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3화. 튜토리얼 (1)
파츠측.
쉴 새 없이 튀어오르는 스파크.
바닥에 박힌 하얀 막대에서 흘러나온 스파크는 한순간에 자취방 내부를 어지럽혔다.
그러나 시문은 갑작스러운 이 막대의 등장에 놀라지 못했다.
정확히는 그럴 틈이 없었다는 말이 맞겠지.
왜냐고?
[성좌 헤르메스가 갑작스런 올림푸스의 번개의 등장에 관심을 보입니다.]
[성좌 아테네가 갑작스런 올림푸스의…….]
[성좌 아레스가 갑작…….]
상상도 못 한 문구들이 우수수 떠올랐으니까.
‘서, 성좌라고?’
시문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성좌들이 갑자기 왜 나한테 관심을 보이는 거지?’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거다.
[올림푸스의 성좌들이 당신에게 남은 흔적에 경악합니다.]
[올림푸스의 성좌들이 급히 거리를 물립니다.]
[오직 세 명의 왕만이 덤덤히 자리를 지킵니다.]
[그중 올림푸스의 지배자, 성좌 제우스가 당신에게 큰 관심을 보입니다.]
연달아 등장한 메시지창은 시문으로선 경악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당연했다.
성좌란 본디 정규 아레나의 편입되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이들.
그전엔 오로지 소수의 플레이어만이 성좌의 관심을 받을 뿐이었다.
거기에다.
‘올림푸스의 성좌들이 내게 남은 흔적에 물러난다고?’
시문은 성좌들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올림푸스 자체가 나름 급이 높은 성좌들로 구성되어 있거늘.
이내.
‘설마! 그 칭호 때문인가?’
칭호 ‘저편의 시선을 받는 자’가 무슨 영향을 끼친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칭호는 성좌들을 경악케 하고 물러나게 했을 뿐.
정작 올림푸스의 시선을 끈 이유는 따로 있었다.
파츠측!
발치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막대.
연성과 함께 나타난 저 번개 막대가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이었다.
‘대체 저게 뭐길래 이 난리야?’
유명 영화의 CG처럼.
푸르고 하얀 번개가 쉴 새 없이 튀어오른다.
그러나 시문은 겁먹지 않았다.
거센 스파크는 얼마 없는 가구를 박살 내고 있지만.
시문에게만큼은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았으니까.
시문은 곧장 다가가 번개 막대를 잡았다.
파직.
“읏.”
막대를 집자 짜릿함이 팔을 타고 흘러든다.
하나 통증이 아닌, 굉장히 미묘한 짜릿함이었다.
‘이래서 SM에 그런 플레이가…… 아, 아니야! 이상한 생각 말자.’
고개를 세차게 저은 시문은 손에 들린 하얀 막대를 주시했다.
그리고 떠오르는 정보에.
[아스트라페]
등급 – 모조품 (10%)
올림푸스의 지배자 제우스의 창.
번개를 다룰 수 있지만, 어째서인지 제힘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한다.
“미, 미친! 아스트라페라고?!”
경악을 토했다.
당연했다.
성좌 제우스의 무기인 아스트라페.
이는 정규전이 시작되고, 고말숙처럼 후발 주자로 하이랭커에 진입했던 그리스의 유망주.
뇌제 알렉산더의 주력 무기 아닌가?
‘물론 그리스가 멸망하고 미국으로 망명하긴 했지만…….’
뇌제 알렉산더는 천마 고말숙과 마찬가지로.
소속을 잃고도 하이랭커의 위치를 유지하던 강자였다.
‘특히 공격력 하나는 엄청났지.’
창을 다루는 전투계임에도.
제우스가 그에게 허락한 신화급의 무구인 아스트라페를 장착하면.
마법계 랭커의 뇌속성 마법과 맞먹는 공격력을 자랑했다.
그런 무구가.
“이걸 내가 연성했다고?”
지금 시문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이다.
물론 진짜 아스트라페는 아니었다.
시문은 방송으로 보았던 뇌제 알렉산더의 아스트라페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단순히 장착한 것만으로도 주변의 모든 걸 지져 버렸지.’
랭커 수준이 아니라면 마주할 수조차 없는 뇌기.
진짜 아스트라페는 그런 뇌기를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으로 쉴 틈 없이 뿜어냈었다.
파직.
시문은 그에 비해 초라한 스파크를 내뿜는 모조품을 바라봤다.
“결국 등급대로 모조품이라 이건가.”
당장 제우스도 관심만 보일 뿐.
자신을 후원한다는 제안은 하지 않고 있지 않나?
‘뭐, 이상할 것도 없지.’
아스트라페는 무려 성좌가 사용하는 신화급 무구.
아무리 현자의 돌로 연성했다 해도, 진품을 완벽히 만들어 낼 수는 없을 터였다.
“잠깐.”
모조품을 만지작거리던 시문이 움직임을 뚝 멈췄다.
‘난 분명 내 수준에 맞게 연성법을 축소시켰어.’
거기에다 현자의 돌과 부족한 연성력을 위해 업적 포인트 500점까지 소모한 상태였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한 가지 가능성이 머릿속을 스쳤다.
‘분명 시스템이 연성이 안 된다는 말은 하지 않았잖아?’
연성을 시도했을 때 시야에 떠올랐던 가장 첫 메시지창은 분명.
[요구치에 맞는 연성을 이루기엔 연성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였다.
연성이 ‘불가능한 대상’이라는 언급은 전혀 없었단 말이다.
거기에다 모조품 옆에는 10%라는 수치가 붙어 있지 않나?
‘그럼 그 엄청났던 고통은 리바운드였구나.’
혼이 빠져나갈 정도로 악랄했던 고통.
불안정 상태였던 현자의 돌과 수준에 맞지 않는 연성을 시도했기에 나타난 반발 작용.
연금술에서 흔히 나타나는 리바운드가 분명했다.
그 말은 반대로.
연성 요구치를 제대로 맞춰 주기만 한다면.
‘진짜 아스트라페를 연성할 수도 있겠어.’
생각해 보니 안 될 것도 없었다.
연금술의 기본은 등가교환.
1레벨의 마력불능을 지닌 자신이 엘릭서와 현자의 돌을 만들 수 있던 것도.
다 이 등가교환의 성립 때문이 아니던가?
“하, 하하…….”
저도 모르게 다리의 힘이 풀렸다.
마력불능이 회복되고 11년 전으로 회귀한 것도 놀라운데.
이젠 등가교환만 성립시키면 신화급 무구까지 연성할 수 있다고?
“연금술, 이거 진짜 미친 능력이잖아!”
포션따리, 수리충, 마법계의 유일한 함정 등.
수많은 부정적 수식어를 아우르는 연금술이 이런 가능성을 지니고 있을 줄이야.
하지만 시문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파측.
“어?”
아스트라페의 무게가 가벼워진 것이다.
시선을 내리자 입자로 서서히 분해되는 아스트라페가 보였다.
연성물이 이런 반응을 보일 때는 한 가지뿐이었다.
“그렇군. 연성물의 리바운드인가.”
리바운드는 연성자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었다.
온전한 연성이나 등가교환이 이루어지지 않아.
연성물 자체도 리바운드가 일어나 소멸되거나 폭발할 수 있었다.
하급 포션을 만들 때도 벌어지는 흔한 일이었기에.
나름 경력 있는 연금술사라면 누구나 가볍게 넘어갈 수 있어야 했지만.
“잠깐! 그럼 내 업적 포인트는?”
업적 포인트를 500이나 박은 김시문에겐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생각보다 업적 포인트 500점은 그리 많은 것이 아니었으나.
고작 1레벨.
심지어 아직 아레나 랭크도 배정받지 못한 시문에겐 큰 포인트였다.
그러나 매정하게도.
츠스스.
아스트라페는 조금의 지체도 없이 빛무리가 되어 사라졌다.
“……아까 말은 취소다.”
연금술.
이건 다른 의미로 미친 능력이다.
허탈감이 몰려오던 그때.
[현자의 돌이 리바운드를 최소화합니다.]
[현자의 돌의 등급과 레벨에 비례해, 소모되었던 업적 포인트 50점을 돌려받습니다.]
무슨 페이백도 아니고.
‘연성물의 업적 포인트를 되돌려 준다고?’
곱게 넘길 수 없는 메시지창이 시문의 눈앞에 떠올랐다.
시문은 황급히 상태창을 열고, 보유 특성의 현자의 돌을 터치했다.
[현자의 돌]
귀속 여부 : 김시문
레벨 : 1
등급 : F
연금술의 신화적인 산물.
등가교환만 성립하면 무엇이든 연성이 가능하다.
-연금술과 관련된 모든 부분에서 절대적인 보정을 받는다.
전생에 현자의 돌을 연성했을 때.
초기 상태창엔 분명히 레벨이 없었고, 등급은 ‘?’로만 나와 있었는데.
뭐, 이유야 대충 짐작이 갔다.
“귀속의 유무와 회귀 때문인가…….”
웅.
그 말에 반응하듯.
희미한 이명이 가슴 속에서 울렸다.
“현자의 돌, 두 가지만 물어보자.”
시문은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게 귀속으로 일어난 변화라면, 네 성장은 나의 영향을 받는 거겠네?”
웅.
긍정의 의사가 울린다.
이 말은 즉.
이른바 성장형 아이템처럼 시문의 성장에 따라 현자의 돌 역시 강해진다는 말이 된다.
시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그렇단 말이지?”
즉시 태세전환.
마냥 연금술을 욕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았다.
* * *
따악.
손가락이 튕기는 소리.
그것과 함께.
화륵.
자취방 내부에 작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이 발화의 주인공.
김시문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연성진을 그리지 않고 연성하는 게 이렇게 효율적일 줄이야.’
왜 현자의 돌이 연성진을 그리는 걸 그토록 미개하게 여겼는지 이해가 간다.
‘연성진으로 연성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
시문은 마치 불을 처음 발견한 인류와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이건 연금술, 아니 마법계의 혁신이야.’
마법계들이 가지는 단점 중 하나가 바로 캐스팅이다.
배틀 메이지나 정령사와 같은 예외들이 있긴 했으나.
대다수의 마법계 플레이어들은 반드시 캐스팅을 거쳤다.
당장 연금술사만 해도 연성진과 연성을 위한 재료가 필수적이지 않는가?
한데.
‘이렇게 손가락 한번 튕기는 거로 연성을 끝내 버리면 말이 다르지.’
시문은 어느새 말끔해진 방을 둘러봤다.
꼴에 아스트라페의 모조품이라고.
번개 막대에서 발산된 스파크들은 책상이나 의자, 벽지 등.
안 그래도 얼마 없는 가구들을 아주 제대로 박살 내 놓았다.
그리고.
“덕분에 새로운 연성법을 제대로 연습했지.”
연금술은 수리충이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물건 복구에는 일가견이 있는 분야.
물론 이능이 없는 단순한 물건에 한해서였지만.
가구나 벽지 복구 정도야, 시문에게 아주 쉬운 일이었다.
말끔해진 자취방 내부를 보며 시문은 흐뭇하게 웃었다.
“이 정도 연금술이면 튜토리얼은 문제없겠어.”
이렇게 연성법을 연습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었다.
“분명 오늘 오후 5시였지?”
날짜는 물론 시간까지 정확히 외우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2030년 1월 17일. 오후 5시.
진정한 아레나 플레이어로서 인정되는 튜토리얼의 첫 소환을 받는 날이었으니까.
‘아이러니하네.’
하필 회귀한 당일이 튜토리얼의 소환이 이루어지는 날이라니.
“튜토리얼 종목은 아마…… 점령전이었지?”
일정 지역을 점령하면 승리하는 점령전.
보통 튜토리얼은 일정 목표를 뚫어내는 오펜스나, 방어하는 디펜스.
그리고 일정 순위 안에 드는 서바이벌 등이 주를 이루었지만.
안타깝게도 김시문은 아레나 랭크로 골드 이상만 매칭되는 점령전으로 잡혔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 마력 스탯 10 때문이겠지.’
갤럭시 아레나는 게임에서 흔히 말하는 MMR(Matchmaking Rating).
그것을 이용해 최대한 비슷한 수준의 플레이어들끼리 매칭을 시켜 주었으니까.
당연히 전생의 시문의 경우.
마력 스탯 10을 보유했어도 마력불능 지닌 상태였기에, 칼같이 탈락했었다.
‘점령지엔 발도 담그지 못하고 화살에 머리가 뚫렸지.’
마력을 쓰지 못하는 마력계는 사실상 일반인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뭐, 장비라도 좋았다면 또 모르겠지만.’
이 시절의 자신에겐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하지만 이젠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가 되었다.
‘내겐 연금술이 있으니까.’
자신 있게 웃은 시문은 폰을 집어 들었다.
[2030년 1월 17일. 오후 4시 40분]
[김시혁 : 미확인 메시지 +99]
시간 아래 주르륵 떠오르는 알림창에 호선을 그리던 입가가 굳는다.
‘그래. 따지고 보면 시혁이 넌 이때부터…….’
지구에서 폰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이 잘난 동생 녀석은 하루도 빠짐없이 연락을 보내왔었다.
결국 다시 만나 마력불능의 치료제인 엘릭서까지 건네주는 사이가 되었지만, 이맘때 자신은 아니었지.
“이렇게 보니 좀 쪽팔리네. 명색이 형인데.”
그 사건에 동생 놈은 아무런 잘못이 없었는데 말이다.
시문은 김시혁의 메시지를 열었다.
[김시혁 : 나 각성 아카데미에 들어갔음! ㅋㅋ]
[김시혁 : 다이아 랭크가 되고 특성이 하나가 더 생겼어. 이제 특성만 무려 3개다? 근데 이건 어떻게 쓰는 건지 모르겠어.]
[…….]
[김시혁 : 형 해돋이 보러 갔음? 난 이제 졸업반이라 어디 다니기도 힘들어.]
[김시혁 : 오늘 반 배정됐는데, 유정이랑 같은 반이야. 개싫어하더라? 나도 싫은…….]
“새끼, 많이도 보냈네.”
여전히 밝고 유쾌하다.
타고난 능력 때문이 아니다.
김시혁이란 놈 자체가 이렇게 밝은 녀석이었다.
그렇기에 알지 못했다.
이 밝았던 녀석의 속이 얼마나 곪아 가고 있었는지.
하지만.
‘이젠 아니지.’
녀석의 상태창을 본 자신은 안다.
갤럭시 아레나의 목표가 바로 이 밝고 순진한, 속된 말로 멍청한 동생 놈 때문이라는 걸.
‘지금부터 바꾸면 돼.’
우선은 녀석과의 관계 개선이 먼저겠지.
시문은 폰에 손가락을 올렸다.
그러곤 한동안 얼어붙었다.
‘근데 뭐라고 보내지? 할 말이 없는데.’
형제들끼리 메시지 나눌 일이 있겠냐는 걸 따지기 이전에.
지난 몇 년간 연락 두절이 이 당시의 상황이었다.
시문은 굉장한 고민에 빠졌다.
이내.
“쯧. 이게 뭐라고 고민까지 해야 하나? 귀찮게.”
혀를 찬 시문은 지금의 이 마음을 그대로 담아.
[김시문 : ㅇㅇ. ㅊㅋ]
답장을 날리곤 김시혁의 메시지창을 닫았다.
그러자 그 밑으로.
김시혁과 똑같은 메시지 숫자가 보였다.
이름을 확인한 시문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었다.
[이유정 : 미확인 메시지 +99]
“그래. 이때라면 너도 살아 있을 때구나.”
이유정.
그 이름을 보고 있을수록 폰을 쥔 손이 살짝 떨렸다.
“후…….”
입술을 질끈 깨문 시문은 잠시 핸드폰을 덮었다.
“진정하자.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야.”
그래.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니.
“내가 바꾸면 돼.”
아니.
반드시 바꿔야 한다.
이유정의 운명만큼은 반드시 바꿔야 했다.
또다시 소속을 잃고 난민이 될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 다짐한 순간.
[축하합니다. 아레나 튜토리얼에 선발되셨습니다.]
[잠시 후, 튜토리얼로 소환될 예정이니 준비하십시오.]
[소환까지 09:59초.]
[아레나 접속기기가 있다면, 장비를 장착 후 이용하셔야 합니다.]
시간이 된 것일까.
시문은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창들을 노려봤다.
“이번에야말로…….”
비참했던 마력불능자의 인생도.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모든 불운도.
‘모조리 뜯어고쳐 주겠어.’
벌떡 일어난 시문은 허공에 대고 외쳤다.
“조기 입장을 신청한다.”
[조기 입장을 신청하셨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승인 완료. 튜토리얼로 소환됩니다.]
새하얀 빛이 시문의 몸을 감싸더니.
번쩍!
한 번의 번뜩임과 함께 모습을 감췄다.
* * *
[튜토리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번 튜토리얼의 종목은 ‘점령전’이고, 참가 인원은 100명입니다.]
후덥지근한 습기가 전신을 적셔 온다.
몸은 움직여지지 않았지만, 고개 정도는 돌릴 수 있었기에.
시문은 찬찬히 주변을 훑었다.
“역시, 그때랑 똑같이 정글 맵이야.”
열대 정글 특유의 습기와 열기, 그리고 앞을 가리는 울창한 숲까지.
‘새삼 회귀했다는 사실이 실감되네.’
자신이 처음 접했던 튜토리얼과 똑같은 환경.
이를 다시 겪는 기분은 무척이나 묘했다.
[점령지에서 포인트를 얻거나, 다른 플레이어를 처치하세요.]
메시지창과 함께 조금 먼 곳에 네모난 윤곽선이 표시되었다.
점령지의 영역 표시였다.
[튜토리얼이 시작됩니다.]
“아레나 참여는 진짜 오랜만인데.”
1레벨에 마력 불능이라고 실전을 아예 안 겪어 본 것은 아니었다.
정식 아레나의 리스크로 수많은 아웃브레이크가 일어났으니까.
1레벨이고 마력불능이고 간에.
싸우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세상이었다.
‘일단 적당히 사리면서 순위권만 노려 보자.’
그래도 아레나 참여 자체는 전생에서도 튜토리얼과 초반 몇 판이 전부였기에.
김시문은 천천히 튜토리얼을 해 나가려 했다.
[당신을 주시하는 성좌 제우스의 시선이 더욱 짙어집니다.]
[성좌 제우스가 당신에게 미션을 겁니다.]
눈앞에 떠오르는 창만 아니라면 말이다.
[미션창이 활성화됩니다.]
[후원창이 활성화됩니다.]
‘미션이라고?’
본래 튜토리얼을 통과해야 활성화되는 미션과 후원이 벌써 열리다니?
시문은 미션창을 열어 제우스가 건 미션을 확인했다.
[미션]
-성좌 제우스는 ‘그’의 시선을 받은 당신에게 짙은 호기심을 표합니다.
이번 튜토리얼 ‘점령전’에서 1등을 달성하십시오.
보상 : 업적 포인트 1,000
‘누가 올림푸스의 지배자 아니랄까 봐.’
1등 아니면 취급도 안 한다 이건가?
그래도 불합리한 미션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꼴랑 튜토리얼인데. 업적 포인트를 1,000이나 주다니.’
전생의 기억으론 튜토리얼 완료 보상도 고작 업적 포인트 50에 불과하지 않은가?
‘이건 무조건해야 돼.’
신화급 무구의 모조품 연성을 위해선 업적 포인트가 필수였다.
거기에다 후반에 업적 상점에서 열릴 스탯 구매까지 하려면 아주 등골이 휘겠지.
‘1등, 반드시 한다!’
의욕을 불태우던 시문은 잠시 멈칫하더니, 하늘을 슬쩍 쳐다봤다.
“근데 제우스 님? 100포인트만 더 얹어 주시면 더 재미…….”
쿠르릉!
“하하! 웃자고 해 본 소립니다. 쓰읍.”
너털웃음을 지은 시문은 입맛을 다셨다.
명색의 올림푸스의 지배자라면서.
‘생각보다 짠돌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