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85화 (185/224)

185화

임시 5번조장 (5)

‘무슨 놈의 힘들이……!’

벡터는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검기의 파편들을 보면서 몸을 굳혔다.

그 역시 유리 공간을 깨달은 초인 중 한 명이었지만, 이들처럼 전력을 보일 자신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콰드드득-

하늘에서 마기로 이뤄진 낙뢰가 쉴 새 없이 떨어지고, 땅에서는 폭풍우가 휘몰아치면서 낙뢰를 모두 지워내기를 반복했다.

율리우스와 에드는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전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겉보기엔 단순히 휘두르고, 베고, 찌르면서 합을 나누는 것처럼 보였지만.

단 한 번의 동작에도 수많은 묘리가 담겨 언제든 다양한 방향으로 분리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알 수 있었다.

‘이것들은 마구니로다. 사람의 탈을 쓴 마구니.’

벡터는 율리우스와 에드를 그렇게 평가했다.

사람이 아니라고.

저런 힘은 절대 인간에게 허락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위대한 신의 말씀이 옳았다. 신에게는 신에게 어울리는, 인간에게는 인간에게 어울리는 위치와 의무가 있나니. 하루라도 빨리 신의 말씀을 이 세계에 널리 알려 저들의 허황된 힘을 빼앗아 올바른 가르침을 줄……!’

하지만 벡터의 생각은 얼마가지 않았다.

콰아앙!

굉음이 들린 정문 쪽.

흑색철기대가 쐐기자(∧) 형태의 진영을 갖춘 채로 돌파를 시도하는 것이 보였다.

순간, 벡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왔구나!”

부활식을 시작하기 전에 에드가 했던 말이 있었다.

-라그나르가 부활식을 어떻게든 막을 거라는 첩보가 있었소. 백갑용기대가 직접 나설 것이라더군.

-그 이단들이 또 방해를 하려고……!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좋소. 그들의 작전은 실패하게 될 테니까.

-……?

-그새 잊으셨소? 라그나르에는 여전히 우리 트로이반에서 심어둔 끄나풀이 있다는 것을. 이제 그걸 꺼내둘 차례인 것 같소.

-아!

-이제는 그 정체를 밝혀도 될 것 같군.

에드는 누누이 라그나르에 심어두었던 자신의 세력이 완전히 몰락한 것이 아니라는 말을 하곤 했다.

라그나르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그 안의 갈등과 균열도 아주 심하니.

거기에다 조금만 충격을 주어도 알아서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그러니 언젠가 필요할 때 그 칼을 꺼내 라그나르에 치명상을 입힐 것이라고 확언했다.

그런데 부활식을 앞에 두고 그 숨겨뒀던 칼을 꺼낸다고 하니 기대가 될 수밖에.

-그 칼이 무엇이오?

-그 칼은.

두두두두!

흙먼지를 잔뜩 일으키면서 혈사제와 백갑용기대가 뒤엉킨 난전으로 끼어드는 흑색철기대가 보였다.

-토르켈 라그나르. 흑색철기대의 대장이오.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얼마나 웃기던지.

저 증오스러운 라그나르의 직계가 라그나르를 배반했다는 사실이 이토록 재미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5사도.

아마도 성마교를 직접 이끄시는 신의 영육(靈肉)께서 그에게 직접 은총을 내리신 것일 테지.

따지자면 그분이야말로 라그나르의 ‘정당한 주인’이니.

그라나다 트로이반 역시 5사도의 은총을 받은 신하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전쟁은 전부 5사도의 손바닥 위에 놓여 있던 셈이었다.

그러니 이제 백갑용기대는 절망을 맛보게 될 것이다.

아군인 줄 알았던 이들이 적으로 돌변한 순간.

흑색철기대의 날카로운 창이 갑자기 그들의 등을 찌르는 순간, 기세등등했던 사기도 단번에 꺾이고 말겠지.

그리고 진실 따윈 전혀 모른 채로 이 자리에서 절명할 테고.

그들의 시체와 피는 전부 신의 부활을 위한 자양분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사교 놈들을 한 놈도 남기지 마라-!”

흑색철기대의 선두에 있던 토르켈이 내지른 사자후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존명!”

“존명!”

기마병의 창과 군마의 말발굽이 눈앞에 있는 것들을 모조리 짓밟았다.

퍼퍼퍼퍽!

콰콰콰쾅-

“커헉……!”

“어째서 우리에게……!”

“흑색철기대……! 흑색철기대를 피하라……! 어서……!”

피떡이 되어 죽어나가는 건 백갑용기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성마교의 혈사제 쪽이었다.

-뭔가 이상하다!

벡터는 언질을 들었던 것과 전혀 다르게 돌아가는 양상에 재빨리 에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요, 소가주-! 이건 말과 다르지 않소! 흑색철기대가 분명히 우리를 도울 거라 하지 않았……!」

벡터는 전음을 보내다 말고 도중에 끊어야만 했다.

이쪽을 돌아보는 에드의 시선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 순간, 벡터의 머릿속으로 번뜩 스치는 것이 있었다.

‘설마…… 애당초 트로이반이 노렸던 건……!’

황급히 <검은 꽃> 쪽으로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우리 3사도를 따르는 추기경께서는 눈치가 너무 느리시군. 뭐, 덕분에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지만 말이오.」

순간, 추기경 앞으로 누군가가 불쑥 나타났다.

아무런 장식도 되지 않은 민무늬 가면을 쓴 자.

트로이반의 그림자라 불리는 봉공이었다.

그제야 벡터는 깨달을 수 있었다.

성마교는 출신 성분이 전혀 다른 다섯 사도들과 그들을 따르는 파벌들로 구축된 곳.

그동안 트로이반을 중심으로 무력을 담당하던 5사도의 파벌이 제사와 의식을 담당하던 3사도의 파벌을 밀어내려 하고 있었다.

검은 꽃을 탈취하기 위해서.

그리고 모든 일이 끝난 뒤에는 그 죄를 전부 라그나르 쪽으로 던져 사실을 숨기려 하겠지.

영악한 술수였다.

스걱!

푸우우우-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벡터의 머리통이 잘려 나갔다.

* * *

흑색철기대는 어째서 자신들이 라그나르를 상징하는 4대 부대에 속하는지를 알려주려는 것 같았다.

꿰뚫고, 부수고.

그들이 지나는 자리에는 철저하게 파괴된 흔적만이 남았으니.

땅바닥에는 오로지 피떡이 되고 만 혈사제들의 시체 파편과 거기서 흘러나온 피로 찍힌 말발굽 자국만 남았다.

하지만,

‘이상해.’

테오는 거기서 강한 위화감을 느꼈다.

‘너무 일직선이야.’

흑색철기대의 가장 큰 장점이 돌파(突破)와 분쇄(粉碎)에 있다지만. 지금은 마치,

‘목적지에 다가가려는 듯한……!’

그러다 테오의 눈에 보였다.

흑색철기대의 방향 끝.

마침 피다 만 검은 꽃봉오리가 있는 것을.

파아아아!

분명히 제사장이 죽으면서 부활식도 정지되었건만.

죽은 혈사제들이 흘린 피가 어느새 내를 이루며 검은 꽃봉오리 쪽으로 천천히 흐르는 것이 보였다.

츠츠츠-

덕분에 아주 조금씩이지만 꽃봉오리가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안에서부터 거무스름한 광채가 조금씩 새어나오는 게 보였다.

‘설마!’

파아앗!

테오는 생각이 정리되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먼저 움직였다.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움브라가 단번에 그를 검은 꽃봉오리 쪽으로 실어 날랐다.

그리고,

“……잡았다.”

흑색철기대가 검은 꽃에 다다르기 직전.

깊게 눌러쓴 투구 아래 토르켈이 처음으로 환희에 찬 목소리로 검은 꽃에 손을 뻗으려는 순간.

테오가 도중에 난입해서 토르켈의 손길을 튕겨냈다.

콰아앙!

히히히힝!

토르켈이 탄 철갑마가 도중에 방향을 꺾으며 크게 상체를 일으켜 투레질을 했다.

“테오 라그나르, 이게 대체 무슨 짓이지?”

토르켈의 두 눈에서 안광이 기이하게 번뜩였다.

평상시 냉철하다고 알려진 것과 다르게 그는 테오에 대한 살기를 숨기지 않았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입니다만, 흑색철기대장. 임무 목표를 착각한 것 아니십니까?”

“부활식을 막는 게 우리가 받은 임무다만.”

“아니죠. 정확하게는 ‘혈사제들을 처치하는 것’입니다.”

“…….”

“아닙니까?”

토르켈은 잠시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테오 라그나르, 지금 네가 하는 행동은 주제를 넘는 짓이라는 것 알고 있나?”

그때, 토르켈 앞으로 아이얀이 말을 몰고 나타났다.

“그렇습니까?”

“그렇다. 네가 백탑의 신비에 대한 공적을 인정받아 임시 조장이 되었다는 소식은 들어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백갑용기대에서나 해당될 뿐, 흑색철기대의 영역에 대해서 간섭하는 것은 권한 밖이라는 것을 잊지 말도록.”

아이얀은 당장에 테오를 찢어죽일 듯한 살기를 흘려대고 있었다.

하지만 테오에게는 피부만 따끔거릴 뿐, 위협이 되지는 못했다.

아니, 오히려.

고오오오!

[‘스킬: 레서 드레이크 피어’가 발동하여 적의 기세를 밀어냅니다.]

테오를 중심으로 휘몰아친 기세가 아이얀의 기세를 밀어냈으니.

히히힝.

철갑마들이 일제히 화들짝 놀랐다.

아이얀은 자신의 말을 진정시키느라 한참 동안 애써야 했다.

“그럼 중요 물품으로 보이는 것을 흑색철기대에서 회수하는 것도 흑색철기대의 관할이니 신경 쓰지 말라, 그런 말씀으로 보아도 되겠군요?”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당신들의 ‘진짜 목적’에 대해서 묻고 있는 겁니다.”

테오는 한순간 아이얀이 흠칫 놀라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역시.’

이들의 목적은 임무 완수가 아닌 듯했다.

‘원래는 난전 중에 암살하라는 것이 흑룡의 지시였지만…….’

보아하니 이미 아이얀을 비롯한 흑색철기대가 통째로 토르켈 쪽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였다.

어느새 흑색철기대 전체가 학살을 멈추고 테오의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검은 꽃을 어떻게든 가져가겠다는 듯.

그리고 여기에 방해되는 자는 누구든 처치하겠다는 듯.

‘아무래도 암살 정도로는 안 되겠어.’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였다.

-대장전(大將戰).

푹!

테오는 손에 쥐고 있던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바닥에 꽂으며 토르켈과 아이얀, 그리고 어느새 자신의 주변을 에워싼 흑색철기대를 바라봤다.

“상급검사 테오 라그나르, 지금부터 임무를 수행하겠다.”

[‘스킬: 해츨링 싱크로’가 발동되어 뇌문이 활짝 열립니다.]

[‘스킬: 페어리 버프’가 발동되어 마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스킬: 웜 이터’가 발동되어 공력력이 증가합니다.]

.

.

[니르바나가 활짝 열렸습니다.]

[용인(龍人) 각성이 시작됩니다.]

고오오오!

테오가 소지하고 있던 태고룡의 유물들이 일제히 개방되면서 마력 폭풍이 휘몰아쳤다.

소맷자락이 펄럭거렸다.

앞머리가 흔들렸다.

테오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빠르게 변화하는 것을 느꼈다.

니르바나.

일곱 번째 시나리오 퀘스트를 클리어하면서 얻은 보상은 정신 세계의 확장을 의미했으니.

이미 만신전의 문을 열면서 신의 존재를 목격했던 테오의 정신은 일반인과는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렇게 성장한 영격(靈格)은 자연스럽게 깨달음에도 녹을 수밖에 없는바.

이 순간, 흑색철기대는 테오의 위세에 자신들이 압도되는 착각을 받고 말았다.

“내 임무는 토르켈 라그나르의 숙청.”

테오가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가 흑색철기대의 귓가에 연달아 틀어박혔으니.

아이얀을 비롯한 대원들이 딱딱하게 인상을 굳히며 창을 드는 것과 동시에 테오가 마지막 일갈을 내뱉었다.

“이를 방해하는 자들은 모두 가문의 의지에 반역한 것으로 규정, 즉결 처분에 임하겠다.”

[올 버프 모드가 시작됩니다.]

[발동 시간: 10분.]

파직, 파지지직!

이제 마력 폭풍에서는 샛노란 뇌전까지 뒤섞이면서 뇌전 폭풍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대장님을 보호하라-!”

아이얀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근처에 있던 대원들이 다급하게 토르켈을 보호하고자 모여들었고,

콰앙!

쐐애애액-

테오가 즉각 지면을 거세게 박차면서 토르켈 쪽으로 달려들었다.

“어딜-!”

“죽어어엇!”

흑색철기대원들이 날카롭게 내찌른 창이 테오의 머리와 등 위로 쏟아졌다.

하지만 테오는 달리던 그대로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회전시키면서 공세를 모조리 튕겨냈고, 동시에 이기어검술의 묘리에 따라 허리춤에 달려 있던 검들을 모조리 발출시켰다.

팟! 팟! 팟!

퍼퍼퍽-

월백, 용살, 영묘의 검 세 자루가 일직선으로 쏘아져 철갑마의 목을 꿰뚫고, 철기대원의 심장에 꽂혔다.

푸화악!

그들은 어떻게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수십 개의 파편이 되어 후두둑 아래로 쏟아졌다.

“파르마아아아!”

“젠더!”

“죽여버리겠다아아!”

다른 철기대원들이 분노하면서 테오의 등을 노리기 위해 움직였지만,

“암살을 하랬더니 아예 대놓고 싸움을 걸고 있잖앙? 이거 완전히 골 때리넹?”

갑자기 하늘에서부터 귀여운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그것과는 어울리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마치 유성우라도 떨어진 것처럼 수십 개의 기세가 수직 낙하하며 철기대원들을 모조리 날려버린 것이다.

아모레와 1번조원들.

테오를 도와 흑색철기대를 막아서기로 한 이들이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아모레는 테오 쪽을 슬쩍 보면서 웃었다.

“뭥, 그래도 따지자면 그게 라그나르에 어울리는 거긴 하지망. 헷.”

그리고 그사이, 테오는 어느새 토르켈이 있는 곳까지 다다랐고.

처음으로 그와 격돌했다.

콰아아아앙!

하지만 테오의 공격은 토르켈에 미처 닿지 못했다.

용력과 마기, 그리고 그것을 넘어선 잡다한 기운들이 뒤섞여 만들어진 용의 형상이 토르켈을 보호하고 있었으니까.

“아직은…… 이걸 드러낼 생각이 없었는데 말이야. 역시 대단해. 어떻게 1년 사이에 이렇게 날 위협할 정도로 강해질 수 있는 거냐, 동생아? 나처럼 금단에 손을 댄 것도 아닐 텐데?”

토르켈이 차갑게 웃었다.

하지만 싸늘하게 식은 두 눈에서는 테오에 대한 질투와 시기가 잔뜩 묻어났다.

지이이잉!

드레이크의 날붙이가 상대가 혐오스럽다는 듯이 거칠게 떨렸다.

“광룡제의 광기에다 <이름 없는 군주>의 마기까지?”

테오는 대답 대신 한쪽 눈썹을 꿈틀거렸다.

라그나르의 계승권자라면 도저히 허락되지 않은 금단의 힘을 두 개나 갖고 있었으니.

“당신, 대체 정체가 뭐야?”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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