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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가 다 만들어줌-286화 (286/309)

#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286화

“…….”

루트비히의 이야기에 이세훈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완등자의 권능을 기술로서 승화시킨다?

듣기에는 조금 개량을 거치는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그리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승화라는 건…… 효과는 그대로 유지하시겠다는 거겠죠?”

“여전히 핵심을 잘 파악하는군. 자네의 말이 맞네.”

기본적으로 완등자의 권능처럼 압도적인 힘을 다른 이들에게 보급할 때는 ‘간소화’시키는 것이 기본이었다.

예시를 들자면 과거 루트비히가 개발한 아공간 술식.

본래는 공간능력자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조건과 기능을 한정시켜 전 세계에 보급하는 데 성공했다.

이것이 일반적인 기술화 과정인 것이다.

‘그런데 그걸 간소화하지 않은 채 기술로 만들겠다니…….’

권능이란 그 이름 그대로 한 사람에 의해서 쌓아올려진 권세와 능력.

타고난 재능과 살아온 일생, 그리고 완성된 심상. 그 모든 것이 하나로 합쳐져 탄생하는 것인 만큼 다른 이들이 흉내 낸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물며 그 대상이 한두 사람도 아니고 전 인류이니 얼마나 어려운지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으리라.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루트비히의 물음에 이세훈이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흐음. 그건 조금 의외로군.”

이세훈의 대답에 루트비히가 의외인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자네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할 줄 알았는데.”

“그렇습니까?”

“당연한 것 아닌가.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권능을 배운 것이 자네인데.”

“아아…….”

승천제의 공간의 권능, 불명자의 경계의 권능, 원견사의 포착의 권능까지 해서 루트비히가 알고 있는 것만 해도 셋.

여기에 비밀로 하고 있는 탐구자의 전지의 권능까지 합친다면 일곱 명의 완등자 중 네 명의 권능을 배웠다.

새삼스레 자신이 얼마나 많은 권능을 얻었는지 깨달은 이세훈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나한테 말해준 것도 그것 때문이었나.’

어떻게 보면 바로 깨닫지 못한 것이 바보 같기는 했지만 여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저는 제가 완등자분들의 권능을 제대로 배웠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흐음. 그럼 어떻게 생각했는가?”

“제대로 배웠다기보다는…… 그냥 비슷하게 따라만했다는 느낌이죠.”

이세훈은 어떤 기술을 사용할 때마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영연신마법을 사용해 육체를 최적의 형태로 조율했다.

그렇기에 완등자의 권능을 배울 때도 그 힘을 최대한 흉내 내기 위해 육체를 조율했고, 그 결과 다른 사람들보다는 그럴싸하게 권능을 사용해 온 것이다.

‘하지만 그게 진짜 완등자의 권능이냐고 하면 애매하지.’

루트비히처럼 공간을 자유롭게 다룰 수 없고, 위르겐처럼 명계를 지배하여 모든 망자를 부릴 수 없으며, 하백연처럼 행성 전역을 대상으로 관측할 수도 없다.

심지어 전지의 권능은 탐구자의 마력을 체내에 깃들게 하지 않으면 제대로 사용할 수도 없으니 좋게 말해도 하위호환, 솔직한 말로는 유사품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만했다……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로군.”

“예. 그래서 권능을 온전히 기술로 만드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비슷하게 흉내 내는 것만 해도 이렇게 어려운데 진짜를 그렇게 하려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이세훈의 이야기에 루트비히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합리적인 추론이지만…… 자네가 한 가지 놓친 게 있군.”

“……놓쳤다고요?”

“어떤 기술이든 첫 시작은 흉내로부터 시작하네. 중요한 것은 그 다음. 거기에 무엇이 부족한지, 그 ‘근원’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걸세.”

루트비히가 이세훈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고, 주작이 그 위로 자신의 깃털 하나를 부드럽게 날려 보냈다.

화르륵

손바닥 위에서 타오르는 옅은 붉은색의 불꽃.

성화공의 권능을 재현해낸 불꽃을 바라보며 루트비히가 담담히 이야기했다.

“S급 영웅 리 켄세와 성화공 리 켄세의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심상은 무엇을 추구하며 권능은 어떻게 이뤄졌는가.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알아내야 하지.”

“…….”

“하지만 완전히 같은 인생을 살더라도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라는 존재. 모든 것을 알아내기는 힘들다고 판단하여 권능의 ‘근원’에 집중했네.”

손안에 피어난 불꽃을 움켜쥔 루트비히가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자네는 그게 무엇인지 알 것 같은가?”

“…….”

모든 권능이 똑같이 가지고 있는 근원.

도대체 무엇이 한 사람의 인생을 권능으로서 승화시키는 것인가. 그 의문에 이세훈은 금방 답을 알아냈다.

“영웅의 탑…….”

54년 전에 만마의 늪과 함께 생겨난 정체불명의 탑.

그것이 바로 모든 완등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근원’이었던 것이다.

“자네는 역시 예리하군.”

“어떻게 이걸 여태까지…….”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을 어째서 한 번도 떠올리지 못했는가. 그 중얼거림에 루트비히가 담담히 이야기했다.

“그렇게 이상할 건 없네. 그게 상식이니.”

“상식…….”

“영웅의 탑을 오를수록 강해지고, 정상에 도달하면 완등자라는 초월적인 존재가 된다. 그런 시대에서 태어난 자네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겠지.”

해가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지는 것처럼 영웅의 탑을 오른 이가 강해지는 것도, 정상에 도달한 이가 권능을 가지는 것도 모든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살아온 1세대 영웅, 루트비히와 같은 이들에게 그것은 오랜 의문이었다.

“강자가 정상에 올라 완등자가 되는가. 다른 이들은 어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네. 당장 나만 하더라도 광수 그 친구보다 약했었으니까.”

“……학원장님이 교수님보다 약하셨다고요?”

이세훈이 놀란 눈으로 보자 루트비히가 피식 웃었다.

“자네가 듣기엔 믿기지 않겠지만 전부 사실이라네. 완등자가 되기 전까지는 그 친구와의 대련에서 단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을 정도였지.”

루트비히의 이야기에 이세훈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마광수에게 한 수 배웠다든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대련에서도 전패를 했으리라고는 상상치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 영감탱이가 그 정도였다니…….’

강함이야 회귀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 위상이 자신이 상상한 것 이상이라 여러모로 당혹스럽다.

이세훈이 떨떠름해하는 사이 루트비히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때만 해도 영웅들 사이에서는 나보다는 광수가 먼저 완등에 도달하지 않을까라는 추측이 많았었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고, 의문과 함께 연구가 시작된걸세.”

완등자의 조건은 무엇이며 영웅의 탑이 안겨주는 권능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루트비히는 그것을 연구하기 위해 최초로 나타났던 영웅의 탑을 중심으로 인공성을 만들어 자리 잡았다.

그리고 연구를 위해 사람을 모았고, 그것이 커지고 커져 지금의 바벨이 된 것이다.

“그럼 바벨이 육성기관이 된 것도…….”

“영웅의 탑을 오르면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서였었지.”

바벨의 탄생에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 이세훈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처음부터 이상적인 장소로 만들려고 하신 게 아니었군요.”

“그런 셈이지. 그때는 바벨이 내게 이리 소중한 장소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네.”

영웅의 탑을 연구하기 위해 바벨을 만들었을 뿐인데 그것이 자신에게 가장 이상적인 공간이었다니.

루트비히는 그것을 우연처럼 이야기했지만, 이세훈은 그것이 필연처럼 느껴졌다.

‘완등자도 자신의 가치관을 우선시하니까.’

고위영웅들이 그렇듯이 루트비히도 무의식중에 그것을 반영했을 뿐. 어디서 무엇을 연구했던 간에 그 끝에 완성된 것은 지금의 바벨과 똑같았을 것이다.

“이야기가 조금 샜군. 본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그런 과정을 거쳐서 영웅의 탑을 연구했고, 나름의 결실을 얻었네. 그리고 그걸 가지고 있는 게 자네지.”

“결실이라면…… 아!”

루트비히의 이야기에 이세훈이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영웅의 탑으로부터 힘을 공급받아 잠재력을 향상시키는 영웅의 반지.

이게 루트비히가 수십 년의 연구 끝에 얻은 결실이었던 것이다.

“영웅의 반지를 발동시킨 채로 권능을 사용한 적은 없었나? 그때는 아마 느낌이 달랐을 텐데.”

“으음…… 지금 생각해 보니까 확실히 달랐네요.”

조율자와 싸우다가 처음으로 영웅의 반지가 발동됐을 때. 이세훈은 하백연의 힘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했었다.

물론 거기에는 포착의 권능이 담긴 백야궁의 도움도 있었겠지만 영웅의 반지가 없었다면 절대 재현의 영역까지는 갈 수 없었으리라.

“앞서 자네의 말대로 권능을 기술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지. 하지만 영웅의 탑을 이용한다면…….”

우웅!

루트비히의 손에서 황금빛이 반짝인 순간. 방금 없앴던 성화공의 불꽃이 다시금 거세게 타올랐다.

손바닥에 남아 있던 잔재만으로도 다시금 재현된 불꽃. 그 모습을 본 이세훈은 루트비히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곧장 이해했다.

“권능의 일부분이나 흉내를 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현할 수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바로 그걸세.”

루트비히의 이야기에 이세훈이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이것도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능성은 있어.’

기존의 권능을 분석하여 유사한 기술을 만들고 영웅의 탑으로부터 힘을 공급받아 그것을 완성한다.

이 두 가지를 안정적으로 보급할 수만 있다면 전 인류가 완등자들의 권능을 사용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그 정도면 만마전은 하루 만에 괴멸하겠지.’

완등자가 일곱 명일 때도 벅찼는데 그 수가 억 단위에 다다르면 뭘 어떻게 하겠는가.

어느 정도 생각을 정리한 이세훈이 루트비히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영웅의 반지는 양산이 가능한가요?”

“아쉽게도 불가능하네. 첫 개발은 그렇게 시작했지만 재료의 한계로 하나당 10년은 족히 걸리겠더군.”

“그럼 힘의 공급은…… 아, 설마 특별시험 때 그게?”

“맞네. 지금은 그쪽을 주력으로 연구하고 있지.”

1학기 특별시험 때 공간의 권능으로 영웅의 탑 내부와 바벨과 연결하여 시련을 치룰 수 있게 만들었던 루트비히.

그때는 단순히 영웅의 탑을 안전하게 사용하려고 그러는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힘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던 것이다.

‘이러면 얼추 맞아떨어지네.’

처음 동맹을 제안했을 때는 그것을 신뢰하지 못해 UD그룹과 순례교 모두 소극적이었고, 이후 자신의 존재가 설득력을 더하면서 태도를 바꾸었다.

그러다가 두 사람이 점점 욕심을 내기 시작하자 루트비히가 따로 조건을 내건 것이다.

“두 분한테 내걸으셨다던 조건은요?”

“자네를 독점하지 않을 것. 그리고 재현한 권능은 모두 공유할 것. 이 두 가지였네.”

루트비히의 이야기에 이세훈이 대화에 끼어들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날고 있는 주작, 그 주변의 파이프를 보았다.

“그래서 저걸로 불꽃을 공급한 거군요.”

“자네는 두 번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참 좋군.”

만족스러워하는 루트비히의 모습에 이세훈이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세 완등자가 머리를 맞대고 권능을 연구한다…… 무시무시한 이야기구만.’

서로 생각하는 바는 다르겠지만 과정이 같다면 힘을 합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세훈도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였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음. 대략적인 이야기는 모두 알겠습니다. 다만…… 으음…….”

이걸 말해서 의심받지는 않을까. 이세훈이 고민하고 있자 루트비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성화공의 불꽃이 불완전해서 그러는 건가?”

“……알고 계셨습니까?”

“앞에 말하지 않았었나. 어느 정도 윤곽만 잡았다고.”

주작을 바라본 루트비히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성화공의 불꽃과 비슷하지만 완성도가 턱없이 부족해. 자네가 보기에도 그렇지 않나?”

“제가 그분의 불꽃을 따로 본 적은 없지만…… 권능이라는 느낌이 없긴 하네요.”

회귀를 말할 수 없어 둘러대긴 했지만 이세훈은 성화공의 불꽃을 실제로 본 적이 있었다.

자신이 봐온 그 어떤 불꽃보다 정순한 불. 그와 비교한다면 주작의 불꽃은 불순물덩어리에 가까웠다.

‘그 영감탱이가 직접 보면 쓰레기를 만들었다고 바로 호통 치겠지.’

상상만 했는데도 귓가가 울리는 것 같은 느낌에 이세훈이 눈매를 살짝 찌푸리고 있을 때. 루트비히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말이네만…… 자네가 한 번 조정해 보지 않겠나?”

“……예?”

이세훈이 놀란 눈으로 보자 루트비히가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실패한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나는 ‘잠재력’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네. 주작의 힘과 김인철의 지식으로는 성화공을 따라잡을 수 없었던 거지.”

영웅의 탑이 잠재력을 증폭시켜 주긴 하지만 그것도 기본 값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법.

‘내 재능이라면 성화공의 불꽃을 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자신의 재능을 높게 쳐준 것이니 듣기에 나쁘지는 않았지만 이세훈으로서는 조금 회의적이었다.

‘그쪽으로는 따라잡기가 힘든데…….’

순수하게 ‘불꽃’을 다루는 기술이라면 아무리 그래도 성화공에 비견될 수준은 아니었다.

“제가 할 수 있을지…….”

“실패해도 상관없네. 지금 필요한 건 다양한 자료니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반드시 보답하지.”

조정하기 전까지는 밖으로 내보내지 않을 듯한 루트비히의 눈빛에 이세훈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흐음…… 그냥 한 번만 해볼까.’

손해 볼 게 없기도 하고 어디까지 재현해 낼 수 있을지 조금 궁금해지기도 했다.

결정을 내린 이세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번 해보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불꽃을 손에 깃들게 한 상태에서 영웅의 반지를 사용하면 되네. 그 뒤는 자네의 잠재력에 따라 결정되겠지.”

“알겠습니다.”

주작을 향해 고개를 돌린 이세훈이 오른손을 내밀었다.

“하나 줘봐.”

[저런 녀석한테 내 불꽃을 줘야 하다니…….]

불만스럽게 투덜거린 주작이 깃털 하나를 신경질적으로 날려 보냈고, 손바닥에 박힘과 동시에 불꽃이 거세게 솟구쳐 올랐다.

‘화풀이하기는…….’

손바닥 위에서 타오르는 성화공의 불꽃에 이세훈이 화속성마력인 작염륜을 끌어올려 진정시켰다.

화륵!

어느 정도 진정은 되지만 생각처럼 움직이지는 않는다.

쉽지 않아 보이는 불꽃에 이세훈이 잠시 숨을 고르다가 영웅의 반지에 마력을 불어 넣었다.

키이잉─

반지에서부터 황금빛이 위를 향해 뻗어나갔고, 잠시 후 거대한 빛의 기둥이 지상으로 내려와 전신을 감싼다.

영웅의 탑에서 공급된 힘이 이세훈의 전신을 충만하게 채웠고 자연스럽게 불꽃을 향해 몰려들기 시작했다.

우웅!

손안에서 은은하게 일렁이는 성화공의 불꽃.

그와 동시에 몸 안쪽으로 기묘한 열기가 깃들기 시작했는데 이세훈은 그것이 성화공의 권능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과연…… 이런 느낌인가.’

타오르는 불 그 자체가 되어버린 것처럼 전신의 감각이 사방으로 확산되었다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자신의 호흡에 따라 일렁이는 불꽃에 이세훈이 살짝 깊이 숨을 내쉬었다.

화르륵!

그러자 전신으로부터 불꽃이 자연스럽게 솟구쳐 올랐고 다시 숨을 들이쉼과 동시에 내부로 스며든다.

계속해서 호흡을 반복하며 성화공의 권능이 어떤 식으로 작용되는지 확인하던 이세훈은 이내 눈매를 찌푸렸다.

‘뭔가 없는데?’

불꽃과 한 몸이 되어 자연스럽게 제어할 수 있다는 건 알겠지만 그 이상으로 뭔가 특별한 게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개선할 만한 부분도 따로 보이지 않았기에 이세훈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으음. 잠재력이 부족한 건지 아니면 원래 이런 건지…….’

아직 여유가 있었기에 이세훈이 계속해서 불꽃을 살피던 그때. 문득 마음속에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땔감이 부족한가?’

어떤 불꽃이든 불태울 만한 게 있어야 제대로 타오르기 마련. 적당한 땔감이 없을지 주변을 살피며 생각해 봤지만 어째서인지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그에 이세훈이 계속해서 고민하던 찰나. 문득 몸 안쪽에서 기묘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이건…….’

자신의 안쪽, 다른 이들에게서 추출해둔 인연석을 찾아내서 두드리는 불꽃.

마치 여기 좋은 땔감이 있다는 듯한 움직임에 이세훈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다시 못 구하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 될지도 모를 곳에다가 태우기에는 재료가 아깝다.

하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불꽃이 저렇게 움직일 것 같진 않았기에 이세훈은 차선책을 선택했다.

‘인연추출.’

[대상 ‘이세훈’에게서 인연을 추출합니다.]

[제작자 ‘이세훈’과의 인연은 Lv.2입니다.]

자신의 인연을 추출한 다음 그것을 곧장 체내에서 곧장 불꽃을 향해 던져준다.

그러자 불꽃이 며칠을 굶은 것처럼 게걸스럽게 먹어치웠고, 그 즉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우웅!

전신에서 불꽃이 쉴 새 없이 넘쳐흐르는가 싶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지하의 공간을 절반이상 뒤엎는다.

그 심상치 않은 모습에 이세훈이 깜짝 놀라서 힘을 거두려던 찰나. 그보다 빠르게 주변의 공간이 온통 새하얀 장소로 바뀌었다.

‘루트비히가 손을 쓴 건가.’

멈추라고 하지 않은 것을 보면 이대로 계속 하라는 것일까.

이대로 어중간하게 끝내기는 아쉬웠기에 이세훈은 불꽃을 억누르려던 것을 멈추고 곧장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쿠구궁!

불꽃은 여백을 채워가며 끝없이 타올랐고, 주변이 온통 불길로 뒤덮인 순간 변화가 일어났다.

화륵!

거대한 불꽃 속에서 제련된, 보다 정순한 불꽃.

유리로 만들어진 것 같은 그 옅은 불꽃에 이세훈이 홀린 듯이 손을 뻗어 움켜쥐었고.

[속성마력 ‘작염륜(B)’이 ‘성화(A+)’로 강화되었습니다.]

여백을 불태우며 현실로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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