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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99화 (199/224)

199화

용활검 흐룬티 (4)

카일이 테오를 지켜보고 있는 자리.

츠츠츠-

광기와 마기가 테오의 몸 주변을 맴돌면서 언제라도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테오는 금방이라도 함락될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지만.

정작 두 눈을 감고 있는 그의 얼굴은 평온하기만 했다.

“안에서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를 모르겠으니 답답하구만. 좋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

테오를 보는 시선은 카일만 있는 게 아니었다.

흑룡, 율리우스, 매화궁주.

카일과 함께 오늘날의 라그나르를 만들었다는 의형제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다만, 평상시 따스한 눈빛으로 테오를 보던 것 다르게.

그들은 모두 긴장에 찬 얼굴로 테오를 보며 모두 저마다 손에 검을 쥐고 있었으니.

심지어 손끝에는 식은땀마저 묻어났다.

트로이반의 아홉 봉공들을 상대할 때에도 전혀 보이지 않던 모습들.

-테오가 폭주를 일으키게 되면 골치 아파진다. 그러니 만약의 사태에 대해서도 준비해두도록.

맏형인 카일은 세 사람에게 따로 그렇게 말할 정도로, 광룡제라는 존재가 그들에게 주는 중압감은 아주 컸다.

쿠데타를 일으킬 당시에 받았던 충격은 아직도 컸으므로.

당시 상황이 얼마나 끔찍했으면 매화궁주는 이따금 아직도 당시의 일을 악몽으로 꿀 정도일까.

“…….”

아니나 다를까.

덜덜덜…….

검을 쥐고 있던 매화궁주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만인을 굽어다 보던 오만한 눈빛.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광기.

거기에 휩쓸려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가솔들.

병사들은 서로 죽고 죽이는 광란을 부렸고, 그중에는 눈 먼 검에 찔려 돌아가시던 스승님의 모습도 있었다…….

‘테오까지 그 고통에 휘말리게 해서는 안 돼……!’

처음 카일이 테오에게 광룡제의 반검을 하사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도 큰 충격을 받았었는데.

이제는 그 반검의 사념을 깨워 ‘소가주로서의 마지막 시험’을 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얼마나 화가 나던지

매화궁주는 처음으로 카일에게 화를 내다시피 했지만.

카일은 오히려 덤덤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할 뿐이었다.

-스스로 우리의 업(業)을 잇겠다고 말하는 아이다. 그렇다면 이 정도쯤은 극복할 수 있어야지.

매화궁주도 카일의 목소리에 담긴 걱정을 읽었기에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만약 테오가 잘못 되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캄캄했다.

“부디 겉모습만 보고 속아 넘어가는 일은 없으면 좋겠는데.”

율리우스의 혼잣말에 세 사람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율리우스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니. 그렇잖아? 그 양반, 겉만 보면 정상처럼 보이니까.”

흑룡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율리우스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으므로.

광룡제가 광기에 물들기 전까지만 해도 갖고 있던 별호는 ‘검의 신사(紳士).’

라그나르 출신이라는 말에 어울리지 않게 항상 정중하고 예의 바른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그 때문에 당시에 그와 교류를 갖고자 하는 인사와 명사들도 아주 많았었지.

광룡제가 축출될 때 그는 억울한 피해자일 뿐이라며 제국의 여론이 움직일 정도였다.

과거 율리우스도 그런 광룡제의 겉모습에 넘어간 적이 있었다.

아마 여기서 가장 큰 충성심을 바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는 어느 날 검을 거꾸로 잡았다.

자신이 모시던 주군이 더 이상 자신이 알던 주군이 아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괴물.

사랑하는 여인을 잃어버린 주군은 미치광이가 되어 그 화를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로 쏟아부었다.

“또 어떤 면에서는 테오를 닮기도 했었…… 더 길게 말을 해봤자 입만 아프겠군.”

율리우스는 가볍게 혀를 차면서 카일을 돌아보며 물었다.

“큰형님이 보시기에 테오가 광룡제의 사념을 극복할 확률은 얼마로 보십니까?”

평온한 목소리.

하지만 흑룡과 매화궁주는 테오가 만약 잘 되었을 경우에 모든 미련을 버리고 가장 첫 번째로 검을 휘두를 사람이 그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 중에서 광룡제에 가장 큰 분노와 원한을 품은 사람은 카일이 아닌 율리우스였으므로.

“1할.”

“……1할?”

율리우스의 고개가 외로 꼬이고, 흑룡과 매화궁주가 가만히 미간을 좁혔다.

그런데,

“그것도 테오의 정신력이 대단하기에 높게 친 것이다.”

“……!”

“……!”

“지금 그걸 말이라고……!”

흑룡과 매화궁주가 충격을 받아 인상을 굳혔다.

율리우스의 눈동자에 분노가 어렸다.

한평생 카일에게 복종과 충성만 바치던 그로서는 처음 보이는 적개심.

하지만 카일은 덤덤한 얼굴로 율리우스를 바라봤다.

“이게 아니면 방법이 있나? 있으면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율리우스는 순간 말문이 턱 하고 막혔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쥐새끼처럼 도망쳐 다니던 양반이다. 이 방법이 아니면 끄집어낼 방법이 있냐고 묻는 거다. 이건 내게도 도박이란 뜻이지.”

“…….”

“만약 그 양반이 망신의 구슬에 있던 광기를 매개로 해서 테오에게 직접 손을 쓰려 한다면? 테오가 거기에 잡아먹힌다면? 우리는 선택자를 고스란히 빼앗기게 되는 셈이다.”

선택자를 빼앗긴다는 것.

그들이 그토록 막고자 하던 회귀 능력을 갈취당한다는 것.

그 결과를 생각하니 저절로 등골이 서늘해졌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 아이를 믿고 하는 거다. 나는 이 아이의 친부야. 최소한 선은 넘지 말아라, 유스.”

유스.

율리우스이 젊은 시절에 쓰던 애칭이었다.

하지만 율리우스가 받은 충격은 다른 곳에 있었다.

-나는 이 아이의 친부야.

큰형님이 수많은 자식들을 두고 저렇게 직접 말한 아이가 있었던가?

결국 율리우스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이 일에 가장 노심초사한 마음을 가진 이는 다름 아닌 카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니까.

“끝난다.”

그때, 말없이 테오를 지켜보기만 하던 흑룡이 입을 뗐다.

남은 세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돌아가고,

쿠쿠쿠쿠……!

테오가 거칠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

격진이 시작되었다.

‘무슨 힘이!’

‘기세가 이 정도라고?’

‘까닥했다간 큰일 나겠어!’

그들도 테오가 이미 용문검사의 수준에 도달했단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 광룡제의 광기에 물들게 되면, 혹은 광룡제의 인격으로 각성을 이루게 되면 말도 안 되는 성장을 이루리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 풍기는 광기와 마기만 해도 9룡을, 아니, 어쩌면 그 이상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만약 카일이 용살기를 흩뿌려 광기의 확산을 막지 않았더라면 이미 건물이 무너졌을지도 모르는 상황.

자칫 지난 쿠데타 때처럼 광기가 폭주를 일으킬지도 모르는 위험천만한 상태였다.

쿵! 쿵! 쿵! 쿵! 쿵!

테오의 몸이 거친 심장 박동에 맞춰 요란하게 떨렸다.

그러자 광기와 마기도 덩달아 구체적인 파동을 일으키면서 요동쳤으니.

「……형님.」

그때, 흑룡이 차분한 목소리로 카일에게 전음을 보냈다.

「아무래도 위험한 것 같은.」

흑룡의 말은 도중에 끊어지고 말았다.

키아아아!

갑자기 광기와 마기가 마구잡이로 뒤섞이면서 테오의 몸을 휘감았기 때문이었다.

“광룡현신(狂龍現身)!?”

“대체 이게 왜!”

율리우스와 매화궁주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광룡제를 상징하는 트레이드 마크가 나타나자 과거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나고 만 것이다.

「형님!!」

흑룡은 테오가 이미 광룡제에 완전히 잡아먹혔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봉인’을 시도해야만 했다.

과거에 그들 형제가 풍존에게 했던 것처럼.

하지만 카일은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흑룡이 참지 못하고 앞으로 튀어 나가려는데.

팟!

갑자기 검 한 자루가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율리우스였다.

“기다리십시오, 형님.”

“너!”

“큰형님도 가만히 계시지 않습니까?”

“이대로 놔뒀다가 정말 광룡제의 인격을 각성하면 어쩌려고!”

“1할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율리우스는 여전히 감정을 읽기 어려운 카일 쪽을 보다가 다시 로베르를 돌아봤다.

“그렇다면 믿어야죠. 무조건 성공한다는 거 아닙니까?”

흑룡은 그게 무슨 말이냐고 따지려다가, 어느새 매화궁주도 율리우스 옆에 선 것을 보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매화궁주는 어느새 트라우마를 전부 극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녀도 1할의 가능성을 믿는 것 같았다.

‘1할…….’

흑룡은 그 말을 작게 외다가 뒤늦게 깨달았다.

원래 테오가 걸었던 길, 그 자체가 그보다 작은 확률이었다는 걸.

애당초 테오를 의심했으면서 나중에 그를 응원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

그의 열의 때문이지 않았던가.

콰아아아아!

그 순간,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막강한 파장이 흘러나오면서 카일의 용살기를 부쉈다.

와장창창!

유리창 깨지는 소리와 함께 세상이 아래로 무너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흑룡과 율리우스, 매화궁주가 모두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고 자세를 유지하는 건 율리우스뿐이었다.

그러다 갑자가 태풍이 거짓말처럼 뚝 그쳤다.

‘어떻게 된 거지?’

‘너무 조용해.’

‘테오…….’

세 사람은 자신들끼리 눈치 보기 바빴다.

“끝났군.”

그러다 카일이 살짝 웃었을 때, 테오가 천천히 눈을 떴다.

진홍색 눈이 한층 더 짙어져 이제 갈색 빛깔마저 감돌고 있었다.

‘더 성장한 거야!’

‘사념을 완전히 갈무리한 건가?’

‘이제는 용문검사를 넘어 월계의 수준을 넘볼 수 있을지도.’

세 사람은 테오의 눈을 본 순간 깨달았다.

-속을 읽을 수 없다!

그들 정도 되는 고수들이 경지를 짐작할 수 없다면 두 가지 중 하나였다.

자신들을 속일 정도로 마력을 갈무리하는데 섬세해졌거나, 아니면 그들과 비등한 수준에 올랐거나.

아마 진실을 아는 건 카일 뿐이지 않을까?

“처음으로 조부를 만난 소감은 어떻더냐?”

조부.

그 말에 세 사람이 자기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테오는 분명히 사념을 깨울 때까지만 해도 카일 뿐이던 자리에 왜 세 사람이 더 왔는지 몰라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곧 테오는 정신을 차리고 계면쩍은 얼굴로 볼을 긁적였다.

“음, 그게.”

“왜? 쓸데없는 말이라도 하셨나?”

“아버지께 안부를 전해달라고…….”

“뭐? 하하하하!”

카일이 크게 웃었다.

웃음소리가 까랑까랑하게 울려 퍼졌다.

세 사람은 격한 카일의 반응을 보면서도, 테오가 광룡제를 ‘조부’라는 표현을 일부러 쓰지 않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테오의 마음가짐이 어디에 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어서 한결 마음이 놓였다.

“난생처음으로 본 손자 앞에서 꺼낸 말이 그게 전부란 말이지? 그 사람다운 말이로군.”

카일이 차갑게 웃다가 물었다.

“그리고 또? 분명히 다른 말도 했을 것 같은데.”

테오는 잠시 ‘문’을 통과하기 전에 광룡제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웃음기가 살짝 섞였던 평온한 말투.

하지만 테오의 귓가에는 아직도 맴도는 한 마디였다.

순간, 테오의 인상이 굳었다.

“제게 하셨던 말씀이셨습니다.”

“뭐였지?”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또 보자.

“또 보자.”

광룡제는 절대 마지막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나의…….

“나의 제자야.”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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