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57화 (57/349)

제57화

57화. 데뷔전 (1)

“하여간에…….”

서울 시내의 야경을 한눈에 담고 있는 고급스러운 창문.

그곳에 기대고 있던 김시문은 폰을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솔직하지 못한 건 여전하다니까.”

일명 츤데레라고 하지?

테러 사건 이후 짧은 기간 동안.

고말숙이 보내온 50여 개의 메시지를 찬찬히 읽던 시문의 입가엔 절로 미소가 서렸다.

‘이거, 옛날 느낌이 물씬 나네.’

폰이 사라지기 전까지.

그리고 폰이 사라진 이후에도, 말숙이는 늘 이런 식이었다.

거친 겉과 다르게 무척이나 속이 깊고 상대를 챙기는 그런 타입.

‘덕분에 목숨도 몇 번 건졌었지.’

1레벨의 마력불능 연금술사.

자신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많은 노력과 운도 있었지만.

말숙이와 같은 지인들의 도움도 있었다.

“일단 말숙이가 오면 천마와 바로 이어 줘야지.”

그럼 자연스레 천마의 픽은 전생처럼 말숙이가 될 테고.

자신은 천마가 준 퀘스트의 보상으로 천마신공 2성을 공짜로 얻을 수 있겠지.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스펙업도 상당하겠지.’

당장 천마신공 1성만으로도 동 랭크대에서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하지 않는가?

물론 급이 높아지는 만큼 요구되는 마기의 양도 높겠지만.

이미 총 연성력이 68인 이상, 천마신공 2성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더불어 새로 추가된 용체화와 사안까지 있지 않나?

단지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

‘용체화야 현자의 돌이 깨어나면 바로 사용이 가능하겠는데…… 사안은 대체 뭐지?’

이번에 새로 얻은 두 기술 용체화와 사안.

그중 오딘의 눈에 귀속된 사안은 도무지 사용 방식을 알 수 없었다.

뚜벅.

널따란 복도를 가로질러 거울 앞에선 시문은 연성력을 끌어올려, 왼쪽 눈에 집중시켰다.

키잉.

특유의 이명과 함께 활성화되는 오딘의 눈.

황금색의 마법진이 겹겹이 눈앞으로 떠오른다.

그것은 이전까지와 어떤 차이점도 없었으나.

스륵.

황금빛의 눈동자 정중앙을 가르고 나타나는 동공은 달랐다.

그래.

회귀 전 자신을 죽이려 들었던 그 검붉은 거대 눈알처럼.

파충류의 그것으로 변해 버린 눈 모양은 당당하게 그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도무지 사용법을 모르겠단 말이지.”

시문의 고개가 옆으로 슬쩍 기울고.

사인이 활성화된 오딘의 눈 역시 기우뚱 기울었다.

‘아티팩트가 아니고서야, 보통 획득된 특성이나 능력은 자동으로 사용할 수 있기 마련인데…….’

마치 누가 알려 주지 않아도 몸을 움직이고 호흡을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능력의 사용법을 알아야 정상이었거늘.

이놈의 사안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뭐, 어떻게든 알게 되겠지.”

작은 숨을 내쉰 시문은 오딘의 눈을 비활성화했다.

“그나저나…….”

그러곤 창밖의 화려한 야경을 바라봤다.

정확히는.

“골드 데뷔전이라니. 깜빡하고 있었네.”

눈앞으로 둥실 떠 있는 메시지창이라고 해야겠지.

[누적 데이터를 기반, 플레이어 김시문의 다음 아레나는 ‘골드 데뷔전’으로 매칭됩니다.]

골드 데뷔전.

골드 랭크에 막 들어선 플레이어들이 치르는 첫 아레나에 한정해 매칭되는 아레나.

하나 아무나 매칭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MMR기준으로 상위 500명만 뽑혔었지?’

그게 배치고사건, 승급전을 치르고 올라온 사람이건 상관없다.

오로지 MMR기준으로 상위 500명을 뽑았고, 뽑힌 이들은 이렇게.

[데뷔전까지 남은 시간 22시 27분.]

데뷔전까지 별도의 아레나 진행 없이 대기해야만 했다.

물론 500명이 모두 매칭되지 않았다고.

대기 시간이 늘어나는 경우는 없었다.

애당초 나라마다.

그리고 승급한 플레이어들에 따라, 참가 인원이 매번 달랐으니까.

‘플래티넘의 데뷔전은 국가 단위라 보통 풀매칭이 되는 편이지만, 한국은 보통 100명 선이었지?’

플래티넘부터는 전 세계 매칭이 이루어지니, 매칭 인원은 매번 풀.

반면 한국은 평균적으로 100여 명 정도의 인원으로 이루어졌다.

문제는.

‘대부분이 3인 파티로 나오겠지.’

이상하게도 갤럭시 아레나는 이 데뷔전을 최대 3인파티까지 허용해 주었고.

덕분에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듀오나 트리오.

즉 2인이나 3인 파티 이상으로 데뷔전을 참가한다는 것이다.

덕분에 사이가 앙숙인 플레이어나 길드가 서로 파티를 하는 진풍경도 볼 수 있었다.

“뭐, 크게 상관은 없지.”

시문은 무심하게 메시지창들을 한쪽으로 치웠다.

이전에도 플래티넘급의 활약을 했던 자신이다.

이번 아레나로 12렙업이라는 폭업에 티아메트의 피로 한층 더 스펙업까지 하지 않았나?

오만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파티들이 그다지 무섭지는 않았다.

골드 최상위권이 와도 자신을 어쩌진 못할 테니까.

단지 좀 아쉬웠다.

‘말숙이도 같이 데뷔전을 돌렸으면 좋았을 텐데.’

이제 마력불능도 회복되었는데.

옛 친우와 함께 싸울 수 없다는 게 말이다.

‘좋게 생각하자. 어차피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니까.’

전생에 고말숙은 천마신공을 익힌 후, 다이아까지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따라서 천마와 이어만 주면 금방 자신의 랭크까지 따라올 터.

“읏차! 데뷔전까지 연구실이나 마저 세팅하자.”

힘껏 기지개를 편 시문은 연구실로 걸음을 옮겼다.

* * *

늦은 시각.

밤에도 기업의 건물에 불이 켜져 있는 게, 대한민국에선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으나.

그것이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히는 대길드.

특히나 성삼 다음이라고 손꼽히는 신화 길드의 건물 최상층의 불빛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후…….”

깊은 한숨.

8 대 2의 포마드라는 고전적인 헤어스타일이지만.

“멤버는 이게 끝인가?”

중년의 나이임에도 날렵하게 뻗은 눈매에 콧대, 턱선이 더해진 남성은 촌스럽다는 말 대신.

미중년이라는 단어가 절로 튀어나오게 만들었다.

그런 남성의 고풍스러운 책상 앞으로.

“예, 이번 데뷔전의 참가 멤버는 보신바 2명이 끝입니다.”

깔끔한 정장 차림의 남성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키가 커서일까?

고개 숙인 남성의 눈엔 [신화 길드 마스터 고창진]이라는 명패만이 보였다.

다시 고개를 들자.

“흠.”

미미하게 미간을 찌푸린 채, 검지로 보고서를 톡톡 두드리는 길마 고창진의 모습이 보였다.

보고를 하는 남성은 본능적으로 손아귀에 땀이 배는 걸 느꼈다.

단순히 눈앞의 미중년이 1세대 플레이어이자, 다이아 랭크의 실력자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기분이 많이 안 좋으시군.’

그 역시 1세대 플레이어로서.

오랜 세월 모셔 온 이의 기분이 무척이나 좋지 않다는 걸 눈치챈 것이다.

“하광일.”

“예.”

“최진수는? 보고서에 보이질 않는데.”

왜 보고서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지는 뻔히 알 텐데.

굳이 되묻는 고창진에 하광일은 목울대를 꿀렁였다.

“그것이…….”

이내.

“길드 가입 결정을 보류했다고 합니다.”

“보류해?”

힘겹게 답한 하광일에 고창진의 눈썹이 슬쩍 올라갔다.

“일전의 아레나가 요인이었나 봅니다.”

“일전의 아레나? 아, 그 하수도의 서바이벌 말이로군.”

“예.”

고창진의 기분이 좋지 않아서일까?

하광일은 고작 실버 랭크의 아레나를 저 철혈의 사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지 못했다.

“사실상 2등으로 골드 승급은 치렀다곤 하나, 스스로의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는군요. 해서 수련에 더 집중하겠다고 합니다,”

“수련이라?”

플래티넘도 아닌 고작 실버.

이제야 겨우 골드로 승급한 애송이 주제에 수련을 논하다니?

1세대임에도 현역을 뛰는 플레이어의 입장에선 분명 같잖은 말에 불과할 텐데.

고창진의 눈빛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참고로 저희쪽 지원 조건이 딱 저번 아레나까지라, 길드 차원에서의 지원은 만료되었습니다.”

“마음에 드는군.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아.”

“예?”

“최진수의 지원을 1년 더 연장해라. 이번 데뷔전을 우리 쪽 유망주들과 함께한다는 조건으로.”

“하지만 길드 마스터님, 1년은 지출이 너무 큽니다! 애당초 길드원도 아닌데, 지금까지 유망주급의 지원을 해 주는 것만으로도 과한 처사가!”

하광일이 다급하게 말을 이었으나 그뿐.

“그럼 용병이라도 쓰자는 건가? 데뷔전에 용병으로 쓰일 놈은 있고?”

이 철혈의 사내는 젊은 시절부터 한결같은 면이 있었고.

“그건……! 알겠습니다.”

밑바닥부터 신화 길드를 함께 일으킨 하광일은 그런 고창진의 면모를 잘 알았기에.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하지만 용병으로 쓸 인물이 아예 없진 않습니다.”

마냥 동의하지만은 않았다.

1년치 유망주급의 지원은 큰 지출을 각오해야 했으니까.

“누구지?”

“이번 서바이벌에서 일대일로 최진수를 꺾은 플레이어입니다.”

이제 막 하광일의 품에서 관련 서류가 나오고 있건만.

“아아, 김시문 말이로군.”

고창진은 이미 서류의 내용을 아는 눈치였다.

그에 하광일은 눈을 끔뻑였다.

“아는 플레이어입니까?”

“아마 ‘알았던 플레이어’라고 해야겠지. 나름 유명했으니까.”

“유명했다고요?”

하광일의 얼굴에 의문이 더해진다.

그럴 수밖에.

비록 길드장 고창진보다 실력이 뒤처진다곤 하나.

그 역시 1세대의 다이아 랭크 플레이어 아닌가?

“자네는 모를 수 있겠군. 하긴, 애당초 상류층에서도 쉬쉬하던 내용이니.”

고창진의 의자가 슬쩍 돌아간다.

그는 어둑한 밤하늘 아래로 반짝거리는 야경을 내려다봤다.

“자네, 전대 협회장을 기억하나?”

“못할 수 없지요. 그는 최강의 플레이어였으니까요.”

감히 길드 마스터를 앞에 두고 다른 이를 최고로 칭하다니.

오랜 동료의 당돌함에 고창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래, 강하기는 더럽게 강했지. 그리고 그 핏줄도 마찬가지야.”

“김시혁을 말하는 거라면…… 어? 잠깐. 김시혁? 김시문?!”

하광일의 눈이 부릅떠진다.

“자네 생각이 맞아. 김시문, 이자도 전대 협회장의 아들이지.”

“하, 하지만. 전대 협회장의 아들은 김시혁 하나이지 않습니까? 거기에다 나이는 김시문이 더 많습니다만.”

“뻔하지. 결혼도 하기 전에 애를 만든 것 아니겠나?”

그 말에 하광일의 입이 쩍 벌어진다.

누가 들어도 놀랄 비사이건만.

“이상할 것도 없지. 능력도, 얼굴도 부족함이 없는 사내다. 젊은 날의 혈기를 주체할 이유가 무엇이 있나?”

“그, 그 말씀은 김시문 플레이어가 전대 협회장의 사생아라는…….”

“그렇지.”

고창진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정말 각성이 혈연과 연관이 있는지는 몰라도, 그 김시문이라는 사생아는 상당한 초기 스탯을 타고났거든.”

“초기 스탯이요?”

“그래. 마법계에다 마력 스탯이 무려 10이었지.”

“세상에!”

하광일의 얼굴에 경악이 깃든다.

그럴 수밖에.

“지금도 최대 스탯인 10스탯으로 각성하는 이들이 드문데…….”

귀하다는 마법계.

그것도 마법계의 핵심 스탯인 마력을 최대치로 각성하다니?

“엄청나군요. 혹시 특성은 뭐였는지 아십니까?”

“아니, 특성은 알려지지 않았다.”

“예? 혹시 사생아라서입니까?”

“그것도 있겠지만…… 뭐랄까. 다들 알아보기도 전에 망가져 버렸거든.”

“망가졌다고요?”

“자네도 알겠지. 10년 전 벌어진 그 테러 사건 말일세. 그 후로 마력불능에 걸렸다더군.”

“아.”

하광일이 짧게 탄식한다.

마력불능.

현존하는 아레나 질병 중 가장 최악의 질병으로 전 세계를 통틀어도 몇 없는 희귀병.

하필이면 사기적인 각성을 하고, 그런 지독한 병에 걸렸단 말인가!

탄식하던 하광일의 얼굴이 빠르게 굳었다.

“잠깐. 그 말씀은?”

“그래, 저렇게 활동한다는 건 마력불능을 회복했단 거겠지. 그리고 그건.”

야경을 바라보던 고창진의 시선이 하광일을 향했다.

“이번 암시장에 풀린 마력경화증 치료제와도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지.”

김시문의 활동과 마력경화증 치료제의 등장 시간이 너무나 공교로우니까.

하광일 역시 그 부분을 눈치채고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김시문을 영입해 봐야겠군요. 그럼 치료제에 대한 정보도…….”

“관두게. 그냥 최진수에게만 집중하도록.”

“어째서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이미 승급전때 신호는 보내지 않았나? 보아하니 답도 오지 않은 거 같은데.”

“서, 설마! 김시문의 방송을 직접 보신 겁니까?”

고창진의 입에선 어떤 대답도 나오지 않았지만.

이미 대답을 들은 것과 다름이 없는 하광일은 혼란스러운 얼굴로 손에 쥔 서류를 내려다봤다.

‘창진 형님이 고작 실버의 아레나 따위를 보신다고?’

분명 현 국내의 실버 중에선 김시문이 가장 잘나기는 했다.

자신 말고도 해외의 길드들이 후원으로 접선해 올 정도로.

아마 성삼을 비롯한 몇몇 길드들은 진작에 김시문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겠지.

하지만.

‘세상을 넓고 실력자는 많아.’

이미 플레이어들끼리도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시점에서, 김시문이라는 플레이어는 빛이 나지만 그뿐.

1세대를 풍미하고 신화 길드라는 거대 길드를 일궈 낸 저 사내가 직접 눈독을 들일 만한 인물은 아니라고.

그렇게 판단했었는데.

‘김시문에 대한 평가를 전면 수정해야겠군.’

랭커급이 아니면 굳이 아레나 방송을 챙겨 보지도 않는 고창진이다.

그런 그가 고작 실버의 방송을 봤다는 건, 결코 쉽게 넘길 사안이 아니었다.

급작스레 생각에 빠진 하광일을 보며.

고창진은 앞에 놓여 있는 보고서를 흘낏했다.

“이번 데뷔전에서 우리 쪽과 경쟁할 만한 이들이 있나?”

“현재까지는 전갈 길드밖에 없습니다. 성삼의 경우, 이번 기수들이 그리 잘나지 못하더군요.”

“전갈 길드라…… 김종준, 그놈이 주제에 비해 참 인복을 타고났어.”

“앞뒤 가리지 않고 받으니, 그럴 확률도 높은 것 아니겠습니까?”

“그도 그렇군.”

전갈 길드의 부길드 마스터를 뉘 집 개처럼 부르는 고창진.

이내.

“아마 김시문도 이번 골드 데뷔전에 참가할 거다.”

두 손으로 턱을 괸 고창진은 진중한 얼굴로 말을 이었고.

“장지수와 차현우만으론 놈에게서 버티지도 못할 거다. 최소한 순위권 방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최진수를 합류시키도록.”

“죄송합니다만, 김시문 플레이어가 아무리 강해도 최진수까지 가미된 저희 라인업을 이길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광일 역시 같은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당연했다.

당장 전갈 길드를 제외하곤.

이번 데뷔전에서 신화 길드에 위협이 될 만한 기수는 없었다.

그나마 전갈 길드의 기수들은 위협적이긴 했으나 그뿐.

개개인의 무력은 물론, 직업 밸런스까지 맞춰진 이번 신화 길드의 기수를 상대로는 어림없었다.

하나.

“그런가?”

저 철혈의 사내는 생각이 다른 것일까?

“그럼 광일이, 오랜만에 나와 내기나 하겠나?”

한쪽 눈썹을 슬쩍 치켜올린 고창진은 슬쩍 웃었다.

“내가 진다면, 자네가 그토록 권했던 그 유치한 길드 홍보 영상에 출현하도록 하지.”

“좋습니다, 형님. 제가 지면 올해 사회 기부금을 두 배로 늘리겠습니다.”

“두 배라. 후회할 텐데?”

“형님과 달리, 전 부길마로서 우리 자식들을 믿습니다. 그럼 먼저 가 보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하광일이 방을 나선다.

후우.

어느새 담배를 빼어 문 고창진은 자욱한 연기를 뿜어내며 의자에 몸을 턱하니 기댔다.

‘우리 자식이라…… 건방진 녀석. 확 길드 마스터를 넘기고 좀 쉬어버려야 정신을 차리지.’

금세 흩어지는 담배 연기.

그 사이로 멍하니 있던 고창진의 시야에 한 사진이 들어왔다.

지금보다 젊은 시절의 자신.

그리고 그 품에 안겨 환하게 웃고 있는 날렵한 눈매를 지닌 소녀.

그것을 가만 보던 고창진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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