.

이는 국가들이나 지구의 존속으로 이어질 터였다.

씩 웃은 시문은 말했다.

“저도 돈 밝혀요. 연금술사들이면 다 그럴걸요?”

“그런 분이 부르는 게 값인 치료제를 상한가를 걸어 파셨군요?”

“어차피 대량 생산을 할 거니까요. 그리고 다이아 플레이어라 감이 안 잡히시나 본데, 개당 55억도 엄청 비싼 거거든요?”

“하하! 그렇군요. 그럼 시문 님께서 미래를 보고 설계하셨다고 해 두죠.”

쾌활하게 웃는 박진욱.

그에 동생 놈이 ‘역시 우리 형이야!’ 하면서 말을 보탤 법도 하건만.

김시혁은 조용히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동생 놈의 태도가 왜 그런지 아는 시문의 시선은 자연스레 옆.

“…….”

멍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미녀를 향했다.

시문의 눈이 자신을 향해서일까.

“오, 오라버니. 제가 지금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이유정은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

“유정아, 일찍 말해 주지 못해서 미안해.”

시문은 그런 동생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며.

“네 생각이 맞아. 이번 암시장에 나왔던 마력경화증 치료제의 제작자는 나야.”

그녀가 예상한 답을 해 주었고.

“아…… 어, 어흐흑!”

이유정은 어느새 그렁그렁 매달린 눈물을 줄줄 흘리며 울음을 터뜨렸다.

“내가…… 내가 얼마…… 찾으려고…….”

말도 제대로 내뱉지 못하는 이유정.

시문은 그런 동생을 조용히 안아 주었다.

* * *

한동안 그렇게 울던 이유정을 달랜 시문.

꽤 빠르게 감정이 추스른 그녀는 어머니의 치료 가능 여부를 물었다.

“마음 같아선 가능하다고 말해 주고 싶은데, 우선 이모님의 병명부터 먼저 알아야 해.”

“두 가지예요. 마력결손증이랑 회로역행.”

“세상에! 두 가지나?”

놀란 토끼의 눈처럼 동그래지는 시문.

그도 그럴 것이 전생을 통틀어도.

아레나 질병을 2개나 앓은 플레이어는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이유야 간단했다.

‘아레나 질병을 두 가지 이상 앓은 사람들은 대부분 빨리 죽을 텐데…….’

시문 역시 마력불능으로 서서히 죽어 가는 상태였으나.

온갖 영약과 아이템을 도핑하며 어떻게든 하루하루 살아갔다.

버텨 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지.

그러나 아레나 질병을 두 가지 이상 앓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소수이긴 하나 두 가지 이상의 질병에 걸린 플레이어는 분명히 존재했고.

그들은 정식 아레나가 시작하지 않았어도.

단명이라는 운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유정아, 이모님이 아레나 질병에 걸리신 게 언제부터야?”

“쓰러지신 건 7년 전인데, 검사 결과로는 10년 전부터 걸린 것 같다고 했어요.”

“10년 전…….”

시문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생각보다 많이 심각한데.’

두 가지 이상의 아레나 질병을 앓으면서 10년을 버틴다니?

‘이모님이라 아직까지 버티고 계시는 건가.’

마력불능을 직접 앓아 본바.

아레나 질병의 전체적인 진행은 능력의 감소와 퇴화가 먼저 이루어지고.

그 후 더 이상 감소될 게 없어지면 육체로 옮겨 가는 방식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유정이 어머님이 2가지의 병으로도 10년을 버텼다는 건 납득이 갔다.

왜냐하면.

‘1세대 랭커 출신이시니까.’

1세대 랭커.

비록 유망주 시스템과 영약 등, 체계화된 현재의 성장 방식 차이로 지금의 랭커들과 다소 차이는 날 수 있겠지만.

어지간한 다이아들은 앞서는 스펙일 터.

그러나.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을 가능성이 높아.’

아무리 1세대 랭커라도.

두 가지 아레나 질병으로 10년을 버텼다면 문제가 없을 리 없다.

특히나 회로역행은 치료를 성공적으로 해내도 그 후유증이 무척이나 잔혹했다.

시문의 표정이 심각해서일까.

“저…… 오라버니, 혹시 어, 어려울까…… 요?”

이유정은 불안감이 가득한 얼굴로 물어 왔다.

“아! 미안. 잠시 생각 좀 하느라고.”

시문은 얼른 고개를 저으며 유정이를 안심시켰다.

하나 거짓말을 할 순 없는 법.

“일단 재료만 있다면 치료제는 만들어 낼 수 있어. 근데 회로역행이 문제야.”

“아.”

이유정의 얼굴에 만감이 교차한다.

“오라버니, 전 하나라도 고칠 수 있다면 괜찮아요! 말씀만 하시면 어떤 재료라도 당장!”

“잠깐, 유정아. 일단 진정하고 들어 봐.”

시문은 그런 이유정을 진정시키며 찬찬히 말을 이었다.

“이건 확실히 해 둘게. 다시 말하지만 둘 다 치료 자체는 가능해.”

그리고 똑똑한 아이답게.

“치료…… 자체는요?”

이유정은 말의 포인트를 빠르게 짚어 냈다.

“아까 말씀하신 회로역행에 뭔가가 있는 거군요.”

“그래.”

“회로역행이 꽤 고위험군의 아레나 질병인 건 저도 알고 있어요. 혹시 치료제의 제조 과정의 어려움 때문일까요?”

연금술사들이 제조나 연성 과정에서 빈번하게 실패한다는 건 그녀도 잘 알고 있는 사실.

하나 시문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회로역행 치료제의 제조가 좀 어렵긴 한데, 못할 수준은 아니야.”

마력불능을 고치기 위해 이미 1레벨로 엘릭서까지 만들어 낸 시문이다.

아레나 질병 치료제들의 레시피는 달달 외우고 있었고.

회로역행의 치료제 역시 제조 과정이 다소 악랄할 뿐, 재료만 구비된다면 제조 자체는 큰 문제가 없었다.

심지어.

‘지금의 난 전생보다 훨씬 높은 스펙을 지니고 있으니까.’

마력을 못 쓰는 1레벨 시절과는 전혀 달랐다.

문제는.

“회로역행 치료의 후유증 때문이야.”

“후유증……?”

시문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회로역행은 말 그대로 마력 회로의 역행을 일으키는 병이야. 그리고 회로역행 치료제는 그걸 강제로 정상화하는 원리로 작용하지.”

“그 말은 강제로 정상화시키다, 엄마의 마력 회로에 손상이 갈 수도 있다는 건가요?”

“그래. 내가 의사는 아니지만, 회로역행이 걸린 시점부터 마력 회로에 자체적인 부담이 생기는 건 알아. 그리고 이모님은 그 상태로 자그마치 10년을 버티셨지.”

이유정의 얼굴에 어둑한 그늘이 진다.

멍청이가 아니고서야.

시문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수 없었으니까.

“이미 마력 회로가 많이 약해지신 상태이실 거야. 그런 상태에서 강제성이 있는 치료제를 썼다간…….”

아마 다시는 플레이어로서 활동할 수 없으실 거야.

그 말을 차마 내뱉지 못하는 시문을 대신해, 이유정이 말을 이었다.

“마력 회로가 아예 망가져 버린다는 거군요.”

“유정아, 솔직히 지금 이렇게 버티고 계신 것도 기적이야.”

“그렇네요. 병원을 가면 늘 듣는 말이었죠. 평범한 환자였다면 진즉 사망했을 거라고.”

“유정아…….”

“결국 제 결정에 달렸다는 거네요. 엄마의 보호자는 결국 나니까.”

그 말에 곁에 있던 김시혁도, 박진욱도 모두 숨을 죽인다.

그들 모두 최상위에 자리한 플레이어들.

그런 입장에서 플레이어로서의 능력을 모두 잃는다는 말이 쉽게 들리지 않는 것이다.

하나.

“괜찮아요. 엄마가 일어날 수만 있으면 전 상관없어요. 지금까지 어떤 대가든 치를 수 있다고 늘 기도했는걸요.”

이유정은 밝게 웃으며 답했다.

“유정아.”

그럼 그 책임은 어쩌고?

혹여나 이모님께서 일어나서 ‘왜 내 능력을 모두 잃는 선택을 한 거냐’고.

만에 하나라도 널 탓하는 일이 벌어지면 어쩌려고?

‘물론 이모님의 성격상 그럴 리는 없겠지만…….’

오랫동안 아팠던 사람의 심정은 모르는 일 아니던가?

그러나.

“사실 오라버니가 말씀하신 거 의사한테 다 들은 내용이거든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래서 더 부탁드리고 싶어요.”

이유정은 늘 걸치고 있던 그 청아한 미소로, 지그시 시문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니 걱정 말고 만들어 주세요. 부탁드려요, 오라버니.”

제가 다 책임질 수 있어요.

하는 시선을 보내며 말이다.

그런 이유정의 뜻이 닿은 것일까.

“……알았어. 일단 재료부터 구하고, 이모님의 상태를 살펴보자.”

시문은 어느새 어른이 된 동생을 대견스러운 미소로 마주 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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