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일지매(一枝梅) (4)
테오의 잘린 머리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에밀의 궁이 들썩이기 시작한 건 바로 그때였다.
쾅!
갑자기 궁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검사들이 일제히 들어와 내부를 점거하기 시작했다.
흉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기, 기무국장 님!”
“국장님께서 갑자기 왜……!”
시비와 집사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검사들의 중심에 있는 에드 트로이반을 바라봤다.
하지만 에드는 아무 답변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자기 쌍둥이 누이 앞에 설 뿐이었다.
“이게 무슨 짓인가요, 오라버니?”
에밀이 지지 않겠다는 듯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에드를 노려봤다.
에드가 무미건조한 태도로 서류 하나를 내어 보이면서 말했다.
“이것을 모른다고 하시지는 않겠지요, 궁주님?”
“그게 무엇인데 이러시는 거죠?”
“궁주님께서 제 허락 없이 함부로 직인을 찍은 명령서입니다.”
에밀은 잠시 움찔거렸지만, 오히려 더 뻔뻔하게 나갔다.
“그래서요? 뭐가 잘못되었나요?”
“궁주님께서는 절 사칭하여 함부로 중앙기무국의 요원들을 움직이셨습니다. 그것도 같은 가문의 백갑용기대를 죽이라는 얼토당토않은 명령을 말입니다.”
“……!”
에밀의 두 눈이 커졌다.
이런 걸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말한다고?
아니나 다를까.
주변을 둘러보자, 내용을 들은 궁의 시비며 집사들까지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
“아랫것들이 보는 앞에서 이게 무슨……!”
“아랫것들 앞에서 명예가 실추되었다는 자각은 있으신가 봅니다?”
전형적인 비꼬는 어투.
에밀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대체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건가요!”
“직인 사칭죄. 이것은 아무리 궁주님이라 하시어도 절대 용납되지 않는 중죄입니다. 사사로이 가문의 병력을 움직였으니 자칫 역모죄가 씌일 수 있음을 모르십니까? 게다가 라그나르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백갑용기대를 해치기까지 했다? 가주께서 보고받으시면 퍽이나 좋아하시겠군요.”
“설마…… 가주께 이 일을 그대로 이실직고하겠단 말씀이신가요?”
“왜 아니겠습니까? 멍청한 누이 때문에 저 역시 목숨이 경각에 달하였는데요. 저라도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에밀도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왜 그렇게 극단적이신가요! 일만 잘 처리되면 될 일 아닌가요? 임무에 나선 백갑용기대가 전멸하면 자연스레 그 혐의는 블랙 스컬인지 뭔지 하는 놈들에게 씌일……!”
“궁주님의 그 되지도 않는 계획이 어지러워졌으니 그러는 것 아닙니까?”
“무, 뭐라구요?”
“조금 전에 중앙청으로 백갑용기대 5번조의 보고가 도착했습니다. 블랙 스컬 외 제3세력이 발견되었고, 이중 네 명을 생포하여 복귀 중이라고 말입니다.”
“……!”
“거기다 덧붙여서 뭐라고 하는지 아십니까? ‘라그나르와 깊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자세한 건 직접 대면 보고를 올리겠다’였습니다.”
“…….”
“이제야 궁주님이 얼마나 멍청한 짓을 저질렀는지 자각이 되시는지요?”
덜덜덜…….
에밀의 손이 달달 떨렸다. 안색이 창백해졌다.
‘계획이…… 실패했다고? 게다가 생포를 당해? 대체……!’
에밀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
카일의 얼굴이 순간 떠올랐다.
한평생 같이 살을 섞고 살았으나 그 속내를 전혀 알 수 없는 독재자.
그가 이 일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었다.
그녀는 물론, 나아가 친정인 트로이반에까지 죄를 물으려 들겠지.
간청 따윈 통하지 않을 것이다.
카일은 라그나르의 안위와 명예를 최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므로.
“오, 오라버니! 도와주세요! 오라버니라면! 오라버니라면 어떻게든 방법이 있을 것 아닙니까! 네? 이 누이를 도와주세요!”
에드의 한쪽 입꼬리가 비틀렸다.
“악시온, 그 아이가 왜 그리도 충동적이고 멍청했는지 궁금했었는데 아무래도 궁주님을 닮았었나 봅니다.”
“오라버니……!”
“궁주님, 나의 멍청하고도 아둔한 궁주님, 그러게 왜 그리도 감당하지 못할 일을 저지르신 겁니까? 그냥 지금까지 그러했던 것처럼 예쁜 장식 인형으로만 계시면 됐을 것을, 그런다면 편하게 여생을 누리고 원하는 것을 얻을 것을, 이 에드가 가져다주는 것을 받기만 하면 되었을 것을 왜 그리 나댄 것입니까?”
순간, 에밀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울컥하고 뭔가가 솟구쳤다.
“몰라서 묻는 것인가요! 오라버니께서 저와의 약조만 제대로 지켰어도! 제가 이런 일을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이에요!”
“제가 무슨 약속을 지키지 않았단 말씀이십니까?”
“잡아떼시는 건가요? 테오 라그나르! 그 가증스러운 병신 새끼를 쳐 죽이지는 못할망정 끌어안으려 하시지 않았었나요!”
“허……! 설마 그따위 이유로 이딴 짓을 잘도.”
“그따위라니요! 말조심하세요! 악시온은 제게 있어 모든 것이었어요! 그런데 그 아이를 앗아간 원수이니 어미가 복수하는 건 당연한 것이죠! 그 원수와! 그 원수와 관련된 것들! 보호하려는 것들을 전부 찢어 죽이고 불살라야 내 마음이! 이 에밀 트로이반의 마음이! 악시온의 넋이! 조금이라도 풀리는 것이란 말입니다!”
쯧!
에드는 혀를 찼다.
에밀의 눈가에 맺힌 광기는 도저히 설득으로 진정될 게 아니었다.
“그 원수를 끌어안으려 했던 것 자체가 악시온의 복수를 위한 술책이라는 건 왜 생각도 못 하신 겁니까?”
“……그게 무슨?”
“테오 라그나르를 죽이는 것뿐만 아니라, 라그나르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손에 넣는 것. 그것이야말로 악시온의 넋을 달랠 가장 좋은 복수였을 텐데…… 궁주님의 그 어리석음으로 인해 마지막 남은 계획도 어그러지고 말았습니다.”
“……!”
“궁주님이, 모든 대업을 송두리째 망가뜨렸다, 이 말입니다.”
에밀은 에드의 시선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그녀를 바라볼 때면 언제나 자상하던 눈빛이 오늘은 너무 무심했다.
경멸, 혐오, 살벌, 냉소. 차라리 그런 감정이라도 담겨 있다면 모르겠다.
하지만 저 시선에는 그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말 그대로 무심(無心).
그녀를 사람으로 보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에밀은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저 시선이야말로 원래 에드가 자신을 바라보던 ‘진짜’ 속내였단 것을.
-그 모습은 꼭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다.
어린 시절부터 에밀의 심장과 뇌리를 지배하던 존재의 모습을.
“무엇보다 계획의 가장 큰 중심이 될 용살검이 이번 일로 유실되었으니…… 아버지께서도 더 이상 궁주님을 딸로 생각지 않을 것입니다.”
에밀의 안색이 시퍼렇게 질렸다.
아버지…….
어떻게든 떨쳐보고자 했지만 떨칠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다시 고개를 치켜들었다.
“이후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단, 궁주님은 앞으로 새장 속 카나리아로만 만족하셔야 할 겁니다.”
“그게 무슨……!”
“안쪽으로 모셔라.”
“오라버니! 오라버니이이이! 이 손 놓아라! 당장 놓으래도!”
에밀은 요원들에게 양팔이 강제로 붙들린 채 내궁으로 끌려갔다.
쿵!
에드는 에밀 쪽으로 더 이상 시선도 주지 않고 주변을 훑어보았다.
사색이 되어 덜덜 떨고 있는 시녀와 집사들이 보였다.
“구, 국장님! 사, 살려만 주십시오!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다 할 테니, 제발……!”
그때, 수석집사가 에드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졌다.
절대 들어서는 안 될 말을 들었으니 어떻게 될 운명인지 짐작이 갔던 것이다.
“그러게 진즉에 옆에서 궁주님을 제대로 봉양하였으면 되었을 것 아니냐.”
에드는 경멸에 찬 시선으로 그런 수석집사를 보면서 말했다.
“모두 죽여라.”
스걱, 스걱-
촤아악!
요원들의 검이 바쁘게 움직였다.
비명이 궁을 가득 울렸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궁이 삽시간에 피범벅이 되었다.
제2 부국장 모건이 다가왔다.
“모두 정리 끝났습니다.”
“빈자리는 모두 검증된 이들로 채워라. 두 번 다시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존명! 제대로 된 이들로 붙이겠습니다.”
“그리고…….”
에드는 말을 하다 말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모건은 그가 하려는 말을 깨닫고 고개를 숙였다.
“생포된 이들도 모두 처리하겠습니다.”
“안타깝게 되었어. 특히 시드라, 그 친구가 제일 아깝군. 쯧.”
에드는 혀를 차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멍청한 조카 녀석과 동생년 때문에 이미 반란은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뭘 시도하더라도 로베르, 그 작자의 덫에 놀아나는 꼴밖에 안 돼.’
에드는 오랫동안 암중에서 사사건건 자기 발목을 잡던 흑룡의 모습을 떠올렸다.
중앙기무국과 흑설.
두 곳은 아주 오래전부터 라그나르의 중심과 태고룡의 유물을 놓고 암중에서 정쟁을 벌여왔다.
카일은 그 사실을 알고도 가만히 그것을 지켜보기만 했었고.
그런데 팽팽한 대치를 이루던 균형추가 최근 들어 흑설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지고 말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중앙기무국이 벌이던 작전들이 사사건건 좌초되었다는 표현이 옳겠지.
바로 그 중심에 전혀 생각지도 않던 인물이 있었다.
‘테오 라그나르. 그놈과 엮이기 시작한 뒤부터 모든 게 엉망이 되고 말았어.’
찰박-
그의 발끝에 피 웅덩이가 밟히는 소리가 났다.
‘그래. 처음부터 인정해야 했다. 놈은 악시온이 감당할 그릇이 아니었어. 이 에드 트로이반에 맞설 그릇이었지. 그걸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게 바로 내 실수였다.’
그 어리고 잘생긴 얼굴 아래에 가려진 날카로움은 지금도 정말 열다섯 아이가 맞나 싶어질 정도였다.
‘그러니.’
끼익!
문을 열고 나서는 에드의 두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지금부터는 내 숙적으로 상정하고 상대해주마.”
* * *
5번조의 복귀와 함께 윈터러에 한 가지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백갑용기대 5번조가 임무에서 인질들을 구출하고 돌아왔다.
평소였다면 별다른 소문 거리도 되지 못했을 아주 당연한 내용.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사안 때문에 소문이 커졌다.
-가장 큰 공적을 세운 것이 섬호라더라.
섬호.
테오 라그나르의 활약상이 일파만파 퍼진 것이다.
사망했다고 알려진 조원들의 생존.
인질 구출.
생각지 못한 적의 습격.
이에 대한 반격과 생포까지.
그 모든 과정에 테오가 크게 관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대머리 망치’ 슬로우 갱과도 막상막하를 이뤘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니 난리가 날 수밖에.
-대머리 망치라면 꽤 유명한 테러리스트잖아? 그런데 접전을 이뤘다고?
-뭐, 소문이야 커지기 마련인 것을 감안해도 대단한 거지.
-신기록 세웠을 때부터 대단하다 싶긴 했지만……. 허! 그럼 그냥 수련검사가 아니라 실전검사 급은 되는 거 아냐?
-그렇겠지?
-다시 재시험을 치르겠군. 실전검사로 승급하는 시간도 거의 최단기간일 것 같은데. 흠!
결국 무성한 소문의 결론은 딱 하나였다.
-섬호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이제 열다섯 살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속도.
과연 그 속도의 끝은 어디일지 모두가 궁금해하는 가운데,
이 때문에 사람들은 미처 다른 사실에 집중하지 못했다.
이번 임무에서 세작이 있을지도 모른다던 사실을.
* * *
+
[용살검: 발뭉]
· 종류: 브로드 소드, 신비(神祕)
· 공격력: ??? (알 수 없음)
· 착용 조건: ??? (알 수 없음)
· 효과: ??? (알 수 없음)
*해당 아이템은 현재 봉인 상태이므로, 내장된 신비를 해제해야만 정보를 읽을 수 있습니다.
+
테오는 발뭉의 정보창을 읽고 가볍게 혀를 찼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야.’
<신비>라는 것이 있다.
태곳적에 신과 인간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았다는 신화시대의 유산.
하지만 그것은 대개 허깨비와도 같아서 쉽사리 사람의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한 번 손에 넣게 되면 말 그대로 ‘신비’한 힘을 얻게 되니.
악룡을 퇴치했다는 신화를 담고 있는 발뭉도 바로 그중 하나였다.
‘에드 트로이반은 발뭉의 신비를 손에 넣었었어. 용살(龍殺)의 업적……. 분명히 녀석은 이걸 해제할 방법을 알고 있다는 건데. 대체 방법이 뭘까?’
테오도 그것까지는 알지 못했기에 궁금함이 너무 컸다.
혹시 힌트라도 얻을 수 있을까 싶어 칼날을 손으로 매만져보려는데,
지잉! 지이이잉!
드레이크의 날붙이나 월백검이 질색하며 울어댔다.
위이이잉-
발뭉도 마찬가지.
마치 테오의 접근을 거부하듯 기운까지 내뿜었다.
손끝에 작은 생채기가 났다.
‘용살의 신화를 품고 있는 만큼, 용과 깊은 관련이 있는 나와는 애당초 상성이 맞지 않는 거야.’
하지만 도리어 그렇기에 오기가 생겼다.
녀석을 제압해서 쓰고 싶다고.
‘신비와 어떤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당장은 방법을 알아낼 방법이 없었기에 다시 인벤토리 안에다 던져두었다.
어차피 가장 중요한 건 발뭉이 에드의 손에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이었으니까.
똑똑!
“이블린 네레빌 외 5번조 32인이 도착했습니다.”
테오는 부관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는 다른 대원들과 함께 복귀 신고를 위해 율리우스를 찾은 상태였다.
“들어오라 하게.”
덜컥!
방 안쪽에서 허락이 떨어지자, 문이 활짝 열렸다.
율리우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격하게 그들을 반겼다.
“어서 오게나, 우리 영웅들! 하하!”
“죄송합니다. 트라이너 님과 다른 대원들의 부상은 막지 못했습니다.”
이블린이 대포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율리우스가 머리를 가로저었다.
“아니네, 아니야. 난 자네들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기뻐. 다친 것이야 얼마든지 치료하면 그만이지만, 떠난 사람들은 그렇지도 못하잖나? 고생했네.”
“감사합니다.”
“그보다 이번에 신입들의 활약상이 컸다던데?”
율리우스의 시선이 닿자, 대원들의 시선이 전부 테오와 에리카 남매에 돌아갔다.
“대단했죠. 빠릿빠릿한 게 아주……! 어휴, 얘네들 아니었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대장님은 모를 겁니다.”
“대장님, 앞으로 이런 신입들만 받아오시면 안 됩니까?”
“맞아요. 이상한 놈들은 이제 그만 데려오십쇼.”
셀퍼드와 대원들은 대견하다며 신입들의 머리를 쓰다듬기도 했다.
테오도 테오지만, 전투 막바지에 나타난 에리카 남매 덕분에 기무국 요원들을 잡을 수 있었으니.
“모두 부대의 기둥이 될 인재들입니다.”
이블린까지 확인 사살을 더 해주자, 율리우스의 입꼬리도 자연스레 한껏 말려 올라갔다.
“다들 고생 많았네. 덕분에 어깨가 든든하군.”
‘내가…… 내가 마룡께 칭찬을 받고 있다……! 으아아……! 이게 꿈이냐 생시냐……!’
홀커스는 선망의 대상에게 칭찬받고 있단 사실에 정신이 해롱대고 있었다.
에리카는 자신만만하게 웃었고, 테오는 속을 알 수 없었다.
“그래. 다들 고생 많았으니 이만 들어가서 쉬게나. 자세한 논공행상은 차후에 고지될 걸세.”
“충!”
“충!”
“아, 그리고 5번조장과 테오 라그나르는 따로 할 말이 있으니 남도록 하고.”
대원들은 저마다 테오에게 수고했다며 어깨를 두들겨주면서 집무실을 벗어났다.
그리고 세 사람만 남았을 때.
율리우스가 평상시처럼 짓궂게 웃으면서 테오에게 물었다.
“보았다면서?”
테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을 말하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일지매.
“예. 덕분에 다섯 번째 발톱을 그려낼 수 있었습니다.”
“분명히 개화식 때 세 개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벌써 다섯 개라……. 빠르군. 아주.”
율리우스는 뒷짐을 쥐면서 말을 이었다.
“너무 빠르기만 한 게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유의하게.”
“모래성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겠습니다.”
“그런 자세만 유지하면 되는 걸세. 하면 묻도록 하지.”
테오가 허리를 바짝 세웠다.
지금부터 율리우스가 던지는 질문이 이번 대면의 핵심인 것 같았다.
율리우스의 눈가에 기이한 광채가 맺혔다.
“일지매 속에 담긴 나의 검…… 자네가 본 마룡의 검은 어떠하던가?”
‘역시. 드디어……!’
테오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토록 고대하던 순간.
율리우스가 가르침을 주려 하고 있었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