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다 만들어줌 276화
저벅저벅
바깥쪽에서 들려오는 발소리.
우연히 근처를 지나가는 것이라면 몸을 숨기고 있으면 되지만 시골구석에 방치된 주인 없는 폐창고에 갑자기 찾아올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하물며 그 우연히 방문한 장소가 한 달 동안 뒷세계의 조직들에게 쫒기고 있는 사람이 숨어 있는 곳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
흘러나오는 숨과 보잘 것 없는 마력을 최대한 억누른다.
혈술을 사용해 심박까지 떨어뜨리자 의식이 조금씩 흐릿해져가고 동시에 자신의 기척이 흩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이 상태에서 조금만 방심해도 혼자 숨죽이다가 기절한 머저리가 될 수 있었기에 정신을 다잡으며 귀를 기울였다.
“흐음?”
창고 안쪽으로 걸어 들어왔던 이가 걸음을 멈춰 섰고, 희미한 소리를 통해 그 위치가 대략적으로 짐작된다.
이상적인 지점에서 약 2m 정도 떨어진 상황.
여기서 누를 것인지, 아니면 좀 더 기다릴 것인지 고민하던 찰나.
“한번 볼까.”
탁!
상대가 가장 이상적인 지점을 향해 정확히 뛰어들었다.
딸깍!
오른손이 반사적으로 스위치를 눌렀고, 폐창고에 급히 설치했던 함정들이 단숨에 발동됐다.
카앙!
사방에 널브러져 있던 철골들이 중심지를 향해 달려들어 거대한 감옥을 만들어냈고, 이어서 아래쪽에 숨겨둔 염화탄이 연쇄적으로 터져 나온다.
콰아아앙!!!
철골의 감옥 안쪽에서 터지도록 설계된 폭탄.
고온의 불꽃을 단숨에 만들어내는 특제폭탄이었기에 감옥을 터뜨리지 않은 채 안쪽을 달궜고, 그 직후 마지막 함정까지 발동됐다.
쿠구궁!
창고의 중심지에서 발생하는 거대한 인력.
10초 뒤에 폐창고 전체가 중심으로 뭉치면서 상대를 고온의 불꽃 속에서 가둔다.
A급도 제대로 걸리면 그대로 화장시켜 버릴 수 있는 함정.
가지고 있던 모든 무구와 도구를 털어서 만들어낸 회심의 역작이었지만.
“……X됐구만.”
인생이 망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끼기긱
동그랗게 뭉쳤어야 할 철골들이 무언가를 떠받치는 뼈대처럼 만들어졌고 그 위쪽에 염화탄의 불꽃이 동그랗게 뭉쳐서 이글거린다.
힘들게 숨겨뒀던 함정을, 그것도 발동된 직후에 수정해서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만들었다.
그 압도적인 격차를 보고 있자니 2층 밖으로 뛰어내려 도망칠 마음이 싹 사라져 버려 그대로 내려다보았다.
“……어떻게 한 겁니까?”
이쪽의 물음에 상대가 돌아보았고, 불꽃 아래로 보이는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곧 죽을 건데 그게 궁금하더냐?”
“곧 죽을 사람한테 그 정돈 괜찮잖아요.”
“흐음.”
상대가 불꽃 너머로 이쪽을 올려다보니 의외라는 듯이 중얼거렸다.
“불가살이를 산채로 용광로에 집어넣은 미친 새끼라고 들었는데…… 생각한 것보다는 정상이군.”
“…….”
“어떻게 했냐고 물었던가? 그거야 이미 답이 정해진 것 아니겠느냐.”
상대가 손가락을 까닥인 순간. 공방 곳곳에 설치해 뒀던 함정용 무구가 모조리 공중에 떠올라 딸려갔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무구에 도장처럼 찍혀있는 붉은 인장.
그 모습에 반사적으로 헛웃음이 나왔다.
“들어오기 전부터 탈취했네요?”
“안 보였으면 모를까 함정이 있다고 대놓고 광고하는데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그리고…….”
주변에 떠오르는 무구를 살피던 상대가 중력조절용 무구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튕겼다.
“허접해.”
파캉!
인장이 박혀 있던 무구들이 연쇄적으로 터졌고, 허공에 떠있던 불꽃이 흩어지며 철골이 아래로 쓰러졌다.
이틀이긴 하지만 고생해서 만든 함정이 한 순간에 파훼당한 것을 보자 수많은 감정이 머릿속에 교차됐다.
복수는 했다는 안도감. 계속된 도피생활의 피로감. 그리고.
빠드득
회심의 역작을 모욕당한 수치심과 모욕감.
“호오.”
이쪽의 표정이 보였는지 어둠 속에 있는 상대가 피식 웃었고, 이내 품속에서 무언가를 천천히 꺼내 들었다.
화륵!
불꽃이 피어올랐다 사라지고, 그 뒤를 이어 붉은 빛이 은은하게 빛나며 새하얀 연기를 만들어낸다.
“알고 있겠지만 불가살이를 쇳물로 만들어 버린 시점에서 네 죽음은 확정됐다. 뒷배도 없고 재능도 그저 그런 아무 가치 없는 존재니까.”
“…….”
“그러니까 내가 제안 하나 하마.”
담뱃불로 처음 얼굴을 드러내는 상대, 여인이 이쪽을 올려다보며 재밌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내 제자가 되겠느냐?”
* * *
“…….”
단숨에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기억.
회귀 전의 기억을 떠올렸단 사실에 이세훈은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다시금 저 멀리 있는 상대를 바라보았다.
탁─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기는커녕 보란 듯이 의자에 올려둔 다리를 반대로 꼬면서 회의장에서 담배를 펴대는 여인.
푸른색이 은은하게 감도는 검은 장발에 다른 색이 일체 섞이지 않은 검은색 눈동자.
표정은 시종일관 나른했으며 대충 걸친 정장에 후줄근한 붉은색 바탕의 꽃무늬 와이셔츠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맞네.’
미인이지만 행동거지와 복장 때문에 양아치로 밖에 보이지 않는 근본부터가 글러먹은 막장인간.
회귀 전 자신의 사부, 혈공血工 ‘류 메이린’이 분명했다.
‘저 양반이 왜 여기에…….’
류 메이린을 본 이세훈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에 빙견에게 건네받은 자료에 의하면 지금은 정체를 숨기고 도망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아니, 그리 특별할 것도 없나.’
이미 회귀 전과 많은 것이 달라진 마당에 어느 날 갑자기 사부와 마주치게 되더라도 그리 이상할 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부, 류 메이린은 오래 전부터 『공양』과 알고 지낸 대장장이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아군도 적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였지만…….’
삼견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만 움직일 뿐.
인류든 만마전이든 세간의 세력에는 일체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그것은 말년에 인류연합에 합류한 이후로도 쭉 마찬가지였다.
‘아리아가 처음부터 마신이었으면 아마 그쪽으로 갔겠지.’
즉, 류 메이린이라면 주시자든 만마전이든 나비효과로 인해 학술회에 나타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그 사실을 확인한 이세훈은 줄담배를 피우고 있는 류 메이린을 바라보았다.
‘만난 건 좋은데 장소가 별로네.’
주시자의 대표와 간부들이 모인 곳에서 섣불리 접근해 봐야 좋을 것도 없다.
그리고 정확히 어떤 ‘신분’을 얻었는지도 중요했기에 이세훈은 재회는 뒤로 미루기로 하며 시선을 돌려 자연스럽게 다른 이들을 찾았다.
‘흠. 몇 명 보이긴 하는구만.’
체형이 비슷한 다른 사람의 흉내를 내고 있기 때문에 겉모습만으로는 구분하기가 힘들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질감이 느껴진다.
그렇게 이세훈이 하나둘 찾고 있을 때.
저벅저벅
옆쪽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발소리.
그냥 지나가는 길이기를 간절히 빌었지만, 그런 이세훈의 바람을 비웃듯이 바로 옆에 멈춰 섰다.
“초행인가?”
나른함이 묻어나오는 느릿한 목소리. 그에 이세훈이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류 메이린과 마주보았다.
“당신도 그런 모양이군.”
“그런 셈이지. 그러니 자네나 나나 눈에 띄든 말든 이렇게 개짓거리를 하고 있지 않나.”
품속에서 은색 담뱃갑을 꺼내 새 담배를 입에 무는 류 메이린. 그 자연스런 행동에 이세훈 역시 자연스럽게 손끝으로 불을 피워냈다.
“음?”
갑자기 내밀어진 불에 류 메이린이 의아한 표정으로 보았고, 그 시선에 이세훈이 멈칫했다.
‘이런…….’
회귀 전에 담뱃불 붙여주는 것이 일상이었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직여 버렸다.
이미 둘러대기는 글렀음을 느낀 이세훈이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담담히 대답했다.
“습관이라서.”
“흐음…… 본업 때문에 불에 관해서는 꽤 까다로운 편인데.”
입에 문 담배를 까딱이며 바라보는 류 메이린. 그 도발적인 시선에 이세훈이 여유롭게 대답했다.
“그럼 오늘부터 더 까다로워지겠군.”
이세훈의 대답에 류 메이린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이내 입꼬리를 슬쩍 말아 올렸다.
“상대를 건드릴 줄 아는군 그래.”
마음에 들었다는 듯이 류 메이린이 얼굴을 가까이하며 담배에 불을 붙였고, 끝이 붉게 빛나며 주변에 은은하게 연기가 흩어져간다.
조금만 맡았을 뿐인데 머리가 맑아지는 청아한 냄새.
류 메이린이 직접 만든 수제담배로 엄청난 단가를 자랑하는 물건이었다.
‘뭐, 그렇다고 실내에서 이렇게 대놓고 피는 게 썩 보기 좋지는 않지만…….’
예나 지금이나 담배를 입에 달고 사는 모습에 이세훈이 묘한 눈으로 보고 있을 때. 깊게 들이마셨다가 연기를 내뱉은 류 메이린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였나.”
불꽃에 담긴 온도와 마력이 안에 담겨진 담뱃잎을 최상의 상태로 태우며 특성을 극대화시킨다.
마치 다른 담배를 태우는 것 같은 극렬한 차이에 류 메이린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어떻게 한 거지?”
시중에 파는 담배라면 모를까 자신의 수제담배를, 그것도 눈으로만 대충 보고 이렇게 적합한 불꽃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인가.
아무리 봐도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 류 메이린이 의심을 드러내자 이세훈이 미리 준비해 둔 답변을 꺼냈다.
“담배의 재료. 그리고 기존에 사용하던 불을 참고한다면 최적화하는 것도 어렵진 않지. 재능과 실력의 차이다.”
실제로 방금 만들어낸 불꽃도 몇 년 동안 휴대용라이터로 살면서 찾아낸 것이기에 마냥 지어낸 말도 아니다.
“흐음…….”
이세훈의 대답에 류 메이린이 담배 끝에 매달려 있는 불꽃의 잔재를 살피다가 담담히 물었다.
“어느 쪽인지 물어봐도 되나?”
방금 불꽃이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신상을 물어오는 류 메이린의 모습에 이세훈이 잠시 고민했다.
‘말해줘도 상관없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과한 관심을 보이면 수상하게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 방금까지가 적절하다고 판단한 이세훈은 담담히 이야기했다.
“본 회의에 들어가면 알 수 있을 거다.”
“……뭐, 그것도 그렇군. 불은 잘 쓰도록 하지.”
입에 문 담배를 까딱이며 자리로 돌아가는 류 메이린.
방금 보여준 불꽃을 재현해 보려는 듯 손끝에 불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안 그래도 불만스럽게 바라보던 이들이 더욱 못마땅하게 바라보았다.
‘그럭저럭 잘 넘겼나.’
한 번 실수하긴 했지만 그래도 다른 이들의 눈에 안 보이게 잘 넘겼다.
그렇게 이세훈이 생각하고 있을 때.
[뭐야. 저런 타입이 취향이었어?]
귓가에 별로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뭔 소리입니까?’
[모르는 척하기는……. 그나저나 의외인데. 설마 연상 느낌이 물씬 풍기는 쪽을 좋아했을 줄이야. 그동안 다른 애들이 다가와도 여유롭던 이유가…….]
재밌는 연구거리를 찾았다는 듯이 재잘재잘 떠들어대는 탐구자의 모습에 이세훈은 굳이 말을 더하는 대신 간단하게 대응했다.
티잉─
체내에 작은 울림이 퍼지고, 방금까지 여유롭게 이야기하던 탐구자가 곧장 괴성을 내질렀다.
[아악! 너, 너 이거……!]
‘조용히 안 하면 계속 할 테니까 어디 해보세요.’
[크윽…….]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린 탐구자가 조용히 입을 다물었고, 그 반응에 이세훈이 체내의 파동을 거뒀다.
‘그래도 새어 나간 건 없나 보네.’
감정의 동요만 조금 보였을 뿐. 다행히 그 이상의 반응은 전달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별다른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이세훈이 다시금 회의장을 둘러보려던 그때.
스으윽
굳게 닫혀 있던 회의장의 문이 열리고, 세 사람이 새롭게 안으로 들어온다.
한 사람은 방금 만났던 좌완.
그리고 뒤따라 들어오는 두 사람은 모두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본능적으로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십악.’
강력한 마인에게서 느껴지는, 원초적인 불쾌감.
그 감각에 이세훈이 시선을 돌리려던 찰나 귓가에 글렌의 목소리가 속삭여졌다.
[그대로 계시면 됩니다.]
“……?”
글렌의 이야기에 이세훈의 눈이 가늘어졌다.
여기서 장소를 이동하는 게 아니었단 말인가. 거기에 이세훈이 막 의아해하고 있을 때.
스륵
뒤쪽에 서 있던 창백한 얼굴의 사내가 품속에서 한 심볼을 꺼내 들었다.
반으로 조각난 황금색 고리. 그 안쪽으로부터 탁한 검은 빛이 일렁이더니 사내가 작게 속삭였다.
고해의 장막Confession Veil
검은 빛이 반짝이며 회의장을 덮었고, 소름끼치는 적막이 주변을 가득 채운다.
공간을 격리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감각. 그 모습을 본 이세훈은 본능적으로 어떤 현상이 일어난 것인지 이해했다.
‘이건…… 숨겨진 건가?’
세계로부터 아예 분리되어 완전히 다른 장소로 변한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새로운 세계를 창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그 특유의 이질감이 엄청났다.
‘저만한 마기가 튀어나왔는데도 모르는 건가.’
검은 장막에 둘러싸인 채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그 삭막하면서도 오싹한 풍경 속에서 이세훈은 다시금 회의장을 천천 둘러보았다.
검은 장막에 가려지지 않고 본연의 색을 유지하는 이들. 저들이 바로 진정한 ‘학술회’에 참가하는 이들이리라.
‘모습을 숨긴 건…… 네 사람인가.’
사람들의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들.
방금 들어온 세 사람이 별로 문제 삼지 않는 것으로 보아 모습을 드러낼지 말지는 자유인 것으로 보였다.
“그럼 지금부터 학술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탈각』의 대표는 계획을 발표해 주십시오.”
글렌의 목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지자 사람들 사이에서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입이 둘이나 있는데 소개도 안 하고 넘겨?”
『탈각』의 이야기에 잠시 시선이 이쪽으로 향한다. 그 분위기를 살핀 글렌이 상황을 살피다가 고개를 돌렸다.
“두 분 모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서로 대등한 장소인 만큼 강제로 할 필요는 없다. 그 말뜻에 이세훈이 고민하는 사이 류 메이린이 먼저 입을 열었다.
“『공양』의 견습. 하잘 것 없으면 그만둘 테니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다.”
그거면 됐다는 듯 의자에 앉은 채 다시 불을 피우기에 바쁜 류 메이린.
주변에서 별다른 이야기도 없었기에 이세훈도 잠시 보다가 대답했다.
“『여명』의 새로운 우완이다. 이 이상은 불필요한 것 같군.”
눈 깜짝할 사이에 소개가 끝났고 잠깐 침묵 끝에 맨 처음 이야기를 꺼냈던 『탈각』의 인사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완전 골 때리는 녀석들만 왔구만…… 뭐, 이것도 연례행사니까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후웅!
사람들 사이에서 무언가 위쪽으로 던져졌고, 작은 구슬 같은 것이 희미하게 빛나며 거대한 영상으로 변했다.
끝없이 펼쳐진 검은빛의 물결. 그 익숙한 풍경에 이세훈의 눈이 가늘어졌다.
‘검은 바다인가.’
육대마경 중 하나이자 맨 마지막에 쓰러뜨렸던 멸해의 마신이 태어난 장소.
그 심상치 않은 모습에 이세훈이 쳐다보고 있을 때. 수면 아래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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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울음소리를 내며 검은 바다를 홀로 헤엄치는 새하얀 고래.
모두가 그 신비한 풍경에 사로잡혀있는 사이 『탈각』의 대표가 웃음기를 머금으며 이야기했다.
“저 녀석을 마신으로 만들어낼 방법을 찾았어.”