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화
52화. 불청객 (4)
한국 각성자 협회장 김무열.
그 휘황찬란한 명패 뒤로, 각이 졌지만 날렵한 선의 중년 남자가 앉아있었다.
눈부터 입까지 전체적으로 날카로운 인상은 세월의 주름이 섞였음에도 느슨해지기는커녕.
잘 보관된 오랜 검처럼 날카로웠다.
그 칼날 같은 눈썹 한쪽이 슬쩍 올라갔다.
“난 2명을 부른 기억이 없는데.”
그렇게 읊조린 김무열의 시선은 정면에 서 있는 시문이 아닌 뒤편을 향했고.
“그렇습니까? 평소에 하도 협회에서 잘 찾길래 저도 오라는 줄 알았죠.”
김시혁은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하나 그뿐.
분명한 축객령이었음에도.
김시혁의 두 다리는 뿌리처럼 바닥에 박혀 있었다.
“도련님, 잠…….”
그에 잠시 눈치를 보던 비서장 최창욱이 김시혁에게로 다가가려던 찰나.
“되었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었으니, 그럴 수도 있지.”
김무열은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슬쩍 저으며,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아니.
끌어 올리려 했다.
“역시 같은 처지라 그런가? 이해심이 남다르시네요, 숙부.”
맑고 뚜렷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 말이다.
그 말에 김시혁과 김무열은 물론.
“…….”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가려던 비서장 최창욱 역시 움직임을 뚝 멈췄다.
특히나 최창욱은 김시혁처럼 눈이 휘둥그레졌으나 그뿐.
“……실례하겠습니다.”
골렘이라는 별칭답게 금세 감정을 회복한 최창욱은 각진 인사로 물러났다.
문이 닫히자.
“취미가 많이 변하셨네요. 분재 같은 건 안 키우셨잖아요?”
맑고 뚜렷한 목소리가 이어진다.
어느새 창가로 걸어간 시문이 줄줄이 놓여 있는 분재들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시문의 전신으로.
“지금 뭐 하자는 거지?”
오싹한 압박감이 조여 왔다.
단순히 기분 때문이 아니었다.
실제로 다이아 랭크의 플레이어인 만큼, 서늘한 기세가 시문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기운을 현대 사회는.
‘우리 잘나신 숙부가 어지간히도 당황스럽나 보군.’
살기라고 불렀다.
“참, 이런 걸 보면 예나 지금이나 숙부는 여전하시네요.”
예전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을 숙부의 살기.
“모처럼 가족끼리 모였는데 날 좀 접으시죠. 이제 나이도 있으시잖아요?”
그것을 한껏 즐기며 입꼬리까지 끌어 올리는 시문에.
“……너, 미친 건가?”
김무열의 눈매는 한결 더 날카로워졌다.
물론.
화아악!
전신을 압박해 오던 살기는 말할 것도 없었고 말이다.
“혀, 형!”
설마 진심으로 살기를 내뿜을 줄은 몰랐던 걸까.
깜짝 놀란 시혁이가 김무열을 제지하려 했으나.
시문은 손을 들어 동생 녀석을 만류했다.
그에 눈을 꿈틀한 김무열은 더욱 강한 살기를 뿜었지만.
따악.
손가락을 튕긴 시문은 여유로운 미소로 김무열을 응시할 뿐이었다.
“……쯧.”
짜증을 표한 김무열은 한동안 시문의 손가락을 바라보다가 살기를 거두어들였다.
이어.
꾸득.
딱딱한 무언가가 꺾이는 소리가 들려왔고.
시문의 목덜미의 솜털이 바짝 솟아올랐다.
시문은 본능이 경고하는 대로 몸을 틀었고.
스악.
날카로운 바람 한 줄기가 시문의 목을 스쳤다.
그 모습에 협회장 김무열의 눈빛이 한결 깊어졌다.
“소문이 사실이었군.”
“저도 모르는 소문이 있나 보군요? 근데 확인 방식이 좀 거칩니다?”
“원래 당사자가 모르는 게 소문이지.”
“하하. 맞는 말이네요.”
갑작스러운 기습에도 시문은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목 부근까지 뻗은 분재의 가지를 손으로 슥 눌렀다.
“쯧.”
혀를 차른 차는 김무열.
꾸득.
그와 함께 가시처럼 뾰족하게 자라났던 분재의 가지는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어떻게 능력을 되찾았지? 아니.”
분재의 가지를 거두어들인 김무열은 차갑게 물었다.
“어떻게 마력불능을 회복한 거냐?”
권위적인 색이 물씬 묻어나는 목소리.
그럼에도 무척이나 어울리는 모습을 보자니,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권위적인 그 모습에 압도되어서가 아니었다.
‘어지간히도 힘을 준단 말이지. 하긴, 숙부의 배경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지.’
김무열의 과거를 아는 시문으로선.
그저 강해 보이려는 허세로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뭐, 운이 좋았죠.”
“운?”
시문의 묘한 미소와 대답에 미간이 찌푸려지는 김무열.
단순히 시답지 않은 답 때문만은 아니었다.
“마력불능을 회복하더니, 제 주제를 망각했나 보군.”
과거와는 전혀 다른 시문의 태도.
특히나.
이곳에 들어선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묘하게 대화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저 행태가 무척이나 불쾌했다.
그런고로.
“김시혁이면 몰라도, 넌 혼외에서 난 자식이다. 그것도 적통보다 먼저 태어난, 가문의 수치라는 말이지.”
다시 제 위치를 상기시켜 주어야 했다.
“내게 시건방을 떨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는 걸 기억해 두도록.”
“숙부!”
김무열의 비소에 곧장 반응하는 김시혁.
하나.
“하하! 그래도 제가 숙부보다 나은 부분이 있네요.”
시문은 쾌활하게 웃을 뿐이었다.
도리어.
“같은 첩의 자식이지만, 전 적통보다 먼저 태어나지 않았습니까?”
한 걸음 다가가 역으로 비수를 꽂아 넣었다.
“숙부께서도 저처럼 먼저 태어나셨다면…… 이리 힘들게 그 자리에 오르진 않으셨을 텐데 말이죠.”
따악.
말이 끝남과 동시에 튕겨지는 시문의 손가락.
전신으로 인체 연성을 한 이유는 다름 아니었다.
“네놈!”
쾅!
곧장 자리를 박차고 날아드는 숙부를 예상한 탓이었다.
물론.
까강.
“숙부, 미치셨습니까?”
믿는 구석도 있었고 말이다.
“……김시혁, 지금 미친 게 누구로 보이느냐?”
잘 벼려진 칼 같던 모습과 달리.
일그러지다 못해 시뻘게진 얼굴로 으르렁거리는 김무열.
그와 뻗어 나온 분재들의 날카로운 가지를 검 한 자루로 막아선 김시혁은 흔들림 없이 답했다.
“굳이 집어서 말해야 압니까?”
“비켜라.”
“못 비킵니다.”
까득.
꼼짝하지 않는 김시혁에 이를 가는 김무열.
“후.”
잠시 숨을 고른 그는 이마를 쓸어 올리며 몸을 물렸고.
꾸득.
날카롭게 자라났던 분재의 가지들 역시 서서히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시문은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휘이. 아직 젊으시네요, 숙부.”
감정 주체도 못 하는 어린애 같네.
그러한 속말을 못 알아들을 리 없는 김무열은 주먹을 불끈 쥐었으나.
‘빌어먹을 새끼가……!’
자신보다 새파랗게 어린 조카 놈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걸 느끼곤 들끓는 감정을 가라앉혔다.
본래의 얼굴로 돌아온 김무열은 작게 한숨을 쉬며 박살 난 책상과 의자로 손을 저었다.
꾸드득.
고급 원목으로 이루어진 책상과 의자가 순식간에 복구된다.
김무열이 털썩 자리에 앉자.
스릉.
김시혁 역시 검을 거두며 물러났다.
물론 아까처럼 입구 쪽에 서 있는 것이 아닌, 시문의 뒤편으로 자리했다.
그런 동생의 배려를 힐끗한 시문은 제 숙부를 바라봤다.
“가족 사이의 덕담은 이만하면 됐고.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저 꽤 바쁘거든요.”
“누가 보면 네놈이 협회장인 줄 알겠구나.”
“하하! 그럴 리가요. 이 녀석이라면 모를까.”
장난스럽게 뒤편의 김시혁을 턱짓하는 시문.
그에 김무열의 눈매가 다시 한번 꿈틀했으나, 이 이상의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역시 숙부답네. 두 번은 안 당한다 이건가.’
최대한 흔들어 놓고 싶었는데 말이지.
속으로 입맛을 다신 시문은 말을 이었다.
“절 협회로 소환한 이유는 아마 테러 사건 때문이겠죠?”
“그걸 말이라고 하나?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것도 각성 범죄로.”
제이스 클라크의 특성상.
그와의 전투는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각성자 협회의 관여도 피할 수 없었겠지.
“해서 묻겠다. 대체 무슨 짓거릴 한 거지?”
“무슨 짓거리라…….”
말끝을 흐린 시문은 칼날처럼 날카롭게 쏘아보는 숙부의 눈을 응시했다.
“발뺌할 생각은 버려라. 이미 보고로 다 들었다. 20대의 백인 남성이 종이인형을 쉬지 않고 뿌렸다더군.”
“역시 협회네요. 벌써 거기까지 보고가…….”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답이나 해라.”
의문이 가득 배어 있는 김무열의 눈빛.
그걸 본 시문은 한 가지를 확신할 수 있었다.
“네놈, 데스페라도와 무슨 관계냐?”
‘숙부가 놈들에게 의뢰한 건 아니군.’
마력불능의 회복이니, 데스페라도의 관계니 하는 질문도 그렇지만.
애당초 숙부가 자신의 암살을 의뢰했다면.
암살자는 제이스 클라크 하나만으로 끝날 리 없었다.
‘만일을 대비해 비서장 최창욱을 포함한 다이아급 플레이어들도 보냈겠지.’
그뿐만 아니다.
자취방이 있는 신림 일대를 아예 봉쇄해 버렸을 터.
각성자 협회장에게 그 정도 권력은 있었고.
저 치밀한 인간은 이런 방식으로 권력을 사용하는 데 익숙한 자니까.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이렇게 직접 겪어보니 숙부는 분명 의뢰자가 아니었다.
‘그럼 다른 쪽이라는 건데…….’
이 시기에 데스페라도를 지원했던 세력은 총 셋.
한국의 협회장과 미국, 중국이다.
여기서 숙부가 의뢰자가 아니라면 미국과 중국 둘만이 남는데.
‘내가 미국이랑 중국을 상대로 마찰을 일으킨 적이 있었나?’
전생에야 고가치 재료들 때문에 국가 단위로 마찰을 빚긴 했지만.
그건 전생의 일이지 지금의 일이 아니지 않은가?
시문의 침묵이 길어져서일까.
“입을 닫는다고 다 해결될 것 같으냐?”
김무열의 언성은 한결 높아졌다.
그에 시문은 한 가지 더 눈치챘다.
‘그렇군. 숙부도 데스페라도의 의뢰자를 알고 싶은 거구나.’
어떤 마음에선지는 이해가 갔다.
‘자신 말고 또 어떤 자들이 데스페라도에 선을 대고 있는지 궁금한 거야.’
시문과 의도는 다르지만 원하는 바는 같다.
그렇다면.
“제가 묻고 싶은 말이네요. 숙부께선 어떻게 데스페라도를 아십니까?”
이 상황을 이용하면 된다.
아무래도 뒷배 하나 없는 골드 랭크보단.
한국 각성자 협회의 협회장이 할 수 있는 게 더 많을 테니.
“지금 나와 장난하자는 게냐? 각성자 협회장인 내가 유명 빌런 조직도 모를 것 같나?”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건방지게 능청 떨지 말아라. 인명 사고가 없어 이 정도지, 아니었다면 네놈은 벌써 구속되었을 거다.”
“저도 그 부분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심이다.
자신으로 인해 타인이 다치거나 죽는 일은 찝찝할뿐더러.
인명 피해가 나면 아무리 대단한 인맥이 있어도 빠져나가기 힘들다.
현 사회에서 각성자 범죄는 결코 우습게 넘어갈 항목이 아니었으니까.
“너, 아까부터 계속 말을 빙빙 돌리는데…….”
“미국 쪽은 알아보셨습니까?”
“뭐?”
“아니면 중국은요?”
“……그게 무슨 뜻이지?”
진한 의문을 표하는 김무열.
그를 보는 시문의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갔다.
‘역시, 아직 데스페라도의 뒷배에 두 강국이 있다는 건 모르는구나.’
하긴.
전생에서도 몇 나라가 남지 않고서야 알려진 사실인데.
지금 시점에서 그것이 알려질 리가 없겠지.
설마 제 이익을 위해서 국가가 빌런 조직을 암암리에 봐주고 있다곤 생각하기 어려웠으니까.
‘의문을 제기해도 결국 음모론으로 끝날 문제고.’
갤럭시 아레나의 등장 이전에도 흔히 있던 일 아니던가?
국가 단위의 음모론은 말이다.
“김시문, 내가 한 번만 더 네놈에게 질문하게 만들면, 그땐 네 동생도 널 지켜 주진 못할 거다.”
시문은 으르렁거리며 열렬한 관심을 표하는 숙부를 보며 싱긋 웃었다.
“말 그대롭니다. 미국과 중국 쪽은 알아보고 제게 묻냐는 거죠.”
“내 말이 이해가 안 가나? 갑자기 왜 여기서 그 두 나라가 나오냐는 거다.”
“에이, 숙부 정도 되는 분이시면 이미 알지 않습니까? 뭘 그리 되물어요.”
시문의 너스레에 김무열의 미간이 좁혀진다.
그럴 수밖에.
저만한 위치에 있는 이들에겐 음모론과 진실을 구분할 시야 정도는 주어졌고.
저 칼날 같은 사내는 그걸 구별할 능력을 충분히 지니고 있었으니까.
“네놈, 그게 얼마나 위험한 발언인지는 알고 있겠지? 만일 네놈의 말이 거짓이라면…….”
“그럼 숙부께선 좋겠죠. 협회장에게 거짓말과 국가음해까지 했으니, 잡아넣기 딱 좋지 않습니까?”
태연하게 답하는 시문.
결국 데스페라도를 은연중에 후원하고 있을 우리의 협회장께서는.
“……좋다. 아닐 경우 각오하도록.”
시문이 내민 미끼를 물 수밖에 없었다.
* * *
“형, 정말 괜찮겠어? 혹여나 그 두 나라가 관여하지 않았다면…….”
“관여했어.”
그에 질문자 김시혁은 잠시 눈을 깜빡였다.
이내.
“그래? 알았어.”
덤덤히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
시문은 되묻지 않고 그대로 믿어 버리는 동생의 모습에 물었다.
“반응이 왜 이렇게 싱겁냐. 아니면 어쩌려고?”
“형이 맞는다고 하면 맞을 테니까.”
“고맙긴 한데, 너무 믿는 거 아니냐?”
“아니, 숙부를 그렇게 몰아세우는 걸 보고 확신이 섰어. 나 처음 봤거든, 숙부가 그렇게 흔들리는 거.”
통쾌한 얼굴로 눈을 찡긋하는 동생에 시문은 너털대며 웃었다.
“나도 숙부가 그렇게까지 흔들릴 줄은 몰랐다.”
“앞으로 협회 갈 땐 형이랑 같이 갈까 봐.”
“녀석.”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펜트하우스 입구에 도착한 두 사람.
달칵.
문이 열리자.
“오라버니, 다녀오셨어요?”
미리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펜트하우스 안쪽에서 이유정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
“유정이? 네가 왜 여기에……?”
갑작스러운 이유정의 출현에 시문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해서 눈치채지 못했다.
“…….”
“…….”
뒤따라 들어오던 김시혁과 은밀히 시선을 교환하는 이유정을.
이내.
“오라버니가 걱정돼서 그랬죠. 협회장님과는…… 이전부터 사이가 안 좋으셨잖아요.”
걱정스레 말하는 이유정에 시문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래, 유정이도 모를 수가 없겠네.’
어릴 적부터 늘 붙어 다녔으니.
아무리 어리더라도 영민한 그녀가 자신과 숙부의 관계를 모를 리 없으리라.
오히려 배려해 주려고 그간 티 내지 않은 거겠지.
그때.
“아니,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나 오늘 깜짝 놀랐거든.”
뒤에 있던 김시혁이 입을 열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야. 나 숙부가 그렇게 흔들리는 거 처음 봤거든.”
“협회장님이…… 흔들렸다고?”
그 말과 함께 흔들리는 눈동자로 시문을 보는 이유정.
이내 감정을 추스른 그녀는.
“호호! 이거 제가 귀한 장면을 놓쳤나 보네요. 오라버니, 차를 우려 놨는데 우선 한잔하시면서 이야기 좀 해 주세요.”
활짝 웃으며 소파로 안내했다.
시문이 자리에 앉아 차를 한 모금 마시자, 이유정의 시선은 김시혁을 향했다.
“아니다, 오라버니 피곤하실 텐데. 시혁아? 네가 말해 봐.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협회장께서 흔들렸다니?”
“그게…….”
시혁이의 설명에 실시간으로 다양한 반응을 토하는 이유정.
“에에?! 진짜? 그분이 진짜로 그랬어?”
“그랬다니까! 거기에다 형이…….”
한참을 조잘거리며 협회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
시문은 그것을 BGM 삼아 소파에 몸을 파묻고 차를 음미했다.
그렇게 찻잔이 다 비어 갈 때쯤.
이야기가 끝난 것일까?
갑작스러운 침묵과 함께 눈빛을 교환하는 두 사람.
이내.
“근데 형.”
동생 김시혁이 조심히 입을 열었다.
“이제 집은 어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