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18화 (18/349)

제18화

18화. 마기 (3)

‘왜 그래?’

운기 중이었기에 입을 열지 않고 의사를 전달하는 시문.

-말 그대로야. 단전을 꼭 배꼽 아래에 만들어야 해? 아니, 애초에 단전이라는 게 필요해?

잠시 할 말을 잃은 시문.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탓이었다.

-들어 봐. 결국 단전이라는 건 기를 효율적으로 저장, 사용하기 위한 일종의 응집체잖아?

‘그렇지.’

-근데 뭐 하러 배꼽 아래로 가? 오빠는 이미 이 세상 최고의 응집체를 가지고 있잖아.

그게 뭔데?

라는 멍청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

신화급 무기 연성부터 지식의 흡수까지.

현자의 돌은 최고의 응집체라 부르기 손색이 없었으니까.

‘확실히, 현자의 돌 널 단전으로 삼아도 상관없겠네.’

오히려 더 좋을 것이다.

현자의 돌은 귀속되던 그때부터.

시문의 몸 전체에 뿌리를 내렸고, 융합된 옵시디언 태블릿 역시 그것을 사용 중이지 않은가?

‘오히려 단전보다 낫겠어.’

-그렇지. 거기에다 천마신공을 익혔다 해도 오빠는 결국 연금술사잖아. 근본을 잊으면 안 돼.

그 말이 시문의 정신을 일깨웠다.

‘그래. 난 연금술사지.’

갤럭시 아레나가 시작되고 전생부터 지금까지.

연금술은 여전히 천대받는 영역이었으나, 시문에게만큼은 아니었다.

‘내 인생을 바꾼 건 연금술이다.’

회귀도, 마력불능도, 그리고 이 천마신공도.

결국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연금술이었다.

그것을 깨닫자 정신이 한층 맑아지는 걸 느꼈다.

‘고맙다. 덕분에 하나 깨달았어.’

-헤헤!

헤실거리는 녀석에게 속으로 웃어 준 시문은 다시 천마신공의 구결을 운용했다.

‘그럼 부탁할게.’

-부탁할 것도 없어. 마기고 자시고, 이 몸에겐 한낱 조교 대상에 불과하다고?

자신 있게 답하는 현자의 돌.

피식 웃은 시문은 단전으로 향하던 마기를 가슴 중앙으로 이동시켰고.

-어쭈? 가만있지 못해?! 꼴에 마기라고 개기냐?

현자의 돌은 기다렸다는 듯.

주변으로 모여든 마기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얼마 가지 않아.

[마기를 성공적으로 흡수하셨습니다.]

[특수 스탯 마기를 획득합니다.]

시스템이 마기 스탯이 획득되었음을 알려 왔고.

시문은 천마신공의 구결을 단전 대신 현자의 돌을 중심으로 운용했다.

[단전이 성공적으로 현자의 돌과 융합합니다.]

[현자의 돌의 영향으로 마기가 연성력에 귀속됩니다.]

‘귀속되었다고?’

운기를 끝낸 시문은 곧장 상태창을 열었다.

[상태창]

칭호 : 연금술의 선구자 (외 2)

계통 : 마법계

레벨 : 7

소속 : 대한민국

힘 : 6

민첩 : 6

체력 : 7

연성력 : 17

-마기 : 8

잔여 스탯 : 0

보유 특성 – 현자의 돌 (E)

달라진 상태창.

힘민체는 영약의 영향으로 각 2씩 증가되어 있었다.

시문의 시선은 새로 추가된 마기 스탯을 향했다.

‘이게 귀속된 스탯의 형태구나.’

귀속된 스탯을 보는 건 처음이었으나, 이해가 어렵진 않았다.

그때.

“음? 아니!”

시문의 눈이 부릅뜨인다.

그의 시선은 마기 옆의 숫자를 향했다.

“막 얻은 스탯인데 벌써 8이라고?!”

홉고블린의 혈청을 잠식한 마기가 많은 양도 아니었거늘.

질도 그리 좋지 않았다.

한데 8스탯이나 된다니?

시문은 이 현상의 원인을 대번에 깨달았다.

“그렇군. 귀속된다는 게 표기 위치만이 아니라…….”

-맞아. 스탯에도 영향을 줘. 공생이 아닌 귀속 관계니까.

“그럼 저 8스탯은…….”

시문의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갔다.

‘현재 내 연성력은 17이니까, 마기 스탯이 8이라는 건…….’

대충 연성력의 ‘절반’ 정도.

“하.”

계산을 끝낸 시문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렸다.

그럴 수밖에.

‘완전 초대박이다!’

사실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새로운 스탯을 얻는 게 마냥 좋은 일은 아니었다.

‘스탯 하나 올리기가 얼마나 힘든데!’

해당 스탯에 새로운 투자를 해 주어야 했으니까.

애당초 기본적인 스탯의 성장 자체가 무척이나 어려웠다.

별도의 수련이나 영약 섭취로 스탯 증가가 가능하다지만.

그조차 피땀 흘리는 수행과 내성을 보완하는 상위 영약이 받쳐 줘야 했다.

결국 가장 빠르게 스탯을 성장시키는 방법은 레벨업에서 얻는 잔여 스탯인데…….

‘그걸론 턱도 없이 부족하지.’

알다시피 레벨당 잔여 스탯은 1씩 주어진다.

괜히 시문이 업적 상점의 스탯 구매에 눈이 돈 것이 아니란 말이다.

한데 그런 스탯을 1, 2도 아니고.

‘시작부터 무려 8이나 땡겨 버릴 줄…… 잠깐.’

기쁨에 몸을 부르르 떨던 시문의 움직임이 뚝 멈춘다.

“저기, 현자의 돌?”

-응, 오빠. 왱?

이내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사람처럼 아주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연성력이 성장하면…… 마기 스탯도 같이 오르는 거야?”

-당연하지! 내가 오빠의 성장에 영향을 받는 거랑 비슷하다 보면 돼. 결국 귀속 관계니까.

“아.”

시문의 입가에 함박웃음이 어린다.

그것을 본 현자의 돌은 흐뭇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흐흐! 그래도 만능은 아니다? 반올림은 적용되지 않거든. 스탯은 무조건 짝수를 맞춰야 돼.

“그걸로도 충분해! 요 복덩아!”

-그렇게 좋아? 그럼 나 쓰다듬어 줘!

아주 죽도록 쓰다듬어 주마!

시문은 환희가 가득한 손짓으로 가슴 중앙을 마구 문질렀다.

‘연성력만 올려도 마기가 복사가 된다고!’

당장 마기를 잔여 스탯으로 환산해도 8레벨의 가치를 지닌다.

7레벨인 자신이 15레벨은 되어야 얻을 수 있는 스탯이란 말이다.

심지어 계속 성장할수록 그 가치는 커질 터.

‘이거 다음 아레나가 기대되는데?’

현 7레벨에서 8이라는 수치의 스탯은 어마어마한 효율을 가져온다.

“흐흐!”

시문은 절로 흘러나오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고.

-하아앙! 존잘의 손길에 마구 눌려져 버렷!!

그건 시문의 기쁨을 느낀 현자의 돌 역시 마찬가지였다.

* * *

[갤럭시 아레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번 아레나의 종목은 ‘서바이벌’이고, 참가 인원은 100명입니다.]

[인원이 모두 보이면 아레나가 시작됩니다.]

눈앞으로 떠오르는 일련의 알림창들.

그것을 확인한 짧은 머리칼의 남성.

“아, 서바이벌이네. 짜증 나게.”

스트리머 돈킹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쩌겠음. 여긴 심해인걸.

-ㄹㅇ ㅋㅋㅋ. 괜히 심해 3종 세트라 불리겠음?

-그래도 1/3확률인데. 얜 뭐 큰손만 들어오면 이러냐? 운도 오지게 없네 ㅋㅋ.

시청자들의 반응 역시 돈킹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디펜스, 오펜스, 서바이벌.

브론즈, 실버 랭크는 물론.

본격적인 플레이어의 시작이라는 골드 랭크에서도 자주 매칭되는 종목들이다.

덕분에 사람들 사이에선 심해 3종 세트로 불렸다.

“어허, 여러분들. 발언 조심해 주세요. 서바이벌은 상위 랭크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종목입니다.”

-맞지, 맞지. 오늘 심해의 큰손들을 모셨는데, 다들 발언 조심하라구!

-역시 돈 앞에선 장사 없네. 어젠 심해 3종을 그렇게 까더니 ㅋㅋㅋ.

-돈킹은 돈미새~~.

주르륵 올라오는 시청자들의 반응.

그러나 애당초 돈킹의 방송이 어떤지 알고 있는 시청자들이었기에.

채팅창은 적당한 선에서 농담만 오가는 형태를 이루었고, 이 이상 랭크를 비하하는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하여간에, 우리 시청자들은 뇌절을 안 해서 좋다니까.’

그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은 돈킹은 몸을 돌렸다.

“자. 그럼 손님들?”

그곳엔 돈킹과 달리.

“아시겠지만, 서바이벌 종목은 버스 운영에 가장 최악인 종목입니다.”

다소 허술한 차림의 플레이어 셋이 자리하고 있었다.

“보시다시피 지금 우리 파티도 풀렸잖습니까?”

“뭐야? 진짜잖아?”

“이런 씨! 천만 원이나 냈는데! 이거 어쩔 거예요? 예?!”

손님으로 불린 플레이어 중 2명이 오만상을 찡그리며 짜증을 표출했다.

-손님들 뿔났누. ㅋㅋㅋ

-돈킹 어쩌냐. 환불각?

-ㄴㄴ. 환불을 왜 함? 애초에 종목은 랜덤이잖아. 그거 알고 버스 받는 거 아님?

-뭐래 병X이. 버스비 싸게 받은 것도 아니고. 천만 원이면 기존가 두 배가 넘는 돈임.

-왜 욕질임? 네가 돈 냈음?

분개하는 손님들의 반응에 다시 활발해지는 채팅창.

돈이 관련되어서일까?

채팅창은 순식간에 환불과 버스비 내용으로 불타올랐다.

당연히 방송을 확인하고 있던 손님들의 얼굴 역시 불안감으로 번져 갔다.

“자자, 다들 진정하세요. 손님분들도 채팅창 너무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돈킹은 서둘러 채팅창을 진정시키며, 불안해하는 손님들을 향해 차분히 말했다.

“어차피 서바이벌 보상은 등수별로 나뉩니다. 100인이니 최소 보상이 50등부터고 최고 보상이 1등이겠네요.”

돈킹의 설명에 유일하게 침묵을 지켜 오던 중년의 손님이 입을 열었다.

“그 말은 우리를 1등부터 3등까지 만들어 주겠다는 건가?”

“제대로 보셨습니다! 역시 연륜이 있으시니 이해가 남다르시네요.”

입에 침 한번 안 바른 장사꾼처럼.

돈킹은 비즈니스 미소를 한껏 머금고 답했다.

“저 돈킹, 버스비는 비싸지만 값어치는 확실히 합니다. 그건 여기 시청자분들도 인정하시죠.”

-고럼. 얘가 돈미새라 그렇지 실력은 확실함.

-애당초 다이아 노리던 새끼가 심해 내려와서 노는데 실력이 부족할 수가 있음?

-버스 기사에 자부심을 느끼는 우리 돈킹! 참 대단해~.

중년의 손님 역시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자네의 실력을 알고 맡긴 거긴 하네. 다른 버스들과 클리어 확률부터 다르니까.”

“하하! 이렇게 대놓고 금칠을 해 주시니 좀 쑥스럽네요.”

사람 좋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는 돈킹.

그에 다른 손님들이 물었다.

“그럼 우리를 어떻게 1등부터 3등까지 만들어 준다는 거예요?”

“별거 없습니다. 티밍을 맺으면 되죠.”

“티밍? 하지만 그러면 우리 평판만 나빠지잖아요.”

“그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돈킹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일종의 동굴.

드문드문 횃불이 걸려 있긴 했으나 전체적으로 어두운 굴 형태의 지형이었고.

돈킹은 익숙하게 벽면을 짚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폐광 맵 같은데, 뒤쪽에 잘 숨어만 계시면 티밍을 눈치채긴 어려울 겁니다.”

“확실히 그렇겠군. 이 랭크대에 기척 감지가 뛰어나지도 않을 테고.”

중년의 손님이 고개를 끄덕이자, 돈킹이 제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버스 방식은 간단합니다. 제가 싹 쓸어버리고, 딱 저희 4명만 남았을 때 깔끔하게 자살하겠습니다.”

“그럼 우리 3명이서 등수를 결정지어라?”

“그렇죠. 다들 버스비는 균등하게 내셨으니, 등수까지는 제가 손댈 수 없지 않겠습니까?”

돈킹의 논리정연한 말에.

-키야! 우리 돈킹, 프로 정신 으마으마하쥬?

-맞는 말이긴 함. 버스비 다 똑같이 냈는데 등수를 돈킹이 정해 주면 안 되지.

-그럼 뭐야? 손님들끼리 싸우는 거야?

-ㄷㄷ 진짜들의 대결이잖아?

-그걸 못 보다니. 너무 아쉬운데 ㅋㅋㅋ.

-손님들! 갠방송 좀 열어 줘요! 꼭 보고 싶습니다!

채팅창이 다시 한번 범람했다.

이어.

파앗.

작은 빛과 함께 멀지 않은 곳에 한 남성이 나타났다.

그를 확인한 돈킹의 눈가가 호선을 그렸다.

“이야, 이거 운이 좋네요. 퍼킬을 날로 먹겠습니다.”

-ㄹㅇ ㅋㅋ. 먹이가 대놓고 나타나네.

-심지어 갑빠랑 무기도 없네?

-쟨 개억울하겠다 ㅋㅋㅋ.

-잘 먹을게, 꺼~~~억!

돈킹의 미소와 함께 시청자들이 줄지어 안타까움을 표한다.

물론 버스 방송들의 흔한 채팅창들이 그렇듯.

안타까움을 가장한 조롱이 대부분이었다.

[참가 인원이 모두 매칭되었습니다.]

[지역은 ‘식어 버린 폐광’입니다.]

메시지창과 함께 지하 특유의 답답한 공기가 코 속으로 스며든다.

돈킹은 그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곤 말했다.

“후우. 그럼 손님분들? 뒤에 잘 숨어 계세요.”

“알았어요.”

“알겠네.”

손님들은 재빨리 거리를 벌리곤 주변 엄폐물을 찾아 숨었다.

그들이 모두 숨었음을 확인한 돈킹은 주먹을 말아 쥐었다.

스륵.

마치 맞춤제작을 한 반지처럼.

검은색의 너클이 그의 양손을 부드럽게 감아 왔다.

‘확실히 비싼 건 촉감부터 다르다니까.’

생활계 협회 측에 무려 8천만 원이나 주고 맞춤 제작한 너클.

그 값어치답게, 너클은 주먹을 쥐는 것만으로도 큰 만족감을 선사했다.

‘이래서 내가 버스를 못 끊어.’

클리어 보상만 찔끔찔끔 받아 언제 이런 장비를 맞추겠는가?

그렇다고 거대 길드 밑에서 족쇄 차고 사는 것은 사절이었다.

[아레나를 시작합니다.]

[모든 적을 섬멸하십시오.]

아레나의 시작 알림이 뜨자.

사람 좋게 웃던 돈킹의 눈빛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그 눈이 향하는 곳은 당연히 멀지 않은 곳에 소환된 후드티의 남성.

“그럼…….”

타앗.

순식간에 땅을 박차고 나아가는 돈킹.

어둑한 주변 폐광의 풍경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간다.

소리를 들었는지.

이제야 고개를 돌리는 회색 후드티의 얼굴에.

“잘 먹겠습니다!”

돈킹은 따끈따끈한 신상 너클을 쑤셔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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