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
압도적 격차 (1)
[상점창을 열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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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점]
․ 현재 보유한 코인 수: 3
․ 목록
- 10코인 이하 물품 목록(△)
- 50코인 이하 물품 목록(△)
- [열람 불가]
- [열람 불가]
- [열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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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열람 불가한 것들투성이구나.’
테오는 피식 웃었다. 왜 곳곳에 이렇게 비밀이 많은 건지.
아무래도 50코인 이상에 해당되는 항목들인 것 같은데. 어차피 당장 테오가 보유한 코인 수로는 턱도 없으니 크게 궁금하지도 않았다.
대신에 다른 두 항목은 궁금증이 들었다.
10코인과 50코인 이하.
여기에 대체 뭐가 들어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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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코인 이하 물품 목록(▼)]
- 무기류
‣ 한손 무기(△)
‣ 양손 무기(△)
‣ 원거리 무기(△)
‣ 보조 무기
- 방어구(△)
- 장신구(△)
- 수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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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별로 분리가 되어 있구나.’
[무기류]가 ‘한손 무기’, ‘양손 무기’ 등의 여러 하위 카테고리로 나뉘듯이.
[방어구]는 ‘상반신’과 ‘하반신’으로,
[장신구]는 ‘목걸이’나 ‘반지’ 같은 여러 액세서리로,
[수집품]은 ‘물약’이나 ‘부적’ 같은 하위 카테고리로 수없이 분류되어 있었다.
‘재미있는데?’
하지만 테오는 상점창 해부를 잠시 뒤로 미뤘다.
셀퍼드와 나타샤가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몸은 좀 괜찮나?”
“예. 덕분에.”
테오는 셀퍼드의 질문에 덤덤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뒤따라오던 나타샤에게 월백검을 겨누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게 무슨 짓이야? 나는 널 도왔던 사람인데.”
나타샤는 살짝 화가 난 얼굴이었다.
매화궁주의 지시에 따라 중앙기무국과 척을 지는 것까지 감수하면서 그를 도왔건만.
정작 돌아오는 건 적의라니.
“몰라서 물으십니까?”
“뭘 몰라?”
“펠릭스에게 직접 물어보십시오.”
“펠릭스……?”
이게 대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지?
‘설마?’
그러다 나타샤는 뒤늦게 한 가지 가정을 떠올리고 말았다.
현재 펠릭스는 중상을 입은 채로 교룡회 영역에서 발견된 상태.
그래서 교룡회와 다투다가 그 꼴이 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만약 그게 아니라면……?
“서둘러 확인하고 오지. 만약 우리 측에서 실수한 거라면…… 정식으로 사과할게. 다만, 이번 일은 궁주님의 뜻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만 알아줘.”
“…….”
테오는 섣불리 대답하지 않았다.
매화궁주의 진심을 알고 있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은 섣불리 마음을 보여줄 때가 아니었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정치의 연장선.
나타샤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다가, 테오에게 다시 한 번 더 고개를 숙이고는 자리를 훌쩍 떠났다.
“뭐,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너무 저쪽을 미워하지만은 말라고. 우리 대장님처럼 저쪽도 널 엄청 끔찍하게 생각하고 있었거든.”
셀퍼드의 말에 테오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내 인사가 늦었네. 나는 셀퍼드 가드너. 앞으로 네가 우리 백갑용기대에 오게 되면 직계 선배가 될 몸이기도 하지. 앞으로 잘 부탁한다.”
테오는 셀퍼드가 내미는 손을 맞잡으면서 속으로 조금 놀랐다.
가드너라면 6설가 중 하나로, ‘늑대의 가문’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뛰어난 단합력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외부로 인사를 잘 보내지 않는 편이었는데 백갑용기대로 차출된 사람이 있었……!
꽈아악!
“……?”
테오는 손을 세게 누르는 악력에 셀퍼드를 바라봤다.
이게 무슨 짓인가 하고.
셀퍼드가 씩 웃고 있었다.
“올 거지? 백갑용기대?”
테오는 어색하게 웃었다.
“우리 팔불출 대장님이 너에 대해서 장광설을 늘어놓을 때는 또 왜 저러나 싶었는데…… 이렇게 막상 보고 나니까 나까지 욕심나는 거 있지?”
슬쩍 손을 빼려 해도 셀퍼드가 빼지 않았다.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이.
“너, 실력은 물론이고 성격까지 마음에 들거든. 하여간 꼭 와. 알겠지? 응? 응?”
부담스럽게 셀퍼드가 얼굴까지 들이밀며 눈을 반짝이는 통에 테오가 슬쩍 뒷걸음질을 치는데,
갑자기 셀퍼드의 뒷덜미를 잡아당기는 손길이 있었다.
“그만 강요해라. 네 징그러운 면상 보면 마음이 생기다가도 없어지겠다.”
“내 얼굴이 뭐 어때서!”
“거울 좀 보고 말하지? 그리고 정식으로 우리 후배가 되기 전까지 테오 라그나르 님은 엄연히 계승권자이시거든? 혀를 잘라먹었나, 존댓말 좀 써라.”
셀퍼드를 뜯어말린 것은 조금 작은 체구를 가진 여인이었다.
역시나 시험관 복장에 백갑용기대의 상징이 그려져 있었다.
“이놈의 무례는 제가 따로 단단히 교육해두겠습니다. 결례를 용서해주십시오.”
“아닙니다. 오늘 도움을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정중한 테오의 인사.
여인, 아린 네거티브는 조금 놀란 얼굴이 되었다.
저 나이대의 라그나르가 이렇게 예의 바른 경우는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괜히 대장님이 끼고 도는 게 아니란 말이지? 이블린 선배님이 검술 제자로 들였다더니 인성이 좋아도 너무 좋잖아?’
세상에서 이블린을 가장 선망하는 아린으로서는 테오에 대한 호감이 무럭무럭 생겨나는 중이었다.
“하여간 우리 엄마도 아니고 잔소리는…….”
“뭐, 인마?”
“헤헤헤. 아닙니다요. 소인,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요.”
셀퍼드는 아린의 도끼눈을 장난스럽게 넘기면서 다시 테오에게 말했다.
“하여튼 우리 후배가 되길 기다리…… 겠으니, 개화식이 끝나면 바로 찾아와주십시오. 아시겠죠? 아, 뒷정리도 모두 저희가 끝낼 테니 걱정 마세요.”
셀퍼드는 다시 말을 놓으려다가 아린의 눈총을 받고 어물쩍 존댓말로 넘어갔다.
테오는 가볍게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자유분방한 분위기라면 확실히 백갑용기대도 괜찮겠다 싶었던 것이다.
아직 확신을 내릴 수는 없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긍정적이 아니라 아예 이 자리에서 확정을……!”
“이놈은 무시하시고, 저희 먼저 가겠습니다.”
아린은 더 이상 말이 길어지면 안 되겠다 싶었던지 가벼운 인사와 함께 셀퍼드를 붙잡고 훌쩍 자리를 떠났다.
“후우……!”
테오는 홀로 남은 자리에서 길게 숨을 골랐다.
조금 전까지 요란했던 전투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고요함만이 남은 곳.
그 역시 정리할 게 아주 많았다.
* * *
테오는 우선 악시온이 소환했던 마물들의 마종을 모두 회수할 뿐만 아니라, 교룡회가 그동안 모았던 마종까지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녀석들의 근거지에 마종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점수는 물론, 속호법의 구결들까지 다량으로 얻을 수 있었다.
‘토템에 대한 히든 피스는 알아냈으면서 구결에 대한 히든 피스는 몰랐던 모양이군.’
속호법에 대해 아는 사람이 적으면 적을수록 테오에게는 유리하니 다행인 일이었다.
테오가 그동안 모은 뇌광 속호법 구결은 총 일곱 개.
이제 단 두 개만이 남은 것이다.
거기다 ‘불꽃’이나 ‘서리’ 계통 속호법도 제법 모을 수 있어 요긴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20레벨과 새로운 권한 개방까지.’
[‘테오 라그나르’를 관찰합니다.]
+
테오 라그나르 (15세/남)
· 레벨: 20
· 능력치(▼)
근력: 102 민첩: 42
체력: 26 마력: 228
지능: 24 운: 5
· 스킬(▼)
- 레서 드레이크 피어
- 해츨링 싱크로
· [열람 불가]
․ 현재 보유한 코인 수: 3
+
테오는 드디어 20레벨이 넘었다는 사실에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단순한 앞자리 수의 변화일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말 못 할 큰 성취감이 느껴졌다.
한 단계 한 단계씩 성장해나간다는 느낌이 그를 고무케 했던 것이다.
특히 [민첩]의 계수가 상당한 폭으로 올랐으니.
[근력] 다음으로 [민첩]을 100계수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추가 스탯을 올인한 결과였다.
‘몸이 날래져야 그만큼 공격 속도와 이동 속도도 빨라지니까.’
무엇보다 상태창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현재 보유한 코인 수: 3]
코인.
여태 보상으로 주어졌던 이 보상의 사용법은 바로 상점창에 있었다.
+
[한손 무기(▼)]
- 보석 깎는 단검
- 아사달의 비수
- 아홉 번 접쇠한 단도
.
.
+
물품 목록은 가장 하위 카테고리에 있었다.
테오는 그중에서 가장 상단에 있던 물품을 손으로 두들겨 보았다.
+
[보석 깎는 단검]
· 종류: 단검
· 공격력: 5~10
· 착용 조건: 힘 5
· 효과: 일정 확률로 내구도 15% 하락
· 가격: 1코인
+
‘역시 화폐였어. 내가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는.’
아무래도 비기너 시리즈 같은 초보자용 무기와 장비는 퀘스트 보상으로 주어지는 데 반해,
이제부터는 원하는 물품들을 알아서 구매해서 사용하라는 의미인 것 같았다.
테오로서는 차라리 잘 되었다 싶었다.
사실 그동안 주어진 장비들은 액세서리를 제외하면 대부분 낡거나 부서져 거의 쓰지 못하게 되었으니까.
게다가 상점창에서 구매한 무기의 퀄리티도 나쁘지 않은 듯했다.
지금 보고 있는 단검만 해도 공격력은 [비기너의 훈련용 검]에 버금가는 데다가, 효과는 그보다 더할 나위 없이 좋았으니까.
장비의 내구도 강제 하락.
이것은 사용하기에 따라서 상대의 장비를 부숴서 승부의 이점을 끌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으니.
실제 아티팩트들과 비교했을 때에 이만한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금괴를 필요로 할 것이다.
가장 아래에 위치한 하급품이 이 정도인데, 그 위로 간다면?
굳이 더 볼 필요도 없는 셈이었다.
‘지금 내게 남은 코인 수는 총 3개. 이걸로 괜찮은 걸 살 수 있으려나? 아니면 좀 더 코인을 모을까?’
아니면 퀘스트 말고 코인을 얻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상점이라는 건 보통 물건을 살 수도 있지만, 팔 수도 있으니……!’
테오는 오랜만에 인벤토리를 열어보았다.
그중에서 그동안 마물을 사냥하면서 아티팩트 재료로 괜찮지 않을까 싶어 몰래 수집했던 물품 중 하나를 건드려보았다.
+
[샌드웜의 체액]
· 설명: 만년설이 수북하게 쌓인 추운 지방에서 서식하는 독특한 샌드웜의 체액. 방한용 아이템 재료로 괜찮을 것 같다.
· 가격: 2코인
+
‘역시 판매까지 되는구나. 그럼.’
테오는 그동안 모아뒀던 재료나 더 이상 쓰지 않게 된 비기너 시리즈를 전부 판매했다.
개중에는 상품성이 없는지 0코인으로 뜨는 경우도 더러 있었지만,
이 덕분에 테오는 코인 보유량을 19코인까지 대폭 늘릴 수 있었다.
50코인 이하 물품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괜찮은 게 있으면 좋겠는데.’
다행히 리스트를 아래쪽에 원하던 품목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
[데스비트(Death-bit)]
· 종류: 투척용 단검, 비수
· 공격력: 25~30
· 착용 조건: 20레벨
· 효과
- 일정 확률로 ‘치명상’ 발동
- 높은 확률로 ‘출혈’ 저주
- 명중률 +36%
- 방어구 무시 관통 확률 +15%
- 자동 위치 회복
· 가격: 4코인
+
[‘데스비트’를 구매하시겠습니까?]
‘이거다.’
염동력은 전투 시에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자갈을 이용한 암기술이나, 도망치던 악시온 일당을 붙잡았던 ‘보이지 않는 거인 손’처럼.
하지만 그만큼 한계도 명확했다.
당장 테오가 가지고 있는 월백검이나 드레이크의 날붙이는 무게가 너무 무거워 염동력으로 사용하기에 문제가 있었던 것.
‘그래서 더 원활한 사용을 위해서는 이만한 사이즈의 괜찮은 단검이 있었으면 했는데……. 이건 생각했던 것 이상이잖아?’
데스비트의 옵션도 너무 괜찮았다.
[치명상]에 [출혈]까지.
마물을 사냥하고 적을 죽이는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옵션들이었으니까.
게다가 위치 회복도 자동으로 된단다.
따로 회수하기 위한 수고도 덜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 얼마나 편한가?
마치 딱 지금의 테오를 위해 존재하는 물건인 것 같았다.
[16코인을 지급하여 ‘데스비트 ×4’를 구매하였습니다.]
[현재 남은 코인 수: 3]
제법 큰 지출이라 할 수 있었지만, 그보다 만족감이 더 컸다.
‘샀으면 사용도 해봐야지.’
테오는 인벤토리에서 네 자루의 데스비트를 꺼내 염동력을 발동했다.
스스스-
데스비트가 덜그럭 소리와 함께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그러다 몇 번의 제어와 함께 일렬로 나열된 단검들이 테오의 주변을 뱅그르르 맴돌기 시작했다.
그동안 틈만 나면 돌멩이 따위로 염동력을 꾸준히 연습했던 결과.
테오의 시선이 다른 쪽으로 향했다.
아무것도 없는 풀숲.
파앗-
데스비트 중 하나가 가로로 놓인다 싶더니 그대로 화살처럼 쏘아졌다.
뒤따라 다른 데스비트도 움직였다.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의 눈처럼 테오의 눈이 다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 * *
며칠이 더 흐르고,
드디어 2차 개화식의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최종 순위>
1위. 테오 라그나르(1,321점)
2위. 레이 라그나르(1,002점)
3위. 에리카 랑케(826점)
4위. 웰링턴 나르시오(789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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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