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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17화 (117/224)

117화

용살(龍殺)의 신비 (2)

-아아악!

-사, 살려……!

-왜 신비가 우리를 죽이는 건데! 왜! 왜 우리에게!

퍼퍼퍽-

콰콰쾅!

아수라장. 아비규환.

드로우의 눈에는 전부 그렇게 보였다.

갱 형제단의 식구들이 모두 파리 목숨처럼 죽어가고 있었다.

수많은 뼈창에 꿰뚫린 채, 혹은 화살 받이가 된 채.

그들이 흘린 피로 바닥이 질퍽질퍽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자신들은 분명히 죽은 형제의 복수를 하러 왔을 뿐이고.

나아가 부유군도의 주민으로서 크림힐트의 힘은 정통성이 있는 자신들이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이었을 뿐인데.

“크림힐트시여……! 위대한 선조님이시여, 어째서 저희들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넋을 놓은 드로우의 혼잣말에는 짙은 의문만 남아있었다.

퍼억!

* * *

쐐애액, 쐐애애액-

“이런.”

테오는 자신을 노리고 달려드는 뼈창과 화살들을 보면서 몸 주변에 바람을 한껏 휘감았다.

아무래도 그의 존재도 들킨 것 같았다.

케에엑! 케엑!

키킥! 키키킥!

뭐라고 하는 걸까?

저기 침입자가 있으니 당장 잡으란 뜻일까?

<풍뢰신 – 질풍보>

팟- 팟- 팟-

쾅! 쾅! 쾅!

테오가 밟고 지나간 나뭇가지마다 뼈창이 아슬아슬하게 박혔다.

테오를 놓친 용아병들이 신경질이 났던지 바닥을 걷어차며 씩씩대다가, 테오가 달린 방향을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막무가내로 달리는 것처럼 보여도 전열이 전혀 흐트러지질 않아.’

창병과 방패병, 궁수와 검사, 기사 순으로 이뤄진 전열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모습은 예술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콰쾅! 콰쾅!

거기다 전열 곳곳에 숨어 있던 마법사들이 날리는 공격은 어찌나 날카로운지.

테오는 그걸 일일이 드레이크의 날붙이로 튕겨내면서 그놈들의 위치를 빠르게 포착했다.

<썬더 콜링>

쿠르릉! 쿠릉!

낙뢰는 마법사들만 속속 골라 요격했다.

개중에는 테오가 마법을 쓸 줄 예상치 못했던지 박살 나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방패병 서너 명이 달라붙어 방패로 엄폐막을 만들어주면서 그마저도 무위로 돌아갔다.

‘역시 쉽지 않아. 저쪽의 수가 너무 많아. 그렇다는 건 전열을 붕괴시키는 수밖에 없다는 건데.’

아무리 용아병들을 치워낸다고 해도, 저쪽의 숫자가 훨씬 많아서 별 티도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머리부터 잡아 지휘 체계부터 흩트려놔야 했다.

테오의 시선이 저절로 한쪽으로 향했다.

저 멀리.

철갑옷을 입은 말 위에 올라탄 채로 휘황찬란한 갑주를 착용한 용아병이 있었다.

덩치도 다른 용아병에 비해 세 배는 큰 녀석.

투구 아래로 드러난 눈덩이 속 푸른 불꽃이 테오를 직시하는 것 같았다.

-저놈부터 잡는다.

파아앗-

테오는 각력에 힘을 실어 화살처럼 단번에 녀석에게로 달렸고.

지휘관 용아병 주변을 지키고 있던 기사 용아병 네 명이 검을 들고 허공으로 몸을 날린 것도 바로 그때였다.

채애앵!

테오는 허공에서 급격하게 몸을 틀면서 드레이크의 날붙이의 검면을 바짝 세워 두 명을 튕겨냈다.

그 순간, 사각지대를 노리는 다른 두 명.

그중 한 명은 염동력으로 데스비트 네 자루를 모두 뽑아 밀어내고,

남은 한 명은 월백검을 뽑아 날린 예기로 단숨에 베어버렸다.

콰릉-

“일단 한 명.”

테오는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데스비트가 반시계 방향으로 몸을 돌리면서 뇌전을 터뜨렸다. 그리고 일어나는 뇌룡.

뜨거운 열기를 머금은 숨결이 토해지면서 두 기사의 머리통이 폭발했다.

그리고,

테오가 튕겼다가 가까스로 균형을 잡던 마지막 한 명에게 바짝 간격을 좁혔다.

“마지막.”

번쩍!

용의 발톱이 작렬했다.

쿠르르-

기사의 검과 투구가 같이 쪼개지면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그사이에 뼈창과 화살이 무더기로 쏟아졌지만, 뇌룡으로 막아내니 딱히 어려울 건 없었다.

이제 테오의 앞을 가로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 순간, 테오는 투구 아래 지휘관 용아병의 입꼬리가 웃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감정 표현이 어려운 해골인데도 불구하고.

카아아앙!

지휘관의 머리통을 쪼개기 위해서 내려친 일격이 처음으로 막혔다.

녀석은 군단의 지휘 말고도 본신의 실력도 제법이었던지, 여전히 말 안장에 올라탄 채로 위기를 어렵지 않게 넘기고는,

타닥!

테오가 제비돌기를 하면서 바닥에 착지할 때쯤에 말을 움직이면서 랜스 차징(Lance Charging)을 시도했다.

뾰족하게 앞세운 랜스에다 말의 가속력을 실어 위력을 증폭시키는 기술!

투두두두-

“흡!”

콰아아앙!

테오는 드레이크의 날붙이의 검면을 앞으로 바짝 세워 방패로 삼았다. 그리고 부딪치는 일격.

마치 망치로 세게 몸을 때린 것처럼 골이 흔들렸다.

그리고 한참 뒤로 밀려나는 몸뚱이.

[괴력]과 [영성]을 얻은 뒤로 처음으로 겪는 힘겨루기의 실패였다.

‘아니다. 그런 게 아냐. 이건 그보다 무언가가 마력의 유동을 강제로 억제하고 있는 것 같은……!’

두근두근두근!

용의 심장을 있는 힘껏 쥐어짰다. 단전도 같이 호응하면서 마력 공명을 일으켰다.

테오는 이를 악문 채로 랜스를 위로 튕겨내고, 왼손으로 월백검을 뽑아 말의 하체를 쓸어나갔다.

오호.

지휘관은 그런 테오의 모습이 재미나던지, 손에 쥐고 있던 랜스를 놓아버리고 대신에 말 안장에 걸려 있던 브로드 소드를 뽑아 아래로 내리쳤다.

쾅! 쾅! 쾅! 쾅!

브로드 소드는 월백검과 여러 차례 충돌해도 전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게 마음에 안 들었던 그리핀이 거칠게 울면서 월백검의 요기를 마구잡이로 뽑아냈지만,

브로드 소드 역시 만만치 않은 살기와 오러를 뿌려대면서 월백검을 튕겨냈다.

아니, 오히려 밀어붙였다.

‘마력 억제가 맞았어!’

테오는 지휘관이 부리고 있는 저 독특한 마력이 자신의 마력뿐 아니라, 월백검의 요기마저 억제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검을 부딪칠 때마다 몸 곳곳에서 찌르르 울리는 통증.

그 순간, 다시 말이 전진하기 시작했다.

히히히힝!

우웅, 우우웅-

월백검이 울음을 터뜨릴 때마다, 브로드 소드가 더 거칠게 울었다.

지이이이잉!

[‘스킬: 레서 드레이크 피어’가 상대가 지닌 용살(龍殺)의 특성에 파괴되고 있습니다.]

[월백검이 순기능을 드러내지 못합니다.]

‘용살!’

쿵쿵쿵쿵쿵!

이곳은 크림힐트와 용살검의 신비.

그렇다는 건 이 신비를 구성하는 자연이며 용아병까지 모두 용살의 특성을 보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반면에 테오는 용의 반려자이며, 태고룡의 유물로 무장해있다.

스스로 천적의 아가리 속으로 걸어들어온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

하지만 그래도 테오는 있는 힘껏 마력을 쥐어짰다.

아직도 여기엔 수만 마리나 되는 용아병이 남아있다.

그런데 진짜 용살자도 아니고, 일개 기운에서 태어난 언데드 하나 처리하지 못해서야,

‘수호룡의 반려라고 할 수 없지.’

오른손에는 드레이크의 날붙이. 왼손에는 월백검.

두 개의 검을 빠르게 교차시켰다.

[‘스킬: 페어리 버프’를 발동하여 괴력 버프를 최대치로 증가시킵니다.]

[‘스킬: 웜 이터’를 발동하여 공격력을 증가시킵니다.]

[‘페어리’와 ‘웜 이터’가 상대가 지닌 용살의 특성을 먹어 치우고자 합니다.]

귀걸이와 반지가 유독 아름답게 반짝이는 가운데,

번쩍!

교차하는 빛살에서부터 터진 열풍과 뇌전이 주변을 깡그리 밀어버렸다.

콰아아-

휘휘휘휘……!

브로드 소드가 분쇄되면서 해골마의 머리통이 박살 났다.

[용살의 특성이 무시됩니다.]

지휘관이 화들짝 놀라 안장을 박차 높이 뛰어오르면서 열폭풍에서부터 벗어나려 했지만,

“어딜.”

테오는 차갑게 웃으면서 열폭풍을 사방팔방으로 흩뿌리고 있었다.

<용의 일곱 발톱 – 연격(連擊)>

쉬쉬쉬쉭-

드레이크의 날붙이는 드레이크의 날붙이대로, 월백검은 월백검대로 각자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총 열네 개의 빛살이 서로 교차하고 맞물리기를 반복하다가 순식간에 회오리바람이 되었다.

그건 테오가 그동안 단 한 번도 풀어내지 못한 검술 투로였다.

검의 구슬.

카일이 건네줬던 이름 모를 옛 숙적의 사념이 테오를 황홀(恍惚)로 몰아가고 있었다.

끝없는 검에 대한 집념이 빚어낸 무의식의 검로.

콰드드득!

끝내 지휘관은 회오리바람을 버티지 못하고 갈기갈기 찢어지고 말았고,

바람이 그치고 난 뒤에는 대퇴골로 보이는 뼈 부위만 덩그러니 바닥에 떨어졌다.

툭!

“하아…… 하아……!”

테오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그 뼈를 주웠다.

[크림힐트의 유골을 일부 수습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1/206)]

“하아…… 진짜…… 하아…… 보물찾기네…….”

아무래도 지휘관이 유달리 강했던 건 계급보단 크림힐트의 유골을 갖고 있었기 때문인 모양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스킬: 해츨링 싱크로’가 강제 발동되어 사념의 일부를 읽습니다.]

화아아악!

갑자기 테오의 시야가 반전되었다.

* * *

파도가 들썩이는 어느 모래사장.

한 소녀가 파도에 휩쓸려온 괴생명체를 살피고 있었다.

용으로 보이는 그것은 알 수 없는 저주와 맹독에 잔뜩 중독된 채 죽어가고 있었다.

-내 옆에 있지 마라……. 이것은 옛 시대의…… 이제는 기억하는 이도 없는 망신(妄神)의 저주……. 너 같은 평범한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위험해지기 전에 물러나라……. 어서……!

망신(亡神)이 아닌 망신(妄神).

이해하지 못할 단어와 함께 용의 절규가 이어졌지만, 소녀는 용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한평생 차별과 핍박만 살아왔던 소녀에게 있어서, 용은 유일한 친구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저주를 치료해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실제로 용도 어느 정도 저주를 이겨내고 기력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용이 숨어 있다고? 진짜야?

-어. 확실해. 그 푸줏간에서 백정짓 하는 노예 있잖아.

-아, 음침하게 생긴 걔?

-어. 걔가 밤만 되면 뭐 바리바리 싸 들고 이쪽으로 오거든? 그때 깐트가 우연히 봤었다더라고.

-오오, 진짜 여기 용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

-우리는 땡잡은 거지. 흐흐흐.

언제나 그렇듯, 불행은 예고 없이 들이닥쳤다.

그 순간, 테오의 의식도 빠르게 현실로 돌아왔다.

“용은 해왕일 거고…… 노예 소녀가 크림힐트인가?”

테오는 크림힐트의 대퇴골을 가만히 보면서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크림힐트와 해왕의 관계가 간단하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사념을 읽는 데 성공했습니다.]

[크림힐트의 신념이 일부 각인됩니다.]

동시에 오른쪽 손등에 빛이 내려앉으면서 새겨지는 작은 문양.

[용살에 대한 내성이 생겼습니다.]

둥근 곡선만 그려져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크림힐트의 힘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 유골을 계속 수습할수록 문양의 크기도 커지겠지.

“그럼 계속 지휘관 급의 용아병을 잡아야 한다는 건데, 저것들을 대체 어떻게 사냥한다?”

테오는 그걸 손으로 쓰다듬다가 숲 자락을 쓱 훑어보았다.

지휘관의 부재에 용아병의 전열이 흐트러지면서 상당수가 이쪽으로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용살의 내성이 생긴다고 해도, 혼자서 저것들을 모두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차라리 가루다의 심장을 지금?’

순간, 힐다가 줬던 용의 천적의 심장을 떠올리기도 했지만,

‘아냐. 가루다의 심장은 마지막 수단이야.’

곧 고개를 털면서 생각을 바꿨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

사냥하기 쉽도록 지형을 이쪽에 유리하게 바꿔야만 했다.

이곳은 숲이다.

그렇다면 뒤집을 방법도 하나.

화공(火攻).

[‘스킬: 해츨링 싱크로’의 영역을 확대하여 화염술사가 남긴 아티팩트를 수색합니다.]

그레이 갱.

갱 형제단에서 유일하게 불길을 다루던 녀석의 기억을 읽는다면 화염 마법에 대한 단초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서 갱 형제단이 몰살당한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문제라면 용아병들이 너무 많이 모여 있는 장소 한가운데라는 것이지만.

“그래도 일단 해봐야지.”

테오는 드레이크의 날붙이와 월백검을 양손에 각각 든 채로 지면을 박찼다.

파아앗-

그보다 먼저 날아든 데스비트가 뇌룡이 되어 뜨거운 숨결을 뿜었다.

콰르르릉!

우르르-

.

.

그리고 몇 시간 뒤.

타닥!

밀림 어느 곳에서 일어난 작은 불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화마가 되어 사방으로 번져나갔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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