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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27화 (27/349)

제27화

27화. 특수 아레나 (2)

“쿠라아악!”

중저음의 괴성이 높게 터져 나온다.

이해 못 할 것도 아니었다.

오크와 트롤 사이쯤에 자리하는 거대한 상체.

그에 어울리는 두툼한 꼬리가 찌그러진 쇠파이프처럼 되어 버렸으니까.

하나.

“크루룩! 너!”

최하위라도 엄연한 용족인 드라칸에게 못 참을 고통은 아니었다.

“죽인다!”

분에 찬 함성과 함께 바닥에 처박혀 있던 드라칸의 양날 도끼가 솟구친다.

시문은 무심한 얼굴로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척추를 중심으로 전신에 퍼져나가는 블랙팬서의 예민한 감각.

그것에 몸을 맡긴 시문은 그대로 몸을 움직였다.

“쿠룩?!”

드라칸의 눈이 부릅떠진다.

그 멍청한 망막 위론 허공을 베는 양날 도끼와.

연체동물을 연상케 할 정도로 유연하게 허리를 접어 버린 시문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

솟아오르는 도끼날에 맞춰, 저 인간은 자신의 허리를 반으로 접어 피해 버린 것이다.

어떻게 인간이 수인족이나 보일 법한 유연성을 선보이는지 의문을 품을 틈도 없이.

따악.

또 한 번의 손가락이 튕기는 소리와 함께 반으로 접혔던 시문이 몸이 원상태로 돌아온다.

정확히는 튕겨 나왔다고 해야겠지.

팽팽히 당겨졌던 고무줄처럼 말이다.

그 움직임을 포착할 틈도 없이.

콰직!!

다리로 추정되는 기다란 무언가가 드라칸의 머리통을 내리찍었다.

‘아프다!’

골통을 뒤흔드는 고통이 드라칸의 전신으로 뻗어나간다.

동시에.

‘죽여 버릴 거다. 갈가리 찢는다!’

고통만큼이나 격렬한 분노가 치밀었다.

당장 자신의 머리를 찍은 인간의 다리를 잡고 바닥에 처박은 다음.

산 채로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리라.

그렇게 마음먹은 드라칸이 움직이려던 찰나.

“쿠…….”

그의 고개가 갸웃한다.

흡사 고위 환영 마법처럼 세상이 나뉘어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세상은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었다.

‘이건 또 무슨…….’

이 인간이 고귀한 상위 용족만큼이나 뛰어난 마법 능력을 지니고 있단 말인가?

그러나 바닥을 똑바로 디딘 인간의 다리를 보고야 알 수 있었다.

나뉘고 무너지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쿠웅.

자신이었다는 걸.

* * *

묵직한 울림이 발바닥을 스친다.

비정상적으로 상체가 발달한 드라칸의 거구에 어울리는 진동이었다.

시문은 반쯤 쪼개진 생선 대가리처럼.

양 눈알이 돌출된 채 널브러진 드라칸의 머리통을 바라봤다.

‘한 방에 죽을지는 몰랐는데.’

시문은 드라칸의 머리통을 내려찍은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봤다.

그곳엔 [블랙팬서의 신체조직]과 [오우거의 신체조직]의 정보창이 나란히 떠올라 있었다.

‘동시 인체 연성이 좋긴 하구나.’

동시 인체 연성.

[옵시디언 태블릿]의 완성도가 40%를 달성하고 얻은 인체 연성 능력.

말 그대로 한 부위에, 동시에 여러 가지의 인체 연성이 가능한 능력이었다.

‘확실히 다중 연성과는 차이가 있단 말이지.’

예전이라면 방금과 같은 공격을 해내려면 두 번의 인체 연성을 거쳐야 했다.

빠른 속도와 정확성을 얻기 위해 [블랙팬서의 신체조직]으로 각도를 잡은 다음.

연성을 취소하고 [오우거의 신체조직]을 새로 연성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나 동시 인체 연성은 그런 수고를 덜어 주었고.

나아가 두 이점을 동시에 담은 탈인간급의 위력을 보여 주었다.

‘위력 증가 체감은 진짜 확 느껴지네.’

시문은 두 인체 연성의 정보창에 떠 있는 완성도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블랙팬서의 인체 연성]은 기존 12%에서 24%로.

[오우거의 인체연성]은 기존 15%에서 30%로.

예상했던 대로 두 배씩 강해진 것이다.

이게 아니었다면.

아무리 탈실버급의 그라도 일격에 드라칸을 박살 내 버리는 것은 불가능했으리라.

그리고 드라칸의 죽음에 놀란 것은 시문만이 아니었다.

-? 지금 드라칸 한 방에 뒤진 거?

-드라칸을 한 방 컷 ㅋㅋㅋㅋㅋㅋ. 돌았나 진짜.

-지금 골드 상위권 중에 드라칸 원킬 내는 애들이 얼마 된다고…….

-이게 실버라고? 이 새끼 백퍼 패작러임.

시문의 채팅창.

그곳에선 한창 시문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었다.

-패작 같은 소리 하네.

-돈킹 잡을 때도 권기 썼던 분임. 패작 아닙니다.

-패작 아님 뭔데? 방금은 권기를 쓴 것도 아니잖음.

-레알로 ㅋㅋㅋ. 이 사람 장비도 없잖아요. 걍 맨발로 내리찍어서 원킬 내는 게 말이 되나.

-그니까. 지가 무슨 오우거냐고 ㅋㅋ.

패작이 아니라는 이전 방송의 시청자들의 말에도 불구하고.

시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가라앉질 않았다.

이해 못 할 것도 아니었다.

오러나 장비도 없는 맨몸으로 드라칸의 머리통을 한 방에 부숴 버렸으니까.

하나.

-보니까 전투 중에 손가락 계속 튕기던데. 무슨 특성이랑 연관이 있는 거겠지.

-22. 백퍼 특성임. 특성 언급 1도 없는 거 보니까 일반인이 대다수인 듯.

-ㄹㅇ ㅋㅋ. 최소 SS급 이상 특성일 듯?

-킹반인들 또 나대지. 유명 랭커들은 저랭크때도 권기 썼거든? 걍 이 사람이 잘난 거임.

현 플레이어로 보이는 이들이 한마디씩 던지자, 채팅창의 분위기는 다시 반전되었다.

물론 시문은 이런 채팅창을 보지 못했다.

분명 시야 한편에선 채팅 알림이 반짝이긴 했지만.

[성좌 천마가 미미한 미소를 짓습니다.]

[성좌 제우스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성좌 검은 염소가 깔깔댑니다.]

성좌들의 반응이 더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세 명의 성좌가 서로 귓속말을 속삭입니다.]

[세 명의 성좌가 도합 1,000점의 업적 포인트를 후원합니다.]

예상 못 한 후원창이 시문의 눈앞에 떠올랐다.

‘오호!’

후원을 확인한 시문은 눈을 반짝였다.

‘고작 드라칸 하나 잡았다고 1,000점이나 후원할 줄이야.’

이미 앞선 성좌들의 반응으로 그들이 드라칸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눈치챈 시문이었지만.

그렇다고 1,000점이나 후원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한 것이다.

‘아니, 고작 드라칸이 아니야.’

성좌 정도 되는 이들이 최하위 용족인 드라칸 따위를 안중에 둘리는 없을 터.

‘보아하니 용족 자체를 싫어하는 거 같은데?’

왤까?

라고 의문을 품기엔 대충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용제. 그들과 마찰이 있었나 보군.’

용제.

전생의 독일에서 일어난 거대 아웃브레이크로 처음 지구에 모습을 드러낸 존재들.

그 강하다는 드래곤마저 고개를 숙이던 이 미지의 존재는 강림했던 독일을 넘어.

유럽 전체를 하루 만에 반파시켜 세계인들의 뇌리에 새겨진 존재였다.

시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렸다.

‘이유야 모르겠지만 성좌들이 용족을 싫어하는 건 내겐 호재야.’

용족은 아레나에서 보스류로 자주 등장한다.

앞으로를 따져 보면 이 관계 덕분에 후원과 같은 득을 볼 일이 많으리라.

시문은 허공에 슬쩍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표하곤 걸음을 옮겼다.

얼마 가지 않아.

둥, 둥.

북을 두드리는 것 같은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시문은 즉시 몸을 낮추며 감각을 끌어올렸다.

“크루룩!”

“크룩!”

작은 왼쪽 통로에서 좀 전과 같은 괴성이 들려왔다.

‘드라칸이군.’

시문은 더욱 몸을 낮췄다.

드라칸 자체는 별문제가 아니지만.

‘함부로 움직이다간 괜히 상황만 어려워질 수도 있어.’

그게 수십 마리가 되거나, 혹시 모를 숨겨진 아레나 조건에 영향이 가면 곤란했기에.

시문은 최대한 신중히 살피며 움직이려고 했다.

“아악!”

‘비명?’

누군가의 비명이 들려오기 전까지 말이다.

따악.

시문의 손가락이 튕겨진다.

가슴 중앙에서 흘러나온 연성력은 순식간에 [블랙팬서의 신체조직]이 되어 시문의 하체를 달궜고.

타다닥!

시문은 빠르게 비명이 들려온 통로를 질주했다.

불과 몇 초 지나지도 않아.

“쿠룩! 이걸로, 마지막.”

“쿠룩! 재밌다!”

통로를 가득 채우는 세 마리의 드라칸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 하나는 피 묻은 양날 도끼를 높이 치켜든 상태였다.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주변에 낭자한 핏물로 보아, 도끼의 목표는 방금 비명을 지른 이일 테니까.

“음.”

시문의 인상이 슬쩍 찌푸려진다.

24%의 완성도를 지닌 [블랙팬서의 신체조직]이라곤 하나.

드라칸의 도끼가 떨어지기 전에 저곳까지 도달한다는 건 무리였다.

‘그렇다면…….’

따악.

또 한 번 튕겨지는 손가락.

그에 호응하듯.

깔끔하게 다듬어진 바닥이 연성 특유의 스파크를 머금으며 솟아올랐고.

푸욱.

도끼를 높이 치켜든 드라칸의 가슴을 관통했다.

“쿠, 쿠룩?!”

“무슨!”

옆에서 낄낄거리던 두 드라칸이 화들짝 놀란다.

이어.

콰득.

오른편에 있던 드라칸의 머리통이 섬뜩한 소리와 함께 버려진 캔처럼 일그러졌다.

천장에서 연성된 돌기둥이 머리통을 내려찍은 것이다.

“이, 인간!”

홀로 남겨진 드라칸이 이제야 상황을 눈치채고는 급히 도끼를 휘둘렀다.

과연 오크를 뛰어넘는 완력의 소유자인 만큼, 큼직한 양날 도끼가 쏜살같이 날아들었지만.

터억.

“쿠룩?!”

바위에 가로막힌 듯 꼼짝도 하지 않는 양날 도끼.

아니, 움직이긴 했다.

“이, 이게…….”

정확히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칭해야겠지.

제 팔에 3분의 1도 되지 않는 앙상한 팔에 가로막힌 채 말이다.

“역시 드라칸이라 이건가? 좀 흔들리는 감이 있네.”

도끼 자루를 쥐고 있는 인간은 여유롭게 씨익 웃고는.

따악.

반대편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꾸드득.

“키아아악!”

어마어마한 통증이 드라칸의 팔을 옥죄어 온다.

시선을 돌리자.

어느새 구렁이처럼 변해 버린 도끼 자루가 드라칸의 두터운 팔뚝을 쥐어짜 내고 있었다.

그 위론 독이 바짝 오른 뱀 대가리인 양 머리를 치켜든 도끼날이 보였고.

“잘 가라.”

콰직.

그게 드라칸이 본 마지막 장면이었다.

[지속적인 고난도의 다중 연성을 성공시켰습니다.]

[연성력이 1 증가합니다.]

반가운 메시지창을 확인한 시문은 머리가 쪼개진 드라칸을 내려다봤다.

‘꼴에 특수 아레나라고, 저번 홉고블린 때처럼 몬스터의 능력치 너프는 없는 모양이네.’

최하급 용족인 드라칸인데도.

두 배나 강해진 인체 연성을 상대로 힘겨루기를 할 줄이야.

거기에다 지난 레벨업으로 얻은 잔여 스탯 5를 몽땅 연성력에 투자한 상태인데 말이다.

“과연 용족은 용족인가.”

시문도 천마신공까진 운용하지 않아, 전력을 쏟은 것은 아니라지만.

드라칸의 완력은 확실히 인정해 줄 만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감탄은 시문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와…… 미친! 이거 실화임?

-이 사람 전투계 아니었어? 마법계야?

-보니까 또 손가락 튕기던데. 특성 아닐까요?

-바닥이랑 무기 변하는 거 못 봄? 대체 어느 특성이 저런 능력을 보여 줌?

-ㅇㅇ. 저건 무조건 마법임.

불타오르는 채팅창.

무리도 아니었다.

지난 돈킹과의 전투부터 지금까지.

시문은 오로지 육체만을 사용해 싸워 왔으니까.

특히나.

-진심 아까 지형이랑 무기 변하는 건 마법이랑 아무 연관 없음.

-동감. 나 골드 마법곈데, 저거 마법이라 부르기도 좀 이상한 형태임.

-ㄹㅇ. 근데 캐스팅이나 시동어도 없는 걸 보면, 마법으로 보는 것 자체가 무리임.

-아마 정령술 같은 부류겠죠. 그쪽은 캐스팅 안 하잖아요.

플레이어로 보이는 이들의 채팅창이 우수수 올라오며, 저마다 토론을 이어 갔다.

‘뭐야? 채팅창 불났네.’

이번엔 채팅창을 확인할 여유가 있었던 시문.

그는 빠르게 채팅창을 훑었다.

‘음. 나올 수 있는 의문들이긴 한데…….’

-방구석 다이아들 입 개터네.

-니들이 뭐 아냐?

-마법이 아니란다 ㅋㅋㅋ. Xㅋㅋ 기가 차서 진짜.

엄청난 속도로 올라가는 채팅창은 점점 열기를 띠며 거친 말들로 점철되어갔다.

시문은 이 뜨거운 채팅창을 어느 정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하지만 관리할 매니저가…… 아니다. 이런 건 내가 직접 식혀야겠어.’

세 성좌를 떠올린 시문은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여러분. 저 전투계 아니고 마법계입니다.”

-레알?

-거봐, 정령술 맞네.

“정령술은 아닙니다.”

-아니라는데?

-그럼 대체 뭐임? 님 캐스팅도 없이 마법 썼잖아요!

-님 특성이 뭐예요?

-이분 버그 같은 거 쓰는 거 아님?

하지만 역효과였는지.

채팅창은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물론 오래가지는 않았다.

-왜 말해 줘도 지X임? 손가락 튕기는 게 캐스팅 관련 특성일 수도 있잖음?

-어이가 없네. 니들은 누가 특성 까라 하면 쉽게 까냐?

-입 터는 애들 중에 각성자 몇이나 될라나.

-버그란다 ㅋㅋㅋ. 각성 안 해 본 티 풀풀 나쥬?

-다른 건 참겠는데 버그무새는 좀 역겹네. 한강 ㄱ.

각성자들 사이에서는 지인이나 길드가 아니면서 정보를 요구하는 건 엄연한 무례.

그것을 아는 플레이어들이 성을 낸 것이다.

결국 플레이어가 우선시되는 세상인 만큼.

채팅창에서도 플레이어들의 목소리가 더 클 수밖에 없었고.

-아니면 아니지, 왜케 예민함?

-좀 물을 수도 있지 ㅅㅂ. 차별 X나 하네.

-각성 우월주의 오짐 ㅋㅋ.

비각성자인 이들은 숙일 수밖에 없었다.

각성 여부도 그렇지만, 일단 전문성부터 진짜 플레이어보다 밀리니까.

[나는야골드 님이 AP 500을 후원하셨습니다.]

=다들 매너 채팅합시다. 각성 여부를 떠나서 개인 정보 묻는 건 실례잖아요.

후원까지 겹쳐지자 불타던 채팅창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시문은 채팅창의 분위기가 어색하지 않도록.

“자자, 다들 진정하시고. 특성까지 밝힐 순 없지만, 계통은 확실히 말씀드릴게요. 저 마법계 맞습니다.”

-이걸 답해 줘? 개스윗하네.

-굳이 답 안 해 주셔도 되는데…… 그래도 궁금증 풀어 줘서 꺼마워영!

-ㄱㅅㄱㅅ.

“하하! 아닙니다. 충분히 궁금해할 수 있는 상황이잖아요.”

부드럽게 웃으며 대충 분위기를 마무리 지었다.

[가능충 님이 AP 100을 후원하셨습니다.]

=세상에 마법계래! 나 진짜 가능해, 형!

물론 마지막 후원에는 답하지 않았다.

“그럼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한숨 돌린 시문은 드라칸들이 공격하던 생존자를 향해 다가갔다.

오기 전부터 드라칸들의 소행이 시작되었던 것일까?

주변엔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피와 살점이 낭자해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으…….”

‘이자는!’

신음을 흘리는 생존자를 확인하곤 눈을 부릅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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