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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42화 (42/349)

제42화

42화. 기반 (4)

저녁 퇴근길이라 그런 걸까?

학생과 직장인들을 포함해 길거리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세상에! 시혁 오빠!”

“아니, 거기서 등은 왜 보이는 거야?!”

“김종준이 김시혁을 잡을 줄이야…….”

“아악! 내 배팅!”

그리고 일제히 내뱉는 탄식.

모두가 얼굴을 찌푸리며 아쉬움을 표했지만, 단 한 사람만은 예외였다.

‘녀석, 말을 해 줘도…….’

뚜렷한 이목구비의 미남.

김시문은 피식 웃으며 폰 화면을 바라봤다.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모두의 예상을 제치고 김종준 선수가 김시혁 선수를 상대로 1경기를 따냅니다!

-이건 김시혁 선수가 못 했다기보단 김종준 선수가 너무 잘 했는데요? 어떻게 김시혁의 검격을 피한 거죠?

주변 사람들과 똑같은 목소리로 탄식하는 진행자와 해설들.

이어폰으로 그 목소리를 들으며 시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내가 알려 준 정보 때문에 미래가 바뀔까 살짝 걱정했는데…….’

정말 괜한 걱정이었다.

요 건방진 동생 녀석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다.

물론 전혀 듣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나름 의식은 하고 있었나 보네. 무영참까지 쓰고.’

무영참(無影斬).

검성 김시혁의 주력기 중 하나로 오러를 입혀도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무시무시한 기술이다.

동시에 이번 국대 선발전에서 녀석에게 검성이라는 별명을 얻게 해 주는 주역이었다.

전생에선 그런 주력기를 1경기부터 쓰는 일이 없었다.

‘그냥 기본기로 가지고 놀았었는데 말이지.’

타인에게 큰 관심이 없는 시혁이지만.

녀석이 아레나에서의 비매너를 굉장히 싫어한다는 건 잘 안다.

또 무슨 마찰이라도 있었는지.

전갈 길드의 해체 당시, 앞서서 녀석들을 쓸어버린 장본인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김종준은 이번에도 검붉은 기운이네.’

김종준의 전신에 잠시 일렁거렸던 검붉은 기운.

그 이후로 어마어마하게 빨라진 속도 덕분에 전생의 김시혁은 치명적인 일격을 허용해 패배했었다.

물론 이번 회차에도 마찬가지였다.

‘전생에는 잘 몰랐지만, 이렇게 보니까 어딘가 낯이 익단 말이지.’

전생에선 마력불능의 1레벨이었고, 지금은 아니어서일까?

버프로 추정되는 김종준의 검붉은 기운은 묘하게 낯익은 느낌이 들었다.

-아! 김시혁 선수, 굉장히 당황한 모습입니다!

-솔직히 본인 스스로도 확신하고 있었을 거예요. 김종준 선수를 상대로 단 한 경기도 내주지 않을 거라고 말이죠.

-맞습니다! 김종준 선수가 베테랑 플레이어긴 하나 랭커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 차이는 상당하죠.

진행자들의 멘트와 함께.

폰 화면 속엔 대기실로 리젠 된 동생 녀석의 멍한 얼굴이 보였다.

‘녀석, 꽤 놀랐나 보네.’

녀석의 성격상 김종준에게 당해서 때문은 아닐 것이다.

‘아마 내 말 그대로 1경기를 졌다는 충격 때문이겠지.’

‘아무리 시혁이 너라도 3 대 0으로 전승은 못 할걸? 첫 경기 정도는 질 거다.’

지금쯤 동생의 머릿속엔 자신이 했던 말이 맴돌고 있을 터였다.

원래부터 저런 녀석이었다.

공부를 필두로 뭐든 곧잘 하는 놈이었지만.

자신이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면, 그 충격이 꽤 오래가는 타입.

‘10년 전 그 사건 때도 그랬었지.’

10년 전.

자신에게 마력불능을 선물했던 그 사건.

당시 전신의 혈관이 타들어 가는 듯한 그 악랄한 기억 속에서도.

지금처럼 멍하니 얼어 버렸던 어린 동생의 얼굴은 잊히지가 않았다.

짝.

“후! 쓸데없는 생각 말자. 이미 다 끝난 일이야.”

시문은 양손으로 볼을 두드리며, 암울했던 기억을 털어 냈다.

“당장 돈 복사부터 해야지.”

시문은 국대 선발전을 한쪽 화면으로 줄여 두고 토토앱을 열었다.

어차피 이 뒤는 자세히 볼 필요도 없다.

‘이젠 시혁이도 전력을 다할 거고, 그게 아니더라도 천무지체 때문에 질 수 없을 테니까.’

김시혁의 세 특성 중 하나인 SSS급 특성 천무지체(天武肢體).

무기술부터 각종 기술, 심하게는 특성까지.

무과 관련된 모든 것들의 근원과 형을 이해, 해석해 버리는 미친 특성.

거기에 동생 녀석의 우월한 재능이 더해져, 그야말로 환상의 시너지를 낸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한번 당한 술수를 두 번 당하진 않지.’

전생의 검성 김시혁이 최강의 플레이어로 불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말숙이도 이 부분만큼은 인정했으니까.’

창왕 종리추와 함께 김시혁에게 대항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존재인 천마 고말숙.

‘나도 남 거 보고 베끼는 건 안 꿇리는데, 네 동생은 그걸 넘어섰어. 저 새낀 진심 인간이 아니야.’

콧대 높은 그녀조차 김시혁을 인정하지 않았던가?

지금쯤이면 이 괴물 같은 동생 놈은 1경기에 당했던 김종준의 모든 것을 다 파악해 뒀을 것이다.

그리고 회귀 전처럼.

남은 경기를 3연승으로 압살해 버리며, 개인전의 우승자와 MVP를 거머쥐게 되겠지.

아니나 다를까.

-아아! 김종준 선수! 이번엔 4등분으로 갈라집니다!

-압도적입니다. 역시 김시혁! 김종준의 벼락같은 공격이 조금도 통하질 않습니다!

-그렇죠. 마치 다 보고 있다는 움직임입니다. 아…… 이렇게 1세대의 거산이 무너지나요?!

어느새 두 경기를 연달아 끝내 버리고.

마지막 경기까지 깔끔하게 마무리 짓고 있는 김시혁이었다.

시문은 동생의 활약에 자랑스러움을 느끼며.

아니.

“어디 보자.”

동생이 벌어다 줄 돈에 흐뭇하게 웃으며 아예 국대 선발전을 꺼 버리고.

아레나 토토앱을 훑었다.

‘내가 환전했던 AP가 175,000점이니까…….’

당장 마력경화증 치료제의 판매금이 들어오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여유 자금은 있었다.

바로 그간의 방송들로 얻은 AP(Arena Point)였다.

현재까지 모인 AP는 대략 180,000점.

거기서 결승전 토토로 사용한 AP는 175,000점.

달러와 일대일 환율임을 고려해 보면 한화로 약 2억이 넘는 금액이 된다.

그렇게 마련한 자금을 김시혁의 3 대 1 승리로 배팅했고.

그마저 1경기 패배라는 정확한 패배 라운드까지 맞힌 상태.

‘역시 시혁이의 전승에 배팅이 많구나.’

기대감을 품고 토토앱에 배당된 통계들을 훑던 시문의 눈이 살짝 커졌다.

‘뭐야? 생각보다 3 대 1에 배당한 사람들도 꽤 있잖아?’

물론 20%도 되지 않는 수치였지만.

한 자릿수도 되지 않을 거란 시문의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그렇군. 역배들인가?’

일명 역배충.

무지성으로 역배당을 하는 이들이 꽤 붙은 것이다.

왜 있지 않은가?

현실적인 자료와 팩트를 떠나.

그저 높은 배당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도박 수를 던지는 이들.

‘으음. 역배충을 고려해도…… 대충 23배 정도는 되네?’

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약 2억의 금액을 23배로 뻥튀기한다면?

오우 쉣.

“현자의 돌, 원하는 재료 있으면 말해. 오늘만 내가 쏜다.”

-꺄흥! 정말? 나 우리 도련님이 준 애들로도 행복한데!

잭팟.

이 한 단어 말고는 설명이 필요 없었다.

* * *

“흐흐흥~.”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그럴 수밖에.

‘총 46억라니! 이 정도면 넓은 평수로의 이사는 걱정도 없겠어!’

어디 이사뿐이던가?

아레나 질병 치료제를 비롯해, 여러 작업에 필요한 넓은 연구실을 구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터였다.

‘부족하거나 귀한 재료들도 편하게 살 수 있겠지!’

시문은 흥겨운 걸음으로 자취방의 문을 열었다.

“여기도 이제 작별할 땐가.”

5평 정도의 좁은 원룸.

사실 이 월세방도 힘겹게 얻었거늘.

‘복이 들어올 땐 한 번에 들어온다더니…….’

이보다 더 넓고 좋은 곳으로 이사 갈 수 있는 위치가 되었다는 게 아직도 잘 실감 나지 않았다.

-오빠? 돈 많이 벌어서 벅찬 마음은 이해하는데, 우리 슬슬 확인해야지?

“맞다! 이럴 때가 아니지.”

잠시 감상에 빠졌던 시문은 현자의 돌의 말에 고개를 휘휘 젓고는.

곧장 자취방 구석에 마련된 작업 테이블로 다가갔다.

그곳엔 초록빛을 반짝이는 숙성기가 있었다.

영약의 숙성이 끝났음을 알리는 것이다.

시문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숙성기를 열고 영약들을 꺼냈다.

-오빠, 얘네들 숙성이 아주 잘됐는데?

“그렇지?”

-얼른 확인해 보자! 숙성기도 업적 포인트를 써서 연성했잖아.

“녀석. 기다려 봐.”

시문은 숙성기에 넣어 놓은 영약들을 조심히 꺼냈다.

숙성에 들어간 영약은 총 3개.

단의 형태가 1개, 포션 형태가 2개였다.

시문은 그중 보라색 모찌가 연상되는 단을 먼저 집어 들었다.

[월암단]

등급 : B+

-복용 시 민첩 스탯이 영구적 4 상승.

-첫 복용 시 유연성이 미세하게 증가합니다.

달빛 암석가루와 그늘초를 섞어 만들어진 영약.

고수준의 연금술과 숙성으로 영약의 효능을 한층 더 높였다.

“좋네.”

B+ 등급.

완벽한 제조 과정 덕분에 +가 붙은 것은 물론.

‘영약 숙성 덕분에 추가 옵션이 확정으로 붙었나 본데?’

보통 C등급에선 ‘낮은 확률’, B등급에선 ‘높은 확률’이라는 불확정적인 옵션이 붙는다.

예를 들어 [월암단]의 두 번째 옵션의 경우.

완벽한 제조에 영약 숙성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첫 복용 시 유연성이 미세하게 증가합니다.

라는 옵션이 아니라.

-첫 복용 시 ‘높은 확률’로 유연성이 미세하게 증가합니다.

와 같은 식으로 옵션이 붙는 것이다.

시문은 만족스러운 눈으로 월암단의 두 번째 옵션을 바라봤다.

‘스탯이 아니라 유연성을 올려 주네. 이러면 혈화단보다 스탯을 적게 올려 줘도 만족이지.’

전에 만들었던 영약인 [혈화단]의 등급은 C.

그러나 히든 보스의 부산물로 만들어서인지 힘민체를 총 2씩 올려 줬었다.

그보다 등급이 더 높은 월암단의 경우.

민첩 4 증가로 혈화단보다 전체적인 스탯 향상치는 낮았지만.

고등급 영약의 특징인 ‘첫 복용 시 유연성 증가’라는 추가 옵션이 붙어 있었다.

“다른 것들도 비슷하겠지?”

시문은 기대가 찬 눈으로 포션 타입의 두 영약도 확인했다.

[난폭한 폭력의 영약]

등급 : B+

-복용 시 힘 스탯이 영구적 5 상승.

-첫 복용 시 체력 스탯이 영구적으로 1 상승.

오우거와 트롤, 각종 야수들의 심장으로 만들어진 영약.

고수준의 연금술과 숙성으로 영약의 효능을 한층 더 높였다.

[금강수]

등급 : A

-복용 시 체력 스탯이 영구적 7 상승.

-첫 복용 시 체력 스탯이 영구적 2 상승.

-첫 복용 시 자연 회복력이 미세하게 증가합니다.

복용 가능하게 정제한 미스릴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영약.

고수준의 연금술과 숙성으로 영약의 단계가 높아졌다.

예상대로 스탯과 함께 두 번째 추가 옵션이 붙은 영약들.

“세상에…….”

그중에서도 시문의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드는 영약은 [금강수]였다.

-오빠, 금강수 이건 등급 자체가 올랐는데?

“어. 안 그래도 보고 있었다.”

본래 금강수의 등급은 다른 두 영약과 마찬가지로 B+등급이어야 했다.

하나 지금 눈앞에 있는 금강수는 어떠한가?

무려 A등급의 영약이었다.

시문은 어렵지 않게 이유를 추측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금강수에 들어간 미스릴로 한 영향이 큰 거 같아.”

-하긴. 애당초 미스릴을 복용 가능하게 정제한다는 거부터가 말이 안 됐지. 나 그때 진짜 깜짝 놀랐잖아.

이전 아레나를 시작하기 전에.

박진욱이 마력경화증 치료제 제작을 위해 건넸던 재료 중 남은 재료로 영약을 만든 시문.

그때 금강수에 들어갈 특수 금속 재료가 부족해.

특수 아레나 ‘열띤 광산의 악몽’의 보상으로 얻었던 미스릴을 대신 사용했었다.

-난 인간이 미스릴을 거기까지 정제할 수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 했어.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현자의 돌은 감탄과 경악을 쉬지 않고 오갔었다.

-오빠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건 마력에 뛰어난 종족들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이거든.

“그런가? 뭐, 처음 정제했을 땐 나름 고생이 많긴 했어.”

-나름이라니! 오빠, 그건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정제 기술이 아냐! 솔직히 난 아직도 의심된다고.

“의심?”

-그래. 혹시 오빠가 연금술 말고 다른 꼼수를 쓴 게 아닌가! 하는 거지.

“녀석, 의심할 게 따로 있지.”

연금술밖에 하지 못하는 자신이 무슨 술수를 부릴 수 있단 말인가?

거기에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만약 그랬다면 현자의 돌, 네가 몰랐을 리 없잖아.”

신화적 연성물인 현자의 돌이 그걸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그건 그렇지만…….

어지간히도 믿기지 않는 것일까?

현자의 돌은 여전히 말끝을 흐렸다.

“네 의심은 자유지만, 엘릭서의 레시피를 떠올려 보면 너도 이해가 갈 거다.”

엘릭서에 들어가는 재료 중 하나가 바로 미스릴이다.

그걸 복용 가능하게 정제할 줄 모르면, 애당초 엘릭서 제작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당연히 현자의 돌도 이 사실을 알고 있고.

-맞아, 엘릭서! 거기에 다량의 미스릴이 들어갔었지?

“그래. 이제 의심이 좀 사라지냐.”

심지어 그걸 1레벨에 만들어 낸 시문이니, 납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거 생각해 보니 서운하네? 우리 현자의 돌이 날 다 의심하고.”

-에? 아, 아니아니아니!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현자의 돌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높고 잘게 흔들린다.

-난 오빠가 워낙 고난도의 정제를 쉽게 하니까…… 그, 그래! 어~~엄청 놀랐다 이거지!

“하여간에, 말은 잘해요.”

-아잉! 오빠 내 맘 알자너~ 웅?

“그만해라. 역하다.”

-오빠아악! 씨잉! 됐고, 그것들 얼른 복용하자. 오빠 골드 빨리 가야 한다며?

이쯤에서 넘어가 주기로 할까.

“녀석.”

피식 웃은 시문은 가장 등급이 높은 영약인 금강수를 열었다.

현자의 돌의 말대로.

‘빨리 골드 랭크로 올라가서 [망가진 세계수의 씨앗 조각]을 사용해야지.’

특수 아레나의 달달함은 이미 한 차례 맛보지 않았던가?

“그럼 스펙업 좀 해 볼까?”

퐁.

포션 마개가 열리는 맑은 소리와 함께.

꿀꺽.

시문은 금강수를 주저 없이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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