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68화 (68/224)

68화

백갑용기대 (3)

백룡들이 일제히 발에 매달고 있던 장치를 해제했다.

마력탄.

폭발 마법이 새겨진 화약 폭탄으로, 백갑용기대에서 공습에 자주 사용하는 무기였다.

콰콰콰쾅-

우르르!

마력탄이 일제히 지정된 포인트에 떨어지자마자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면서 성채를 뒤흔들었다.

부서진 성채가 와르르 무너지고, 화마가 곳곳에서 치솟았다.

굉음이 사방을 뒤흔들었다.

-적습이다!

-막……! 아아악!

-어, 어디지?

-하늘! 하늘이다아!

성채를 지키고 있던 병사들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혼비백산했다.

머지않은 시일에 백갑용기대가 추가로 파견될 거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지만,

설마 시야가 잘 닿지도 않은 상공에서부터 이런 식으로 공격을 시도할 줄은 생각도 못 했으니까.

-저 미친 것들이…… 설마 인질이 있는 건 전혀 신경 쓰지도 않겠다는 건가……!

뒤늦게 백갑용기대의 의도를 읽은 간부들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는 가운데,

콰르르릉-

마력탄의 투하가 끊임없이 쏟아지면서 블랑키 요새가 단숨에 반파되었다.

그리고,

쾅! 쾅! 쾅! 쾅!

혼란을 틈타 공수(空輸) 작전이 시작되었다.

33인의 백갑용기대원들이 일제히 낙하를 시도했던 것이다.

대원들이 지면에 내려앉을 때마다 엄청난 격진이 퍼져나갔다.

마치 대포라도 터진 것처럼 내려앉은 지반 위로 먼지와 매연이 풀풀 날리고,

그와 상반되는 백색 투구 아래에 드러난 그들의 안광이 도깨비불처럼 예사롭지 않게 빛났다.

“전부 척살하라.”

파아앗-

이블린의 명령에 따라 대원들은 각자 배정된 루트로 이동을 개시했다.

단숨에 지휘부까지 치기 위한 속전속결.

촤아아악!

순백색의 검이 벼락처럼 번쩍일 때마다 곳곳에서 비명이 들렸다.

-아아악!

-백갑! 백갑용기대다아아!

-입구부터 틀어막아, 어서!

-그, 그게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어서…… 크르륵!

블랙 스컬의 테러범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몇몇은 인질들의 목숨을 빌미로 협박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되돌아오는 것은 무참한 참격이었다.

대원들이 지나는 자리로 붉은 피웅덩이가 가득 맺혔다.

백색 폭풍이 성채를 가득 메웠다.

* * *

「다들 조장님께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다시 한 번 더 설명해주겠다. 우리의 목표는 인질 구출이다. 단, 인질보다 대원들의 목숨이 최우선이므로 만약 여의찮다 싶으면 인질들은 가차 없이 포기하도록 한다.」

셀퍼드의 전음이 세 신입들의 귀에 꽂혔다.

에리카는 자대 배치가 이뤄지자마자 실전에 투입되었다는 사실에 흥분했던지 웃고 있었고,

홀커스는 반대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검을 꽉 쥐고 있었다.

그리고,

테오는 무표정했다.

‘실전에 정말 처음 투입되는 거 맞지? 꼭 몇 번은 경험해본 것처럼……!’

아린은 옆에서 그런 테오를 보고 헛웃음을 흘렸다.

보통 첫 임무에서 신입들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에리카처럼 기대하거나, 홀커스처럼 긴장해서 제 실력을 제대로 보이지 못하거나.

그런데 테오는 너무 침착했다.

냉정한 눈빛이…… 오히려 베테랑인 조장님을 보는 것 같았다.

‘에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게 말이나 돼? 이블린 님만 한 경험치라니. 원래 긴장을 덜 하는 성격인 거겠지.’

평소 이블린을 선망의 대상으로 삼고 있던 아린은 고개를 털었다.

「그럼, 투입.」

그사이 셀퍼드의 명령이 떨어지고,

쾅! 쾅! 쾅! 쾅! 쾅!

다섯 사람이 성곽 위에 착지했다.

인질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 푸른색 포인트 위층.

“여기도 적이 나타났……!”

때마침 그 지역을 지키고 있던 병사는 가차 없는 셀퍼드의 손속에 머리가 달아났다.

“길은 나와 아린이 앞에서 뚫는다. 너희 셋은 뒤를 엄호하도록.”

파앗-

셀퍼드와 아린이 선두를, 테오와 에리카가 좌우를, 덩치 큰 홀커스가 맨 뒤를 받쳤다.

지난 사흘 동안 숱하게 연습한 쐐기 형태(∧)의 진형.

최단 거리 돌파에 유효했다.

쾅! 쾅! 콰아아앙-

셀퍼드와 아린은 걸리적거리는 건 닥치는 대로 부쉈다.

그게 사람이 되었든, 혹은 벽이 되었든.

‘가차 없군.’

테오는 바로 뒤에서 두 사람의 공격을 관찰하면서 가볍게 혀를 찼다.

흑설에만 몸을 담그고 있었기에 임무를 수행하는 백갑용기대의 모습을 옆에서 관찰하는 건 그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왜 그토록 북방의 여러 세력들이, 심지어 6설가까지 백갑용기대를 두려워하는지 알 것 같았다.

지형과 지물 같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전투 지역에 곧바로 침투하여 작전을 수행하는 베테랑들.

당연히 적들에게는 지옥의 사신으로밖에 비치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동료를 잃은 사신들의 분노는 더욱더 대단했다.

[‘셀퍼드 가드너’를 관찰합니다.]

+

셀퍼드 가드너 (27세/남)

· 칭호: 백발의 괴검

· 재능: 서자. 자유분방. 체제 불만. 꼰대 극혐. 불한당. 반골.

· 상태: 평소 존경하던 조장의 전사 소식으로 잔뜩 화가 나 있다.

+

[‘아린 네거티브’를 관찰합니다.]

+

아린 네거티브 (26세/여)

· 칭호: 표풍검

· 재능: 돌풍. 속검 특화. 저돌(猪突). 동료 화합. 희생정신.

· 상태: 세 신입들이 첫 임무에 긴장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자칫 동료들에게 피해 입힐 것을 우려한다.

+

상태창에서 셀퍼드는 [불한당], 아린은 [저돌]이라는 재능이 눈에 띄었다.

어쩐지 두 사람을 가장 잘 가리키는 단어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셀퍼드의 투로는 직선적이고, 아린은 곡선적이야. 셀퍼드가 뚫고, 아린이 이를 보조하는 형태인가? 합이 너무 잘 맞아. 평상시에도 같이 손발을 많이 맞추나?’

두 사람이 사용하는 검술은 분명히 백갑용기대의 공통 비전인 <검격 다발>이었다.

단 한 번의 들숨에 십여 번의 검격(劍擊)을 단숨에 쏟아내는 독특한 형태의 검술.

아직 테오는 교육 시간이 부족해 전수받지 못했지만, 그걸 응용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이미 다양한 영감을 받는 중이었다.

오로지 거친 격전만을 헤치고 나온 그들의 검술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아름답게 빛나는 완성체였다.

촤아아악-

그러는 동안, 다섯 사람은 단숨에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었고,

콰앙!

홀커스의 완력과 함께 벽이 통째로 박살나면서 인질들을 가둬놨던 방이 활짝 드러났다.

-배, 백갑용기대다!

-라그나르! 라그나르가 왔어!

-만세! 이제 살 수 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혼란스러워하던 인질들은 감격에 찬 얼굴이 되어 일행을 맞았다.

반면에 셀퍼드의 인상은 딱딱하게 굳었다.

‘인질 숫자가 안 맞아.’

분명히 그가 공유 받은 인질의 수는 모두 스무여 명.

하지만 여기에 있는 사람은 열두 명에 불과했다.

다른 곳으로 끌려갔거나, 저항하다가 이미 사망했다는 뜻.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다급히 움직이지 마시고, 차례로 저희를 따라와 주십시오.”

“저기…… 아직 여기 말고 다른 쪽으로 끌려간 사람들도 있는데……!”

“이미 그쪽으로도 구조대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서둘러주십시오.”

“예, 예!”

물론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는 말은 참말이었다.

지금껏 알려진 블랙 스컬은 단순한 신생 테러 조직에 불과했지만.

트라이너와 동료들을 해친 것을 보면 절대 만만히 봐서는 안 될 곳이었다.

지금이야 기습으로 혼란에 빠져있는 상태였지만, 수습만 한다면 어떤 저항이 있을지 몰랐다.

그러니 그 안에 어떻게든 움직여야 했다.

[‘스킬: 해츨링 싱크로’의 감지 영역을 확장합니다!]

화아악!

테오는 셀퍼드를 도와 인질들을 안내하면서도 감각을 바짝 세웠다.

-여기 어딘가에 발뭉이 있을지 모른다.

요새에 잠입한 이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든 발뭉의 위치를 파악하고 회수해야만 했다.

‘이 방에는 없어. 상행의 물건들은 다른 장소에 보관했나? 아니면 폐기 처분?’

수색할 시간 따윈 없다.

차라리 인질들에게 물어볼까?

물건들도 되찾는 게 임무인 것처럼 꾸며서?

아니, 그건 안 된다.

셀퍼드나 아린 같이 옆에서 보고 있는 눈이 많았다.

지금이야 어떻게 넘어갈 수 있을지 몰라도, 나중에 분명히 회수한 물건에 관해 물어볼 것이다.

몰래 해야만 했다.

남들 모르게.

‘아니면 차라리 요새를 통째로 무너뜨리고, 나중에 찾으러 와야 하나?’

그것도 방법이 될지 모른다.

단, 요새를 어떻게 붕괴시켜야 할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즉, 당장은 불가능하다는 뜻.

‘제기랄. 방법이……!’

테오의 머릿속이 복잡해지던 바로 그때였다.

두근두근두근-

갑자기 테오의 심장이 미친 듯이 방망이질을 쳤다.

등골을 쭈뼛 세우는 불안한 감각.

‘……뭐지?’

용의 심장이 주는 감각은 때때로 야생 동물처럼 직감적일 때가 있다.

그 감각이 말하고 있었다.

-뭔가 있다!

테오는 직감이 이끄는 대로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다짜고짜 아무것도 없던 옆쪽 벽면으로 휘둘렀다.

옆에 있던 에리카가 왜 그러냐고 물어보려던 순간,

갑자기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벽면이 폭죽처럼 터졌다.

콰아앙!

차아앙-

벽을 부수고 인질들을 노리려던 거대 해머가 드레이크의 날붙이와 충돌하면서 밀려났다.

‘큭! 말도 안 되는 힘……!’

테오 역시 균형을 잃고 뒤로 휘청이고 말았다.

[괴력]을 밀어낼 정도라니.

대체 누구지?

“쳇, 아쉽군! 단번에 때려잡으려고 했는데. 감각이 나 같은 놈이 또 있었나 보지?”

풀풀 날리는 먼지를 밀어내면서 웬 거한이 나타났다.

한 손에 워해머를 쥔 그가 입맛을 다시면서 주변을 쓱 훑어보자, 인질들이 사색이 되어 덜덜 떨었다.

“저 자! 저 자입니다! 저 자가 우리들을 이곳에 가뒀어요……! 다른 사람들을 끌고 갔다구요!”

인질 한 명이 거한을 가리키면서 비명을 질렀다.

셀퍼드가 재빨리 거한과 인질들 사이를 단절시켰다.

“대머리 망치?”

순간, 거한의 얼굴이 무참하게 일그러졌다.

“씨이발! 그 많고 많은 별명 중에 왜 하필 그딴 걸로 부르는 거야! 하여간 라그나르 새끼들, 다 죽여 버리던가 해야 그딴 소리를 안 듣지!”

“당신 같은 사람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블랙 스컬의 숨겨진 조력자가 당신이었나?”

“글쎄. 그런 건 잘난 니들이 맞춰야지, 안 그래?”

거한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면서 비웃음을 던졌다.

셀퍼드는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기수식을 취했다.

‘대머리 망치’ 슬로우 갱.

우스꽝스러운 별호와 다르게 북방에서는 악명이 자자한 테러리스트-반체제 인사였다.

실력도 무척 뛰어나기 때문에 셀퍼드 혼자서는 승부를 장담할 수가 없었다.

아린이 셀퍼드 옆에 서면서 검을 꽉 쥐었다.

「우리가 충돌하면 바로 뛰어.」

아린의 당부가 세 신입의 귀에 꽂혔지만.

“왜? 내 이목을 사는 동안에 인질들 빼돌리려고? 그렇게는 안 되지!”

슬로우는 네 생각들을 다 안다는 듯 비웃음을 던지면서 갑자기 방향을 꺾어 인질들 쪽으로 몸을 날렸다.

정확하게는 테오와 에리카 남매가 있는 곳이었다.

“이런……!”

셀퍼드와 아린이 아차 싶어 그쪽으로 몸을 돌렸지만,

이미 슬로우는 세 신입에게 거의 다다른 상태였다.

쐐애애액!

마치 성문을 꿰뚫으려는 공성추 같이 위압적인 모습.

그런데,

“덕분에 물건 찾기가 쉬워지겠어.”

“……!?”

그를 정면에서 마주한 테오는 오히려 웃고 있었다.

파지지지직!

월백검이 뽑혀 나왔다.

칠흑같이 어두운 뇌전을 잔뜩 뿜은 채로.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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