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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40화 (40/349)

제40화

40화. 기반 (2)

“고객이 아니라 파트너라니까요.”

“으하핫! 큰 은혜까지 입었는데 파트너라고 말해 주시니 이 박진욱,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맞아, 형. 선배는 그냥 머슴으로 쓰면 돼.”

“저 X…… 후우. 저기요, 망할 후배님? 제가 지금 VVIP 고객님과 상담 중이잖습니까?”

시문의 앞에 탁, 하고 커피를 내려놓는 박진욱.

그는 평소와 다르게 살벌한 눈빛으로 김시혁을 노려봤다.

그 배경엔 뒤에서 멀뚱멀뚱 바라보는 형이 있음을 잘 알기에.

“쯧.”

김시혁은 대꾸하는 대신 침묵을 택했다.

어지간히도 만족스러운 결과인지.

“흐흐! 한데 시문 씨, 여긴 어쩐 일로 오셨는지요?”

박진욱은 모처럼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시문은 인벤토리를 열어 남색의 액체가 담긴 포션 10병을 꺼냈다.

“저번에 사업 이야기 나눴던 거 기억하시죠?”

“그럼요. 아주 달달 외우고 있습…… 헙! 그럼 이, 이게 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시문.

그에 박진욱은 찢어질 듯 커다래진 눈으로 시문이 올려놓은 남색 액체의 포션.

[마력경화증 치료제]를 빠르게 훑었다.

“그새 이렇게 많이 만드셨습니까?”

“원래 제작 자체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요. 단지 들어가는 재료 중에 좀 귀찮은 정제를 요구하는 게 있을 뿐이죠.”

“허허…….”

박진욱은 힘없는 웃음을 흘렸다.

그도 그럴 것이.

‘실버 랭크가 벌써 재료를 정제한다고?’

재료의 정제나 특수 가공은 생산계에서 상위급의 실력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일반적인 랭크로 기준을 나누자면, 플래티넘급 이상의 수준이어야 가능한 일이란 말이다.

한데 아레나에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실버가 벌써부터 정제를 하다니?

거기에다.

‘말이야 귀찮은 정제라고 했겠지만…… 방송으로 봤던 실력을 고려해 보면 분명 고수준의 정제겠지.’

특히나 이전 방송에서 봤던 그 어마어마한 뇌속성 일격.

그런 공격을 해낼 수준의 연금술사가 ‘귀찮다’라고 표현할 정도면 당연히 보통 정제 수준은 아닐 터였다.

“여하튼 진욱 씨. 저번에 이야기했던 대로 이것들을 대리로 판매 좀 해 주셨으면 합니다.”

“물론이지요! 암시장을 거치면 가격도 꽤 크게 받을 수 있을 겁니다. 한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요?”

“예. 그게…… 아시다시피 제가 시문 씨의 치료제 덕에 회복하지 않았습니까?”

“아.”

시문은 박진욱이 뭘 말하려는지 대번에 알아차렸다.

“치료제의 출처 때문이군요.”

“역시 눈치가 빠르십니다. 덕분에 요즘 방문객이 끊이질 않습니다. 하나같이 치료제의 출처를 묻더군요.”

박진욱의 말에 시문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레나 질병 치료제의 가치는 이미 치료제를 만들기 전부터 예상하고 있었다.

기적적인 확률로 자연 회복을 하지 않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것이 아레나 질병이거늘.

한때 다이아 랭크에서 이름을 날리던 실력자가 멀쩡히 회복해 버렸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뭐, 그래서 박진욱에게 대리 판매 이야기를 꺼낸 거지만.’

전생에서 보여 줬던 뛰어난 일 처리 능력 이전에.

박진욱은 험상궂은 외형만큼이나 대단한 실력을 지닌 이다.

특히나 암살계의 실력자인 만큼, 기습이나 납치 같은 극단적인 방법도 어려운 존재 아닌가?

고로 치료제의 출처 때문에 위협도 받지 않을 사람이었다.

‘역시 사람을 잘 골랐어.’

이러나저러나, 치료제 대리 판매에 제격인 사람.

시문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정확히는 말하려고 했다.

“형, 그거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청량한 미성이 들려오기 전까진 말이다.

“시혁이 네가?”

“선배가 먹었다는 치료제, 그냥 내가 줬다고 하면 다 해결되는 거잖아?”

“그러면 베스트긴 한데. 괜찮겠냐?”

“응.”

시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동생 녀석을 가만 바라봤다.

“시혁아. 알겠지만 이거 사실상 고기 방패 되는 거나 마찬가지야. 자칫 위험해질 수도 있고.”

“글쎄? 날 위험하게 만들 사람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을걸?”

와, X나 재수 없다.

라고 말하기엔 이 잘난 동생 놈의 말은 틀린 구석이 없었다.

잠자코 있던 박진욱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저 괴물 같은 후배 놈이라면 감히 어떻게 얻었냐는 질문조차 제대로 못 할 겁니다.”

“선배, 묘하게 욕처럼 들리는데요?”

“욕 맞는데?”

빠직.

순간 김시혁의 하얀 이마에 작은 핏줄이 솟았으나.

“후…… 선배도 참! 짓궂은 면이 있다니까.”

금방 특유의 청량한 미소를 지으며 웃을 뿐이었다.

단지.

뚜둑.

김시혁의 손에서 희미하게 뼈 소리가 들려올 뿐.

그에 박진욱의 거구가 시문 쪽으로 슬쩍 기울었다.

“커흠! 여하튼, 랭커가 치료제의 출처가 된다면 판매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겁니다.”

그말에 잠시 턱을 괴던 시문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이런 상황엔 랭커만 한 게 없긴 했으니까.

“그럼 시혁아, 부탁 좀 하자.”

“형, 이런 건 부탁도 아니야. 부탁은 이런 거지.”

어느새 다가온 김시혁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후두두둑.

테이블 위로 순식간에 쌓이는 재료 아이템들.

마력경화증 치료제에 필요한 바실리스크의 독액을 시작으로.

‘뱀뿌리 버섯에 요정 가루, 비전 다면체까지!’

그 외에도 최소 C급 이상의 재료들이 즐비했다.

재료 아이템이 대부분 현금으로 거래되는 것을 고려해 보면.

단순 계산으로도 수천만 원이 훌쩍 넘는 값어치였다.

“저번에 형이 부탁했던 재료템들이야. 안 그래도 슬슬 인벤토리 부족해져서 한번 찾아가려고 했었거든.”

“시, 시혁아…… 너!”

형의 눈이 돌아가는 것을 본 김시혁은 뿌듯하게 웃었다.

“어때? 이 정도면 부탁 잘 들은 거지?”

“당연하지! 요 복덩이 녀석!”

“헤헤.”

시문은 경쾌하게 동생 놈의 머리를 헝클어 주고는 후다닥 재료 아이템을 인벤토리에 쓸어 담았다.

그러곤.

“아 참, 시혁아.”

“응?”

“이거 장기적 부탁인 거 알지? 인벤토리 다 차면 또 형한테 와라.”

중요 멘트 또한 잊지 않았다.

* * *

“그래, 알고 있네. 안 그래도 요즘 시끄럽더군.”

깊게 팬 주름에 노쇠한 목소리.

그러나 세월의 풍파는 사람을 무너뜨리기만 하는 것은 아닌지.

통화를 하는 노인은 새하얀 머리칼만 아니었다면, 흡사 50대라 해도 믿을 정도로 젊었다.

“그건 그쪽의 전문 분야 아니던가? 내게 손 벌리는 이유를 모르겠군.”

그리고.

“건방지군. 자네가 아무리 각성자라 하여도 내게 잘잘못을 따질 위치는 아니라네. 굳이 상기시켜 줘야겠나?”

젊은이 못지않게 뜨거웠다.

“사고를 가장하든 암살이든 네놈들 일은 네놈들 알아서 처리하고, 이번 분기의 완성품이나 보내도록.”

통화를 끊어 버리는 노인.

이내.

빠각.

“고작 각성 하나로 팔자 고친 놈이 감히! 이래서 중국 놈들은 안 돼!”

고풍스러운 벽에 처박힌 휴대폰은 반파되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찾아오는 고요함은 느와르 영화의 침묵처럼 숨 막혔지만.

“어쩜, 그 나이가 되셔도 거치시네요. 요즘 그런 발언은 높은 분일수록 위험한 거 몰라요?”

청아한 목소리의 등장에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노인은 화가 식지 않은 눈으로 목소리의 주체를 노려봤다.

“유정아, 내가 널 그리 예의 없게 가르쳤더냐?”

“노크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전 이미 했는걸요?”

어지간한 사람은 몸을 움츠릴 정도로 서슬 퍼런 눈빛.

그러나 그런 눈빛도 익숙해질 수 있는 것인지.

“할아버지가 못 들으셨을 뿐이에요.”

이유정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고급스러운 문을 턱짓할 뿐이었다.

“그러게 성질 좀 죽이시라니까. 이제 나이도 있으시잖아요?”

“후.”

짧게 한숨을 쉬는 노인.

이순철 회장은 하얗게 센 머리를 쓸어 올리며 말했다.

“평소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더니, 무슨 일로 찾아온 게냐.”

“몰라서 물으세요?”

평소에도 그랬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날이 서 있는 손녀의 목소리에 이순철 회장은 헛웃음을 흘렸다.

“쯧. 개X끼는 이래서 개X끼밖에 안 된다니까. 그깟 일 하나 제대로 처리 못 해서야.”

“개는 주인을 닮는다죠. 그런 병X 머저리 같은 새끼를 왜 밑에 두셨는지 모르겠네요.”

그 말에 이순철 회장의 고집스러운 눈썹이 들썩였다.

“이유정, 네가 겁을 상실했구나.”

“상실할 수밖에요. 길드 관련 인사는 전부 제게 일임하지 않으셨나요? 애당초 그러자고 했던 거래일 텐데요?”

“넌 내 하나뿐인 손녀다. 거래고 자시고를 따질 것도 없어. 네가 랭커가 아니었다 해도, 각성자인 이상 성삼 길드는 네 몫이었다.”

“재밌는 말씀을 하시네요. 그런 분이 하나뿐인 딸의 목숨을 가지고 손녀와 거래를 하셨나요?”

탕!

이순철 회장이 거칠게 책상을 내려친다.

그가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인 성삼의 회장임을 돌이켜 본다면.

어지간한 사람은 목울대를 꿀렁일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물론.

이유정의 경우엔 다른 의미로 위협적이었다.

“조잘조잘 토 달지 말아라. 지금 네 어리광에 맞춰 줄 여유가 없으니. 네 어미 약을 구해 주는 게 누군지 잊지 말도록.”

“……길게 말씀드리지 않겠어요.”

이유정은 쥐고 있던 서류를 던졌다.

그녀와 이순철 회장의 책상 거리가 무색할 만큼.

“이전부터 뭘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이상 성삼 길드의 이름을 팔아 이중 계약서 같은 건 쓰지 마세요.”

턱.

서류는 손쉽게 이순철 회장의 책상 위로 떨어졌다.

“성삼 길드는 제 길드예요.”

“지금 이 할아비를 협박하는 게냐?”

“공과 사는 분명하게 구별하라고 가르치지 않으셨나요? 회.장.님?”

유난히도 끝말을 강조하는 이유정.

그런 손녀의 버르장머리 없는 태도에 한 소리 할 법도 하건만.

이순철은 목소릴 높이는 대신.

치익.

후욱.

담배 한 대를 태울 따름이었다.

이유정의 고운 아미가 슬쩍 찌푸려졌다.

“가진 게 아까워서라도 담배 안 피우시겠다면서요?”

“갤럭시 아레나의 재료로 만든 거라더구나. 발암은커녕 도리어 정신을 맑게 해 주지.”

“참 나…… 흡연자들의 사상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네요.”

아무리 잡템이라도 쓰지 못할 수준이 아닌 이상.

지구의 자원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비쌀 텐데, 그걸로 담배 따위를 만들다니?

그런 손녀의 코웃음을 무시한 채.

담배를 한 모금 더 내뱉은 이순철이 말했다.

“김시문 그놈, 그런 능력을 지녔는지 알고 있었더냐?”

“몰랐어요. 아시다시피 오라버니는 그 사건 이후로 마력불능이었잖아요.”

“그랬지. 한데 어떻게 내 귀에 들어올 정도로 시끄러운 게지? 마력불능을 회복이라도 했단 말이냐?”

“그렇다던데요.”

“……그래? 회복을 했다고?”

이순철 회장의 목소리가 묘하게 달라졌다면 착각일까?

하나 그의 목소리를 눈치채기엔.

지금 이유정의 머릿속은 무척이나 복잡했다.

‘망할 영감탱이.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왜 갑자기 오라버니에게 관심을 가지는 거지?’

어쩔 수 없었다.

현재 그녀를 뒤흔드는 유이한 사람 중 하나에 관한 이야기였으니까.

‘뭔지 몰라도 저 영감과 오라버니를 붙여 놓아선 안 돼.’

혈육이라 해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한 할아버지의 방식은 이미 질리도록 경험했다.

보나 마나 이제 빛을 보기 시작한 오라버니에게 족쇄 채워, 짐승처럼 부려 대겠지.

어쩌면.

‘날 향한 견제일 수도 있고.’

어머니와 오라버니.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사람이 모두 할아버지의 손아귀에 넘어가게 된다.

그럼 아무리 랭커의 위치에 선 그녀라도.

지금처럼 할아버지를 거스를 수는 없을 테니까.

하나 그런 그녀의 생각과 다르게.

“그놈, 네 길드에는 들어갈 생각이 없다더냐?”

지독한 할아버지의 입에선 예상과 다른 말이 흘러나왔다.

그에 이유정의 눈이 동그래졌으나 그도 잠시.

“없을걸요. 저 역시도 채용할 마음이 없고요.”

이유정은 금세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어째서지?”

“마법계이긴 하나, 그보다 뛰어난 마법계는 이미 길드에 넘쳐요.”

“차기 랭커로 거론될 행보를 보인다던데. 이미 여러 길드들이 눈독 들이고 있다 들었다.”

“뭐, 그래서 다른 길드들이 스카우터를 보낸다면 저도 맞춰 보낼 생각이긴 했어요.”

이유정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졌다.

“누가 제 길드의 이미지를 박살 내 놓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에요.”

“내 탓을 하기엔 이유가 빈약하구나. 네가 진심으로 영입하고 싶었다면, 진작 움직였겠지.”

그리고 그놈도 너의 제안이라면 거절하지 못할 테고.

그러한 이순철 회장의 눈빛에 이유정의 입이 잠시 다물렸다.

이내.

“그건 오해…….”

그녀가 뭐라 답하기도 전에.

“되었다.”

이순철은 가볍게 손을 저었다.

“나가 보거라.”

“회장님.”

“더는 네 길드의 이름으로 영입은 하지 않으마. 물론 더는 그놈에게 부하를 보내지 않겠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믿어 보죠.”

다소 의아한 결과이긴 했으나.

목적을 달성한 이유정은 즉시 몸을 돌렸다.

한시라도 이 망할 곳을 떠나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문을 닫는 그녀의 귓가로.

“쯧.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확실히 할 것을…….”

이순철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탁.

‘무슨 뜻이지?’

문을 닫은 이유정의 눈가가 가늘어진다.

그녀는 플레이어 중에서도 정점인 랭커.

따라서 현실에서의 제약이 있다 해도.

평범한 이들과는 비교되지 않는 우월한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니 결코 잘못 들은 것은 아닐 터.

더불어.

‘오라버니와 할아버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마지막의 그 읊조림은 분명 오라버니인 김시문을 향한 말이었다.

붉은 입술을 잘근 씹은 이유정은 곧바로 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다영 언니, 최근에 조사 막힌 구간 있다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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