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223화 (223/224)

223화

무괴(武怪) 뉴위츠 (3)

테오는 지상에 오자마자 추격대부터 꾸렸다.

“에리카와 홀커스는 아린과 함께 여기서 뉴위츠 님과 시민분들을 피난처까지 통솔해줘. 킨카르논, 르제, 안시오는 저를 따라오십시오.”

6번조를 두 개의 분조로 나뉘어 하나는 시민들의 보호를, 다른 하나는 자신을 따르게 했다.

“여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성마교 놈들이 아이들을 대거 납치한 채로 이동 중이라고 합니다. 그 뒤를 잡아 처치할 겁니다.”

테오를 굳이 따라가야 하나 싶던 안시오의 얼굴에도 살짝 분노가 어렸다.

아무리 자기 이익만 따지는 그녀라 할지라도, 성마교에 대한 분노도 분노지만 죄 없는 아이들을 납치하는 행위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갑시다.”

파아앗!

키에에엑-

비룡들이 일제히 크게 괴성을 지르며 힘차게 날아올랐다.

「부디 조심하게.」

마지막으로 움브라와 함께 일어나기 전에 뉴위츠가 전음을 달싹였다.

「소문이 사실대로라면 소가주도 분명히 강할 테지. 저기 있는 킨카르논만 하더라도 검제라고 불렸을 정도이니 더 할 테고. 하지만 자네들만으로는 힘들지도 몰라.」

장난기나 꼬장함 따윈 전혀 섞이지 않은 목소리.

그렇기에 테오는 더욱더 바짝 긴장했다.

「내 추측이 옳다면, 저들 중에는 무려……!」

뉴위츠가 뭐라고 달싹거렸고, 테오는 잠시 크게 눈을 떴다가 곧 고개를 끄덕였다.

저 추측이 사실이라면 6번조만으로는 상대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오히려 잘 된 것일지도.’

테오는 반대로 이게 기회라고 여겼다.

성마교의 근거지를 찾을 수 있는 기회.

「그나마 다행이라면, 저들 사이에 어떤 분란이 있는 것 같다는 것인데…… 그 점을 잘 파고 들어보게.」

테오는 문득 도시에 남아있던 흔적들이 어딘지 모르게 어수선했던 사실을 떠올렸다.

“말씀 감사합니다.”

테오는 고개를 끄덕이고 고삐를 잡아당겼다.

케에에엑!

움브라가 힘차게 날아올랐다.

“…….”

뉴위츠는 테오가 완전히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물끄러미 뒷모습을 바라본 뒤에야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오늘 처음 만난 아이인데도 불구하고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 * *

성마교의 광신도들을 발견한 것은 수색을 개시한 지 20여 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테오, 찾았어.」

레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

성마교를 상징하는 붉은 법복을 입은 행렬이 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뭔가에 홀린 듯 힘없이 터덜터덜 걷는 아이들이 있었으니.

놈들도 하늘을 뒤덮는 그림자를 그제야 발견했던지, 이쪽을 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선두에 있던 한 사람은 오히려 차갑게 웃기까지 했으니.

마치 잘 걸려들었다는 듯한 태도였다.

-너무 늦었어. 이래서야 죄 없는 아이들만 다치게 할 뿐이지 않은가?

녀석이 입술을 달싹거렸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분명히 저런 말이었다.

테오는 그 순간 가슴 한편에서부터 울화가 치밀어오르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전원, 하강한다.」

테오의 선언에 조원들이 일제히 비룡의 등자를 박차 지상으로 공습을 시도했다.

쾅! 쾅! 쾅! 쾅!

“더러운 광신도 놈들, 전부 죽여주마.”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킨카르논이었다.

이전에 부서진 검을 대신해 테오가 바스크 공방에서 구해다 준 검은 특별 제작이 된 만큼 킨카르논의 무위를 더 크게 빛내주었다.

쉬쉬쉬쉭-

검기가 쉴 새 없이 피어 오르고,

파앗! 팟!

르제와 안시오도 각각의 친위대를 이끈 채로 좌우로 흩어지면서 광신도들을 쓸어 나갔다.

“감히 신의 가르침에 반기를 들려는 자-! 죽음으로 갚을지어다-!”

“성마광세!”

“성마광세!”

광신도 중에 유일하게 검은 복장을 한 이의 외침에 광신도들이 더욱더 열의를 불태웠다.

그리고 피어나는 핏빛 광채.

혈광 조화였다.

츠츠츠츠-

이제는 테오에게도 익숙한 <이름 없는 군주>의 위세도 너무 잘 느껴졌다.

‘추기경 급이라고? 아예 작정을 했어.’

추기경은 성마교의 체계에서 광룡제와 같은 사도 급을 제외하면 최고위직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이가 움직였다는 건 그만큼 쉬운 발걸음이 아니었다는 뜻.

테오는 녀석과 부딪치기 전에 우선 승기부터 확실하게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여의주태양>

콰콰콰콰콰……!

순간, 하늘 위에 두 번째 태양이 떠올라 회전하기 시작하고,

파아앗-

테오는 네 자루의 검을 허공에 띄워 녀석에게 쏘아 보냈다.

“테오 라그나르, 언젠가 너를 꼭 만나고 싶었지.”

“나를? 그것참 영광이라고 해야 할지,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냐고 물어야 할지 모르겠군.”

“그것 아나? 너는 현재 본교에서 슈퍼스타라는 걸. 그 모가지를 들고 갈 수 있다면…… 교도들이 아주 좋아할 테지. 카카카칵!”

추기경이 활짝 입술을 벌리자 뾰족한 송곳니가 유달리 반짝거렸다. 안색도 유독 창백했다.

언데드 뱀파이어(Vampire)였다.

파아앗-

따다당!

퍼퍼퍼펑-

추기경이 손톱을 뾰족하게 세운 왼손으로 날아오던 네 자루의 검을 모두 튕겨낼 때마다 폭발이 거칠게 일어났다.

동시에 칼날에 쭉 찢어진 상처를 따라 튀어 오르는 핏물들.

추기경이 오른손으로 탄지를 터뜨리자, 핏물이 허공에서 방울방울 뭉쳐 앞으로 쏘아졌다.

<뱀파이어 종족비전 – 혈탄(血彈)>

타다다다당!

테오는 달리던 그대로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거칠게 휘두르며 혈탄을 모조리 튕겨내는 것과 동시에 슬라이딩을 시도했다.

그러고는 추기경의 하체를 쓸어 내려고 했지만.

“캬캬캬캭! 슈퍼스타라고 해도 아직 인간이라 그런가? 상상력이 아주 빈곤하구나! 그런 단순한 짓거리밖에 하지 못하고!!”

추기경은 넓은 소맷자락을 박쥐 날개처럼 활짝 펼치면서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그 때문에 드레이크의 날붙이가 아무것도 없는 애꿎은 하체만 휩쓸고 말았으니.

추기경은 테오의 멍청함을 비웃으면서 강하(降下)를 준비했다.

먹이를 낚아채는 매처럼 단번에 테오의 목숨줄을 노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상상력이 빈곤한 건 너겠지.”

“뭐? ……헉!”

추기경은 뒤를 돌아봤다가 두 눈을 부릅뜨고 말았다.

분명히 튕겨냈던 검들이 어느새 좌우에서 단두대처럼 목을 옥죄어 오고 있었던 탓이었다.

그는 헛바람을 들이키면서 공중 곡예를 시도해 가까스로 그 공격들을 피해냈지만,

퍼퍼퍽!

연이어 달려든 다른 두 자루의 검에 양쪽 어깨가 처박혀 그대로 땅바닥에 곤두박질쳤다.

마치 못에 박힌 인형 꼴이었다.

“아, 안 돼!”

이대로는 죽는다.

그런 위기감에 추기경은 재빨리 수십 마리의 박쥐로 변신해 박제에서 벗어나려 했다.

수십 개의 분신으로 몸을 쪼개는 만큼 힘은 약해지지만, 탈출에는 아주 용이한 종족비전이었지만.

“그럼 오히려 나는 좋지.”

이 역시 테오의 예상 범주 하에 있었으니.

그가 받는 ‘영감’은 이미 추기경의 수십 수백 개의 죽음까지 엿보고 있었다.

<불지옥>

하늘에 맺힌 두 번째 태양이 폭발했다.

수십 개의 날벼락이 그대로 지면에 꽂히면서 성마교의 주요 간부들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박쥐들까지 모조리 불살랐다.

-아, 안 돼애애애앳! 캬아아악!

추기경은 어떻게 손을 쓸 새도 없이 소멸을 맞았다.

겨우 살아남았던 박쥐들도 연이은 불길에 모조리 휩쓸려 재가 되고 말았으니.

조원들은 그 틈을 타 아이들을 보호하는 한편, 혼란에 빠진 남은 신도들을 소탕했다.

하지만 테오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추기경은 첫 번째 관문이었을 뿐.

상공에서 봤던 미소의 남자는 아직도 살아 있었다.

광신도들과는 전혀 관계 없는 사람처럼.

아주 먼 곳에 널찍이 떨어져서는 이쪽을 관망하고만 있었던 것이다.

콰아아앙!

남자는 팔짱을 풀고 손날을 들어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아주 가볍게 막았다.

“흡혈경(吸血卿)이 겉보기에는 그래도, 명색이 교에서 가장 나이를 오래 먹은 원로 축에 속하는데. 이리 허망하게 보내다니. 참으로 못된 불신자 이단아로고.”

남자가 차갑게 웃자 다른 광신도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핏빛 광채가 마구 맴돌았다.

추기경보다도 훨씬 창백한 얼굴은 마치 귀신이 걸어 다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내 추측이 옳다면, 저들 중에는 무려 사도(使徒) 급이 있을 걸세.

뉴위츠가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사도.

신의 말씀을 널리 퍼뜨리는 자들.

성마교 중에서도 <이름 없는 군주>에 가장 가까운 이들이기도 했다.

“피를 탐하는 혈귀(血鬼)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성마교의 신도 역할을 도맡았었지. 그리고 덕분에 그들의 왕인 혈귀제(血鬼帝)가 망신의 오랜 예쁨을 받았다는 말을 듣긴 했었는데…… 그게 당신인가 보군?”

혈귀제.

모든 뱀파이어들의 왕.

성마교에서는 4사도라는 직함으로 더 유명한 그가 웃었다.

“차기 북방의 군주께서 어둠 속에서만 기생해 살아가는 이 몸을 알아보시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

사도란 곧 광룡제와 같은 급이라는 뜻이다.

애당초 이곳은 함정이었던 것이다.

테오를 끌어내기 위한.

‘아이들을 납치해서 가고 있으면 당연히 내가 올 줄 알았던 거겠지. 내가 동부로 향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던 건가?’

그 말은 곧 라그나르 내에도 녀석들의 세작이 있단 뜻.

하지만 그쯤은 테오도 이미 예상했던 범주 안이었다.

『반려여!』

‘예!’

테오는 혈귀제와 정면 승부를 벌일 만큼 미련하지 않았다.

당장 자신의 실력이 어떤지를 잘 알고 있었으므로.

흡혈경을 처치했던 것도 상성상 우위에 있었고, 영감으로 내다 본 전투 경로가 있었기 때문이지 그 이상은 무리였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드드드득!

도르래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불지옥 한가운데 위로 불쑥 치솟아 오른 지옥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쪽에는 거대한 용이 자리 잡고 있었다.

로드브로크가 날개를 활짝 펼치며 괴성을 질렀다.

크롸롸롸롸!

“이런……! 수호룡이라니. 오랜만에 뵙습니다, 로드브로크시여.”

혈귀제는 오랜 나이만큼이나 로드브로크와도 구면이었다.

『그래. 오랜만이구나, 어둠의 기생충아. 죽은 채로 만났으면 더욱 반가웠을 것을.』

“이런 말씀이 너무 지나치십니다그려. 그나저나 수호룡이 가주에게 심장을 잃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설마하니 그 자식의 파트너로 나타나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만? 예나 지금이나 당신은 배알이라는 것이 없으신가 봅니다.”

『마음대로 지껄여라. 오늘이야말로 너를 한입에 삼켜줄 것이니.』

쿵쿵쿵쿵!

로드브로크는 지옥문을 열고서 혈귀제에게 달려들려 했지만.

“안타까운 말씀이지만 저희의 해후는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로드브로크 님을 상대할 분은 정작 따로 있으시니까요.”

『뭐?』

로드브로크가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하늘에서 무언가가 뚝 하고 떨어졌다.

콰아아앙!

로드브로크가 달리다 말고 가까스로 몸을 돌린 곳.

크르르-

3미터도 넘는 덩치를 자랑하는 늑대인간이 군침을 흘리며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3사도, 투랑제(鬪狼帝).

모든 웨어울프 족의 수장들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우리를 잡자고, 사도를 둘이나 들였다고?』

로드브로크의 눈이 딱딱하게 굳고.

“어떠십니까, 저희가 마련한 판이. 마음에 드시는지요?”

혈귀제가 웃었다.

시리도록 차갑게.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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