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화
용살(龍殺)의 신비 (4)
크림힐트의 새로운 사념이 재생되었다.
화아아악!
하아…… 하아……!
크림힐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바닥에 꽂은 검 아래에는 악룡이 머리가 꿰뚫린 채로 축 늘어져 있었으니.
녀석은 마지막 남은 기력으로 눈동자를 위로 굴리면서 자신을 해친 용살자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내 머리를 꿰뚫은 검이 정작 내 늑골을 뽑아 만든 것이라니. 하하하. 나를 막은 자가 또한 내 심장을 바친 친구라니.
악룡은 웃었다.
크림힐트는 사실 그가 수천 년의 세월을 살면서 유일하게 사귄 친구였다.
망신의 저주를 받아 다 죽어가던 자신에게 유일하게 다가와 마음을 주었던.
종을 뛰어넘은 친구.
-울지 말아라, 벗이여. 우리가 이렇게 헤어지게 되는 것은 슬픈 일이나, 내 마지막 안식을 그대에게 맡길 수 있어 얼마나 기쁜지. 나는 참으로 복된 자인 게 분명한 것이다.
-레비.
-다만, 이대로 헤어지는 것은 금 아쉬운 일이긴 하니, 내 부탁을 하나만 들어줄 수 있겠나?
-……응.
-내가 너에게 주었던 쌍둥이 검. 각각 따로 전승시켰다가, 나중에 괜찮은 후계자가 생기면 그에게 모두 손에 쥐여주어라.
크림힐트는 악룡이 왜 그런 마지막 부탁을 남겼는지 알 것 같았다.
-그 망신인지 뭔지 하는 것 때문에 그런 거야?
-망신은 언제고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이 세계를 자신의 그림자로 뒤덮으려 할지니. 그것은 이제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옛 터전의 잔재이기 때문이니라.
-…….
-그러니 찾아야만 한다. 그 그림자를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응. 알았어. 두 번 다시는 우리와 같은 불행을 겪지 않게 만들게.
-고맙구나. 내가 참으로 친구를 잘 두었어.
악룡은 그런 말을 남기면서 천천히 붕괴되는 지반과 함께 저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다.
용살검. 후대에 발뭉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마검도 같이 해저에 박혔다.
크림힐트는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봤다.
수많은 과거가 머릿속을 스치고 있었다.
친구로 만났으나, 끝내 저주를 이겨내지 못하고 악룡이 되고 말았던 친구.
그리고 그런 친구와 가까이 지냈기 때문에 오히려 저주에 대한 내성이 생겨 강제로 <용사>가 되고 말았던 자신.
오랜 격전 끝에 친구의 목덜미에 검을 꽂으면서 오랜 싸움은 종식을 맞았다.
-…….
크림힐트는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허리춤에 있던 다른 쌍둥이 검을 바닥에 꽂으면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테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 신비는 나의 옛 친구, 레비의 유언을 들어주기 위해 만든 안배였다. 그것을 용의 축복을 받았다는 북방의 일족이 얻을 줄은 생각도 못 했지만.”
그녀는 테오를 위아래로 훑으면서 말을 이었다.
“거기다 내 유골을 이용해 부활까지 이뤘단 말이지? 용살의 내성과 특성을 얻은 용의 반려자라! 이보다 더한 무적(無敵)이 어디 있을까. 기가 찰 노릇이로군!”
적지 않은 감탄이 섞여 있었다.
그만큼 테오의 신비 공략이 신기했던 것이겠지.
테오는 공손하게 예를 갖췄다.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테오 라그나르라고 합니다.”
“크림힐트다. 원래는 이름도 성도 없는 노예였다. 이 이름도 <용사>가 되고 난 뒤에나 받았었지.”
크림힐트의 입가에는 살짝 냉소가 걸렸다가 곧 두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처음 사념에서 보았던 여린 소녀의 눈빛은 없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전사의 눈빛만 남아있을 뿐.
“이 신비가 깨어났다는 것은 레비가 다시 긴 잠에서 깨어났다는 뜻이겠지?”
“예. 그렇습니다. 이 시대에는 ‘해왕’이라 불립니다.”
“바다의 왕이라……. 그 친구가 들으면 아주 좋아할 이름이로군. 좋다. 길게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을 테니 용건만 짧게 하고 끝내겠다. 검을 들어라.”
크림힐트로부터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기회.
테오는 천천히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들었다.
용아병들과의 계속된 격전으로 날이 상당히 손상된 대검.
“망신이 벌인 일로 인해 이 세계에는 레비와 같거나 비슷한 꼴이 되어버린 <지킴이>가 너무 많다.”
망신(妄神).
테오는 이제 그 단어가 <이름 없는 군주>를 가리키는 호칭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지킴이가 남긴 흔적들을 가리켜 보통 인간들은 <신비>라 부르지. 이제는 기억하는 이들도 거의 없다시피 한 옛 터전의 잔재, 혹은 안배.”
“……!”
‘신비가 <이름 없는 군주>를 막기 위한 장치였다고?’
태고룡의 유물만 그런 게 아니라?
테오는 처음 알게 된 세계의 비밀에 심장이 거칠게 뛰는 것을 느꼈다.
두근!
“그리고 그 신비들을 얻기 위해 레비가 남긴 ‘열쇠’가 바로…… 자신의 늑골을 직접 깎아 만든 발뭉과 흐라티, 두 개의 쌍둥이 검이다.”
테오는 주먹을 꽉 쥐었다.
전혀 생각지 못한 새로운 길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그러니 지금부터 그중 하나인 발뭉의 사용법을 가르쳐주마. 이것을 두고 난 이렇게 부른다.”
테오는 크림힐트의 동작 하나하나에 모든 정신을 집중했다.
“니벨룬.”
크림힐트가 검을 들었다.
“옛 고어로, ‘파멸’이라는 뜻이다.”
크림힐트의 가르침이 시작되었다.
* * *
“이게 무슨 소리지?”
움베르토는 책을 보던 안경을 내리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수하가 다급하게 문을 열고 서재로 들어서고 있었다.
“큰일입니다, 가주님! 크림힐트 거상이 붕괴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설명해 보아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신비가 폭주 중입니다! 그 때문에 거상의 경비대는 물론, 연맹 전체에 비상소집령이 떨어졌습니다!”
“안토니우, 이 멍청한 녀석이! 대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거야!”
블랙 스컬이 아무 방해 없이 거상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은 움베르토가 손을 썼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도 어린 아들과 허상만 좇는 친구들이 신비를 얻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이란 게 있지 않은가.
총회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신비에 대한 힌트라도 얻을 수 있다면 남는 장사라고 생각해서 지원을 해준 것이었는데.
설마 이딴 불상사가 벌어질 줄이야.
이대로는 모든 책임을 블랙 스컬 뿐 아니라, 스피놀라가 죄다 뒤집어쓸 수도 있었다.
“그리말은? 로멜린은 또 어떻게 하고 있다더냐?”
다른 해운 3가가 움직이기 전에 먼저 선수 쳐야 했다.
하지만,
“그리말의 가주가 귀살대를 동원한 채로 거상 쪽으로 이동 중…… 이라 합니다.”
“제기랄!”
쾅!
움베르토는 신경질적으로 탁상을 세게 내리쳤다.
그리말은 현재 자치령 의회에서 친(親)트로이반으로 분류되는 파벌의 수장 격인 가문이었다.
은행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세계 각지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어서 오랫동안 트로이반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곳.
부유군도가 트로이반에 도움을 받아 해왕을 잠재우고, 긴 안녕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기도 했다.
반면에 스피놀라는 반(反)트로이반 파벌의 수장을 자처하고 있어 대립적인 위치에 서 있는 곳.
만약 여기서 위대한 선조의 얼이 담긴 거상이 부서진 것에 책임을 물게 된다면, 트로이반의 입김도 그만큼 커질 게 분명했다.
‘이 부유군도를 그딴 불량배들 따위에게 가져다 바친다는 게 말이나 되냔 말이다!’
문제는 지금 그리말의 가주가 직접 귀살대를 움직였다는 점이었다.
-귀살대.
그리말은 단순히 ‘육지’에서 고용한 용병 집단이라고 말할 뿐이지만.
그들의 진짜 정체가 트로이반이 부유군도에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 파견한 부대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
실력 또한 뛰어나서 블랙 스컬도 매번 고전을 면치 못할 정도였다.
그런 이들이 투입된다면 이 일을 정권을 탈취할 절호의 기회로 여긴다는 뜻이겠지.
“우리도 모든 식구들을 박박 긁어모아라. 전쟁이 벌어질 수 있으니 단단히 마음 준비하라고 이르고. 거상으로 간다.”
“예. 알겠습니다.”
수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급히 밖으로 뛰어나갔다.
움베르토는 소파에 던져뒀던 상의를 집어 들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말의 돈을 등에 업은 트로이반과 전쟁을 벌이게 된다면, 과연 부유군도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벌써 암담한 미래가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
* * *
“파하하하! 이거이거, 아무래도 움베르토 그 친구가 욕심이 너무 많아서 스스로 무덤을 판 것 같습니다그려.”
그리말의 가주, 주세페 그리말은 뚱뚱한 몸이 들썩일 정도로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사내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에 나무를 깎아 만든 탈을 쓰고 있는 괴인이었다.
「너무 자만해지지는 말도록. 자만은 모든 일을 그르치는 데 있어 원인이 되기 쉬우니.」
육성도 제대로 내지 못한 목소리는 유리를 손톱으로 긁는 것처럼 끔찍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 속에 담긴 짙은 마력은 주세페의 간담을 매번 서늘하게 만들 정도였다.
노일.
동부 지방의 옛 언어로 숫자 9를 뜻하는 단어.
귀살대는 그를 가리켜 그렇게 불렀다.
트로이반을 떠받치는 아홉 명의 봉공(奉公) 중 한 명이라고.
‘트로이반의 봉공이란 양반들이 전부 저 모양이라면…… 아니, 그보다 더 상위라면 절대 거스르지 않는 게 맞아.’
주세페는 확신했다.
라그나르와 트로이반의 전쟁은 트로이반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날 것이라고.
그러니 부유군도와 그리말의 미래도 거기에 있어야만 했다.
“제가 자만해져 어긋난 길을 갈 때면 옆에서 봉공께서 바로잡아주지 않으시겠습니까? 정치에 전혀 일자무식인 저는 봉공만을 믿을 뿐이랍니다.”
「매번 혓바닥은 기름을 칠한 것처럼 매끄럽군.」
“아둔하여 봉공의 말씀을 곡해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고 있단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봉공은 더는 대답하지 않았다.
길게 말을 섞기 귀찮다는 듯.
대신 화제를 돌렸다.
「그대의 부탁대로 귀살대는 블랙 스컬이 현장을 벗어나기 직전에 잡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곧장 황실로 압송할 예정이고.」
“블랙 스컬은 황실에서 공표한 반란 세력. 이들을 스피놀라와 함께 엮어 버릴 수 있다면, 자치령 의회는 물론 해운연맹까지 모두 트로이반에 줄을 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부유군도의 전력은 절반 아래로 깎일 텐데, 괜찮겠나?」
“그 빈 전력을 트로이반께서 채워주실 것 아니십니까?”
쯧!
노일은 간신배처럼 웃는 주세페를 보면서 속으로 혀를 찼다.
제 놈 딴에는 돈을 써서 트로이반을 부린다는 계획을 짜는 듯 보였지만.
그리고 나아가 트로이반의 중추까지 자신들의 돈으로 휘어잡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글쎄?
‘그깟 돈으로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줘야지.’
노일은 상부에서 다 알아서 할 일이라고 생각하곤 그냥 넘겼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안토니우라는 움베르토의 자식의 신병을 반드시 확보하셔야만 합니다.”
「그런 건 걱정하지 말도록. 귀살대의 특기가 바로 그런 것이니.」
노일이 내뱉은 싸늘한 목소리에 주세페는 다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곧 그의 발아래에 드리우게 될 부유군도가 벌써 눈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
* * *
“그레이……! 슬로우에 이어 너까지!”
안토니우는 석상 주변에 갱 형제단의 시신이 널브러진 것을 보고 이를 악물었다.
결국, 최대한 피하고 싶었던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고 만 것이다.
“테오! 테오!”
“테오! 어디 있어! 있으면 대답해!”
반면에 셀퍼드와 아린은 테오를 찾아 그렇게 헤맸지만, 그가 남긴 흔적 하나 찾을 수 없었다.
열풍과 빛무리, 먼지구름 따위에 시야가 차단된 문제도 컸다.
“계속 이렇게 시간을 버는 것도 한계야.”
그러다 레이가 던진 말에 두 사람의 얼굴이 굳었다.
사실 그들이 이렇게 수색할 수 있는 건 레이의 한기 덕분이었으니까.
그래서 얼마나 더 시간을 벌 수 있겠느냐고 물으려던 그때였다.
“누가 있다.”
갑자기 셀퍼드가 뭔가를 감지하고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렸다.
아린과 레이의 시선도 똑같이 돌아간 곳.
밝은 빛이 뒤섞인 불길 너머로, 흉흉한 안광 수십 쌍이 나타나고 있었다.
하나 같이 살벌한 기세를 품은 것들.
-거상 인근에 있는 생존자들은 모두 제압하여 끌고 오도록! 시체는 여의찮거든 얼굴만 알아볼 수 있게 머리통만 수거해도 좋다!
-존명!
-존명!
‘경비대?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살기가 너무 강해. 마치 트로이반의 놈들 같은……!’
팟! 팟! 팟! 팟!
셀퍼드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안광의 주인들이 불길 위로 도약하면서 네 사람에게로 떨어졌다.
“아린! 설빙검!”
아린과 레이가 기습자의 공격을 튕겨내는 동안, 셀퍼드는 안토니우 쪽으로 몸을 날렸다.
차차차창!
채애앵-
가까스로 안토니우를 구하는 데 성공한 셀퍼드는 자세를 바로잡으면서 앞쪽으로 검을 겨누었다.
“블랙 스컬의 안토니우가 데려왔다던 괴인이 바로 너희인가 보군. 제법이야. 내 검을 막아내고. 정체가 궁금해지는군. 어딘가 낯익은 것 같기도 하고.”
상대는 여유롭게 검을 바로잡으면서 웃었다.
“글쎄. 나는 너희 같은 음침한 친구를 사귄 기억이 없는데?”
셀퍼드는 코웃음을 치면서 안토니우의 목에다 검을 갖다 댔다.
“더 다가오지 마. 그 이상 움직이면 이 도련님의 모가지는 그대로 바닥에 떨어진다.”
칼날의 서늘한 감촉에 안토니우가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셀퍼드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적은 그걸 가만히 보다가 피식 웃었다.
“스피놀라의 3남이로군. 상부에서는 분명히 웬만해선 그놈을 데려오라고 하긴 했지만.”
피식!
녀석의 입에 미소가 걸렸다.
“뭐, 인질극이 벌어지다가 뒈지는 건 어쩔 수 없겠지. 오히려 더 잘 됐어. 엮기 쉬울 테니.”
녀석은 정말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셀퍼드에게 다가왔다.
읍읍! 읍!
안토니우가 발버둥 쳤다. 살려달라면서.
‘이것들, 해운연맹의 사람들이 아니다. 제3의 세력……!’
그 순간, 셀퍼드는 놈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언뜻 테오가 스치듯이 했던 말이 떠올랐던 탓이었다.
트로이반.
“주둥이도 잘 놀리고. 뭐, 잡아다가 심문해보면 알아서 불겠지.”
채채채챙!
셀퍼드와 적의 공세가 순식간에 수십 합이나 벌어졌다.
덕분에 셀퍼드는 확신했다.
이미 에드의 특징과 검술은 모든 라그나르의 검사들에게 공표된 상태.
상대에게 그것이 고스란히 녹아있던 것이다.
‘부유군도에 뻗친 트로이반의 마수가 생각보다 짙은 건가? 만약 그런 거라면 본부에도 알려야 해.’
문제는 이곳에 도착하는 적의 수가 속속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차라리 테오의 신병이라도 확보했다면 탈출을 시도하겠는데, 지금은 그럴 수도 없잖은가.
전략상 후퇴도 불가능했다.
테오가 붙잡혔다간 라그나르가 이쪽에 손길을 뻗치는 중이었단 사실을 저쪽에 들키게 될 테니.
“생각이 많은 얼굴이군. 딱히 그럴 필요는 없을 텐데 말이야.”
적이 차갑게 웃으면서 하늘을 향해 사자후를 터뜨렸다.
「귀살대는 귀살검진을 펼쳐 놈들을 모두 확보하라!」
츠츠츠-
귀살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전열을 갖추기 시작했다.
트로이반은 원래 신출귀몰한 진법과 검진으로 유명한 곳.
이들이 만든 검진에 갇히면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다.
이대론 정말 위험했다.
‘이런!’
결국 셀퍼드가 뭐라고 외치려던 순간이었다.
그그극!
그동안 부서질 것처럼 휘청이던 크림힐트의 거상이 기괴한 소리를 일으키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래를 보던 머리통이 천천히 옆으로 돌아가면서,
번쩍!
귀살대를 직시하던 눈동자에 짙은 안광이 맺혔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