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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47화 (47/224)

47화

압도적 격차 (2)

결산장을 찾은 응시생 수는 처음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상태였다.

보름간에 걸쳐진 경쟁으로 상당수가 리타이어 된 까닭이었다.

이에 응시생들은 하나 같이 충격을 받은 분위기였다.

처음으로 맞은 경쟁 사회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몸소 체감할 수 있었으니.

몇몇은 아예 살벌한 눈빛을 띠기도 했다.

하지만 시험관들은 거기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매년마다 겪는 통과의례였으니까.

다만, 그들은 다른 이유로 놀란 상태였다.

최종 생존자 수가 매년 평균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이었다.

-이번 기수의 재능이 역대 최고라더니……!

-평소 기수였다면 쉽게 수석을 차지했을 북부 4준의 성적이 오히려 아래야.

-테오 라그나르, 쉽게 볼 아이가 아니로군…….

-북부 4준 중에서 가장 처진다고 알려진 레이 라그나르도 2위라.

-어디 그뿐인가? 홀커스 랑케의 누이인 에리카 랑케도 지켜봐야 해. 인재인 게 틀림없다.

-악시온 라그나르가 죽었어도 전혀 아쉬울 게 없단 말이지.

그러한 의견이 오고 가는 가운데,

응시생들도 최종 결과를 보고 다시 한 번 넋이 빠지고 말았다.

-또 테오 라그나르가 1위라고?

-악시온과 교룡회가 리타이어 했다는 말은 들었었는데…… 정말이었어?

-단순한 리타이어가 아니라 아예 몇몇은 죽었다는 말도 있어.

-교룡회까지 있었을 텐데.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네.

-대체 저놈을 어떻게 이기라는 거야?

-3차 시험이 벌써 걱정인데…….

-아직 수석 발표가 나지 않았잖아. 좀만 더 지켜보자고.

-저기 온다!

누군가가 던진 말에 모든 응시생들의 시선이 입구 쪽으로 쏠렸다.

테오와 레이가 결산장 안쪽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뭘 하고 왔던 건지 두 사람 모두 먼지투성이에 꾀죄죄한 몰골이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두 사람을 무시하지 못했다.

눈가에 맺힌 안광이 너무나 예리한 탓이었다.

몇몇 시험관들도 움찔할 정도였다.

-둘 다 이번 시험으로 완전히 딴 사람이 되었군…….

테오는 단상에 서 있던 심판관에게 고개를 숙였다.

“마지막 마물을 처치하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심판관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점수판 앞에 서 있던 시험관이 다른 시험관의 귓속말을 듣고 다급히 점수판 점수를 고쳤다.

<최종 순위>

1위. 테오 라그나르(1,521점)

2위. 레이 라그나르(1,102점)

3위. 에리카 랑케(926점)

.

“이, 이백 점이나 한꺼번에 올랐다고?”

“레이 라그나르까지 백 점 상승……!”

“미쳤어……!”

“대체 또 그사이에 무슨 짓을 한 거야?”

모두가 웅성거릴 때에 심판관이 사자후를 내질렀다.

“모두 조용하도록-!”

얼음물을 끼얹은 것처럼 좌중이 조용해졌다.

“테오 라그나르와 레이 라그나르는 조금 전까지 5급 마물인 ‘마검치호’를 사냥하고 오느라 늦었다고 한다. 이에 담당 시험관이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으니 별다른 이의는 받지 않겠다-!”

“……!”

“……!”

“……!”

마검치호는 칼날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뼈와 가죽이 단단하고, 속도도 빨라서 5급 마물 중에서도 사냥하기가 아주 까다롭다고 알려진 마물이었다.

특히 서너 마리가 무리 생활을 하기 때문에 공략 난이도는 사실상 4급 마물에 필적한다고 알려져 있건만.

그런데도 사냥에 성공했다는 것은 서너 마리를 한꺼번에 잡았다는 의미였다.

사적인 감정을 보여서는 안 될 의무를 갖고 있는 심판관마저 감탄을 터뜨릴 정도로 뛰어난 업적.

“테오 라그나르와 레이 라그나르는 제자리에 서도록-.”

테오와 레이가 고개를 숙이면서 제자리를 찾아 섰다.

순간, 테오와 웰링턴의 시선이 아주 잠깐 동안 마주쳤다.

‘그새 발전하셨구나. 역시 테오 공자. 대단해도 너무 대단하단 말이지.’

웰링턴은 더 크게 격차가 벌어진 테오의 모습에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고,

‘달라졌어.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테오는 테오대로 웰링턴의 완전히 달라진 기질에 적잖게 놀랐다.

웰링턴이 실력에 비해 쌓은 점수가 너무 낮아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나 싶었었는데.

아무래도 시험 내용과는 별개로 다른 뭔가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대체 무슨 기연이 있었던 걸까?’

테오는 이번 생의 가장 친한 친구가 가진 비밀 무기가 무엇인지 벌써 궁금했다.

“자, 그럼 모두 모였으니 최종 결산을 시작하겠다-!”

그러다 심판관이 던진 말에 테오와 응시생들의 시선이 모두 그쪽으로 향했다.

다만, 눈치 빠른 응시생들은 뭔가 의문을 느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최종 결산이라고?

-저기 있는 최종 순위가 끝이 아니라는 거야?

“이번 2차 시험 내용을 발표할 때에 나는 분명히 이 종의 점수를 합산한 결과를 볼 것이라 말한 바가 있다. 하지만 사실 이번 시험의 내용은 총 두 가지였다. 다른 하나가 무엇인지 아는 이가 있는가?”

순간, 응시생들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갑자기 다른 시험 내용이라니?

“아는 이들은 모두 거수하도록.”

몇몇이 손을 들었다.

테오와 웰링턴.

‘기연이 속호법이었어?’

테오는 웰링턴을 보고 조금 놀란 얼굴이 되었다.

웰링턴 역시 이쪽을 보고 헛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웰링턴은 전생에선 분명히 히든 피스를 깨우치지 못했었는데.’

속호법에 대한 비밀을 알아내는 사람은 한 기수에 한 명이 있을까 말까였다.

전생에서도 마찬가지.

역대 최고의 기수라던 테오 기수에서도 이를 알아낸 사람은 딱 한 명뿐이었다.

그런데 한 명이 더 늘어난 것이다.

웰링턴까지.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설마…… 나비효과?’

테오가 그런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다른 곳에서 두 사람이 더 손을 높이 번쩍 들었다.

한 명은 테오의 옆.

“레이?”

“치사해, 테오. 나한테도 숨기고. 그럼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레이가 살짝 눈을 가늘게 뜨며 투덜거렸다.

테오는 쓴웃음을 지었다.

마종 안쪽의 무늬를 여러 번 살펴봤더니 그녀도 옆에서 어느 정도 눈치를 챘던 모양이었다.

‘차라리 미리 설명을 해줄 걸 그랬나. 괜한 오해만 생기겠는걸. 반면에 저쪽은 그대로고.’

테오는 레이를 어떻게 달랠까 고민하면서 슬쩍 옆을 보았다.

홀커스 랑케 옆에 그와 닮은 얼굴 한 여인도 똑같이 손을 들고 있었다.

‘에리카 랑케.’

홀커스 랑케의 손위 누이.

차기 랑케 가문의 주인이자, 희대의 천재라 불렸던 ‘백웅(白熊)’.

원래 유일하게 속호법을 찾아냈던 사람은 바로 그녀였다.

‘내가 알고 있는 미래가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했다.’

테오는 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고민했다.

자신이 두각을 드러내고, 악시온이 죽은 시점부터 미래가 틀어지기 시작할 것은 예상했었다지만.

그래도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들까지 보게 되니 기분이 묘했던 것이다.

이 결과가 훗날 좋은 일로 찾아올지, 아니면 재앙으로 찾아오게 될지.

전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비밀을 알아낸 사람이 총 넷이란 말이지? 확실히 이번 기수가 다르긴 다르군.”

물론, 이 사실을 전혀 모르는 심판관은 뜻밖의 결과에 묘한 미소를 지었다.

라그나르를 운영하는 입장으로서는 인재의 등장이 기쁠 수밖에.

그러다 그가 거수한 사람들을 하나씩 지목하면서 물었다.

“먼저 에리카 랑케, 너는 무엇을 얻었지? 대답 여하에 따라 추가 점수가 있을 것이다.”

에리카가 앞으로 나서면서 대답했다.

“‘불꽃’을 얻었습니다.”

“개수는?”

“4개입니다.”

“펼쳐보도록.”

히든 피스의 존재를 몰랐던 응시생들은 심판관과 에리카를 번갈아 보다가 두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휘휘휘휘!

타닥, 타닥-

에리카를 중심으로 마력풍이 불더니, 그 위로 작은 불씨들이 튀어 오르기 시작했으니까.

그리고.

화르르륵!

불씨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커다란 도깨비불이 되어 에리카 주변을 뱅글뱅글 맴돌았다.

-소, 속성 발현……!

마력에 속성을 실을 수 있다는 것은 라그나르에서도 간부급이 되거나 인재로 평가된 이에게나 허락된 사항.

당연히 경악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에리카 랑케, 합격. 구결 하나당 100점으로 계산하여 총 400점을 부여한다.”

심판관의 선언에 따라 점수판이 재빨리 변경되었다.

<최종 순위>

1위. 테오 라그나르(1,521점)

2위. 에리카 랑케(1,326점)

3위. 레이 라그나르(1,102점)

.

-순위가 바뀌었어……!

응시생들이 놀라 웅성거렸지만, 에리카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 투였다.

이렇게 해도 1위 탈환은 불가능했으니까.

“레이 라그나르, 너는 무엇을 얻었지?”

“‘서리’입니다.”

“개수는?”

“2개입니다.”

“펼쳐보도록.”

레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검을 들었다.

가벼운 들숨과 함께 마력을 발동시키는 순간, 주변의 온도가 확 내려앉으면서 눈보라가 불어 닥쳤다.

쩌저저적-

레이가 검을 휘두른 자리.

사방으로 빙판이 깔리고, 그 위로 뾰족한 얼음 가시가 잔뜩 돋았다.

순간, 이를 보고 있던 에리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빙백무류와 서리 속성의 결합이 그녀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개수가 하나라도 더 많았다면?

에리카의 불꽃은 서리를 이겨내지 못했으리라.

“레이 라그나르도 합격. 200점을 부여한다.”

철컥-

레이는 조용히 납검했다.

그녀의 최종 점수는 1,302점.

에리카보다 단 20점이 모자라 3위로 굳혀졌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

“그다음엔 웰링턴 나르시오. 너는 무엇을 얻었지?”

웰링턴이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답했다.

“‘물길’입니다.”

“수류(水流)로군. 개수는?”

“여덟 개입니다.”

에리카와 레이의 시선이 황급히 그쪽으로 돌아갔다.

특히 에리카의 눈에서는 당장 불꽃이 튈 것 같았다.

그녀가 마물 사냥을 거의 포기하면서까지 수집했던 구결이 겨우 네 개였다.

그런데 그보다 배나 많다고?

“호오? 그게 사실인가? 다섯 개 이상은 다른 기수에서도 거의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었는데. 마지막 한 개가 모자란 여덟 개라?”

응시생들도 모두 웅성거리기 바빴다.

만약 저 말이 사실이라면, 열다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거의 완전한 속호법을 터득한 수련검사가 탄생하게 되는 셈이니.

그들과의 출발 선상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다.

“거짓이라면 경을 칠 것이다.”

“결과로 보이겠습니다.”

스르릉-

웰링턴은 브로드 소드를 천천히 뽑았다.

그는 슬쩍 테오 쪽을 봤다가 조용히 호흡을 고르면서 눈을 감았다.

정신적 집중.

그리고.

프스스-

웰링턴을 중심으로 물줄기가 하나둘씩 나타나더니 소용돌이를 그리면서 물 뭉치가 되었다.

-소, 속성 발현뿐만 아니라, 속성 제어까지……?

-아니, 이번에 속호법을 찾아낸 거라며! 저게 말이나 되냐고!

이제 응시생들의 충격은 혼란으로 번지고 있었다.

부여(附與), 발현(發現), 제어(制御), 확장(擴張), 기검(氣劍).

총 다섯 단계로 나뉘는 속성 단계 중에서 벌써 3단계를 펼친다는 것은 엄청난 재능이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웰링턴이 만들어낸 물 뭉치가 모두 여섯 개.

그때, 웰링턴이 눈을 떴다.

동시에 물 뭉치도 다시 흩어지면서 거대한 소용돌이를 그려냈으니.

소용돌이를 구성하는 물줄기는 하나하나가 잘 압축된 칼날처럼 아주 날카로워 섬뜩한 파공성이 응시생들의 귓가를 왱왱 울릴 정도였다.

<수류 속호법 – 칼날 소용돌이>

휘휘휘휘-

촤촤촤촤!

“좋군.”

심판관이 그 모습을 보면서 작게 감탄을 터뜨리더니,

파앗-

갑자기 단상을 박차면서 어느새 웰링턴 앞까지 다다랐다.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 같은 날랜 움직임.

그러면서 심판관이 칼날 소용돌이 속으로 오른손을 불쑥 집어넣었다.

목표는 웰링턴의 얼굴.

웰링턴은 예상치도 못한 심판관의 반응에 흠칫 놀라면서도 침착하게 대응했다.

<나르시오 비전 – 사자 송곳니>

마치 사자가 먹잇감의 목덜미를 송곳니로 물어뜯으려는 듯.

웰링턴은 브로드 소드로 찌르기를 시도했다.

아주 단순한 동작이었지만, 칼날 소용돌이가 검날 주변으로 뭉치자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렇게 날카로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심판관의 손날과 브로드 소드의 끄트머리가 충돌했다.

퍼어어엉-

칼날 소용돌이가 부서지면서 사방으로 물이 튀고,

웰링턴도 몇 걸음 뒤로 밀려나다가 울컥 피를 토했다.

내상이었다.

“자세를 바로잡아라!”

그때, 대기하고 있던 두 명의 시험관이 웰링턴의 뒤쪽으로 착지했다.

한 명은 웰링턴을 부축하고, 다른 한 명은 웰링턴의 등에다 손바닥을 얹으면서 마력을 쏟아 내상 치료를 도와주었다.

다행히 시간이 흐르자 창백했던 웰링턴의 얼굴에 조금씩 혈색이 돌아왔다.

“아무래도 내가 직분을 망각하고 너무 흥이 도졌던 모양일세. 괜한 폐를 끼친 것 같이 미안하군.”

심판관이 뒷짐을 쥐며 던진 사과 인사에 웰링턴을 자세를 바로잡으면서 검례를 표했다.

“아닙니다. 심판관 님 덕분에 호흡 방식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웰링턴의 말은 진심이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단순한 공격으로 보일 수 있었지만, 심판관이 보였던 걸음걸이며 손날까지…… 웰링턴은 그 덕분에 번뜩이는 영감을 얻은 상태였다.

당장 숙소로 돌아가서 이 영감을 되짚어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것만 잘 수습해도 그는 한 단계 이상 도약할 수 있으리라.

심판관의 입가에 맺힌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도 수류 속호법을 익힌 고수.

그래서 웰링턴의 재능에 흥이 돋아 한 수를 보여준 것인데, 아무래도 그 이상을 본 것 같았다.

‘인재로군, 인재로다……. 이런 아이가 라그나르가 아닌 나르시오에서 태어난 것이 아쉬울 따름. 나르시오가 곧 흥성하겠구나. 아니면 혹시?’

웰링턴을 보는 심판관의 눈이 순간 빛났다.

늘그막에 제자를 한 번 받아보고 싶다는 아주 작은 욕망이 가슴 속에서 고개를 치켜들고 있었다.

“웰링턴 나르시오, 합격. 구결은 물론, 속성에 대한 깊은 이해도까지 가지고 있으므로 추가 점수 900점을 주겠다.”

다시 한 번 더 점수판이 바뀌었다.

<최종 순위>

1위. 웰링턴 나르시오(1,689점)

2위. 테오 라그나르(1,521점)

3위. 에리카 랑케(1,326점)

4위. 레이 라그나르(1,102점)

.

-1위가 바뀌었어!

-저 점수가 뒤집힐 수 있는 거였다고……?

-다른 기수들은 1천 점만 넘어도 수석은 따놓은 당상이라던데, 우리 기수는 대체……!

응시생들은 이제 경악을 넘어서 허탈해지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심판관을 따라 모두의 시선이 테오에게 쏠렸다.

아직 그의 최종 집계가 남아있었으니까.

심판관이 입을 열었다.

“테오 라그나르! 너는 무엇을 얻었고, 몇 개를 모았느냐?”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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