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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61화 (61/349)

제61화

61화. 왕의 눈 (1)

“하…….”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최진수는 멍하니 입을 벌린 채, 그 원인을 바라봤다.

유아준이 펼친 아이스 트위스트.

거기에 물의 정령술이 더해져, 얼음 마법이 가지는 디버프와 범위, 위력까지 전부 상향된 상태다.

그런 같은 수준의 힘으로 받아친 것도 아니고.

‘마법 속을 역으로 내달리다니…….’

차라리 조심스레 걷기라도 했으면 말이라도 안 하겠다.

저 김시문이라는 괴물은 증폭된 얼음 회오리 줄기를 딛고 역으로 달려드는 기행을 벌였다.

흡사 롤러코스터의 주행로를 질주하는 모습.

놀란 건 최진수만이 아니었다.

-미친! 마법을 딛고 달린다고? 그게 가능해?

-가능하긴 함. 다이아들 중에 중위권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저러는 거 본 적 있음.

-그쵸…… 가능한 일이긴 한데…… 이분 갓 골드시잖아요…….

-근데 이 형은 했잖아?

-ㅆㅂ! 그니까 다 반응이 똑같잖아! 저게 말이 되냐고!

-매니저님, 저 애 욕했어요. 벤 좀.

시문의 송출 화면으로.

증폭된 5성 마법 아이스 트위스터 속을 내달리는 모습을 직접 관람한 시청자들은 더한 반응을 보였다.

그럴 수밖에.

비록 심해라 불리는 랭크의 방송이라 해도.

시문의 방송만큼은 저랭크를 넘어, 고랭크들도 다수 시청하는 상황.

-저런 건 마법 구조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스펙도 해당 마법보다 훨씬 높아야 함. 고로 이건 말이 안 된다.

-이것도 특성임? 이번엔 손가락 튕긴 것도 없는데?

-특성 같음. 손가락 튕기는 거 없이 몸이 좀 변했잖아.

-ㅇㅇ. 최진수랑 뭐 비슷한 능력 같은데?

-설마 특성이 2개인 거야?

-차라리 2개라고 해 줘. 플래티넘 입장에서 저걸 컨트롤로 해냈다곤 믿고 싶지 않다.

-개쌉ㅇㅈ. 저게 순수 컨이다? 플래티넘 마법계들 바로 한강각임.

고랭크로 보이는 플레이어들이 전문적인 발언을 내어 버리니, 채팅창에 불이 붙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그리고.

“또 보네요.”

이런 뜨거운 상황을 만들어 낸 시문의 시선이 마지막 남은 생존자.

최진수를 향했다.

그런 시문과 눈이 마주친 순간.

움찔.

‘뭐, 뭐지?’

최진수는 전신의 근육이 바짝 굳어 가는 걸 느꼈다.

단순히 지금껏 보여 준 압도적인 무위 때문이 아니었다.

‘저 모습, 뭔가…… 뭔가 위험해.’

SS급 특성 야수화를 지닌 최진수는 이러한 공포감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금세 알아차렸다.

‘포식자!’

그래.

마치 자신보다 상위의 포식자를 눈앞에 둔 야수들이 이러한 공포를 느꼈다.

‘왜지? 난 분명 샤크로돈으로 변신했는데…….’

플래티넘에서나 등장하는 악명 높은 바다 몬스터 샤크로돈.

비록 갓 골드에 입성한 만큼 그 반도 안 되는 수준이었으나.

상어처럼 뾰족하게 솟은 이빨과 주둥이, 손목에 달린 칼날 같은 지느러미는 분명 샤크로돈의 그것이었다.

당연히 이 바닷속에서 포식자로 군림해야 정상이었거늘.

왜 공포를 느낀단 말인가?

‘빌어먹을! 차라리 변신하지 않았다면!’

애당초 변신을 하지 않았으면 물속에서 이렇게 살아 숨 쉴 수조차 없었겠지만.

마주하는 것만으로 얼어붙었다는 치욕감은 최진수로 하여금, 제대로 된 사고를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크, 크륵!”

본능을 짓누르는 공포감.

최진수는 이를 빠득 갈며,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려 애를 썼다.

이젠 시뻘건 핏줄마저 서 버린 최진수의 눈앞으로.

“아예 포기한 겁니까? 끈질기게 달려들던 저번이랑은 많이 달라졌네요.”

어느새 시문이 다가왔다.

최진수는 그게 아니라고.

달라진 건 내가 아니라 너라고.

그렇게 외치고 싶었으나.

‘모, 몸이…… 안 움직여!’

눈앞까지 다가와서일까?

꽉 깨물던 이빨마저 제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뭐, 어느 쪽이건 상관없죠. 개인적으로 당신을 꽤 리스펙하는 입장이라서요.”

삐걱대는 고개를 든 최진수는 간신히 시문의 얼굴을 마주하고 나서야.

이 정체 모를 공포의 원인을 깨달았다.

‘눈! 저 눈 때문이야!’

찬란한 황금빛의 마법진이 겹겹이 맞물려 있는 왼쪽 눈.

그 한가운데 세로로 길게 찢어진 심연 같은 동공이, 바로 자신을 옴짝달싹도 못 하게 한 원인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나 당사자는 그것을 모르는지.

“고통은 없을 겁니다. 최진수씨. 수고하셨어요.”

시문은 무심히 날카로운 손톱을 내질렀다.

콰득.

단숨에 심장을 관통해 버리는 시문의 손.

불완전하더라도 명색의 샤크로돈의 가죽인데.

그것을 꿰뚫어 버린 손은 꿰뚫은 만큼이나 쉽게.

푸화악!

피 분수를 만들며 제자리를 찾아갔다.

[최후의 생존자가 되었습니다.]

[골드 랭크 데뷔전의 우승자가 결정되었습니다.]

시문의 위로 데뷔전의 끝을 알리는 시스템창이 떠오른다.

[네 성좌들의 미션을 완수하였습니다.]

[업적 포인트 5,000점을 획득합니다.]

미션 완료를 알리는 개인 메시지창까지 눈앞으로 떠올랐다.

그에 시문이 용체화를 해제하려던 찰나.

[특수 조건이 만족되었습니다.]

[마지막 섬이 부상을 시작합니다.]

일련의 시스템창이 추가로 떠오르며.

쿠르르르르르르!

바다가 진동했다.

* * *

부글거리는 거품들이 쉴 새 없이 올라온다.

그와 함께 떠오르는 한 섬은 트리아이나로 수장되었던 섬들보다도 거대했다.

‘무슨 조건이 만족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게 그 마지막 섬이라는 건가?’

멀지 않은 곳에서 부상하는 마지막 섬을 바라보던 시문은 곧장 그곳으로 다가갔다.

부드럽게 나아가는 신형.

용체화에 따로 수영 기능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용체화 자체가 가지는 강력한 스펙 덕분일까.

‘뭐야, 이거. 샤크로돈의 신체조직을 연성했을 때보다 더 빠른데?’

시문은 앞서 [샤크로돈의 신체조직]을 연성했을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나아갔다.

이윽고.

촤아아아.

섬에 도착한 시문은 섬과 함께 바다 위로 부상했다.

섬 위로 바다 특유의 강한 햇살이 비춰지자.

수중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 거대한 섬의 일대가 눈에 들어왔다.

‘건물도 있잖아?’

시문은 섬 한가운데에 자리한 묘한 건축물을 바라봤다.

고대 그리스의 양식과 비슷한, 그러나 페르시아풍의 느낌이 강하게 섞인 듯한 석조 건축물.

군데군데 이끼와 해조류, 따개비들이 즐비했으나, 건축물이 지닌 고풍스러운 미는 숨기지 못했다.

시문은 자연스레 섬의 중앙에 위치한 건축물로 다가갔다.

그때.

키잉.

“음?”

시문의 왼쪽 눈.

오딘의 눈과 용체화된 육체의 비늘들이 싸한 감각을 전해 온다.

유씨 남매의 마법을 경고할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

그에 시문은 본능적으로 연성력을 오딘의 왼쪽 눈으로 부여했고.

볼 수 있었다.

‘안에 뭔가 있는데?’

일종의 열화상 카메라라고 할까?

건축물 안에서 생명체로 보이는 무언가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게 보였다.

그것들이 건축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

“저, 저건!”

시문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시문만이 아니었다.

-거, 거짓말이지? 지금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거지?

-님들, 이거 맞음? 이거 맞아?

-저게 뭔데요? 님들만 알지 말고 같이 좀 압시다.

-갑자기 튀어나온 섬만 해도 궁금해 미치겠는데 이 사람들 다 왜 저래.

시청자는 물론이었고.

[성좌 제우스와 천마가 불편한 기색을 비칩니다.]

[성좌 검은 염소가 입술을 질겅질겅 씹습니다.]

[성좌 오딘이 작은 한숨을 내쉽니다.]

조용하던 성좌들마저 반응을 보였다.

성좌들의 반응은 다소 의외이긴 했으나, 영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왜냐하면.

“쉬르르, 인간이로군.”

“인간? 그런 거치곤 비늘이 있는데?”

“쉬륵. 잡종은 용족에게도 있는데 육지 놈들이라고 없겠나?”

“그도 그렇지만, 설마 저 잡종이 그 신의 힘을 휘두른 건 아니겠지?”

눈앞의 두 용족은 그럴 만한 존재들이었으니까.

“나가라니……!”

나가.

뱀의 하반신에 인간의 상반신을 지닌, 소위 말하는 반인반사(半人半蛇)의 용족이자.

-미친! 여기 다이아 랭크도 아닌데, 최상급 용족이 왜 나오는 거임?

-설마 싸우라고 나온 건 아니겠지?

-에이, 그냥 이벤트겠지. 애당초 이 섬도 생전 처음 보는 거잖아.

-근데 이벤트라기엔 당장 창이라도 찌를 기센데?

드래고니안과 같이 최상급 용족이었으니까.

‘그나마 다행이라면 둘 다 전사 쪽인 같은데…….’

하나 두 나가 모두 전사계열이라 한들.

마냥 안심할 수는 없었다.

“쉬르르. 죽여서 시체를 뒤져 보면 뭐라도 나오겠지.”

쿠우우웅.

고작 땅을 박찼을 뿐인데.

움푹 파이다 못해 쩍쩍 갈라지는 대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전사계열이라 해도.

최상급 용족의 육체는 그 자체만으로도, 어지간한 공격 마법을 상회하는 것이다.

콰앙!

“쉬륵! 피해? 육지 놈치고 제법 날래구나.”

거대한 삼지창으로 땅을 박살 낸 나가.

그는 잽싸게 피해 낸 시문을 보고는 독사 같은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이내.

“크핫! 이런 것도 재밌겠지. 좋다, 어디 도망쳐 봐라!”

광소를 터뜨린 나가는 기다란 하반신을 움직였다.

샤아악!

‘빨라!’

뱀의 하체를 지닌 거구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나가는 엄청난 속도로 바닥을 기며, 시문의 움직임을 따라잡았다.

“쉬륵! 잡았다!”

후우웅.

매서운 파공음을 휘감고 오른쪽으로 파고드는 삼지창.

동시에.

“크큭! 사지를 잘라주마!”

어느새 뒤편에서 날아드는 또 다른 나가의 삼지창까지.

최상급 용족답게.

두 나가는 일말의 상의도 없이 깔끔한 협공을 가해오는 것이다.

하나.

‘둘 다는 못 피해.’

협공에 당황치 않고.

시문은 즉시 연성력을 끌어올렸다.

본디 다이아 랭크에서나 등장하는 나가들이다.

단순히 위치를 점하고 휘두르는 행위만으로도, 상대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기본적인 스펙 차이가 있으니까.

그러니.

‘이쪽에서 먼저 친다!’

따악.

도리어 앞으로 전진하며 손가락을 튕기는 시문.

짜작.

시문의 앞으로 한줄기의 벼락이 떨어져 내렸고.

자연스레 그 벼락을 거머쥐며 전방의 나가를 노려보는 순간.

멈칫.

“쉬, 쉬륵?!”

나가의 샛노란 눈이 휘둥그레진다.

동시에 삼지창을 내지르던 행위까지 뚝 멈춰 버렸고.

‘기회다!’

시문은 눈을 번뜩이며 아스트라페를 두툼한 나가의 대흉근에 박아 넣었다.

콰자자자작!

강렬한 굉음이 귀청을 때린다.

최상급 용족도 정통으로 틀어박히는 아스트라페는 어찌할 수 없는지.

치이이.

나가는 비명 하나 남기지 못하고.

노릿한 냄새와 함께 바닥으로 쓰러졌다.

시문은 그런 나가의 최후는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시커멓게 타 버린 나가를 딛고는 허공으로 치솟았다.

이어.

“네노오옴!!”

후웅!

뒤에서 거센 파공음과 함께 파고드는 노성.

동료의 죽음에 분통을 터뜨린 나가는 즉시 몸을 웅크렸다.

뱀의 똬리처럼 돌돌 감기는 하반신.

그러곤 스프링의 그것을 연상시키듯.

파앙.

“죽여 버리겠다!!”

순식간에 시문과 거리를 좁히는 나가.

그에.

스윽.

어느새 고점에 달한 시문의 몸이 역으로 아래를 향한다.

손에는 아직 스파크를 내뿜는 아스트라페가 쥐어져 있었다.

‘연성력 소모가 너무 심해서 천마신공까지 곁들이는 건 무리지만…….’

아직 힘이 남아 있는 아스트라페만으로도 공격력은 충분하리라.

그렇게 아래서 솟아오르는 나가와 위에서 낙하하는 시문의 시선이 맞물리는 순간.

움찔.

“그, 그 눈은!”

솟아오르던 나가 역시.

앞선 나가처럼 화들짝 놀라며 몸이 굳어 버렸고.

그 빈틈을 놓치지 않은 시문은 낙하하는 힘을 실어 아스트라페를 내리찍었다.

콰자자자작!

비늘 덮인 머리통으로 작렬하는 뇌전.

쿠웅.

머리통을 잃어버린 새까만 거구가 허연 연기를 휘감고 바닥으로 처박힌다.

시문은 날렵한 움직임으로 공중제비를 돌며, 처박힌 나가의 시체를 딛고 안전하게 착지했다.

‘후. 죽을 뻔했네.’

갤럭시 아레나에 참전하고 꽤 많은 위협을 겪었지만.

저 나가 둘의 합공만큼 등골을 서늘하게 만든 위협은 없었다.

숨을 고른 시문이 제대로 서는 순간.

키이이잉!

오딘의 눈이 강렬한 이명을 토했다.

동시에.

-참으로 놀랍구나.

무섭도록 아름다우면서도 황홀한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고.

[예정에 없던 특수 상황으로 모든 중계와 방송이 일시적으로 차단됩니다.]

[해당 상황이 끝나기 전까지, 어떠한 송출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갑작스러운 메시지창이 시문의 앞을 가렸다.

-뭐, 뭐야? 갑자기 화면이 꺼졌어!

-ㅅㅂ! 아레니아 서버 나갔냐? 이거 뭔데!

-하필 여기서 끊어. 돌았나!

-이거 국아 채널도 검은 화면인 거 보니 걍 막혔나 본데?

순식간에 혼란의 도가니가 되어 버리는 채팅창.

그러나 방송 자체가 차단되어 버린 시문은 채팅창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럴 여유도 없었고.

-왕의 눈을 지녔거늘, 포세이돈의 트리아이나도 모자라 제우스의 무구까지 다루다니.

영혼까지 떨리게 만드는 목소리.

그러나 오딘의 눈과 용체화 덕분인지.

제정신을 유지한 시문은 서서히 이 이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몸을 돌렸고.

“미친…….”

저도 모르게 육성으로 욕을 내뱉었다.

비단 앞선 나가들보다 더 거대한 체구를 지닌 나가라서가 아니었다.

본디 나가란 종족은 팔의 개수에 따라 그 급이 나뉜다.

팔의 개수는 2배수씩 증가하며, 당연히 그에 따라 나가의 힘은 천차만별.

방금 시문이 처리했던 두 나가는 가장 약하다고 할 수 있는 2개의 팔을 지녔지만.

“팔이 8개라니…….”

눈앞의 저 나가는 무려 8개의 팔을 지니고 있었다.

전생의 경험에 비춰 보았을 때.

이는 다이아를 넘어 랭커급의 플레이어들이나 되어야 대적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즉.

-호오, 팔의 개수를 논하다니? 그대는 우리에 대해 잘 아는 모양이로구나.

지금의 시문으로선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란 말이다.

다행히도.

-볼수록 흥미롭군. 이거 아주…….

저 절대적인 존재는 적대감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재밌게 되었어.

호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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