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28화 (28/349)

제28화

28화. 특수 아레나 (3)

“드워프?”

몇 년 후에나 등장하는 이종족인 드워프.

그것도 꽤 어려 보이는 드워프가 피투성이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입장 아이템에…….’

입장 아이템인 [도리아의 미스릴 광석]엔 분명 드워프들의 성지라는 정보가 적혀 있었다.

‘드워프와 광산, 그리고 용족이라?’

시문은 본능적으로 이 드워프가 이번 특수 아레나의 핵심이라는 걸 깨달았다.

시문은 급히 다가가 어린 드워프의 상태를 살폈다.

“지독하군.”

일반적으로 성질이 포악한 용족들답게.

죽기 전 최대한의 고통을 주려 했던 걸까?

어린 드워프의 상태는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었다.

‘팔다리는 부러지고 전신에 자상, 왼쪽의 갈비뼈들은 전부 골절이야.’

현자의 돌 역시 드워프의 상태를 꿰뚫어 봤는지.

-오빠, 이건 당장 숨이 끊어져도 이상할 게 없는데? 그냥 다른 생존자를 찾는 게 어때?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었다.

하나.

“그럴 순 없어.”

시문은 고개를 저었다.

어쭙잖은 동정심 때문이 아니었다.

물론 그런 감정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걸 빼놓고 보더라도.

‘지금까지의 정황상, 이 드워프의 생존이 아레나에 큰 영향을 끼칠 확률이 높아.’

결코 회귀자라는 자만심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실버 랭크에서 자신 정도 되는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아레나 시작 이후 이렇게 빨리 이곳까지 도달하기란 불가능했다.

그 말은 즉.

‘본래 이 드워프는 입장한 플레이어를 만나기 전에 죽었어야 하는 인물이란 말이 돼.’

본래라면 주변의 형체 모를 시체들처럼.

자신은 이미 도륙 난 어린 드워프의 시체를 만나야 했을 거다.

이는 뒤집어서 보면.

‘절대 살아서 플레이어를 만나선 안 되는 인물이란 뜻이지.’

그 생각을 증명하듯.

[성좌 제우스가 눈을 반짝입니다.]

[성좌 천마가 기대 어린 시선을 보냅니다.]

[성좌 검은 염소가 달뜬 호흡을 내뱉습니다.]

세 성좌들의 관심이 줄줄이 이어지지 않는가?

더 생각할 것도 없다.

시문은 황급히 인벤토리를 열어 일전에 아고라에서 사 둔 재료들을 꺼냈다.

-그걸로 어쩌게? 연금 도구들은 다 두고 왔잖아.

‘만들면 되지. 나 연금술사잖아. 잊었냐?’

-아 맞다, 그랬지 참. 요즘 인체 연성에만 신경 쓰길래 잊은 줄 알았지.

현자의 돌의 새침한 말투에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 시문.

그러나 녀석이 연금술에서 존재 의의를 느낀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앞으론 연금술에도 신경 쓸게. 그러니 지금은 여기에 집중하자.’

-진짜지? 약속이야? 검은 염소 그 앙큼한 년한테 넘어가면 안 돼!

‘그, 그래.’

검은 염소는 또 왜 경계하는지 이해가 안 갔지만.

시문은 현자의 돌을 가볍게 달래 주며 어린 드워프에 집중했다.

“으으…….”

검붉은 핏물과 함께 흘러나오는 힘없는 신음.

그에 시문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 정도면 당장 버틸 체력도 없겠는데…….”

포션 제조 도구부터 연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도구를 연성하고 또 포션 제조를 하는 동안, 이 어린 드워프가 생존할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될까?

‘방향을 바꿔야겠어.’

이대론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렇게 판단을 내린 시문은 재료들을 다시 집어넣고 연성력을 끌어올렸다.

‘현자의 돌, 연성 하나만 하자.’

-이 앨 치료할 거로 말이지? 하지만 오빠, 부상이 너무 심각해서 어지간한 연성물론 무리야.

‘알아. 그러니 업적 포인트를 사용할 생각이야.’

만일을 대비해 아껴 놓은 업적 포인트.

아까 성좌들의 후원으로 1,000점을 추가로 획득했기에.

시문은 업적 포인트 사용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럼 이야기가 다르지. 뭐로 할까?

‘일단 외상이 심하니까, 그쪽 관련으로 찾아야겠어.’

시문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한다.

이내 어렵지 않게.

시문은 현 상황에 알맞은 연성물을 떠올릴 수 있었다.

‘존윅. 그의 지팡이면 되겠어.’

버프까지 만능이던 성녀만큼은 아니지만.

힐량만큼은 압도적이던 전생의 힐러 랭킹 2위 존윅의 주력기.

정확히는 그를 후원하는 성좌 아스클레피오스의 무구였으나 어느 쪽이건.

존윅을 세계 힐러 랭킹 2위에 오르게 한 치료 아이템임은 틀림없었다.

시문은 즉시 연성력을 일깨우며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현자의 돌?’

-웅! 준비됐어. 그럼 바로 시작할게.

따악.

튕겨지는 시문의 손가락.

이어.

[요구치에 맞는 연성을 이루기에는 연성력이 부족합니다.]

[현자의 돌이 부족한 등가교환을 성립시키기 위해, 업적 포인트 500점을 요구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익숙한 메시지창이 눈앞으로 떠오른다.

시문은 요구 업적 포인트를 보곤 입맛을 다셨다.

‘제우스보다 하위 성좌일 텐데, 아스트라페와 같은 값이네.’

그런 시문의 아쉬움을 달래듯.

-원래는 오빠 예상대로 아스트라페보단 싼 값이긴 해. 한 300점 정도면 충분하거든.

현자의 돌이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그걸론 이 드워프를 살릴 수가 없어.

‘즉, 위력을 높이기 위해서 업적 포인트를 더 썼다는 말이지?’

-응. 사실 이런 거 굉장히 비효율적인 방법인데, 굳이 쓴 이유는…… 알잖아?

저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눈치챈 시문은 쓰게 웃었다.

‘현재 내 수준으론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도, 저 아일 치료할 정도의 완성도는 구현하지 못한다?’

-정확해. 그래서 내가 임의로 값을 좀 조정했어. 다행히도 아주 약간 모자라서 500점이면 되더라고.

‘다행이라면 다행인 부분이네.’

본래 연금술사의 수준을 넘는 연성물을 만들어 내려면.

등가교환의 값은 천정부지로 솟기 마련이니까.

‘하긴.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직 난 12레벨에 불과하니까.’

압도적인 1등을 놓친 적이 없으며, 플래티넘에서 내려온 버스 기사까지 잡았다.

더불어 이렇게 특수 아레나까지 진행 중이지만, 결국 시문은 12레벨의 플레이어.

일반적인 범주에선 아직 랭크 배치도 끝내지 못한 레벨인 것이다.

그나마 레벨업으로 얻은 잔여 포인트를 모조리 연성력에 몰빵하고.

연성력 관련 보너스들을 지녔기에, 이렇게 500점 선에서 연성이 가능한 것이리라.

‘뭐,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지. 지금만 해도 충분히 대단한 성장 속도니까.’

마력불능을 앓던 전생에선 상상도 못 할 상황이다.

문뜩 떠오르는 전생에 피식 웃은 시문은 선택지의 ‘예’를 터치했다.

파츠측.

소모된 업적 포인트가 부족한 연성력을 더하며 연성 스파크를 튀겨 댔다.

그렇게 1초 정도 지났을까?

우웅.

튕겨진 손가락 위로 아스트라페를 연상시키는 작은 막대가 떠올랐다.

아스트라페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하나.

얇은 실과 같은 형태의 뱀이 넝쿨처럼 막대 전체를 휘감고 있다는 것.

시문은 연성물의 정보를 확인했다.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

등급 – 모조품 (33%)

성좌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

죽은 자도 살린다지만, 어째서인지 제힘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한다.

‘33%라. 생각보다 완성도가 높네?’

-당연하지. 업적 포인트를 200점이나 더 땡겼잖아. 원래는 25%야.

‘25%였다고? 그것도 높은데?’

500점을 소모한 아스트라페의 완성도가 10% 아닌가.

그에 비하면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는 확실히 완성도 자체가 높은 편이었다.

‘역시 성좌의 급이 완성도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거구나.’

-정확해. 근데 오빠, 그 말은 입 밖으로 꺼내면 안 된다?

현자의 돌이 목소리를 바짝 낮춘다.

시문은 어렵지 않게 그 이유를 알아차렸다.

[성좌 아스클레피오스가 갑작스러운 창조물의 등장에 관심을 보입니다.]

지팡이의 본주인인 성좌 아스클레피오스의 관심이 끌린 탓이었다.

아무리 성좌들 사이에 서열이 존재한다 해도.

그걸 눈앞에서 들어버리면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성좌 아스클레피오스가 쓰러진 환자를 눈여겨봅니다.]

[당신을 인지한 성좌 아스클레피오스의 두 눈이 반짝입니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의 연성이기 때문일까?

아스클레피오스는 짙은 관심을 표했다.

‘혹시 멋대로 연성했다고 시끄러워질까 했는데, 다행이군.’

그에 시문이 안도를 표하려던 순간.

[성좌 검은 염소가 ‘눈 깔아라, 아폴론의 애새끼야.’ 눈살을 찌푸립니다.]

검은 염소가 불쾌감을 표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성좌 천마가 ‘흠흠, 자네가 낄 자리는 없네만…… 제우스?’ 헛기침을 합니다.]

[성좌 제우스가 ‘한 번 더?’ 아스트라페를 만지작거립니다.]

천마와 제우스 역시 왜인지 어딘가 이상한 반응을 보였고.

[성좌 아스클레피오스가 주변의 성좌들을 보고 화들짝 놀랍니다.]

[성좌 아스클레피오스가 번쩍이는 아스트라페를 보고 황급히 달아납니다.]

아스클레피오스의 관심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뭐야? 방금 아스클레피오스를 내쫓은 거야?’

성좌가 성좌를 내쫓다니?

이 어이없는 상황에 시문은 잠시 눈을 끔벅였지만.

-캬캬! 역시 서열이 벼슬이야. 잘됐네. 앞으로 어지간한 성좌 새끼들은 눈치 안 보고 연성해도 되겠어.

현자의 돌은 낄낄댈 따름이었다.

-자! 오빠? 저런 잡신 따윈 신경 쓰지 말고, 언능 치료나 하자. 애 숨넘어가겠어.

‘자, 잡신이라니…….’

무려 힐러 랭킹 2위를 만들어 낸 성좌가 아스클레피오스거늘.

그러나 실제로 달아나는 모습을 봐 버린 시문이었기에.

“크흠.”

멋쩍은 헛기침을 하며 어린 드워프를 향해 다가갔다.

우웅.

환자에 가까워져서일까.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는 맑은 이명을 내며 반응했다.

특히나 휘감은 뱀 형상은 살아 있는 듯.

지팡이를 계속 휘감으며 이명을 토했고.

화아아아!

보조계들이 사용하는 성력과도 같은 밝은 빛을 내뿜었다.

그러자.

‘부상이 말끔히 사라지고 있어.’

드라칸의 도끼에 유린당했던 전신이 빠르게 아물고.

뚜두둑.

부러졌던 팔다리가 순식간에 제자리를 찾으며 아물어 간다.

피투성이였던 어린 드워프가 어느새 안정을 되찾자.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는 작은 입자가 되어 사라졌다.

‘경이롭군.’

이보다 더 완벽한 표현이 있을까.

‘방송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경이로워.’

시문은 회귀 전 존윅의 방송에서 보았던 장면을 회상하며 감탄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페이백이 되지 않는 건 좀 아쉽네.’

비효율적으로 완성도를 높여서일까.

업적 포인트의 반환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런 시문의 아쉬운 속마음과는 다르게.

-미친…… 힐도 한다고?

-아니, 주먹 쓰다 마법 쓰다 이젠 힐까지 해?

-보조계님들, 어서 입장해 주세요.

채팅창은 눈앞에서 일어난 놀라운 치유력에 후끈 달아올랐다.

이전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대체 저 손가락에 뭐가 있는 거임?

-시문 님, 이쯤 되면 손가락 좀 나눔하시죠.

-무슨 도라에몽이냐고 ㅋㅋ.

-나도 좀 도와줘요! 핑거에몽!

-핑거에몽이랰ㅋㅋㅋ.

이번엔 의심이 아닌 갖은 드립과 웃음뿐이라는 것이다.

예측이 불가능한 시문의 능력에 일종의 해탈을 해 버린 거였다.

안타깝게도.

시문은 그런 채팅창의 반응을 확인할 수 없었다.

“정신이 들어?”

어린 드워프가 정신을 차렸으니까.

“으…… 여, 여긴…….”

신음을 흘리며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어린 드워프.

시문은 부드럽게 웃으며, 어린 드워프의 등을 쓸어 주었다.

그에 어린 드워프는 놀란 고양이처럼 화들짝 놀랐다.

“으앗! 이, 인간이 여긴 어떻게…… 마, 맞아! 드라칸! 드라칸이 쳐들어왔어요!”

“진정해. 지금은 안전하니까.”

“예? 그게 무슨…….”

대답 대신 뒤편을 턱짓하는 시문.

그에 뒤편에 널브러진 드라칸들을 확인한 드워프는 입을 쩍 벌렸다.

“다, 당신이 다 해치우신 건가요?”

“그래. 이제 안전하니까 일단 진정하고 이야길…… 엇!”

와락.

갑작스레 시문의 품으로 파고드는 어린 드워프.

녀석은 시문이 뭐라 말할 틈도 없이.

“제발! 제발 저희 좀 도와주세요!!”

눈물을 글썽이며 외쳤다.

* * *

콰득.

섬뜩한 파육음.

그와 함께 드라칸의 몸이 힘을 잃고 쓰러졌지만.

스륵.

흡사 어린아이가 인형을 가지고 놀 듯.

한 인간 남성은 제 몸보다 몇 배는 큰 거구를 여유롭게 집어 들었다.

따악.

남자가 손가락을 튕기자 통로 벽면이 쩍 벌어졌고.

“읏차.”

드라칸의 시체를 벽면 속으로 집어던진 남성은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겨 감쪽같이 벽면을 덮었다.

그 일련의 과정을 벌써 몇 번이나 봐 왔음에도.

‘세상에…….’

마르넬은 그저 입을 쩍 벌리며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이내.

“마르넬, 이쪽 맞아?”

“네? 아! 네! 거의 다 왔어요!”

시문의 부름에 정신을 차린 마르넬은 양 갈래 머리를 살랑거리며 총총 뛰어나갔다.

시문은 앞서나가는 마르넬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유는 다름 아니었다.

“마르넬, 길을 잘못 든 거 같은데? 막혀 있잖아.”

마치 고의로 뚝 끊어 놓은 것처럼.

앞은 막다른 길이었다.

마르넬은 천진난만한 웃음을 머금었다.

“헤헤! 옛말에 ‘현명한 드워프는 9개의 굴을 파 놓는다.’라는 말이 있거든요.”

그러면서 벽면을 더듬거리는 마르넬.

얼마 가지 않아.

“찾았다!”

그녀가 벽면의 무언가를 누르고, 집어 당기자.

철컥.

금속음과 함께 통로가 미세하게 떨렸다.

“비밀통로?”

“네. 사실 장로급이 아니면 사용해선 안 되는 통로지만, 지금은 비상사태잖아요?”

“하긴. 정문으로 가려면 엄청 오래 걸린다고 했지.”

“맞아요. 거기에다 지금은 용족이 쫙 깔렸을 테니…… 장로님들도 이해해 주실 거예요!”

목숨의 위협을 받았던 것이 불과 몇십 분 전이건만.

당찬 마르넬의 모습에 시문은 작은 미소를 지었다.

‘참 밝고 씩씩한 아이야.’

그런 잔혹한 일을 겪었다면 응당 트라우마라도 생길 법한데.

마르넬은 조금도 겁을 내지 않고 도리어 시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부디 저 아이의 희망이 유지되었으면 좋겠는데…….’

마르넬이 요청한 도움은 다름 아닌 광산 핵심부로의 진입.

드워프들은 거주지만이 아니라, 광산에도 방어 시스템을 구축해 두는데.

그 모든 동력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광산의 핵심부라는 이유에서였다.

당연히.

‘특수 아레나의 클리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겠지.’

드르륵.

점점 벽면이 열리며 어느새 문이 되어 버린 벽.

“열렸다! 이제 방어 시스템만 재가동하면 드라칸 놈들도 함부로 설치지 못할 거예요.”

마르넬은 밝은 목소리로 광산 핵심부를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하나.

“그럼 강철 모루의 지원군을 기다리기만 하면 돼요. 어쩌면 소식을 들은 예민 귀쟁이들도…….”

밝고 명랑했던 마르넬의 목소리가 점차 사그라든다.

그럴 수밖에.

“아…….”

온갖 굵고 짧은 파이프들을 연결하고 있는 중앙의 구조물.

누가 봐도 이곳의 핵심으로 보이는 거대 구조물이 반쯤 부서져 있는 것이다.

“아, 안 돼!”

마르넬은 다급히 다가가 반파된 구조물을 살폈다.

정확히는.

“제발 핵은! 핵만이라도 무사해야!”

부서진 구조물을 파내고 있다고 해야겠지.

파내다 못해 구조물 속으로 파묻히던 마르넬의 움직임이 뚝 멈춘다.

이내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털썩 주저앉았다.

“핵이…….”

‘저게 핵인가?’

그녀의 손에는 핵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돌 조각이 쥐어져 있었다.

‘저 정도면 복구도 어렵겠어. 역시 쉽게 가는 법은 없네.’

그것을 가만 보던 시문은 고개를 갸웃했고.

‘잠깐. 묘하게 낯이 익은 형탠데…… 아!’

무언가가 떠오른 듯.

급히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러곤.

“다 틀렸어…… 이제 우린 다 죽을 거야! 우린 다…….”

“마르넬. 그 핵이라는 거, 혹시 이거야?”

망연자실한 마르넬의 앞으로 지난 아레나에서 얻은 클리어 보상.

[힘을 잃은 광산핵]을 내밀었고.

“어? 어어어어억?!!”

죽어 가던 마르넬의 눈과 목소리가 찢어질 듯 커졌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