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282화
“흐음…….”
소파에 누운 루이제가 무심한 표정으로 휴대폰의 화면을 툭툭 넘겼다.
[개학까지 이틀, 바벨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바벨 관계자 “이번 개학식에 중대발표 있을 것”]
[영웅협회장 “완등자들의 책임감 있는 행동이 필요.” 발언에 위르겐 회장 “본인부터 똑바로 하라.” 일침.]
바벨과 관련된 소식으로 도배된 뉴스 사이트들.
특히 다가오는 2학기에 관련된 소식이 많았는데 사람들의 관심사는 개학 자체가 아니라 거기에 따라오는 ‘발표’에 이목이 몰려 있었다.
‘완등자들의 동맹인가…….’
승천제와 바벨. 불명자와 UD그룹. 순례자와 순례교.
지난 수십 년 동안 단 한 번도 성사되지 않았던 완등자들의 동맹이 이틀 뒤에 정식으로 발표된다.
안 그래도 몽환마의 죽음 이후로 세계정세가 뒤숭숭해진 만큼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으리라.
‘예전 같았으면 나랑 먼 이야기처럼 들렸을 텐데 말이지.’
동맹에 참가하는 완등자들과 한 다리 건너서 아는 사이라는 사실에 루이제가 오묘한 기분을 느끼며 다른 소식은 없는지 휴대폰을 이리저리 넘겨보았다.
[환락가의 붕괴 이후 눈에 띄게 줄어든 마인 범죄. 소탕인가 폭풍 전 고요인가.]
[악몽의 도시에 숨어 있었던 환락가. 전문가들 “남은 마경들도 유사하게 쓰이고 있을 가능성 커.”]
희망적인 이야기와 비관적인 이야기가 거의 비슷하게 있었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분위기로 보자면 조금씩 긍정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조금씩 활기를 띄워가는 사람들의 반응에 루이제가 이리저리 넘기다가 문득 멈칫했다.
“…….”
몸을 일으킨 루이제가 주변에 아무도 없는지 둘러보았고, 다시금 누우면서 곧장 검색창에 한 사람의 이름을 쳤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쭉 늘어지는 뉴스들.
헤드라인에서만 조금 밀렸을 뿐이지 하루에 한 번씩은 언급되는 소식들에 루이제가 평소처럼 기사를 살펴보았다.
‘천재 대장장이, 인류의 희망, 차세대 완등자…… 나참.’
뭐라도 받아먹을까봐 열심히 찬양하는 기사들에 루이제가 피식 웃으면서 살펴보던 그때.
[화제의 유망주 A, 그 비밀은 희대의 난봉꾼?!]
“…….”
보자마자 눈에 밟히는 제목.
제목과 내용은 모두 익명으로 표현했지만 관련된 사람들의 정보를 보면 누구를 이야기하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rmsqhsfhs] : 쯧쯧. 어린놈이 벌써부터…… 이래서 근본 없는 놈은 안 되니까.
[gjdjscnd] : 제 친구가 바벨에 다니는데 매일 다른 여자랑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그거 듣고 조금 그랬음.
└[qkqpfWkd] : 남자여자 안 가리고 같이 다녔는데 뭔 소리야. 친구 없냐?
└[gjdjscnd] : 남녀 안 가린다고?? 와…….
└[qpqkfWkd] : 아니. 그냥 미친놈이었네.
[gjwjq] : 저런 놈이 유망주ㅋㅋㅋ하여간 영웅들 수준 뻔하다니까.
뉴스의 내용만 보고 신나서 물어뜯는 사람들.
별생각 없이 가볍게 쓴 것일 수도 있지만, 그 내용을 본 루이제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이 새끼들이 뒤지고 싶나…….”
허위사실…… 까진 아니지만 난봉꾼이라고 표현하는 건 아무리 그래도 조금 심한 것 아닌가.
시간이 지나면 어련히 날아가겠지만 그동안 노출되어 있는 것도 짜증 난다.
뉴스링크를 복사한 루이제가 ‘머저리들’이라고 적힌 단톡방에 막 전송한 찰나.
삐리릭!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이세훈이 거실로 들어왔다.
“다녀왔…… 너 뭐 하냐?”
타다닷!
뭘 하는지 휴대폰을 쉴 새 없이 두드려대는 루이제.
뭔가 급하게 숨기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에 이세훈이 의아하게 바라보자 루이제가 무심하게 대답했다.
“게임.”
“그래? 그쪽으론 영 관심 없는 것 같더니…….”
그렇게 관심은 사라졌는지 이세훈이 그러려니 하며 부엌으로 향했고, 그 사이에 루이제가 방금까지 본 뉴스의 기록을 모조리 날린 다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렇게까지 숨길 일인가 싶지만 조금만 틈을 보여도 놀려대던 걸 생각하면 절대 방심해선 안 된다.
깔끔하게 정리한 루이제가 휴대폰을 내려놓았고, 부엌으로 갔던 이세훈이 거실로 나왔다.
“옛다.”
탁!
이세훈이 던진 아이스크림을 받은 루이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웬 아이스크림?”
“이번에 고생 많이 했잖아. 수고비야.”
“……쪼잔하기는.”
피식 웃은 루이제가 봉지를 뜯으면서 맞은편에 앉은 이세훈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그 녀석들은 뭐라고 하던?”
“내가 방해돼서 죽였다는데 뭐라고 하겠어. 그냥 알겠다고 하고 말았지.”
“그래?”
이세훈의 대답에 루이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여명』한테서 연락이 왔다고 나가길래 한바탕 싸우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생각보다 별일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지. 하지만 당분간은 얌전히 있을 거야. 그렇게 만들려고 좌완을 죽인 거니까.”
납치를 계획한 건 리전 전원이었지만 이세훈은 굳이 그 부분을 언급하지 않고 좌완 개인의 일탈로 처리했다.
저쪽도 눈치가 있다면 자신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줬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으리라.
“그럼 남은 녀석들은 어떻게 할 건데?”
“일단 시기를 봐야지. 처리할 수야 있지만 그러면 주시자 내에서 움직이기가 힘드니까.”
주시자 내에서 어느 정도 소득을 얻을 때까지는 『여명』이라는 조직이 계속해서 유지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이세훈은 당분간 『여명』의 활동을 억제하면서 차분히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었다.
“마력침식기의 제작도 중단시켰고 기존에 진행 중이던 다른 프로젝트들도 전부 폐기시켰어. 『여명』에서 피해자가 늘어나는 일은 이제 없을 거야.”
어떻게 보면 『여명』이라는 집단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었지만 리전은 생각보다 시원스레 받아들였다.
처음부터 그 목적이 리전, 탐구자의 신체에 적합한 인물을 찾아 부활을 방법을 찾으려고 했던 것이다 보니 굳이 계속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흐음. 다행이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는 루이제. 그 무심한 반응에 이세훈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다야?”
“왜. 꺅꺅 거리면서 박수라도 쳐줘?”
“그건 아니다만…….”
과거에 연루된 일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감정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상상 이상으로 무심하다.
‘폭견보다는 덜 얽매인 건가.’
『여명』의 실험실에서 몇 년 동안 고문에 가까운 인체실험을 받았던 폭견과 달리 루이제는 그런 일까지는 겪지 않았으니 비교적 분노가 덜한 것일 수도 있으리라.
‘다행이네.’
인체실험과 관련된 일이라면 이성을 잃다시피 날뛰었던 폭견. 그 모습을 떠올리던 이세훈이 자연스레 화제를 넘겼다.
“뭐 아무튼 그쪽은 그렇게 처리했고…… 아, 나중에 처리해야 할 일도 하나 생겼어.”
“음? 뭔데?”
“그 녀석들의 연구실에 탐구자 육체가 두 개 남아 있거든. 한 번 회수하러 가야될 것 같아.”
『여명』이 보유한 탐구의 육체는 총 일곱 개.
그중에 다섯 개가 리전들에게 이식됐었고, 두 개가 적합자를 기다리며 연구실에 보관되어 있던 것이다.
“남은 두 개는 뭔데?”
“심장이랑 혀라고 하더라고. 원래 우리한테 이식할 예정이었다네.”
“으…….”
질색하는 루이제의 모습에 이세훈이 피식 웃었다.
“이건 나중에 상황 봐서 내가 회수할 테니까 신경 쓸 필요 없고…… 남은 이거네.”
아공간 포켓에서 작은 카탈로그를 꺼낸 이세훈이 탁상에 올려놓았다.
“이게 뭔데?”
“주시자의 공용 창고에 있는 물건들. 여기서 필요한 것들을 요청해서 받아갈 수 있어.”
이세훈의 설명에 루이제가 아이스크림을 입으로 물고 카탈로그를 넘겨보았다.
“…….”
오래 전에 도난당해서 사라진 전설 등급의 무구와 재료부터 시작해서 생전 들어본 적 없는 온갖 해괴한 물건들까지.
불필요한 물건들이 공용 창고에 보관된다고 하기에 쓸모없는 것들만 있을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도 수준이 높았다.
“대부분 범죄와 연루된 장물. 아니면 뒷세계에 만들어진 ‘금지물품’들이야.”
인체실험을 비롯하여 전 세계가 금지한 기술로 사용해서 만들어진 물건들.
주시자나 만마전이나 그런 제약에 얽매이지 않다보니 내부적으로 생산되는 물건들이 적지 않았고, 그중 일부가 공용 창고에 보관된 것이다.
“……이거 잘못 받으면 큰일 나는 거 아냐?”
장물은 잘못 사용했다가 범죄자로 오해받을 수 있고 금지물품은 어디에서 써먹지도 못한다.
루이제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이세훈이 담담히 이야기했다.
“당연히 그대로는 못 쓰지. 가져와서 새로 만들 거야.”
어차피 저대로 공용 창고에 나둬 봐야 언젠가 다른 주시자가 사용하게 될 터. 그럴 바에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이 쓰는 편이 더 유용하리라.
“흐음…… 그래서?”
“그중에 마음에 드는 효과 있으면 한 번 골라봐. 네 무구 만들 때 재료로 쓰게.”
“그렇…… 잠깐. 내 무구라고?”
루이제가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자 이세훈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전에 나한테 만들어오라며. 까먹었냐?”
“아. 뭐, 그랬었긴 했는데…….”
홧김에 내뱉었던 말인지라 진짜로 만들어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루이제가 멋쩍은 표정을 하자 이세훈이 눈을 가늘게 떴다.
“필요 없어? 그럼 대신 염성하 그놈 것부터…….”
“누가 필요 없대? 하여간 무슨 말도 못 한다니까.”
혹시라도 가져갈까봐 카탈로그를 품에 안다시피 집어든 루이제가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근데 뭐 만들 거야? 하티는 아직 쓸 만하고…… 스태프나 완드 같은 네가 나한테 안 맞는다고 했잖아.”
일반적인 마법이라면 모를까 언령은 특수한 발동 구조 때문에 스태프나 완드랑은 상성이 맞지 않는다.
맨 처음 무구를 만들어줄 때 한 말을 기억하고 있는 루이제의 모습에 이세훈이 씩 웃었다.
“평범한 사람이 만든 평범한 무구라면 그렇다는 말이지. 내가 누구냐?”
그와 관련된 문제는 이미 회귀 전에 폭견과 머리를 싸매면서 해결한지 오래다.
자신감 넘치는 이세훈의 이야기에 루이제가 눈을 가늘게 뜨며 바라보았다.
“……재수없어.”
질색하며 다시 카탈로그를 살피기 시작하는 루이제. 그 모습에 이세훈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기다리던 그때.
우웅─
탁자에 놓여 있던 루이제의 휴대폰이 작게 진동을 울렸고, 화면에 메시지가 하나 표시됐다.
[싸가지] : 앞에 보내주신 뉴스는 다 내렸습니다. 조만간 그쪽 신문사도 없애 버…….
탁!
다 읽기 전에 하얀 손이 휴대폰을 덮었고,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봤어?”
“……조금?”
무슨 뉴스를 내렸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문자를 보낸 싸가지가 누구인지는 알 것 같았다.
‘아미르랑도 종종 연락하나 보네.’
이것도 삼견의 심상이 영향을 준 것일까. 이세훈이 생각에 잠긴 사이 루이제가 말없이 휴대폰을 챙겼다.
“근데 무슨 뉴스를 내렸…….”
“몰라. 말 안 해. 묻지 마.”
단호하게 대답하고는 카탈로그에 얼굴을 가리면서 보기 시작하는 루이제.
무슨 일이 있어도 말하지 않겠다는 듯한 그 행동에 이세훈이 황당한 표정으로 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래 뭐, 나한테 못 할 이야기도 있는 거겠지.’
굳이 저런 사적인 부분까지 파고들 이유는 없다.
편하게 카탈로그를 보게 놔두기로 한 이세훈은 이번에 학술회에 있었던 일들을 곱씹었다.
‘당장 해결할 문제는…… 역시 배교자 쪽이겠지.’
순례자와 배교자의 신성력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힘이라는 엄청난 정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눈으로 직접 확인한 이상 그 원인을 반드시 알아내야만 했다.
어쩌면 회귀 전 순례자의 죽음이 신성력의 비밀 속에 숨겨져 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혼자서 연구하기엔 자료가 부족한데…… 또 순례교한테 도움을 받기는 애매하단 말이야.’
만약에라도 순례교에게 이단으로 몰린다면 순례자의 힘을 빌리기는커녕 그쪽과 한바탕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
위험한 소재인 만큼 신중히 다루기로 하며 이세훈이 다른 것들을 떠올렸다.
‘그 다음은 주시자의 계획인가.’
완등자를 죽이기 위한 주시자의 계획.
아쉽게도 구체적인 내용은 알아내지 못했지만 그래도 어느 쪽을 파고 들어야할지는 단서가 생겼다.
학술회에 참가했던 주시자의 대표들. 그들의 정체를 어느 정도 알아내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초월』은 불명, 『공양』은 성화공의 제자인 케이든. 『계승』은 유리얼 오펜하이머와 이노우에 류마겠지.’
세라핌 길드와 이노우에 가문의 수장.
본래 『계승』과 연관된 사람들인 만큼 가능성이 높았고, 회의장에서 언뜻 보였던 움직임이나 마력의 흐름도 상당히 유사했었다.
‘유리얼은 확실한데 류마는 모르겠네…….’
경우에 따라서는 그의 흉내를 내는 렌일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어느 쪽이든 이노우에 가문이 『계승』을 이끄는 간부 중 한 명이라는 것은 확실했기에 앞으로 신중히 살펴봐야했다.
‘그리고 『탈각』은…….’
학술회 내내 여유를 잃지 않았던 『탈각』의 대표.
움직임이나 마력만 봤을 때는 누구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지만, 그의 말 한마디 덕분에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뭐, 이외에는 딱히 없네. 이전에 승천제가 연구소를 몽땅 아작 내버려서 남은 게 없거든. 불명자의 몸도…… 에휴.’
불명자의 몸을 전 세계에 퍼뜨리고, 그것을 회수하여 직접 사용했었던 인물.
‘조율자.’
그가 바로 『탈각』의 수장이었다.
* * *
수십 개의 배양캡슐이 놓여 있는 실험실.
그 통로의 사이로 검은 중절모와 로브를 착용한 거구가 쉴 새 없이 원을 그리며 내부를 걸어 다녔다.
“흐으으으음…….”
실험실 전역에 울리는 고민이 담긴 침음.
발소리와 함께 계속되는 그 소리에 배양캡슐 중 하나를 살피던 땋은 머리의 여성, 인형사의 인형이 눈매를 찌푸렸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아, 미안미안. 좀 생각할 게 있어서 말이야.”
머쓱하게 대답하는 거구, 조율자의 대답에 인형사가 눈매를 더욱 일그러트렸다.
“뭔지 모르겠지만 마스크나 써. 보고 있기 역겨우니까.”
“너무하네~”
투덜거리면서도 조율자가 로브 안쪽에서 늘 착용하던 새부리 마스크를 꺼내 착용했다.
“그래서 상태는 좀 어때?”
“뭐, 변함없지. 지금 가진 것들로는 이 이상은 불가능해.”
“역시 그런가.”
인형사가 보고 있던 배양캡슐, 그 안의 고깃덩어리를 바라본 조율자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결론이 난 듯 입을 열었다.
“그럼 잠깐 쉬자.”
“뭐?”
“어차피 재료가 모이려면 시간이 걸리잖아. 당분간은 서로 하고 싶은 거나 하자고.”
느긋하기 그지없는 조율자의 이야기에 인형사가 묘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이 녀석은 정말 뭔지 모르겠군.’
별도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거야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중에 하나가 주시자 중 하나인 『탈각』이라는 것은 이번에 손을 잡고 나서야 알았다.
도대체 마인이 되기 전에는 어떤 존재였던 걸까. 그 의문을 곱씹던 인형사가 금방 생각을 털어냈다.
‘누구든 상관없지.’
필요한 만큼 써먹고, 필요 없어지면 버린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인형사가 손에 들고 있던 단말기를 옆쪽에 대충 던졌다.
“그럼 어느 정도 재료가 모인 다음에 불러.”
“그래. 편히 쉬라고.”
손을 흔들며 배웅하는 조율자의 모습에 인형사가 무시하며 걸어가던 그때. 돌연 멈춰 서며 물었다.
“넌 뭘 할 거지?”
“음? 드디어 나한테 관심이 생겼…….”
장난스러운 이야기에 인형사가 다시 몸을 돌려서 걸어갔고,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조율자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구경할 거야.”
인형사가 고개만 돌려 바라보았고, 그 시선에 조율자가 기대된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승천제 그 양반이 꽤 큰 걸 준비한 거 같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