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60화 (60/349)

제60화

60화. 데뷔전 (4)

-아! 조현우 플레이어! 왼팔에 부상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힐러인 장지수가 살아 있는 한 금방 복구될 테죠. 중요한 건 전방입니다. 이 전투의 구도는 최진수가 무너지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거든요!

-그렇겠네요. 2번 섬의 결말이 기대됩니다! 1위와 2위를 다투는 두 팀이니 말이죠!

현 1위인 전갈 길드의 유망주 팀과 2위인 신화 길드의 유망주 팀.

그 등수에 맞게 2번 섬에서 만난 두 팀은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었다.

-아! 또다시 마법을 시전하는 유아준!

-회복한 조현우가 견제 화살을 날려 보지만, 어림없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막아 내는 유아연!

-유아연의 센스가 무척이나 돋보입니다. 최진수와 맞붙는 탱커를 지원하면서, 유아준의 캐스팅까지 케어해 주고 있어요!

-이대로 유아준의 마법이 발현되면 전투 구도가 무너질 수도 있겠는데요?

-맞습니다! 슬슬 장지수 플레이어의 성력이 고갈 날 때가 되었거든요!

국아의 송출 화면엔 1, 2위를 다투는 두 팀의 전투가 쉬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그때.

쿠그그그그.

잦은 떨림과 함께 송출 화면이 떨려 오기 시작했다.

-뭐, 뭐죠? 갑자기 화면이 흔들립니다!

데뷔전을 중계하던 MC 최강엽과 해설 송재경은 서둘러 정면의 스태프들을 바라봤다.

혹여나 방송 사고인지를 체크한 것이다.

하나 어리둥절해하는 스태프들과 PD를 보아, 방송적인 문제는 아닌 모양.

그때.

송출되던 화면이 2, 4, 6 등 점차 나누어지더니, 얼마 가지 않아 데뷔전 지역인 떠오른 군도 전체를 비추었고.

-이럴 수가!

-해, 해일입니다! 사방에서 엄청 큰 해일이 다가오고 있어요!

똬리를 튼 뱀처럼.

떠오른 군도 전체를 휘감으며, 거대한 해일이 다가오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당연히.

-송 해설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원래 떠오른 군도에 이런 해일이 출현했던가요?

-저, 저도 처음 보는 광경입니다! 물론 맵마다 재해 같은 이벤트들이 있기는 해도, 떠오른 군도가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1세대 플레이어인 송재경 해설도 겪어 본 적이 없던 현상.

-아! 7번 섬에 이어 4번 섬까지! 군도 전체가 해일에 집어삼켜지고 있습니다!

-섬을 차지한 팀들이 허무하게 쓸려나갑니다. 속수무책이에요!

-이대로라면 전투 중인 2번 섬까지 집어삼킬 기세인데요?

그에 중계진은 패닉에 빠져 정신없이 진행 멘트만을 내뱉을 뿐이었다.

그리고.

-아! 결국 2번 섬까지 해일이 다가왔습니다! 원샷으로 보니 정말 어마어마하게 거대한데요?

-현명하게도 두 팀 모두 전투를 중지하고 빠지는 모습! 하지만 모두가 살 수는 없어 보입니다!

1, 2위를 다투던 두 팀의 무대.

2번 섬까지 해일이 다가왔다.

* * *

“이런 미친!”

거대한 해일.

그 갑작스러운 재앙을 맞이한 유아연이 처음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지금의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어떤 일에도 당황 없이 처리해 오던 유아연에겐 무척이나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냉혈’이라 불리는 그녀의 별명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라는 듯.

“운디네! 운다인!”

그녀는 재빨리 물의 하급, 중급 정령인 운디네와 운다인을 소환했다.

“아, 아연 님! 저 좀 도와주십시오!”

최진수를 상대하던 아군 탱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나 유아연은 남동생인 유아준의 손을 잡고는 정령들 품에서 몸을 웅크릴 뿐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 둘만 살기도 빠듯해.’

상급 정령 엔다이론을 소환할 수 있었다면 모를까.

중급 정령으로 저 거대한 해일에서 살아남는 건, 자신을 포함한 2명이 한계였다.

더불어.

‘저 해일이 여길 덮치면, 쟨 짐만 될 뿐이야.’

애당초 전갈 길드에서도 자신 남매를 서포트하기 위해 욱여넣은 탱커에 불과하다.

심지어 자신의 정령 마법이 없다면, 수중에선 그저 가라앉기만 하는 쇳덩이.

효율을 추구하는 유아연의 입장에서 그런 모험을 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심지어.

“지수야!”

“아, 안 돼! 성력이!”

“망할! 진수 형님! 여기 좀, 으아아아!”

멤버를 잃어버리는 건 이쪽만이 아니지 않나?

유아연은 차가운 눈으로 해일 속으로 사라지는 신화 길드 팀을 노려봤다.

‘최진수 하나쯤이야. 해일만 버텨 내고 나면 끝장낼 수 있어.’

* * *

군도를 통째로 집어삼킨 거대한 해일.

그 강대한 재해 속에서 실시간으로 관람하던 시문은 살아남은 이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아연과 유아준, 그리고 최진수로군.’

데뷔전 이전부터 꾸준히 언급되어 오던 유망주들.

확실히 그 명성에 맞게 세 유망주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해일 속에서 살아남았다.

‘최진수의 수중 생물 변신은 예상했다지만…… 유아연은 의외네.’

시문은 하체가 흐릿한 푸른 여성에 안긴 유씨 남매를 바라봤다.

‘이제 갓 골드로 승급했을 텐데, 운다인이라니?’

중급 정령 운다인.

계약 자체야 데뷔전에 참가할 수준이면 어렵진 않겠지만.

제대로 컨트롤하는 것은 골드 상위권쯤 접어들어야 가능한 일일 텐데.

유아연은 운디네까지 이용한 다중 컨트롤로 트리아이나의 해일에서 살아남았다.

이는 그녀의 정령 컨트롤이 골드 상위권에 이른다는 말이 된다.

‘하긴, 명색에 골드 데뷔전인데 이 정도는 보여 줘야지.’

장차 대한민국의 미래가 될 플레이어들 아닌가?

그중에서도 유달리 거론되는 이들이니, 이만한 저력은 보여 줘야 했다.

‘그럼 슬슬 끝내 볼까?’

따악.

시문이 손가락을 튕기자, 귀 뒤에 붙어 있던 살색 아가미가 한결 더 깊어졌다.

전신의 근육들 역시 일제히 부풀었다가 가라앉았다.

플래티넘 랭크에서나 등장하는 바다 몬스터.

[샤크로돈의 신체조직]이 전신에 연성된 것이다.

그것은 무려 26%의 완성도를 자랑이라도 하듯.

촤르르르!

한 마리의 날렵한 상어처럼.

수장되어 버린 군도를 질주케 만들었다.

“야! 정신 차려!”

물의 중급 정령 운다인 덕분일까?

시문의 움직임을 눈치챈 유아연은 서둘러 제 남동생 유아준을 흔들었다.

그에 수장되어 버린 일대를 멍하니 보던 유아준은 세차게 고개를 젓고.

누나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봤다.

“회색 후드티? 설마! 김시문?”

“그래. 이거 전부 저 인간 작품이 분명해.”

“그 거대한 해일을 저놈이 일으켰다고? 잠깐 누나. 그렇다는 건…….”

유아준의 얼굴이 무섭게 굳었다.

‘우리한테 승산이 없다는 거잖아?’

당장 아레나 보드를 열어 보아도.

1등이던 자신들은 2등이.

그리고 3등이던 김시문은 27킬로 압도적인 1위가 되어 있었다.

9킬이었던 것이 27킬이 된 걸 보면.

아마 방금의 해일로 자신들을 제외한 모든 참가자 전원이 쓸려 나갔단 뜻이겠지.

그런 괴물을 어떻게 상대한단 말인가?

그때.

빡!

“야, 유아준! 정신 안 차려?!”

뒤통수를 강타한 아릿한 통증과 함께 누나 유아연의 성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싸우기도 전에 쫄아? 너, 길드에서 준비해 준 거 잊었니?”

“하, 하지만 누나! 저놈이 한 짓을 보라고! 한 방에 20킬 가까이한 놈을 우리가 어떻게 이겨!”

동생의 호소에 잠시 이마를 짚는 유아연.

“운다인, 최대한 방해해!”

그녀는 운다인을 시문에게 보내고는 불안감에 가득 찬 동생을 바라봤다.

“생각이란 걸 해라, 이 멍청아. 지금 이 상황이 김시문의 작품은 맞지만, 그거뿐이잖아?”

“누나, 그게 무슨 소리?”

“생각을 하라고 했지! 쟤가 왜 아까 같은 힘을 더 사용 안 하고 저렇게 근접을 해 오겠냐?”

“그건…… 어? 설마!”

유아준의 눈에 생기가 감돈다.

유아연은 그런 동생을 보며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미친 해일을 두 번이나 쓸 여유는 안 된다 이거지.”

“그, 그렇네! 우리도 우리 수준을 넘는 마법을 쓰면 후유증이 심하니까!”

“그래. 그러니 제발 정신 좀 차리고 아티팩트부터 써. 으윽!”

“누나!”

갑자기 비틀거리는 유아연.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운다인의 가슴을 꿰뚫고 있는 시문의 모습이 보였다.

“신경 끄고 빨리 아티팩트나 써!”

“으, 응!”

유아연의 외침에 유아준이 얼른 오른쪽 손목을 내밀었다.

그러자 유아연 역시 왼쪽 손목을 내밀어 남동생의 손목을.

정확히는 두 사람의 손목에 걸린 팔찌를 교차시켰고.

동시에 시동어를 읊었다.

“얼어붙은 근원.”

“얼어붙은 근원.”

그러자.

사아아아.

2개의 팔찌에서 음습하고 시커먼 기운이 일렁거렸다.

그것은 끈적한 액체처럼 두 사람의 팔찌에서 뚝뚝 흘러내렸고.

키아아!

기분 나쁜 이명을 토하며 씻은 듯 사라져 버렸다.

“서, 성공한 거야?”

유아준이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지만, 유아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읍!”

꾸르륵.

어느새 운다인을 처리하고 다가오던 시문의 움직임이 뚝 멈춘 것이다.

입에서 허연 거품을 내뿜으면서 말이다.

“퉤!”

그 모습에 유아연은 운다인의 역소환으로 인한 핏물을 내뱉곤.

“아준아! 준비해!”

“알았어!”

하급 정령 운디네를 데리고 캐스팅에 들어갔다.

유아준 역시 바쁘게 손을 움직이며, 허공에 무언가를 그려 나가기 시작했다.

한편.

‘뭐지? 왜 갑자기 인체 연성이 풀린 거야?’

[샤크로돈의 신체조직]이 사라져 버린 시문은 당황스러운 얼굴로 연성력을 끌어올리려 애썼다.

하나 연성력은 전혀 움직이려는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 나…… 이상…….

‘현자의 돌? 현자의 돌!’

맛이 간 라디오처럼.

뚝뚝 끊어지며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현자의 돌의 목소리까지.

가슴 속에 자리한 현자의 돌이 사슬에 꽁꽁 묶여 버린 느낌을 받은 시문은 깨달았다.

‘저주구나. 그것도 주력 기운을 완전히 봉인해 버리는 타입이야.’

저주.

조건이나 발동이 무척 까다롭지만.

당하는 입장에선 무시무시한 경험을 하게 만드는 흑마법의 한 종류.

‘아까 두 사람이 팔을 맞댔었지. 그럼 아이템으로 인한 발동인가?’

저주의 원인을 눈치챈 시문은 침착하게 호흡을 멈추며 몸에서 힘을 풀었다.

이유야 간단했다.

‘현자의 돌, 그거 사용하자.’

연성력이 막혔어도, 이 저주에 크게 구애받지 않을 방법이 있었으니까.

-알…… 어!

뚝뚝 끊어지며 들려오는 현자의 돌의 답.

그와 함께.

우웅.

멈춰 버린 현자의 돌에서 무언가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연성력이 아닌 그것은 다름 아닌 용력.

용력은 현자의 돌과 일체가 된 시문의 전신으로 힘차게 뻗어 나갔고.

‘우선 호흡부터 챙기자.’

가장 먼저 목을 타고 머리로 도달한 용력은 목을 중심으로, 시문의 호흡기 전반으로 안착했다.

그러자.

“후우!”

뽀글.

인간의 코와 입.

이 두 가지로 물속에서 호흡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우드득.

팔다리를 포함한 전신에서 괴상한 뼈 소리가 들려왔고.

옷 밖으로 노출된 손과 목의 피부 군데군데가 희미한 금색의 비늘들로 덮이기 시작했다.

용체화(龍體化).

용신 티아메트의 피를 흡수하고.

옵시디언 태블릿의 영향을 받아, 현자의 돌의 특성으로 등록된 능력이었다.

이름에서 그 뜻이 보이듯.

“와…… 이거 미쳤는데?”

갤럭시 아레나에서 최상위 종족으로 손꼽히는 용족의 육체를 얻은 시문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팔다리를 휘휘 저었다.

‘엄청 가볍잖아? 거기에다 뭔가 묵직해.’

서로 공존할 수 없는 두 단어가 절로 튀어나온다.

그만큼 용족의 몸은 민첩하면서도, 강인한 근력을 체감케 해 주었다.

오싹.

몸에 생겨난 금색 비늘들이 오소소 솟는다.

시문은 용체가 전해 오는 경고에 따라.

키잉.

본능적으로 오딘의 눈을 활성화했다.

이내.

‘하…….’

정면에서 급속도로 활성화되는 마력 소용돌이를 보곤, 저도 모르게 실소를 흘렸다.

이유야 간단했다.

‘마력의 움직임까지 볼 수 있을 줄이야.’

본래 오딘의 눈으로도 마법의 흐름은 볼 수 있었다.

하나 마력의 흐름은 다르다.

마법은 본디 마력이나 마기 등 특정한 기운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창조물.

그것의 흐름을 보는 것과 그 마법을 구성하는 기운의 흐름을 보는 것은 엄연히 달랐다.

‘과연 용족은 다르다 이건가?’

그리고 이 우월한 용체로 인해, 마력의 흐름이 보이는 지금.

‘캐스팅이 거의 끝났나 보군.’

시문은 저 두 마법계의 남매가 다음에 어떤 짓을 할지도 훤히 꿰뚫을 수 있었다.

‘동생 유아준이 마법을 발현하면, 누나 유아연이 정령술로 위력과 효과를 보조하는 거로군.’

여차하면 정령술 특유의 이점으로 마법의 잔재를 이용해, 추가타까지 유도할 수 있고 말이다.

과연 차기 마법계의 신성으로 평가될 만한 연계.

특히나 누나 유아연 쪽의 컨트롤과 센스는 손뼉 쳐 줄 만한 수준이었다.

이어.

“아이스 트위스터!”

누나의 정령이 물속성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주변이 물 천지여서일까.

발현된 유아준의 아이스 트위스터는 본래 5성급의 수준을 한참 넘은 위력을 선보였다.

콰츠츠츠측!

얼음으로 이루어진 회오리바람이 송곳 같은 하체를 앞세우며 날아든다.

일전에 히든 보스였던 하프 드래고니안 사르쿠가 펼친 반6성급의 얼음 마법만큼은 아니었으나.

가히 시문으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위력.

‘그때는 아스트라페를 때려 박아 힘으로 상쇄했지만…….’

맹렬하게 날아드는 아이스 트위스터를 바라보던 시문이 희미하게 웃는다.

이내.

스륵.

피하려는 모습은커녕, 역으로 얼음 회오리를 향해 파고드는 시문.

‘잡았다!’

‘멍청한 놈! 저게 그냥 5성급 마법인 줄 아나!’

그에 남매의 입가엔 회심의 미소가 지어졌다.

물론 오래가지는 못했다.

“아, 아니!”

“이런 미친!”

운디네로 인해 한층 더 강력해진 아이스 트위스터.

시문은 그 얼음 회오리 속을.

“마법을 딛고 달린다고?!”

‘역주행’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잘 가라.”

드래고니안의 그것처럼 날카롭게 자란 손톱이 목으로 파고드는 것이.

콰득.

“컥!”

“끄륵!”

이번 기수 마법계의 유망주인 유씨 남매의 마지막이 되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