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9화 (9/349)

제9화

9화. 배치고사 (1)

“X발? 지금 저한테 욕한 겁니까?”

“그래, 이 X발 놈아. 그럼 뭐라고 할까? 개X끼라고 하냐? 엉?”

고압적인 분위기로 연신 욕을 내뱉는 짧은 머리의 남성.

그에 김시문은 헛웃음을 흘렸다.

‘오자마자 이건 또 무슨…….’

아레나에 입장하자마자 욕이라니?

보아하니 협동 조건의 오펜스 같은데.

시작부터 시비를 틀고 있으니 이건 뭐 답이 없었다.

문제는.

-뭐 X발? 아스팔트에 수차례 갈린 존못이 누구보고 X발이래!

저 남자의 시비만이 아니라는 거다.

-오빠! 당장 손가락 들어 봐!

가슴 정중앙에서 거친 이명과 함께 쏟아지는 음성.

다소 여린 소녀의 목소리였지만, 그녀가 쏟아 내는 말은 그렇지 않았다.

-내 저 존못의 면상을 아주 갈가리 찢어서 그대로 튀겨…….

‘자자, 진정해.’

시문은 머리를 쓰다듬듯.

가슴을 부드럽게 쓸었다.

-아잉~! 다정하게 만져 버리면 나 어쩌라궁! 웅?!

분명 쓸어 준 것은 가슴이건만.

속이 쓰려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아, 이럴 줄 알았으면 옵시디언 태블릿의 융합은 어떻게든 막았을 텐데…….’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는 거친 어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현자의 돌.

옵시디언 태블릿과 융합하며 달라진 건, 현자의 돌의 등급과 레벨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현자의 돌에 작은 변화가 생깁니다.]

‘그 작은 문구가 이렇게 무서운 것이었을 줄이야.’

그렇다.

옵시디언 태블릿과 융합하며 현자의 돌은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흐으응! 존잘의 손길! 넘모 좋앙!

다소…… 난해한 형태로 말이다.

하나 어쩌겠는가.

이미 일은 벌어진 것을.

-후욱! 더! 더 만져 줭!!

연달아 이어지는 현자의 돌의 해괴한 목소리.

시문은 곧장 제 가슴에서 손을 떼고, 잠시 눈을 감으며 혼미해지는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게 겁을 먹은 거라고 판단한 것일까?

“꼴에 주제는 아나 보네. 야, 쫄았냐? 어?”

눈을 희번덕거리며 뜨는 최기열.

그러나 여전히 눈을 뜨지 않는 시문의 모습에.

“기열아, 물어볼 게 뭐가 있냐? 딱 봐도 개쫄아 있구만!”

“푸핫! 장비를 보니 길드도 없는 놈 같은데?”

뒤에 있던 최기열의 파티원들도 한마디씩 보태며 비웃음을 걸쳤다.

“지금까지 마음 약한 호구들 만나서, 장비도 없이 버스 좀 탔는지 모르겠는데, 이 최기열님은 호구가 아니거든?”

“그거 때문이었습니까?”

어느새 눈을 뜬 시문이 흔들림 눈빛으로 최기열을 바라봤다.

“장비 때문이라면 오해입니다.”

“오해?”

“애당초 장비는…….”

쿵.

강렬한 폭음과 함께 자욱한 흙먼지가 피어오른다.

시문에게.

정확히는 시문이 있던 자리에 처박힌 둔기, 모닝스타에서 파생된 흙먼지였다.

“이 새끼가 진짜 돌았나.”

모닝스타를 내려찍은 최기열은 시퍼런 눈으로 백스텝을 밟은 시문을 노려봤다.

“오해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지금 누굴 병X으로 보냐?”

으르렁거리는 최기열.

그에 시문은 잠시 그를 응시하더니 말했다.

“……최기열이라고 했습니까? 당신, 재밌네요.”

“웃어? 장비도 안 끼고 아레나에 온 날먹 새끼가!”

시문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 구간은 보통 브론즈, 이번 종목을 따져 보면 높아 봐야 실버 수준 아닙니까?”

“그거랑 네가 장비도 안 낀 날먹충이라는 게 뭔 상관인데?”

“이 랭크대의 마법계나 보조계라면 장비가 없는 경우가 많죠. 보아하니 아레나 좀 뛰신 거 같은데, 그것도 모릅니까?”

“…….”

시문의 말에 최기열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사실이었으니까.

마법계나 보조계의 경우 그 장비값이 전투계에 비해 상당히 비싸다.

특히 마법계는 타 계통을 통틀어 가장 낮은 인구 비율을 자랑한다.

당연히 마법계 장비는 귀했고.

이 랭크대의 마법계들에겐 어지간한 지원 없인 꿈도 못 꾸는 게 마법계 장비였다.

물론 튜토리얼부터 나름 승승장구해 온 최기열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글쎄.”

최기열은 노려보는 눈 그대로 입가를 비죽 끌어 올렸다.

“난 잘 모르겠는데?”

“역시. 애당초 제 장비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군요.”

“세상 좋다? 장비도 없는 새끼가 캐리맨 앞에서 따박따박 주둥이나 놀리고.”

그런데도 장비를 트집 잡으며 이토록 공격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뻔했다.

시문은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최기열을 바라봤다.

‘아레나 보상을 독차지할 속셈이구나.’

이번 아레나는 높은 MMR 덕에 실버부터 나오는 오펜스 종목이다.

더불어 5인 협력으로 50명의 제한을 붙인 거라면.

그 난이도는 일반적인 실버 랭크의 오펜스와는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뜻.

반대로 그만큼 클리어했을 때의 보상이 높다는 뜻이 된다.

‘날 처리해서 아예 보상을 나눌 팀원을 줄이고 싶은 거야.’

협력 종목의 특징 중 하나가 클리어 구성원이 적을수록 그 보상이 높아진다는 것.

정확히는 탈락한 구성원의 보상을 클리어 인원에게 몰아주는 식이었다.

물론 생존자가 많을수록 보상이 커지는 경우도 제법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쯧. 들어오자마자 귀찮게 됐네.’

시문은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보통 마법계나 보조계가 팀원으로 매칭되면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귀한 계통인 만큼 아레나의 클리어 난이도를 확 낮춰 주니까.

반대로 이렇게 경계하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킬을 쓸어 갈까 봐 그런 거겠지.’

점령전과 달리.

오펜스는 킬을 제외한 공헌도 수급이 거의 없다.

최기열은 그런 상황에서의 광역 마법을 경계하는 것이다.

킬을 쓸어 담기 딱 좋은 기술이니까.

‘여기까지 볼 줄 아는 놈이면, 아레나를 제법 굴러먹었다는 건데…….’

최기열을 훑던 시문의 시선이 그의 갑옷에서 멈췄다.

“당신, 전갈 길드였군.”

“이것 봐라. 이젠 말도 짧아진다?”

“인간도 아닌 놈한테 끝까지 대우해 주는 머저린 아니라서.”

그 말에 최기열의 얼굴이 대번에 굳는다.

뒤에 있던 두 길드원도 마찬가지였다.

“저, 저 새끼가 지금 뭐라고!”

“날먹충 주제에, 지금 아가리가 열려?!”

그런 3인방을 보며 시문은 미간을 찌푸렸다.

“날로 먹는다는 억지 프레임 씌우고 보상 독식하려는 거, 너무 저급하지 않나?”

“날먹충 주제에 X랄을…….”

어느새 한 발 내디딘 최기열이 모닝스타를 치켜들었다.

“해라!”

민첩이 꽤 높은 걸까?

둔기라는 무기의 특징에 맞지 않게.

최기열의 모닝스타는 빠른 속도로 시문의 머리를 노렸다.

순간 시문의 가슴에서 현자의 돌의 말이 울렸다.

-오빠, 설마 이대로 맞아 줄 건 아니지?

‘그럴 리가. 준비나 해.’

-히히! 그럴 줄 알았어. 난 또 생긴 만큼 마음도 너그러우면 어쩌지 싶었자넝!

현자의 돌의 넉살에 시문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착해 빠진 동생 녀석이라면 모를까.

‘난 아냐.’

시문의 시선이 날아드는 모닝스타를 향한다.

시문의 오른손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어.

따악.

왼손의 손가락이 튕겨지는 순간.

터억!

모닝스타의 몸체가 시문의 손에 붙잡혔다.

“무, 무슨!”

최기열의 눈이 부릅떠진다.

마법계인 시문이 자신의 모닝스타를 맨손으로 막아 내서가 아니었다.

물론 그것도 굉장히 놀라운 부분이긴 했으나.

진짜는 따로 있었다.

‘이럴 수가…….’

최기열은 자신의 눈과 마찬가지로 부들부들 떨리는 모닝스타를 바라봤다.

튜토리얼부터 매번 순위권을 기록해 오던 최기열이었다.

A급 특성인 ‘근력’은 지금껏 단 한 번도 그를 배신한 적이 없었거늘.

‘내가…… 힘에서 밀린다고?’

처음으로 A급 특성 근력에게 배신을 당했다.

‘고작 이딴 비실한 놈한테?’

아직 장비조차 구비 못 한 마법계.

보나 마나 아레나도 몇 판 해 보지 못한 뉴비에 불과할 텐데.

분명 그럴 텐데!

“이익!”

빠득.

최기열의 목 위로 핏대가 치솟는다.

목뿐만이 아니었다.

손등부터 팔, 관자놀이까지.

피부가 드러난 모든 부분은 핏대들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A급 근력과 그간 찍어 온 스탯이 최대로 발휘되는 것이다.

하나.

“속도 때문에 민첩이 높은 줄 알았는데.”

어린아이가 바위를 미는 것처럼.

“힘이 주력이었나 봐? 아니면 특성 때문인가.”

모닝스타를 쥔 김시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 자식, 미동조차 없어!’

전신을 부들거리며 힘을 쏟는 최기열과 달리.

시문은 작은 흔들림조차 없었다.

“기, 기열아!”

“저 새끼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것일까?

뒤에 있던 두 길드원이 무기를 고쳐 쥐며 눈에 불을 켰다.

그때.

콰득!

달려들던 한 녀석의 목에 칼이 틀어박힌다.

뒤에서 조용히 상황을 주시하던 작은 체구의 남성, 김민형의 칼이었다.

“상빈아! 이 개자식이!”

그에 또 다른 길드원이 몸을 돌려 김민형을 노렸으나.

따악.

“커헉!”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가슴이 관통당하는 남자.

김민형을 노리다 시문이 연성한 흙가시에 고스란히 등을 내준 것이다.

길드원들이 순식간에 쓰러졌지만.

“이 새끼!”

최기열의 관심은 거기까지 닿지 못했다.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말이 더 적절하겠지.

A급 특성인 근력에 힘, 민첩 위주의 스탯 분배, 그리고 B급 이상의 장비들까지.

이 모든 것이 고작 한 손에 막힌 상태다.

“대체 어떻게 이런 힘을 내는 거냐고!!”

최기열로선 울부짖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글쎄…….”

그런 최기열을 바라보던 시문의 한쪽 입가가 슬쩍 올라갔다.

“난 잘 모르겠는데?”

“뭐……?”

벙찌는 최기열.

어딘가 익숙한 말인 것이다.

이내.

“이 개자식이이!!”

자신이 방금 시문에게 했던 말과 똑같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직 소리칠 기운이 있나 봐?”

꾸드득.

곡선을 그리는 시문의 입가와 함께 곡선을 그리는 모닝스타.

“…….”

최기열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입을 뻥긋거리며, 뚝 부러진 꽃처럼 꺾여 버린 모닝스타를 멍하니 바라봤다.

“이제야 좀 마음에 드는 얼굴이네. 아, 너무 억울해하진 마라?”

그리고 그것을 무심히 들어 올리는 시문의 모습이.

“먼저 덤빈 건 너니까.”

콰직!

이번 아레나에서 최기열에게 허락된 마지막 장면이었다.

* * *

뜨거웠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그럴 수밖에.

열기의 원인이었던 3인방이 모조리 죽어 버리지 않았나.

“음.”

시문은 머리통에 모닝스타가 박힌 최기열의 시체를 한번 보고는 자신의 오른팔을 내려다봤다.

그러자 작은 정보창이 떠올랐다.

[오우거의 신체조직]

완성도 : 15%

연성된 오우거의 신체조직.

오우거의 신체 능력을 재현할 수 있다.

하얗고.

다소 말랐다고 볼 수 있는 팔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내용.

하나 두툼한 모닝스타를 우그러뜨린 위력은 여전히 정보창과 함께 오른팔에 서려 있었다.

‘이게 고작 15%란 말이지?’

-그렇다니까!

가슴 정중앙에서 웅웅거리는 이명.

-거기에다, 본래라면 오빠 팔은 오우거처럼 우락부락 커져야 했어. 내가 그래서 오빠의 인체 연성을 엄청 반대한 거라고.

현자의 돌은 연신 신이 난 목소리로 떠들어 댔다.

-자격 보유에 대한 위험도도 그렇지만, 이런 존잘의 팔이 오우거처럼 되면…… 우웩! 옵시디언 태블릿이 외형 유지를 조건을 내밀지 않았으면, 융합 요청은 받지도…… 헙!

뚝 끊어지는 현자의 돌의 목소리.

그러나 비밀을 들킨 아이처럼 콩닥거리는 박동 소리는 고스란히 시문에게 전해졌다.

시문은 작게 웃으며 속삭였다.

‘괜찮아. 나도 그 부분은 마음에 드니까.’

인체 연성을 한 부분만 괴상하게 변해 버리면 시문의 입장에서도 곤란했다.

덕지덕지 이어 붙인 키메라와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중요한 건 옵시디언 태블릿을 현자의 돌과 융합한 덕분에.

인체 연성에 대한 어떤 부작용도 겪지 않는다는 거였다.

“슬슬 피곤하네.”

전신으로 조금씩 피로가 밀려든다.

연성력 고갈 현상이었다.

시문은 오른팔에 지속적으로 주입하던 연성력을 차단했다.

그러자 작은 경련과 함께 오른팔에 연성된 [오우거의 신체조직]과 정보창이 사라졌다.

‘참, 있다 없어지니까 뭔가 어색한데.’

마치 방금 자다 일어난 것처럼.

뭔가 팔이 찌뿌둥하고 힘이 들어가지 않는 느낌이었다.

인간으로서 오우거의 근력을 소유했던 일종의 후유증이겠지.

아쉬운 마음으로 손을 몇 번 접었다 편 시문은 고개를 들었다.

“헛!”

앞에 있던 작은 체구의 남자와 눈을 마주치자, 그가 흠칫하며 몸을 움츠렸다.

그에 시문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쪽이 마지막 팀원이죠?”

“예! 맞습니다!”

끄덕끄덕.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남성.

그에 시문은 차분한 눈빛으로 되물었다.

“인사 이전에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왜 절 도우셨습니까?”

모닝스타를 우그러뜨리기 전의 상황을 기준으로 보자면.

분명 시문보단 전갈 길드 3인방에게 붙는 것이 현명했다.

장비부터 인원수까지.

모든 부분에서 최기열 일행이 유리했으니까.

잠시 침묵하던 김민형은 조심히 입을 열었다.

“저놈들은 그쪽이 오기 전에 저한테도 똑같이 행동했었습니다. 전갈 길드가 좀 유명하지 않습니까?”

“아아, 그럼 저와 같은 처지였…… 음?”

그를 보던 시문의 눈초리가 살짝 가늘어졌다.

“근데 우리, 어디서 만난 적이 있던가요? 어딘가 낯이 익는데.”

남자는 연신 시문의 눈치를 보며 말을 흐렸다.

“저 그게…… 튜, 튜토리얼에서…….”

“튜토리얼? 아!”

시문은 손뼉을 치며 남자를 가리켰다.

“냇가에서 저와 싸우신 분이군요.”

“그, 그렇습니다!”

90도로 넙죽 고개를 숙이는 김민형.

다소 과장된 몸짓에 시문은 잠시 당황했으나 그뿐.

곧 작은 미소를 띠었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네.’

시문은 이제야 전갈 3인방을 친 김민형의 행동이 납득되었다.

튜토리얼에서 이미 자신을 만나 봤다면.

저 3인방에게 붙을 생각은 들지 않을 테니까.

‘그러고 보니 이 사람, 실력도 제법이었지.’

B급 특성인 재빠른 몸놀림의 소유자.

하지만 특성을 제외하고도.

김민형의 전투 센스는 튜토리얼에서 만난 이들 중, 티밍러 강호영을 제외하면 최고였다.

다른 참가자들은 자신을 상대로 일격도 버티지 못했으니까.

김민형은 다시 한번 고개를 푹 숙였다.

“성삼 길드의 김민형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성삼 길드요?”

시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성삼의 이름 때문이 아니었다.

‘성삼이면 유정이의…….’

비록 15살 때의 모습이었지만.

어린 나이에도 청순한 외모로 또래 남자애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사랑받던 한 소녀가 떠올렸다.

동시에.

그녀가 저질렀던 일도.

“저, 저기…….”

시문의 표정이 어두워져서일까.

김민형은 안절부절못하며 연신 시문의 눈치를 봤다.

“혹시 제가 뭔가 말실수라도…….”

“아닙니다. 잠시 딴생각이 들어서.”

털털하게 웃은 시문은 손을 내밀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둘이서 잘해 보죠.”

“예? 둘이서요? 하지만 이번 종목은 5인 협력인데…….”

“저 셋은 매칭된 후에 죽었으니, 새로 매칭해 주진 않을 거예요.”

“그, 그럴 수가!”

경악하는 김민형.

그러나 무심하게도.

[참가 인원이 모두 매칭되었습니다.]

시스템은 시문의 말대로 움직였다.

[아레나를 시작합니다.]

[제한 시간은 30분입니다.]

숲 특유의 습기와 귀뚜라미 소리, 바람 등이 갑작스레 느껴진다.

주변 환경이 현실화된 것이다.

“그럼 얼른 출발하죠. 다른 팀보다 숫자도 부족하니.”

“네, 넵…….”

시문은 즉시 윤곽이 표시된 목표 지역으로 걸음을 옮겼고.

다소 풀이 죽은 김민형이 서둘러 그 뒤를 따랐다.

그때.

[성좌 제우스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성좌 검은 염소가 당신의 행동에 짙은 만족감을 표합니다.]

‘응?’

아레나가 시작되어서일까?

성좌들의 갑작스러운 관심에 시문은 고개를 갸웃했다.

‘제우스가 아직도 날 주시한다고? 거기에다 검은 염소까지?’

전생의 기억으론.

성좌들은 자신들이 후원하는 플레이어도 매번 주시하지 않았다.

한데 왜 고랭크도 아니고 고작 배치고사를 치르는 자신에게 왜 두 성좌가 관심을 보인단 말인가?

물론 그 이유를 알아차리는 데엔.

[목표 지역은 ‘잠식된 고블린의 교두보’입니다.]

[제한 시간 내에 어떤 식으로든 목표 지역을 뚫어 내십시오.]

[제한 시간 29:59]

“잠깐. 교두보라고?!”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