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21화 (21/349)

제21화

21화. 천마신공 (3)

-돈킹 우짬? 이거 다 환불해야 함?

-미친 ㅋㅋㅋㅋ. 천만 원씩 도합 3천만 원인데?

-심해새끼한테 개털렸엌ㅋㅋㅋ!

-심해 왔다가 현지인 돼 버린 수준 ㅋㅋㅋ.

스트리머가 죽어 검은 화면이 되었음에도.

채팅창의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았다.

당연했다.

같은 버스 기사들끼리 경쟁이 붙었다면 모를까.

-심해는 무슨. 아까 권기 쓰는 거 못 봄? 딱 봐도 현지인 아니구만.

-근데 권기는 아닌 거 같던데?

-ㄹㅇ 내가 돈킹방송 개국공신인데 돈킹의 권기랑은 뭔가 좀 달랐음.

-난 김시문이라는 이름 자체를 못 들어 봄.

-당연한 소릴 함? 어떤 변태가 심해 현지인 방송을 찾아본다고.

상대는 본 적도 없는 무명의 플레이어인데, 돈킹을 잡아 버렸다?

그것도 다이아를 노렸던 격투계가 주먹으로 졌다는 점에서.

돈킹의 채팅창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한 채팅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하…… X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돈킹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목구멍까지 욕설이 치솟았지만.

아직 방송 중이고 마무리할 것도 남아 있었기에.

“자자, 여러분. 이미 끝난 아레나니 다들 진정하세요.”

돈킹은 멘탈을 다잡으며 상황을 정리했다.

“어떻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제 경험상 일단 저쪽도 이 구간대 랭크는 아닌 게 확실합니다.”

-ㄹㅇ. 심해에서 권기는 선 넘었음.

-맞아, 맞아. 권기가 아니라 해도 그 위력은 말이 안 됐어. 이 구간 사람 아닌 듯.

본디 버스 방송 자체가 충성도 높은 시청자들로 이루어진 만큼.

-그럼 뭐 핵이라도 썼나?

-핵이랰ㅋㅋㅋ 아만보 수듄ㅋㅋ

-아레나에 핵이 어딨음? 제발 말이 되는 소릴 하셈.

-ㄹㅇㅋㅋ. 저 애는 진짜 심해 플레이어인 듯.

-내 말은 아티팩트나 다른 무언가가 있냐 이런 뜻이지. 말귀를 못 알아듣네.

-네다심.

돈킹의 시청자들은 돈킹의 의견에 동조하기 바빴다.

사실 시청자들 역시 실제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기에.

채팅창의 분위기는 돈킹의 의견으로 쉽게 기울었다.

“최우선은 손님분들에게 사과를 드려야겠죠.”

여론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돈킹은 본론을 꺼냈다.

“본래 규정상 100% 환불은 없지만, 이번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서요. 전액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오오! 역시 돈킹!

-오이오이, 믿고 있었다구?

-진짜 버스 기사에 진심인 새끼네 ㅋㅋ.

채팅창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자.

“그럼 전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오늘 방송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돈킹은 방종각을 잡고 자연스레 방송을 종료했다.

방송이 완전히 꺼지자.

“제기랄!”

빡.

신형 아레나 접속기기.

그중에서도 가벼운 형태인 고글형 접속기기가 바닥에 처박혔다.

앞면 유리가 박살 난 것을 보아 분명 고장일 테지만.

“저랭크에서 권기라니! 이게 말이나 돼?!”

돈킹에게 그것까지 돌볼 여유는 존재하지 않았다.

“분명 뭔가 있어! 아티팩트든 뭐든 분명 내가 모르는 개수작을…….”

숨소리만큼이나 거친 목소리가 흘러나왔으나 그도 잠시.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돈킹은 한결 차분해진 호흡으로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나름 플래티넘 랭크를 달리며 다이아까지 노렸던 자신이다.

아무리 패작으로 랭크를 낮춰 온갖 페널티를 받았다곤 하나.

‘내가 잘못 봤을 리 없어.’

수작을 부린 공격과 권기가 실린 공격을 구분 못 할 만큼 바닥으로 떨어지진 않았다.

‘그건 분명 권기였어.’

그 김시문이라는 플레이어의 주먹에 휘감겨 있던 건 분명한 권기.

시커먼 색이 의아하긴 했으나, 사용자에 따라 오러 색이 달라지는 건 흔한 일이다.

“후.”

돈킹은 감았던 눈을 떴다.

성에 가득 찼던 눈동자는 어느새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그럼 그놈이 권기를 사용할 정도로 강자라는 건데…….’

권기는 단순 계산만 따져도 최소 100레벨대의 스탯은 되어야 엿볼 수 있는 기술이지만.

말 그대로 단순 계산이자 평균값일 뿐.

그걸 만족하지 않고도 오러를 발현하는 이들은 제법 있었다.

‘아무래도 스탯보단 개인적인 재능에 영향을 많이 받으니까.’

당장 몇 년 전에 등장한 괴물 루키 김시혁과 이유정도 그렇고.

현 다이아 랭크에서도 상위권을 구가하는 실력자들이 그 증거였다.

그들은 스탯의 유무를 떠나, 저랭크 때부터 오러를 사용했으니까.

꼭 100레벨치의 스탯값이 만족하지 않는다 해도, 기의 발현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그 정도 실력자라면 내가 몰랐을 리 없을 텐데…….’

현재 돈킹이 버스를 운영하는 구간은 실버에서 골드 사이.

이 구간대의 유명한 유저들이나 버스 기사들은 모두 꿰뚫고 있는 돈킹이다.

하지만 김시문이라는 이름은 전혀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때.

“맞아!”

아까 시문의 말이 돈킹의 머릿속을 스쳤다.

‘내 귀한 시청자께서 방금 미션을 걸어 주셔서.’

“그 자식! 분명 미션을 받았다고 했었지.”

처음엔 단순한 자존심, 허세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당하고 나니 생각이 180도 달라졌다.

“방송! 방송이 있을 거야!”

돈킹은 서둘러 스마트폰을 켰다.

2015년 이후로 인류의 필수 요소가 된 갤럭시 아레나 전용 방송 플랫폼 ‘아레니아’.

돈킹은 아레니아를 켜고 서둘러 검색 기능을 사용했다.

‘설마 비공개 방송은 아니겠지?’

갤럭시 아레나 측이 비각성자들도 시청할 수 있게 만든 방송 플랫폼이지만.

스트리머가 지정한 이들만 볼 수 있는 비공개 방송 기능도 있었다.

다행히도 비공개 방송은 아니었던 걸까?

“찾았다!”

기도에 기도를 거듭하던 돈킹은 김시문의 방송을 찾아냈다.

그러나.

[김시문 랭크 미지정(Unranked). 3명 시청 중.]

“어, 언랭? 언랭이라고?!”

돈킹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어디 유망주거나 자신과 같은 패작러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배치고사도 치르지 않은 뉴비라니?

“…….”

뇌가 마비되는 기분.

그러나 그런 머리의 상태와는 다르게.

돈킹의 손가락은 곧장 화면을 터치해 시문의 방송에 입장했다.

들어오자마자 펼쳐지는 광경은 뻔했다.

“사, 살려 줘!”

“미친! 장비도 없는 놈이 뭐가 이리 세!”

학살.

돈킹과 같은 버스 기사는 더 없는 것일까.

방송 화면은 시문의 이동에 따라 어둑한 폐광의 통로가 훅훅 스쳐 지나가며.

“커헉!”

“보, 보호막이! 아악!”

권기도 실리지 않은 주먹질로 플레이어들은 쓸어버리고 있었다.

“미친…….”

그 화려한 움직임에 돈킹의 입이 쩍 벌어진다.

‘이 녀석, 무투 수준이 미쳤잖아?’

자신을 압도했던 시문의 실력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도 파악했다.

그럴 수밖에.

‘방금 그 거리에서 돌려차기를 쓴다고?’

‘여기서 팔꿈치로 이단 타격이 돼? 아니, 대체 스탯이 어떻게 되길래…….’

‘저건 또 무슨 심리전이야? 설마! 허수의 개념을 벌써 알고 있는 거야?’

이렇게 버스 기사 노릇을 하고 있지만, 한때 다이아를 노리던 격투계다.

그런 돈킹의 입장에서.

‘동작 하나하나가 공방의 묘리, 그 이상의 상승 무리가 섞여 있어…….’

시문이 내미는 주먹 하나, 내딛는 보폭 하나에 담긴 수준이 고스란히 보이는 것이다.

그 움직임은.

‘대체 뭘 익힌 거지?’

나름 다이아 승급을 노리던 격투계인 돈킹도 이해하기 난해한.

아니지.

애당초 개념조차 꿰뚫기 힘든 무언가였다.

더군다나.

‘이렇게 어두운데. 적은 또 왜 저렇게 잘 찾는 거야?’

폐광 맵은 일종의 개미굴처럼 복잡한 미로 형식을 갖추고 있었고.

중간중간 횃불조차 없는 절대 암전.

일명 블랙존이 존재했다.

한데 시문의 방송 화면은 블랙존에서도 쉬지 않고 계속 움직였다.

보이지도 않는데 그걸 어떻게 아냐고?

“컥! 어, 어떻게 여길!”

어두운 곳에 유리한 특성을 지닌 플레이어들의 비명이 계속 터져 나왔으니까.

‘심지어 블랙존에 진입하고도 움직임이 느려지질 않아…….’

그래.

마치 꼭 이 시커먼 폐광 속이 훤히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이게 언랭이라고?’

아직 배치고사도 보지 않은 언랭.

다른 말론 아레나를 10판도 채 돌지 않은 유저라는 말이 되는데.

‘거짓말이지? 이게 가능이나 한 일이야?’

차라리 인생 2회 차인 플레이어라고 해라.

그게 더 신빙성이 있겠다.

그렇게 헛웃음을 흘리던 돈킹은 의아함을 느꼈다.

“잠깐. 그러고 보니…….”

분명 입장 전에 시청 중인 시청자가 3명이라고 적혀 있던 거 같은데.

“왜 아무도 채팅을 안 치지?”

고개를 갸웃한 돈킹은 한동안 채팅창을 응시했다.

방금 등 뒤의 기습을 귀신같이 받아친 반격은 같은 격투가인 돈킹이 봐도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왔으나.

-…….

채팅창엔 어떤 채팅도 올라오지 않았다.

“뭐, 김시문 자체도 채팅창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눈치긴 한데…….”

미션까지 걸어 줄 시청자면 뭐 어떻게든 존재감을 보여 볼 법도 하거늘.

채팅창은 왜 이리 조용하단 말인가?

잠시 고요한 채팅창을 더 지켜보던 돈킹은 손가락을 움직였다.

-저기요, 아무도 없습니까?

황량한 채팅창에 첫 줄을 올린 돈킹.

이어.

-오오, 돈킹 아닌가? 안 그래도 할 말이 있었는데, 연이 이렇게 닿는군.

한 줄의 채팅이 올라왔다.

“엇? 이 사람은!”

익숙한 아이디를 확인한 돈킹은 서둘러 채팅을 쳤다.

-후연룡 님 아니십니까?

-반갑네. 방종을 너무 빨리해 말할 타이밍을 놓쳤는데, 잘됐군.

-아! 환불이라면 오늘 안에 계좌로 해 드릴 예정입니다.

-환불은 필요 없네. 용건은 개인 DM으로 보내 놨으니 나중에 확인만 해 주게나.

-아이고! 역시 후연룡 님이십니다. 꼭 확인하겠습니다!

환불을 거절하는 후연룡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돈킹.

그는 시청자 수를 다시 확인했고 자신을 포함해 5명임을 알 수 있었다.

‘잠깐. 그럼 내가 입장하고 좀 있다가 후연룡 님이 입장했다는 말인데?’

그럼 여전히 앞에 접속해 있던 3명은 채팅창을 쓰지 않고 있다는 말 아닌가?

그때.

-성좌 제우스: 시끄럽군.

-성좌 천마: 그러게 말일세.

범상치 않은 닉네임의 채팅들이 올라왔다.

당연히 돈킹은.

-?

물음표를 칠 수밖에 없었다.

-허참…… 이런 콘셉트는 또 처음 보는구먼.

이어지는 후연룡의 채팅 역시 어이없는 감정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당연했다.

애당초 채팅에 이름이 붙어 나오는 건 해당 방송의 매니저들뿐이었으니까.

또한 시청자가 적은 방송인들 특성상.

몇 없는 시청자라도 잡기 위해 매니저라는 직분을 쉽게 던져 준다.

돈킹 역시도 방송 초반부엔 그렇게 고정 시청자들을 모았다.

하지만.

“이거 완전 또라이였잖아? 무슨 매니저 이름에 성좌를 써 붙여 놔?”

매니저들의 닉네임을 모두 성좌로 써 두다니.

이건 좀 아니지 않은가?

이 어처구니없는 마음을 그대로 담아.

-님들, 닉이 다 왜 그럽니까?

돈킹은 채팅을 쳤다.

-혹시 어그롭니까? 무슨 닉을 성좌인 양 써 두세요?

-성좌 제우스: ?

-성좌 천마: ?

잇달아 물음표가 올라왔지만, 그렇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은가?

당장 성좌의 선택을 받은 플레이어들은 랭크를 막론하고, 어마어마한 시청자 수를 몰고 다닌다.

한데 매니저란 자들이 성좌라는 닉네임을 버젓이 달고 있다니?

“모르는 척이라니. 하! 이거 진짜 개악질이잖아?”

누가 봐도 어리숙한 시청자들을 낚으려는 수작질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비록 스스로도 버스 기사를 하는 입장이지만.

성좌 사칭은 정말 도를 넘었다.

그렇게 생각한 돈킹은 열심히 손가락을 놀렸다.

-모른 척 지리네 진짜 ㅋㅋ. 채팅 멈춘 거 보니 양심은 있나 보죠?

여전히 묵묵부답인 채팅창.

-좀 있으면 제 시청자들도 몰려올 텐데, 이런 짓을 하다…….

그에 계획적인 어그로임을 확신한 돈킹이 뭐라 채팅을 더 이어 가려 할 때.

-성좌 검은 염소: 뭐 X발아?

그동안 아무 말 없던 마지막 시청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 * *

“크헉!”

비명과 함께 쓰러지는 갑옷의 남성.

그 두꺼운 갑옷의 가슴 부분엔 주먹의 형태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정확히는 박혀 있다고 해야겠지.

“이걸로 마지막인가.”

그 원인인 남자, 시문은 주먹을 가볍게 털며 아레나 보드를 열었다.

1위 – 김시문 20킬.

2위 – 박세찬 3킬.

3위 – 최…….

“20킬이라…….”

킬 수를 확인한 시문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여유 좀 부려도 1등이 뒤집힐 참사는 없겠어.”

어차피 남은 생존자들은 20명도 되지 않으니.

지금부터 가만 손 놓고 있어도 등수를 강탈하지 못하리라.

‘이러면 천마도 만족하려나?’

시문은 미션창을 열어, 아레나 초반부에 성좌 천마가 건 미션을 확인했다.

[미션]

-성좌 천마는 천마신공을 익힌 당신의 패도를 보고 싶어 합니다.

이번 서바이벌에서 천마신공으로 ‘물러섬 없는 패도’를 보여 주세요.

보상 : 업적 포인트 500

굉장히 심플한 내용의 미션.

1등을 하라는 것도, 압도적인 킬 수를 달성하라는 것도 아니었으나.

시문에겐 그런 조건의 미션들보다 더 어렵게 다가왔다.

‘원래 객관식보단 주관식이 더 어려운 법이니까.’

누가 무인 아니랄까 봐.

참으로 추상적인 미션에 시문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 마냥 어렵게 고민할 미션은 아니지.’

‘패도’라는 단어를 썼지만.

결국 김시문이라는 존재가 지닌 능력을 보여 달라는 이야기일 터.

‘지금까지 보여 준 거로 만족하겠지.’

양학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킬 수와 1등.

더불어 이 구간대의 강자인 버스 기사 돈킹까지 물러섬 없이 잡아냈으니, 보여 줄 건 다 보여 줬다.

더군다나 시문은 무림인이 아닌 연금술사 아닌가?

이만하면 미션 완료가 될 것이다.

라고 생각했지만.

“쩝. 아직 부족하다 이건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메시지창에 시문은 입맛을 다셨다.

‘뭐, 아레나가 끝날 땐 완료가 되겠지.’

그때.

“음?”

멀지 않은 곳에서 작은 반짝임이 시문의 시야에 포착되었다.

‘저게 뭐지?’

지금 이곳은 폐광 맵에 유명 지역인 블랙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곳이었으나.

시문에게는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문아울의 신체조직]

완성도 : 13%

연성된 문아울의 신체조직.

문아울의 신체 능력을 재현할 수 있다.

바로 올빼미류의 몬스터인 문아울.

인체 연성을 통해 문아울의 신체조직을 눈에 연성한 것이다.

덕분에 색상을 구분하기는 다소 힘들어도.

야간 투시경처럼 어두운 곳도 훤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시야에 유독 저곳만이 반짝이고 있는 것이다.

‘가 볼까.’

[블랙팬서의 신체조직]을 연성해 단번에 그곳까지 가뿐히 도달한 시문은 반짝이는 물체를 확인했다.

“어디 보자…… 은색이 드문드문 있는 걸 보면 은광석인가?”

-오, 오빠?

물체를 살피던 와중 익숙한 이명이 잘게 떨려 왔다.

-이거 설마…… 그거 아냐?

현자의 돌이었다.

“그거?”

-그, 그거 있잖아! 그거!

한껏 달아오른 현자의 돌의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하는 시문.

이내 은치고 지나치게 밝고 깔끔한 모습에 정신이 번뜩였다.

“아!”

무언가 떠오른 것일까.

시문은 서둘러 반짝이는 물체를 파냈다.

여타 광석들이 그렇듯.

여러 불순물이 섞여 있는 은광석이다.

하나 선명하다 못해 환한 은색은 분명 시문이 알고 있는 ‘그 광물’이었다.

시문은 침을 꿀꺽이며 정보창부터 확인하려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거 만약 정보창을 지닌 물건이면…….’

지구로 가져 나갈 수 있다.

맵의 구성 요소가 아닌 획득이 가능한 아이템으로 치부되니까.

아니나 다를까.

스륵.

시문의 눈앞으로 떠오르는 정보창.

-오빠, 어때? 맞아? 응?

‘그래, 맞아.’

-꺄흥! 웬일이래니! 오빠, 얼른 챙겨!

시문은 조심스레 그것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폐광에서 이걸 얻을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나도나도! 이딴 폐광에 이런 귀한 녀석이 잠들어 있을 줄이야! 오빠? 빨리 쓸어버리고 나가서 제대로 확인하자.

‘그래.’

졸지에 얻은 득템에 기분 좋게 몸을 돌리던 시문의 시야에.

‘음?’

또 다른 빛이 반짝였다.

이번엔 폐광에서 나는 빛이 아니었다.

시야 한쪽 구석에서 유난히 반짝이는 붉은 점.

‘저건…….’

회귀 전에도 방송 경험이 없는 시문이었으나.

저것이 채팅창의 알림이라는 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맞아, 나 방송을 켜 뒀었지.’

스트리머 돈킹을 처리한 이후.

혹시나 미션 클리어가 될까 싶어, 채팅창을 통해 천마의 반응을 슬쩍 확인했던 시문이었다.

그 과정에서 세 성좌에게 매니저 권한을 쥐여 준 건 덤이었고.

이유는 별거 아니었다.

‘왕들의 픽 조건은 유지해야지.’

고작 매니저 권한으로 성좌의 마음을 흔들 수나 있겠냐마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뭐라도 하는 게 낫지 않는가?

해서 세 성좌 모두에게 권한을 쥐여 준 것이었는데.

-ㅅㅂ! 보내려면 보내 봐라! 이 성좌 코스프레충들아!

-내 말이! 강퇴로 우리 털어 봐야 어차피 욕먹는 건 너희들이야!

-내가 진짜 별의별 방송은 다 봤지만, 성좌 코스프레하는 또라이들은 처음 본다!

-쳐내 봐! 해 보라고!

시문의 채팅창은 어느새 지옥으로 변해 있었다.

“이, 이게 뭐야?”

생전 처음 보는 채팅창의 열기에 시문의 입이 쩍 벌어진다.

하나 그가 놀랄 틈도 없이.

-성좌 검은 염소: 오냐, 이 불경한 개잡것들아! 싹 다 쳐 내 주마!

[매니저 ‘성좌 검은 염소’가 dlrjfcuqhrpTdj 님을 강퇴하였습니다.]

[매니저 ‘성좌 검은 염소’가 tjfakdkslwl 님을 강퇴하였습니다.]

[매니저 ‘성좌 검은 염소’가…….]

-성좌 제우스: 미친년답게 시원하군. 이런 부분은 마음에 들어.

이 지옥에 어울리는 학살극이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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