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294화
위르겐을 밀어내고 UD그룹을 먹는다.
이세훈에게 자신의 야망을 거침없이 드러낸 리하르트는 UD그룹의 내부 사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야. 회장 자리를 노리는 건 우리들뿐만이…….]
“아직 우리는 아니죠. 너무 앞서가지 마세요.”
[……쌀쌀맞기는.]
단호하게 선을 긋는 이세훈의 이야기에 리하르트가 투덜거리면서도 설명을 이었다.
[아무튼 다른 형제들도 회장 자리를 노리고 있는데 내부적으로는 크게 두 세력으로 나뉘어. 한쪽은 정통파. 다른 한쪽은 혁신파지.]
“혹시 생식 방법으로 나뉜 겁니까?”
[다른 이유도 있지만 그게 크기는 하지.]
위르겐이 인간일 때 낳은 자식들과 사령술사가 되어 영혼을 결합시켜 만들어낸 자식들.
이렇게 두 파벌로 나뉘어서 내부적으로 서로 견제하는 것이다.
[정통파는 로라와 다니엘 남매일가가 주축을 이루고 있고 혁신파는 42번째 자식인 쥴리아를 대표로 모여 있지. 한 자리에 모이면 꽤 볼 만해.]
UD그룹을 둘러싼 형제들 간의 권력 다툼.
집 한 채를 두고도 온갖 추잡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전 세계를 아우르는 초대기업의 수장 자리는 얼마나 치열하겠는가.
아마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 이외에도 수많은 싸움이 크루거 가문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으리라.
“그럼 리하르트 님은 어느 쪽이십니까?”
[나도 혁신파지. 정통파 노친네들은 우리보고 호문쿨루스들이 인간인 척한다고 떠들어대거든. 그러니 협력을 못 하지.]
정통파를 향해 불만을 드러내는 리하르트의 모습에 이세훈이 담담히 물었다.
“그리고요?”
[음? 그게 무슨…….]
“혁신파도 딱히 마음에 안 드시잖아요. 아닙니까?”
[…….]
예상치 못한 물음에 리하르트가 묘한 눈으로 보다가 이내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내가 그렇게 표정관리를 못 하나…… 아니, 나 지금 스켈레톤이잖아. 이게 말이 되나?]
두개골을 이리저리 더듬는 리하르트. 그 모습에 이세훈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회장님이라면 그런 분을 보내시지 않을까 생각해서 여쭤본 것뿐입니다.”
[회장님이?]
“어느 한 쪽을 편들어주실 분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중립이거나, 아예 따로 노시는 분을 보냈다고 생각했죠.”
[그건…… 그렇네.]
이세훈의 이야기에 리하르트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영혼을 나눠받은 자식은 본인인데 어째 눈앞에 청년이 더 회장님과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긴. 그러니 경계의 권능을 저리 쓸 수 있는 거겠지.’
상대가 어떤 인물인지 다시금 깨달은 리하르트는 마음을 다잡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뭐, 아까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네 말이 맞아. 혁신파도 정통파랑 비슷하게 골 때리는 사상을 가지고 있거든.]
“그게 뭡니까?”
[자기들을 신인류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을 육체가 뒤엉켜서 만들어진 저열하고 천박한 열등종이라고 해.]
정통파 못지않게 막나가는 혁신파의 사상에 이세훈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어째 다들 인성에 하자가 많네요.”
[집안이 그 모양 그 꼴인데 어쩌겠어. 난 저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자조적으로 이야기하는 리하르트의 모습에 이세훈이 더욱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리하르트 님은 어떻습니까?”
정통파와 혁신파의 사상에 반대하는 것을 보면 정상에 가깝지만 또 어떤 무서운 생각을 품고 있을지는 모른다.
이세훈의 물음에 리하르트가 턱뼈를 긁적이며 이야기했다.
[어떠냐고 해도 딱히 특별한 건 없지만…… 굳이 특징을 꼽아보자면 회장님을 끔찍하게 싫어한다는 것 정도네.]
“……회장님을 싫어하십니까?”
[그야 당연하지. 그러니까 그룹을 외부인에게 넘기겠다고 하는 것 아니겠어?]
위르겐은 완등자들 중에서도 가장 세속적인 인물이었고, 자신의 그룹을 외부인에게 넘기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그게 어느 정도인가 하면 과거 혁신파의 몇몇이 그룹의 지배권을 나눠주는 조건으로 외부인을 끌어들였을 때. 그 즉시 재산을 몰수하고 호적에서 파버렸다.
거기에 자식들과 손잡았던 이들이 박살 났는데 그 사건 이후로 UD그룹을 넘보는 외부인도, 조건으로 내거는 형제들도 모두 사라진 것이다.
[회장님이 너한테 맞선을 제안하는 것도 모두 외부인이라서 그런 거야.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외부인에게는 넘길 수 없다, 그런 거지.]
자신의 그룹과 혈연에 대한 비정상적인 집착.
보기 드문 경우는 아니지만 상대가 완등자라면 아무래도 그 무게감이 다른 법이다.
리하르트의 물음에 이세훈이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그럼 회장님이 싫어한다는 이유만으로 저한테 UD그룹을 넘겨주겠다고 한 겁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우리 회장님을 괴롭게 만드는 게 내 평생의 꿈이거든.]
“…….”
리하르트의 이야기에 이세훈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듣기에는 농담처럼 들리지만 안쪽에 담겨져 있는 감정은 상당히 깊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아니라 거의 원수구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위르겐을 저렇게까지 미워하는 것일까.
잠시 고민하던 이세훈은 생각을 털어냈다.
‘이건 나중에 물어보자.’
본격적으로 협력하기 시작하면 언젠가는 알아서 이야기해 줄 것이다.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이세훈은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리하르트를 바라보았다.
“알겠습니다. 생각해 보고 결정 나면 그때 연락드리죠.”
[뭐야.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보류야?]
“완등자랑 싸울 수도 있는데 현명해야죠. 그쪽이 아군으로 더 믿음직스럽지 않겠습니까?
[……불평 한마디를 못 하게 하는구만.]
만만치 않은 상대에 리하르트가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했다.
[너무 기다리게 하진 말라고. 쉬운 일이 아니니까.]
“예. 2학기가 끝나기 전에는 말씀드리겠습니다.”
[좋아. 그럼 다음에 봐. 따로 필요한 일 있으면 연락하고.]
이세훈에게 손을 내저은 리하르트가 스켈레톤의 소환을 풀었고, 잠시 후 시야가 잠시 암전했다가 다시 돌아왔다.
수많은 화면들이 떠있는 넓은 방 안.
자신이 있던 곳이 발할라의 관측실이었다는 것을 떠올린 리하르트가 눈매를 살짝 찌푸리며 손으로 매만졌다.
“회장님은 이 짓거리를 언데드도 없이 어떻게 하는지 몰라…… 뼈다귀라서 가능한 건가?”
언데드와 일체화된 후유증으로 리하르트가 피곤해하고 있을 때. 옆에 서있던 창백한 인상의 사내, 베냐민이 깍듯한 태도로 이야기했다.
“괜찮으십니까? 많이 불편하시다면 혈류를 조작해서 가라앉혀 드릴 수도…….”
“아, 괜찮아요. 실장님 도움까지 받을 정도는 아니에요.”
손을 내저은 리하르트가 피곤함을 떨쳐내며 자신의 옆을 지키고 있었던 베냐민을 바라보았다.
게헨나가 안정될 때까지 지원하기 위해서 찾아온 베냐민.
이런 일로 비서실장을 보내는 건 과한 게 아닌가 할 수도 있지만 이 자체가 위르겐의 뜻이었다.
‘중요한 사업이니까 설치지 말라는 뜻이겠지.’
전통파와 혁신파를 향한 경고는 물론 총괄책임을 맡은 자신을 향한 경고. 사실상 감시관이나 다름없었지만 리하르트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위르겐이 싫어하는 게 뭔지 잘 알고 있다 보니 흠 잡히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를 여기다 앉혀둔 걸 테고.’
자신의 속마음을 알면서도 이용해먹는 위르겐의 행동에 리하르트가 언짢음을 느끼면서도 금방 생각을 털어냈다.
상황이야 어찌 됐든 중요한 것은 기회를 잡았다는 것이다. 그리 생각을 정리한 리하르트가 베냐민에게 물었다.
“저 없는 동안 별일은 없었죠?”
“예. 다들 앞의 전투를 분석하느라 정신없는 상태입니다.”
베냐민의 이야기에 리하르트가 한 모니터 앞에 우르르 몰려있는 발할라의 연구원들을 바라보았다.
“저 궁술. 원견사의 기술을 사용한 건가?”
“승천제의 권능일 수도 있지. 공간능력자들은 인지력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뛰어나잖아.”
“최소 5초 뒤의 움직임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저게 말이 되나?”
대련 중에 선보인 이세훈의 힘을 분석하는 연구원들.
직접 펼친 게 아니고 언데드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펼쳤다 보니 정확히 어떤 힘을 사용했는지 알아보기가 까다로운 것이다.
“흐음…….”
연구원들이 보고 있는 모니터를 힐끔 본 리하르트가 눈을 가늘게 떴다.
“실장님.”
“말씀하십시오. 지부장님.”
“저 영상에 나온 실력이 전력의 몇 퍼센트로 보이세요?”
이세훈이 자신들을 의식하여 전력을 발휘하지 않았다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다.
그 때문에 다른 연구원들은 물론 관측 시설도 좀처럼 실력을 가늠하지 못하고 있지만 생전에 S급 영웅이었던 베냐민이라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알아볼 수 있을 터.
“…….”
리하르트의 물음에 베냐민이 영상 속 이세훈을 빤히 바라보았고,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도 이세훈 생도님의 전력을 정확하게 본 적이 없어 확실하게 답변을 드리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이전에 몽환마와의 싸움에서 이세훈이 보여줬던 활약상, 그리고 위르겐의 평가를 떠올린 베냐민이 천천히 대답했다.
“준비를 완벽하게 갖춘 상태에서 싸운다면 아마 단독으로도 십악을 쓰러뜨리실 수 있을 겁니다.”
베냐민의 이야기에 리하르트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단독으로 십악을 쓰러뜨린다고?’
준비를 완벽하게 갖춰야 한다는 조건이 붙긴 했지만 그게 가능한 시점에서 이미 S급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한 수준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과장 아니에요?”
“지금 이세훈 생도님은 완등자의 권능을 최소 둘, 많으면 네 개까지 습득하신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과장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베냐민의 되물음에 리하르트가 뭐라고 대답하려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S급 스킬 수십 개를 가지고 있다고 한들 완등자의 권능과 비교할 수 있을까.
이세훈은 이미 평범한 영웅들의 잣대로 평가하기에는 너무 이질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녀석이 완등에 도달하는 건가…….’
헛웃음을 터뜨린 리하르트가 다시 대련을 시작한 이세훈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각 학년에서 알아주는 세 사람을 상성과 전술로 간단히 찍어 누르는 청년. 그 모습을 본 리하르트는 다시금 확신했다.
‘역시 내 눈은 정확하다니까.’
이세훈이야말로 위르겐에게 한 방 먹여줄 사람이라고.
* * *
오후 10시.
해가 지면서 도심 곳곳에 불빛이 환하게 빛났고, 그 사이사이로 언데드들이 발하는 푸른 불빛도 자연스레 뒤섞인다.
게헨나만의 독특한 야경에 발할라 밖으로 나온 세 사람이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
“…….”
“…….”
초점이 나간 눈동자에 휘청거리는 몸.
정신 역시 반쯤 기절 상태였는데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세훈이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마지막에 너무 심했나……?’
회귀 전의 사부가 훈련 막바지에는 꼭 체력과 마력, 정신력을 바닥나기 직전까지 쥐어짜냈기에 똑같이 따라했는데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한 것이다.
‘아니, 어쩌면 나도 예전에 저런 상태였을지도 모르지.’
옆에서 보고 있으면 당장 기절할 것 같아서 불안해 보이지만 의외로 저 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다.
몸이 탈력 상태에 접어들면서 온갖 잡념이 사라지고 가장 중요한 생각들을 먼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좀 멍청해 보이긴 하지만…… 내가 신경 쓸 건 아니지!’
찰칵찰칵─
나중에 놀릴 때 쓰려고 이세훈이 잽싸게 휴대폰을 꺼내서 촬영하고 있을 때. 품에 안겨서 자고 있던 리 페이가 꿈틀거렸다.
“으음…….”
소리에 그리 예민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세훈은 조용히 휴대폰을 집어넣은 다음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오늘 대련은 수시로 되짚어봐. 너희들 모르게 견제도 섞어놨으니까 실력이 늘어날수록 보이는 게 있을 거야.”
말할 힘은커녕 고개를 끄덕이기도 힘든지 세 사람이 눈을 깜빡이며 대신 대답했고, 그 모습에 이세훈이 쓴웃음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결과는 3주 뒤에 토너먼트에서 볼 테니까 열심히 해. 잘한 녀석부터 먼저 무기 만들어줄 거니까.”
다시 눈동자를 깜빡이는 세 사람의 모습에 이세훈이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말할 체력은 남겨줬는데 셋 다 엄살은…… 가기 전에 뭐 할 말 없어?”
이세훈의 물음에 세 사람이 눈동자를 굴려 서로 시선을 교환하더니 얼마 없는 힘을 쥐어짜내서 대답했다.
“개같은 놈.”
“개같은 새끼.”
“개쓰레기 형님.”
오늘 훈련 덕분인지 죽이 척척 맞는 세 사람의 모습에 이세훈이 흡족해하며 씩 웃었다.
“입만 산 허접들.”
이세훈의 도발에 세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탈진을 각오하고 욕설을 퍼붓기 전에 공간이 일렁였다.
후웅!
눈 깜짝할 사이에 발할라 앞에서 사라진 세 사람.
기숙사까지 돌아가기는 다들 힘들어 보여서 대련이 끝냈을 때 루트비히에게 옮겨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저쪽은 됐고 남은 건…….’
후웅!
세 사람이 사라진 공간이 다시금 일렁였고, 붉은 도복을 입은 성질 고약한 영감탱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
리 켄세는 말없이 이세훈의 품에서 잠들어 있는 자신의 손녀를 보았고,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아느냐?”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이세훈은 그게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이해하고 담담히 대답했다.
“심상을 교정할 수 있게 도왔죠.”
“주제넘은 소리를 하는군. 네놈 따위가 그 아이의 심상을 교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잠든 리 페이 때문인지 낮에처럼 압박감을 가하진 않지만 두 눈에 불쾌함과 분노가 숨김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리 켄세가 상당히 화를 참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이세훈은 눈을 마주보며 담담히 이야기했다.
“제 뜻대로 교정하는 건 안 되겠죠. 대신 방향을 찾는 법 정도는 가르쳐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기존에 리 켄세의 가르침을 부정한 것도 아니고 심상이 한 쪽으로 치우지지 않게끔 다른 관점을 알려줬을 뿐인데 무엇이 문제인가.
이세훈의 대답에 리 켄세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에 같이 보내서는 안 됐는데…….”
설마 하루 만에 리 페이와 가까워져서 심상의 변화를 가져다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자신이 눈앞의 청년을 너무 얕봤다는 것을 깨달은 리 켄세가 밀려오는 감정을 떨쳐내며 이야기했다.
“내 실수도 있으니 오늘 일로 더 이상 뭐라 하지는 않겠다. 대신 다시는 리 페이의 앞에 나타나지 마라.”
원래는 이곳에서 잠시 머무를 생각이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더 이상 머무를 수는 없다.
앞으로 다가온 리 켄세가 손녀를 돌려받기 위해 손을 뻗으려던 찰나.
스윽
이세훈이 뒷걸음질 치며 리 켄세의 손을 피해냈다.
“……지금 뭐 하는 거지?”
리 켄세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바라보았고, 이세훈이 그 눈을 마주보았다.
“이 아이에게 어떤 사정이 있는지, 그리고 성화공님이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모릅니다.”
“…….”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지금 성화공님의 방식은 틀렸다는 겁니다.”
회귀 전. 리 켄세는 성화산에 계속해서 남아 있다가 멸검의 마신에 의해서 목숨을 잃었고, 함께 남았던 리 페이 역시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 결과에는 자신이 모르는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두 사람을 황산으로 다시 보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 가면 몇 년 동안 안 나올 테니까.’
무슨 이유를 대든, 그리고 어떤 방법을 쓰든 두 사람을 이곳에 묶어둔다.
그런 각오로 이세훈이 눈앞의 완등자를 도발했고, 그 모습에 리 켄세가 말없이 바라보았다.
“…….”
방금까지 보이던 분노가 씻은 듯이 사라졌고, 반대로 차가워진 눈이 이세훈을 응시해 온다.
“무엇으로 증명할 거지?”
그동안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를 훈계하듯이 행동했다면, 지금은 대등한 위치로 인정하며 물어본다.
기회만큼 무거워진 책임. 하지만 이세훈은 흔들림 없이 눈앞의 늙은 대장장이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제련으로.”
이미 정해둔 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