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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50화 (50/224)

50화

압도적 격차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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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퀘스트 #17]

용살자(龍殺者)의 인정을 받으십시오.

· 난이도: S-

· 보상: 1코인

· 실패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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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살자? 거기다 난이도가 S-라고?’

테오는 순간 어떻게 말로 표현 못할 강한 불안감을 느꼈다.

용살자.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뜻이다.

용의 후예를 자처하는 라그나르에게 이보다 더 불길한 호칭이 또 어디 있을까.

하지만.

테오는 카일에게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호칭도 없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다만, 처음 보는 등급의 난이도는 마음에 걸렸다.

‘나는 이미 아버지에게 일검대련을 지도 받았을 정도로 인정을 받았어. 거기서 용섬까지 보았고. 그런데도 인정을 받기가 어려울 거라고?’

혹시 이번 3차 개화식에 자신이 모르는 다른 비밀이라도 있는 걸까?

‘전생에서는 3차까지 못 가긴 했었지만…… 그래도 내가 알기로 여러 히든 피스가 숨겨진 2차와 다르게 3차는 별다른 히든 피스가 없을 텐데?’

흑설에 몸을 담고 있었으므로 이건 확실했다.

애당초 3차 개화식이 만들어진 이유부터가 가주가 직접 쓸 만한 재목을 가릴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으니까.

만약 여기서 가주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다른 부대에서 희망하는 응시생들을 지목해서 데려가는 방식이었다.

‘메시지에 어떤 오류가 있는 건지도 모르는 거니…… 일단 한번 올라가 보자.’

순간, 테오의 눈가에 맺힌 안광이 달라졌다.

샛노란 전광(電光)이 맺혔다.

[‘스킬: 레서 드레이크 피어’를 발동하여 공포의 저주를 극복하고자 합니다!]

두근두근두근-!

심장이 가쁘게 뛰기 시작하면서 마력이 빠른 속도로 회전했다.

용의 심장과 단전이 마력 공명을 일으키면서 용살기를 체외로 방출했다.

드드드득!

용살기와 용살기가 부딪쳤다.

비록 그 격차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인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테오가 육체적 자유를 얻을 만한 공간을 확보하기엔 충분했다.

“후우……!”

테오는 숨을 크게 고르면서 주변을 빠르게 살폈다.

웰링턴과 에리카가 그나마 잘 버티고 있었지만, 그 역시 ‘버티고’ 있는 것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으니.

하지만 두 사람이나 홀커스보다 더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었다.

테오는 조용히 레이의 옆에 섰다.

가뜩이나 하얗던 그녀의 안색이 평소보다 훨씬 창백해져 있었다.

스스스-

체외로 제어되지 않은 냉기마저 풍기고 있었으니.

마치 다시 구음절맥이라도 발작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얼굴이 어느새 식은땀으로 가득했다.

“눈 감고 마력 운기에 집중해.”

레이는 테오가 시키는 대로 눈을 꼭 감았다.

테오는 레이의 등에다 손바닥을 얹으면서 마력을 불어넣었다.

뇌기를 활용해 공포로 경직된 신경세포를 강제 자극하려는 것이다.

구음절맥의 성질이 보이는 건 전부 마력 운용이 신통치 않기 때문에 발생한 후유증이었다.

파지직!

우레 속성의 마력이 스며들자, 굽었던 레이의 등이 바짝 세워졌다.

곧 창백했던 얼굴에도 혈색이 돌아왔다.

하아……!

길게 한숨을 토하는 레이의 숨소리가 한결 편해졌다.

테오는 조용히 손길을 거두면서 그녀가 흩어진 마력을 온전히 수습할 수 있도록 주변을 지켰다.

둘이서 따로 묻고 싶었던 것도 있었고.

“속호법 얻은 거, 왜 말 안 했어?”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어서.”

“내가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생각은?”

“했어.”

“어떻게 생각했는데?”

“기연은 원래 다른 사람이랑 나누는 게 아니니까.”

“그래서 숨겼다고 생각했다고?”

레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곧 아니라고 생각했어. 테오는 자상한 사람이니까.”

테오는 쓴웃음을 지었다.

죽은 악시온이 이 말을 들으면 뭐라고 할까.

회귀를 하고 난 뒤, 그는 그의 이익을 위해서만 뛰었다.

하지만 레이의 눈에는 여전히 그렇게 비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그냥 때가 되면 말해줄 거라고 생각했어.”

“…….”

무한한 호의와 신뢰.

테오는 여기서 자신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나 싶었다.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이런 사람은 거의 없었으니까.

하지만,

테오는 아직 마음속에 조금 남아있던 레이와의 거리감이 완전히 사라지는 기분을 맛볼 수 있었다.

‘그래도 내가 나쁜 맘을 먹고 있었으면 어쩌려고.’

관자놀이가 욱신거렸다.

“하아……! 그래서 날 놀라게 해줄 생각으로 그동안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고?”

끄덕.

맹하니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의 모습에 괜히 심술이 났다.

따악!

결구 테오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이마에다 딱밤을 튕겼다.

“아파! 테오…… 나 때렸어.”

“맞을만한 짓을 했으니까 그렇지.”

테오가 투덜대는 어투로 말했다.

“잘 들어. 빙백무류는 이미 그 자체로도 훌륭한 속성을 가지고 있는 최상위 비전이야. 거기다 너는 구음절맥까지 극복하면서 서리 속성에 있어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잠재력을 지녔고.”

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그걸 잘 알기 때문에 여러 속호법 중에서 서리 속성을 택한 거였다.

“하지만 뭐든지 넘치는 건 모자란 것만 못한 법이야.”

“속호법이 내게 위험하다는 거야?”

“어. 서리 속성의 <수상(樹霜) 속호법>은 마력을 응결시켜서 주변 대기의 흐름을 변화시키는 특징을 갖고 있으니까. 오로지 검에만 마력을 집중시키는 빙백무류와는 어울릴 것 같으면서도 서로 반발할 수밖에 없다고.”

테오는 길게 한숨을 내뱉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애당초 연원이 서로 다른 두 개의 비전은 같이 익히는 게 아니야. 마력 운용로가 서로 꼬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하지만 테오는……!”

“나는 네가 가르쳐준 빙백무류의 초식을 잘 익히지 않았냐고?”

끄덕!

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빙백무류 뿐이던가?

매화궁주의 매화만발에 율리우스의 검술까지.

게다가 얼마 전에는 심판관에게서 심상의 일부까지 전수 받았다.

그런데도 테오는 별다른 무리 없이 더 큰 성장을 하고 있었다.

테오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가 모든 종류의 비전과 검술을 다룰 수 있는 건, 사실 용의 심장이 가진 효능…… 아니, 권능에 가까웠지만.

이걸 설명해줄 수 없잖은가.

그러니 당장은 얼굴에 철판을 깔고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다.

“난 괜찮아.”

“왜?”

“……그냥.”

“…….”

“그냥…… 되던데?”

“…….”

“…….”

레이가 눈을 가늘게 좁혔다.

순간, 그녀의 눈이 처음으로 싹 식는 느낌이었다.

“테오, 지금 왕재수.”

“……하여간 넌 더욱더 조심해야 해. 빙백무류만큼 예민한 비전도 없으니까.”

레이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조금 아쉬웠다.

아주 잠깐이지만, 수상 속호법과 빙백무류가 합쳐졌을 때 받았던 느낌이 너무 좋았으니까.

잘만 다루면 빙백무류를 한 층 더 진일보 시킬 수 있을 것 같은……!

“그러니까 지금부터 내가 불러주는 거 외워.”

“……?”

레이는 테오가 무슨 말을 하나 싶어 두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어스름이 지는 새벽녘, 나뭇잎 위에 내려앉은 서리는 물의 색을 띠고 있되, 땅의 척척함을…….」

“……!”

레이는 허겁지겁 정신을 차리고 그 구결들을 외우고자 했다.

수상 속호법의 구결.

다만, 그녀가 처음 접했던 것과는 내용이 조금씩 달랐다.

구결의 양도 훨씬 많았고.

족히 4개는 되는 것 같았다.

‘혹시 나에게 주려고 직접 첨삭을 한 거야?’

이미 완성되어있는 구결을 수정한다는 것은 웬만한 깊이의 무론(武論)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그걸 해낸 테오의 능력도 대단하지만,

이를 위해 직접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그의 마음도 정말 고마웠다.

난 이 아이에게 늘 받기만 하는구나.

레이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구결에 흠뻑 빠져들었다.

오러홀에서 마력이 저절로 일어나 구결과 뒤섞이고 있었다.

빙백무류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는 뜻이었다.

파아아아……!

레이의 주변으로 선선한 냉풍이 불었다.

* * *

‘사념을 읽었으니 망정이지.’

테오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수상 속호법을 수정하는 건 그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대로 레이를 놔뒀다간 앞으로 수상 속호법과 빙백무류가 계속 충돌할 것이 보여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그도 구결을 모아둔 게 제법 있었던 데다가, 사념도 모두 읽어뒀으니 빠른 수정이 가능했다.

‘이걸로 빙백무류를 전수 받은 것에 대한 빚은 갚았다.’

테오가 피식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이도 곧 눈을 떴다.

한결 정갈해진 눈빛은 더 이상 드래곤 피어의 압박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테오를 보는 그녀의 눈꼬리가 살짝 휘었다.

“역시.”

“역시?”

“테오는 자상해.”

“…….”

따악!

“또…… 때렸어.”

레이가 아픈 이마를 부여잡으면서 끙끙 앓다가, 등을 돌린 테오의 귓불이 어쩐지 빨개졌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암, 테오 공자는 자상하지요.”

그때, 스리슬쩍 두 사람 옆으로 웰링턴이 웃으며 다가왔다.

“……무슨 말을 하려고 온 겁니까?”

“놀리러?”

테오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이런. 무서우니 너무 노려보지 마시오. 그보다 빨개진 얼굴이나 어떻게 하셔야 할 것 같은데.”

하아!

테오는 능글맞게 웃는 웰링턴을 보면서 깊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별다른 도움 없이 드래곤 피어를 극복한 웰링턴이 다시 보였다.

‘전생의 이맘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해졌어. 폐관수련으로 얻은 심득에다 속호법이 더해지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 같은데.’

웰링턴이 풍기는 기질은 이미 웬만한 수련검사의 수준을 넘어서서 일반 검사에게 수여되는 호칭인 ‘실전검사’에 다다르고 있었다.

오러홀을 개방한 지 보름밖에 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성장 속도.

테오도 까닥했다간 금세 붙잡힐 게 분명했다.

라이벌.

테오는 웰링턴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긴장을 놓쳐서는 안 되겠는걸.’

“테오 공자.”

“……?”

“저기까지 도착할 방법, 있소?”

웰링턴은 정상에 위치한 산장을 보면서 침중한 태도로 물었다.

그들 세 사람 모두 당장은 드래곤 피어를 극복하고 있다지만, 산장에 가까워질수록 압박감도 더 심해질 것이다.

그걸 어떻게 해치고 저기에 다다를 것이냐는 의미였다.

“라이벌이니 개화식에서는 따로 움직이자고 하시더니?”

“커다란 난관 앞에서는 불구대천의 원수도 서로 손을 잡는 법인데, 뭐, 친구끼리 손을 못 잡겠소?”

테오가 짓궂게 던진 말에 웰링턴은 뻔뻔한 태도로 나섰다.

테오도 피식 웃고 말았다.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죠.”

“그래서, 방법은 있소?”

테오는 슬쩍 심판관과 시험관들 쪽을 살폈다.

그들은 테오 등이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갈지 흥미진진하게 구경하고 있었다.

‘마지막 시련은 2차보다 금방 끝난다고 누가 그랬어?’

끝나긴 금방 끝나도 어렵기는 배는 더 어려운 것 같았다.

테오가 가볍게 혀를 차면서 뭐라고 말하려던 그때였다.

파아앗-

테오는 등에 걸려 있던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뽑아 반대 방향으로 휘둘렀다.

차아아앙!

레이와 웰링턴의 시선도 저절로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고,

“어이, 수석.”

어느새 드래곤 피어를 극복한 에리카와 홀커스 남매가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니, 노려보는 건 정확하게 에리카 랑케였다.

노골적인 적의(敵意).

동생 홀커스만큼이나 제법 큰 키와 덩치를 가진 데다가,

사자 갈기 같은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주는 강한 인상 때문에 그녀가 풍기는 적의는 당장에라도 피비린내 나는 칼부림이라도 벌어질 것처럼 살벌했다.

스르릉-

레이와 웰링턴도 조용히 검을 뽑았다.

하지만,

에리카의 시선은 두 사람이 아닌 테오에게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한쪽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너 좀 치더라?”

“그래서?”

조금 전에 있었던 2차 시험의 결산식에서 뇌룡을 상대했던 것을 두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녀로서는 테오가 수석을 차지하기 위한 들러리가 되고 말았으니 화가 날 수밖에.

랑케 가문에서도 가장 막무가내인 에리카의 성격은 테오도 익히 잘 알고 있는바.

테오도 묵묵히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들었다.

승부를 봐야 한다면 물러설 생각 따윈 없었다.

에리카도 테오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던지 더욱더 흉흉한 기질을 드러냈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곰을 닮은 송곳니가 유달리 반짝였다.

그런데,

“그러니까 합격.”

“……?”

갑자기 생뚱맞은 말을 꺼낸다.

이건 무슨 소리지?

테오가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순간 에리카의 웃음기가 더 커졌다.

장난기가 섞인 것 같은 웃음.

“내 낭군감으로.”

“……!?”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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