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8화 (8/349)

제8화

8화. 또 다른 연성 (3)

“이건…….”

시문은 휘둥그런 눈으로 정보를 살폈다.

[옵시디언 태블릿]

등급 – 모조품 (20%)

인체 연성의 집합체.

인체 연성을 포함한 여러 지식들이 담겨 있지만.

어째서인지 제힘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한다.

에메랄드 태블릿의 정보와 큰 차이가 없는 설명.

하나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이것도 모조품이야?”

시문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닌 ‘모조품 (20%)’.

“아니, 업적 포인트를 만 점이나 넣었는데 고작 20%라고?”

그 아스트라페마저 500점에 10%의 완성도를 지녔거늘.

일순 허탈한 마음이 밀려들었지만 그때뿐이었다.

허탈했던 시문의 표정은 한결 단단해졌다.

‘뭔가 더 있어.’

그간 겪어 온 현자의 돌은 이런 비효율적인 연성을 펼칠 존재가 아니었다.

가만히 옵시디언 태블릿을 바라보던 시문은 손뼉을 쳤다.

“그렇군. 이번엔 연성물의 리바운드가 없는 거구나?”

웅.

가슴에서 울려오는 긍정의 의사.

시문의 눈이 곡선을 그렸다.

그럴 수밖에.

등급이 모조품임에도 리바운드가 없다는 것.

그 말은 다시 말해.

‘영구 지속이란 말이잖아!’

앞선 아스트라페의 모조품처럼.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럼 대충 업적 포인트 만 점에 20%씩만 오른다고 가정해도…….’

앞으로 네 번.

업적 포인트 4만 점만 있으면.

신화급 아이템을 소유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대박이다!’

시문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옵시디언 태블릿을 향해 손을 뻗었다.

우우.

벌써 자신의 경고를 잊었냐는 듯.

현자의 돌의 불안정한 이명이 가슴을 간지럽힌다.

시문은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 자격 미달 시 생길 페널티에 대해선 준비해뒀어.”

마음 같아선 적당한 수준의 마비 포션이라도 만들고 싶었지만.

당장 재료를 구할 상황이 아니었기에, 폰에 시혁이의 번호를 띄워두었다.

터치 한 번이면 즉시 동생 녀석에게 연락이 가리라.

‘그러고 보니 나, 고통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구나.’

누가 그러던가?

인간에게 고통은 절대 익숙해질 수 없는 것이라고.

한데도 시문은 고통에 너무나 익숙했다.

‘마력불능이 깎아 먹는 건, 상태창의 숫자만이 아니었으니까.’

힘민체의 스탯들이 낮아지면.

그를 따라 육체에도 큰 고통이 따랐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첫 스탯 하락이 이루어졌을 땐, 그저 몸이 조금 피곤한 정도에서 그쳤으니까.

하지만.

‘정규 아레나가 시작되고 확 달라졌지.’

정규 아레나에서의 죽음만이 아니라.

스탯의 하락 역시 실질적인 육체 쇠락으로 이어졌다.

당연하게도.

‘나 같은 아레나 질병 환자들에겐 악몽의 시작이었지.’

이유도, 예고도 없이.

근육 경련이 오거나, 강렬한 신경통이 전신을 지배했다.

진통제나 마비 포션, 또는 그에 준하는 마약이 아니라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통증이 말이다.

그나마 시문의 경우.

손수 마비 포션을 제작해 버텼지만.

마비 포션이 없을 때는 정말 악으로만 버텨내야 했다.

‘그런 고통을 평생 동안 달고 살았지.’

정말 지긋지긋할 정도로 아팠다.

오죽하면 전생의 고말숙이 살아있는 언데드라고 놀려 댔겠는가.

‘뭐, 내가 생각해도 언데드 같긴 하네.’

생기나 없이 삐쩍 마른 몸으로 예고 없이 발작과 비명을 일으킨다.

어딜 봐도 언데드와 다름없는 모습이었지.

우웅.

“응? 아, 무서워서 그런 거 아냐.”

잠시 전생의 감성에 젖는 것이 두려워한다고 느낀 것일까.

현자의 돌이 걱정스러운 이명을 토했지만.

“그냥 잠깐 옛날 생각이 나서”

시문은 작은 미소를 걸치고는 고개를 저었다.

“어쨌건 너무 걱정하지 마. 나 생각보다 아픈 거 잘 참거든.”

우웅.

“알아, 얼마나 고통스러울지는 모르지. 그래도 죽음은 막아 준다며? 그거면 됐어.”

라고 말이야 했지만.

‘역시 아픈 건 싫단 말이지.’

고통에 익숙한 거지, 결코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시문이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은 다름 아니었다.

‘일단 내 예상이 맞는다면, 페널티 같은 건 전혀 없을 거야.’

애당초 소유 자격 여부를 묻지조차 않을 거다.

시문은 자신 있게 옵시디언 태블릿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끝에 부드럽고 따뜻한, 살점 특유의 느낌이 닿는 순간.

츄아아악.

꽃이 만개하듯.

비석 모양이 풀어지며, 촉수를 뻗어 오는 옵시디언 태블릿.

그러나 시문은 어떤 당황이나 두려움을 내비치지 않은 채.

그저 가만히 자리를 지킬 따름이었다.

츄르륵.

순식간에 시문의 전신을 휘감은 촉수가 먹이를 감싼 뱀처럼 서서히 조여 오기 시작했다.

‘역시.’

놀랍게도.

이렇게 전신을 감아 오는데 어떤 통증이나 압박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심지어 숨 쉬는 것조차 자유로웠다.

시문의 예상대로인 것이다.

‘본래의 주인인 성좌 검은 염소가 내게 짙은 관심을 표하는데, 그 신물이 해를 끼칠 리 없지.’

비록 모조품이라 해도 그 성능만큼은 진짜니까.

괜히 제우스나 검은 염소가 관심을 표하는 게 아니었다.

뭉클.

“뭔가 귀엽네.”

시문은 애완동물들에게 둘러싸인 듯.

뭉클거리며 몸을 비벼 오는 촉수들에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하나.

[옵시디언 태블릿(모조품)이 현자의 돌에게 ‘융합’을 요구합니다.]

“응?”

모든 일이 예상대로만 굴러가진 않았다.

츄르륵.

“으윽!”

몸을 감싸던 촉수들이 어느새 시문의 가슴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기 시작했고.

웅!

[현자의 돌의 옵시디언 태블릿(모조품)의 요구를 받아들입니다.]

“자, 잠깐! 이게 무슨…….”

시문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스르르.

전신을 휘감던 촉수 무더기가 시문의 가슴 정중앙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으, 으앗!”

시문은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었다.

그럴 수밖에.

‘촉수가…… 전신으로 퍼지고 있어!’

단순히 가슴 중앙으로 파고들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현자의 돌이 처음 자신에게 귀속되었을 때처럼.

혈관을 타고 시문의 전신으로 뻗어 나가고 있었다.

‘아, 안 돼! 이대론 촉수에 온몸이……!’

정확히는 현자의 돌이 뚫어 놓은 길을 따라 발을 들이는 거라고 해야겠지.

“흐아아앗!”

익숙한 고통이 아닌.

전혀 익숙지 않은 간질간질한 감각이 전신을 내달리며 시문의 몸에 자리했고.

“그, 그만! 이런 건…… 아앗!”

점점 쾌락을 닮아 가는 간지러움에 전신이 뜨겁게 달아오를 때쯤.

[옵시디언 태블릿(모조품)이 성공적으로 현자의 돌과 융합합니다.]

[현자의 돌에 작은 변화가 생깁니다.]

[현자의 돌에 새로운 옵션이 추가됩니다.]

[현자의 돌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현자의 돌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현자의 돌의 레벨이…….]

시문은 범람하는 메시지창을 모두 확인도 못한 채로 정신을 잃었다.

* * *

[갤럭시 아레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번 아레나의 종목은 ‘오펜스’이고, 참가 인원은 50명입니다.]

[조건 ‘협력’이 추가됩니다.]

[참가자 모두 5인으로 팀이 맺어집니다.]

[인원이 모두 보이면 아레나가 시작됩니다.]

허공에서 떠오르는 메시지와 함께 나타난 작은 체구의 남성.

김민형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제 막 튜토리얼을 끝냈는데 오펜스 종목이라고? 그것도 조건 협력까지 붙어?’

오펜스.

그가 겪었던 튜토리얼 점령전보다는 한 단계 아래 랭크인 실버부터 등장하는 종목.

이제야 튜토리얼을 마친 김민형에게는 전혀 적합하지 않은 종목이었다.

심지어.

‘난 첫 튜토리얼에서 바로 탈락했는데…….’

그전에 킬을 좀 챙기긴 했으나.

김시문이라는 괴물에게 순식간에 탈락한 그에겐 납득이 가지 않는 매칭이었다.

‘아직 배치고사 구간일 텐데. 실버 랭크의 종목이 매칭될 줄이야.’

김민형의 실눈은 더욱 가느다래졌다.

짐작할 수 있는 건 두 가지.

하나는 자신의 B급 특성 재빠른 몸놀림과 성삼에서 지원받은 장비 덕에 아직도 높은 MMR대를 유지한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날 광탈시킨 그 김시문이라는 자가 튜토리얼에서 괴랄한 성적을 거둔 덕이겠지.’

물론 김민형이 둔 가능성은 후자였다.

왜냐고?

‘분명 15킬이라고 했었지?’

튜토리얼이 끝나고 인사부 과장인 박민철 과장에게 보고하던 그날.

자신보다 오래 살아남았던 신입 길드원의 보고를 함께 들었으니까.

‘그만한 자에게 탈락한 거라면 당연히 MMR의 하락도 적을 수밖에.’

이런 부분에선 공명정대한 갤럭시 아레나 아닌가?

길을 걷다 갑자기 8톤 트럭에 치인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자신의 MMR 하락폭도 굉장히 적은 것이리라.

‘어찌 되었든 이건 기회야!’

김민형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비록 두 번의 튜토리얼을 거쳐, 유망주의 기회를 잃어버렸다곤 하나.

그건 김시문이라는 트럭을 만난 다른 신입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후의 튜토리얼에선 순위권에 달하는 성적을 얻었으니.

이번 오펜스에서도 성적을 낸다면, 다시 유망주의 자리를 노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

라고.

생각했다.

웅.

“뭐야, 오펜스야?”

“하! 재수가 없으려니까. 왜 디펜스가 아니고 오펜스야?”

“내 MMR 때문이겠지. 이 형님이 튜토리얼 때부터 순위권 아니었냐.”

“망할 새끼, 지금 웃음이 나와? 너 때문에 어렵게 가는 거잖아!”

“걱정 마. 새꺄. 이번에도 빡캐리 해 줄 테니까.”

새로 등장한 3명의 인원을 확인하기 전까지 말이다.

‘저 문양은!’

김민형의 좁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세 남성의 갑옷에 새겨진 전갈 모양의 문양.

유수길드의 일원이라면.

아니.

아레나 좀 했다 하면 모를 수 없는 문양이었다.

‘전갈 길드 새끼들이잖아!’

김민형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어느 랭크의 아레나든 유명한 트롤러나 쓰레기들이 존재했지만.

전갈 길드는 궤를 달리했다.

일단 무시할 수 없는 거대 집단을 이뤘다는 점과.

놈들의 비매너엔 나름의 철학과 논리가 담겨 있다는 것.

‘뭐라더라, 승리를 위한 철저한 실리주의라고 하던가?’

본래 신념을 지닌 병X은 무섭다하지 않는가?

그래서 더 위험한 놈들이었다.

‘심지어 파티로 보이는데…….’

파티는 배치고사가 끝난 시점부터 허용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 3명은 이미 랭크를 배정받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김민형은 암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하! 유망주 도전은 물 건너갔네.’

이번 배치고사를 잘 치러서 어떻게든 유망주를 어필해 보려 했건만.

시작부터 전갈 길드의 파티를 만나다니.

‘평범한 트롤러면 그냥 처리하고 움직이기라도 하지.’

협력 인원이 5인에서 4인으로 줄어들긴 하겠지만.

나름 각성 아카데미에서 교육도 받았었고.

B급 특성에 이 정도 장비면 혼자서 2인분을 해낼 자신이 있는 김민형이었거늘.

3인 파티는 도무지 답이 없었다.

‘이제 슬슬 시비를 걸겠지.’

김민형은 암울한 기색으로 전갈 길드 3인을 바라봤다.

마침 3인방도 주변을 둘러보다 김민형을 발견하곤 다가왔다.

“뭐야, 5인이라더니 얘 하나뿐이네?”

“아직 매칭이 안 됐겠지.”

“뭐 얼마나 잘난 새끼를 붙여 주려고 이러나~.”

그중 짧은 머리칼의 남자가 김민형을 훑더니 눈매를 꿈틀했다.

김민형의 견갑에 그려진 파란 문양을 발견한 것이다.

“이거 성삼 마크 아냐? 너 성삼 쪽 사람이었냐?”

“뭐? 성삼이라고?”

“야, 최기열. 진짜냐?”

짧은 머리의 남자, 최기열의 말에 뒤에 서 있던 두 길드원이 호들갑을 떨며 다가왔다.

국내 길드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성삼이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어이, 성삼맨. 이름이 뭐야?”

“기, 김민형이다.”

“김민형? 김민형이라…….”

최기열이라 불린 남자는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얼굴도 그렇고, 전혀 들어 본 적 없는 이름인데.”

아무리 제 잇속을 챙기는 전갈 길드라도 가릴 땐 가린다.

대표적인 이들이 바로 성삼과 같은 국내의 강대 세력이었다.

특히 성삼은 갤럭시 아레나가 등장하기 전부터 한국의 주춧돌이던 기업 아닌가?

정계와 재계에도 힘이 있었기에.

전갈 길드에서도 어지간하면 마찰을 줄이라고 권장하는 길드 중 하나였다.

‘덕분에 성삼 쪽 플레이어들은 거의 외우고 있는데 말이지…….’

작은 체구에 실눈, 성삼치곤 최고급이라고 부르긴 좀 모호한 장비까지.

이만한 특징이면 모르기도 어려운데…….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아아~ 알겠다.”

최기열이 입가를 히죽거렸다.

“우리 성삼맨, 이제 막 튜토리얼 통과한 뉴비구나?”

“뭐? 진짜?”

“그래, 새끼야. 봐 봐.”

최기열은 김민형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손가락으로 슥 훑었다.

“여기가 아무리 심해라지만, 성삼이 지 길드원한테 C급밖에 안 되는 장비를 지급하진 않잖아.”

“그렇긴 하지.”

“대기업 부심이 있으니까.”

아무리 플레이어의 시대가 왔다지만, 성삼 그룹의 힘은 누구나가 인정한다.

갤럭시 아레나의 등장 이전부터 세계적으로 놀던 기업답게.

갤럭시 아레나가 등장한 초반부터 값비쌌던 시중의 장비들을 쓸어 담은 것은 물론이요.

생활계 플레이어들을 대거 영입, 양성한 덕분에.

지금은 장비를 자체 보급하는 단계까지 도달한 상태였으니까.

당연히 하위 랭크.

속된 말로 ‘심해’라 불리는 플레이어들도 B급 이상의 장비를 줄줄 도배하고 다녔다.

그게 현 성삼 길드의 위상이었다.

한데 이 김민형이라는 플레이어는 어떤가?

“튜토리얼 성적 좋으면 A급 장비도 밀어 준다던데. 우리 김민형 씨, 순위권에는 못 들었나 봐?”

“이!”

“왜 팩트에 빡쳤냐? 빡치면 치시든가~. 난 쿨해서 그런 거 신경 안 쓰거든. 물론…… 우리 민형 씨 배치고사는 신경 쓸지도 모르겠지만. 카햣!”

‘이 개X끼가!’

김민형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다.

그러나 히죽거리며 긁어 대는 최기열의 말에 반박하진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보다 강하다…….’

김민형 역시 동레벨대에서 빠지는 스펙은 아니지만.

이미 배치고사를 끝낸 최기열 쪽이 레벨이나 장비 등, 모든 부분에서 우월한 탓이었다.

더군다나 저쪽은 3인 아닌가.

괜히 혼자서 덤벼들다 배치고사 구간에서 죽어 버리기라도 하면?

‘나만 손해야.’

눈을 질끈 감은 김민형은 말없이 시선을 돌렸고.

“역시 우리 민형 씨, 괜히 대기업에 들어간 게 아니야. 눈치 하난 X나 빠르네.”

“원래 작은 새끼들이 눈치 하난 빠르잖냐.”

“누구? 너처럼?”

“뭐 인마?”

“미안. 정곡을 찔렀냐? 키핫!”

3인방은 그런 김민형을 보며, 저들끼리 낄낄댔다.

사전에 찍어누르고 서열을 정해 두려는 것이다.

저들 역시 성삼의 길드원을 건드려서 좋을 게 없었으나.

그렇다고 갓 튜토리얼을 치른 뉴비에게 숙일 이유도 없었으니까.

오히려 뉴비라는 애매한 포지션인 지금이야말로.

그 잘난 성삼 길드에 갑질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럼 민형 씨. 우리가 클리어는 확실히 책임져 줄 테니까. 시키는 대로만 잘하자고?”

어깨에 손을 척 감아 오는 최기열의 행동에.

김민형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보상은 지들끼리 다 해 먹겠다 이거겠지? 개자식들.’

더럽고 치사하지만 어쩔 수 없다.

배치고사라는 약점을 지닌 건 자신이니까.

억울하면 그 역시 얼른 랭크를 배정받고 파티를 하는 수밖에.

그때.

스슷.

작은 빛과 함께 한 남자가 나타났다.

“헉!”

그를 본 김민형은 헛숨을 들이켰다.

남자가 아무런 장비도 없이 회색의 후드티만 입고 나타나서가 아니었다.

‘저, 저자가 여긴 왜!’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어느 유명한 히어로 영화의 그분처럼.

고작 핑거 스냅 하나로 자신을 광탈시킨 괴물을 말이다.

“히야~ 이거 골 때리네.”

최기열의 웃음기가 가득한 목소리가 울린다.

그러나 김민형은 알 수 있었다.

그 속에 어마어마한 불쾌감이 차 있음을.

동시에 기뻤다.

“아레나 매칭이 참 대단하긴 해? 우리에 성삼맨까지 있다고 이런 개날먹충을 다 끼워 주다니.”

“개날먹충? 설마 나 말하는 겁니까?”

“그럼 X발, 너 말고 누가 있는데요. 응?”

신은 아직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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