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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25화 (25/349)

제25화

25화. 준비

“그럼 재료는 그쪽으로 보내 주세요. 치료제는 완성되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예, 들어가십시오!”

문 앞까지 나와 90도로 인사하는 박진욱.

멀리서 보면 어느 조직의 도련님을 보좌하는 조폭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이내 사무실의 문이 닫히자, 시문은 뒤를 돌아봤다.

“넌 안 들어가냐?”

내내 침묵 중이던 동생 김시혁이었다.

“형, 난 이해가 안 가.”

“뭐? 내가 마력경화증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는 거?”

“그것도 그렇지만, 갑자기 왜…… 사람을 찾는 거야? 혹시 형도 10년 전의 일을 조사, 윽!”

불안한 표정으로 말하던 김시혁의 머리가 휘청한다.

정확히는 일부러 휘청거렸다고 해야겠지.

왜냐하면.

“혀, 형?”

“새끼, 엄살은.”

하늘 같은 형님이 딱밤을 갈겼으니까.

랭커 된 입장에선 느리다 못해 하품이 나오는 속도였지만.

감히 형의 손을 피할 생각도 못 하는 김시혁이었다.

뭐, 어릴 적의 그리움을 회상하는 작은 어리광이기도 했고.

그런 동생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가 말했지, 그 일은 사고였다고.”

시문은 이마를 부여잡고 있는 동생 놈을 보곤 피식 웃음을 흘렸다.

“사고…….”

“그래, 사고! 용의자들도 유명한 각성 범죄자들이었잖아? 그냥 또라이들한테 물린 것뿐이야. 무엇보다.”

어느새 진지해진 시문은 동생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미 지나간 일이고.”

“형…….”

“그러니까 시혁이 너도 유정이도, 그 일은 이제 그만 생각했으면 좋겠어.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일이잖아.”

사실 이렇게 말은 하면서도.

‘참, 내가 이런 말 하는 것도 웃기네.’

시문은 속으로 스스로를 비웃었다.

회귀 전 이 당시의 자신은 여전히 동생들과 연락을 끊고 있지 않았던가?

유정이를 만났을 때도 그랬지만.

어쩌면 마음속 아주 작은 한구석엔.

저도 모르게 동생들을 탓하는 마음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특히나 아직 젊었던 이맘때는 더더욱 말이다.

하지만.

‘이젠 아니야.’

그때의 일은 전생의 시혁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모두 털어 버렸다.

아니.

그전부터 진작에 생각을 바로잡은 상태였다.

10년이 넘게 단절된 세월은 지난날의 자신을 고찰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으니까.

“지나간 일은 그만 생각하고, 앞으로를 봐라.”

“이런 말 하면 기분 나쁠지도 모르겠지만…… 난 형이 이렇게 말해 줄지는 상상도 못 했어.”

“그래. 나도 놀랍다, 인마.”

다가올 미래를 바꾸려면 과거에 얽매여 있어선 안 된다.

이미 마력불능을 회복하고 달라진 길을 걷는 자신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 아닌가?

그러니.

“지나간 일은 털고 앞만 봐. 넌 앞길 창창하잖냐.”

이 잘난 동생 놈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나 지구의 희망이 될 녀석이니 더더욱 말이다.

“랭커를 보유한 숫자에 따라 국력 갈리는 건 알고 있지? 너한테 거는 기대가 크다.”

“……형이 이렇게 애국심이 투철한지는 몰랐네.”

“새끼가. 투철하지 않거든? 그냥 소속을 잃을까 걱정되는 거지.”

“소속?”

“상태창에 있잖아.”

“아아.”

작게 긍정을 표하는 김시혁.

이내 녀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소속이 뭔가 의미가 있어? 내가 알기론 상태창에서 유일하게 쓸모없는 항목인데.”

김시혁의 물음에 시문은 잠시 눈을 깜빡였다.

소속을 잃고 난민의 신분으로 살아 본 시문은 소속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안다.

[해당 카테고리의 소실로 비활성화됩니다.]

이 망할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업적 상점을 비롯해 여러 기능들에서 페널티를 받게 되고.

결국 성장의 정체라는 플레이어에게 가장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니까.

하지만.

‘이 시기엔 소속의 중요성을 모르지.’

정규 아레나가 아니니 소속을 잃을 일 자체가 없다.

시문은 자연스레 눈을 굴리며 말을 이어 갔다.

“소속에 대해 얻은 정보가 좀 있어서.”

“정보?”

그에 시혁이 녀석은 더욱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아까 선배의 거래 내역을 확인한 것도 그렇고. 형 되게 좋은 정보원이라도 있나 봐?”

지나가는 사람이 보면 정말 순진무구, 청렴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모습이었으나.

“이상하다. 그렇게 좋은 정보원이 있으면 굳이 선배한테 의뢰를 맡길 필요도 없지 않나?”

슬쩍 올라간 동생 녀석의 한쪽 눈썹은 분명한 의심을 담고 있었다.

‘새끼. 하여간에 눈치 하나는 여전하네.’

저 순수한 외모와 달리.

이 잘난 동생 놈은 어릴 적부터 눈치가 빨랐다.

그러나.

“쓰읍. 이건 아무리 너라도 말 안 해 주려고 했는데…….”

이미 어릴 적부터 동생 놈의 비범함을 꿰뚫고 있던 시문.

그는 일말의 흔들림도 없이 미리 준비해둔 답을 꺼냈다.

“이 형님이 선심 한번 써 준다. 인벤토리.”

시문의 손에 잡혀 나온 것은 다름 아닌.

“이건 광석? 이게 왜?”

“잔말 말고 정보나 확인해 봐.”

정보창을 확인해 본 것일까.

“혀, 형! 이거!”

김시혁은 두 눈을 부릅떴다.

“맞아. 입장 아이템이다. 운 좋게 얻었지.”

“세상에! 입장 아이템은 나도 몇 번 못 먹어 본 건데! 잠깐. 이걸 얻었다는 건…….”

“그래, 나 마력불능 회복했다. 얼마 전에 랭크 배치 끝냈고.”

“아.”

이미 탈인간이라 부를 수 있는 랭커, 김시혁이 힘없이 바닥으로 주저앉는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놀랄 일이었지만.

김시혁에겐 아주 당연한 반응이었다.

‘형의 마력불능이…… 회복됐다고?’

자신과 이유정 때문에 얻었던 아레나 질병.

그것도 마력 스탯 10이라는 창창한 미래를 앗아 간 마력불능이다.

어린 시절부터 유일하게 의지했던 존재의 미래를 망쳤다는 죄책감은 감히 설명조차 할 수 없으리라.

한데 그 병이 회복되었다니?

그런 김시혁의 마음을 아는 것일까.

“쯧. 새끼가, 했던 말 또 하게 만드네.”

시문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동생을 일으켰다.

그는 무심하게 동생의 옷을 툭툭 털어주었다.

“내가 말했지? 옛날 일은 이제 신경 끄라고.”

“하, 하지만 형!”

“어쭈? 많이 컸다? 형한테 대꾸도 다 하고.”

그 말에 입이 꾹 다물리는 김시혁.

하나 물기와 함께 힘이 잔뜩 들어간 녀석의 눈은 온갖 질문으로 가득해 보였다.

시문은 그것을 가볍게 무시하곤 말했다.

“어쨌건 소속에 대한 정보는, 그 입장 아이템을 얻으면서 알게 된 거다. 그렇게 알아둬.”

옛일은 더 언급하기 싫다는 형의 뜻을 알아차린 것일까.

김시혁은 더 이상 마력불능과 관련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그렇구나……. 그럼 이 입장 아이템을 얻으면서 알게 된 거네?”

“어. 보면 알겠지만 X등급이라고 처음 보는 등급이잖냐. 딱 봐도 심상치 않지?”

“그러네. 나 X등급은 처음 봐.”

보통 입장 아이템을 획득하는 과정이 ‘퀘스트’임을 떠올려 보면.

시문이 소속 항목에 대한 정보를 알았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녀석. 그걸 또 그대로 믿네.’

일말의 의심조차 하지 않는 동생 녀석의 모습에 양심의 가책을 조금 느꼈으나 그뿐.

시문은 입장 아이템인 [도리아의 미스릴 광석]을 인벤토리로 갈무리했다.

“자세한 건 입장해 봐야 알겠지만, 일단 소속을 잃어서 좋을 건 없다더라고.”

“확실히…… 입장 아이템 연관이면 확실하겠지. 특수 아레나는 늘 좋은 정보들을 주니까.”

“그래. 보니까 소속은 나중에라도 중요할 거 같으니, 미리 신경 쓰자 뭐 그런 의미였어. 넌 랭커잖냐.”

“알았어. 정보 고마워.”

뭐, 사실 신경 쓸 것도 없긴 했다.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뭔 짓을 해도 한번 정해진 소속은 바뀌지 않으니까.

“하여튼, 난 아레나 준비도 해야 해서 이만 간다. 일 있으면 연락하고.”

“응. 아! 형.”

설렁설렁 손을 흔들며 떠나는 시문.

그를 붙잡은 김시혁은 조심스레 말했다.

“배치를 끝냈다고 해서 하는 말인데, 형 특수 아레나도 입장하고 하니까…….”

“쩔 같은 소리 하면 죽는다. 쩔 받으면 성장 제대로 안 되는 거 모르냐?”

그에 움찔한 김시혁은 조심스레 말했다.

“……아니, 난 그냥 템이나 좀 줄까 해서. 형 마법계라면서? 마법계 장비는 초반에 구하기 힘들잖아.”

“정확히는 연금술사라고 했지. 근데 딱히 필요 없어.”

장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연금술사라서가 아니다.

템빨은 누구보다 잘 받는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무려 신화급 무기를 다루지 않나?

단지.

‘당장은 아이템이 없는 편이 좋아.’

안 그래도 매칭 MMR이 말이 안 되는 수준이다.

여기서 장비까지 좋아지면 어떤 매칭이 기다릴지 상상이 가지 않았기에.

시문에게 당장은 장비가 없는 편이 좋았다.

그로 인한 상대의 방심 유도는 덤이고 말이다.

“뭔가 형답네. 알았어.”

“나답긴 무슨, 그럼 난 간다. 연락해라.”

“어. 조심해서 가.”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김시혁.

그에 몸을 돌리려던 시문은 우뚝 멈췄다.

“잠깐. 시혁아.”

“왜?”

“너 아레나에서 얻은 재료템은 어떻게 처분하냐?”

“재료템? 놔뒀다가 아고라 갈 때 다 처분해. 아니면 버리든가. 그다지 필요가 없거든.”

역시.

‘랭커쯤 되면 현찰 거래가 주인 재료 아이템은 신경을 잘 안 쓰지.’

랭커이니 나름 질 좋은 재료템들이 떨어지긴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미스릴같은 고가치의 재료가 아니라면, 처분에 큰 관심을 두지 않으리라.

랭커 정도 되는 이들에게 재료템이란 그야말로 잡템에 불과하니까.

씨익 웃은 시문은 말했다.

“시혁아, 잘 생각해 보니까 네가 이 형한테 줄 게 있긴 있다.”

* * *

끼익.

문이 닫힌다.

터덜터덜 걸어온 청량한 미청년은 소파에 털썩 몸을 던졌다.

“뭐야, 너 안 갔냐?”

“제가 왜 가요? 모처럼 쉬는 날인데.”

“있잖아. 네 형님의 반이라도 배우면 안 되겠냐?”

“불가. 전 절대 형처럼은 못 됩니다.”

“개X끼.”

“진짠데…….”

진심으로 중얼거리는 가증스러운 후배 놈의 모습에 박진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서, 이제 어쩔 거냐?”

“뭐가요?”

“네 형님 말이다. 쩔이라도 해 줄 거냐?”

박진욱이 아는 김시혁은 결코 쩔 같은 짓을 할 인물이 아니었지만.

‘보니까 아주 각별히 여기던데.’

아까 김시문을 대하던 후배 놈의 모습을 보면, 그깟 쩔쯤이야 못 해 줄 것도 없어 보였다.

“안 받는데요.”

“안 받는데요? 말이 좀 이상하다?”

“말 그대로예요. 형이 쩔은 안 받는다더라고요.”

새 담배를 꺼내 물던 박진욱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렇지 않은가?

“진짜냐? 네가 해 주는 쩔을 안 받는다고?”

다른 누구도 아닌 랭커의 쩔이다.

물론 복잡한 사전 작업과 온갖 페널티들도 받겠지만.

이제 배치를 끝낸 뉴비 입장에선 거절하기 힘들 제의일 텐데.

“쩔 받으면 성장이 제대로 안 된다고 거절하더라고요.”

“잉? 크, 크하하핫!”

갑자기 대소를 터뜨리는 박진욱.

그는 우렁찬 목소리로 한동안 웃어 젖히더니, 눈가에 찔끔 흐른 눈물을 닦았다.

“히야! 이거 보면 볼수록 호감이시네. 이제 배치를 끝낸 사람이 그런 것도 알아?”

“원래 우리 형이 좀 뛰어나요. 어릴 때부터 그랬죠.”

“하긴, 아까 날 상대로 간 보던 것도 그렇고, 평범한 사람은 아니더라.”

천하의 밤사냥꾼을 상대로 이렇게 들었다 놨다 한 사람이 있었던가?

장담컨대.

박진욱이 오늘처럼 감정 기복이 심했던 날은 마력경화증이 걸린 이후로 처음일 것이다.

‘이래저래 달라 보여도 피는 못 속이나 보군.’

박진욱은 쓰게 웃으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럼 장비 지원은? 그것도 안 받는데?”

“예. 연금술사는 필요 없다더라고요. 대신 재료템을 주기로 했어요.”

“재료라…… 현명하네. 연금술사들은 템빨 오지게 안 받기로 유명하니까.”

이렇게 현명한 사람이 왜 하필 연금술사를 택했을까? 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만한 사람이면 다 생각이 있겠지.’

저렙 주제에 감히 다이아 앞에서 밀당을 하던 인간이다.

심지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마력경화증의 치료제를 거론하기까지 했으니.

‘여러모로 기대가 되는군.’

촉이 온달까?

다이아급 암살계의 예민한 감각이 계속 알려 온다.

김시문이라는 플레이어는 뭔가 있다고 말이다.

박진욱은 모처럼 느껴지는 기대감에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럼 내 치료제를 주실 귀~하신 고객님을 위해, 의뢰는 빨리 처리해 드려야겠군.”

“참. 말이 나와서 말인데요.”

그때.

소파에 늘어져 있던 김시혁이 고개를 들었다.

“그 여자, 이름이 고말숙이라고 했던가요?”

“그랬지. 왜?”

“자세히 좀 조사를 해 주세요.”

“난 일 맡은 이상 대충 안 한…… 잠깐. 설마 네 형님의 의뢰랑 별개로 조사해 달란 말이냐?”

“네. 그녀의 신상부터 과거, 플레이어라면 관련 특성까지 전부 다요.”

“이 새끼, 그렇게 안 봤는데. 그런 취향이었냐? 형 여자를 뺏는…….”

“선배, 저 오늘 아레나 안 뛰어서 팔팔하거든요?”

청량한 미소와 달리 꽉 쥐어지는 김시혁의 주먹.

그 위로 떠오르는 선명한 핏줄은 다이아급 암살계마저도 침을 꿀꺽 삼키게 만들었다.

“커흠! 거 웃자고 한 소리지. 그나저나, 왜 굳이 따로 조사하란 거냐?”

얼른 화제를 돌리는 박진욱을 잠시 노려보는 김시혁.

이내 작게 한숨을 쉬며 천장을 올려다봤다.

“형이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거 같아서요.”

“숨겨? 설마! 치료제 그거 구라냐?”

“아뇨,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제가 모르는 뭔가가 더 있는 거 같아서요.”

“그럼 굳이 네가 캘 필요도 없지 않을까? 말하기 싫다는 거잖아.”

“그렇긴 한데…….”

천장을 바라보던 김시혁의 눈가가 슬쩍 가늘어졌다.

“10년 전 그때랑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요.”

“비슷한 느낌?”

“예. ‘너흰 아무 걱정 말고, 거기에 얌전히 숨어 있어.’라고 하던 그때랑 똑같은 느낌이요.”

낮게 읊조리는 김시혁.

이 후배 녀석이 10년 전 그 사건만 언급되면 얼마나 무서워지는지 잘 알기에.

박진욱은 말없이 담배를 태울 뿐이었다.

흰 담배 연기가 천장을 보는 김시혁의 눈앞을 스친다.

평소라면 이쪽으로 연기를 뿜지 말라고 한 소리 했을 테지만.

“이젠 싫거든요.”

김시혁은 도리어 그것을 폐부 깊숙이 들이마셨다.

“누군가의 뒤에서 보호받기만 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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