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수호룡의 둥지 (2)
“허……!”
테오는 철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감탄사를 터뜨렸다.
수백 명도 넘게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은 거대한 공동.
산더미처럼 쌓인 금은보화.
벽면을 따라 그보다 훨씬 높게 선 서고.
문틈 사이로 보였던 황금빛은 모두 이것들에 반사된 빛인 것 같았다.
하지만.
테오를 정작 놀라게 만든 것은 공동 중앙에 엎드린 채 잠을 자고 있는 ‘용’이었으니.
나무뿌리처럼 질긴 갈색 거죽.
심해를 옮겨 담은 것처럼 아름답게 반짝이는 검푸른 비늘.
체구만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체.
그리고 그것을 뒤덮을 정도로 커다란 날개까지.
멸종한 지 오래라, 이제는 고대의 성화에서나 볼 수 있다던 고대 용종(古代龍種)이 바로 그곳에 있었다.
더 놀라운 점은 고대 용종이 숨을 쉬고 있다는 것.
‘여긴 단순히 해츨링의 굴 따위가 아니었어……! 실제 고대 용종의 둥지였던 거야.’
발견하기만 해도 수십 세대가 먹고 살 만큼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녔다는 고대룡의 둥지라니.
그것도 저만한 크기며 위압감을 봐서는 ‘용왕’ 급인 게 분명했다.
테오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진실에 눈을 크게 뜬 순간.
번쩍!
잠든 줄 알았던 용이 눈을 떴다.
보석처럼 아름답게 반짝이는 황금색 동공에 놀란 테오의 모습이 비쳤다.
「오랜만에 이곳을 찾은 <선택자>로군.」
테오는 머릿속을 울리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입을 뗐다.
“당신은……!”
「내 이름은 로드브로크.」
자신의 이름을 밝힌 고대룡이 천천히 몸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쿠쿠쿠……!
그것만으로도 공동이 거칠게 떨리면서 하늘에서부터 돌가루가 우수수 쏟아졌다.
「너희 라그나르가 <수호룡>이라 부르는, 이곳 겨울 산맥의 주인이다.」
“……!”
테오는 단지 일어선 것만으로도 거대하게 느껴지는 로드브로크의 체구보다도, 그가 밝힌 정체에 더 놀라고 말았다.
수호룡.
라그나르의 시조, ‘시구르드’가 북방에 처음 가문을 일구기 전에 계약을 맺었다는 존재.
그리고…… 그의 연인이기도 했다.
2대 가주가 바로 시구르드와 로드브로크의 사이에서 나온 ‘반룡인’이라는 전설이 있었던 것이다.
라그나르가 자신들의 피에 ‘용의 피’가 섞여 있다고 주장하게 된 원인.
“선조님을 뵙습니……!”
테오는 다급히 한쪽 무릎을 꿇고 인사하려 했지만.
「음? 선조?」
정작 로드브로크의 반응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투였다.
그러니 오히려 의문이 든 쪽은 테오였다.
“그야 수호룡께서는 저희 시조님의 반려로서 2대 가주셨던 ‘프리드레이프’ 님의 어머니이시지 않습니까?”
「누가? 내가? 그 망나니 놈의 어머니라고?」
로드브로크의 고개가 옆으로 기울어지고.
「파하하하! 그렇군. 그렇게 된 거였군. 그 망나니 녀석이 개수작을 부린 것이로군.」
로드브로크가 갑자기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동굴이 메아리로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하지만 테오는 따라서 웃을 수 없었다.
2대 가주 프리드레이프에 대한 부정적인 어투도 그렇고.
어쩐지 자신이 그동안 알고 있었던 상식들이 위협받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시구르드의 아이야. 바깥 세상에서는 나에 대한 어떤 전승이 내려오는지 이야기 해주지 않겠느냐?」
테오는 잠깐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피식!
로드브로크는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난 뒤에 비웃음을 던졌다.
「역시. 그 망나니 놈이 자신의 정통성을 얻으려고 개수작을 부린 것이로군.」
테오는 자신의 조상에 대한 저런 힐난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조금 난감했다.
「한 가지만 말해주마. 내가 분명히 암수 중 암컷의 성징을 타고나긴 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특정 성별로 정의한 적이 없도다. 그런 것에 신경 쓰기엔 내가 짊어져야 할 책무가 너무나 거대했으니.」
로드브로크가 고개를 높이 치켜들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위엄으로 가득했다.
「나와 시구르드가 서로를 ‘반려’라 부른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파트너, 혹은 영혼을 교류한 계약자에 대한 존중의 표시였을 뿐. 그와 나 사이에는 일말의 그런 감정 교류 따윈 없었다.」
어쩐지 과거에 대한 회상이 묻어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그리움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로드브로크의 눈꼬리가 살짝 호선을 그렸다.
「애당초 나는 용이고, 그는 인간이다. 종이 달라 이성을 보는 안목조차 다를진대 어떻게 짝짓기가 가능하겠나?」
테오는 쓰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인간이 자신이 봤을 때 로드브로크의 미추(美醜)를 구분할 수 없는 것처럼.
로드브로크의 시선에 비친 인간의 외모도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다만, 시구르드의 못난 아들은 언제나 나를 이용해 먹고 싶어 했지. 그 때문에 신물이 나서 내가 너희 라그나르를 떠나버린 것도 있고.」
테오는 계면쩍은 얼굴로 볼을 긁적였다.
“그렇다면 저희 일족에 용의 피가 섞여 있다는 것은 일종의 프로파간다였던 거로군요.”
「아니. 꼭 그렇지만도 않다. 나는 시구르드와 계약으로 ‘용의 피’를 공유하고 있었으니.」
“아.”
「인간 같지 않던 시구르드는 또 거기서 몇 번의 개량을 거듭했었고. 아마 너희 라그나르가 타고난 특이 신체는 거기서 발현된 돌연변이가 아닐까 싶다만.」
테오는 이제야 선후 관계를 알겠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 프리드레이프의 선전이 통했는지도 알 것 같았고.
「그럼 가벼운 인사는 이쯤 하면 된 것 같으니, 선택자에 대한 수호룡의 의무를 시작하겠다.」
선택자.
테오는 그것이 태고룡의 유물로부터 ‘선택’을 받은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부터 나 로드브로크는 태초의 맹약에 따라 ‘시험’을 통과한 선택자에게 총 세 가지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노라.」
테오는 귀가 솔깃해졌다.
“제가 드리는 질문에 무엇이든 대답을 해주시겠다는 겁니까?”
「그것이 첫 번째 질문이더냐?」
“……아닙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스스로 짝짓기 운운하는 것도 그렇고.
테오는 로드브로크가 어쩌면 위엄 가득한 겉모습과 다르게 장난기가 많은 성격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 차리자. 이건 두 번 다시 없을 기회야.’
정황상 로드브로크는 자신이 겪고 있는 여러 사건들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질문을 최대한 정리해서 많은 정보를 알아내야만 했다.
테오는 머릿속을 빠르게 정리하다가 천천히 입을 뗐다.
“그럼 첫 번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말하도록.」
“당신이 여기에 계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가문에 알려지기로, 로드브로크는 시조 시구르드가 눈을 감은 뒤에 그를 그리워하다가 똑같이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그녀는 막상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이런 오지에 둥지를 트고 있었다.
그것도 세상 사람들에게 비밀로 한 채로.
지난 천 년 동안 그녀가 몸을 숨기고 있을 만한 이유가 있었단 뜻이었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최대한 많은 숨겨진 배경 지식을 알아내겠다는 건가? 좋은 질문이로구나.」
로드브로크가 가볍게 웃음기를 흘리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곧 그녀의 표정이 엄숙하게 변했다.
「<이름 없는 군주> 때문이다.」
“이름 없는 군주……?”
테오는 이상하게 등골이 저절로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분명히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도 불구하고.
「마해 저 너머, 세계의 끄트머리 중에서도 가장 끄트머리에 존재하는 ‘괴물’이다. 나는 지난 천 년 동안 녀석으로부터 세계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을 갖고서 이곳에 머무르는 중이었다. 겨울 산맥은 그것을 위한 전초 기지일 뿐.」
로드브로크에게서 풍기는 감정은 딱 두 가지였다.
분노.
그리고…… 공포.
‘세상에 수호룡이 두려워하는 자가 있다고? 천 년 전에도 용왕이었던 이 용이?’
테오는 도무지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체 <이름 없는 군주>가 누구이기에……?
말로만 듣던 마계의 대마왕이나, 하늘에서 떨어진 <별>이라도 되는 걸까?
하지만 테오는 턱밑까지 차오른 질문을 억지로 삭여야 했다.
여기서 더 물었다간 다른 질문을 할 수가 없으므로.
그래서 궁금증을 가슴에 꼭 삭인 채로 다음 질문을 던졌다.
“……두 번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태고룡의 유물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태고룡 파프니르가 <이름 없는 군주>로부터 너희 인간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영혼을 31개의 조각으로 나눈 것이다.」
“……!”
또 나왔다.
<이름 없는 군주>라는 존재의 이름이.
「너는 그중 세 가지를 가졌구나. 이제 곧 네 가지가 될 테고.」
테오의 눈이 번뜩 뜨였다.
‘세 가지를 지녔다고? 두 가지가 아니라?’
테오는 드레이크의 날붙이와 월백검을 손으로 매만졌다.
이것 말고도 이미 자신이 얻은 태고룡의 유물이 또 있다는 말.
‘……나구나.’
그게 무엇인지 결론은 쉽게 났다.
회귀.
무려 십여 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갔던, 비현실적인 현상.
그것이 태고룡의 유물이 일으킨 권능이 아니면 또 무엇일까.
하지만 의문도 있었다.
‘태고룡의 유물엔 반드시 유물을 지키고 있는 용종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겪은 ‘회귀’에는 그런 게 없지 않았나?‘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왜 저입니까?”
「질문이 너무 광범위하구나. 범위를 좁혀라.」
“왜 제가 ‘선택’을 받게 된 것입니까?”
「아, 그런 질문이었나. 왜 안 나오나 했지.」
피식-
로드브로크의 입술 사이로 실웃음을 흘러나왔다.
「이건 반대로 내가 질문을 해야 할 것 같구나. 어째서 너는 너‘만’이 ‘특별하게’ 선택을 받은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 것이냐?」
“그게 무슨 말씀이신……!”
「태초의 맹약은 누군가를 편애하기 위해 만들어진 그런 게 아니다.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은 여기까지다.」
로드브로크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절대 대답하지 않을 듯한 모습이었다.
두근두근두근-
한편, 테오는 가슴이 거세게 방망이질을 치고 있었다.
‘유물의 선택을 받은 것이 나만이 아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에드도, 키르손도, 흑룡도. 모두 유물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고, 이를 수집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중에 이미 유물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절대 이상한 게 아니었다.
‘어쩌면 그들도 나처럼 똑같이 메시지를 보고 있거나, 회귀를 겪었을지도 모른다고 보면 되나?’
테오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곧 고개를 털었다.
‘아냐. 유물은 각자 갖고 있는 능력이 다 달랐어. 드레이크는 던전, 그리핀은 월백검인 것처럼. 내가 회귀를 한 것도 그 유물만의 능력일지도.’
하지만 이것 역시 추측에 불과하니, 무엇이 확실하다고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그럼 31개의 유물을 모두 모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태고룡이 부활하기라도 하는 걸까?’
그럼 이런 안배가 설치된 이유는?
‘<이름 없는 군주>라는 자를 죽이기 위해서? 그럴 만한 실력자를 키워내기 위해?’
의문이 꼬리의 꼬리를 물었다.
「고민이 많은 얼굴이로구나.」
“사실 그렇습니다.”
「이 역시 네가 감내해야 할 수고 중 하나이다. 너무 많은 정보는 선택자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결정을 하는 데 있어 제약만 걸 뿐이니.」
로드브로크는 무언가를 경계하는 듯한 눈치였다.
그래서 테오도 더 이상 무리해서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여전히 이름 없는 군주이니, 여러 명의 선택자이니 하는 의문은 남아있었지만.
그래도 태초룡의 유물이 정확하게 무엇이고, 자신이 왜 이런 일을 겪고 있는지에 대한 단서를 얻은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었다.
‘더 자세한 건 다른 유물들을 계속 수집하다 보면 알게 되겠지. 권좌에 앉아도 결국 알아낼 사실들일 테고.’
「그래도 이번 선택자는 맺고 끊음이 확실한 듯하여 마음에 드는군. 이전의 녀석들이었다면 이게 무슨 선문답이냐며 난리 피우기 바빴을 텐데 말이야.」
테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가 아는 라그나르라면, 아무리 수호룡이라고 해도 탐탁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깽판을 부렸을 작자들이니.
「자, 그럼 이제 모든 퀘스트가 끝났으니, 보상을 받을 시간이다.」
로드브로크가 양 날개를 활짝 펼치면서 외쳤다.
[축하합니다! 튜토리얼 퀘스트 #15를 무사히 성공하였습니다.]
[평가: A+]
[보상으로 ‘태고룡의 유물’을 획득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보다시피 이 둥지에는 내가 지난 생애 동안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는 보물들로 가득하다. 이중 하나를 내어주마. 무엇을 원하느냐?」
테오는 주먹을 꽉 쥐었다.
보상.
언제 들어도 귀가 번쩍 뜨이게 하는 말이었다.
하물며 가문의 수호룡이 직접 내리는 보물이라면, 얼마나 값질까?
「보석? 이중 하나만 내다 팔아도 대도시 하나쯤은 거뜬히 살 수 있을 것이다. 마도서? 너에게 강한 힘이 되어주겠지. 영약은 어떠하냐? 너를 한 단계 이상으로 끌어올려줄 것이다. 비급도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너를 모든 이들의 머리 위에 서게 해줄 물건이지.」
테오는 로드브로크의 주변으로 깔린 금은보화의 산이며 천장까지 높게 선 서고를 바라봤다.
「무구는 어떠한가? 너희 라그나르는 검으로서 스스로를 증명하는 이들이니, 이보다 더 좋을 수도 없을 것이다.」
보석, 마도서, 영약, 비급, 무구…….
그동안 세상을 울렸던 모든 보물들이 여기에 있었다.
「무엇이든 말만 하여라. 내어줄 테니.」
무엇을 원하더라도 다 들어줄 수 있다는 듯한 태도.
악마의 유혹이 따로 없었다.
‘이래서 여기서 흑설이 아몬을 선택할 수 있던 거였어.’
어쩌면 ‘해츨링의 굴’이라고 소문난 것부터가 흑설의 의도된 정보 조작이었을지 몰랐다.
수호룡의 존재를 숨기기 위한 정보 조작.
이 과실을 오로지 자신들만 취할 속셈이었겠지.
‘그럼 난 뭘 선택하지?’
테오는 자신도 아몬을 선택할까 싶었지만, 곧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는 사실 아몬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
만약 성장에 독이 되는 물건이라면?
그보다 낭패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아몬이 아니어도 당장 테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물건이 많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찾아야만 했다.
「그래. 고민이 들 수밖에 없겠지. 그렇다면 결정을 내릴 때까지 둥지를 맘껏 돌아다니도록 하거라. 결정되면 부르도록 하고.」
로드브로크는 그를 배려해주려 했지만.
정작 테오는 로드브로크의 권유를 받을 수 없는 처지였다.
지금 이 시간에도 개화식이 한창 벌어지고 있을 테니.
너무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면 시험관들의 의심을 살 수 있었다.
‘그럼 뭘 선택해야……?’
그 순간, 테오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로드브로크는 분명히 이곳에 세상의 ‘모든’ 보물이 있다고 했다.
그것을 무엇이든 주겠다고 했고.
그렇다면.
‘상식 외’의 보물도 가능하지 않을까?
테오는 고민 끝에 고개를 들어 로드브로크의 눈을 빤히 응시했고.
「호오, 결정하였느냐?」
로드브로크는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을 반짝였다.
“정말 제가 원하는 보물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는지요?”
「당연하다마다. 용이 뱉는 모든 말들은 언령(言靈)으로 구속되는바. 절대 거짓을 말할 수 없음이니. 물론, 이 둥지에 없는 물건을 내어줄 수 없을 것이나, 그런 게 아니라면 무엇이든 내어줄 수 있다.」
“그렇다면 제가 원하는 것이 딱 한 가지 있습니다.”
「그래. 무엇이냐?」
테오는 그녀의 황금색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빤히 보면서 말했다.
“로드브로크를 갖고 싶습니다.”
「……음?」
로드브로크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두 눈을 끔뻑였지만.
테오는 무표정한 얼굴로 또박또박하게 다시 한 번 더 말했다.
“로드브로크라는 보물을 가지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