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89화 (189/224)

189화

광룡제의 후예 (4)

[축하합니다! 가문의 배신자를 차단하고, <이름 없는 군주>의 부활을 막아 시나리오 퀘스트 #9를 무사히 완수했습니다.]

[평가: SS]

[보상으로 망신의 구슬에 대한 소유권을 획득했습니다.]

[평가에 따른 추가 보상으로 보유 스킬 ‘레서 드레이크 피어’가 승급하여 새로운 스킬이 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

츠츠츠츠!

토르켈이 그동안 흡수했던 광기와 마기가 피분수와 함께 꾸역꾸역 쏟아지는 게 보였다.

퀘스트대로라면 저 구슬은 이제 테오의 소유물이 되었으므로, 흡수도 가능할 터.

-가지자. 가지자고. 지금이야말로 최적기잖아? 양도 적어졌고. 농도도 옅어졌고.

아니나 다를까.

검의 구슬이 내뿜던 염도 점점 강해졌다.

니르바나로 단단해진 테오의 정신력이 순간 흔들릴 정도로.

-제발……!

-탐이 나지 않아? 저것만 있다면 너도 내가 보고 있는 ‘세계’를 볼 수 있게 되는 거야.

그것은 테오도 끌릴 수밖에 없는 충동이었다.

그동안 검의 구슬이 가져다주었던 영감을 가질 수만 있다면.

광룡제의 세계를 원하는 대로 볼 수 있다면 더 이상 무서울 것도 없었으니까.

-그 ‘세계’를 네 것으로 하지 않을래?

그 순간, 테오는 결정했다.

저 광기와 마기를 정말 자신의 것으로 삼기로.

검의 구슬이 속삭이는 대로 대부분의 마기와 광기는 여의주태양과 함께 소모되었고, 저기에 남은 것은 거르고 또 걸러 최소만 남은 정수(精髓)였다.

오른손을 활짝 펼쳤다.

테오는 추가 보상으로 얻은 새로운 스킬을 발동했다.

[‘스킬: 드레이크 피어’가 생성되었습니다.]

+

[드레이크 피어]

· 등급: B+

· 숙련도: 5%

· 효과: 드레이크가 품고 있는 살기를 뿜어 상대를 압도한다. 숙련도가 상승하면 마력을 유형화(有形化)하여 사용할 수도 있다.

+

마력의 유형화.

마력을 직접 손발처럼 사용할 수 있다면, 테오가 부리는 염동력의 조절력을 더 높여주는 효과를 줄 수 있었으니.

[‘스킬: 드레이크 피어’와 ‘해츨링 싱크로’가 상생 작용을 일으킵니다. <니르바나>의 효과가 더해져 염동력의 수준이 최대치로 발생합니다.]

고오오오!

테오의 손바닥 쪽으로 커다란 소용돌이가 그려지며 광기와 마기의 정수가 빨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체내에 흐르던 용의 마력과 구슬의 기운이 뒤섞인 순간.

쾅!

몸 한쪽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었다.

상성이 맞지 않은 두 마력이 뒤섞이면서 발생한 반발 작용이었다.

테오도 순간 몸을 움찔 떨었지만, 곧 버티고 계속 흡수를 시도했다.

[‘스킬: 페어리 버프’가 적용되어 마력 중화가 시도됩니다.]

[‘스킬: 웜 이터’가 발동하여 중화되지 않은 이질적인 기운을 강제로 복속시킵니다.]

드드드득!

두 기운 간의 거친 마찰 때문에 팔뚝 위로 핏대가 잔뜩 올라왔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가라앉기 시작했다.

[마력량이 대폭 증가합니다.]

테오의 입가에 미소도 맺히던 그때였다.

「왜 이렇게 늦나 싶더니 이것 때문이었군. 멍청한 놈들. 부대 하나를 어쩌지 못해서. 쯧!」

오싹!

테오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목소리가 있었다.

다른 어느 때보다 가장 활발하게 작동하던 검의 구슬이 소리쳤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황급히 머리를 옆으로 비틀었다.

파아아앗!

조금 전까지 테오의 머리가 있던 자리로 검기가 날카롭게 스쳐 지나갔다.

잘린 머리카락 일부가 하늘에 나풀나풀 날렸다.

“……!”

“그걸 피한다고? 제법이로군. 아놀드와 하르케가 왜 비명횡사했는지는 알 것 같아.”

순간, 테오 앞으로 한 노인이 나타나 차갑게 웃었다.

‘그라나다!’

트로이반의 가주가 직접 나타난 것이다!

분명히 라그나르의 본진이 발을 묶고 있었을 텐데 어떻게 나타난 거지?

하지만 테오는 질문을 던질 새도 없었다.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위로 쳐올리는 것과 동시에 월백, 용살, 영묘까지 한꺼번에 불러들여야 했으니까.

한 곳으로 교차한 네 자루의 검.

그 위로 그라나다의 내려베기가 작렬했다.

콰아아앙!

쿠쿠쿠-

“컥!”

테오는 피화살을 토하면서 뒤로 한참 동안 밀려나고 말았다.

휘휘휘……!

그가 밀려난 자리로 길쭉한 고랑이 파이고, 그 위로 마찰열로 인한 연기가 풀풀 날렸다.

‘미치…… 겠군.’

테오는 다시 목젖을 타고 올라오는 울혈을 억지로 삼켰다.

가뜩이나 엄청난 양의 마력을 정제하고 있던 중에 기습이 벌어지고 말았으니.

겨우 진정되던 마력은 다시 폭주를 일으키면서 마력회로 곳곳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었다.

까닥하면 니르바나도 깨질 뻔했으니.

하지만,

‘저 검……!’

테오의 시선은 전혀 다른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라나다가 든 검이 어쩐지 낯익었던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기운이 익숙했다.

우우웅! 우웅!

순간, 용살검이 거칠게 떨렸다.

마치 오랜 형제를 만나기라도 한 것처럼.

용살검 ‘발뭉’의 쌍둥이 검.

용활(龍活)의 귀검(鬼劍) ‘흐룬티’가 분명했다.

“보아하니 너, 카일에게서 스승님의 검을 물려받은 모양이구나.”

그라나다는 빤히 자신의 검을 바라보고 있는 테오가 재미있었던지 가볍게 웃었다.

스승님.

아마도 광룡제를 말하는 것일 테지.

“스승님의 검이 발산하는 염을 매개로 해서 언젠가 있을 스승님의 기운을 거둬들이게 한다……. 우리가 선택자에게 관심을 기울일 것을 알고 깔아둔 덫인가? 정말이지 카일다운 생각이야. 자신의 아들도 도구로 여기는 건.”

테오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저 말은 곧 자신이 언젠가 광룡제와 부딪칠 거란 걸 아버지가 내다보셨다는 뜻이니.

‘미끼.’

트로이반과 성마교라는 커다란 집단으로 자신을 숨기고 있는 광룡제를 끌어내기 위한 수단.

확실히 자신보다도 그 역할에 어울릴 만한 사람도 없을 거란 생각이 들긴 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원하시던 노림수가 그것만은 아닌 것 같은데…….’

어쩌면 자신이 새로운 회귀를 포기한 대가로, ‘안목’이라는 선물을 주려 하셨던 것일지도.

테오는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그라나다 쪽에 정신을 집중했다.

상대는 카일과 함께 제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최강자라 불리는 검사였다.

까딱했다간 그냥 목이 달아나는 수가 있었다.

더구나 더 큰 문제는.

[00:01:58]

[00:01:57]

.

올 버프의 타임이 이제 거의 바닥을 보인다는 점이었다.

‘마력회로가 손상되면서 임의로 발동할 수 있던 <시계태엽의 나열>도 발동이 어려워.’

율리우스 쪽을 살짝 돌아봤지만, 그쪽은 여전히 에드를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테오! 괜찮냥?”

“예. 괜찮…… 습니다.”

그때, 1번조의 대원들이 테오를 보호하기 위해 둘러쌌다.

아모레는 테오의 상태를 체크하고 인상을 딱딱하게 굳혔다.

“이건 입마증 초기 증세잖아? 너!”

“정말 괜찮습니다. 지금은 우선 그라나다부터 어떻게 할 생각을 하시죠. 지금이 아니면 저자를 밖으로 끄집어낼 기회도 없습니다.”

아모레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눈치였지만, 당장 여기서 테오를 치료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고 그라나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들의 기세만으로 그라나다의 패기를 넘어서기는 힘들었으니.

그라나다의 한쪽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우리쪽 전력도 대폭 깎였으니 그쪽도 그만큼 덜어내는 게 형평상 맞겠지?”

파아아앗!

그라나다가 움직였다.

「5번조! 너희들은 어떻게든 너희 조장을 지켜랑!!」

아모레도 5번조에게 따로 전음을 보낸 뒤, 대답도 듣지 않고 움직였다.

* * *

‘끝났군.’

에드는 그라나다 쪽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토르켈을 비롯한 주요 전력을 상실한 것은 큰 패착이었지만, 원하던 대로 테오는 거의 생포하는 데 성공했으니 이만하면 되었다 싶었다.

‘아니, 오히려 더 잘 된 걸지도 모르지. 선택자가 가진 마력을 통째로 가로채면 그만이니.’

온전한 망신의 구슬 대신에 그걸 삼킨 선택자의 마력이라면…… 신의 존재로 거듭나고자 하시는 광룡제에게도 오히려 더 좋을지 모른다.

혹시 모른다. 지금은 횟수가 끝나고 만 회귀 능력을 복구하실 수 있을지도.

때마침 5번조와 용의 군단이 테오를 보호하기 위해 그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보였지만.

글쎄?

저들만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 * *

생각지 못한 토르켈의 배신.

새로운 백갑용기대와 흑색철기대의 등장.

거기다 그라나다의 출현까지.

계속된 발생하는 긴급 상황 때문에 홀커스는 손이 덜덜 떨렸다.

자신은 실전검사가 된 지 이제야 겨우 1년이 될까 말까 한 신입이건만, 왜 이렇게 위험천만한 사건들만 겪는 걸까?

낭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부대 생활도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로지 죽음, 죽음, 죽음 뿐.

‘하지만 테오는…… 그걸 몇 번이나 건넌 거잖아.’

레이와 대련할 당시. 그녀가 했던 말이 있었다.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마. 테오는 고생했어. 네가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이.

당시엔 테오와 가깝다고 그냥 잘난 척 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홀커스는 이제야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화려하기만 한 줄 알았던 테오의 겉모습은 그저 꾸며진 것에 불과하다는 걸.

누이 앞에서 당당히 테오의 검이 될 거라고 소리치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기만 했다.

‘네가 겪고 있는 세계는 대체 어떤 세계인 거냐?’

나는 이렇게 옆에 서 있는 것만 해도 두렵기만 한데. 너는 전혀 그렇지 않구나.

홀커스는 테오가 더 대단하게 보였다.

그리고 정말 자신이 테오의 옆에 있을 자격이 있는지, 그걸 꿈꿀 자격이 있는지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그래도 한 가지만큼은 확실했다.

‘테오가 이대로 죽게 놔둘 순 없어!’

그라나다가 달리는 것이 보였다.

1번조가 만든 병장기의 숲을 빠르게 가로지르면서 테오를 제압하려 하고 있었다.

토르켈을 잡기 위해 트로이반의 숲을 가로지르던 테오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드는 광경이었다.

이제 5번조를 넘어 백갑용기대 전체가 테오를 지키고자 매달렸지만, 그라나다라는 초인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으니.

그래도 홀커스는 물러서지 않고 테오 앞에 섰다.

그리고 그라나다에 정면으로 맞섰다.

여기서 당장 죽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테오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씨이이바아아알! 트로이반이고 뭐고 간에 다 좆까라고 그래! 덤벼어어어!”

자신이 나서봤자 그라나다에게는 1초지적밖에는 되지 않겠지만.

녀석의 발을 묶는 건 정말 찰나에 불과하겠지만, 그 찰나에 테오가 무사히 도망칠 수 있다면 충분히 자신의 목숨을 던질 가치가 있었다.

그래서 악을 지르면서 움직였고, 홀커스의 목을 자르기 위해 그라나다의 검이 무심하게 움직였다.

차아앙!

아니나 다를까.

홀커스가 쥐고 있던 검이 너무 쉽게 동강 났다.

용활검의 끝이 목젖을 파고 들었다.

그때까지도, 홀커스는 겁먹기는커녕 마지막까지 그라나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라그나르다운. 그리고 랑케다운 기백이로구나.”

바로 그때, 홀커스의 귓가로 살짝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챙!

용활검이 위로 거칠게 튀어 올랐다.

그리고 홀커스 앞으로 나타나는 인영.

“가주님……!!”

카일의 등장이었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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