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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다 만들어줌-289화 (289/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289화

이세훈과 루트비히가 계획한 성화공의 도발이 전 세계로 퍼진 뒤. 아주 당연하게도 폭발적인 반응이 튀어나왔다.

[떠오르는 유망주 이세훈, 성화공에게 도전장을 던지다!]

[성화공의 거처인 황산에서 발생한 정체불명의 굉음, 거인이 움직이는가.]

[완등에 도달한 장인과 완등을 향해가는 장인의 싸움!]

현역 S급 영웅도 아니고 올해 육성기관에 입학한 생도가 같은 분야의 완등자에게 ‘퇴물’이라고 선언했다.

놀라움을 넘어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한 건지 의문이 들 만한 발언에 모두가 당황했고, 당연하게도 성화공과 관련된 세력으로부터 적대감이 터져 나왔다.

[케이든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과도기. 이번 일이 좋은 교훈이 될 것.”]

[중국 외교부 대변인 “속내가 빤히 보여 같잖을 뿐. 수레바퀴를 가로막는 멍청한 사마귀에게 관심을 줄 필요도 없다.”]

성화공의 제자이자 MT인더스트리의 사장인 케이든은 공개적으로 이세훈을 풋내기 취급했고, 중국 역시 주제도 모르는 얼간이라고 화답했다.

다른 이들은 이세훈의 배후에 있는 루트비히나 위르겐 때문에 눈치를 보지만 성화공을 등에 업고 있는 그들은 신경 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흐음…….”

휴대폰을 바라보던 이세훈은 계속해서 화면을 넘기며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했다.

‘8 대 2…… 아니, 9 대 1인가?’

다들 노골적으로 말하지만 않을 뿐. 대다수가 이세훈이 너무 무모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완등자에게 도전장을 던졌으니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몇몇 이들은 이세훈에게도 가능성이 있다고 표현했는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S급 영웅 리 켄세가 남긴 기술. 새로운 신성이 넘어설 수 있을 것인가.]

[마이스터 대표 “이 세상에 절대적인 기술이 어디 있겠는가. 굳이 한계를 규정할 이유 없어.”]

이번에 이세훈이 도전장을 내던진 철의 진리란 성화공이 완등자가 되기 전, S급 영웅일 때 만들어냈던 강철의 변형식.

즉, 완등자가 아니라 S급 영웅이 남긴 기술이니 검기 양산화와 같은 놀라운 기술을 만들어낸 이세훈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들 완등자를 너무 고평가한다니까.’

완등자가 초월적인 존재라는 것은 이세훈도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그것도 특정 ‘분야’가 정해져 있는 법.

그것이 잘 부각되지 않는 것은 힘의 크기가 무지막지하기 때문이지 절대로 없는 것은 아니었다.

‘뭐, 이번 일이 끝나면 알게 되겠지.’

어차피 말로 해봐야 설득되지도 않을 테니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쉽다.

이세훈이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눈앞에 초밥이 한가득 쌓인 그릇이 놓였다.

“먹어라.”

새하얀 요리사복을 입은 험상궂은 얼굴의 사내, 검술학부의 지도교수에서 아칼쿠프의 학과장이 된 카사르를 본 이세훈이 고개를 꾸벅였다.

“잘 먹겠습니다.”

인사를 한 이세훈이 초밥을 먹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카사르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짓을 해놓고 저렇게 태평하다니…….’

짧은 시간이지만 이세훈과 대화를 나누고 거래를 하면서 카사르는 눈앞의 1학년이 특별하다는 것을 진작 알아차렸다.

그렇기에 여러 완등자에게 관심을 받게 되었을 때도 놀라긴 했어도 금방 그러려니 했지만 이번만큼은 그리 쉽게 넘어가지지 않았다.

“감당할 수 있겠냐?”

카사르의 물음에 이세훈이 입에 있던 초밥을 삼킨 다음 대답했다.

“뭘 말씀하시는 겁니까?”

“모르는 척 하기는……. 이번에 어르신을 도발한 것 말이다.”

“아아. 뭐, 조금 귀찮아지긴 하겠죠.”

새로운 초밥을 집어먹은 이세훈이 담담히 대답했다.

“1학년 생도가 완등자를 이겨먹는 거니까요.”

“…….”

자신이 반드시 이긴다.

마치 그런 미래를 직접 보고 온 것처럼 확신을 담아 이야기하는 이세훈의 모습에 카사르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이놈은 정말…….’

이전에도 그렇고 도대체 어디서 이런 자신감이 나오는 것일까.

너무 자만하는 게 아니냐고 하고 싶지만 이렇게 해서 실패한 적이 한 번도 없으니 나무라기가 또 뭐했다.

‘거기에 실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대외적으로는 아직 소문이 나지 않았지만 영웅업계에는 이세훈이 전설 등급 무구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이미 파다하게 퍼졌다.

제이크 마이어스에게 심상치 않은 검이 생겼는데 그에게 무구를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터무니없는 녀석이구만.’

본격적으로 성장을 시작한지 이제 반년을 넘어가고 있는데 전설 등급 무구에까지 도달하다니.

물론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전설 등급에 도달한 것은 엄청난 성과였다.

“흐음…….”

잠시 동안 이세훈을 바라보던 카사르는 이내 결론을 내리며 입을 열었다.

“알겠다. 도와주마.”

“……예?”

카사르의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이세훈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직 이야기도 안 꺼냈는데 뭔 줄 알고 도와주겠단 말인가.

하지만 카사르는 이미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한 듯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어르신을 도발한 뒤에 나를 찾아온 거라면 하나밖에 없지. 안 그러냐?”

“그건 그러네요.”

“그리고.”

카사르가 이세훈의 옆자리를 바라보았고, 눈치를 보며 초밥을 먹고 있던 레아가 화들짝 놀라 자세를 바로 했다.

“같이 작업하는 친구까지 데리고 왔는데 더 볼 게 있나. 얼추 알 것 같으니 원하는 조건이나 말해봐라. 최대한 도와줄 테니.”

생각보다 호의적으로 나오는 카사르의 모습에 이세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본론을 꺼냈다.

“회연을 빌려주셨으면 합니다.”

카사르가 성화공에게 받은 전설등급의 검 ‘회연灰煙’.

지금의 연군검이라는 별명을 만들어낸 물건으로 성화공의 무구 중에서도 유명한 편이었는데 이세훈은 그것을 빌려가려고 하는 것이다.

“흐음. 어디에 쓸 거지?”

“새로 만들려는 무구가 있는데 거기에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겸사겸사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는지도 조금 살펴보고요.”

“그게 이번에 말했던 무구냐?”

성화공을 뛰어넘은,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철의 무구.

거기에 회연이 쓰이는 건가 싶어 카사르가 흥미를 드러냈지만 이세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거기에는 안 쓰입니다.”

“왜?”

“그야 그쪽은 준비가 끝났으니까요?”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이세훈의 모습에 카사르가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벌써 준비가 끝났다고?’

당연히 자신에게 회연을 빌린 다음 뭔가 해보려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이미 준비가 다 됐다니.

“애초에 준비가 다 됐으니까 그렇게 한 거죠. 누가 확실치도 않은데 그렇게 공개적으로 덤비겠어요.”

“……그게 맞긴 하군.”

뭔가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믿기지 않는 상황에 카사르가 떨떠름해하고 있을 때. 이세훈이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었다.

“그래서 빌려주실 수 있나요?”

“어? 아, 뭐…… 안 될 건 없지. 대신 오래는 못 빌려준다. 밖으로 나갈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알겠습니다. 만약 필요한 일이 생기면 그때는 여기 레아 선배한테서 받아 가시면 돼요.”

다시 눈치를 살피며 초밥을 먹던 레아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나?”

“응. 선배.”

“어…… 음…… 알았어…….”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레아는 금방 고개를 숙이며 초밥을 먹는데 열중했다.

배고파서 먹는다기보다는 얼른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허겁지겁 먹는 모습.

다른 교수와 조교들을 초대했을 때 종종 보이는 반응에 카사르가 묘한 표정으로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너 애한테 무슨 협박이라도 한 거냐?”

“그럴 리가요. 최근에 사고를 하나 치셔서 제 눈치를 보시는 것뿐이에요.”

“흐음.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다만 너무 그러는 것도…….”

“날린 돈이 수십억 단위긴 하지만요.”

이세훈의 이야기에 카사르가 옆으로 시선을 돌렸고, 레아가 말없이 고개를 더욱더 푹 숙였다.

그 반응을 본 카사르가 잠시 할 말을 고르다가 담담히 이야기했다.

“최후의 만찬이었군.”

* * *

카사르에게서 성공적으로 회연을 빌린 뒤. 이세훈은 곧장 레아의 공방으로 장소를 옮겼다.

“…….”

“…….”

방 안에 감도는 불편한 침묵.

정확히는 레아 혼자만 불편해하는 상황이었지만 이세훈은 굳이 그 분위기를 풀어주지 않았다.

“레아 클로델 선배님.”

성씨에 존칭까지 꼬박꼬박 붙여서 부르는 이세훈.

마치 저승사자가 부르는 것 같은 그 이야기에 레아가 마른침을 삼키며 대답했다.

“으, 응…….”

“이래저래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일단 한 가지는 확실하게 짚고 넘어갑시다.”

눈치를 살피고 있는 레아를 본 이세훈이 담담히 말했다.

“이번에 날린 돈이나 연구 결과. 그런 건 솔직히 신경도 안 씁니다. 새로운 분야를 연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들이니까요.”

지금이야 회귀를 해서 그렇지 이세훈 역시 과거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실패를 겪었고, 그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날려먹었다.

그렇기에 단순한 실패만으로는 레아를 나무랄 생각이 없었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그런데 비슷한 일로 상점가를 세 번이나 마비시키고 그걸 저한테 단 한 번도 보고하지 않은 것은 아무래도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처음에는 제이크가 이야기한 대규모 마비 사건이 전부인줄 알았었지만 이세훈이 알아본 결과 그게 처음이 아니었다.

그 이전에도 레아의 공방을 중심으로 주변 상점가 시설이 마비되는 사태가 크고 작게 일어났고, 그렇게 몇 주가 지난 뒤에야 한 번 크게 터진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실패를 숨기는 건 안 돼.’

회귀 전에 이런 식으로 별일 아니라고 본인의 실패를 숨기다가 대참사를 일으킨 영웅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특히 사부, 류 메이린 역시 그와 비슷한 이유로 죽음을 맞이했었기에 더더욱 용납할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레아가 풀이 죽은 표정으로 사과했고, 팔짱을 낀 채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세훈이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그래서 갑자기 그렇게 숨긴 이유가 뭐예요?”

어차피 나중에 알아보면 다 들키게 될 일을 이유도 없이 숨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세훈의 물음에 레아가 눈치를 살피더니 이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냥.”

“크게.”

입술을 꾹 깨문 레아가 잠시 망설이더니 눈을 찔끔 감으며 대답했다.

“그, 그냥…… 그러고 싶어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냥 갑자기 그런 기분이 들어서 수십억에 달하는 실패를 하고도 이세훈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듣는다면 그야말로 피가 거꾸로 솟을 만한 대답이었고, 이야기한 레아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그런 걸 어떡해!’

예전 같았으면 뭔가 막혔을 때 이세훈에게 도움을 요청했겠지만, 이번에는 어째서인지 그러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심지어 다른 누군가에게 간섭을 받을까봐 휴대폰도 끄고 공방 전체를 폐쇄한 다음 연구를 강행했었는데 그렇게 며칠 동안 밤을 새우다가 그 사건이 터진 것이다.

‘차라리 인형사가 뭔가 수작을 부린 거였다면…….’

나중에 생각해 보니 너무 이상해서 검사도 받아봤었지만 결과는 정상.

결국 모든 것이 자신의 충동적인 선택이었다는 것이었고, 레아는 차마 그것을 이세훈에게 이야기할 엄두가 나지 않아 여름방학이 끝날 때까지 다물고 있었던 것이다.

‘차라리 그때 바로 말할걸.’

설마 후배가 저렇게까지 화를 낼 줄이야.

이러다가 선배님도 아니고 ‘레아 클로델 씨’라고 불리는 게 아닌가 싶어 레아가 초조해하던 그때.

“진짜로?”

이세훈이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전조도 없이 연구를 하다가 돌연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거지? 다른 사람들하고 만나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조차 싫어졌고?”

“그…… 런 느낌이긴 했지. 근데 그건 왜…….”

도대체 뭐길래 저렇게까지 반응하나 싶어 레아가 당황하고 있을 때. 이세훈이 슬쩍 웃으며 이야기했다.

“고유스킬이야.”

“……응?”

“그러니까 고유스킬이 각성되려는 징조라고.”

고유스킬이란 이름 그대로 이 세상에서 오직 한 사람만이 보유하게 되는 스킬.

한마디로 사용자의 심상이 완벽하게 반영된 스킬이었고, 당연하게도 거기에 다른 사람의 심상이 끼어들어서는 안 됐다.

‘그래서 무의식중에 다른 사람의 간섭을 거부한 거지.’

연구 중에 생겨나는 고민도, 그에 따르는 실패도 모두 심상을 견고하게 만들기 위한 과정.

간단히 비유하자면 애벌레에서 나비로 변태하려는 중간단계, 번데기와 같은 상태가 된 것이다.

“나한테…… 고유스킬이……?”

“물론 지금 당장 생긴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그만큼 외부로 표출될 정도라면 얼마 안 남았을 거야.”

이세훈의 설명에 레아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에게 고유스킬이 있다면 어떨까 라고 상상해 보긴 했었지만 정말로 생길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이…… 그…… 뭘…… 어떻게…….”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에 레아가 당황하고 있을 때. 이세훈이 양 어깨를 잡으며 정신을 집중시켰다.

“너무 동요하지 마. 그냥 혼자서 해야 할 과제가 생겼다고 생각하면 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야.”

“과제…….”

“밖에는 내가 말해둘 테니까 너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연구만 하면 돼. 할 수 있겠어?”

이세훈의 나긋한 목소리. 그리고 영연신마법으로 혈류가 가속되며 점차 집중 상태로 들어선다.

그리고 눈동자가 멍해지면서도 고집이 깃든 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어.”

“좋아. 그럼 나는 가볼 테니까 끝나면 연락해.”

레아의 어깨를 두드려준 이세훈은 집중이 깨지지 않도록 재빠르게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곧장 여백의 휘장을 꺼내들어 자신의 입에 둘렀다.

“학원장님. 들리세요?”

아무런 대답도 없는 가 싶더니 잠시 후 귓가에 루트비히의 대답이 돌아왔다.

[무슨 일인가?]

“아. 다른 게 아니고 지금 제 뒤에 있는 공방을 좀 외부와 격리시켜 주셨으면 해서요.”

[흐음. 레아 클로델 생도에게 뭔가 변화라도 생겼나?]

“고유스킬을 각성하려는 징조가 보여서요. 당분간 외부와 접촉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세훈의 설명에 잠시 대답이 들리지 않더니 이내 웃음기를 머금은 루트비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경사로군. 자네 말대로 하지.]

후웅

레아의 공방에 투명한 무언가가 둘러졌고, 아주 자연스럽게 기척이 옅어졌다.

외부의 간섭만 차단하는 적절한 조치. 완등자다운 절묘한 공간마법에 이세훈이 흡족한 표정으로 보았다.

“완벽하십니다.”

[레베카 교수에게 말해서 나머지도 다 처리해 두겠네.]

“감사합니다.”

[이 정도야 별것 아니지. 자네도 고생하게나.]

루트비히의 목소리가 끊어졌고, 이세훈이 레아의 공방을 다시금 바라보았다.

‘환락가 토벌전에서 뭔가 자극을 받은 건가.’

그 이후로 인형사와 맞서 싸울 방법을 고민하거나 마음을 다잡는 일이 있었으니 그때 심상이 더욱 견고해지면서 고유스킬이 발현되려는 걸지도 모른다.

‘레아의 고유스킬이라…….’

회귀 전에 레아의 유명세는 여러 번 들었지만 그중에 고유스킬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정보를 숨긴 것일까, 아니면 회귀로 인한 나비효과로 생겨나게 된 것일까.

지금으로서는 알 방법이 없었기에 이세훈은 간단히 생각을 정리했다.

‘어느 쪽이든 나쁠 건 없지.’

고유스킬이 가진 특이성이라면 인형사와의 싸움에서도 유용하게 쓰일지도 모른다.

당분간은 건드리지 않기로 하며 이세훈이 아공간 포켓, 그 안에 들어있는 회연을 바라보았다.

‘이러면 이건 혼자서 연구해야겠네.’

화천태도를 제련하는 데 사용하면서 겸사겸사 레아와 함께 연구하려고 했었는데 이번은 타이밍이 안 좋았던 모양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머릿속으로 점검해보던 이세훈은 조금 전에 휴대폰으로 봤던 뉴스를 떠올렸다.

‘그 영감탱이는 언제쯤 오려나.’

성화공의 성격은 불같은 면모가 있기 때문에 갑자기 확 타올라 바로 찾아올 수도 있었고, 재만 남은 것처럼 확 사그라들어 관심을 끌 수도 있었다.

이세훈이 바라는 것은 이중에서 전자였지만 그렇게 쉽게 풀릴 가능성은 없었다.

‘중국이 제발 가지 말라고 애원할 테니까…….’

성화공이야 별다른 관심이 없겠지만 중국, 특히 지도부인 칠성의 입장에서는 바벨로 가는 것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만약에라도 성화공이 루트비히에게 설득되어 동맹을 맺는 순간. 곧장 바벨에 자리를 잡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화끈한 양반이니까 말이지.’

그렇기에 칠성, 그리고 제자인 케이든은 성화공이 바벨로 향하는 것을 반드시 막으려고 할 것이다.

칠성은 자신들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서, 케이든은 『공양』의 수장으로서 자신들의 표적인 성화공을 까다로운 장소로 보내지 않기 위해서.

‘지금으로서 가능성이 높은 건…… 토너먼트가 끝난 뒤인가.’

새로운 기술로 만든 무구로 기존 기술로 만든 무구를 부순다면 다른 사람들은 못 알아봐도 성화공은 곧장 알아보고 바벨로 찾아올 것이다.

그때 루트비히와 함께 성화공을 설득하면서 그의 권능을 자세히 살펴보면 되리라.

‘3주 동안 이래저래 바쁘겠구만.’

조만간 새로운 특별지구인 게헨나와 파라데이도 방문해야 했기에 이세훈이 다시금 계획을 조정하고 있을 때.

“……?”

무언가 느낀 이세훈이 주변을 둘러보았고, 그 뒤를 따르듯이 희미한 울림이 퍼졌다.

쿠구궁─

땅 아래, 바벨 전역에 공급되고 있는 주작의 불꽃이 일으키는 작은 진동.

마치 무언가에 반응하는 듯한 모습에 이세훈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이내 익숙한 기척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방향의 끝자락, 상점가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아공간 터미널의 입구에 두 사람이 걸어 나왔다.

“…….”

“오…….”

붉은 도복을 입은 노인과 한 손에 안긴 채 주변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소녀.

그 기묘한 풍경에 모두가 홀린 듯이 보고 있을 때. 붉은 도복의 노인, 성화공 리 켄세가 땅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바벨을 바라보며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고.

갈喝!!!!

파카앙!

우렁찬 고함으로 아공간 터미널 주변의 유리창을 모조리 박살 내면서 주변에 확실하게 알렸다.

성화공 리 켄세가 이곳에 도착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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