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291화
“…….”
중앙광장 한쪽에 놓인 벤치.
떨떠름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이세훈은 자신의 옆자리를 향해 시선을 슬쩍 돌렸다.
“오…….”
반짝이는 눈으로 중앙광장을 구경하는 리 페이.
뭐가 그리 즐거운지 다리까지 까딱이며 둘러보고 있는 그 모습에 이세훈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다섯 살인가…….’
과거로 회귀를 했으니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젊어지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만 리 페이처럼 유아기까지 어려진 사람은 처음인지라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던 모습과의 괴리감. 전력으로는 못 써먹겠다는 아쉬움.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낼 수 있는 변수가 너무 크다는 거부감까지.
차라리 시한폭탄을 옆에 끼고 있는 것이 낫겠다 싶을 정도였지만 안타깝게도 선택지는 없었다.
‘처음부터 안 엮였으면 모를까 지금은 늦었지.’
기왕 이렇게 된 거 최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서 리 켄세를 설득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는 수밖에 없다.
감정을 정리하고 빠르게 계획을 세운 이세훈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부드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어디 가보고 싶은 곳 있니?”
이세훈의 물음에 주변을 구경하던 리 페이가 고개를 돌렸고, 잠시 동안 빤히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가짜할아버지.”
“응?”
“얼굴이 왜 그렇게 이상해요?”
“…….”
어지간한 욕설보다 더욱 깊이 들어오는 리 페이의 물음에 이세훈이 잠시 동안 할 말을 고르다가 물었다.
“어떻게 이상한 것 같은데?”
“으음…… 억지로 만들다가 찌그러진 도자기 같아요.”
듣기에 따라서는 앞의 말과 크게 차이가 없지만 이세훈은 리 페이가 지적하는 게 무엇인지 곧장 깨달았다.
“그럼 지금은?”
이세훈이 부드럽게 꾸며낸 표정을 풀면서 물었고, 다시 사나워진 눈매를 본 리 페이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괜찮아요.”
겉으로 보이는 표정이 아니라 감정을 읽어낸다.
눈썰미는 물론이고 감각까지 뛰어난 리 페이의 모습에 이세훈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어느 정도 짐작하긴 했지만 보통이 아니네.’
신경을 안 썼다고는 하지만 설마 이런 어린아이에게 표정을 읽힐 줄이야.
새삼스레 리 페이가 누구의 손녀인지 다시금 깨닫게 된 이세훈은 너무 만만하게 보지 않기로 하며 물었다.
“좋아. 그래서 가보고 싶은 곳은 있니?”
“음…….”
이세훈의 물음에 리 페이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담담히 대답했다.
“가짜할아버지가 가고 싶은 곳으로요.”
“내가 가고 싶은 곳? 왜?”
기왕 나왔으면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야 할 것 아닌가.
혹시 자신의 눈치를 보는가 싶어 이세훈이 걱정하던 찰나. 리 페이가 또박또박하게 이야기했다.
“저는 어딜 가든 재밌을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가짜할아버지도 재밌을 곳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건…… 맞는 말이구만.”
특정 장소를 보려던 게 아니라 새로운 장소를 구경하고 싶었던 것이니 어디든 상관없고, 기왕이면 같이 다니는 사람도 즐거운 편이 좋다.
합리적이면서도 배려심이 담긴 제안에 이세훈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다섯 살짜리 애가 그놈들보다 낫구나…….’
리 페이를 대단하다고 칭찬해야 할까 아니면 삼견을 못난 놈들이라고 욕해야 할까.
여러 감정을 느끼며 벤치에서 일어난 이세훈이 리 페이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럼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자.”
“네!”
벤치에서 폴짝 뛰듯이 일어나는 리 페이의 모습에 이세훈이 걸음을 옮기려다가 멈칫했다.
‘그냥 걸어가는 건 좀 그런가?’
조금 똘똘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섯 살 아이.
거기에 리 켄세의 손녀이니 어느 정도 신경은 써줘야 하지 않을까. 그에 이세훈이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안전줄, 손잡기, 목마. 어느 걸로 할래?”
“음…… 안전줄이요!”
해본 적 있는 것들보다는 경험이 없는 쪽을 선호하는 걸까.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외치는 리 페이의 모습에 이세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쪽으로.”
스르륵
왼손에서 뻗어나간 흑무사가 리 페이의 상체를 벨트처럼 감싸면서 자연스럽게 고정되었다.
모양새가 조금 그렇기는 했지만 당사자인 리 페이는 만족하는 것 같았기에 이세훈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앞을 가리켰다.
“자. 그럼 출발.”
“출발!”
두 사람은 중앙광장을 가로질러 역으로 향했고, 경전철을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이세훈 맞지?”
“맞는 거 같은데…… 쟤는 뭐지?”
“설마…….”
이쪽을 바라보며 수군거리는 사람들.
원래도 바벨을 다니다보면 시선과 여러 말이 들리기는 했지만 오늘은 리 페이를 대동해서 그런지 더욱더 뜨거운 반응이 보였다.
‘주변 반응을 보니 또 이상한 헛소문이 돌겠구만.’
조금 귀찮아질 것도 같았지만 이세훈은 굳이 반응하지 않기로 했다.
정말 문제가 될 수 있는 소문들은 주변에서 알아서 처리해 주기도 했고 시간이 지나면 바벨을 방문한 리 켄세와 리 페이의 소문이 퍼지면서 해명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나랑 그 영감탱이도 엮일 테고.’
과연 『공양』에서는 어떤 식으로 대처할 것인가.
이세훈이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경전철의 바깥으로 새로운 풍경이 보였다.
빼곡하게 세워진 고층 건물과 곳곳에 깔려 있는 검은 안개.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음산한 느낌이 풍겼는데 모두 안개, 명계의 마력 때문이었다.
‘여기가 게헨나인가.’
UD그룹이 관리하는 바벨의 새로운 특별지구.
개학식에 영상으로만 보고 한 번도 와보지 못한 지역에 이세훈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보았고, 그 옆에서 리 페이도 까치발을 들며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오오…….”
두 눈을 반짝이며 리 페이가 창밖을 보고 있을 때. 경전철이 역에 들어서면서 문이 열렸다.
[게헨나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러자 나타난 것은 제복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사람들을 맞이하는 스켈레톤 역무원.
그 심상치 않은 모습에 처음 방문한 이들이 모두 신기한 표정으로 보았고, 리 페이 역시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바깥은 언데드도 일해요?”
“다 그런 건 아니고 여기서만 그래. 언데드가 저렇게 움직이는 게 원래는 쉽지 않거든.”
보통은 외형도 그렇고 유지에 필요한 마력과 집중력 때문에 언데드를 이런 업무에 투입하지는 않지만 게헨나는 사정이 조금 달랐다.
도심 곳곳에 깔려 있는 검은 안개. 거기서 흘러나오는 명계의 마력들이 언데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위르겐이 아니라면 이런 건 꿈도 못 꾸겠지.’
이세훈이 속으로 감탄하면서 거리로 나왔고 본격적으로 리 페이와 함께 게헨나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어서오십쇼!]
[아, 그 건물이라면 저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거리에는 사람들만큼이나 언데드들도 흔하게 보였고 앞서 역무원처럼 특정 직책을 맡아서 일하고 있었다.
망자와 산자가 자연스럽게 뒤섞여있는 풍경. 이질적이면서도 평화로운 그 모습에 이세훈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위르겐 이 양반…… 꽤 파격적으로 나왔구만.’
UD그룹의 본사도 야간업무를 제외하면 언데드를 이렇게까지 투입하지는 않았는데 어떻게 된 것일까.
마치 언데드로 인간을 대처하려는 듯한 그 풍경에 이세훈이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후우…… 후우…….”
옆쪽에서 들려오는 가쁜 숨소리. 그에 시선을 돌리자 땀은 안 흘리지만 호흡이 거칠어진 리 페이의 모습이 보였다.
‘슬슬 벅찬가 보네.’
다섯 살치고는 체력이 좋았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주변을 살펴본 이세훈은 테이블이 있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여기서 좀 쉬다 가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골라.”
“네!”
두 사람은 편의점을 돌아다니며 과자와 마실 것을 골랐고, 곧장 편의점 구석의 테이블에 앉아서 먹었다.
“오…… 오오…….”
뭔가를 먹을 때마다 연신 탄성을 내뱉는 리 페이.
탄산음료를 먹을 때는 아예 두 눈에서 폭죽이 터져 나오는 것처럼 반응이 격렬했는데 그 모습에 이세훈이 슬쩍 웃었다.
‘신났구만.’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왜 저리 호들갑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갓난아기 때부터 할아버지와 산 속에서만 자랐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다.
지금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도록 이세훈이 놔두고 있을 때. 리 페이가 문득 바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
거리를 지나가면서 편의점을 힐끔거리는 사람들.
그 시선이 모두 앞에 앉아 있는 이세훈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리 페이가 물었다.
“다들 왜 가짜할아버지를 쳐다보는 거예요?”
“음? 아아. 그냥 내가 유명해서 그래.”
이세훈의 대답에 리 페이가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가짜할아버지는 얼마나 유명해요?”
“글쎄. 네 할아버지만큼은 아닐 것 같고…… 그보다 조금 떨어지는 정도?”
지금의 유명세라면 얼굴은 몰라도 이름은 전 세계 사람들 모두 한 번쯤은 들어본 정도는 될 것이다.
이세훈의 대답에 리 페이가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저도 유명해지면 이렇게 될까요?”
“그야 당연하지. 너도 나중에 크면 이렇게 될걸?”
완등자의 가족인 데다 재능까지 뛰어나면 본인이 원치 않아도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이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지금은 어리기도 하고 대외적인 활동이 적어서 그렇지만 여기서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회귀 전의 리 페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게 되리라.
“흐음…….”
이세훈의 대답에 리 페이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좋지도 싫지도 않은 어중간한 감정. 그 모습에 이세훈은 조금 의외인 표정을 지었다.
회귀 전의 리 페이도 사람들의 관심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지만 완전히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처음 봤을 때가 20대였으니까…….’
지금 시기에는 뭔가 다른 점이 있는 걸까. 약간 호기심이 생긴 이세훈이 물었다.
“유명해지는 게 싫어?”
이세훈의 물음에 리 페이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싫은 건 아니에요. 근데 좋아해도 될지 모르겠어요.”
“뭐 때문에?”
“그게…….”
이세훈의 물음에 리 페이가 잠시 우물쭈물 거리더니 이내 조심스레 대답했다.
“사람들이랑 가까워질 테니까…….”
어딘가 걱정스럽게 이야기하는 리 페이의 모습에 이세훈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거…… 영감탱이가 뭔 소리를 했나 보구만.’
단순히 사람을 대하는 게 불편했다면 자신과 구경을 다니는 것은 물론 거리를 다닐 때 불편함을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특정 부분, 리 켄세가 이야기한 무언가를 꺼려하는 것이 분명하리라.
‘뭔가 냄새가 나는데.’
애초에 리 켄세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아들에게서 딸을 빼앗아가지는 않았을 터.
정확히 어떤 사연이 있을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이세훈은 당장은 참기로 했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물어보면 그렇지.’
모처럼 같이 구경을 다니면서 가까워지고 있는데 괜히 경계를 살 필요는 없다.
우선은 좀 더 친해지기로 하며 이세훈이 자연스럽게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그런데 계속 가짜할아버지라고 부를 거야?”
“아. 그게…….”
이세훈의 물음에 리 페이가 잠시 꼼지락거리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뭐라고 불러야 될지 모르겠어요.”
평생을 할아버지와 지냈다 보니 부르는 명칭도, 대하는 방식도 모두 익숙하지가 않다.
어느 정도 예상한 대답이었기에 이세훈이 간단하게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럼 삼촌이라고 불러.”
아저씨라고 불리기에는 너무 젊기도 하고 거리감도 느껴지니 회귀 전처럼 이 정도가 딱 적절하다.
“삼촌…….”
이세훈의 이야기에 리 페이가 몇 번 중얼거리더니 이내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할게요.”
“좋아. 그럼 이제 어디 가볼까? 이전부터 보고 싶었던 그런 거 없어?”
“보고 싶은 거…….”
어느 정도 거리를 구경한 뒤라서 그런지 리 페이가 곰곰이 생각에 잠겼고, 이내 무언가 떠올렸는지 두 눈을 반짝였다.
“싸우는 게 보고 싶어요!”
“……싸우는 거?”
“네. 막 마력으로 이렇게 저렇게 하는.”
허공에 주먹을 슉슉 휘둘러대는 리 페이의 모습에 이세훈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싸우는 거라…….’
시대가 시대인지라 어린 아이들도 영웅에 대해 들으면서 자연스레 폭력과 가까워지긴 하지만 직접 보여주는 것은 조금 애매하긴 했다.
특히나 리 켄세가 이런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었기에 이세훈이 확인 차 물었다.
“할아버지가 뭔가 보여준 거 있어?”
“무구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아야 한다고 몬스터랑 싸우는 영상을 종종 보여주셨어요.”
리 페이의 대답에 이세훈이 멈칫하다가 물었다.
“그…… 피 같은 건 안 보였지?”
“싸우는데 그게 왜 안 보여요?”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 듯이 쳐다보는 리 페이의 모습에 이세훈이 자신도 모르게 눈매를 매만졌다.
‘미친 영감탱이 같으니…….’
아무리 그래도 다섯 살짜리한테 검열도 안한 전투 영상을 보여주다니. 상상을 뛰어넘은 대답에 이세훈이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좋아. 그럼 싸우는 거 보러 가자.”
“와!”
피를 볼 생각에 기뻐하는 다섯 살 꼬맹이.
회귀 전에는 몰랐던 리 페이의 어둠을 보게 된 이세훈은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무조건 안 된다고 할 수 없으니 다른 부분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겠네.’
피가 안 튀겨도 전투가 재밌다고 느낀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수습이 될 것이다.
그리 생각한 이세훈이 적당한 장소와 상대를 찾았고.
‘……그놈들이면 되겠군.’
슬쩍 웃으며 휴대폰을 꺼냈다.
* * *
게헨나의 핵심 시설 중 하나인 ‘발할라’.
수많은 언데드와 싸워볼 수 있는 훈련장 겸 연구시설로 그 목적에 걸맞게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했다.
대형체육관의 열배는 족히 되는 넓이에 층수도 무려 15층까지 존재했다. 훈련에 쓰이는 대련장들이 크기도 하고 종류도 다양하다 보니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중 13층에 있는 대련장. 그 안에서 세 사람이 서로 거리를 벌린 채 서 있었다.
“…….”
“…….”
“…….”
부루퉁한 표정으로 휴대폰만 보는 루이제와 팔짱을 낀 채 우두커니 서있는 염성하. 그리고 태블릿으로 계속해서 업무를 보는 아미르.
이곳에 모인 지 10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첫 인사를 제외하면 한 마디의 대화도 없었지만, 세 사람은 그에 대해서 아무런 불편함도 느끼지 못했다.
본래부터 그런 성격이기도 했고 왠지 모르게 대화를 나누지 않는 쪽이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끝도 없이 침묵이 계속되던 그때.
덜컥!
문이 열리며 두 사람이 새롭게 들어섰고, 세 사람 모두 일제히 시선을 보냈다.
“뭐야. 다들 빨리 도착했네?”
태연하게 이야기하는 이세훈의 모습에 루이제가 눈매를 찌푸렸다.
“사람을 불렀으면 먼저 와서 기다렸어야지 무슨…… 응?”
평소처럼 욕을 한 바가지 퍼부으려던 루이제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고, 이세훈의 뒤쪽에 숨어 있는 리 페이를 발견했다.
‘누구지?’
자신이 알기로는 이세훈에게 친척이라고 할 만한 사람도 없는데 어디서 저런 아이가 나타난 것일까.
그 정체를 추측해 보던 루이제는 이내 한 가지 가능성에 도달했다.
‘설마…… 딸……?!’
그게 아니고서야 저렇게 눈매가 더러운 녀석 옆에 딱 달라붙을 리가 없지 않은가.
루이제가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에 잠겨 있을 때. 여태 말 한마디 없던 염성하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뭐 때문에 부른 거냐.”
“저도 시간 쪼개서 온 거니까 빨리 말해주세요.”
옆에서 덧붙이는 아미르의 모습에 이세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거창한 건 아니고 한 가지 부탁 좀 하려고.”
여기서 부탁할 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 염성하와 아미르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나랑 한판 싸우자.”
이세훈이 세 사람에게 도전장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