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293화
싸움을 보는 건 즐겁다.
어떤 부분이 좋게 느껴지는지 종종 할아버지가 물어봤는데 그때마다 생각나는 대답은 ‘전부’였다.
상처를 입고 괴로워하는 데도 끝끝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보이고, 이내 다 타버린 재처럼 움직이지 않게 되는 것.
그 모든 과정이 마치 화로 속에 들어간 철을 보는 것 같아 즐거웠고, 할아버지 역시 그리 생각하리라 여겼다.
‘그것은 너만의 마음이다. 다른 것과 헷갈려서도, 동일하게 여겨서도 안 된다. 명심하거라.’
하지만 할아버지는 단호하게 자신은 다르다고 이야기했고, 싸움에서 무엇이 재밌게 느껴지는지 계속 생각해보라했다.
‘숙제인 걸까?’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할아버지가 저렇게까지 말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렇기에 싸움을 즐겁게 보고나면 어느 부분이 즐거웠는지 매번 생각했고 그때마다 똑같은 결론이 나왔다.
‘이것 말고 다른 이유가 있나?’
이게 나만의 마음이라면 이대로 충분한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할아버지가 말했으니 무언가 있으리라 생각하며 계속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는 습관처럼 그러한 고민들을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을 때.
콰앙!
오늘 처음으로 이변이 생겨났다.
“크윽…….”
복부를 후려 맞은 아미르가 바닥을 나뒹굴었고, 다섯 마리의 검은 늑대가 매섭게 달려들었다.
자세를 다잡기에는 이미 늦었기에 아미르는 무리해서 몸을 추스르는 대신 마력을 지면 아래로 때려 박았다.
빙결연금氷結鍊金 빙극氷棘
쩌저적!
빙결연금으로 만들어낸 거대한 얼음가시들이 아미르를 중심으로 솟구쳐 오르며 늑대들을 공격한다.
급조한 공격이었기에 꿰뚫린 것은 두 마리뿐이었지만 남은 세 마리도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약간의 시간이 벌렸다.
그 모습에 아미르는 재빠르게 자세를 다잡으며 바로 앞에 솟구친 얼음가시를 향해 빙결연금을 펼쳤다.
파캉!
얼음가시의 표면에 두 자루의 손잡이가 만들어지고 그것을 잡아당기자 새로운 단검의 날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다급히 자세를 잡은 아미르가 뒤늦게 달려온 늑대와 충돌하려던 찰나.
【Frost Blast】하나의 언령이 아미르를 스쳐 얼음가시에 도달했다.
파앙─!
늑대의 주변에 있던 얼음가시들이 산산조각 나며 조각을 흩뿌렸고, 그 안에 담긴 한기가 늑대들의 몸을 옭아맨다.
아미르 역시 폭발의 영향권에 있었지만 동천안으로 범위를 파악하고 있었기에 깔끔하게 피해내며 공격을 펼쳐냈다.
그렇게 후방의 지원으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을 때. 이번에는 도움을 준 루이제에게 위험이 찾아왔다.
두두두!
“크윽?!”
아미르에게 언령을 날려주는 사이 허공에서 수십 발의 검은 화살이 떨어졌고 루이제가 기겁하면서 움직였다.
자신이 피하려는 곳마다 기다렸다는 듯이 떨어져 내리는 화살. 마음 같아서는 언령으로 막고 싶었지만 그러는 순간 상대 역시 화력으로 짓누르려고 했다.
수 싸움에서 이기든지 일대를 다 날려 버리든지 하나를 고르는 수밖에 없다.
그 선택지에서 루이제가 고민하던 그때.
“점화!”
늑대와 싸우던 아미르가 다급히 외쳤다.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차린 루이제는 제일 앞에서 네 마리의 언데드와 싸우고 있는 염성하에게 언령을 쏘아냈다.
【Blaze Pillar】콰아아앙!
거대한 불기둥들이 솟구쳐 오르며 일대를 둘러쌌고, 그 모습을 본 염성하가 기다렸다는 듯이 창을 휘둘렀다.
화르륵!
불기둥의 불꽃에 중앙에 있는 염성하를 향해 모여들더니 창끝으로 거대한 불길이 휘몰아치며 궤적을 그려낸다.
염륜잔화창의 위력을 단숨에 끌어올린 염성하는 곧장 지금까지 싸우고 있던 언데드들에게 전력을 다해 창을 휘둘렀다.
염륜잔화창炎輪殘火槍 흑염랑黑炎浪
콰아앙!
검붉은 불꽃의 파도가 바로 앞의 적을 휩쓸고 이어서 저 멀리 루이제를 견제하던 언데드 궁수들을 향해 밀려간다.
후방지원을 차단하여 전황을 다시금 바로잡는다. 약간의 시간만 벌어도 충분한 이득이었기에 세 사람이 간절히 보았고.
“안 되지 안 돼.”
여유롭게 마법을 준비하고 있던 이세훈이 명계의 마력을 끌어올렸다.
쿠구궁!
지면 아래서 솟구쳐 오른 검은 해일이 불꽃의 파도를 집어삼켰고, 이어서 힘이 빠진 염성하를 집어삼키며 다른 두 사람을 향해서 쏟아진다.
“하아…….”
“야이 개─”
두 사람 역시 지친 상태였기에 손도 쓰지 못한 채 쓸려나갔고 잠시 후 검은 해일이 사라지면서 세 사람의 모습이 다시금 드러났다.
대련장 끝자락에 힘없이 널브러진 세 사람.
오늘 하루 종일 그랬던 것처럼 또 다시 이세훈에게 패배한 것이다.
“…….”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본 리 페이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만 하더라도 모든 것이 재밌고 흥미진진하게 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기분이 이상해진 것이다.
‘뭐지……?’
질렸다고 하기에는 여전히 보고 싶고, 그렇지만 이전처럼 즐겁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그 낯선 감각에 리 페이가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이세훈이 곁으로 다가왔다.
“어때. 재밌어?”
이세훈의 물음에 리 페이가 잠시 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힘겹게 입을 열었다.
“모르겠어요…….”
“뭐야. 재미없어? 저것들을 확 그냥…….”
다시 세 사람에게 덤벼들 것 같은 이세훈의 모습에 리 페이가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 그게…….”
뭐라도 말을 해야 할 텐데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
빨리 대답하지 않으면 세 사람이 무리해서 싸우다가 다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리 페이가 울상이 되어가던 그때.
“그거야.”
이세훈이 표정을 풀며 담담히 이야기했다.
“……네?”
“눈물이 맺힐 정도로 슬프고 안타깝다. 그게 지금 네 생각이라고.”
싸움이 즐겁지 않고 슬프다. 그 믿기지 않는 이야기에 리 페이가 자신의 눈가를 손으로 닦아냈다.
손에서 느껴지는 축축한 감촉. 정말로 눈물이 맺혀 있었다는 사실에 리 페이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왜……?’
언제나 즐거웠는데, 오늘은 왜 슬픈 걸까.
처음 겪는 일에 리 페이가 당황하자 이세훈이 쭈그려 앉으며 시선을 마주쳤다.
“왜 슬픈지 모르겠어?”
“……네.”
시무룩하게 대답하는 리 페이의 모습에 이세훈이 머리를 토닥여 주었다.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어. 처음에는 원래 뭐가 뭔지 잘 모르는 법이니까.”
“정말요?”
“정말이지. 아마 네 할아버지도 그랬을걸?”
“할아버지도…….”
이세훈의 이야기에 리 페이의 표정이 조금 펴졌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할아버지도 그랬었다면 괜찮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답을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답이 뭘지, 그리고 그게 맞을지 계속 고민하는 게 중요하지.”
“고민…….”
어째서 재미있는지, 어째서 슬픈지 계속 생각한다.
할아버지가 내준 숙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에 리 페이가 골똘히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할게요.”
“좋아. 곧 저녁인데 슬슬 돌아갈래?”
마음 같아서는 여섯 시간은 더 하고 싶지만 슬슬 지겨울 수도 있으니 적당히 끊는 편이 좋다.
이세훈의 이야기에 리 페이가 대련장 구석에 널브러져 있는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힘들어 보여…….’
다들 진작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았지만 어째서인지 포기하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 모습이 또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보고 싶어졌다.
“조금 더 보고 싶어요.”
“알았어. 힘들면 이야기해.”
“네.”
고개를 끄덕이는 리 페이의 모습에 이세훈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흐음. 생각보다 사정이 복잡한 모양인데.’
처음에는 리 켄세가 완등자답게 상식이 결여되어 손녀를 잘못된 길로 이끄는 줄 알았다.
하지만 대련을 살펴보는 리 페이의 시선, 그리고 그 안에서 요동치는 심상의 변화에 이세훈은 리 켄세가 어째서 그런 식으로 교육을 했는지 깨달았다.
‘설마 심상을 교정하고 있었을 줄이야.’
아직 심상이 올바르게 잡히지 않은 유망주들을 대상으로 펼치는 교육.
보통은 10살 전후로 불안정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차츰차츰 교육을 시작하는데 리 켄세는 5살부터 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것도 좀 됐으니 실제로는 더 일찍 했을 수도 있겠네.’
리 켄세는 어째서 이렇게 일찍 심상교정을 한 걸까.
보통은 아이가 자신의 힘을 제어하지 못하거나 할 때 일찍 시작했는데 리 페이에게는 그런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거라면 아버지인 리 웬도 알았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지만, 무언가 사연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알아보기로 하며 이세훈이 대련장 구석을 바라보았다.
완전히 탈진한 것처럼 늘어져 있는 세 사람. 도저히 대련을 이어갈 수 없는 것 같은 모습에 이세훈이 빤히 바라보다가 외쳤다.
“5분 뒤에 다시 시작한다. 알아서 준비해 둬.”
“쯧.”
“쳇.”
지친 척한 것이 들켰다는 사실에 염성하와 루이제가 혀를 찼고, 뒤따라 일어난 아미르가 한심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안 통한다고 했잖습니까.”
“조용히 해라.”
“그럴 시간에 전략이라도 좀 짜내봐.”
서로 핀잔을 주면서 속닥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세 사람. 반대편에서 그 모습을 바라본 이세훈이 씩 웃었다.
‘그래도 금방 감을 잡긴 하네.’
처음에는 서로 눈치껏 협력하는 정도였지만 영 안 되겠다 싶었는지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류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능력에 대한 관점도 넓어졌고 서로 간의 연계도 치밀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재능도 있겠지만…… 아마 삼견의 심상도 크겠지.’
새롭게 깨닫기 보다는 알고 있던 것을 떠올리는 듯한 감각. 아마 본인들도 뭔가 다르다는 것은 확실하게 알고 있으리라.
‘근데 이 정도면 굳이 제어는 안 해도 될 것 같고…… 영 애매하구만.’
대련 중에 삼견의 영향을 너무 받는 사람이 보인다 싶으면 제어도구를 만들어주려고 했었는데 셋 모두 반응이 없었던 것이다.
‘역시 실전 정도는 돼야 반응이 나오는 건가.’
그 정도 수준이라면 굳이 제어도구를 만들어줄 필요가 없기도 하다.
이 부분은 좀 더 생각해 보기로 하며 이세훈이 방금의 전투를 곱씹었다.
‘흠. 대충 가닥은 잡힌 것 같네.’
어떤 무구를 만들어줘야 할지 머릿속으로 설계도가 얼추 완성되었고, 남은 것은 거기에 필요한 재료를 구하는 것뿐.
핵심 재료 중에 몇 가지는 구하기 어려울 수도 있었기에 이세훈이 머릿속으로 대체할 수 있는 물건을 구상하던 그때.
스스슥
옆에 명계의 구멍이 열리면서 스켈레톤이 나타났다.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능청스럽게 말을 걸어오는 스켈레톤의 모습에 이세훈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발할라의 기능을 이용해서 소환된 스켈레톤.
게헨나에서 이곳을 이렇게 사적으로 쓸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었기에 이세훈은 금방 상대를 알아차렸다.
“리하르트 님이시군요.”
[눈치가 빠른걸. 역시 학년수석이야.]
감탄하는 스켈레톤, 리하르트의 이야기에 이세훈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별말씀을요. 그런데 생각보다 늦게 오셨네요?”
[음? 그게 무슨…….]
“처음부터 보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저쪽에 관측기구로.”
이세훈이 천장의 한 곳을 가리켰고, 그 모습에 리하르트가 잠시 침묵하다가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런 것도 느낄 수 있는 거야?]
직접 본 것도 아니고 관측기구를 통해서 보고 있었는데 그걸 어떻게 감지한단 말인가.
상상을 뛰어넘는 능력에 리하르트가 혀를 내두르고 있을 때. 이세훈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시선을 느낀 건 아닙니다.”
[그러면?]
“제가 왔으면 당연히 보고 계실 거라고 생각한 것뿐이죠.”
평소에 눈여겨보던 상대가 자기네 시설에 찾아와서 싸운다는데 관심을 안 보이고 배기겠는가.
이세훈의 이야기에 리하르트가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맞는 말이구만. 우리 회장님한테 들은 게 많다 보니 조금 긴장했던 모양이야.]
혼자서 호들갑 떨었다는 생각에 리하르트가 멋쩍어했고, 그 모습을 본 이세훈도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는 느꼈는데 말이지.’
포착의 권능을 습득한 이후로 감각 쪽으로 뭔가 트였는지 관측기구나 다른 것을 경유해서 살펴봐도 시선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렇기에 이세훈은 그 시선을 토대로 확신하고 있었지만 그 부분은 일부러 숨긴 것이다.
‘아직 그만한 사이는 아니니까.’
우선은 리하르트가 어떤 인물인지부터 파악한다.
대련 장소를 발할라로 정한 것도 그것 때문이었기에 이세훈은 담담히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래서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아아. 뭐, 별 다른 건 아니고 대련을 보다보니 조금 궁금한 게 생겨서 말이야.]
이세훈을 바라본 리하르트가 턱뼈를 쓰다듬다가 물었다.
[혹시 우리 회장님한테 그룹을 넘겨주겠다거나 그런 제안 받아본 적 없어?]
그룹, 즉 회장자리를 제안 받은 적이 없었는가. 그 물음에 이세훈이 조금 의외인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직설적으로 나오네.’
천천히 기회를 살피면서 물어보지 않을까 싶었는데 첫 만남 때도 그렇고 이런 쪽으로는 소탈한 모양이다.
대답을 기다리는 리하르트의 모습에 이세훈이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맞선 제안은 받았는데 회장 자리는 아직 못 들어봤네요.”
[그래? 이상하네. 이 정도면 다른 놈들이 어떻게 해볼 만한 수준이 아닌데 왜…….]
이해가 할 수 없다는 듯한 리하르트의 중얼거림에 이세훈이 궁금한 표정으로 보았다.
“다른 분들이라면 형제분들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 뭐 그렇지. 알다시피 우리 회장님이 자식이 많거든. 거기에 타고난 핏줄…… 영혼도 다 다르고 말이야.]
재능 있는 영웅들에게서 영혼의 일부를 사들인 다음 자신의 영혼과 결합시켜 자식을 만들어내는 위르겐.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자식을 한 명 이상은 만들지 않기 때문에 모두가 타고난 영혼이 달랐고, 타고난 재능 역시 천차만별로 달랐다.
[그중에 너만큼 사령술에 재능을 보이는 녀석들이 흔치는 않아. 게르윈 그놈이 괜찮긴 했는데…… 헛짓거리 하다가 완전히 끝장났지.]
대련장 구석에 있는 루이제를 힐끔 보며 이야기하는 리하르트. 그 모습에 이세훈은 상대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대강 알아차렸다.
“그 말씀은…… 회장님의 자식분들 중에 저보다 사령술이 뛰어난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 겁니까?”
[그렇지. 아마 네 반도 못 따라갈 걸.]
리하르트의 설명에 이세훈이 의외인 표정을 지었다.
‘이상하네. 내 기억으론 꽤 쓸 만한 녀석들이 있었는데.’
위르겐과 비교하면 모자라긴 했어도 그래도 나름대로 활약상을 펼친 자식들이 있었다.
혹시 아직 어린 자식들 중에 있었던 걸까. 이세훈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리하르트가 다시금 물었다.
[또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아, 예. 말씀하세요.”
[만약 회장 자리를 물려주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 거야?]
UD그룹의 회장 자리를 향한 야망이 있는가. 그 질문에 이세훈이 눈앞의 리하르트를 바라보았다.
스켈레톤을 통해서 말을 걸고 있기에 세세한 감정까지 읽어낼 순 없지만, 거기에 깃들어 있는 마력으로 대략적인 느낌은 알 수 있다.
‘딱히 적대할 느낌은 아니야.’
어떤 식으로 대답하든 적이 되진 않겠지만, 인연이 성립되지 않은 채 끊어질 수는 있으리라.
잠시 생각을 정리한 이세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별생각은 없습니다. 부와 명성이 나쁘진 않지만 그걸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테니까요.”
[흐음…….]
“하지만.”
약간 실망한 리하르트를 본 이세훈이 진심으로 이야기했다.
“그 귀찮은 일들을 누군가 대신 해준다고 한다면 못 노릴 것도 없죠.”
실리만 얻을 수 있게 도와준다면 못할 것도 없다. 이세훈의 대답에 리하르트가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
[회장님한테 들은 그대로네.]
“뭐라고 하셨습니까?”
[욕심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고, 야망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있는 미친놈, 이라고 하셨지.]
처음에는 그게 무슨 정신 나간 녀석인가 했지만,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그림에 그린 듯한 영웅이야.’
자신이 원하던 인물 그 자체였기에 리하르트가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은데.]
“말씀하시죠.”
서로 무슨 말을 할지 알 것 같았지만, 그래도 직접 말로 꺼내는 것이 중요하다.
대답을 기다리는 이세훈의 모습에 리하르트가 슬쩍 웃으며 물었다.
[나랑 같이 UD그룹 한 번 안 먹어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